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크리스마스 강연 - P33
"자연 현상을 탐구하는 데 있어 초 한 자루의 물리적 현상을 관찰하는 것보다 더 나은 열린 문은 없을 것입니다. 이 우주의 어떤 부분도 이러한 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는 법칙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새로운 주제 대신에 촛불을 선택했는데, 여러분을 실망시키지는않으리라고 믿습니다." - P34
그날 연사로 나선 패러데이의 이름은 이미 런던 전역에 알려져있었다. - P34
수많은 과학적 발견을 이룬 과학자답게 사람들은 뭔가 어려운 주제의 강연을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패러데이가 꺼내 든 것은 뜻밖에 초 한 자루였다. 그러나 강연이 시작되면서 패러데이의 숨은 의도는 금방 드러났다. 단순한 초 한 자루에 대체 얼마나 많은,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적, 화학적 법칙들이 연관되어 있는지, 아무리 어려운 과학적 법칙들도 우리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것인지를 패러데이는 신기한 실험과 특유의 화려한 언변으로 설명했다. 그날의 강연은 역사 속에 남아 오늘날까지도 회자되곤 한다. - P35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과학자에는 마이클 패러데이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그의 삶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 편의 드라마나다름없기 때문이다. - P35
패러데이가 열두 살이 되자 아버지는 한 서적 제본소의 점원으로 그를취직시켰다. 패러데이는 신문 배달 일을 하면서 책 제본 기술을 배우게 되었는데, 제본 도중 읽은 책들에 깊이 심취하곤 했다. - P35
그러던 어느 날 패러데이는 주인의 심부름을 나갔다가 광고 전단을 보게 된다. 존 테이텀이라는 은세공사가 회비 1 실링으로 밤 8시부터 화학, 광학, 지질학, 천문학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광고였다. - P35
1812년 2월 29일부터 데이비의 공개 강연에 참석한 패러데이는강연 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섬세한 그림을 그려 넣어 한 권의 멋진책으로 제본했다. 그해 말 패러데이는 데이비 교수에게 자신을 조수로 써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와 함께 패러데이는 정성 들여 만든책을 동봉했다. - P36
당시 22세였던 패러데이는 왕립연구소의 다락방에서 기숙하며데이비를 비롯한 교수들의 실험을 도왔다. - P36
패러데이는 당시 데이비가 하고 있던 탄광용 안전등의 개발을도왔고, 그와 관련한 논문도 쓸 수 있었다. 그 결과 패러데이는 마침내 화학과 전자기에 관한 자신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 P36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자, 패러데이는 드디어 과학자로서 승승장구했다. - P36
《촛불 속의 과학》은 1860년 왕립연구소에서 은퇴를 앞둔 패러데이가 총 6회에 걸쳐 열었던 크리스마스 자선 강연을 정리한 것이다. - P37
제1강에서 패러데이는 몇 자루의 서로 다른 초의 제조법을 설명하고, 이어서 초가 타는 것이 어떤 물리적, 화학적 현상인가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제2강에서는 불꽃의 여러 부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있는지를 설명한다. 여기서는 종이테이프, 화약, 백금으로 된 선 등을촛불에 직접 태워보는 흥미로운 실험을 선보이기도 한다. 제3강에서는 연소 이후에 남는 물질은 무엇인가를 추적한다. 패러데이는 그것이 물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물을 분해해서 생기는 수소에 대해 자세히 기술한다. - P37
제4강과 제5강에서는 물의 전기 분해와 산소, 질소, 이산화탄소 등 기체의 성질에 관해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제6강에서는인간의 호흡과 초의 연소가 실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한다. - P37
패러데이에게 과학은 인류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대과학자로 성장한 그는 끝까지 과학이 인류애를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 P38
그러나 촛불 속의 과학》은 패러데이의 화려한 과학적 발견들과비교할 때, 조금은 다른 의미가 있다. 이미 자신을 유명하게 만든 과학적 발견들을 뒤로하고, 70세에 이른 노신사가 다소 잔잔하고 평범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초를 주제로 삼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 P39
과학이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나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무렵부터였다. 재미있는 과학 실험들은 한 편의 잘 기획된 공연처럼 관중들을 끌어모았고, 교양인들은 과학적 지식을 찾아 나섰다. - P39
그리고 패러데이만큼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과학자는 찾기 어려웠다. 그의 과학적 지식의 획득 과정은 아카데믹하기보다는 어린아이와 같은자연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P39
모든 것이 단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금도 ‘그 책‘은 다소 빛바랜 표지에 수십 년 전 그어놓은 밑줄들을 품고 진리관 내 연구실 책장에 꽂혀 있다. - P5
학문의 각 분야에는 역사상 그 물줄기를 바꾼 고전들이 있다. 그러나 과학 분야의 고전들은 결코 읽기 쉬운 책들이 아니다. 과학사·과학철학을 공부해온 지난 30여 년간 나는 내게 희열과 감동을 안겨준 수많은 위대한 과학 고전들과 만났고 씨름했다. - P6
에우클레이데스 《기하학 원론》 기원전 300년경
인류 역사상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 - P266
이집트인들에게 나일강은 중요한 삶의 터전이자 문명의 발상지였다. 그러나 해마다 범람하는 나일강은 토지의 측량이라는 실질적 문제를 던져주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수학 특히 기하학의 필요를 불러왔다. - P267
에우클레이데스의 삶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사실 그가 태어난 곳조차 정확히 모른다. 그에 대한 몇몇 일화들은 대부분 훨씬 후대 사람들이 전하는 것이다. 단, 그가 플라톤이 아테네에 세운학교 아카데메이아에서 공부한 뒤, 알렉산드리아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고, 프톨레마이오스 1세와 교류하면서 《기하학 원론》을 집필했다는 것이 대략 일치된 견해이다. - P268
《기하학 원론》은 기본 전제들에서 출발한다. 학생들은 오늘날 복잡한 수학 문제들을 풀면서도 가장 기본적인 전제들에 대해서는 묻지않는다. 예를 들어, ‘점이란 무엇일까?‘ ‘원이란 무엇일까?‘ ‘삼각형이란 어떻게 정의되는가?‘ 하는 질문 말이다. 에우클레이데스는 이런 전제들이 수학의 출발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았다. - P269
제1권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제47명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비롯하여, 48개의 수학 명제들이 논리적으로 증명된다. 즉 복잡한 수학적 명제들은 정의, 공준, 공리, 그리고 이미 증명이 완료된 명제들만을 이용하여 엄밀하게 증명된다. - P269
《기하학 원론》은 사실 에우클레이데스의 독창적 연구가 아니라, 당대의 수학적 연구들을 총망라함으로써 얻어진 것이다. - P269
이 책이 동아시아에 번역된 것은 처음 중국에서였다. 1605년 이탈리아의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는 로마의 클라비우스 편의 《기하학 원론》 최초의 여섯 권을 구술했고, 서광계(啓)가 이를 번역하여 《기하원본》을 출판했다. - P270
물론 《기하학 원론》의 내용들 중 일부에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제5권 제5 정의인 ‘비율의 개념‘과 제1권 제5공인 ‘평행선의 공준 등은 일찍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제5공준이란 "두 직선이 한 직선과만날 때, 같은 쪽에 있는 내각의 합이 180도보다 작으면, 두 직선은 그쪽에서 반드시 만난다"라는 것이다. - P271
19세기에 이르러 평행선의 공간은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등장을 불러왔다. 제5공준은 "한 직선의 외부에 있는 점을 지나면서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하나다"로 간략하게 바꿀 수 있다. 독일의 수학자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한 직선의 외부에 있는 점을 지나면서 평행한 직선은 적어도 둘 이상 존재한다는 사실을 우리가 받아들여도 전혀 모순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것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출발이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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