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패러독스 이야기
보통 우리말로 ‘역설‘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그냥 패러독스라는 용어를 쓰겠다. 왜냐하면 역설이라는 말은 원래 명사보다는 ‘역적‘ 또는 ‘역설적으로‘라는 관형사 또는 부사어로 주로 쓰던 말이기도 하고, 국립국어원의 해석에 따르면 ‘역설적‘은 ‘어떤 주장이나 이론이 겉보기에는 모순되는 것이 있으나 그 속에 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이라는 의미로 패러독스보다 조금 좁은 뜻이기 때문이다. - P137
패러독스에는 대체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거짓말 같은데 정말인 경우, 둘째, 정말인 것 같은데 거짓말인 경우, 셋째, 정말이라고도 거짓말이라고도 할 수 없는 경우다. - P138
러셀의 패러독스
두 번째로 소개할 것은 20세기 초에 현대논리학의 형성 과정에서 등장한 것으로 논리학과 집합론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명한 패러독스이다. - P142
1902년에 러셀이 프레게에게 이 패러독스를적은 편지를 보내자 프레게는 큰 충격을 받는다. (중략). 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패러독스지만 그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제 러셀의 패러독스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 P142
우선 "어떤 집합이 자신을 원소로 갖는다"라는 이상한 성질에대해 생각해보자. 이 성질을 기호로는 집합 A에 대하여 AEA로나타낼 수 있다. 물론 대부분 집합은 이런 이상한 성질은 갖지 않는다. - P142
이 문제에 대해 러셀은 프레게에게 편지에서 "자기 자신은 술어로 옳을 수 없는 술어를 정의할 때 모순이 발생한다고 서술했다. - P144
러셀의 패러독스를 설명하고자 드는 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예는 다음의 ‘이발사의 패러독스‘이다.
어느 마을에 이발사가 있다. 그 이발사가 "나는 스스로 수염을깎지 않는 모든 마을 사람의 수염을 깎는다"라고 말했다. 그럼그 이발사 자신의 수염은 누가 깎을까?
(1) 스스로 깎는다면, 스스로 깎지 않는 사람만을 깎는다는사실에 모순이 되고, (2) 스스로 깍지 않는다면, 스스로 깎지 않는 모든 사람을깎아준다는 말에 모순이 된다. - P144
내가 고등학생 때 『성문종합영어』라는 영어 참고서에 ‘but‘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뜻의) 관계대명사로 쓰이는 예로 "There isno rule but has exceptions"라는 문장이 있었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라는 이 말은 맞는 말일 수가 없다. - P145
베리의 패러독스
세 번째로 소개할 패러독스는 러셀이 자기 논문에서 소개한 것으로, 그가 언젠가 옥스퍼드대학교의 사서인 베리G.G. Berry, 1867-1928에게서 들었다고 한다. 이 패러독스의 서술 형태는 다양하지만 우리말 버전으로 만들어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30개 이하의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자연수 중 가장 큰수보다 더 큰 수‘ 이 수가 존재한다면 모순이다. 왜냐하면 이 수도 30개 이하의 글자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 P146
이 패러독스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우선 우리말의 ‘글자‘ 수는 유한하다는것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참고로 완성형 한글의 글자 수는2350개다. 하여간 글자 수가 1만 개는 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무리는 없다. - P117
(전략). 물론 그래서 이것을 패러독스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그것은 기본적으로 ‘정의의 모호함‘ 때문에 발생한다. 이 패러독스에 등장하는 수에 관한 서술인 ‘표현할 수 있는‘이라는 말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 P148
이 패러독스는 현대논리학에서 매우 중요한 예로 다룬다. 어떤 표현이나 기호로 나타낸 수 가운데 최소와 최대를 결정하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또한 정의할 수 없음과 있음의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 P148
이 패러독스는 형식적 수학 언어로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 형태로 서술할 수도 있다(그레고리 찰틴Cergey Chatin 등 다수가 해냈다). 또한 조지 불로스George Boolos는1989년에 이 패러독스의 정형화한 형태를 이용하여 괴델의 불완전성정리를 좀 더 쉽게 증명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 P148
상트페테르부르크 패러독스
네 번째로 소개할 패러독스는 보통의 경우처럼 논리로부터 발생하지 않고 산술적인 계산 결과로부터 발생하며 확률론, 경제학, 재무 이론 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유명하다. - P149
이 패러독스의 내용은 다음과같다.
어떤 사람이 동전을 계속 던지다가 앞면이 나오면 돈을받고 이 시행을 멈추는 게임을 한다. 동전을 첫 번째 던졌을때 앞면이 나오면 2달러를 받고, 두 번째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오면 4달러를 받고, 세 번째에 앞면이 나오면 8달러, 네번째에 나오면 16달러를 받는다. 이런 식으로 던지는 횟수가 늘어나면 매번 받는 금액은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럼 이 사람이 받게 되는 금액의 기댓값은 얼마나 될까?
그 기댓값을 계산해보면 무한대이다(왜 그런지는 아래에서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은 얼마를 내고 참가하 - P149
기댓값이 더해지며 계속 커지게 되는 이유를 직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이 좋게도 처음에는 계속 뒷면만 나오다가 서른 번째에서야 앞면이 처음 나온다면 그때 받는 상금이 2³⁰=1073741824달러, 즉 10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앞면이 쉰 번째쯤에 나온다면 지구상 모든 사람이가진 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 P150
이 패러독스의 합리적 해법은 지금까지 여러 가지가 제시되었는데, 다니엘 베르누이는 로그함수를 이용한 ‘효용 utility 함수‘로 설명한다. - P151
다니엘 베르누이의 해법 이전에 이미 제네바의 가브리엘 크라머 Gabriel Cramer, 1704~1752도 해법을 제시했는데, 크라머는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의 부에 따른 효용을 계산한 다니엘과는 달리 상금의 액수만을 고려했다. - P151
하지만 이 패러독스는 20세기에 여러 경제학자와 수학자의 관심을 끌며 효용이론, 확률론, 결정이론, 에르고딕성ergodicity 경제학, 게임이론 등 다양한 분야의 형성 과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 P152
바나흐-타르스키 패러독스
마지막으로 소개할 패러독스는 폴란드의 두 위대한 수학자 바나흐sician Banach, 1892~1945와 타르스키 1901~1983가 1924년에 발표한것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의 공을 몇 개 (실제로는 5개가 가능하다)의 조각으로 자른 후, 그 조각들을 평향이동과 회전만으로 이동하기 한 다음 다시 붙이면 원래의 공과 같은 부피와 모양의 공 2개를 만들 수 있다. - P157
물론 현실의 세계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수학의 세계에서는 가능하다. 이 정리는 상식과 배치되므로 패러독스라고 불린다. - P157
. 하지만 그들의 증명을 살펴보니공을 자를 때 그냥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게 ‘칼로 사과를 자르듯이‘ 자르는 것이 아니라 공을 다소 복잡하게 정의된 무한히 많은점의 집합 몇 개로 쪼개는 것이었다. 이 집합들은 어떤 ‘기하도형‘을 이루지는 않고, 그것을 이루는 점들은 흩어져 있어서 부피*를 정의할 수 없다. - P158
바나흐타르스키 패러독스는 ‘무한대 더하기 무한대는 무한대(00+00=00)‘가 되는 성질과 유사하다. 무한의 세계에서는 유한의 세계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그래서 비상식적으로 보일 수 있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현대논리학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무한의 개념과 성질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 P158
이 놀라운 정리를 발견한 바나흐와 타르스키는 당대 최고의 수학자들이다.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해석학 과목을 들을 때 누구나 ‘바나흐공간Banach space‘이라는 개념을 배운다. 이 공간은 해석학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다. - P159
타르스키는 괴델에 비해 대중에게는 덜 알려진 수학자다. 바나흐타르스키 패러독스 정도로만 그의 이름이 대중에게 알려져있지만, 실은 그는 20세기의 현대논리학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으로 꼽힌다. - P161
08. 여섯 가지 유형의 오류
1.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2. 이분법적 논리(흑백논리)의 오류 3. 필요조건, 충분조건의 혼동에 의한 오류 4. 잘못된 가정(정보)에 의한 오류 5. 확증편향(믿고 싶은 것만 믿기)의 오류 6. 과학적 소양(지식) 부족에 의한 오류 - P1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