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했지?




그가 선택한 부지 -인파로 북적이는 칩사이드 위의 언덕 한쪽을따라 펼쳐진 백 가 중에서 새단장을 끝낸 지 얼마 안 된 지역 -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입지였고, 저택도 그런 장소에 걸맞게 세워졌다. - P35

이듬해 4월 아이들 사이에 병이 돌았고, 그 달이 가기 전에 애비게일과 루스가 숨을 거두었다. 다른 의사들이 소모성 질환이라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아이브스 박사는 유아 열병으로 진단했다. 게다가 그 병은 전염성인 것으로 보였다. - P35

남편을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미망인 로비 해리스는 그로부터 2년 뒤에 장남 엘카나마저 세상을 떠나자 최후의 일격을 받게 된다. 1768년에 그녀는 가벼운 정신질환에 걸렸고, 그 후로 저택의 2층에따로 격리되었다. - P36

결혼을 하지 않은 그녀의 언니 머시 덱스터가 살림을맡기 위해 저택으로 이주해 왔다. 평범한 외모에 비쩍 말랐어도 기운이넘쳤던 머시는 그 저택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눈에 띄게 쇠약해져 갔다. - P36

5년동안에 일곱 명이 죽거나 정신병에 걸린 비극은 난롯가에서 오가는 소문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에는 아주 기괴하게 바뀌었는데, 머시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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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집은 의붓아버지가 취직한 목장의 한쪽 끄트머리에있는 손님용 숙소였다. 목장 주인인 미국인 부부는 플로르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들은 그를 ‘시시(애기)‘라고 불렀고, 학교에 다니고 영어를 공부하게도 도와주었다. 의붓아버지는 그들만큼 마음이 넓지 않았다. - P273

 의붓아버지가 정말로 자신에게 손댄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 P274

이 일로 플로르는 아무도 자신을 지켜주지 않을 거라는 의붓아버지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접근을 받아들일 순 없었다. 플로르는 그가 또 잠자리에 기어들 때를 대비해 베개와 시트 사이에 칼을 숨겨두었다.  - P274

플로르는 그 집에 1년 가까이 머물렀다. 그사이에 어머니에게 연락하여 자신이 머무는 곳을 알렸고, 따로 연락하고 싶었던 사람의 연락처를 물어보았다. 바로 친아버지였다. - P275

이 시골 마을에는 텍사스농업기술대학교가 있었고, 관목과 농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으며, 상업 및 산업 시설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는 샌더슨 팜스Sanderson Farms의 닭고기 정육공장이었다. - P275

텍사스주 토박이 저널리스트 로런스 라이트 Lawren Wright는 그의 2018년 저서 《주여 텍사스를 구하소서 God Save Texas》에서 텍사스의 160만 미등록 이주민을 묘사하는 새로운 표현을 제시했다. - P275

(・・・) 그림자 인간들이 제공하는 값싼 노동력이 이 나라를, 특히 국경 주들을 떠받치고 있다. 이들은 노예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유민도 아니다.¹ - P276

 아버지를 따라 브라조스 카운티에 오고 몇 년 후 플로도 그 공장에 지원했다. 지원서에는 본명이 아니라 그가 구한가짜 영주권에 적힌 ‘마리아 가르시아‘라는 이름을 썼다(플로르 마르티네스‘도 본명은 아니다). 회사는 서류를 문제 삼지 않고 즉시 그를 채용했다. 이 공장에는 미등록 이주민이 많았다.  - P276

일을 시작하고 몇 달 후, 회사에서 관리자를 늘릴 계획이라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 관심이 있을 만한 사람, 즉 몇 년 전에 만나 얼마 전에 남편이 된 마누엘에게 알렸다. - P277

혹시라도 이민국에서 나와 서류를 확인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것 같았다. 플로르는 마누엘과 상의한 끝에 공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 P277

플로르가 하던 일은 컨베이어벨트, 이른바 ‘해체 라인‘에 걸린 채 회전하는 죽은 닭들에서 분비샘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목 잘린 닭의 행진은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 P277

어느 날 그가 성실하고 쾌활하게 일하는 모습을 눈여겨본 한 손님이 그에게 다른 일자리를 제안했다. 그는 칙필에이 Chick-fil-A 체인점 점주였고, 플로르는 그곳 카운터에서 영어로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던 플로르는 급하게 영어를 배웠고 그 와중에도 팀장으로, 교대조 조장으로, 지점 매니저로 쭉쭉 승진했다. 유일한 문제는 지점 매니저가 받는 돈이 최저임금보다 약간더 많은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 P278

닭고기 정육공장 해체 라인의 시급은 11~13달러다. 다른 일반 공장보다는 적은 편이었지만, 플로르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그곳이 제일 나았다. - P278

 그러나 그 이후에는 본인의 고통이 너무 심해서 닭을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생닭걸기 라인에서는 한 사람이 1분에 65마리를 벨트에 걸어야 했다.
이 광폭한 속도를 따라가려면 한 손에 한 마리씩, 한 번에 두 마리를 꺼내 벨트에 거는 즉시 몸을 굽히고 다음 두 마리를 꺼내야 했다. - P279

도저히 참지 못한 플로르는 관리자에게 다른 일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번에는 컨베이어벨트 맨 끝에 위치한 포장 라인에서 닭고기를 비닐백에 넣는 일이 주어졌다. - P279

플로르는 늘 통증에 시달렸지만, 몸의 아픔보다도 더욱 고약한 아픔이 있었다.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통증에 뒤따라오는 언어적, 감정적 홀대였다. 그 어떤 관리자도 그에게 상태가 어떤지묻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꾸짖었다. "일하기가 싫은 모양이지"하고 쏘아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 P280

 관리자를 무서워하는 일부 여성 노동자는 작업복 안에 바지를 한 겹 더 입고 정 급할 땐 선 채로 오줌을 쌌다. 그보다 더한 괴롭힘도 경험하고 이겨낸 플로르는 아무도 무섭지 않았기에 정 급할 땐 허락 없이 화장실에 갔다. - P280

2018년 내가 플로르 마르티네스를 처음 만난 곳은 벽돌로 지어진 교회를 마주 보는 ‘과달루페 성모회관‘이라는 브라이언의주민 시설이었다. 이날 이곳에서는 가금류 도축 노동자의 권리를 교육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 P281

사람들은 쉬는 시간이면 바깥에 옹기종기 모여서 세미나 주최 측이 준비한 가정식 플라우타와 타말레를 먹으며 스페인어로 담소를 나누었다. - P281

남편 마누엘이 관리자라는 사실도 얄궂게 작용했다. - P280

 관리자가 그 윗사람들에게 받는 압박에 비하면 플로르가 느끼는 압박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회의에 들어가면 왜 일선 인력을 더 세게 압박하지 못하느냐고 추궁당한다고 했다. - P281

미국에서는 1990년대 닭고기가 콜레스테롤이 적다는 장점을 내세워 소고기 대용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이후 닭고기 정육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상했다. 닭고기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앨버트빌 같은 지역에 새 일자리가 생겨났는데 그 자리는 주로 멕시코계와 과테말라 이주민이 차지했다. - P282

앨라배마주의 유력 정치가 중에도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중 한 사람인 연방 상원의원 제프 세션스는 이주민에대해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고, 특히 앨라배마주 가금류 산업의 노동자 구성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세션스의 친한 친구이자 반이주민 단체 넘버스유에스에이 Mumber5U34의 창립자인 로이 벡Roy Beck은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에서 세션스가 "이주민 문제를 자신의 간판 사안으로 만든 데는 앨라배마주 가금류 공장 관련 경험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 P282

 다만 어느 정도는 이주민 때문에 본토인에겐 매력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된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앨버트빌에서든 다른 어디에서든 닭고기 공장 일은 ‘이주민 노동‘
이 되었고, 그 결과 이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의 임금과 협상력에 이주노동자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여 일의 위상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 P283

다만 어느 정도는 이주민 때문에 본토인에겐 매력이 떨어지는 일자리가 된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앨버트빌에서든 다른 어디에서든 닭고기 공장 일은 ‘이주민 노동‘
이 되었고, 그 결과 이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사의 임금과 협상력에 이주노동자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여 일의 위상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 P283

 <디스 아메리칸 라이프>의 해당 회차가 방송된 2017년에 그의 시급은 11.95달러로, 인플레이션이 제대로 반영되었다면 받았을 금액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다. 2002년가금류 도축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제조업 전체 평균 임금보다24퍼센트 적었다. 2020년에는 그 차이가 40퍼센트로 벌어졌다.  - P283

 그러나 실제로는 적은 임금에도 일하고 싶어하는 이주민의 공급 증가가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었다(회사 측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불평도 거의 하지 않는 절박한 이주노동자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팻 같은 본토인도 감지하고 있었다). - P284

 "이주자를 고용할 수 있는 한고용주는 더러운 일을 개선할 필요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그리하여 미국인은 더러운 일에 점점 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³ - P284

3 Philip Martin, "The Missing Bridge: How Immigrant Networks KeepAmericans out of Dirty Jobs," Population and Environment 14, no. 6(1993): p.539. - P478

물론 진보적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이주노동자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이 보기에 이주노동자는 다른 모든 사람이 하지 않으려는 힘들고 보람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 P284

 일단 가축을 공장식으로 사육하고 도축하는 산업에는 동물 학대, 호르몬제 · 항생제 남용, 환경오염 등 진보주의자가 혐오하는 많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2009)에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Jomathan Safran Poer는 공장에서 생산한 고기를 "고문당한 살‘이라고 표현했다.⁵ - P285

5 Jonathan Safran Foer, Eating Animals (New York: Little, Brown, 2009), p.143. - P478

공장에서 생산한 고기를 먹는 것은 이 고문에 가담하는 것이라는 이 책의 메시지는 건강과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전통적인 농가에서 생산한 유기농 고기를 소비하거나 채식을 선택하는, 점점늘고 있는 소비자층에 반향을 일으켰다. - P285

 또 KFC가 "올해의 우수 공급업체"로 선정한 어느 시설에서는 "닭을 걷어차고 짓밟고 벽에 내던지고 눈에 씹는담배를 뱉었다."⁶ 이런 글에는 사람이 동물을 죽이는 일을 하면 사악한 고문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 P286

6 위의 책, p.182.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송은주 옮김 (민음사, 2011)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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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힘이 한순간에 빠져나갔다. 무릎에 팔을 대고 이마를 묻었다. 눈을 깊게 감자 예원이 떨어지던 순간이 선연히 감은 눈 안에서 재생되었다. - P99

아파트에서 이불을 털다가 떨어지는 일은 가끔 있는 일이라며 이송되어 오는 동안 구급대원이 말했다. 검사 결과, 팔의 찢긴 부위는 꿰매야 할 정도로 상처가 깊었지만 걱정했던 골절은 없었다.  - P99

‘무슨 일이라도 저지를.
...
선준은 머릿속에 밀려 들어오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불안증과 충동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예원이라 하더라도 그런 짓을 벌였을까. - P100

거기까지 생각한 선준의 움직임이 느닷없이 멈추었다.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P100

‘로운이!‘
선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로운이 혼자 집에 남아 있을터였다. 아니, 그것조차 확신할 수 없어서 불길했다. - P101

"로운아?"
거실에 불을 켰다. 로운은 거실에 없었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고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선우의 방은 닫힌 채였다. - P102

온 방 안은 아이가 접어놓은 종이 개구리로 가득했다. 로운은 그 한가운데에 가만히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빛에 눈이 부실 텐데도 움찔거리거나 잔뜩 구긴 얼굴을 들지도않았다.  - P103

그의 발에 종이 개구리가 밀렸다. 그제야 아이는 움직이는 종이 개구리를 따라 시선을 들었다. 그러고는 어느덧 자신의 가까이에 온 선준의 발이 무슨 의미라도 있는 것처럼 한참이나 들여다보았다. - P103

그러고도 돌아오지않는 예원을 기다리며 꼼짝 않고 있었던 것이다. 요양원에서 엄마가 오길 기다리던 때처럼 선준은 로운의 앞에 주저앉았다. 그의 무릎에 노란색 개구리가 깔렸다. 로운의 눈이 그쪽으로 향했다.  - P104

선준은 떨리는 두 손으로 로운의 뺨을 감쌌다. 데려온 것도 예원이었고, 아이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고 했던 것도 예원이었지만, 자신 역시 그것에 동조했다.  - P104

내 아이가 중요해 다른 아이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던 거야.
선준은 로운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로운이 큰 눈을 깜박거리며 그를 보았다. - P104

"이젠 제가 필요 없어요?"
돌연 가슴이 뻐근해졌다.
"그런 거 아니야, 로운아."
선준이 로운의 손을 잡았다. 로운의 손은 놀랄 정도로 차가웠다. - P105

"로운아, 아저씨가 미안해 널 이렇게 혼자 두면 안 되는 거였는데…………."
"아줌마." - P105

"아줌마한테 갈래! 아줌마 아줌마!"
로운이 벌떡 일어서려 했다. 반사적으로 선준은 아이의 손을 잡았다. 그 힘이 강했는지 몰라도 로운의 작은 발이 미끄러지면서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아니면 스스로 넘어진 걸지도 모른다.
왜 그랬는지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순식간이었다. - P106

그때였다. 아주 찰나의 순간 로운의 몸이 움직임을 멈췄다. 동시에 로운이 손목을 입으로 가져갔다. 작은 입이 어두운 공간을 드러내며 벌어졌다. 자해였다.
"안돼!" - P106

이렇게 되기까지 아이가 겪은 외로움은 그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외로움을 두사람이 이용하려 했다.
"미안하다 미안해."
"아줌마한테 갈래."
무슨 말을 해도 로운은 같은 말을 반복할 터였다. - P107

일단은 예원의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지금쯤이면 처치가 끝났을 것이다. 아이를 예원과 만나게 해준 다음 내일 아침 일찍 요양원으로 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선준은 아이를 안고 일어나려 했다. 그것만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도.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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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책.


플로르 마르티네스는 어린 시절 멕시코 중북부 산루이포토시주에서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벽돌집에서 조부모와 함께살았다. 집은 아름다운 산기슭에 있었지만 그들은 가난했다. - P271

그때까지 할머니가 자기 어머니인 줄로만 알았던 플로르는 깜짝 놀랐다. "아니, 아니야." 할머니가 설명하기를, 플로르의 임마는 출산 후 곧바로 다른 소도시에 있는 부잣집에 입주 가정부로 들어가는 바람에 자기가 낳은 아이를 잠깐도 돌보지 못했다고 했다. - P272

험한 삶이었지만 플로르는 낙담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행운이 찾아올 거라고 믿었다. 이러한 낙천적인 성격은 삶의 다음 단계에서 검증되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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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드라이브 마이 카 : PET 풀슬립 아웃박스 한정판 (2disc) - 스페셜북(36p)+엽서세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니시지마 히데토시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22년 11월
평점 :
품절


이걸 예전에 작성했었나, 마지막 연극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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