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왜 타인과 관계를 맺는가

20년 전 일기를 꺼내어본 적이 있다. 지금 고민하는 것이나 그때고민하는 것이나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없었다.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변할 수 없는 것일까? 본질은 하나도달라지지 않는 것일까? 달라지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린 적도 있지만지금은 그렇지 않다.  - P21

일단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혼자라는 외로움을 지울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하지만 외로움을 지우기 위해 사람을 만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 P22

"나란 존재는 애초 부모님이 지정해주신 지점에서 시작했고 여전히 그 근처에서 살고 있지만, 이후에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내 안에들어오고 나가길 계속해왔으며 그래서 내가 스스로 문을 닫지 않는한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해갈 것이다." - P23

1장
인간관계의 모든 시초는 부모와 나 사이에서벌어진다 - P43

01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_부모와의 관계

현대의학이 발달하면서 유전자의 중요도는 절대적인 것이 되고있다. 인간에 대한 판단도 모두 유전자에 기인한다. 원래 타고 나서그렇단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못지않게 양육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 P46

그러한 인간관계의 모든 시초는 부모와 나 사이에서 벌어진다.
부모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태도와 성향을 머리에 깔아주신다.
나의 머리에 도스DOS를 깔아주기도 하고, 최신 윈도Window‘를 깔아주기도 한다. - P46

부모가 아이를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하고 장점을 많이 칭찬해준 경우, 그 아이는 친구와의 관계도 대개 무난하다. 꼭 활동적이고 사교적인 성격이라서가 아니라, 그림을 잘 그리든 운동을 잘하든 얼굴이 예쁘든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뭔가를 가진 아동은 사람을 대할 때 무력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 P47

아이들의 양육을 부모가 분업해서 한다고?

■ 어느 정도는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부모에게 아이들을 양육할 때는 학대를 하더라도 아버지, 어머니가 같이해야 한다고 할 때가 있다. 이렇게 말하면 꼭 "그러면 봐주지 말고저도 같이 때리란 말인가요?" 하고 되묻는 분들을 볼 수 있는데 알아서 판단하기 바란다.  - P47

전통적인 성역할에 따르면 아버지는 관여를 많이 하지 않지만 확실하게 절도, 절제, 도덕, 성실 같은 가치를 가르쳐야 하며, 어머니는 주로 아이들과 붙어 있으면서 직접적으로 인간관계, 애정, 관용 등을 가르치게 된다. - P48

부모 간에 항상 의견이 일치될 리는 없다. 사실은 서로 간에 의견이 다른 것을 어떻게 합의하고 풀어가는지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는것도 훌륭한 교육이 된다. 아이들 앞에서 당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일단 어느 정도 상대에게 동의해준 다음, 나중에 좋은 타이밍을 봐서 솔직한 본인의 생각을 얘기해야 한다. - P49

02. 강핰 아버지와 약한 어머니의 경우

일단 맨 처음 살펴볼 예는 집중력에 문제 있는 남성을 중심으로이뤄지는 가족이다. 이들은 처음엔 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이다가서서히 붕괴의 조짐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 P50

집중력장애를 가진 아버지

먼저 집중력에 문제 있는 사람들의 특성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로 이들은 잘 참지 못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이들도 잘한다. 다만 전두엽에서 자신의 충동을 억제하는 것이 좀 힘들 뿐이다. - P51

중요한 것은 전두엽이라 불리는 앞쪽 부분인데 이 부분이 충동을 억제하여 우리가 성격이라 부르는 특징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전두엽의 조절기능이 약해지면 하고 싶은 일을 참는 것이 힘들어져서 불쑥불쑥 일을 저지르고 만다. - P51

(전략). 자기 자신도 잘못했다는 걸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일단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상할 정도로 하고 싶다. 이렇게 호기심이 많다 보니 금지된 행동도일단 저지른 다음 후회하곤 한다. 혹은 후회하지 않는다고 우긴다. - P52

두 번째로 관심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사고가 비약적으로 진행된다. - P52

그뿐 아니라 남의 입장을 생각하려면 자기 자신과 상대의 입장을 비교해보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보통 남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상대가 자신을 어떤 눈으로 보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기적이고 고집 센 사람으로 보이기 쉽다.  - P54

이들이 잘 풀린 경우에는 보통 새로운 영역에 과감히 발을 들이고, 한 번 결심한 부분은 끝까지 집요하게 해내고, 남 밑에 있기보다는 리더로서 능력을 더 발휘하고, 고집이 세지만 실천력이 있다는말을 듣게 된다.  - P55

(전략), 보통은 남밑에서 일하긴 싫고 머리에서 아이디어는 떠오르는데 현실성은 없고, 일을 꾸준히 못하고, 남 조언은 듣기 싫어 고집만 부리고, 자꾸다른 일만 벌이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 P55

여기서 묘사한 집중력문제를 가진 산만한 사람은 남성에 가깝다.
여성은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공격적인 면이 적기 때문에 주변에서견제가 들어오면 화내거나 우기기보다는 일단 참는 편이고(수긍하는것은 아니다), 산만함이나 집요함 같은 문제가 남자보다는 덜하다. - P55

그렇다면 고집 세고, 급하고, 단순하고,
산만한 남자들은 어떤 배우자를 선택할까? 이들은 단순한 사고체계를 가진 경우가 많아서, 사회에서 쉽게 인정받는 가치관을 선호하는편이다. 따라서 남성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쉽게 받아들인다. - P56

그런데 현모양처 타입이라는 것이 그렇다. 겉으로는 순종하는듯 보이지만 지혜롭게 남자를 뒤에서 잘 다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 현모양처인데, 그냥 연약해 보이고 말수가 없는 것이 상대에게 조신하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 P56

다음으로 전작에서 얘기했던 의존성 인격을 기억해보자. 전작을아직 못 보신 분들은 그저 자기 의견을 쉽게 말하지 못하고 남의 결정을 잘 따르는, 걱정과 불안이 많은 예민한 여성을 한번 떠올려보자. 이들은 어떤 남성을 배우자로 맞을까? 대개 자신의 불안을 확 잠재워줄 수 있는 강한 남성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다. 고집 세고 급하고 단순한 것을, 의지 강하고 행동력 있고 솔직담백한 것으로 착각하곤 하는 것이다. - P58

사람은 부모·형제와의 사이에 여러 문제점을 안은 채 성장한다.
이때 부족한 점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통해 해결하고, 이후 직장 등에서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이와 전혀 다른 것이 10대 중반부터 시작되는 연애관계이다. 여태껏 가져보지 못한 새로운 남녀관계는 갈등을 부여하고, 어떻게든 이를 해결해낼 것을 요구한다. - P57

집중력장애는 유전성이 거의 90퍼센트에 달한다. 심한 개구쟁이들, 즉 너무 산만하고 까불어서 어머니를 힘들게 하는 남자아이의 경우대부분 아버지도 어렸을 때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는 착하다는 평가를 들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 P58

어떨 때는 자신이 봐도 아이가 심하게 느껴진다. 자신을 귀찮게 구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찬찬히 타이르기보다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때려서 아이가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만든다. - P58

 이렇게 초등학교를 지내다가 중학생 이후 사춘기 때부터는 아버지의 권위의식에 대한 반항심, 엄마의 불안과 나약함에 대한 짜증 등의 감정을드러내기 시작한다. - P59

카리스마 있고 지시하는 타입의 아버지

■ 이런 타입의 아버지는 사실 위에서말한 아버지와 종이 한 장 차이지만, 집중력문제나 성격문제보다는 긍정적인 사회적 성과가 두드러지는 편이다. 이들은 젊을 때부터 자신감과 지배력이 매우 강하며 자신의 앞길을 닦아나가는 데 천부적이고 실천력도 있다. - P59

 자신의 장점과 약점을 잘 조화시킨 것이 분명한 분이다. 하지만 명심하라. 이 책에서는 좋은 사람을 다루지 않는다. - P60

이런 스타일의 남성 역시 대개 조용하고 순종적인 여성에게 호감을 느끼며,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큰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아버지의 문제가 적을수록 어머니의 장점이 발휘될 기회도 늘어난다.  - P60

도덕적으로 엄격한 아버지

‘도덕적으로 엄격한 아버지‘ 하면 두 가지 직업이 떠오르는데, 바로 목사님(신부님과 스님은 아무래도...)과 선생님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직업의 특성상 전자는 도덕성,
후자는 규율에 민감한 것 같다. 사실 임상에서 느끼는 대로 말하자면목사님보다는 집사님, 선생님 중에서도 중학교 선생님이 더 예민하다는 생각이다. - P62

첫 번째 타입의 부모는 훈계하고 바로잡아주려 한다. 사실 애정이 있어야 야단도 치는 것이므로, 그러한 훈계가 애정에서 나온 것임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융통성이다. - P62

두 번째는 비교적 융통성이 있는 경우다. 엄격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거짓말이나 위반은 눈감아주는 부모다. 최근에 좀 심하게 야단쳤다 싶으면 당분간 봐주는 식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관성이 없어서 아이가 잘못을 인식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생긴다. - P63

세 번째가 좀 골치 아픈 경우다. 엄격하긴 엄격한데 아이를 크게 야단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으면 정말 자상하게기도한다. - P63

결국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것은 평소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해진 규칙대로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마음상태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이해해주려 들지 않는다면 자신의 뜻과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P64

양육의 책임을 맡은 어머니

(전략) 어머니가 아이를 맡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 열심히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자신이 아이를 완벽하게 다룰 수는 없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곤 한다. 결국 아이는 어머니의 잔소리에 시달리며 ‘불안‘의 문제를 떠안게 된다. - P65

 TV의 리얼리티프로그램을 보면 간혹 어머니를 때리거나 욕하는 청소년이 등장하는데, 대체로 이쪽에 해당된다. 중학생, 빠르면 고학년의 초등학생때부터 보통 이런 일이 발생한다. - P65

그러나 문제 있는 아버지에게 맞설 수 있는 시기는 적어도 10대 후반부터이다. 그전에 어설프게 덤볐다가는 한 대 맞기 쉽고, 보통 아버지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일부러 찾아가서 불만을 터뜨리기도 민망하다.  - P65

이런 경우 어머니는 "남편 복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더니" 하면서 우는 것이 보통인데, 자고로 "난 복이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치고 스스로에게 문제없는 사람 없다는 걸 꼭 기억하자. - P66

이러한 집안의 아이가 한 말중에 본인 어머니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준 말이 있었다.
"자기가 아직도 10대 소녀인 줄 알아요!"
부모가 돈을 들여 교육을 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다.  - P66

부모로부터 영향을 받는 아이들

■ 아버지가 강하든 어머니가 강하든, 자식에게 선택은 두 가지뿐이다. 동일화해서 비슷한 사람이 되든가 아니면반발해서 정반대의 성격을 갖든가. - P67

경우에 따라 어머니가 너무 연약해서 마치 자신이 아버지인 것처럼 행동하며 어머니를 위로하는 양상을 띠기도 한다. 이때 아이는 주변의 할아버지, 삼촌, TV에서 본 어른의 모습을 흉내 내지만 겉모양에 불과할 뿐 한계가 있다.  - P67

딸의 경우로 가보자. 첫 번째 케이스에서 딸은 아버지의 강함을 인정하고 복종하며 어머니와 비슷한 삶을 살려고 한다. 하지만 핵심은 아버지와 같은 남자를 만나고 따른다는 데 있다.  - P67

03 강한 어머니와 약한 아버지의 경우

남녀차이가 있어서일까. 부모의 성격에 강약차이가 심한 경우, 대개 아버지의 문제가 더 크게 마련이다. 보통 남자쪽이 불안감을 두드러지게 느끼는 일이 많다 보니, 집단도 그에 휘둘리는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 P69

제일 많이 보는 경우가 남편을 잃거나 이혼을 해서 할 수 없이 어머니의 경제력이 필수조건이 된 케이스 혹은 아버지가 경제력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약한데 어머니는 사업적으로 자수성가한 케이스들이다. - P69

 하지만 이러한 케이스 자체가 그 반대 경우보다 훨씬 적다(여자가 성격적으로 남자보다 무난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너무 심각한 상황에서도 참고 견디는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는 이혼을 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해버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악영향을 사전에 막게 된다.  - P70

실제로 이런 남자들을 만나 보면 속이 매우 단순하다. 자신의 가치에 대해 거의 절망에 빠져 있다. 자식과의 유대라거나 자기표현,
지식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며, 오직 자신이 사회에서 성공하여 훌륭한 수컷으로서의 증표를 보일 수 있느냐 없느냐만 중요하게 여긴다. - P72

따라서 젊을 때는 사업 등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올리고자노력하는데, 이에 실패하면 가족들의 시선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성공하더라도 부인의 능력이 더 좋거나 자신의 가치가 저평가 받는 상황이 올 경우, 이를 견디지 못한다. - P72

결국 자신의 강인함을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점에서는 앞에서 얘기한 ‘너무 강한 아버지‘와 본질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암컷을 차지한 수컷과 아깝게 경쟁에서 진 수컷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 P73

이런 경우 부인과의 관계가 호전되기는 힘들고, 구원의 핵심은 자식에게 있다. 물론 이 아버지와 자식 간의 사이 역시 좋을 리는 없다. 특히나 바람을 피운 수준까지 가면 자식에게도 상처를 남긴 상태일 것이므로.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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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illustrate how collections of events can fail to be collectives: births inthe Czech Republic are recorded at town halls of the local municipalitiesin large attractive cloth-bound books. Imagine the ministry in charge wantsto check the ratio of boys to girls over the last century, but does not want topay the cost of having someone tabulate 100 years‘ worth of paper records. - P8

More prosaically, seasonal events will not yield a collective. For example,
the frequency of flowering on a given day in Northern Europe is much higher in spring than in winter. So, picking out days in the spring months gives a higher relative frequency of blooms while picking out days in thewinter gives a lower relative frequency. (We could randomize this informa-tion by removing data about months, although why we would want to is beyond me.) - P8

1.2.3.1 Wald on collectives

 To make our notion of randomness mathe-matically tractable, we have to have a function that picks out infinitesubsequences of collectives. We will call this function, following von Mises,
a place selection function. As we have seen, not just any place selectionfunction will do. First, we need a function that decides for each member ofa collective whether it is to be a member of the subsequence independently of what the value of the member happens to be. (For example every fifth member of a collective, or every member that follows four occurrences of some attribute like ‘lands on red‘.)  - P9

1.2.3.2 Church‘s solution

 In a footnote near the end of Church‘s 1940paper ‘The concept of a random sequence‘ he pointed out two problems with defining a theory of randomness in a given formal system L; first,
the definition of randomness will be relative to that language, and this,
to Church, seemed arbitrary; secondly, the notion of defining a gambling system relative to a logic leads to well-known problems:

It [Wald‘s interpretation of gambling systems] is unavoidably relative to the choice of the particular system L and thus has an element of arbitrariness which is artificial.
If used within the system L, it requires the presence in L of the semantical relationof denotation (known to be problematical on account of the Richard paradox). If itis used outside of L, it becomes necessary to say more exactly what is meant by
‘definable in L, and the questions of consistency and completeness of L are likely tobe raised in a peculiarly uncomfortable way.
(Church 1940: 135) - P10

We can think of recipes, especially those from Cook‘s Illustrated, as algorithms. Similarly,
a gambling system can be thought of as a recipe for success in the casino.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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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어떤 진술이 거짓이라는 사실은, 그것이 아무리 약하고 쉽게 번복할 수 있다 해도, 그것만으로도 그런 진술을 하지 않을 이유가 된다.  - P61

 거짓을 말하거나 참을 말할 때 모두, 사람들은 사태의 진상이 무엇인지에 관한 자신의 믿음에 좌우된다.
이 믿음들은 세계를 올바로 묘사하거나 기만적으로 기술하려 할 때 그들을 인도한다. - P62

.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말하자면 같은게임 속에서 반대편으로 활동한다. 그들 각각은 자신들이 이해하는 사실에 반응한다. - P62

사실을 전달하거나 은폐하려는 사람은 실제로 어떤 식으로든 확정적이고 인식할 수 있는사실이 있다고 가정한다. 진실을 말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데 그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사물을 잘못 이해하는 것과 올바로 이해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전제하는 것이며, 적어도 때로는 그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 P63

첫째는 진실을 말하려는 노력과 기만하려는 노력 모두를 그만두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에 대한 어떠한 주장도 내세우기를삼간다는 뜻이다. 두 번째 대안은 상황이 어떠한지를 기술하려는 주장, 그러나 개소리밖에는아무것도 될 수 없는 주장을 계속하는 것이다. - P64

 개소리의 사례가 실제로 오늘날 더 많은지를 가정하지 않고, 나는 오늘날 개소리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몇 가지 검토를 언급하려 한다. - P64

 모든 것에 대한 의견, 혹은 적어도 국가적인 사안과 관계된 모든 것에 대한 의견을 갖는 것이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책임이라는 널리 퍼진 신념으로부터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발생한다. - P65

 따라서 그것은 사태의 진상이 어떠한지를 인식할 가능성을 부인한다. 이러한 ‘반실재론적‘ 신조는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사심없이 노력하는 것이 가치있는 일이라는 확신을 무너트리고, 심지어 객관적 탐구라는 개념이 이해 가능한 개념이라는 믿음을 약화시킨다.  - P66

실재에는 사물에 대한 진리로 간주할 만한 본래적 속성이 없다는 확신 속에서, 개인들은 자신의 본성에 충실하려는 데 전념했다.  - P67

 우리 자신에 대한 사실들은 특별히 단단한 것도, 회의주의적 해체에 저항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본성은 사실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실체가 없다. 다른 사물들에 비해 악명 높을 정도로 덜 안정적이고 덜 본래적이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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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을 때는 잠옷을 입고 우리 집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집까지 올 분별력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머리가 깨질듯이 지끈거렸다. - P174

나를 본 가즈미의 얼굴에 안도와 탄식이 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그렇게 취했는데 용케 택시를 잡았네."
"몇시쯤에 돌아왔어?"
"새벽 네시 다 돼서 서 있는 게 용하다 싶을 정도였다니까. 그렇게 취하다니 당신답지 않아. 대체 누구랑 그렇게 마신 거야?" - P174

"회사에 결근한다고 전화해줬어. 당신 요새 너무 무리했잖아.
아직 사건의 상처에서 회복되지도 않았고, 당신도 피해자라는거 몰라? 그젯밤에도 당신 잠 못잤지? 알고 있었어. 당신 계속이러다가는 몸이 견디지 못할 거야." - P175

"미우라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다면서?"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았어?"
"어제 아버지가 전화로 알려주셨어. 미우라가 아니면 대체 누가 범인이란 거지? 경찰이 제대로 찾아낼 수 있을까?"
"경찰은 못 믿어." 나는 말했다.
"왜?"
"범인은 미우라야 확실해." - P176

 "그러고보니 어제 도미사와 씨한테도 전화가 왔었어."
미치코가 전화를 했다! 방심한 탓에 충격이 컸다. 하마터면주스 잔을 넘어뜨릴 뻔했다. 하지만 아내는 내 동요를 눈치챈 것 같지 않았다. - P176

"당신하고 둘이서 이렇게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오랜만이네." 가즈미가 불쑥 그런 말을 꺼냈다.
(중략)
그림만 보면 평화로웠다. 예전과 다름없이 신뢰와 행복으로 충만한 우리 집 풍경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 풍경이 믿기지 않았다. 지독한 위화감마저 들었다. - P177

나는 자문했다. 그러기 위해 지금 무얼 해야 하는가라고.
답은 하나밖에 없다.
시게루를 죽인 범인을 직접 밝혀내야 한다. 그럼으로써 미치코의 마음속에 쌓인 나를 향한 증오의 에너지를 모두 살인범에게 돌려야 한다. - P178

곧바로 행동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나카노 뉴하임305호다. 금요일에 시게루를 감금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은 거기밖에 없다. 그제 방문했을 때 어지러웠던 집 안 상태를 생각하면 시게루가 감금돼 있었다는 증거가 남아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증거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최소한 삼십 분은 미우라를 집에서 내보내야만 한다.
"다 마셨어?" - P179

"미안하지만 부탁이 있어.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일에 당신 도움이 반드시 필요해. 도와줘."
"대체 뭘 하려는 건데?"
"미우라를 만나줘."
가즈미는 너무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 P180

5장 칩임 / 앉아 있는 시체

"하지만 내가 미우라를 잘 붙잡아둘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
"그냥 평범한 얘기를 하면 돼. 동생에 관련된 추억이든 뭐든. 미우라도 당신까지 의심하지는 않겠지."
가즈미는 어깨를 움츠리더니 차에서 내려 기모노의 소매 주름을 폈다. 나는 아내에게 기모노를 입고 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 P183

계획은 단순하다. 가즈미가 미우라의 집으로 찾아가서 밖으로 불러낸다. 그녀의 뜬금없는 방문에는 그저께 나의 폭행에 대해나 대신 사과한다는 번듯한 구실이 있다. (증략)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다카시를 두고 갈등이 있었지만 미우라가 가즈미를 매몰차게 내칠 리는 없다. 그에게 가즈미는 내 아내이기 전에 죽은 쓰구미의 단 하나뿐인 언니니까. - P184

주위에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하고 305호 미우라 야스시‘라고 적힌 우편함을 열었다. 나는 미우라의 버릇을 알고 있었다.
걸핏하면 열쇠를 잃어버려 여벌 열쇠를 우편함 뚜껑 뒷면에 스카치테이프로 붙여놓는다고 예전에 아내의 동생이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 P185

너무 어질러져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처음에는 붙박이장을 열어서 먼지 쌓인 옷가지들에 머리를 쑤셔넣었다. 아이가 감금됐던 흔적은 없었다. 작년에 일어난 여아유괴 사건이 떠올라서 비디오테이프 선반을 다 뒤집어보고 잡히는 대로 두세 편 재생해봤지만, 시간 낭비였다.  - P186

실망감과 초조감이 밀려왔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전화기를 조사했다. 사건 당일 열시 이후의 연락은 이 방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집 전화번호 메모를 남길 만큼 바보는 아닐 것이다. 메모리가 부착된 다기능 전화기라 마지막에 건 전화번호가 저장돼있을 거라 생각하고 리다이얼 버튼을 눌렀다. - P187

아니, 가즈미와 귀가했는데 현관 앞에 미치코가 기다리고 있는 그림이 눈에 그려져서 물러설 수가 없었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이 방 어딘가에 내가 놓친 증거가 분명 남아있을 것이다.
책상 앞으로 돌아갔다. 깔끔한 활자가 인쇄된 종이 몇 장이눈에 띄었다. 이게 노리즈키가 말한 추리소설 초고인가?  - P187

(전략)
"뭐가 보여, 미우라? 뭐가 보이는지 얘기해줘. 이 작자들 모두가여기 살게 되는 거야? 그런 뜻이야. 미우라? 많은 사람들이 여기사는게 보여?"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자 사정이 멈췄다.
"나쁜 놈, 자기 아들도 알아보지 못하는 주제에."
사정, 사정.


이게 전부였다. 나는 종이를 작게 접어서 양복 주머니에 넣었다. 그때 무슨 소리가 들린 듯해 고개를 돌렸다. 뒤에 미우라가있었다. 여전히 얼굴이 부어 있었다. 미우라의 입가에 흉포하게 경련이 일었고, 한껏 팔을 쳐들더니 나를 향해 내리쳤다. - P190

2

이번에는 내가 기절했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였다. 전과는 달리 기억의 혼란도 없었다. 미우라에게 딱딱한 뭔가로 얻어맞고 쓰러진 일이 뚜렷이 기억났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뜰 때보다 훨씬 정신이 온전했다. 안주머니를 더듬어보고 미우라의 원고가 아직 있는 걸 확인했다 - P191

이 상태로 문을 박차고 나가 맨손으로 미우라와 맞서는 건 무모하다. 무기가 될 만한 게 있는지 욕실 안을 둘러봤다. 방망이같은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스프레이식 욕실 세제에 눈길이 멈췄다. ‘취급 주의. 원액이 눈에 들어갔을 경우 바로 물로 세척‘이라고 적혀 있다. - P192

엉거주춤한 자세로 집 안을 재빨리 둘러봤다. 실내에 인기이 없었다. 이 공간의 주인은 나를 내버려둔 채 모습을 감춘 듯했다. 일단 신변의 위협은 사라졌다.
순간 내 모습이 서부의 총잡이같이 우스꽝스럽다는 걸 깨닫고 스프레이 세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 P193

내가 잘못 생각했다. 미우라는 현관에 있었다. 현관문에 기댄채 내 구두를 깔고 앉아 있었다.
거기에 있으면서 아까 내가 이름을 불렀을 때 대답하지 않은이유를 알았다. 붉고 커다란 반점이 미우라의 스웨터를 뒤덮고있었다. 늑골 아래 부분이 찢어지고, 검은 칼자루가 꽂혀 있었다.
숨이 완전히 끊어져 있었다. - P193

일목요연했다. 내가 욕실에서 정신을 잃은 사이 누가 찔러 죽인 것이다. - P193

현관으로 돌아가서 다시 미우라와 대면했다. 양다리를 팔자 모양으로 쭉 뻗었고 무릎에 양손을 얹은 자세였다. 문에 기댄 상반신은 오른쪽으로 기울어졌고 얼굴도 옆으로 살짝 돌아가 있었다. 눈은 반쯤 감겼고 입은 맥없이 벌어졌다. - P194

미우라를 찔러 죽인 자는 어디로 나갔지? 어쩌면 아직 이 안에 숨어서 내 빈틈을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급히 집 안을 뒤졌지만 숨어 있는 사람은 없었다. 화장실, 옷장, 침대 밑, 어디에도없었다.
어제 노리즈키가 한 말이 문득 떠올랐다.
(중략)
이 방의 상황은 그야말로 노리즈키가 정의한 바로 그 밀실 상태가 아닌가. 현관문은 잠겼고 열쇠는 죽은 미우라에게 있다. - P195

나는 스프레이 세제를 욕실에 돌려놓았다. 그냥 내팽개치고가도 상관없지만, 무의미하게 수사에 혼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장갑을 끼고 와서 한 번도 벗지 않은 건 잘한 일이었다. - P196

베란다에 로프나 사다리 같은 물건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 뒤질 시간은 없었다. 의지할 것은 내 몸뚱이뿐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려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 P197

아드레날린이 내 등을 쉼 없이 떠밀었다. 심호흡하고 다음 동작을 취했다. 한 번 성공하자 요령이 붙었다. 높이도 더이상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사야마 공원에서 겪은쓰라린 경험이 있다. 내려가는 도중에 1층 집에도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 P198

베란다에서 내려오는 동안 아무도 도둑이라고 외치지 않은걸 보니 나를 본 사람은 없는 듯했다. 행운이라고밖에 말할 수없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행운이 지속될지 알 수 없다. - P198

3

(전략)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가즈미가 내 양복이 젖은 걸 알아차렸다.
"여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미우라가 뭘 어쩐 거야?"
"미우라는 죽었어."
(중략)
"설마...... 당신이 죽인 거야?"
"아냐." - P199

"당신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가즈미가 애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욕실에 있어서 눈치채지 못했겠지."
"누구 짓일까?"
"모르겠어. 하지만 유괴랑 관계있는 자인 건 틀림없어. 그럴거야." - P200

"큰일났어! 좀전까지 미우라와 내가 커피숍에 있었잖아. 가게직원이 날 기억하면 어떡하지? 아니, 틀림없이 기억할 거야. 그 사실이 경찰에 알려지면 내가 죽였다고 믿을지도 몰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즈미의 말이 맞다. 내 문제에만 신 - P200

 "경찰은 날 금방 찾아낼 거야. 여보, 어떡하지? 나 사실 미우라의 집 근처까지 갔었단 말이야.‘
"뭐라고?"
"약속을 어겨서 미안해. 걱정돼서 그랬어. 하지만 건물 앞만 서성였지 아무 짓도 안 했어. 결국 약속 장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알리바이도 없어." - P201

가즈미는 내게서 몸을 떼고 양손을 입 앞에 모으고 대시보드로 시선을 내렸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말했다.
"좋아. 경찰이 아무리 물어도 난 아무 대답 안 할 거야. 당신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할 테니까 안심해."
"아니야."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꾸했다. "그러면 안 돼. 내 결백은 내가 직접 증명하고 싶어. 솔직히 말하면 이 일에 당신까지 끌어들인 게 잘못이었어. 반성하고 있어." - P202

"그뿐만이 아냐." 틈을 두지 않고 말을 이었다. "사실을 숨겨봐야 미우라를 죽인 범인에게 좋은 일만 시키는 거야. 미우라는 죽어 마땅하지만 나는 그 범인에게 용건이 있어."
"뭔데?" 가즈미가 물었다.
"유괴에는 공범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어." 갑작스레 뇌리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미우라를 죽인 건 그 공범일지도 몰라." - P203

둘만 있게 되자 극단적으로 말이 줄어들었다. 마음은 통했지만, 위안의 말을 나눈다고 전망이 밝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운전에 집중했다. 도로가 혼잡해지기 시작했다. 슬슬 퇴근길 정체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경시청으로 가서 수사 1과 구노 경부에게 면회를 요청했다. - P206

4

경찰의 반응이 생각보다 빠르다. 구노가 나카노 서에 있다는건 미우라의 죽음과 유괴 살인과의 관련성을 급히 재조사하고있다는 방증이었다.
경찰에서 가즈미에게 묻고 싶은 게 뭔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명백했다. - P207

구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있던 남자에게 눈짓을 보냈다. 둥그스름한 얼굴에 정수리 쪽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한 뚱뚱한 남자였다. 첫눈에도 형사로 보이는 그는 나카노서 히라타 경부라고 했다.
히라타의 안내로 수사계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사면이 벽인 취조실은 아니었다. 장의자를 마주 놓은 자리에 네 사람이 앉았다. - P208

"오늘 오후 JR 히가시나카노 역 근처 커피숍 ‘쓰구미‘에서 피해자와 만나셨죠?"
가즈미는 순간 내 얼굴을 쳐다봤지만 주저 없이 수긍했다. 그러고는 입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말했다.
"상당히 빨리 알아내셨네요." - P209

"종업원이 우연찮게 두 분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진술에 따르면 피해자가 함께 온 여성에게 ‘처형‘이라고 여러 번 불렀다고하더군요. 그래서 저희는 바로 스기나미 서로 연락해 가즈미 씨의 특징을 체크했습니다. 그 결과 ‘쓰구미‘에서 목격된 기모노 차림의 여성과 가즈미 씨의 외모가 유사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본청에서 연락이 왔을 때 마침 구가야마의 댁으로 찾아뵐까하던 참이었습니다." - P209

"별실이라뇨?"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노가 곧바로 되물었다.
"왜 격리하는 겁니까?"
"격리? 천만에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입니다. 두 분 말씀을 따로따로 들으면 두 분을 붙들고 있는 시간도 반으로 줄어드니까요."
궤변이다. 하지만 이러는 것이 경찰의 상투적인 수법일 것이다. 괜히 반발하면 오히려 안 좋은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  - P210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구노가 말했다. "사모님은 담화실로 모셨습니다. 취조실처럼 막혀 있지 않으니 안심하십시오."
담화실이 어떤 공간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래도 여기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하고 철제의자에 앉았다. - P211

"진술서를 작성해야 하니까 아까 하신 말씀을 다시 한번 해주시죠." 히라타가 말했다.
구노에게 한 말을 처음부터 되풀이했다. 히라타는 중간 중간이야기를 자르면서 몇 번이나 질문을 던졌다. "욕실에 있었던스프레이 세제 이름이 뭐죠?" 같은 너무나 하잘것없는 질문들뿐이었다. - P212

 "이번에는 사소한 부분도 생략하지 말고요."
사소한 부분을 생략한 기억은 없었지만 일일이 불평을 늘어놔봐야 쓸데없을 것 같았다. 요컨대 여기는 경찰서 취조실이고 상대는 경찰이었다. 거스르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다. - P213

"부인의 진술과 야마쿠라 씨의 진술을 대조해야 하니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시간을 벌려는 구실이라 생각했다. 그런 수고를 들일 거면 처음부터 두 사람의 진술을 함께 받았으면 됐을 텐데. 내 말을 처음부터 신뢰하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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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패러독스 이야기

보통 우리말로 ‘역설‘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그냥 패러독스라는 용어를 쓰겠다. 왜냐하면 역설이라는 말은 원래 명사보다는 ‘역적‘ 또는 ‘역설적으로‘라는 관형사 또는 부사어로 주로 쓰던 말이기도 하고, 국립국어원의 해석에 따르면 ‘역설적‘은 ‘어떤 주장이나 이론이 겉보기에는 모순되는 것이 있으나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이라는 의미로 패러독스보다 조금 좁은 뜻이기 때문이다. - P137

패러독스에는 대체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거짓말 같은데 정말인 경우, 둘째, 정말인 것 같은데 거짓말인 경우, 셋째, 정말이라고도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경우다.  - P138

러셀의 패러독스

두 번째로 소개할 것은 20세기 초에 현대논리학의 형성 과정에서 등장한 것으로 논리학과 집합론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패러독스이다. - P142

1902년에 러셀이 프레게에게 이 패러독스를적은 편지를 보내자 프레게는 큰 충격을 받는다. (중략). 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패러독스지만 그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러셀의 패러독스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 P142

우선 "어떤 집합이 자신을 원소로 갖는다"라는 이상한 성질에대해 생각해보자. 이 성질을 기호로는 집합 A에 대하여 AEA로나타낼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집합은 이런 이상한 성질은 갖지 않는다.  - P142

이 문제에 대해 러셀은 프레게에게 편지에서 "자기 자신은 술어로 옳을 수 없는 술어를 정의할 때 모순이 발생한다고 서술했다. - P144

 러셀의 패러독스를 설명하고자 드는 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예는 다음의 ‘이발사의 패러독스‘이다.

어느 마을에 이발사가 있다. 그 이발사가 "나는 스스로 수염을깎지 않는 모든 마을 사람의 수염을 깎는다"라고 말했다. 그럼그 이발사 자신의 수염은 누가 깎을까?

(1) 스스로 깎는다면, 스스로 깎지 않는 사람만을 깎는다는사실에 모순이 되고,
(2) 스스로 깍지 않는다면, 스스로 깎지 않는 모든 사람을깎아준다는 말에 모순이 된다. - P144

내가 고등학생 때 『성문종합영어』라는 영어 참고서에 ‘but‘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뜻의) 관계대명사로 쓰이는 예로 "There isno rule but has exceptions"라는 문장이 있었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라는 이 말은 맞는 말일 수가 없다.  - P145

베리의 패러독스

세 번째로 소개할 패러독스는 러셀이 자기 논문에서 소개한 것으로, 그가 언젠가 옥스퍼드대학교의 사서인 베리G.G. Berry, 1867-1928에게서 들었다고 한다. 이 패러독스의 서술 형태는 다양하지만 우리말 버전으로 만들어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30개 이하의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자연수 중 가장 큰수보다 더 큰 수‘
이 수가 존재한다면 모순이다. 왜냐하면 이 수도 30개 이하의 글자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 P146

이 패러독스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우선 우리말의 ‘글자‘ 수는 유한하다는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참고로 완성형 한글의 글자 수는2350개다. 하여간 글자 수가 1만 개는 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무리는 없다. - P117

(전략). 물론 그래서 이것을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정의의 모호함‘ 때문에 발생한다. 이 패러독스에 등장하는 수에 관한 서술인
‘표현할 수 있는‘이라는 말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 P148

이 패러독스는 현대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예로 다룬다. 어떤 표현이나 기호로 나타낸 수 가운데 최소와 최대를 결정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또한 정의할 수 없음과 있음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 P148

이 패러독스는 형식적 수학 언어로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 형태로 서술할 수도 있다(그레고리 찰틴Cergey Chatin 등 다수가 해냈다). 또한 조지 불로스George Boolos는1989년에 이 패러독스의 정형화한 형태를 이용하여 괴델의 불완전성정리를 좀 더 쉽게 증명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 P148

상트페테르부르크 패러독스

네 번째로 소개할 패러독스는 보통의 경우처럼 논리로부터 발생하지 않고 산술적인 계산 결과로부터 발생하며 확률론, 경제학, 재무 이론 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하다. - P149

 이 패러독스의 내용은 다음과같다.

어떤 사람이 동전을 계속 던지다가 앞면이 나오면 돈을받고 이 시행을 멈추는 게임을 한다. 동전을 첫 번째 던졌을때 앞면이 나오면 2달러를 받고, 두 번째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오면 4달러를 받고, 세 번째에 앞면이 나오면 8달러, 네번째에 나오면 16달러를 받는다. 이런 식으로 던지는 횟수가 늘어나면 매번 받는 금액은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럼 이 사람이 받게 되는 금액의 기댓값은 얼마나 될까?

그 기댓값을 계산해보면 무한대이다(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얼마를 내고 참가하 - P149

기댓값이 더해지며 계속 커지게 되는 이유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이 좋게도 처음에는 계속 뒷면만 나오다가 서른 번째에서야 앞면이 처음 나온다면 그때 받는 상금이 2³⁰=1073741824달러, 즉 1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앞면이 쉰 번째쯤에 나온다면 지구상 모든 사람이가진 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 P150

이 패러독스의 합리적 해법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는데, 다니엘 베르누이는 로그함수를 이용한 ‘효용 utility 함수‘로 설명한다. - P151

 다니엘 베르누이의 해법 이전에 이미 제네바의 가브리엘 크라머 Gabriel Cramer, 1704~1752도 해법을 제시했는데, 크라머는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의 부에 따른 효용을 계산한 다니엘과는 달리 상금의 액수만을 고려했다. - P151

하지만 이 패러독스는 20세기에 여러 경제학자와 수학자의 관심을 끌며 효용이론, 확률론, 결정이론, 에르고딕성ergodicity 경제학, 게임이론 등 다양한 분야의 형성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 P152

바나흐-타르스키 패러독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패러독스는 폴란드의 두 위대한 수학자 바나흐sician Banach, 1892~1945와 타르스키 1901~1983가 1924년에 발표한것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의 공을 몇 개 (실제로는 5개가 가능하다)의 조각으로 자른 후, 그 조각들을 평향이동과 회전만으로 이동하기 한 다음 다시 붙이면 원래의 공과 같은 부피와 모양의 공 2개를 만들 수 있다. - P157

물론 현실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수학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이 정리는 상식과 배치되므로 패러독스라고 불린다. - P157

. 하지만 그들의 증명을 살펴보니공을 자를 때 그냥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게 ‘칼로 사과를 자르듯이‘ 자르는 것이 아니라 공을 다소 복잡하게 정의된 무한히 많은점의 집합 몇 개로 쪼개는 것이었다. 이 집합들은 어떤 ‘기하도형‘을 이루지는 않고, 그것을 이루는 점들은 흩어져 있어서 부피*를 정의할 수 없다.  - P158

바나흐타르스키 패러독스는 ‘무한대 더하기 무한대는 무한대(00+00=00)‘가 되는 성질과 유사하다. 무한의 세계에서는 유한의 세계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그래서 비상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현대논리학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무한의 개념과 성질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 P158

이 놀라운 정리를 발견한 바나흐와 타르스키는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이다.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해석학 과목을 들을 때 누구나 ‘바나흐공간Banach space‘이라는 개념을 배운다. 이 공간은 해석학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다. - P159

타르스키는 괴델에 비해 대중에게는 덜 알려진 수학자다. 바나흐타르스키 패러독스 정도로만 그의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져있지만, 실은 그는 20세기의 현대논리학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으로 꼽힌다. - P161

08. 여섯 가지 유형의 오류

1.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2. 이분법적 논리(흑백논리)의 오류
3. 필요조건, 충분조건의 혼동에 의한 오류
4. 잘못된 가정(정보)에 의한 오류
5. 확증편향(믿고 싶은 것만 믿기)의 오류
6. 과학적 소양(지식) 부족에 의한 오류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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