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예전 애니메이션 ‘사이코-패스‘에 나왔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 이것과는 다르지만, 관점을 바꿔 각 개인의 느낀점 등 개인적인 것들을 딥러닝 시켜버린다면, 그것도 그 당사자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내용은 최근 다른 책에서 본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1980년대에 처음 선보인 ICD는 그간 미국에서만 50만건 넘게시술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그 부모들이 삶을 마감할 시점에가까워지면서 이제 매년 15만 명이 장치를 이식받는다. 의사와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환자도 많다. 곁에서 보살피는 사람들은 장치 비활성화에 대해 말도 꺼내지 않는다. - P67

따라서 이식 당시 의사들은 비활성화에 대해 상의하는것이 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환자와 ICD 간의 심리학적 관계다. 시간이 지나면서 ICD는 차차 신체의 일부로 인식된다. 인공호흡기나 혈액투석 장치 등체외 생명유지 장치와 전혀 다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종종 ICD의 생명유지 기능을 과대평가하며, 심지어 장치를 ‘믿을 수 있는 친구‘로 간주했다.⁵ - P68

결국 환자들은 ICD가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장치를 이식받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든 없든 전기충격에 대해서는 매우 큰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비활성화에 관해 의사와 상의하고 싶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ICD 비활성화는 곧 심정지라는 그릇된 관념은 모든 환자가 굳게 믿는 신념이었다. 반면 환자들은 ICD가 심부전 악화나 다른 질병으로 인한 죽음을 막아줄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 P69

몸속에 이식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는경우가 많으며, 의사가 환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의사가 언젠가는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언제 말을 꺼내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으며, 환자에게 죽음이임박했다고 말하기를 꺼리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했다. - P60

언젠가는 어떤 방법으로도 죽음을 막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환자도 의사도 절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 문제를 상의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장치를 비활성화하는 것도 매우 꺼린다. - P70

앞으로 더 많은 첨단의학기술이 개발될 것이므로 ICD처럼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 일도 많아진 것이다. ICD의 경우 이식 당시에 비활성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해도, 그때 내린 결정이 먼 훗날 삶이얼마 남지 않았을 때 환자가 느끼는 감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 P71

다. 인공심장과 심장보조장치 관련 과학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훨씬 급진적인 해결책이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수백만 개의 나노봇을 프로그래밍하여 기능을 상실한 심장을 대신하는 것이다. - P71

 인공장기일 수도 있고,
수많은 심장보조장치 중 하나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신경이식일수도 있다. 이런 장치가 점차 익숙해져 ‘뉴 노멀‘로 인식되고, 결국인간의 정체성 자체가 확장되어 장치를 우리의 일부로 인식하게 될수 있다. 이제 뉴노멀은 이식장치의 도움을 받아 오래도록 삶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뇌사 상태에서 외부에 존재하는 생명유지 장치를 끈다는 개념조차 이제 겨우 익숙해지는 참이다.  - P72

생물학적/인공적이라는 구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은 또 있다. 다음 장에 소개하겠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인공부품과 인간세포를 하나로 통합하는 생체공학 장기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이식형 장치는 우리 몸에 훨씬 고도로 통합되어 유기물/무기물의 구분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 P75

사실상 죽음이 우리 손에 달린 시대가 오리라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때 이식형 장치는 죽음의 과정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언제 비활성화할 것인지에 관한 결정이 가까운 미래에 더 쉬워질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현재도 의사들은 중한 병에 걸린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 P75

프랭크 바우어스 Frank Bowers를 보면 그가 신장질환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그는 64세로 세 자녀가 모두 장성했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하지만 프랭크는 일주일에 세 번씩 꼬박꼬박 혈액투석을 받는다. 한 번 시작하면 세 시간 반이걸린다. 콩팥 기능이 5퍼센트밖에 남지 않아 몸속에 축적되는 독소들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79

프랭크는 평생 건강하고 활발하게 살았다. 그런데도 48세가 되자 콩팥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통증은 없었지만, 마음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웠으며 안절부절못했다.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되었다.
콩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다. - P79

특수식을 처방받고, 수분 섭취를 늘리고,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 몇 년은 도움이되었지만 1996년이 되자 콩팥 기능이 완전히 나빠지고 말았다. 프랭크는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적합한 신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린 37개월간은 끔찍했다. - P80

2013년에는 체내에 너무 많은 수분이 축적되어 체중이 200킬로그램을 넘었다. 그야말로 ‘비참한‘ 느낌이었다. 콩팥에서 물을 배출하지 못해 몸무게가 두 배가 되다니! 병원에서는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했다. 가족과 친척들이 작별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 P80

 합병증 또한 중요한 문제다. 투석을 하려면 인공혈관을 이식해야 한다. 그래야 굵은 튜브를 통해 많은 양의 혈액이 투석기로 원활하게 흘러들어가 독소와 수분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혈관은 어느 정도 지나면 손상되거나 혈전이 생겨 못 쓰게 된다. - P81

. 그가 자녀와 손주들을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도 콩팥이 나빠지면 어쩌나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 조금 망설여졌지만 다음 계획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신장이식을 받는다면 10년 정도 새로운 삶을 누리겠지만 수술과 면역억제, 기타 의학적 조치에 따르는 고통과 번잡스러움을 그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 P81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생명이 위험하거나, 삶의 질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인공신장은 어때요? 시도해보실 생각이 있나요?" 그는 잠시 생각했다.
"좋지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기니피그 노릇을 할 겁니다." - P82

 신장이식을 받는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어떤 이식장기도 환자가 타고난 수명을 누릴때까지 버티지는 못한다.
원래 장기를 손상시켰던 질병이 재발할 수 있으며, 언젠가는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물론 면역을 억제한다. 그러나 아무리 적합한 장기를 이식해도 면역계의 끈질긴 공격 앞에 언젠가는 무릎을 꿇게 되어 있다. - P82

가장 흔한 것이 장기기증 서약자가 응급실에 가면 생명을 구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생명을 구하는 일을 최우선순위에두는 의료인들에게 이런 생각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는 어떤 상황에서든 환자가 사망하는 것을 실패로 받아들인다.
감정적 트라우마를 입는 경우도 많다. 환자의 사망은 심지어 전문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낙인이 되기도 한다. - P83

대개 가장 가까운 가족이 기증에 동의해야 한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즉시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들의 태도를 조사한 몇몇 연구에서 의사들은 환자가 명시적으로 죽기를 원해도 영웅적인 노력에 의해 생명을 살릴수만 있다면 최대한 생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편향되는 경향이 있다.  - P83

앞서 말했듯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말기 신장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병이 유전은 물론 당뇨병 등의 위험인자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¹ 투석을 받는 환자는 대부분 오래도록 신장질환을 앓고 콩팥 기능이 10~15퍼센트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물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들고, 끔찍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혈관이식 부위를 못 쓰게 되어 계속 새로운 시술을 받아야 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 P82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장기 부족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이에따라 사람들의 장기를 착취하여 불법거래하는 암시장이 크게 성행한다.⁴ 미국 등 부유한 국가의 넘치는 수요와 저개발국가의 가난한사람들이 겪는 절박한 사정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 P84

장기밀매는 수지맞는 장사다. 2004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브라질에서 살아 있는 기증자가 콩팥을 파는 경우 6천~1만 달러를받는다. 최저임금이 월 80달러에 불과한 나라에서는 엄청난 돈이다.⁵ 사업 과정은 정교하다. 일단 기증자를 모집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데려간 후, 거기서 신장을 적출하고 돌려보낸다. 이렇게얻은 신장은 개당 최대 15만 달러에 팔아 넘긴다. - P85

젊은 나이에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에게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않다. 여러 차례 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 데다, 그때마다 적합한 장기를 찾고 재발이나 거부반응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결코 안정적인 대책이라 할 수 없다. 설사 장기를 자발적으로 기증받고,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의료진이 해결해야 할 딜레마는 남는다. 헤파린을 투여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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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오징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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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좋은 책이다. 그래서 양장본으로 구비하고 싶다.






저항과 반란

자본주의는 규율에 복종하는 노동계급, 즉 기업이 이윤을 남기도록 임금을 받고 기꺼이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요구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대개 사람들은 규율과 통제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으며 직·간접적으로 저항할 방법을 찾는다. - P127

가운데 하나가 룸펠슈틸츠헨Rumpelstilzchen(독일 민간설화에 나오는 난쟁이-옮긴이)의 이야기다. 민간설화는 단순히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담고있다. 그것은 민중의 믿음을 표현한 것이다. 대개 민간설화는 인간의 옳고 그른 행동에 따른 결과를 극적으로 표현한 도덕적인 이야기다. 예컨대제인 슈나이더(1989)는 룸펠슈틸츠헨 설화가 근세 유럽의 아마포산업의 발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 P127

우리는 이 설화가 16세기와 17세기 유럽의 농민들에게 무엇을 의미했는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예컨대 당시에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가 아마포 생산이었다. 아마포는 아마의 짚으로 아마실을 자아낸 것이었다. 아마실로 짠 옷감은 시장에서 황금 동전을 받고 팔았다. 따라서 이것은 결국 짚으로 황금을 자아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 P128

 더 나아가 이 설화에는 악마와의 약속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가는 첫 번째 태어난 아기다. 따라서우리는 여기서 부의 생성은 콜롬비아의 농민들이 돈 세례식을 통해 아이의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처럼 반드시 사회적 · 개인적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발견한다. - P128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지만 이슬람교는 마법이나 혼령을 믿는 토착신앙과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1980년대 말레이시아의 조립공장 관리자들, 특히 미국인과 일본인 관리자들은 뜻밖에도 공장 안에서 신들림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상황에 직면했다(Ong, 1987년,
204쪽). - P128

또 다른 미국계 반도체 공장은 여성노동자 15명이 신들림에 걸리자 문을 닫고 말았다. 공장의 인사책임자에 따르면 신들린 여자애들이 흐느껴 울면서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장 관리자들은그런 현상이 점점 확산되는 것처럼 보이자 곧바로 다른 노동자들을 공장 밖으로 내보냈다. - P129

아이화 옹은 말레이시아 여성노동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산업자본주의와 같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모멸감이나 인간관계의 혼란과 같은 구체적인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콜롬비아 농민들이 임금노동에 대해 아이의 영혼을 팔아 돈 세례식을 거행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다. - P129

결론

이 책의 중요한 전제는 자본주의 경제를 이해하지 않고는 오늘날 세계와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 즉 인구증가나 기아, 빈곤, 환경파괴, 보건 전쟁, 종교적 격변 등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 P130

여기서 자본주의는 자신의 특징을 블랙박스로 나타냈다. 블랙박스의 목적은 돈을 더많은 돈으로 바꾸고 금전적 투자를 받아 그것에 이윤과 배당금, 이자를 덧붙이는 것이다. 대다수 사람이 볼 때 이런 과정은 콜롬비아 농민들이 세례를 받은 돈에 기대하는 행동만큼이나 신비로운 것이다. - P130

우리는 블랙박스가 그런 전환과정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알기 위해 해외에 조립공장들이 증가하는 모습과 블랙박스가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의 창출과 세분화, 통제에 대해 살펴보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자유노동은 민중을 자기 땅에서 쫓아내거나 그들이 생계를 꾸려나가던 소규모 산업을 파괴함으로써 생겨났다.  - P130

하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숙련된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산업이나 기업에 있는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선망받는 일자리들과 다른 한편으로는 고도로 경쟁적이고 값싼 노동력 공급이 절실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고 피하고 싶은 일자리들로 점점 더 분리된다. - P130

자본주의 경제는 값싼 노동력의 공급을 늘리고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노동력을 규율에 따라 복종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공장 조직을 이용할 수도 있고 시간 개념을 재정립할 수도 있으며 가정이나 교회같은 전통적 사회기관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그런 새로운 형태의 규율이 존재함에도 속내를 감춘 간접적인 비판 형식, 돈 세례식이나 신들림, 룸펠슈틸츠헨 설화 같은 도덕적 이야기를 통하는 아니면 노동조합 결성 같은 직접적인 반발 형태를 취하는 자신들의 저항의지를 나타내다. - P131

 그 블랙박스는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기까지 어떻게 진화했을까? 무엇보다도 상인은 어떻게 해서 그리고 왜 자본가로 발전했을까?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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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내 거야!"
완전히 미친 여자였다. 이런 병원에 들어오는 게 아니었다.
곧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복도에 화려하게 장식되고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때문이었다. 로비에서 크리스마스 기념음악회를 한다는 현수막도 보았다. - P34

전단지를 게시판에 붙일 때였다.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환자복의 소매를 걷어 올린 여자가 예원의 전단지를 가로챘다. 한 손에 흰 종이로 접은 비행기가 들려 있었다. 이건 비행기 접는 종이가 아니라고, 처음엔 조용히 말해줬지만 엉망인 제 머리만큼이나 여자는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다. - P35

눈이 뒤집혔다. 그것도 모르고 여자는 찢어진 종이는 필요 없다는 듯 바닥에 내팽개쳤다.
퍽!
여자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며 나가떨어졌다. 여자의 코와 입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예원의 주먹 끝이 빨갛게 물들었다. 로비를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뒤로 물러서며 두 사람을 보았다. - P35

"아뇨, 오히려 너무 자주 와도 안정되는 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원장님이 그러셔서요."
선준의 맞은편에 앉으며 심명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힘들겠다. 사람 사는 일이 참・・・・・"
"그래도 여기에 입원시켜야 제가 일하러 왔을 때라도 좀 들여다볼 수 있죠." - P33

보안실은 1층 가장 안쪽이었다. 관계자 외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문 앞에 붙어 있었다. 선준이 노크를 하자안에서 가벼운 목소리로 응답이 들려왔다. 회색 페인트를 칠한나무 문을 밀어 열고 들어갔다.
"어서와." - P32

"자식은 어디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마누라는 정신병원에 가둬놓은 놈이 안색 좋으면 그게 더 대단한 거죠."
커피 잔 안으로 시선을 던져 넣었다. 안 봐도 심명훈의 안쓰러운 눈길이 자신을 향했던 걸 선준은 알고 있었다. 지난 3년간 매일같이 받았던 시선이다. 이제는 그것이 무겁다. - P33

"예원 씨! 예원 씨!"
심명훈이 예원의 팔에 매달렸다. 그사이 경보 벨을 들은 간호사와 의사가 달려나왔다. 푸른 옷을 입은 보호사들이 심명훈을제치고 예원의 어깨를 뒤로 젖혔다. 예원이 여자에게서 떨어져나가며 뒤로 나자빠졌다. 보호사들은 그대로 예원을 눌렀다. - P36

예원은 무너지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딛고 선 땅이 조금은 안정될지도 모른다는 선준의 희망도 무너지고 있었다.
선준은 그대로 돌아섰다. 다시 보안실로 들어가 두고 온 가방을 집어 들었다. 출입문으로 향하던 그가 우뚝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로비를 비추는 CCTV 화면이 보였다. 엎어진 자세로제압당했던 예원이 어느새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었다. - P36

그대로 갈 거야? 날 이렇게 버려두고?
이를 갈며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저런 사람에게 선우일지도 모르는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얘기는 절대 꺼낼 수 없었다.  - P37

예원은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면서 자신이 누워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가늠하기 위해 정신을 모았다.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팔다리가 무겁고 욱신거렸다. 그제야 생각이 났다. 자신을 누르던 수많은 손들. 그 와중에 주사를 맞고 정신을 잃었다. 선준을 본것도 같았는데 병실에는 그가 없었다. - P38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맨발에 꿰신었다. 철제 침대를 붙잡으며 간신히 문밖으로 향했다. 복도로 나가자 노랫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뜨끈한 기운이 눈시울을 적셨다. 다시 들을 수만 있다면 목숨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만큼 갈망하던 노래였다.
어디지. 어디서 들려오는 거지. - P39

예원은 눈을 크게떴다. 안쪽의 한 테이블에 남자아이가 앉아 있었는데, 노래는 그아이에게서 들려온 것이었다. 젊은 간호사 하나가 아이의 입에마이크를 대고 있었다. 옆에서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박자에맞춰 손뼉을 쳤다. 선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예원은 아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몇 살쯤 되었을까? - P39

그때였다. 밖에서 들어온 보호사 하나가 아이의 어깨를 살짝잡았다. 아이의 노랫소리가 끊겼다. 동시에 길을 잃은 것처럼 예원의 발도 우뚝 멈췄다.
"로운아, 엄마가 보러 오셨어."
로운이라고 불린 아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 P40

"이제 로운이 자해 증상 많이 사라졌어요. 집에서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통원 치료 받으시는게 어떠세요?"
원장 민서진은 맞은편에 앉은 정주희에게 따뜻한 어조로 말했다. 로운을 입원시킨 지는 1년이 가까워져갔지만 민서진이 그녀를 본 것은 세 번뿐이었다. - P40

정주희는 스물네 살이었다. 로운을 열여섯 살에 출산한 셈이었다. 남편은 없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정주희는 물끄러미 테이블의 한 지점을 응시했다. 퇴원해도 된다는 말에도 기쁨 같은감정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았다. 한참 만에 정주희가 말했다.
"꼭 데려가야하나요?" - P41

민서진은 말을 멈추었다. 문이 열리고 보호사가 로운을 데리고 왔다. 성마른 시선으로 휴게실을 둘러보다가 정주희를 발견하고는 기계처럼 히쭉 웃는 로운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 P41

"로운아, 엄마가 보러 오셨네."
로운이 테이블로 다가왔다. 정주희는 조금 전 민서진이 자신을곤란하게 하는 말을 했을 때처럼 테이블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아이를 안아준다든가 하는 일은 없었다. 민서진은 낮은 한숨을 쉬며 보호사에게 눈짓을 했다. 보호사가 로운을 정주희의 맞은편에 앉혀주고 바깥으로 나갔다. - P42

아이의 짧은 다리가 철제 의자 아래에서 덜렁거렸다. 점점 다리를 세게 흔들었다. 의자에서 덜컹거리는 소리가났다. 발끝으로 책상 아랫부분을 두드렸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턱턱 두드리자 조화를 꽂은 책상 위의 화병이 조금씩 옆으로 옮겨갔다. - P42

 로운이 그걸 물끄러미 보는 사이 그녀는 면회실을 나갔다.
만 원짜리 두 장이었다. 로운은 그걸 집지 않았다. 대신 엄마는 바보라고 생각했다. 이 병원엔 돈을 쓸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 - P43

일정 시간이 되면 보호사가 면회실로 와 확인을 하기는하지만 엄마가 5분도 채 안 지나서 갈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는 것같았다.
너무 커서 손을 덮는 환자복 상의를 걷고 로운은 작은 손으로손잡이를 잡아 돌려 면회실의 문을 열었다. - P43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따라오며 로운의 어깨를 잡았다. 아이는 무덤덤하게 여자를 보았다. 여자가 황급히 로운의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몇 살이니?"
로운이 그녀를 보았다. 대답할 생각은 없었다.
"아홉 살이지?" - P43

로운은 다시 몸을 돌려 병실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뒤에서 여자가 소리쳤다.
"선우야!"
로운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 P44

"예원 씨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남자 어린이 환자를 같이 데리고 나간 것 같아요!"
스피커폰에서 들려오는 민서진의 외침에 선준은 그대로 병원을 향해 핸들을 돌렸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차머리가 크게 돌았다. CCTV 설치건으로 방문하기로 한 약속 같은 것은 머리에 남지도 않았다. - P45

선준은 곧장 CCTV 기계에 달려들었다. 직접 컴퓨터를 조작해 녹화된 영상을 불러냈다. 병원 정문의 CCTV 영상이었다.
"아침 9시 8분이야." - P45

무언가를 본 선준이 버튼을 눌렀다. 영상이 멎었다. 다시 다이얼을 돌려 천천히 앞으로 감았다. 탑차옆으로 예원의 모습이 설핏 보였다가 사라졌다. 직원들이 정신이 팔린 틈에 벽을 따라 바깥으로 나간 것이 확실했다. 손을 잡고 있는 어린아이가 보였다. 작은가방을 등에 메고 있었다. - P46

전화를 받지 말까 하다가 할 수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가 닿지 않으면 얼마나 불안해하실지도 알고 있었기에 계속 전화를 피할 자신이 없었다.
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에서 곧장 새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 다르게 홍분한 그녀의 말은 선준이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이 서방, 이게 무슨 일인가? 예원이가 왔어!" - P47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는 그녀의 입에서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와 부서졌다.
-어머니, 예원이 잘 잡아두셔야 합니다! 제가 지금 가요!
사위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예원이를 잃어버렸었구나, 직감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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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디 적힌 글일까?

다음 날, 업무차 희망 요양원에 간 선준은 심명훈을 만나기 위해 보안실을 찾았다. 보안실은 1층 가장 안쪽이었다. 관계자 외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문앞에 붙어 있었다. 선준이 노크를 하자안에서 가벼운 목소리로 응답이 들려왔다. 회색 페인트를 칠한나무 문을 밀어 열고 들어갔다. - P32

심명훈은 열세 대의 CCTV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에는 병원의 정문과 1층 로비, 그리고 각 병동의 복도를 비추는화면이 떠 있었다. 심명훈이 선준을 사무실 중간에 놓인 원형 테이블로 안내했다. - P32

"아뇨, 오히려 너무 자주 와도 안정되는 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원장님이 그러셔서요."
선준의 맞은편에 앉으며 심명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힘들겠다. 사람 사는 일이 참・・・・・"
"그래도 여기에 입원시켜야 제가 일하러 왔을 때라도 좀 들여다볼 수 있죠." - P33

"자식은 어디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마누라는 정신병원에 가둬놓은 놈이 안색 좋으면 그게 더 대단한 거죠."
커피 잔 안으로 시선을 던져 넣었다. 안 봐도 심명훈의 안쓰러운 눈길이 자신을 향했단 걸 선준은 알고 있었다. 지난 3년간 매일같이 받았던 시선이다. 이제는 그것이 무겁다. - P33

"뭐죠, 저 사람?"
"누구?"
심명훈이 고개를 돌렸다. 선준이 가리킨 화면 안에서 예원이어떤 중년 여성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종이 한 장의 끝과 끝을 쥐고 서로 놓지 않고 있었다. 선준이 벌떡 일어섰다.
그 종이가 무엇인지 그는 알 것 같았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끝을찔렀다. 선준은 그대로 보안실에서 뛰쳐나갔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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