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여자는 죽었어.
다행이야.
이제 됐어. 모두를 위해서도 잘된 일이지. 이로써 날조 논문은세상에 나오지 않을 테니 시노자키 선생님의 명예를 지킬 수 있어. 이제 마음 편히 연구할 수 있을 테니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실험 지침도 충실하게 쓰자. - P316

"뭘 히죽히죽 웃고 있어!" 히로야마 부교수가 눈앞에 나타났다.
"히익!" 다바타 조교수는 제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왜 그리 당황해? 진정해."
"하지만!" 다바타 조교수는 비통한 목소리로 외치듯이 말했다. - P316

"무슨 사건?"
"자살입니다."
"자살? 오지라는 박사 연구원 이야기야?"
"아니요. 그 사람이 아니라 선생님이......"
"내가 자살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살아 있잖아." - P317

"왜 갑자기 내게 꿈 이야기를 하는 건데?"
다바타 조교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일까요? 하지만 어쩐지........
"어쩐지?"
"진짜 있었던 일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꿈이 진짜 같은 느낌이었다는 거야?" - P317

"이상한 학생 커플요?"
"응. 이상한 나라가 어떻고 저떻고 했잖아."
"아아. 그런 사람들이 왔었죠."
"망상이니까 신경 쓸 것 없어." - P318

"그런 것보다 오늘 오전 중에 모든 약품의 목록을 제출해 보유량과 연간 사용량 그리고 가격과 제품 안전 데이터시트도 덧붙여서."
"우리 연구실에는 약품이 천 가지도 넘게 있는데요."
"그래? 하지만 오늘이 마감이야. 반년이나 전에 지시가 내려왔으니까 이제 와서 미뤄달라고 할 수는 없어."
"저는 오늘 처음 들었습니다." - P318

그 녀석, 실실 웃고 있었어. 내가 죽은 줄 알았겠지. 뭐 아까까지는 그게 현실이었지만.
이 세계에서 히로야마 도시코가 죽더라도 이상한 나라에 본체인 메리 앤이 살아 있는 한 몇 번이라도 초기화되어 히로야마 도시코는 부활해 나만 특별히 그런 건 아니야. 그게 붉은 왕이 꾸는 꿈의 규칙이지 - P319

그건 그렇고 이번에 손댄 일련의 사건은 정말로 골치 아팠어.
첫 번째 오산은 잘못해서 험프티 덤프티를 죽인 거지. 그게 원인이 되어 앨리스가 말려들었고, 그리핀 말고도 흰토끼와 빌과 앨리스도 죽여야 했어. 계획을 세우기는 정말 귀찮았지만 아무튼해냈다고. - P319

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왜 돌아왔어? 빨리 목록이나 만들어 오늘 밤 안에 만들어서 내일 아침에 주면 큰 문제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제품 안전 데이터시트는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으니까 전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놔."
"난 그런 번거로운 일은 안 해요."
여자 목소리. 그것도 아는 목소리다. - P320

예상치도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앨리스,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아뇨. 죽었어요, 앨리스는 구리스가와 아리는 조용히 말했다. - P320

그 위에는 피투성이가 된 작은 회색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얘가 앨리스의 아바타라이자 내 소중한 가족인 햄순이예요."
"햄스터? 앨리스의 아바타라는 네가 아니라 햄스터였어?"
"그래요. 어제 내 방에 느닷없이 날아든 돌이 창문을 깨고 햄순이의 집에 떨어졌어요. 햄순이는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어요." - P323

"그건 사고야, 앨리스는 목걸이와 팔찌,발찌를 한 채로 몸이 커져서…………."
"앨리스는 평소에 장신구를 하지 않았어요. 일부러 그런 걸 하고 커지는 버섯을 먹다니 너무 부자연스러워요." - P324

"인류와 설치류의 관계가."
"뒤바뀌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나요?"
"아니. 여기는 붉은 왕의 꿈속이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없지. 그래서?"
"당신이 앨리스를 죽였을 때 난 앨리스의 호주머니 속에 있었어 - P325

"나도 앨리스가 무슨 증거를 떨어뜨린 게 아닐까 싶었어. 하지만 손안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허세인 줄 알았지. 설마 살아 있는 증거였을 줄이야."
"단념해요, 메리 앤." - P325

"경찰은 날 체포 못 해. 왜냐하면 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으니까."
"당신은 이상한 나라에서 다섯 명이나 죽였어요."
"하지만 지구에서는 한 명도 안 죽였어. 꿈속에서 몇 명을 죽이든 현실 세계에서는 처벌받지 않는다고."
"실제로는 이상한 나라가 현실이고, 지구가 꿈이에요.‘ - P326

"네가 아무리 떠들어봤자 개소리에 지나지 않아. 넌 친구가 죽어서 정신이 나갔어. 다들 그렇게 여길걸. 네 편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런데 그게 있거든." 문 오른쪽 사각지대에서 다니마루 경감이 나타났다.
"언제부터 있었어?" 히로야마 부교수의 안색이 변했다. - P327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
"그래. 당신은 자백했어."
"그건 그냥 농담이야."
"앨리스가 사망했을 때의 상태는 기밀이야. 당신은 범인밖에 모르는 사실을 나불나불 떠들었어." - P327

"두 명이 아닙니다." 문 왼쪽 사각지대에서 니시나카지마가 나타났다.
"도대체 몇 명이나 숨어 있는 거야?"
"더 이상은 없습니다. 당신이 악행을 저질렀다는 걸 증명할 수있는 증인은 세 명입니다."니시나카지마는 말했다. - P328

"이상한 나라에서 증언하면 뭐가 달라져? 거기에는 거짓말쟁이나 바보 둘 중 하나밖에 없다고, 무슨 증언을 하든지 신경도 안 쓰겠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건가?" 다니마루 경감이 말했다. - P328

"그런데 대관절 누가 증언을 들을까?"
"물론 판사지."
"판사는 누구지?"
"국왕이야. 하지만 실제로는 실권을 쥐고 있는 여왕이 판사인셈이지."
"흠. 그럼 여왕만 수긍하면 증거 따위는 필요 없지 않겠어?" - P329

"여왕은 머리가 나쁘니까. 다른 사람에게서 전해 들은 말은 이해 못 해. 오직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만 이해하지."
"과연 여왕은 머리가 나쁘군."
"응, 아주 나쁘지."
"중요한 정보야, 니시나카지마, 메모를 하도록." - P329

"그런데 히로야마 선생." 경감이 말했다. "머리가 나쁜 여왕이라도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건 이해하는 거지?"
"그래. 하지만 여왕이 보고 들어야 할 정보는 아무것도 없어. 사건은 전부 일어난 뒤니까." - P329

 다니마루 경감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아무개 형사가 이상한 나라에서 누구인지는 모르겠지?"
"가짜 거북?"
"그는 공작부인이야." - P330

아리 눈에는 한순간 히로야마 부교수의 눈알이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
"그럼 내가 공작부인이라는 거짓말은…………."
"들통난 지 한참 됐지. 구리스가와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당신은 가장 중요한 피의자로 지목됐어." - P330

"이봐, 아무개 씨." 히로야마 부교수는 니시나카지마를 불렀다.
"당신도 알잖아. 여왕은 바보에다 의심이 많다는 걸."
"글쎄요. 어떨까요."니시나카지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P330

"나, 그러니까 메리 앤이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라는 걸 받아들이도록 여왕을 설득할 자신 말이야."
"아아, 그 자신요?" 니시나카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설득할 생각이 없는데요."
히로야마 부교수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어때? 아무개 씨는 이미 포기한 것 같은데?" - P331

"아니,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본 것뿐이야. 그런데 왜 여왕을 설득할 필요가 있지?"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니시나카지마가 말했다.
"어? 당신들 내가 저지른 짓을 눈감아주려고?" - P331

"여왕을 설득할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여왕은 이미 당신이 진범이라는 걸 알거든." - P331

"하지만 여기에 여왕은 없어."
"아니, 있어." 다니마루 경감은 미소를 지었다. "내가 여왕이야." - P333

"네가 꿈속에서 한 일은 자백뿐이야. 범죄는 모조리 현실인 이상한 나라에서 저질렀지. 그러니 이상한 나라에서 벌을 받는 거야."
"생각났어요. 전 협박당해서 거짓 자백을 했어요."
"누가 협박했는데?"
"겨울잠쥐요." - P333

"그건 이상한데. 누명을 씌우려면 자백을 시키지말고 증거를날조하면 돼. 그럼 굳이 네가 스스로 자백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있잖아."
"아니에요. 제가 착각했네요. ・・・・・ … 그래요. 제가 우월한 지위를 남용했다는 걸 폭로하겠다고 협박했어요." - P334

"너도 계속 앨리스를 의심했으면서." 메리 앤은 목을 주무르며말했다. "지구에서는 중학생인 너희에게 돈도 줬잖아."
"그건 네가 주겠다고 해서 받은 거야. 뇌물이라는 자각도 없었어. 애당초 네가 범인인 중도 몰랐다고. 네 냄새가 앨리스와 똑같다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 P336

"야, 3월 토끼야. 혹시 앨리스와 메리 앤의 체취는 완벽히 똑같지 않아?‘ 이렇게. 그럼 난 ‘응, 맞아. 냄새로는 누가 누군지 전혀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야‘라고 대답했을 거야." - P336

"예."스페이드 3은 엎드려 있는 메리 앤의 목에 칼을 내리쳤다.
뭔가에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지만 잠시 후 메리 앤의 목덜미에서 피가 배어났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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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의 즐거움
『길가메시 대서사시』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아』
그리스 서정시인들
호라티우스의 『송시』
『베오울프』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지옥편』
『거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
제프리 초소의 『캔터베리 이야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존던
『킹 제임스 성경-시편』
존 밀턴의 『실낙원』
윌리엄 블레이크의 『순수의 노래 •경험의 노래』
윌리엄 워즈워스
제뮤얼 테일러 콜리지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앨프리드 테니슨 경
월트 휘트먼
에밀리 디킨슨
크리스티나 로세티
제라드 맨리 홉킨스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폴 로렌스 던바
로버트 프로스트
칼 샌드버그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에즈라 파운드
T. S. 엘리엇
랭스턴 휴스
W. H. 모든 - P515

‘시‘란 규정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광범위한 말이다. ‘시‘는 로버프로스트의 시 「자작나무」에 나오는 것처럼 상당히 직접적으로 보이는 단어가 결합되기도 한다. - P518

시는 역사처럼 과거의 한 면모를 연대순으로 기록할 수 있고, 소설 기능을 흉내 내서 한 인물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 P519

소설과 자서전, 역사 그리고 대부분의 희곡은 산문이다. 시와 운문은 각각 서로를 정의하는 말이다. 문학적인 이름표로서 ‘시‘란 대부분
‘산문이 아닌 것‘을 의미한다.(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 P520

시는 잠망경을 통해 관찰되는 무엇, 즉 시가 포착하려는 감각이나 분위기 혹은 문제, 사람, 나무, 숲, 강등의 ‘사물‘의 속을 들여다보는 관찰자(독자)를 언제나 연루시킨다. 하지만 시의 대상은 관찰자의 눈에 대상자체를 직접 각인시키지는 않는다. - P520

‘잠망경‘ 중 두 개의 거울은 시인과 시적 언어다. 한 편의 시에서 시인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그의 정신과 정서, 경험은 시의 일부가 된다. 소설가나 희곡 작가는 종종 시선 밖에 머무르려 한다. - P520

 오스턴의 『오만과 편견』에서 엘리자베스 베넷은 지금 막 다아시의 거만한 청혼을 거절했다.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머리를 식히려고 산책을 나선다. - P521

골목길 외진 곳을 따라 두세 차례 거닐다가 아침이 주는 상쾌함에 이끌려 공원 입구에 멈춰 서서 안쪽을 들여다봤다. 켄트에서 지낸 지도 어느덧 5주가 흐른 사이에 시골 풍경도 크게 변했고 어린 묘목들은 나날이 푸르름을 더해 가고 있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려 할 때 엘리자베스는 공원 가장자리에 있는 숲이라고 부를 만한 녹지에서 어떤 신사의 모습을 흘긋 봤다. 남자는 엘리자베스를 향해 걸어오는 중이었으나, 다아시 씨일까 겁먹은그녀는 얼른 몸을 뺐다. 하지만 다가오던 사람 쪽에서 이제는 엘리자베스가보일 만큼 가까웠던 까닭에 길음을 앞으로 옮겨 소리 내어 이름을 외쳤다.
이미 돌아섰던 엘리자베스는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다아시 씨의 목소리가 분명한데도 입구 쪽으로 길음을 재촉했다. 그때 다아시 씨도입구에 다다랐던 터라 편지 한 통을 엘리자베스에게 내밀었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편지를 받았다. 다아시 씨는 오만해 보일 만큼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 "당신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숲에서 잠시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편지를 읽어 주시는 영광을 주시겠습니까?" 말을 마치자 다아시 씨는고개를 까딱하며 인사를 건넨 다음 숲으로 돌아섰고,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것이 산문이다. - P521

술에 기대어 앉아 있다 보니
천 가지 뒤섞인 틈틈이 들리는데
그 달콤한 분위기에서 기쁜 생각은
슬픈 생각을 불러왔다.

(중략)

이런 믿음이 하늘에서 내려왔고
이런 것이 자연의 거룩한 뜻이라면
인간이 만든 것을
슬퍼해야 하지 않을까? - P523

잠망경으로 내부까지 뚫어지게 보면서 독자는 나뭇가지와 새 앵초꽃 덤불을 본다. 워즈워스 자신은 숲 한가운데 드러누워 ‘인간이 만든것‘을 애도하고 있다. 시인의 감각과 시인의 지각, 시인의 결론은 그 장면의 직물을 완전히 통과하며 짜여졌다.  - P523

시인의 존재는 시의 본질적인 부분이다. 시인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애써 의식적으로 표현한 시에서조차 그렇다. 다음은 마크 스트랜드가1980년에 쓴 시 「그대로 두기 위하여」이다.


들판에서
나만이 들판에
없다.
언제나
그렇다.
내가 어디에 있든
나만이 빠졌다. - P524

이런 존재로 인해 시인은 자기 작품의 주제에 대하여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시는 언제나 독자에게 상기시킨다. 오히려 시인은 세 가지입장 중 하나를 취한다. - P524

시인은 자기 바깐으로부터 무언가를 기원하거나 자신이 느긋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무관하게 존재하거나, 이 세계에서는 불쾌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자신의 이해 능력을 넘어서는 어떤 초월적인 진리를 향한 물길을 내는 것이다. 즉 시인은 외부의 어떤 힘을 목격하며 서 있다. - P524

시는 모두 신이나 사랑, 우울에 관한 것이다.
잠망경의 둘째 ‘거울‘은 언어다. 시의 언어는 자의식적으로 형식적이다. 즉 각각의 시에서 형식(시의 언어, 언어의 배치와 순서)은 시의 관념과 분리될 수 없다. 산문의 언어와 관념은 그보다 헐겁게 연결된다. - P525

하지만 시는 원래의 언어를 간직하는 범위에서만 시다. 『오만과 편견』을 여섯 시간짜리 영화로 각색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제인 오스틴이지만, 〔그대로 두기 위하여」를 그렇게 각색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마크 스트랜드가 아니다. 시인의 언어는 의미가 비춰지는 투명한 창이 결코 아니다. 한 편의 시에서는 언어가 의미다. - P525

"시는 삶의 모가지를 틀어쥐는 방법이다." (로버트 프로스트)
"시는 흡사 농담과 같다. 농담의 마무리로 단어 하나를 잘못 선택하면 전체 의미를 몽땅 잃어버린다." (W.S. 머윈) - P526

"시는 사랑과 같다. 그것과 부딪히면 기쁨을 경험하니까 알아보기 만족스러운 정의로 납작하게 고정해 두기는 아주 어렵다." (마리 폰소)

"시는 수천 년을 끊기지 않고 방송할 수 있는 라디오와 같다."(앨런 긴즈버그) - P526

의 시가 이런 모든 기교와 그 이상의 것을 사용하는 데도, 이런 독특한 시적 기교로 시를 특징짓지 않는다. 시적 언어의 관습은 세기가 바뀌면서 변하기 때문이다. - P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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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정도 읽었지만, 회귀분석이라는 것에 대해 감도 안 잡힌다. 계산은 아마도 할 줄 알 것이다, 기본적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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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거대한 공포에서조차 아이러니는 존재한다. 때로는 사건의 구성에 직접적으로 포함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물과 사건 사이에서 우연한 국면과 관련을 맺는데 그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와 일치하는 기막힌 일례로서 프로비던스라는 옛 도시에서 벌어진 한 사건이 있다. - P27

아이러니라는 것은 이렇다. 무수히 오고간 이 산챡로에서 섬뜩함과 기괴함을 장기로 하는 세계적인 대문호는 매번 거리의 동쪽에 있는 독특한 저택 하나를 지나가야 했다. 때 묻고 노후한 그 저택은 옆으로 느닷없이 솟구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 P28

그 저택은 예나 지금이나 호기심을 자아낸다. 원래는 농장 혹은 그와 비슷한 건물이었다가 18세기 중엽에 뉴잉글랜드 식민지풍의 일반적인 건축 양식, 그러니까 당시에 흔했던 뾰족지붕과 지붕창이 없는 다락으로 구성된 2층 구조로 바뀌었다. - P28

 처음에는 백가(街)로 불리다가 이름이 바뀐 베니피트 가는 애초에 1세대 정착민의 묘지 사이를 구불구불 누비는 오솔길이었다가, 노스 공동묘지로 묘를 이장한 뒤에야 옛 선조들의 땅을 조심스레 관통하는 직선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 P28

그 보도가 만들어진 백 년 전에는 도로의 중간지가 모두 제거되었다. 산책을 하던 포는 아마도 보도 면에서 직각으로 버티고 서서 원래의 저택 지붕널까지 3미터 높이로 솟아 있는 둔중한 회색빛의 벽돌담 밖에는 보지 못했을것이다. - P29

그곳의 버려진 정원에는 깨진 시멘트화분과 삼각대에서 떨어진 녹슨 주전자 따위의 잡동사니가 나뒹굴고, 무너져가는 이오니아식 벽기둥과 지저분한 삼각 박공벽으로 이루어진 현관은 세월의에 찌들어 채광창도 부서져 있다. - P29

 분명히 건강에 좋지 않은 건물인 모양인데, 습기와 지하실에서 자라는 균류, 역겨운악취, 통풍 혹은 우물이나 양수(水)의 수질 때문일지도 몰랐다. - P29

그게 내가 아는 사람들이 그 저택에 대해 믿는 전부였다. 결국에는 골동품 수집가인 엘리후 휘플 삼촌의 노트만이 오래 전 저택의 하인들과 소박한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 구전의 뿌리를 내게 알려주었다. - P29

결국 그 저택이 지역 사회의 ‘흉가‘로 낙인찍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저택에서 의자가 덜커덕거린다거나, 냉기가 흐른다거나, 불이꺼지거나 창가에 얼굴들이 나타난다는 따위의 말은 전혀 없다. - P30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저택이 세를 줄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버려지기 60년 전 쯤에 벌어진 일련의 독특한 사건들 이후에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 가지 원인에 의해 한꺼번에 돌연사한 것은 아니었다. - P30

이 정도가 삼촌에게 노트를 보여 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하기 전까지 내가 그 저택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두 사람은 마침내 오싹한 조사에 착수했다. - P30

지금도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공포는 불길한 식물들의 병적인 기이함 때문만이 아니라, 무서움을 찾아 열린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 느꼈던 저택의 섬뜩한 공기와 악취 때문이기도 했다. - P31

 박공의 양쪽 끝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외에는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서까래는 크고 길었는데, 다락에 가득한 부서진 상자와 의자, 물레들은 무수한 세월동안 수의와 꽃술처럼 내려앉은 먼지로 인해 기괴하고 오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P31

그러나 다락방이 그 저택에서 가장 끔찍한 장소는 아니었다. 최고는 습하고 눅눅한 지하실이었다. 지하실은 거리 쪽에서 지상으로 완전히 올라와 있는데다 빈약한 문 하나와 창문이 나 있는 벽돌 벽 바로 너머에 사람들로 붐비는 보도가 있음에도 우리에게 강한 반감을 주는 곳이었다. - P31

게다가 우리는 간혹 비오는 여름날이면 단단한 땅바닥을 뚫고 나오는 하얀 균류를 싫어했다. 바깥마당에 있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기괴했던 균류들은 생김새가 정말이지 소름이 끼쳤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독버섯과 수정란풀²을 혐오스럽게 모방해놓은 듯한 생김새였다. - P31

우리는 밤에는 단 한 번도ㅡ 떠들썩한 할로윈의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조차도 - 그 지하실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을 찾아간 낮에는, 특히 흐리고 습한 날엔 인공을 발견하고는 했다. - P32

그런 느낌이 강해진 어느 비오는 오후,
노르스름하게 희미한 빛을 발하는 옅은 수증기가 초석 무늬에서 솟더니 벽난로의 문 쪽으로 움직이는 광경이 얼핏 스쳤다. 그 일을 말하자 삼촌은 내 기발한 상상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어딘지 그 미소에는 회상의 빛이 어려 있었다. - P32

그 저택의 커다란 굴뚝에서 구울이나 늑대처럼 생긴 연기가 빠져나왔다거나, 벌어진 주춧돌 틈새를 비집고 지하실까지 내려온 얽히고설킨 나무뿌리들이 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P32

삼촌이 금단의 저택과 관련하여 수집해 온 노트와 자료를 내게 보여준 것은 내가 어른이 된 후였다. 내삼촌 엘리후 휘플 박사는 건전하고보수적인 성향의 의사로서 저택에 대한 내 큰 관심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젊은이에게 비정상적인 자극을 줄 분이 아니었다. - P33

삼촌은 독신이었다. 말끔하게 면도를 한 백발의 고전적인 신사로서,
시드니 라이더와 토머스 빅넬⁴ 등의 전통주의자 논객들과 심심찮게 논쟁을 벌이던 꽤 유명한 향토사학자이기도 했다. - P33

그곳이야말로 삼촌에게는 오랜 가문의 유적이자ㅠ기록의 산실이었다. 그중에는 베니피트 가에 있는 ‘금단의 저택‘과의관련성을 어렴풋이 암시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곳에서 베니피트 가의유해한 저택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 P33

삼촌에게 수집한 민담을 보여 달라고 끈질기게 청하는 사이에 내가어느덧 성인이 되자, 마침내 내 앞에 충분히 기이한 기록물이 펼쳐지게되었다. 상당수의 족보가 그렇듯이, 지루하고 쓸쓸한 통계적 계보 뒤로 음울하고 집요한 공포 및 불가사의한 악의가 느껴졌다. - P34

. 내가 먼저 시작한 조사에 삼촌은 합류하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그 저택에서 보낸 그날 밤 이후로 삼촌은 영영 나와 함께 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 P34

날짜가 뒤죽박죽인 가운데 출발한 그 저택의 초기 역사는 건물 자체나 그것을 지은 부유하고 고귀한 가족들과 관련해서 그 어떤 불길함도 내비치지 않았다. - P34

삼촌이 꼼꼼하게 수집해 놓은 기록은 그 저택이 세워진 1763년을 출발점으로 해서 이후 상당량의세부적인 사실들을 추적해 가고 있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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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면 저 ‘부교수‘ 캐릭터는 어떻게 ‘부교수‘가 된 거지?

아리는 숨을 삼켰다.
살해당한다.
"이게 뭔지 아니?" 히로야마 부교수가 아리에게 물었다.
"총인가요?"
"총이라면 총이지. 이건 타정총이야."
"역시 총이군요." - P279

"가까이 오지 마요." 아리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무섭지?"
"예. 하지만 울고불고할 정도는 아니에요."
"정말? 그럼 이제 안전장치를 풀게." 히로야마 부교수는 타정총을 조작했다. - P280

"난 모두에게 메리 앤이 살인범이라고 알릴 거예요. 그러면 이상한 나라에서도 수사에 진전이 있겠죠."
"그런 짓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왜 소용이 없죠?"
"난감쪽같이 달아날 수 있거든." - P281

"날 공갈하니 간 한번 크구나, 구리스가와 히로야마 부교수는 말했다.
아리는 히로야마 부교수가 이 무슨 생뚱맞은 말을 하나 싶었다.
공갈? 내가 히로야마 선생님을 공갈했다는 거야? 그런 턱없는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뭘 어쩌자는거야? - P281

범인을 밝히는 데 성공했는데 내 입장이 전보다 더 위태로워지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앨리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숲 속 나무줄기에 기대앉아 있었다. 설마 히로야마 부교수, 즉 메리 앤이 그런 식으로 달아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P283

게다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지금도 증거가 아예없는 건 아니고 말이야.
"아가씨?" 후드를 푹 눌러쓴 인물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예? 왜요?"
"실례지만 앨리스 씨 아닌가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나이가 지긋한 여자 같았다. - P284

"사형 날짜가 잡혔나요?"
"당신이 사형을 면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값싼 위로는 집어치워요."
"값싼 위로가 아니에요. ・・・・・・ 그럼 이렇게 말하면 믿겠어요? 진......
범은 메리 앤이에요. 아니지. ‘이었어요‘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 P284

"어딘지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 절 따라오세요." 후드를 쓴 여자는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앗! 기다려요."
갑자기 발아래가 물결쳤다.
하늘이 일그러지고 땅이 솟구쳤다. - P285

여자가 달건너편으로 가버렸을 때는 거의 절망에 빠졌지만, 다음 순간 앨리스는 갑자기 어느 집 앞에 서 있었다.
"다 왔어요." 후드를 쓴 여자가 말했다.
"여기 어디에요?" 앨리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워서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숲 속에 있는 독채 같았지만 이상한 나라에 그런 집은 아주 흔하다.
"모르시겠어요? 최근에 여기 오신 적이 있을 텐데요." - P286

"앨리스 씨, 메리 앤이 진범이라는 증거를 찾고 계시죠?"
"예. 그래요."
"전 그 증거를 제공할 수 있어요.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 P287

앨리스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둠 속을 들여다보았다.
찰칵.
목 언저리에서 소리가 났다.
뭐야?
등불이 켜졌다.
뭐야. 등불이 있으면 처음부터 켤 것이지. - P287

"개 목걸이, 잘 채워졌네." 후드를 쓴 여자는 손에 쇠사슬을 쥐고 있었다. 쇠사슬은 앨리스의 목에 채워진 고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후드를 쓴 여자가 쇠사슬을 세게 당겼다.
앨리스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 P288

"기분 나쁘기는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이 집 기억 안나?"
"밝아지니까 알겠네요. 여기는 흰토끼의 집이에요."
"그래. 여기는 흰토끼의 집이니까 이제 아무도 안 살아." - P288

"이 집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건 휜토끼와 메리 앤뿐‥………. 당신, 메리 앤한테 열쇠를 얻었어요? 그런데 메리 앤은 어떻게 죽었죠?"
"네가 목격자잖아?" - P288

"넌 그녀가 진범임을 규명했어. 그리고 그 사실을 공개하려고했지. 그녀 입장에서는 협박이라고 할 수 있어."
"범인을 규명하는 게 무슨 협박이에요. 선생님에게서 뭘 빼앗으려고 한 것도 아닌데."
"과연 그럴까? 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그녀는 사형당할지도 몰라." - P289

"하지만 그때 당신은 확실히 죽었어요."
"죽다니, 히로야마 도시코 말이니? 그래, 확실히 죽었지. 하지만 메리 앤은 죽지 않았어."
"당신, 히로야마 선생님의 아바타라가 아닌 거예요?" - P289

"지구에서 너희는 두 세계의 관계를 게임에 비유했다고 들었는데?"
"예. 이모리는 그렇게 말했죠."
"게임 캐릭터는 네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네 분신이지." - P290

"그건 게임과 좀 다른 점이지만 두 세계의 규칙상 죽고 말아."
"하지만 당신은 살아 있잖아요."
"그야 그렇지. 게임 캐릭터가 죽으면 너도 죽니?" - P290

앨리스는 갑자기 숨을 삼켰다. "즉, 이 세계의인간과 동물이 본체고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아바타라라고요?"
"그래. 반대인 줄 알았니?"
"내가 가짜거나 사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건지구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 P290

"난 어쩐지 두 세계가 대등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대등하지 않아. 진짜는 이쪽 세계고, 지구는 그냥 꿈이야."
"꿈? 내가 꾸는 꿈?" - P291

"흰토끼는 해답에 거의 접근했어. 그는 이 집의 비밀 지하실에서 연구를 해왔지. 난 그 연구 성과를 몰래 훔쳤어. 앨리스, 너도 대답의 일부는 알고 있을 거야."
"난 아무것도 몰라요."
"트위들덤과 트위들다. 그 두 사람은 흰토끼의 조수였던 적이있어." - P291

"글쎄, 모르겠어. 하지만 붉은 왕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야. 숲속에서 자고 있는 건 그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 메리 앤은 바닥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찼다. - P292

앨리스가 바닥 아래를 들여다보자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책들과 메모지가 흩어져 있었고, 한복판에는 기묘한 물체가 있었다.
그것은 헐벗은 산에 빨간 술이 달린 뾰족한 수면 모자를 씌워놓은 것처럼 보였다. - P292

"저건 붉은 왕이야."
"붉은 왕은 숲 속에서 자고 있을 텐데요.‘
"그는 이 세계에 널리 퍼져 있어. 숲 속에서 자고 있는 모습은불거진 마디 하나에 지나지 않지. 숲 속에 있는 붉은 왕과 여기 있는 붉은 왕은 서로 이어져 있고, 그 가치는 동일해." - P292

"다시 한번 잠들 때까지 지구는 소멸되지 않을까?"
"잠들면 지구는 부활하나요?"
"응. 하지만 흰토끼의 연구에 따르면 완전히 똑같은 지구로 돌아오지는 않는가 봐 조금씩 다르지. 예를 들면 이상한 나라에서 생긴 일을 동화로 쓴 지구도 생길지 몰라. 어쩌면 앨리스 네가 주인공으로 나올지도 모르지. 그럼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쯤 되려나?" - P293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만약 나랑 당신 체취가 비슷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제일 먼저 의심받았겠죠."
"운도 실력 중 하나야. 그런데 너희가 날 자꾸 궁지로 몰아넣었지. 그래서 죽이는 수밖에 없었어." - P294

"뭘 꾸물거리고 있어? 시간을 벌려고 해봤자 허사야." 메리 앤은 앨리스의 목에 칼을 댔다.
"지금 여기서 날 죽이면 변명할 수 없을 텐데요."
"변명 같은 거 안해. 네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그만인걸." - P294

두 사람은 2층 방으로 들어갔다.
메리 앤은 앨리스를 침대에 앉혔다.
"이제 평생 걸어 다닐 일은 없을테지." 메리 앤은 앨리스에게 족쇄를 채웠다. - P295

"먹인다고요? 음식을 갖다 주겠다는 건가요?"
"과자 같은 거라도 괜찮다면, 봐, 마침 여기에 쿠키가 있네." 메리 앤은 접시에 담긴 쿠키를 권하고 자신도 아득아득 씹어 먹었다. - P295

"잠자코 있으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거라고? 순진하기는."
어림짐작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야. 휘둘리면 안 돼.
오른쪽 다리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 P297

"어머, 눈치챘니? 그래. 이 쿠키에는 그 버섯 성분이 들어 있어.
네가 옛날에 먹고 커졌다 작아졌다 한 버섯 말이야."
"왜 그런 짓을 했죠? 커져서 날 으깨기라도 하려고요?"
"그러면 좋겠지만 네가 타살당한 시체로 발견되면 곤란해. 너자신이 살인귀인데 네가 살해당하면 다른 살인자가 있다는 게 들통나잖니" - P297

"그래서 어쩌려고요? 앞으로 계속 불안에 떨며 사느니 차라리 자수해서 편해지는 게 어때요?"
"웃기고 있네. 난 훨씬 영리한 방법을 찾아냈어."
"그게 뭔데요?"
"사고로 죽으면 돼." - P298

"넌 목걸이와 팔찌 발찌를 한 채 버섯이 든 쿠키를 먹고 말았어. 그리고 운 나쁘게도 그대로 잠들었지."
"목걸이를 한 채 쿠키를 먹고 잠드는 게 뭐 어때서요?"
"몸이 커질 거야."
"그건 알아요. 당신도 커졌으니까." - P298

앨리스는 절규했다. "다리가 다리가………."
"왜 그러니?" 메리 앤은 생글생글 웃었다.
앨리스는 자기 다리를 보았다. 족쇄가 발목을 파고들었다. 피부가 찢어지고 근육도 반쯤 잘려나갔다. - P299

"체질에 따라 먼저 커지는 부위가 다른데, 넌 다리부터 커지는모양이구나."
그래. 다리가 먼저 커졌어. 그래서 일단 다리가 아픈 거야. 그럼 다음은 어딜까? - P299

과연, 일단 발목이 잘려나가고, 다음으로 손목이 잘려나가고,
마지막에는 목이 잘리는 거야.
그다음에 메리 앤이 개 목걸이와 수갑, 족쇄를 목걸이와 팔찌, 발찌로 바꿔치기하는 거지. - P299

"더 이상 무의미하게 죄를 짓지 말아요. 정직하게 자수하라고요."
"그거야말로 무의미한 짓이지. 난 벌써 네 명이나 죽였어. 자수해도 사형당할 게 뻔하다고. 사형을 면하려면 방해꾼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야 해." - P300

논리적으로는 모순이 없는 것 같네. 메리 앤, 히로야마 선생님보다도 훨씬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아. 하지만 나도 그냥 맥없이 죽기는 싫다고.
앨리스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후 몸으로 메리 앤을 들이받았다. - P301

증거를 메리 앤의 악행을 증명할 증거를 남겨야 해.
증거는 있어. 여기 있어.
앨리스는 호주머니를 눌렀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이 증거도 위험해. - P302

"작아지면 격자 구멍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메리 앤이말했다. "하지만 작아지는 버섯을 찾을 시간은 없을 거야."
앨리스의 허리께가 부풀어 올라 치마가 찌지직 찢어졌다. - P302

"그거 뭐야? 보여줘!" 메리 앤 앨리스의 팔을 잡고 잡아당겼다.
하지만 앨리스의 팔은 너무 굵어진 뒤였다. 격자에 꽉 끼어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그거, 나한테 불리한 물건이야?" 메리 앤이 물었다. - P303

"네 팔은 지금의 열배로 굵어질 거야. 격자에 끼었으니 싹둑 잘리겠네. 아프겠다."
"어차피 수갑 때문에 잘릴 거잖아요."
앨리스의 손목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 P303

"확정 ・・・・・・ 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팽창된 목이 개 목걸이에 압박당해 잘록해졌다.
"센척하기는."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거짓말."
"아니요. 거짓말. ・・・・・ 아니에요・・・・・・ 비밀을 ・・・・・ 알고 싶어요?"
. - P304

메리 앤은 피바다를 건너 앨리스의 머리로 다가갔다. "뭐라고말 좀 해봐.
대답은 없었다.
"아아. 그렇구나, 폐가 없어서 말을 못 하는구나." - P305

떨어진 게 아니라 누가 거기에 놓아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메리 앤은 힘을 주어 손을 쫙 펼쳤다.
손에는 아무것도 쥐여져 있지 않았다. - P306

히로야마 부교수는 죽었다. 그 사실이야말로 의미가 있었다.
그 여자는 미쳤다. 그리고 주변에까지 광기를 발산했다.
다바타 조교수는 어제까지 자신이 얼마나 괴로운 나날을 보내왔는지 돌이켜보았다. - P307

"왜 그래프 같은 걸 실었어? 무슨 뜻인지 모르겠잖아. 선은 봐도 하나도 모르겠어. 표로 만들란 말이야. 이해하기 쉬운 표로." - P308

"뭐야, 이거? 이런 숫자를 보고 뭐가 뭔지 어떻게 알아? 숫자가 뭘 뜻하는지 말해봐. 그러니까 뭐 어쩌라고? 이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좋으면 동그라미. 나쁘면 곱표. 표는 동그라미랑 곱표로 표시해. 아아. 보통이면 세모로." - P308

"이리 좀 와봐 시노자키 선생님이 이 표는 쓰레기래. 완전히 엉터리라잖아. 그리고 데이터는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어. 이론을 써 와!" - P309

그러니까 처음 논문에 이론을 똑똑히 써놨잖아. 모르겠으니까 삭제하라고 한 게 누군데 그래!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테니까교수님한테 들고 가.
"이론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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