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업무차 희망 요양원에 간 선준은 심명훈을 만나기 위해 보안실을 찾았다. 보안실은 1층 가장 안쪽이었다. 관계자 외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문앞에 붙어 있었다. 선준이 노크를 하자안에서 가벼운 목소리로 응답이 들려왔다. 회색 페인트를 칠한나무 문을 밀어 열고 들어갔다. - P32
심명훈은 열세 대의 CCTV 모니터 앞에 앉아 있었다. 모니터에는 병원의 정문과 1층 로비, 그리고 각 병동의 복도를 비추는화면이 떠 있었다. 심명훈이 선준을 사무실 중간에 놓인 원형 테이블로 안내했다. - P32
"아뇨, 오히려 너무 자주 와도 안정되는 데에 도움이 안 된다고 원장님이 그러셔서요." 선준의 맞은편에 앉으며 심명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힘들겠다. 사람 사는 일이 참・・・・・" "그래도 여기에 입원시켜야 제가 일하러 왔을 때라도 좀 들여다볼 수 있죠." - P33
"자식은 어디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고, 마누라는 정신병원에 가둬놓은 놈이 안색 좋으면 그게 더 대단한 거죠." 커피 잔 안으로 시선을 던져 넣었다. 안 봐도 심명훈의 안쓰러운 눈길이 자신을 향했단 걸 선준은 알고 있었다. 지난 3년간 매일같이 받았던 시선이다. 이제는 그것이 무겁다. - P33
"뭐죠, 저 사람?" "누구?" 심명훈이 고개를 돌렸다. 선준이 가리킨 화면 안에서 예원이어떤 중년 여성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종이 한 장의 끝과 끝을 쥐고 서로 놓지 않고 있었다. 선준이 벌떡 일어섰다. 그 종이가 무엇인지 그는 알 것 같았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끝을찔렀다. 선준은 그대로 보안실에서 뛰쳐나갔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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