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보면 저 ‘부교수‘ 캐릭터는 어떻게 ‘부교수‘가 된 거지?

아리는 숨을 삼켰다.
살해당한다.
"이게 뭔지 아니?" 히로야마 부교수가 아리에게 물었다.
"총인가요?"
"총이라면 총이지. 이건 타정총이야."
"역시 총이군요." - P279

"가까이 오지 마요." 아리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무섭지?"
"예. 하지만 울고불고할 정도는 아니에요."
"정말? 그럼 이제 안전장치를 풀게." 히로야마 부교수는 타정총을 조작했다. - P280

"난 모두에게 메리 앤이 살인범이라고 알릴 거예요. 그러면 이상한 나라에서도 수사에 진전이 있겠죠."
"그런 짓 해봤자 아무 소용없어."
"왜 소용이 없죠?"
"난감쪽같이 달아날 수 있거든." - P281

"날 공갈하니 간 한번 크구나, 구리스가와 히로야마 부교수는 말했다.
아리는 히로야마 부교수가 이 무슨 생뚱맞은 말을 하나 싶었다.
공갈? 내가 히로야마 선생님을 공갈했다는 거야? 그런 턱없는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뭘 어쩌자는거야? - P281

범인을 밝히는 데 성공했는데 내 입장이 전보다 더 위태로워지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앨리스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숲 속 나무줄기에 기대앉아 있었다. 설마 히로야마 부교수, 즉 메리 앤이 그런 식으로 달아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 P283

게다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지금도 증거가 아예없는 건 아니고 말이야.
"아가씨?" 후드를 푹 눌러쓴 인물이 갑자기 말을 걸었다.
"예? 왜요?"
"실례지만 앨리스 씨 아닌가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나이가 지긋한 여자 같았다. - P284

"사형 날짜가 잡혔나요?"
"당신이 사형을 면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값싼 위로는 집어치워요."
"값싼 위로가 아니에요. ・・・・・・ 그럼 이렇게 말하면 믿겠어요? 진......
범은 메리 앤이에요. 아니지. ‘이었어요‘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 P284

"어딘지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 절 따라오세요." 후드를 쓴 여자는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앗! 기다려요."
갑자기 발아래가 물결쳤다.
하늘이 일그러지고 땅이 솟구쳤다. - P285

여자가 달건너편으로 가버렸을 때는 거의 절망에 빠졌지만, 다음 순간 앨리스는 갑자기 어느 집 앞에 서 있었다.
"다 왔어요." 후드를 쓴 여자가 말했다.
"여기 어디에요?" 앨리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워서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숲 속에 있는 독채 같았지만 이상한 나라에 그런 집은 아주 흔하다.
"모르시겠어요? 최근에 여기 오신 적이 있을 텐데요." - P286

"앨리스 씨, 메리 앤이 진범이라는 증거를 찾고 계시죠?"
"예. 그래요."
"전 그 증거를 제공할 수 있어요.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 P287

앨리스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둠 속을 들여다보았다.
찰칵.
목 언저리에서 소리가 났다.
뭐야?
등불이 켜졌다.
뭐야. 등불이 있으면 처음부터 켤 것이지. - P287

"개 목걸이, 잘 채워졌네." 후드를 쓴 여자는 손에 쇠사슬을 쥐고 있었다. 쇠사슬은 앨리스의 목에 채워진 고리와 연결되어 있었다.
후드를 쓴 여자가 쇠사슬을 세게 당겼다.
앨리스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 P288

"기분 나쁘기는 나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이 집 기억 안나?"
"밝아지니까 알겠네요. 여기는 흰토끼의 집이에요."
"그래. 여기는 흰토끼의 집이니까 이제 아무도 안 살아." - P288

"이 집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건 휜토끼와 메리 앤뿐‥………. 당신, 메리 앤한테 열쇠를 얻었어요? 그런데 메리 앤은 어떻게 죽었죠?"
"네가 목격자잖아?" - P288

"넌 그녀가 진범임을 규명했어. 그리고 그 사실을 공개하려고했지. 그녀 입장에서는 협박이라고 할 수 있어."
"범인을 규명하는 게 무슨 협박이에요. 선생님에게서 뭘 빼앗으려고 한 것도 아닌데."
"과연 그럴까? 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그녀는 사형당할지도 몰라." - P289

"하지만 그때 당신은 확실히 죽었어요."
"죽다니, 히로야마 도시코 말이니? 그래, 확실히 죽었지. 하지만 메리 앤은 죽지 않았어."
"당신, 히로야마 선생님의 아바타라가 아닌 거예요?" - P289

"지구에서 너희는 두 세계의 관계를 게임에 비유했다고 들었는데?"
"예. 이모리는 그렇게 말했죠."
"게임 캐릭터는 네 의사에 따라 움직이는 네 분신이지." - P290

"그건 게임과 좀 다른 점이지만 두 세계의 규칙상 죽고 말아."
"하지만 당신은 살아 있잖아요."
"그야 그렇지. 게임 캐릭터가 죽으면 너도 죽니?" - P290

앨리스는 갑자기 숨을 삼켰다. "즉, 이 세계의인간과 동물이 본체고 지구에 있는 사람들이 아바타라라고요?"
"그래. 반대인 줄 알았니?"
"내가 가짜거나 사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그건지구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죠." - P290

"난 어쩐지 두 세계가 대등한 게 아닐까 싶었어요."
"대등하지 않아. 진짜는 이쪽 세계고, 지구는 그냥 꿈이야."
"꿈? 내가 꾸는 꿈?" - P291

"흰토끼는 해답에 거의 접근했어. 그는 이 집의 비밀 지하실에서 연구를 해왔지. 난 그 연구 성과를 몰래 훔쳤어. 앨리스, 너도 대답의 일부는 알고 있을 거야."
"난 아무것도 몰라요."
"트위들덤과 트위들다. 그 두 사람은 흰토끼의 조수였던 적이있어." - P291

"글쎄, 모르겠어. 하지만 붉은 왕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야. 숲속에서 자고 있는 건 그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 메리 앤은 바닥의 움푹 들어간 부분을 찼다. - P292

앨리스가 바닥 아래를 들여다보자 거기에는 무수히 많은 책들과 메모지가 흩어져 있었고, 한복판에는 기묘한 물체가 있었다.
그것은 헐벗은 산에 빨간 술이 달린 뾰족한 수면 모자를 씌워놓은 것처럼 보였다. - P292

"저건 붉은 왕이야."
"붉은 왕은 숲 속에서 자고 있을 텐데요.‘
"그는 이 세계에 널리 퍼져 있어. 숲 속에서 자고 있는 모습은불거진 마디 하나에 지나지 않지. 숲 속에 있는 붉은 왕과 여기 있는 붉은 왕은 서로 이어져 있고, 그 가치는 동일해." - P292

"다시 한번 잠들 때까지 지구는 소멸되지 않을까?"
"잠들면 지구는 부활하나요?"
"응. 하지만 흰토끼의 연구에 따르면 완전히 똑같은 지구로 돌아오지는 않는가 봐 조금씩 다르지. 예를 들면 이상한 나라에서 생긴 일을 동화로 쓴 지구도 생길지 몰라. 어쩌면 앨리스 네가 주인공으로 나올지도 모르지. 그럼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쯤 되려나?" - P293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만약 나랑 당신 체취가 비슷하지 않았다면 당신이 제일 먼저 의심받았겠죠."
"운도 실력 중 하나야. 그런데 너희가 날 자꾸 궁지로 몰아넣었지. 그래서 죽이는 수밖에 없었어." - P294

"뭘 꾸물거리고 있어? 시간을 벌려고 해봤자 허사야." 메리 앤은 앨리스의 목에 칼을 댔다.
"지금 여기서 날 죽이면 변명할 수 없을 텐데요."
"변명 같은 거 안해. 네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그만인걸." - P294

두 사람은 2층 방으로 들어갔다.
메리 앤은 앨리스를 침대에 앉혔다.
"이제 평생 걸어 다닐 일은 없을테지." 메리 앤은 앨리스에게 족쇄를 채웠다. - P295

"먹인다고요? 음식을 갖다 주겠다는 건가요?"
"과자 같은 거라도 괜찮다면, 봐, 마침 여기에 쿠키가 있네." 메리 앤은 접시에 담긴 쿠키를 권하고 자신도 아득아득 씹어 먹었다. - P295

"잠자코 있으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거라고? 순진하기는."
어림짐작으로 말하고 있을 뿐이야. 휘둘리면 안 돼.
오른쪽 다리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 P297

"어머, 눈치챘니? 그래. 이 쿠키에는 그 버섯 성분이 들어 있어.
네가 옛날에 먹고 커졌다 작아졌다 한 버섯 말이야."
"왜 그런 짓을 했죠? 커져서 날 으깨기라도 하려고요?"
"그러면 좋겠지만 네가 타살당한 시체로 발견되면 곤란해. 너자신이 살인귀인데 네가 살해당하면 다른 살인자가 있다는 게 들통나잖니" - P297

"그래서 어쩌려고요? 앞으로 계속 불안에 떨며 사느니 차라리 자수해서 편해지는 게 어때요?"
"웃기고 있네. 난 훨씬 영리한 방법을 찾아냈어."
"그게 뭔데요?"
"사고로 죽으면 돼." - P298

"넌 목걸이와 팔찌 발찌를 한 채 버섯이 든 쿠키를 먹고 말았어. 그리고 운 나쁘게도 그대로 잠들었지."
"목걸이를 한 채 쿠키를 먹고 잠드는 게 뭐 어때서요?"
"몸이 커질 거야."
"그건 알아요. 당신도 커졌으니까." - P298

앨리스는 절규했다. "다리가 다리가………."
"왜 그러니?" 메리 앤은 생글생글 웃었다.
앨리스는 자기 다리를 보았다. 족쇄가 발목을 파고들었다. 피부가 찢어지고 근육도 반쯤 잘려나갔다. - P299

"체질에 따라 먼저 커지는 부위가 다른데, 넌 다리부터 커지는모양이구나."
그래. 다리가 먼저 커졌어. 그래서 일단 다리가 아픈 거야. 그럼 다음은 어딜까? - P299

과연, 일단 발목이 잘려나가고, 다음으로 손목이 잘려나가고,
마지막에는 목이 잘리는 거야.
그다음에 메리 앤이 개 목걸이와 수갑, 족쇄를 목걸이와 팔찌, 발찌로 바꿔치기하는 거지. - P299

"더 이상 무의미하게 죄를 짓지 말아요. 정직하게 자수하라고요."
"그거야말로 무의미한 짓이지. 난 벌써 네 명이나 죽였어. 자수해도 사형당할 게 뻔하다고. 사형을 면하려면 방해꾼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여야 해." - P300

논리적으로는 모순이 없는 것 같네. 메리 앤, 히로야마 선생님보다도 훨씬 머리가 잘 돌아가는 것 같아. 하지만 나도 그냥 맥없이 죽기는 싫다고.
앨리스는 조용히 숨을 들이마신 후 몸으로 메리 앤을 들이받았다. - P301

증거를 메리 앤의 악행을 증명할 증거를 남겨야 해.
증거는 있어. 여기 있어.
앨리스는 호주머니를 눌렀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이 증거도 위험해. - P302

"작아지면 격자 구멍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메리 앤이말했다. "하지만 작아지는 버섯을 찾을 시간은 없을 거야."
앨리스의 허리께가 부풀어 올라 치마가 찌지직 찢어졌다. - P302

"그거 뭐야? 보여줘!" 메리 앤 앨리스의 팔을 잡고 잡아당겼다.
하지만 앨리스의 팔은 너무 굵어진 뒤였다. 격자에 꽉 끼어서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그거, 나한테 불리한 물건이야?" 메리 앤이 물었다. - P303

"네 팔은 지금의 열배로 굵어질 거야. 격자에 끼었으니 싹둑 잘리겠네. 아프겠다."
"어차피 수갑 때문에 잘릴 거잖아요."
앨리스의 손목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 P303

"확정 ・・・・・・ 된 건・・・・・… 아무것도…………… 없어요."
팽창된 목이 개 목걸이에 압박당해 잘록해졌다.
"센척하기는."
"당신이………… 모르는 게 있어요."
"거짓말."
"아니요. 거짓말. ・・・・・ 아니에요・・・・・・ 비밀을 ・・・・・ 알고 싶어요?"
. - P304

메리 앤은 피바다를 건너 앨리스의 머리로 다가갔다. "뭐라고말 좀 해봐.
대답은 없었다.
"아아. 그렇구나, 폐가 없어서 말을 못 하는구나." - P305

떨어진 게 아니라 누가 거기에 놓아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메리 앤은 힘을 주어 손을 쫙 펼쳤다.
손에는 아무것도 쥐여져 있지 않았다. - P306

히로야마 부교수는 죽었다. 그 사실이야말로 의미가 있었다.
그 여자는 미쳤다. 그리고 주변에까지 광기를 발산했다.
다바타 조교수는 어제까지 자신이 얼마나 괴로운 나날을 보내왔는지 돌이켜보았다. - P307

"왜 그래프 같은 걸 실었어? 무슨 뜻인지 모르겠잖아. 선은 봐도 하나도 모르겠어. 표로 만들란 말이야. 이해하기 쉬운 표로." - P308

"뭐야, 이거? 이런 숫자를 보고 뭐가 뭔지 어떻게 알아? 숫자가 뭘 뜻하는지 말해봐. 그러니까 뭐 어쩌라고? 이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좋으면 동그라미. 나쁘면 곱표. 표는 동그라미랑 곱표로 표시해. 아아. 보통이면 세모로." - P308

"이리 좀 와봐 시노자키 선생님이 이 표는 쓰레기래. 완전히 엉터리라잖아. 그리고 데이터는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어. 이론을 써 와!" - P309

그러니까 처음 논문에 이론을 똑똑히 써놨잖아. 모르겠으니까 삭제하라고 한 게 누군데 그래!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테니까교수님한테 들고 가.
"이론 말씀이군요. 알겠습니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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