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예전 애니메이션 ‘사이코-패스‘에 나왔던 말이 생각난다.
지금 이것과는 다르지만, 관점을 바꿔 각 개인의 느낀점 등 개인적인 것들을 딥러닝 시켜버린다면, 그것도 그 당사자라고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내용은 최근 다른 책에서 본 것 같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1980년대에 처음 선보인 ICD는 그간 미국에서만 50만건 넘게시술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그 부모들이 삶을 마감할 시점에가까워지면서 이제 매년 15만 명이 장치를 이식받는다. 의사와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환자도 많다. 곁에서 보살피는 사람들은 장치 비활성화에 대해 말도 꺼내지 않는다. - P67

따라서 이식 당시 의사들은 비활성화에 대해 상의하는것이 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환자와 ICD 간의 심리학적 관계다. 시간이 지나면서 ICD는 차차 신체의 일부로 인식된다. 인공호흡기나 혈액투석 장치 등체외 생명유지 장치와 전혀 다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환자들은 종종 ICD의 생명유지 기능을 과대평가하며, 심지어 장치를 ‘믿을 수 있는 친구‘로 간주했다.⁵ - P68

결국 환자들은 ICD가 건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왜 장치를 이식받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일을 겪은 적이 있든 없든 전기충격에 대해서는 매우 큰 불안을 느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비활성화에 관해 의사와 상의하고 싶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ICD 비활성화는 곧 심정지라는 그릇된 관념은 모든 환자가 굳게 믿는 신념이었다. 반면 환자들은 ICD가 심부전 악화나 다른 질병으로 인한 죽음을 막아줄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 P69

몸속에 이식하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하는경우가 많으며, 의사가 환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모든 의사가 언젠가는 반드시 상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언제 말을 꺼내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으며, 환자에게 죽음이임박했다고 말하기를 꺼리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했다. - P60

언젠가는 어떤 방법으로도 죽음을 막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환자도 의사도 절대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 문제를 상의하는 것은 물론, 실제로 장치를 비활성화하는 것도 매우 꺼린다. - P70

앞으로 더 많은 첨단의학기술이 개발될 것이므로 ICD처럼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는 일도 많아진 것이다. ICD의 경우 이식 당시에 비활성화 문제를 논의했다고 해도, 그때 내린 결정이 먼 훗날 삶이얼마 남지 않았을 때 환자가 느끼는 감정을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 P71

다. 인공심장과 심장보조장치 관련 과학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훨씬 급진적인 해결책이 연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 중 하나는 수백만 개의 나노봇을 프로그래밍하여 기능을 상실한 심장을 대신하는 것이다. - P71

 인공장기일 수도 있고,
수많은 심장보조장치 중 하나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신경이식일수도 있다. 이런 장치가 점차 익숙해져 ‘뉴 노멀‘로 인식되고, 결국인간의 정체성 자체가 확장되어 장치를 우리의 일부로 인식하게 될수 있다. 이제 뉴노멀은 이식장치의 도움을 받아 오래도록 삶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뇌사 상태에서 외부에 존재하는 생명유지 장치를 끈다는 개념조차 이제 겨우 익숙해지는 참이다.  - P72

생물학적/인공적이라는 구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일은 또 있다. 다음 장에 소개하겠지만 현재 과학자들은 인공부품과 인간세포를 하나로 통합하는 생체공학 장기들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이식형 장치는 우리 몸에 훨씬 고도로 통합되어 유기물/무기물의 구분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 P75

사실상 죽음이 우리 손에 달린 시대가 오리라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때 이식형 장치는 죽음의 과정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언제 비활성화할 것인지에 관한 결정이 가까운 미래에 더 쉬워질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현재도 의사들은 중한 병에 걸린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 P75

프랭크 바우어스 Frank Bowers를 보면 그가 신장질환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짐작조차 못할 것이다. 그는 64세로 세 자녀가 모두 장성했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하지만 프랭크는 일주일에 세 번씩 꼬박꼬박 혈액투석을 받는다. 한 번 시작하면 세 시간 반이걸린다. 콩팥 기능이 5퍼센트밖에 남지 않아 몸속에 축적되는 독소들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 P79

프랭크는 평생 건강하고 활발하게 살았다. 그런데도 48세가 되자 콩팥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통증은 없었지만, 마음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웠으며 안절부절못했다.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되었다.
콩팥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다. - P79

특수식을 처방받고, 수분 섭취를 늘리고,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 몇 년은 도움이되었지만 1996년이 되자 콩팥 기능이 완전히 나빠지고 말았다. 프랭크는 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적합한 신장이 나타나기를 기다린 37개월간은 끔찍했다. - P80

2013년에는 체내에 너무 많은 수분이 축적되어 체중이 200킬로그램을 넘었다. 그야말로 ‘비참한‘ 느낌이었다. 콩팥에서 물을 배출하지 못해 몸무게가 두 배가 되다니! 병원에서는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했다. 가족과 친척들이 작별인사를 하러 찾아왔다. - P80

 합병증 또한 중요한 문제다. 투석을 하려면 인공혈관을 이식해야 한다. 그래야 굵은 튜브를 통해 많은 양의 혈액이 투석기로 원활하게 흘러들어가 독소와 수분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공혈관은 어느 정도 지나면 손상되거나 혈전이 생겨 못 쓰게 된다. - P81

. 그가 자녀와 손주들을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도 콩팥이 나빠지면 어쩌나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 조금 망설여졌지만 다음 계획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신장이식을 받는다면 10년 정도 새로운 삶을 누리겠지만 수술과 면역억제, 기타 의학적 조치에 따르는 고통과 번잡스러움을 그 자신은 어떻게 생각할까?  - P81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생명이 위험하거나, 삶의 질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인공신장은 어때요? 시도해보실 생각이 있나요?" 그는 잠시 생각했다.
"좋지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기니피그 노릇을 할 겁니다." - P82

 신장이식을 받는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어떤 이식장기도 환자가 타고난 수명을 누릴때까지 버티지는 못한다.
원래 장기를 손상시켰던 질병이 재발할 수 있으며, 언젠가는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물론 면역을 억제한다. 그러나 아무리 적합한 장기를 이식해도 면역계의 끈질긴 공격 앞에 언젠가는 무릎을 꿇게 되어 있다. - P82

가장 흔한 것이 장기기증 서약자가 응급실에 가면 생명을 구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믿음이다. 생명을 구하는 일을 최우선순위에두는 의료인들에게 이런 생각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는 어떤 상황에서든 환자가 사망하는 것을 실패로 받아들인다.
감정적 트라우마를 입는 경우도 많다. 환자의 사망은 심지어 전문인들 사이에서 하나의 낙인이 되기도 한다. - P83

대개 가장 가까운 가족이 기증에 동의해야 한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즉시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들의 태도를 조사한 몇몇 연구에서 의사들은 환자가 명시적으로 죽기를 원해도 영웅적인 노력에 의해 생명을 살릴수만 있다면 최대한 생명을 연장하는 쪽으로 편향되는 경향이 있다.  - P83

앞서 말했듯 아프리카계 미국인은 다른 민족에 비해 말기 신장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다. 이 병이 유전은 물론 당뇨병 등의 위험인자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¹ 투석을 받는 환자는 대부분 오래도록 신장질환을 앓고 콩팥 기능이 10~15퍼센트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물론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들고, 끔찍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혈관이식 부위를 못 쓰게 되어 계속 새로운 시술을 받아야 하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 P82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장기 부족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이에따라 사람들의 장기를 착취하여 불법거래하는 암시장이 크게 성행한다.⁴ 미국 등 부유한 국가의 넘치는 수요와 저개발국가의 가난한사람들이 겪는 절박한 사정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 P84

장기밀매는 수지맞는 장사다. 2004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브라질에서 살아 있는 기증자가 콩팥을 파는 경우 6천~1만 달러를받는다. 최저임금이 월 80달러에 불과한 나라에서는 엄청난 돈이다.⁵ 사업 과정은 정교하다. 일단 기증자를 모집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데려간 후, 거기서 신장을 적출하고 돌려보낸다. 이렇게얻은 신장은 개당 최대 15만 달러에 팔아 넘긴다. - P85

젊은 나이에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에게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않다. 여러 차례 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 데다, 그때마다 적합한 장기를 찾고 재발이나 거부반응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결코 안정적인 대책이라 할 수 없다. 설사 장기를 자발적으로 기증받고,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진다고 해도 의료진이 해결해야 할 딜레마는 남는다. 헤파린을 투여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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