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거대한 공포에서조차 아이러니는 존재한다. 때로는 사건의 구성에 직접적으로 포함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물과 사건 사이에서 우연한 국면과 관련을 맺는데 그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와 일치하는 기막힌 일례로서 프로비던스라는 옛 도시에서 벌어진 한 사건이 있다. - P27
아이러니라는 것은 이렇다. 무수히 오고간 이 산챡로에서 섬뜩함과 기괴함을 장기로 하는 세계적인 대문호는 매번 거리의 동쪽에 있는 독특한 저택 하나를 지나가야 했다. 때 묻고 노후한 그 저택은 옆으로 느닷없이 솟구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 P28
그 저택은 예나 지금이나 호기심을 자아낸다. 원래는 농장 혹은 그와 비슷한 건물이었다가 18세기 중엽에 뉴잉글랜드 식민지풍의 일반적인 건축 양식, 그러니까 당시에 흔했던 뾰족지붕과 지붕창이 없는 다락으로 구성된 2층 구조로 바뀌었다. - P28
처음에는 백가(街)로 불리다가 이름이 바뀐 베니피트 가는 애초에 1세대 정착민의 묘지 사이를 구불구불 누비는 오솔길이었다가, 노스 공동묘지로 묘를 이장한 뒤에야 옛 선조들의 땅을 조심스레 관통하는 직선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 P28
그 보도가 만들어진 백 년 전에는 도로의 중간지가 모두 제거되었다. 산책을 하던 포는 아마도 보도 면에서 직각으로 버티고 서서 원래의 저택 지붕널까지 3미터 높이로 솟아 있는 둔중한 회색빛의 벽돌담 밖에는 보지 못했을것이다. - P29
그곳의 버려진 정원에는 깨진 시멘트화분과 삼각대에서 떨어진 녹슨 주전자 따위의 잡동사니가 나뒹굴고, 무너져가는 이오니아식 벽기둥과 지저분한 삼각 박공벽으로 이루어진 현관은 세월의에 찌들어 채광창도 부서져 있다. - P29
분명히 건강에 좋지 않은 건물인 모양인데, 습기와 지하실에서 자라는 균류, 역겨운악취, 통풍 혹은 우물이나 양수(水)의 수질 때문일지도 몰랐다. - P29
그게 내가 아는 사람들이 그 저택에 대해 믿는 전부였다. 결국에는 골동품 수집가인 엘리후 휘플 삼촌의 노트만이 오래 전 저택의 하인들과 소박한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 구전의 뿌리를 내게 알려주었다. - P29
결국 그 저택이 지역 사회의 ‘흉가‘로 낙인찍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저택에서 의자가 덜커덕거린다거나, 냉기가 흐른다거나, 불이꺼지거나 창가에 얼굴들이 나타난다는 따위의 말은 전혀 없다. - P30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저택이 세를 줄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버려지기 60년 전 쯤에 벌어진 일련의 독특한 사건들 이후에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한 가지 원인에 의해 한꺼번에 돌연사한 것은 아니었다. - P30
이 정도가 삼촌에게 노트를 보여 달라고 끈질기게 부탁하기 전까지 내가 그 저택에 대해 알고 있던 것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두 사람은 마침내 오싹한 조사에 착수했다. - P30
지금도 기억하는 어린 시절의 공포는 불길한 식물들의 병적인 기이함 때문만이 아니라, 무서움을 찾아 열린 현관으로 들어섰을 때 느꼈던 저택의 섬뜩한 공기와 악취 때문이기도 했다. - P31
박공의 양쪽 끝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외에는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서까래는 크고 길었는데, 다락에 가득한 부서진 상자와 의자, 물레들은 무수한 세월동안 수의와 꽃술처럼 내려앉은 먼지로 인해 기괴하고 오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 P31
그러나 다락방이 그 저택에서 가장 끔찍한 장소는 아니었다. 최고는 습하고 눅눅한 지하실이었다. 지하실은 거리 쪽에서 지상으로 완전히 올라와 있는데다 빈약한 문 하나와 창문이 나 있는 벽돌 벽 바로 너머에 사람들로 붐비는 보도가 있음에도 우리에게 강한 반감을 주는 곳이었다. - P31
게다가 우리는 간혹 비오는 여름날이면 단단한 땅바닥을 뚫고 나오는 하얀 균류를 싫어했다. 바깥마당에 있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기괴했던 균류들은 생김새가 정말이지 소름이 끼쳤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결코 볼 수 없었을 독버섯과 수정란풀²을 혐오스럽게 모방해놓은 듯한 생김새였다. - P31
우리는 밤에는 단 한 번도ㅡ 떠들썩한 할로윈의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조차도 - 그 지하실을 찾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을 찾아간 낮에는, 특히 흐리고 습한 날엔 인공을 발견하고는 했다. - P32
그런 느낌이 강해진 어느 비오는 오후, 노르스름하게 희미한 빛을 발하는 옅은 수증기가 초석 무늬에서 솟더니 벽난로의 문 쪽으로 움직이는 광경이 얼핏 스쳤다. 그 일을 말하자 삼촌은 내 기발한 상상에 미소를 머금었지만, 어딘지 그 미소에는 회상의 빛이 어려 있었다. - P32
그 저택의 커다란 굴뚝에서 구울이나 늑대처럼 생긴 연기가 빠져나왔다거나, 벌어진 주춧돌 틈새를 비집고 지하실까지 내려온 얽히고설킨 나무뿌리들이 괴상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 P32
삼촌이 금단의 저택과 관련하여 수집해 온 노트와 자료를 내게 보여준 것은 내가 어른이 된 후였다. 내삼촌 엘리후 휘플 박사는 건전하고보수적인 성향의 의사로서 저택에 대한 내 큰 관심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젊은이에게 비정상적인 자극을 줄 분이 아니었다. - P33
삼촌은 독신이었다. 말끔하게 면도를 한 백발의 고전적인 신사로서, 시드니 라이더와 토머스 빅넬⁴ 등의 전통주의자 논객들과 심심찮게 논쟁을 벌이던 꽤 유명한 향토사학자이기도 했다. - P33
그곳이야말로 삼촌에게는 오랜 가문의 유적이자ㅠ기록의 산실이었다. 그중에는 베니피트 가에 있는 ‘금단의 저택‘과의관련성을 어렴풋이 암시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곳에서 베니피트 가의유해한 저택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 P33
삼촌에게 수집한 민담을 보여 달라고 끈질기게 청하는 사이에 내가어느덧 성인이 되자, 마침내 내 앞에 충분히 기이한 기록물이 펼쳐지게되었다. 상당수의 족보가 그렇듯이, 지루하고 쓸쓸한 통계적 계보 뒤로 음울하고 집요한 공포 및 불가사의한 악의가 느껴졌다. - P34
. 내가 먼저 시작한 조사에 삼촌은 합류하겠다고 고집을 피웠고, 그 저택에서 보낸 그날 밤 이후로 삼촌은 영영 나와 함께 하지 못할 운명이었다. - P34
날짜가 뒤죽박죽인 가운데 출발한 그 저택의 초기 역사는 건물 자체나 그것을 지은 부유하고 고귀한 가족들과 관련해서 그 어떤 불길함도 내비치지 않았다. - P34
삼촌이 꼼꼼하게 수집해 놓은 기록은 그 저택이 세워진 1763년을 출발점으로 해서 이후 상당량의세부적인 사실들을 추적해 가고 있었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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