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책만 읽는 느낌이 든다.

그러고보니 마지막은 추리-소설도 아니네.

미스터리의 인기를 반영하듯 매년 수많은 신인 작가가 데뷔한다. 그 자체는 별문제가 아닌데 죄다 ‘기대의 대형 신인‘
이라고 떠드는 게 문제다. 일테면 재작년 『붉은 얼굴의 악마』
로 대일본스릴소설대상을 수상한 사루타 고분고로 말하자면, 민속학 지식은 신음을 내뱉을 정도로 놀라웠으나 허접한 줄거리와 얄팍한 인물 묘사에 두 번째 작품 이후로는 고전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 P245

전작은 산속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의 전개를 붉은 귀신 춤이라는 전통 예술과 엮어 그린 좋은 작품이었다. 거기서 별다른 변주 없이 이번 무대 역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촌락이다.  - P246

전작은 분명 아이를 낙태하면 붉은 귀신이 덮친다는 전설이 모티프였는데 이번에는 갓파다. 같은 방법을 몇 번이나 써야 속이 시원하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다. - P246

이런, 이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네. 『붉은 얼굴의 귀신』에서는 마을에 온 산부인과 의사가 살해됐는데 그것을 오락사업장의 사장으로 바꾼 데 지나지 않았다. 도대체 이번 작품에 창의성이라는 건 어디 있나. 양쪽 발이 파랗게 칠해진 이유도 붉은 얼굴의 귀신에서 사체의 얼굴을 붉게 칠한 이유를 살짝 손본 느낌이다. - P247

전문 분야인 탓인지 민속학 얘기만 나오면 글이 뜨거워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야기의 줄거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런 얘기를 내내 읽어야 하는 독자 처지가 되어 보란 말이다. 한편 인간을 그리는 데는 전혀 힘을 기울이지 않는다. 차례로 인물이 등장하는데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 P247

그런 와중에 마지막으로 밝혀진 진범은 의외랄 것도 없다. 주인공외에는 이 인물만 제대로 그리고 있으니 당연하다. - P247

감상을 솔직히 적었을 뿐이라고 몬마는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가 원해 『파란 발의 갓파』를 고른 것도 아니다. 편집부에서 다음에는 이 책을 부탁한다고 해서 썼을 뿐이다. 그런 말을 듣지 않았다면 읽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루타 고분고는『붉은 얼굴의 귀신』을 읽었을 때부터 관심을 놓았다. - P248

몬마는 미스터리 평론가다. 원래는 취미로 읽었을 뿐인데동료인 미스터리 마니아의 추천을 받아 몇 번인가 동인지 같은 곳에 서평을 쓰다 보니 그게 본업이 되어버렸다. - P248

 화제작, 신인상 수상작은 물론이고 베테랑 작가나 주목받는 작가의 책도 다 봐야한다. 매달 여러 출판사에서 몬마에게 신간을 보내는데 아무리 정리해도 높이 쌓인 책이 거대한 피라미드로 변하고 만다. - P249

몬마는 일정을 적어놓은 수첩을 펼쳤다. 오늘이 파란 발의 갓파 마감일이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다.
"앗!"
일정표를 보고 그는 소리를 질렀다. 파란 발의 갓파 마감이라고 적힌 옆에 이런 메모가 있었다.
긴초샤의 오기 씨가 의뢰한 서평, 최대한 호의적으로…………. - P249

"이거 참!" 저도 모르게 한탄이 나왔다. 지금부터 원고를다시 쓰는 건 힘들다. 아니, 그보다 이 책을 어떻게 칭찬한다말인가. - P250

남자가 내민 명함에는 『쇼혹스판매 주식회사 영업소장 요미 요미타』라고 적혀 있었다. 들어본 적 없는 회사였다.
"무슨 일이시죠?"
"네. 저희는 이번에 고성능 독서 기계를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일반 판매에 앞서 독서를 직업으로 하시는 분들에게 모니터를 받아 얼마나 편리한지 시험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 P250

말도 안 되는 칭찬에 몬마는 조금 진저리를 치면서도 나쁜기분은 아니었다. 도대체 뭐냐고 묻고 말았다.
(중략)
"일테면 너무 바빠 많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거나, 몸이아파 읽을 수 없다거나,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시간도 있으나 좋아하는 책이 없어 읽고 싶지 않다거나." - P251

몬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내가 가만히 있어도 책을 낭독해준다는 거군요. 하지만 그럴 바에는읽는 게 낫죠. 낭독을 듣는 건 상당히 피곤한 일입니다. 졸리기도 하고." - P252

"단순한 낭독 기계 같은 걸 권하려고 굳이 찾아뵌 건 아닙니다. 쇼혹스는 말입니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하고 감상을 적어 서평으로 출력할 수 있답니다."
"아니, 설마?" - P252

"자, 읽히고 싶은 책이라도 있나요?" 요미가 물어왔다.
"그렇지."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면, 하고 몬마는 『핸드 컬렉터』를 내밀었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뭘 하게 할까요? 감상이라도 쓰게할까요?"
"아니, 일단 요약이 좋겠네. 줄거리를 알고 싶어." - P253

"마음에 드십니까?" 마음에 들지 않을 게 있겠냐는 듯 자신에 찬 표정으로, 요미가 물었다.
"아주 좋네." 몬마가 말했다. "하지만 요약뿐이잖나. 다음은 감상이나 서평을 쓸 수 있느냐는 문제지."
"쓸 수 있습니다. 조금 해볼까요?"
"그렇게 해주게." - P255

"아아, 자, 어떠십니까?" 몬마가 또 손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이제 쇼혹스의 성능은 거의 이해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러네." 몬마는 팔짱을 꼈다.
실은 그의 머릿속은 이미 이 기계를 들여놓기로 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가격이다. 터무니없는 요금을 낼 수는 없었다. - P258

"아니, 그런가? 공짜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요미는 고개를 숙였다. "어떠세요? 시험해보시겠습니까?" - P258

"그럼 또 다음 달 후기를 들으러 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요미는 돌아갔다.
몬마는 기계로 다가가 그 표면을 쓰다듬었다.
정말 편리한 걸 얻었네…………. - P259

몬마가 소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천천히 일어나 "네, 몬마입니다"라고 하품하면서 말했다.
"앗! 몬마 씨입니까? 소설 긴초샤의 에모토입니다."
"아, 안녕하신가? 좀 전에 원고를 보냈는데 벌써 읽었나?"
몬마는 발밑에 놓아둔 책을 들었다. 네코즈카 시노라는 여성 작가가 쓴 『또 다른 밤』이라는 호러 소설이다.  - P262

사실 이번에는 직접 읽고 서평을 쓰려고 했는데 도입부만 읽었는데도 잠들고 말아, 결국은 이것도 쇼혹스에게 맡겼다.
이 새로운 병기 덕분에 몬마의 작업량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자신이 읽지 않아도 줄거리를 알 수 있고 서평까지 완성해주니까 당연하다. - P263

"읽었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문제가 좀………." 에모토는 말끝을 흐렸다.
"문제라니 뭐지?"
"아니, 그게, 몬마 씨는 이번 주 『주간 분후쿠』를 읽으셨습니까?"
"분후쿠? 아니, 아직 안 읽었는데, 그게 왜?" - P263

"그야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화제작은 여러 잡지가 다루지 별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은데." 몬마는 가볍게 말했다.
"아뇨, 도모비키 씨가 『또 다른 밤』의 서평을 쓴 건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 내용입니다. 아, 이건 어디까지나 착오인 듯한데 조금 전 몬마 씨가 보내주신 원고 내용과 완전히 똑같습니다." - P264

몬마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짚이는 게 딱 하나 있었다.
"일단, 도모비키 씨의 서평을 팩스로 보내드릴까요?"
"응, 그래. 그렇게 해주게." - P265

도모비키, 이 자식・・・・・….
틀림없었다. 도모비키 덴스케도 역시 쇼혹스를 손에 넣은것이다. 그것을 사용해 일을 마구 처리한 게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최근 도모비키의 업무량이 늘어난듯했다. - P265

"그런데 확인 좀 하지. 『또 다른 밤』은 내 맘대로 써도 되겠나? 꼭 칭찬해야 하는 건 아니지?"
"그건 상관없습니다. 몬마 씨는 그 작품을 그리 높이 보지않으시나요? 도미비키 씨는 상당히 칭찬했는데요." - P266

전화를 끊은 후 몬마는 바로 또 다른 밤을 쇼스에 넣고 평가 모드를 ‘쓴소리‘에 맞추고 서평을 출력했다. 그 일은 몇분 만에 끝났다. 그걸 바로 소설 긴 편집부에 팩스로 보냈다.
"원고, 잘 받았습니다." 팩스를 받은 에모토가 가벼운 말투로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고,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같은 책을 다뤄도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를 수 있군요. 도모비키 씨가 정교하다고 평가한 부분을 몬마 씨는 너무 비틀었다고 하고, 도모비키 씨가 농밀하게 느낀 부분이 몬마 씨에게는 장황한 게 되니까요. 여러모로 공부가 되었습니다." - P266

"기계 상태는 나쁘지 않은데 아주 곤란한 일이 일어났네."
"아니 ・・・・・・ 무슨 일이?"
"당신, 이 기계를 나말고 다른 평론가에게도 줬지? 도미비키 덴스케나 다이안 료키치나."
"앗! 잘 아시네요." 헤헤헤, 요미는 머리를 긁적였다. - P267

"그 점에 관해서는 다른 분들에게도 의견을 들었습니다."
"다른 분들? 도모비키와 다이안뿐만 아니라?"
"아니, 평론가분들 외에 작가 몇 분에게도 드렸습니다."
"왜 작가가 이런 기계를?" - P267

"그리고 이건 대놓고 할 말은 아니지만." 요미는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말했다. "문학상 심사위원을 하는 선생님에게도 큰 호평을 받고 있죠. 특히 대여섯 개의 심사위원을 맡은 선생님은 모든 작품을 읽느라 정말 고생이라고"라며 킥킥대고웃었다. - P268

"그 밖에도 작가끼리 대담해야 하는데 상대 작가의 작품을하나도 읽지 않았을 때도 유용하다고."
"이런, 이런! 그럼 업계에 상당히 퍼져 있다는 건데. 내가쓴다는 것도 들켰겠네. 잠깐! 그럼 출판사 녀석들이 쇼혹스를 도입하는 것도 시간문제겠어."
"이미 분후쿠출판과 탄탄샤 등이 주문하셨습니다." - P268

"그러니까 같은 기계를 출판사가 도입하면?"
"그러니까." 요미는 조금 목소리를 키워 말했다. "기존형에는 그런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선생님이 좋아하실 만한 정보를 가져왔습니다." - P269

"이 유닛을 설치한 상태에서 이제까지 선생님이 쓰셨던 서평을 소스가 읽게 합니다. 그럼 컴퓨터가 선생님의 버릇이나 기호, 가치관 등을 기억합니다. 많이 읽히면 읽힐수록 그정밀도는 올라갑니다. 선생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두뇌를 가지게 되는 겁니다. 그런 상태에서 어떤 책을 읽히고 서평을 쓰게 하면 선생님의 개성이 담긴 원고가 완성되난 방식입니다." - P270

"이 성능을 이해하셨다면 결코 비싼건 아닌데." 그렇게 전제하고 요미가 가격을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몬마는 순간정신이 아득해졌다. 외제차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조금 어떻게 해줄 수 없나?"
"아이고, 좀 살려주십시오. 그리고 다른 분들은 다 그 가격에 계약하셨습니다." - P270

몬마는 들고 있는 서류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다음과 같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경원의 아이』 …………A
『딱딱한 이마』 …………A
『발바닥의 어둠』…………A
『사람 얼굴 부스럼』………B
『개죽음을 당해봐』…………C
『죽이면 죽일수록 죽일 때』 ・・・・・・ C
이 결과는 만약 몬마가 직접 작품을 읽었을 때 어떤 평가를 줬을지를 쇼혹스가 예상한 것이다.  - P272

보아하니, 도모비키와 다이안도 같은 서류를 들고 있었다. 요즘에는 쇼횩스 사용을 아무도 숨기지 않았다.  - P272

그 말을 듣고 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여기서 논의를 접고 3자 대전 모드로 결과를 내도 괜찮겠죠?"
"어쩔 수 없지."
"맞아요."
"그럴 수밖에 없겠지." - P273

그 컴퓨터에서는 전화선 세 개가 나와 있었다. 각각의 회선은 몬마를 비롯한 심사위원의 집에 있는 쇼혹스와 연결어 있었다. 인간끼리 논의가 해결되지 않을 때는 기기끼리 싸우게 하기로 이번 모임 전에 결정했다. - P273

그러자 요미는 방실방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실례지만, 도라야마 씨는 아직 그리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해야 할까. 인정받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요."
"안 팔리죠." 노골적으로 불쾌한 목소리를 냈다. - P275

"아이고! 일단 제 말을 들어보세요. 그런데 도라야마 씨가쓰고 있던 원고를 잠깐 빌리겠습니다. 원고지여도 좋고, 파일이어도 좋습니다."
"뭘 하려는 겁니까?"
"그건 보고 즐기시길." 요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P275

그 종이를 보고 도라야마는 앗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 주인공 등장을 두 페이지 정도 빨리 넣는다.
■ 32페이지의 격투 장면을 다섯 줄 늘린다.
■ 45 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정계 설명은 삭제.
■ 58페이지, 부스지마 가즈오 더 불쾌하게 묘사.
■ 63페이지, 베일에 가려진 중국인을 하나 더 늘린다.‘ - P276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닙니다. 이건 현재 나온 쇼혹스의 기능을 거꾸로 이용한 장치, 이름하여 쇼혹스 킬러입니다."
"쇼혹스 킬러?"
"요컨대 말입니다, 쇼스도 완벽하진 않습니다. 그 상품을 개발한 우리는 어떻게 소설을 쓰면 높은 평가를 받는지다 압니다. 이 쇼혹스 킬러는 그걸 조언하는 기계죠." - P276

"물론 평론가에 따라 평가가 나뉘는 작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베스트셀러 탑텐을 보면 알 수 있듯 1, 2위를 다투는 작품은 어느 평론가나 A를 줍니다. 쇼혹스킬러는 그 수준을 목표로 하죠." - P276

도라야마의 의문을 듣고 요미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흔들었다.
"오해하지는 마세요. 쇼혹스 킬러는 재미있는 소설을 쓰기위한 기계는 아닙니다. 쇼가 높은 평가를 주는 소설을쓸 수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쓴 소설을 읽어봤는데솔직히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안 되는 거 아닙니까?" - P277

이런, 이런! 또 한 대 팔았네……….
요미는 도라야마의 방을 나온 후속으로 중얼거렸다.
쇼스에 이어 쇼혹스킬러의 판매도 순조로웠다. 팔리지않는 작가와 작가 지망생이 기꺼이 샀다. - P278

요미와 동료들은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느긋하게 책이나 읽고 있을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없다. - P278

기묘한 시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별로 읽지 않은 주제에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책이 그리팔리지 않는데도 베스트셀러 탑텐이 발표된다.
(중략)
독서란 도게체 뭘까, 요미는 생각한다.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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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다. 정말로.



2. 절대 공간은 외부의 물체와 무관하게 스스로 존재하는 공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균등하고(homogeneous)⁶¹ 움직이지 않는다. 반면에 상대 공간이란 절대 공간 중에서 이동 가능한 일부분으로, 그 크기는 공간과 물체의 상호관계로부터 결정되며, 상식적인 관점에서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 P54

3. 물체가 점유한 공간은 절대 공간 또는 상대 공간의 일부로서 물체의 위치나 표면과는 다른 개념이다. 동일한 물체는 동일한 공간을 점유하지만, 표면적은 모양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 P54

4. 절대 운동(absolute motion)이란 물체의 위치가 하나의 절대적 장소에서 다른 절대적 장소로 이동하는 현상이고, 상대 운동은 상대적인 위치가 변하는 현상이다. 항해 중인 배의 선실에 놓인 임의의 물체는 배와 함께 움직이고 있으므로 배에 대한 상대적 위치는 변하지 않는다. - P55

시간의 순서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다. 공간의 순서도 마찬가지다.
공간에 놓인 사물의 위치는 임의로 바꿀 수는 있지만, 공간 자체를 빵 썰 듯이 잘라서 그중 한 부분을 다른곳으로 옮길 수는 없다. - P56

 이것은 시간과 공간의 본질이어서, 순서를 바꾸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공간상의 위치는 절대적인 개념이며, 위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절대 운동뿐이다. - P57

"절대 운동 및 절대적 정지 상태"와 "상대 운동 및 상대적 정지 상태는 원인과 결과가 다르고 운동의 특성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진정으로(즉 절대적으로) 정지해 있는 물체들은 상대방에 대해서도 완전하게 정지된 상태를 유지한다. - P57

그러므로 물체의 절대운동을 서술하려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기준이 필요하다. 움직이는 물체를 기준으로 삼아 서술한 운동은 절대 운동이 아니라 상대운동이다. 절대적으로 정지된 영역에서는 모든 물체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어서 물체들 사이의 거리도 변하지 않는다. - P59

 처음에는 양동이의 회전 속도가 물보다 빨라 파이는 정도가 그리 크지않지만, 시간이 흐르면 양동이와 물이 똑같은 속도로 회전하면서 물의 중심부와 테두리의 수위가 가장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 P60

각 물체의 진정한 운동 상태를 파악하여 겉보기 운동겉으로 드러난 운동과 구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눈에는 움직이거나 정지해 있는 물체만 보일 뿐, 절대 운동의 기준인 공간 자체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¹¹


11) 우리는 물체를 통해 공간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인지한다. 모든 물체를 남김없이 걷어낸 "텅 빈 공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 P62

앞으로 이 책에서는 "운동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차이로부터 운동을 알아내는 방법"과 "주어진 운동으로부터 운동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내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이것은 내가 이 책을 집필하는 목적이기도 하다.¹⁴




14) 뉴턴은 절대 운동을 알아낼 수 있다고 했지만, 위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은 가속 운동이 개입된 경우뿐이다(원운동은 가속 운동이다. 물체가 등속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그 물체의 진정한 속도, 즉 절대 속도를 알아낼 길이 없다. 어떤 기준을 정해도그 기준이 완전하게 절대적으로 정지 상태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이 맹점을 파고든 끝에 상대적 운동만 관측 가능한 우주의 특성을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특수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이다. - P63

제1법칙

모든 물체는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정지 상태나 등속 직선 운동 상태¹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1) 일정한 속도오 직선 궤적을 따라가는 운동 상태. - P67

제2법칙


운동 상태가 변하는 정도는 물체에 가해진 힘에 비례하며, 변하는 방향은힘이 가해진 방향과 같다. - P67

제3법칙

모든 작용(action, 힘)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reaction)이 수반된다. 다시 말해서, 두 물체 사이에 교환되는 힘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다. - P68

 즉 한쪽의 운동을 방해하면서 다른 쪽의 운동을 똑같은 정도로 촉진하는 것이다. 물체 4가 물체 에 힘을가하여 운동 상태를 바꿔놓으면 작용과 반작용은 항상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에) 6의 운동 상태는 4가 겪은 변화만큼 반대 방향으로 변한다. 여기서 "운동의 변화는 속도의 변화가 아닌 "운동량의 변화"를 의미한다. - P69

부가법칙 1

방향이 각기 다른 2개의 힘이 한 물체에 동시에 가해졌을 때, 양변의 방향이 두 힘의 방향과 같은 평행사변형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이 평행사변형의두 변의 길이는 두 힘이 같은 시간 동안 개별적으로 가해졌을 때 물체가 이동하는 거리와 같다고 하자. 그러면 두 힘이 동시에 가해졌을 때 물체가 이동하는 방향은 전술한 평행사변형의 대각선 방향과 같으며, 같은 시간 동안 이동한 거리는 대각선의 길이와 같다. - P69

부가법칙 2

그러므로 한 물체에 서로 비스듬한 방향(AB와 BD 방향)으로 작용하는 두힘은 하나의 힘 (AD 방향)으로 대치할 수 있으며, 이와 반대로 하나의 힘은방향이 다른 2개의 힘으로 분해할 수 있다. 이런 식의 합성과 분해는 다양한 역학적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 P71

조금 비정상적인 수레바퀴를 상상해보자. 바퀴의 중심은 0이고 OM과 ON은 바귓살인데, 길이가 같지 않다(ON) OM보다 길다). 두 바살의 끝, 즉 M과 N에는 각각 A와 P라는 추가 달려 있다. MA와 NP는 두 추를 매달고 있는 줄을 나타낸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상태에서 바퀴를 돌리는 힘, 즉 회전력의 크기를 계산하는 것이다. - P71

0를 지나면서 MA, NP와 직각으로 만나는 직선 KOL을 그려보자.
ON OM보다 길다고 했으므로 OL은 OK보다 길다. 다음으로, OL을 반지름으로 하는 원을 그려서 MA와 만나는 점을 D라 하고, OD를 연결하는 직선 OD를 긋는다. 그리고 에서 OD와 평행한 선을그어서 OD의 수선(직각을 이루는 선과 만나는 점을 C라 하자. - P71

줄에 걸리는 무게는 줄의 길이와 무관하므로, 두 추가 걸린 지점을 M과 L대신 K와 L, 또는 D와 L로 대치해도 줄의 장력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 추가 가하는 힘의 크기가 선분 AD와 같다고 가정하면, 이 힘은 AC 방향과 DC 방향의 두 성분으로 분해할 수 있다. AC 방향 성 - P72

반면에 DC 방향 성분은 OD 방향으로 난 바퀴살을 살과 수직한 방향으로 잡아당기는데, 이 힘은 OD와 길이가 같은 OL에 수직한 방향으로 힘이 작용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 그러므로 추 P와 A 의 무게 비율이 DC와 DA의 길이비율과 같으면(즉 P의 무게 : A의 무게=DC: DA이면) 바퀴의 양쪽에 똑같은 힘이 작용하여 어느 쪽으로도 돌지 않고 평형상태를 유지하게된다. - P72

부가법칙 3


주어진 물리계의 총운동량은 한 방향으로 진행하는 각 부분의 운동량의 합에서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는 운동량의 합을 뺀 값이며, 부분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총운동량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 P74

두 물체가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작용-반작용을 교환하여 첫번째 물체의 운동량이 증가했다면, 두 번째 물체의 운동량이 감소하여 총운동량은 변하지않는다.⁴ - P74

예를 들어 구형 물체 A가 2라는 속도로 직선을 따라 움직이고, 질량이 A의 1/3인 구형 물체 B가 10이라는 속도로 A를 따라간다고 가정해보자. 운동량은 질량에 속도를 곱한 값이므로 A와 B의 운동량비율은 6:10 이다. 편의상 의 운동량을 6, B의 운동량을 10이라 하자. 그러면 이 물리계의 총운동량은 16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두 물체가 충돌(사실은 추돌)하면서 A가 3 또는 4 또는 5 의 운동량을 추가로 얻었다면, B는 이에 해당하는 운동량을 잃을 것이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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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정말 즐거워라.




각 장의 주요 사건을 간략하게 적는다.

각 장을 끝낼 때마다 독서일기장에다가 한두 문장으로 주요 사건을 묘사해본다. 그 문장들은 플롯의 세부적인 요약이 아니라 기억 촉발제가 되어야 한다. 각 장을 주요사건 하나로 제한해 본다.  - P109

흥미로운 문장은 메모해 둔다.


처음 읽을 때 감상을 길게 쓰는 것은 독서를 방해한다. 하지만 특히 중요해 보이는 구절과 마주치면 연필로 괄호를 치고 페이지 한 귀퉁이를 접어둔 다음 독서일기장에 메모를 한다. - P110

책에 자신만의 제목과 부제를 붙인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앞으로 돌아가 요약정리한 내용을 다시 읽는다. 정리한 부분이 책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명료하고도 일관적인 개관을 제시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다음 단계인 제목 붙이기로 넘어가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요약정리를 한다. 불필요하게 여겨지는 세부 사항들을 삭제하고 놓친 중요한 사건이나인물들을 추가한다. - P110

일단 그 사건을 찾아내면 생각해 본다. 가장 감동적인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아마 그 인물이 주인공일 것이다.(이 질문에 대해서 너무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두 번째 집중적인 독서를 한 후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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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책들을 가지고 싶다. 하지만 돈이 없다. 그나저나 도서관은 이 책 잘 가지고 있네. 부럽다.






2판 저자 서문본


 개정판에는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으며, 새로 추가된 내용도 있다. 1권의 2장에는 주어진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좀 더 쉽게 구하는 방법이 추가되었고, 2권의 7장에는 유체의 저항과 관련된 내용이 새로운 실험을 통해 좀더 정확하게 개선되었으며, 3권에서는 달의 운동 이론과 춘-추분점의 세차운동을 기본 원리에 입각하여 더욱 정확하고 완전하게 설명해놓았다. 또한 혜성의 궤도를설명하는 이론도 더욱 정밀한 계산과 다양한 관측 자료를 추가하여 이론의 신뢰도를 높였다.


1713년 3월 28일
런던에서
아이작 뉴턴 - P12

정의 1

물체의 양(quantity, 질량)은 밀도와 부피로부터 계산된 값이다. 즉 양은 밀도에 부피를 곱한 값으로 정의된다.¹



1) 원문에는 "곱한 값"이 아니라 "결합된 값"으로 표기되어 있다. - P45

정의 2

운동의 양(운동량)은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와 질량으로부터 계산된다. 즉운동의 양은 질량에 속도를 곱한 값이다.³


3) 뉴턴이 말하는 "운동의 양(quantity of motion)"은 훗날 "운동량(momentum)"이라는 용어로 정착되었다. 앞으로 이 책에서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운동량으로 표기할 것이다. - P46

정의 3

모든 물체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을 갖고 있다. 질량을 가진 물체는 정지 상태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상태(등속 운동 상태)를 유지하기위해, 이 힘을 발휘하면서 상태 변화에 저항한다. - P46

정의 4


외부에서 가해진 힘(외력, 外力)은 정지해 있거나 등속 운동을 하는 물체의운동 상태에 변화를 초래한다.
외력은 물체에 작용하는 동안에만 영향력을 행사하며, 일단 작용이 끝나면 더는 물체의 운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물체가 외력에 의해 새로운 상태로 접어든 후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선천적으로 보유한 관성력 덕분이다. 물체를 때리거나 누를 때 발생하는 힘(타력 또는 압력과 구심력은 외력에 속한다. - P47

정의 5

구심력이란 특정 중심을 향해 물체를 끌어당기거나 중심 쪽으로 밀어붙이는 등 물체가 어느 위치에 있건 중심을 향해 작용하는 힘이다. - P48

궤도 운동을 하는 물체는 중심으로부터 멀어지려는 경향이 있어서, 이것을 상쇄시키는 힘(구심력)이 없으면 물체는 더 이상 궤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균일한 속도로 직선운동을 하게 된다.  - P48

공기 저항이 없을 때 똑같은 대포알을 2배의 속도로 발사하면 수평 도달 거리는 2배로 길어지고, 10배의 속도로 발사하면 도달 거리는 10배로 길어진다. 즉 발사 속도가 빠를수록 대포알은 멀리 날아가고, 대포알이 그리는 궤적의 곡률(curvature)은 점점 작아진다.⁴



4) 곡률이 작아진다는 것은 직선에 가까워진다는 뜻이다. - P49

달에 작용하는 구심력(지구와 달의 중력)이 충분히 크지 않으면 직선 궤도에서 조금밖에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지구 주변을 공전할 수 없고, 구심력이 지나치게 강하면 궤적이 너무 크게 휘어져서 나선을 그리며 지구로 추락할것이다. 그러므로 이 힘은 아주 적절한 강도로 작용해야 한다. - P50

정의 6

구심력의 절대 강도는 중심부에서 주변으로 전달되는 구심력의 강도로서,
구심력을 창출하는 원인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P50

정의 7

구심력의 가속 강도는 특정 시간 동안 구심력 때문에 생긴 속도(즉 가속도)에 비례한다. - P51

정의 8

구심력의 운동 강도는 특정 시간 동안 진행된 물체의 운동에 비례한다. - P51

위에 언급한 세 종류의 힘을 편의상 절대력 (absolute force), 가속력(accelerative force), 그리고 운동력 (motive force)이라 부르기로 하자. 이들은 각각 "힘의 중심을 찾아가는 물체"와 "물체가 놓인 위치", 그리고 "힘의 중심"과 관련되어 있다. 즉 운동력은 물체의 각 부분이 힘의 중심 쪽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을 모두 더한 전체적 경향이고, 가속력은 어떤 영향이 중심에서 주변으로 퍼져나갈 때 특정 위치에 있는 물체가 움직이는 정도를 나타낸다. - P52

물체를 구성하는 각 입자의 가속력에 의한 힘을 모두 더하면 물체에 작용하는 운동력이 얻어진다. 지표면 근처에서 중력 가속도(중력에 의해 나타나는 가속도)는 물체의 질량에 상관없이 일정하지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중력 가속도가 작아져서 무게가 가벼워진다. - P52

또한 이들을 포함하여 중심을 향하는 모든 힘은 물리적 개념이 아니라 수학적 관점에서 유도된 힘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구별하지 않고 혼용해서 쓸것이다. 앞으로 이 책에서 "중심에서 인력이 작용한다"는 식으로 힘의 중심에 물리적 의미를 부여한다 해도, 그것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 P53

부가설명

지금까지 나는 생소한 용어들을 정의하고, 앞으로 이 책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시간, 공간, 위치, 운동은 대체로 익숙한 용어서 따로 정의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대부분 이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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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기록에는 전혀 없다고 나오는 것일까.

책은 재밌다. 일단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니까. 그렇기에 내용은 평이하다.

분류를 추리소설보단 블랙-코미디 부분으로 했으면 좋겠다.







「살인의 제복」 제3회

스기야마 발레단의 사무국장인 나카야마 하루코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스기나미에 있는 발레단에 출근했다. 사무소는 연습실과 같은 건물 안에 있었다. - P161

그건 틀림없는 백조 의상이었다. 다만 의상만이 아니었다.
의상을 입은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그가 프리마돈나 유미카와 히메코라는 사실을 안 순간, 나카야마 하루코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미카와 히메코의 가슴에는 단검이 박혀 있었다. 소량의출혈이 하얀 의상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 P162

‘나카야마 하루코는 비명을 질렀다‘라고 치려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구식 워드프로세서 앞에 있던 마쓰이 기요후미는 책상 위의 시계를 봤다. 오후 2시 13분이었다.  - P162

"앗,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드려요. 잘 먹겠습니다." 마쓰이는 고개를 여러 번 숙였다.
"오호, 글 쓰고 있었나 보군. 연재 3회 원고인가?" 엔도는 워드프로세서 화면을 보며 물었다.
"네. 도무지 생각대로 되진 않지만 말입니다."
"아니, 마감까지는 시간이 많으니까 초조할 필요는 없지.
그런데 이번 달 『소설 긴초』는 받았나?" - P163

엔도는 그것을 펄럭펄럭 넘기더니 지난달 마쓰이가 쓴 살인의 제복 제2회를 펼쳤다.
"이제까지의 전개는 그럭저럭 좋아." 엔도가 말했다. "1회에서 갑자기 사체가 등장하는 것도 좋았어. 간호사가 병원에서 목 졸려 죽다니, 영상으로서도 아주 자극적이었지." - P164

"그런데 말이야, 장사라는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더 팔리냐 하면, 얘기가 또 달라져, 조금 엉망이라도 전개가 흥미로운 쪽이 더 잘 팔리는 게 현실이야. 독자는, 보라고, 그렇게사소한 부분까지는 제대로 읽지 않아. 작은 데 매달리지 않으니까." - P165

엔도는 그렇게 말하고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짓고 가져온 가방에서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신문스크랩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신문을 정리하다가 재미있는 기사를봤네. 아주 크게 다뤄지지 않아서 실렸을 때는 몰랐던 것 같아." - P166

하지만 바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엔도에게 들은 말이 마음에 걸렸다.
임팩트……… 라………….
그게 그렇게 쉽게 나오면 고생하지 않겠지, 그는 한숨을쉬었다.
마쓰이 기요후미가 작가로 데뷔한 것은 3년 전이다. 『소설 긴초』가 모집한 신인상에 응모해 가작으로 입선한 게 계기였다. - P167

『살인의 제복』은 연쇄살인을 다룬 추리소설이다. 범인은간호사, 백화점 여직원, 발레리나 등 독특한 제복이나 의상을 입는 여성만을 살해한다. 주인공은 처음 살해된 간호사의 연인이자 신문기자이다. 그가 경찰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진상에 다가가 마침내 진범과 대결한다는 게 중요한 줄거리다. - P168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죠?"
"아, 실은 수사에 협조해주셨으면 해서요." 경찰 수첩을 내보였다.
마쓰이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씀이죠?"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니까?" 뚱뚱한 형사는 실내를 가리켰다. - P169

"살해당한 것은 오미야에 있는 만푸쿠 백화점에서 일하는엘리베이터 걸입니다. 뒷덜미를 송곳 같은 것으로 찔렸습니다. 즉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 마쓰이는 말문이 막혔다.
"물론 아시겠죠." 모토키 형사는 그렇게 말하고 『소설 긴초』를 들어 올렸다. "어제 발매한 이 소설 잡지에 실린, 당신소설 그대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 P170

마쓰이는 형사가 왔던 일을 엔도에게 보고하러 왔다.
"그런데 경찰이 사건과 자네 소설의 유사성을 잘도 알아냈네. 소설 긴초의 애독자라도 있나?" - P170

 마쓰이는 바로 부정했다. "자랑할 것도 아니지만, 데뷔 이래 팬레터 같은 것도 악평 같은 것도 받은 적없습니다. 제가 어떤 소설을 발표하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 P171

"하지만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이용이라니?"
마쓰이가 묻자 "둔하네"라며 인도가 얼굴을 찡그렸다.
"보라고. 소설대로 사람이 죽었다고. 재밌지 않아?"
"그야 그렇지만.‘ - P171

그런데 그 아는 신문기자는 엔도만큼 흥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며칠이 지나도 마쓰이에게 신문기자로부터 전화 한 통오지 않았다. 다른 매체가 다루려는 기미도 없다. - P172

엔도가 툭 내뱉었다. "또 하나, 오지 않을까…………
"네?"
"아니, 그게, 그러니까." 엔도는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가를 가리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살인 사건이 한 번 더 일어나지 않을까? 게다가 자네 소설대로 말이야." - P172

그런데 그로부터 2주일-.
 우유와 토스트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면서 신문을 읽던마쓰이는 사회면을 펼쳤다가 우유를 뿜을 뻔했다.
‘프리마돈나 칼에 찔려 살해되다‘라는 머리기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P173

수화기를 들자 엔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신문 봤어?"
"봤습니다." 마쓰이가 말했다. 놀랐습니다."
"됐어! 이제 언론도 자네 소설에 주목할 거야. 이제부터 바빠질 걸세."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죠? 제 소설대로 사람이 죽어나가다니, 너무 기분이 나쁩니다." - P174

"우선 묻고 싶은건, 왜 간호사, 엘리베이터걸, 발레리나를 죽였냐는 겁니다. 물론 당신 소설 얘기죠." 모토키가 말했다.
"왜냐고 물으셔도 참 곤란합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다양한제복을 입은 여성을 노리는 범인을 그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나 엘리베이터 걸을 죽이면 재밌겠다고……………" - P175

"다음은 어떻습니까? 어떤 여성이 살해되는지, 이미 정했습니까?" - P176

"아니, 뭐, 그렇다는 건데. 그런 당신의 소설대로 사람이죽는다는 게 아무래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범인의 마음을 통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다면 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게 좋을 텐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P176

"어쨌든 당신의 알리바이를 묻겠습니다. 아, 우선은 간호사가 살해된 날부터 말씀해주십시오."
형사가 사라진 후에도 마쓰이의 불쾌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왜 내가 알리바이를 대야 한단 말인가. 내가죽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너무 어처구니없네. - P177

옆에서 다른 남성 리포터가 질문했다. "무엇보다 소설 속에서 왜 제복을 입은 여성만을 죽였습니까?"
"앗, 그게, 그건・・・・・"
"당신 취향입니까?"
"아니, 그건 아닙니다. - P178

"무슨 말씀이라니, 『소설 긴초』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 게다가 자네가 전에 발표한 단행본도 이미 증쇄에 들어갔다고."
"예? 증쇄?" 마쓰이는 절로 등을 꽂꽂이 폈다. "정말입니까?" - P179

마쓰이는 다리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만 같았다. 믿을 수없는 숫자였다.
"어이! 이 정도로 감격해선 곤란해. 아무리 책이 안 팔리는시대라 해도 10만 부씩 파는 작가도 많아. 우리도 목표를 높이 둬야지."
"하지만 그렇게 팔린 적이 없어서." - P180

이런 일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마쓰이는 신문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지나치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리라. 엔도가말했듯 이 기회를 살리는 것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 P181

"나, 범인인데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킥킥대고 웃었다.
"범인?"
"제복 여성 연쇄살인의 범인, 당신 소설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 말이야."
"설마………. 농담은 그만둬."
"정말 내가 죽였어. 나 때문에 당신도 유명해져서 좋지?"
"장난 전화에 어울릴 시간은 없어."
"장난 아닌데, 내가 처음 경찰에 전화해 사건과 소설의 유사성을 알려줬다고." - P182

"잠깐만! 왜 내가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해야하지?"
"끝까지 내 말을 들어. 당신이 그렇게 쓰면 이번에도 나는그대로 치어리더를 죽일 거야. 그럼 또 세상은 시끄러워지겠지 당신 소설과 이름도 주목받을 게 분명해. 어때? 나쁜 얘기는 아니잖아? 이제까지는 내가 당신 소설대로 죽일 상대를 골랐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죽이는 대로 당신이 소설을 쓰라고." - P183

『소설 긴초』 발매일은 매달 20일이다. 살인의 제복 제4회가 실리는 이 잡지가 발매된 날 아침, 몇몇 서점 앞에 긴 줄이 생겼다. 이런 일은 인기 아이돌이 화보집을 낼 때 정도뿐이다. 각 서점의 점원들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라 당황했다. - P184

"여러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민원이 왔어, 응원단 소속 여학생이 무서워 탈퇴한다면서. 물론 무시했지. 범인이 우리 소설을 모방하는 건 우리 책임이 아니니까. 어쨌든 반응이대단해. 다들 소설 잡지가 이렇게 팔린 건, 수십 년 만이래." - P184

그 엔도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은 『소설 긴초』가 발매되고나흘 뒤였다. 스기나미구에 있는 맨션의 어떤 방에서 여대생이 죽은 것이다. 소설에 그려진 상황과 완벽하게 똑같이 치어리더 의상을 입은 채 침대에서 교살됐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즉 형사가마쓰이를 찾아와 끈질기게 사정청취를 했고 다음으로 언론 관계자가 달려왔다. 다만 그 수가 두 배로 늘었다. - P185

 하지만 보통 그런 상대를 죽이면, 경찰은 피해자들의 공통점 같은 남자를 찼다는 점을 알아차릴 우려가 있다. 그래서 소설 줄거리대로 범행을 저지르는정신이상자의 짓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혐의가 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아마도 마쓰이의 소설 예고편을 읽고 착안한 게 분명하다. - P186

사흘 후, 다시 형사들이 찾아왔다.
"다음 소설 줄거리는 정하셨습니까?" 모토키 형사가 물었다.
"아뇨, 아직, 지금부터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요? 혹시 우리 바람을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연재를 쉬라거나 살인 장면을 넣지 말라는 요구라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P187

형사의 질문에 마쓰이는 당황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범인의 범행이 어려워진다. 잘못하면 체포될 수도 있다.
".......스튜어디스입니다." 생각 끝에 그가 대답했다.
"그렇군요. 대표적인 제복이죠." 형사들은 이해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 P188

그리고 소설대로 『소설 긴초』가 발매된 닷새 후, 지지부의 산속에서 모 상사에 근무하던 안내데스크 여직원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사체는 에르메스 스카프로 목이 졸려 있었다.
흉기 또한 소설대로였다. - P188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느낌이었다. 당분간 소설속에 살인 장면을 쓰지 말아 달라고 긴초샤 측이 얘기한 것이다.
"권력에 굴하자는 겁니까?" 마쓰이가 말했다. - P189

그리고 그날 밤, 범인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버스가이드를 죽이라는 지시였다.
"높은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려 살해돼. 머리가 깨져 피가뿜어져 나온다든가, 어쨌든 잔혹한 묘사를 넣어." 범인은 명백히 즐기고 있었다. - P190

"그렇군, 알았어, 알려주지. 내가 버스 가이드를 죽이는 곳은.…………." 범인은 그 장소를 말했다. 후쿠이현의 경치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 P190

조금 있다가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젊은 여자였다. 버스 가이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네. 마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은 경찰을 따돌리고 『소설 긴초』발매 전날에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 P191

그는 이번에 자신이 쓴 소설 내용을 반추했다. 실은 이번이 살인의 제복마지막회였다. 그 안에서 범인은 절벽에서몸을 날려 자살했다.
오늘 여기서 범인을 잘만 떨어뜨리면 경찰은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범인은 소설대로 범행을 저질러왔다. - P192

그때였다. 바로 뒤에서 기척이 났다.
"잘도 배신했네."
낯익은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목소리의 주인공이 마쓰이의 등을 밀었다. - P192

"자기 책대로 사건이 일어나면 이름이 알려진다고 생각한겁니까?" 여성 편집자가 물었다.
"아, 그런 셈이지. 그 생각을 하면 조금 책임감이 느껴져.
어떻게든 화제가 되어야 한다고 너무 몰아붙인 게 아닐까." - P193

"그러게나 말이야. 그 마지막 원고를 받았을 때는, 설마 그게 그의 유서가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했어." - P193

마카제관 살인사건 (최종회, 마지막 다섯 장)

(전략) 이것들은 사실, 단 하나의 진실만 알아내면 쉽게 풀 수있는 수수께끼였습니다. 그 진실이란." 그는 모두의 얼굴을둘러봤다.
(아아, 약해, 너무 약해. 끝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지못한 채 여기까지 와버렸어. 으악, 정말 큰일이야. 벌써 이번이 마지막 회인 데다 이제 남은 매수도 다섯 장뿐이야.
(후략) - P237

아니, 담당인 오모리씨가 잘못한 거야. 밀실 살인을 써달라고 해서 쓰긴 했는데핵심인 트릭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피로 쓴 글자도 마찬가지야 서스펜스 분위기를 고조하려고 다잉 메시지를 꺼냈는데 특별한 의미는 없었어. - P238

"즉 그 시계탑 문자판에 구멍이 있었습니다. 그걸 범인이교묘하게 이용한 것입니다." 다카야시키의 말에 일동이 수련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분명히 비난받을 거야. 밀실 살인이라고 요란을 떨어놓고 구멍이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역시 이건 아니야.
(중략) - P238

알려주고 싶은 건 바로 나야. 누굴 범인으로 해야 좋을까.
마지막에 가장 의외인 인물을 범인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오모리 씨는 무책임하게 말했는데 어떤 놈을 범인으로 삼아도 의외성은 없단 말이야 이거 곤란해.  - P239

"그럼 알려드리죠. 악마적인 두뇌를 이용해 무시무시한 범행을 저지른 인물, 즉 이곳의 주인 이와카제 씨를 살해한 범인은 - P239

[작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말 죄송하지만, 이 연재는 여기서 종료합니다. 편집부]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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