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성애로 본 충동의 변화

몇 년 전 나는 정신분석적 관찰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추정을내놓았다. 깔끔함, 검약, 고집, 이 세 가지 성격적 특질이 한 인간에게서 상시적으로 동시에 발견되는 것은 성 기질에서 특히 강한항문 성애적 요소와 관련이 깊고, 그런 사람들의 경우 발달 과정에서 항문 성애의 사용에 대한 자아의 주요 반응 방식이 그 세 가지성격이라는 것이다.¹ - P253

 결함 있는이 세 가지 성격이 <항문 성격>이라는 이름으로 확고하게 고착된 사례는 둔감한 관찰자의 눈에도 그 흥미로운 관련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극단적 경우들뿐이다. - P253

그때부터 항문 성애적 충동이 성기기 이후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성적 활동에서 생식기가 확고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항문 성애적 충동이 성생활에서 의미를 잃게 되면 이후에 그 충동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 P254

항문 성애의 유기적 원천은 성기기가 시작된 뒤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면서말이다. - P254

혹자는 발전과 변형의 이 해당 과정들이 분명 정신분석의 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 물음들에 대한 답변 자료가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 P254

우리는 배설물(돈, 선물), 아이, 남근의 개념이 무의식의 산물(착상, 판타지, 징후) 속에서는 잘 구분되지 않고 서로 쉽게 대체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이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렇게 말함으로써 우리가 정신생활의 다른 영역에서 통용되는 명칭들을 부당하게 무의식의 영역으로 전이하고, 비교에 따르는 이점에 현혹되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는것도 당연히 잘 안다. - P255

이는 <아이>와 <남근>이라는 명칭에서 가장 쉽게 드러난다. 일상생활의 상징어나 꿈의 상징어에서 이 두 명칭이 공통의 상징을 통해 서로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 P155

여자의 신경증을 깊이 파고들면 남자처럼 남근을 갖고 싶다는억압된 소망과 부딪힐 때가 드물지 않다. 강한 남성성의 결과일때가 많은 여자의 삶에서 이러한 우발적 재난은 거세 콤플렉스로 분류되는 어릴 적의 그 소망, 즉 <남근 선망>을 다시 활성화해서 리비도의 역행을 통해 신경증의 주원인으로 만든다. - P255

또 다른 여자들의 경우는 어린 시절에 두 소망이 존재했다가 서로 교체되는 일이 생긴다. 즉 처음엔 남자처럼 남근을 갖기 원하지만, 나중에는, 물론 여전히 소아기의 일이지만, 아이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다. - P256

나는 첫 성교 후에 여자들이 꾸는 꿈의 내용에 대해 들을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 꿈들은 여자가 몸으로 직접 느낀 남근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망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는데, 리비도적 근거와별개로 소망의 대상이 남자에게서 남근으로 일시적으로 퇴행했음을 보여 준다. - P256

똥의 다음 의미는 <황금(돈)>이 아니라 <선물>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는 선물받은 돈 말고는 아는 돈이 없다. 일을 해서 번 돈도모르고, 유산으로 물려받은 돈도 모른다. 아이는 똥이 자신의 첫선물이기에 자신의 관심을 이 똥에서 쉽게 그 새로운 물질, 즉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선물로 다가오는 그 물질에 전이시킨다.  - P258

. 아이에 대한 소망 속에 항문 성애적 충동과 생식기적 충동(남근 선망)이 한데 모인다. 그런데 남근에는 아이에 대한 소망과 무관하게 항문성애적 의미가 담겨 있다. - P258

똥에 대한 관심이 정상적으로 줄어들게 되면 여기서 설명한 신체 기관적 상사(相) 관계는 남근으로 관심이 옮겨 가도록 작용한다. 만일 아이들이 성 탐구 과정에서 아기가 장을 통해 태어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항문 성애의 핵심 유산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에서건 다른 의미에서건, 태어나는 아기의 전임자는 남근이다. - P259

항문 성애가 자기애적으로 사용되면 타인의 요구에 대한 자아의 중요한 반응으로서 반항심이 생겨난다. 똥을 향한 관심은 선물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고, 그다음엔 돈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간다. 여자아이의 경우 남근의 발견과 함께 남근 선망이 생기고,
그것이 나중에는 남근 달린 남자에 대한 소망으로 변한다.  - P259

성의 해부학적 차이에 따른 몇 가지 심리적 결과

우리는 소아 성생활의 심리적 토대를 연구하면서 대체로 남자아이를 대상으로 삼았다. 여자아이도 남자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차이가 있었다. - P282

남자아이의 경우 우리가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첫 단계는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상황이다. 이 상황은 이해하기가 쉽다.
아이는 유아기 때 이미 리비도(물론 생식기적 리비도는 아직 아니다)를 쏟아 부었던 바로 그 대상에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 P283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내력과 관련해서는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 콤플렉스 전에는 아이가 아버지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자상한 성격의 인물로 생각했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또 다른 요소는 자위와 비슷하게 생식기를 갖고 장난을 치는 행위다.  - P283

물론 두 번째 추정이 훨씬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다른 한편, 여기서 야뇨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야뇨증 버릇을 고치려는 교육적 개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의문이다. - P284

여자아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자아이보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숨어 있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첫 대상은 항상 어머니다. 그래서 남자아이가 첫 대상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대상으로 간직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어떻게 최초의 대상을 포기하고 대상을 아버지로 바꾸는 것일까? - P284

소아과 의사 린트너의 말에 따르면 어린아이는 <기쁨의 빨기>를 통해 쾌락의 원천이 생식기 부위(남근이나 클리토리스)임을 알게 된다고 한다. 나는 새로 얻은 이 쾌락의 원천을 아이가 정말얼마 전에 잃어버린 어머니의 젖꼭지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이는지는(나중의 구강성교와도 관련이 있다) 미정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 P285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태도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차이가하나 있다. 비슷한 상황, 그러니까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생식기를 처음 보게 되면 아이는 일단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 P285

 그때 일이 기억나면서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폭풍처럼 끔찍한감정이 휘몰아치고,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거세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 P286

여자아이의 태도는 다르다. 아이는 순식간에 판단을 끝내고 결정을 내린다. 즉 큼직한 남근을 보는 순간, 자기에게는 그런 것이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그것을 갖고 싶어 하게 되는 것이다.²

2 지금이 내가 수년 전에 내세웠던 주장을 수정할 좋은 기회인 듯하다. 그때 나는 청소년과 달리 어린아이들의 성에 대한 관심이 남녀의 성적 차이로 일깨워지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어디로 나오느냐는 문제에서 촉발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공히 삶의 우연한 계기들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원주 - P286

언젠가는 남근을 가질 것이고, 그로써 남자와 비슷해질 거라는 희망은 상상이 안 될 정도로까지 오래 보존되어 있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특이한 행동의 동기가 된다. 아니면 내가 <부정(否)>의 과정이라 부르는 과정이 시작되기도 한다. - P286

남근 선망은 그것이 남성성 콤플렉스의 반동형성을 통해 사라지지 않는 한 다양하고 심각한 심리적 결과를 초래한다. 여자의 경우 자기애적 상처의 인정과 함께 흉터와 비슷한 열등감이 생겨난다.  - P287

질투가 한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넓은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음은 분명하지만, 나는 이것이 남자보다는 여자의 정신생활에서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 P287

남근 선망의 결과로 나타나는 세 번째 현상은 어머니라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식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관련성에 대해 아주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다만 확실한 것은 결국엔 거의 항상 자신의 남근 부재에 대한 책임을 어머니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 P288

그런데 남근 선망이나 클리토리스의 열등함을 발견한 데서 이어지는 결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놀라운 결과는 따로 있다.
예전에는 난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자위행위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지어 반감을 느낄 때가 많고, 그래서 동일한 상황에서 남자들은 탈출구로서 주저 없이 자위를 선택하는데도 여자는 그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 왔다.  - P288

어린 여자아이들이 클리토리스의 수음에 그렇게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즐거움을 주는 그 행위를 혐오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어떤 요인이 있다는 가정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요인은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바로 남근 선망과 연결된 자기애적 상처임에 틀림없다. 자신은 왜소한 남근 때문에 남자아이의 상대가 될수 없으며, 따라서 남자아이들과의 경쟁을 중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 P289

이로써 본질적인 문제들은 다 말했으니 잠시 논의를 멈추고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총괄해 보자. 여자아이에게 나타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내력은 해명되었다. 하지만 남자아이의 경우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 여자아이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차적 산물이다. - P290

그럼에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거기에 빠져들었다가 다시 빠져나오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날 만큼 무척 중요하다.  - P291

페렌치에 따르면, 남근이 지극히 강렬한 자기애로 똘똘 뭉쳐 있는 이유가 그 기관이 차지하는 종족 보존의 중요성에 있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소멸(근친상간의포기, 양심과 도덕의 확립)은 개인에 대한 종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신경증이 성 기능의 요구에 대한 자아의 반발에 뿌리를 두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퍽 흥미로운 관점이기는 하지만, 개인적 심리학의 관점을 포기하는 것은 일단 이 뒤엉킨 관계들을 해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P291

여자의 초자아는 우리가 남자들에게 요구하는 것만큼그렇게 엄격한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것도 아니고, 또 감정적 뿌리들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예부터 여자들에게 쏟아지는 비판들,
즉 여자는 남자에 비해 정의감이 약하고, 인생에서 꼭 필요한 순간에 복종하는 경향이 떨어지며, 어떤 일을 결정할 때면 호감과 반감의 감정에 좌우될 때가 많다고 하는 이런 특질들은 모두 위에서 언급한 초자아의 형성 과정이 남자와 다르다는 데 그 근거가 있을 듯하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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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인

첫눈에 반해 버렸다.
요사리안은 군목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그를 사랑하게되었다.
요사리안은 황달이 될락 말락 한 상태로 간에 탈이 생겨입원해 있던 중이었다.  - P9

입만 살았고 눈은 멍청하며 심각하고도 씩씩한 세 군의관이, 요사리안을 싫어하던 병동 간호사들 가운데 한 사람이며 역시 심각하고도 씩씩한 더케트를 데리고 아침마다나타났다. - P9

"아직도 안 마려워?" 중령이 물었다.
그가 머리를 저으면 군의관들은 서로 얼굴만 마주 보았다.
"약한 알 더 줘."
더케트 간호사가 요사리안에게 약을 더 주라고 기록하고나서 네 사람은 다음 침대로 갔다. - P10

병원에는 요사리안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었다. 음식도괜찮았고 침대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었다. 싱싱한 고기도배급되었고 한창 더운 오후면 다른 환자들과 함께 냉동 과일즙이나 차가운 초콜릿 우유를 얻어먹었다. - P10

전쟁이 끝날 때까지 병원에서 지내기로 작정한 요사리안은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가 입원했다는 편지를 썼는데,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묘안이떠올랐다. 그는 위험한 임무를 맡아 떠난다고 사방에 편지를 보냈다. "지원자를 뽑았지. 위험하지만 누군가 해야만할 일이었어. 돌아오자마자 편지 쓰지." - P10

장교 환자들은 누구나 같은 병동의 사병들이 쓴 편지를검열하는 일을 해야 했다. 그 일은 지루했고, 요사리안은사병 생활이 장교 생활보다 별로 재미있는 것 같지가 않아서 실망했다.  - P11

단조로움을 벗어나려고 그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나 생각해 냈다.
어느 날 그는 수식어를 사형에 처하기로 해서, 그의 손을거친 편지에서는 형용사와 부사가 모두 날아갔다. 다음 날은 관사와의 전쟁을 벌였다. 그 다음 날은 좀 더 높은 수준의 창의력을 발휘해서 a와 the만 남겨두고 편지 내용을 몽땅 새까맣게 지워 버렸다. - P11

캐치-22(22항 옮긴이)를 보면 검열한 모든 편지에는 검열한 장교가 서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거의 모든 편지를 그는 아예 읽어 보지도 않았다. 그는 읽지 않은 편지에는 자신의 이름을 서명했다. 읽은 편지에는 ‘워싱턴 어빙‘이라고 적어 넣었다.  - P11

이 병동은 그와 던바가 여태까지 거친 곳들 가운데 가장좋았다. 이번에 그들과 함께 지내게 된, 스물네 살에 노란콧수염이 듬성듬성한 전폭기 기장은 한겨울에 아드리아 해에 격추되었다면서도 감기조차 걸리지 않았다. - P12

요사리안은 그와 체스를 두면 너무 재미있어 넋이 빠지기 때문에 그만두기로 했다. 그리고 총천연색 영화에 나오는 사람 같은, 학력이 좋은 텍사스출신도 있었는데, 그는 애국적인 견지에서 돈 많고 고상한사람들에게는 빈털터리, 떠돌이, 갈보, 죄인, 타락한 놈팡이, 무신론자, 그리고 고상하지 못한 자 들보다는 투표권을 더 많이 주어야 한다고 믿었다. - P12

열기에 무겁게 눌린 지붕에서는 숨 막히는 소리가 났다. 던바는 인형 같은 눈으로 천장을 응시하며 누워있었다. 그는 수명을 연장하려고 애를 썼다. 그에게는 권태를 누리는 것이 수명 연장의 방법이었다. - P13

요사리안이 마주 소리를 질렀다. "아무렴, 아무렴,아무렴,핫도그와 브루클린 다저스 야구팀, 엄마가만든 사과 파이, 모두들 그런 걸 위해서 싸우지. 하지만고상한 사람들을 위해선 누가 싸우지? 고상한 사람에게 투표권을 더 주기 위해서 누가 투쟁을 하지? 애국심이 없어.
그래, 애국심은 커녕 어른국심도 없지." - P13

그에게는 쓸모없는 팔이 두 개에 쓸모없는 다리가 둘이었다. 그는 한밤중에 남몰래 병동으로 옮겨졌으며, 사람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 두 다리를 이상하게 들어 올리고 두 팔도 수직으로 올린 채 음산하게 공중에 꼼짝없이 납덩이로묘하게 고정된 그를 처음 보게 되었다. - P14

하얀 군인은 텍사스인과 자리를 나란히 했는데, 텍사스인은 자기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아침, 오후, 저녁 내내느릿느릿한 목소리로 유쾌하면서도 처량 맞은 얘기를 계속했다. 아무런 반응이 없어도 텍사스인은 개의치 않았다. - P14

그녀는 하얀 군인의 입 구멍에 체온계를 넣어 아래쪽 언저리에 걸쳐 놓았다. 그러고는 첫 번째 침대로 돌아와 체온을 기록하며 차례로 병동을 돌았다. 어느 날 오후, 두 바퀴째 돌다가 그녀가 하얀 군인의 체온계를 뽑아 들었을 때그는 죽어 있었다.
"살인자." 던바가 나지막이 말했다.
텍사스인은 불안한 미소를 띠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 P15

"네가 죽이는 소리를 들었어." 요사리안이 말했다.
"깜둥이기 때문에 네가 죽였지." 던바가 말했다.
"자네들 돌았군." 텍사스인이 소리를 질렀다. "여긴 깜둥이들은 출입 금지야. 깜둥이들을 수용하는 곳은 따로 있어." - P15

요사리안이 군목을 만나기 전날에는 식당의 난로가 폭발해 취사장 한쪽에서 불이 났다. 심한 열기가 주변을 덮었다. 300미터나 떨어진 요사리안의 병동에서도 불길이 타오르는 소리와 나무가 타면서 튀는 소리가 들렸다.  - P16

갑자기 임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폭격기들의 단조로운 울림소리가 들려왔고, 불을 끄던 사람들은 호스를 말아 쥐고비행기가 추락해 불이 붙을 경우에 대비하려고 비행장으로달려갔다. 비행기들은 무사히 착륙했다.  - P16

불이 난 다음 날 군목이 도착했다. 군목이 침대 사이의의자에 앉아 좀 어떠냐고 물었을 때 요사리안은 편지에서달콤한 말만 남기고는 나머지 단어들을 모조리 축출하느라고 한창 바쁘던 참이었다. - P16

"아, 좋은 편이죠." 그는 대답했다. "간에 통증이 좀 있지만 나야 별로 정상적이진 못한 편이니까. 뭐 사실은 상당히 좋은 편이죠."
"다행이군요." 군목이 말했다. - P17

군목이 초조해했다. "내가 뭐 도와줄 거 없나요?" 얼마있다가 그가 물었다.
"아뇨. 없어요." 요사리안이 한숨을 쉬었다.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군의관들이 다 해 주니까요." - P17

"그래요." 요사리안은 여전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맞받아쳤다. "그래요. 정말 안됐어요."
군목이 다시 움직였다. 그는 좌우를 둘러보더니 천장을,
그러고는 마룻바닥을 보았다. 그는 한숨을 깊이 쉬었다.
"네이틀리 중위가 안부 전하더군요." 그가 말했다. - P18

"네이틀리는 시작이 잘못되었죠. 집안은 좋은 친구인E."
"실례를 해야겠는데요." 군목이 고집스레 말했다. "내가큰 실수를 범했는지도 모르겠군요. 당신, 요사리안 대위맞아요?" - P18

"256 비행 중대 소속인가요?"
"256 비행 중대 소속이죠." 요사리안이 대답했다. "요사리안 대위라고는 나뿐일 텐데요. 내가 알기에는 요사리안대위는 나뿐이었고 내가 알고 있는 건 그것뿐이니), - P19

"당신, 군목이군요." 그는 황홀한 듯 감탄했다. "당신이군목인 줄은 몰랐습니다."
"아, 그래요?" 군목이 대답했다. "내가 군목인 줄을 몰랐나요?"
"그래요. 전혀 몰랐어요." 요사리안은 신기해서 벌쭉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아직 진짜 군목을 본 일이 없으니까요."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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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먼지‘ 혹은 ‘로켓 연료‘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펜사이클리PCP, phencyclidine은 본래 마취제로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합성 물질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심리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쓰이는것은 허락되지 않았다. PCP는 해리성 약물dissociative drug이라고 부르는데, 주변 환경으로부터 떨어져 분리되는 느낌을 만들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 P210

카페인

우리는 카페인을 하나의 약물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신체적 독성과금단 증상을 만들어내는 물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마도 카페인은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향정신성(마음을 바꾸어주는 물질일 것이다. 카페인은 정신자극제이지만, 코카인과 같은 정신자극제와는 작용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구별이 된다. - P211

카페인은 순한 정신자극제로, 커피, 차, 탄산음료, 초콜릿, 일부 의료용 약품에 들어 있다. 각성 효과가 있고, 주의력을 증가시키며, 에너지가 상승된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자극에 대한 반응에 걸리는 시간을개선하며, 인지기능도 향상시킨다.  - P211

내성도 나타나는데, 카페인 음료를 마시고 한동안은 동일한 효과를만들어내기 위해 더 진한 농도를 필요로 할 수도 있다. 매일 하루에 한두 잔의 카페인 음료에 적응이 된 후에는, 그것을 중단하면 주로 피곤하고 지친 느낌을 가져다주는 금단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 외에도특별히 진한 농도에 적응된 후에 나타나는 금단 증상으로 드물지만 두통, 메스꺼움, 구토감 등을 느낄 수도 있다. - P212

5장

쾌락의 검은 그림자

뇌는 약물에 대처할 적당한 방어력이 없기 때문에 약물은 말 그대로뇌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중독에는 그 이상의 것이 있다. 만일 어떤 약물을 한 번 섭취하면, 그 약물은 뇌가 기능하는 방식을 왜곡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 P95

닉 레딩Nick Reding이 쓴 「메스랜드Methland」에 중독이 가져다주는재난에 관한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잘 그려져 있다. 거기에는 약물 사용자들이 어떻게 건강을 잃어버리고 인간관계나 직장생활을 망쳐버리는지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크랭크‘ 또는 ‘크리스탈 메스crystalmeth‘라고 불리는 중독성이 매우 강한 메스암페타민이 미국 중서부의한 가난한 마을의 경제와 사회 구조를 어떻게 점령하게 되었는지를 기술한다. - P95

약물을 섭취하려는 충동에는 좀 기이한 면이 있다. 때때로 약물을섭취하여 만족점을 얻으려는 것보다 단지 약물을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더 큰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약물 중독자들은 약물이 황홀감을 준다고 말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것은 오래가지 않는다! - P96

신경정신약리학자인 조지 쿱은 뇌 안에서 약물이 일으키는 변화를 연구하는데, 그는 이 변화를 가리켜 중독의 ‘어두운 면‘이라고 부른다. - P96

뇌 안에 존재하는 악마 - 중독과 금단

중독된 뇌는 마치 뇌 안에 약물을 갈망하는 악마를 갖고 있는 것과 같다. 반복적인 약물 사용이 중독된 뇌를 만들어내는 한편, 뇌 안에는
‘금단‘이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위협적인 악마도 도사리고 있다. 금단은개체가 약물 섭취를 멈추고 나서 종종 약물이 만들어내는 것과 반대되는 느낌을 갖게 하는 증상을 발전시킬 때 나타난다. - P97

중독과 금단의 관계를 시소를 가지고 단순화해서 생각해보자(그림5-1 참조). 여기 약물과는 전혀 상관없이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한사람이 있다. 뇌의 정상 상태는 시소가 수평인 상태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약물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뇌는 화학적 신호의 변화에 심한공격을 받게 되고 새로운 상태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시소의 한쪽이 약물에 의해 아래로 기울어지게 된 것으로 표현할 수 있다.  - P98

금단은 일상의 업무를 방해하고,
약물 사용자로 하여금 많은 일들, 그중에는 더 많은 약물을 얻기 위해 위험하고 파괴적인 범죄조차도 하게 만들 수 있다.  - P98

이제 우리는 반복적인 약물 섭취가 뇌를 변화시키고, 약물 사용의중단이 금단의 불쾌한 상태를 만든다는 것을 안다. 약물 의존자가 경험하는 금단 증상은 하나의 극적인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일 수 있지만, 사용하던 약물의 종류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 P99

점점 더 많이 섭취해야만 한다

중독의 전형적인 특징들 중 한 가지는 중독된 물질에 대한 ‘내성‘이다. 이 말은 동일한 반응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양의 약물이 필요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바꿔 말하면 동일한 양의 약물이 이제는 더 작은 반응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 P100

내성의 기초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시냅스전달synaptictransmission에 관여하는 분자들의 변화 때문이다. 사람들이 경험하는 많은 종류의 약물에 대한 내성이 잘 정리되어 있다. - P100

 하지만 내성을 설명하기위해서는 뇌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들이 또한 필요하다. 버지니아코먼웰스 대학의 교수로 있는 빌 듀이Bill Dewey 박사는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내성이 서로 다른 생체 조직에 따라 얼마나 많은 서로 다른 메커니즘이 존재하는지를 기술했다.  - P100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행동은 뇌의 통제 아래 놓여 있으므로 어떤 사람이 강박적으로 약물을섭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 강박성은 뇌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 P101

그러나 대부분의 유전자와 단백질들은 그 효과에 있어서 눈으로 볼 때 명백히 드러나는 하나의 형질로 관찰되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대신에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뇌를 포함한 우리 몸의 기능을 돕는 일을 할수도 있다. 예를 들어, 뇌의 특정 영역에서 화학적 신경전달을 도와주거나, 어떤 부위에서의 시냅스의 숫자를 바꿔줄 수도 있고, 혹은 에너지 대사를 바꾸는 일들을 한다. 요점은 단백질들이 어떻게 우리 뇌가 (그리고 각 개체가) 기능할지를 혹은 어떤 수준에서 기능할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 P103

그 일을 하는 것은 분자들이다

강박적으로 약물을 섭취하려는 행동을 이해하는 열쇠는 시냅스에서 시작하여 그 다음에 이어지는 시냅스후 신경세포postsynaptic neuron에 있다(4장의 그림 4-1과 4-4 참조). 약물 섭취가 신경전달의 증가나 감소를 가져오면, 거기에 맞춰 유전자 발현이 바뀌게 된다. 앞에서도 기술한 것처럼신경전달은 수용체가 자극을 받고 난 다음에 신경세포 내의 생화학적 신호전달 경로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특징은 세포 내 신호전달에 의해 전사인자들이 활성화된다는 것이다(그림 5-4 참조). - P103

 유전자의 프로모터를 문고리로 본다면, 전사인자는 문고리를 잡아 그것을 돌려주는 손에 비유될 수 있고, 문이 열리는 것은 유전자 발현의 증가로 이해할 수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발견은 반복적인 코카인의 주입이 신경세포 내에 몇 가지전사인자들을 양적으로 늘어나게 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에릭 네슬러 Eric Nestler와 그의 동료들은 델타 포스-Bdelta Fos-B라는 전사인자가 코카인에 의해 세포 내에 현저한 양적인 증가를 보이며, 그 결과 이들 전사인자들이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키는 데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발견했다. - P105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약물은 뇌 안에서 다른 종류의 변화도 일으킬 수있는데, 그중 하나가 인산화 phosphorylation이다. 이것은 여러 가지 단백질들- 예컨대 전사인자에 인산기를 붙이는 것을 말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단백질들의 활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약물의 효과를 조절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보통 유전자발현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 P105

사후연구를 통한 발견

중독 환자들이 죽고 난 다음에 그들의 뇌를 분석해보면(이와 같은 연구를 사후연구 postmortem study라고 부른다)⁵, 그 수준이 바뀐 화학물질들이 많이 발견된다. 아직도 어느 화학물질이 그리고 뇌의 어느 부분이 약물 중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지만, 우리는 많은 힌트를 갖고 있다. - P108

 약물 사용으로 인해 도파민 D2와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들, 신호전달과 에너지 대사작용에 관여하는 단백질들, 그리고 세포 구조에 관여하는 단백질들에 생겨난 변화가 관찰되었다.⁶ - P108

5장


그림 5-3 http://en.wikipedia.org/wiki/File:Dna-SNP.svg.
그림 5-4 Dr. Danton O‘Day, University of Toronto Mississauga. - P304

5장

5 2장의 주) 1에서, 연구 대상이 사람일 경우 피실험자를 어떻게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 계획서에 기술한다고 했다. 이러한 규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후 연구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뇌 조직을 제공한 연구대상자의 신원은 어떤 토의나 자료의 발간물에서도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6 예를 들어, 다음의 논문들을 참고하라. S. E. Hemby, "Cocainomics: NewInsights into the Molecular Basis of Cocaine Addiction.", J NeuroimmunePharmacol, 5:70~82, 2010. T. Flatscher-Bader et al., "Comparative GeneExpression in Brain Regions of Human Alcoholics.". Genes Brain Behav, 5(Suppl 1):78~84, 2006.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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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폴 터너


1

모어의 『유토피아』는 비평적 애정을 독차지하려는 치열한경쟁의 희생물이 되었던 작품이다. 가톨릭교도들과 공산주의자들 모두가 이 작품을 자신들의 배타적인 고유 재산이라고 소유권을 주장해 왔다. 그리고 그 소유권 주장을 위해 그들은 이다차원적인 작품에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와 맞지 않는 특징들은 모두 무시해 버리는 경향을 보여 왔다. - P7

2

이 작품은 어떤 종류의 작품인가? 우선 110페이지짜리 4절판 책으로 얇고 재미나게 만들어진 초판본(1516) 표제지에 실린 설명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설명에서이 작품은 "교훈적인 내용만큼이나 재미도 있는 진정으로 훌륭한 소책자"라고 소개되고 있다. - P8

우리는 에라스무스의 글을 통해 모어가 루키아노스를 특별히 좋아했었으며, 친구였던 이 두 학자들이 1505년경 루키아노스의 몇몇 작품을 실제로 번역하기까지 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때 모어가 번역을 담당했던 네 편의 작품 중에, 필자가 루키아노스의 『풍자 스케치』 중에서 ‘지옥으로 간 메니포스‘ 라는 제목으로 영역한 바 있는(블루밍턴, 1990, pp. 97~110) 대화체 작품이 들어 있다. - P8

루키아노스의 작품에 나오는 여행자는 메니포스라는 냉소적인 철학자이고, 모어의 작품에 나오는 여행자는 철학을 공부하고 있는 라파엘 히슬로다이우스라는 선원이다. ‘라파엘‘ 은 히브리어로 "하느님께서 치유해 주셨다."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이다. 그리고 외경인 『토비트서』에서는, 대천사 라파엘이 토비트의 아들 토비어스를 한 여행에서 인도해 주는데, 이 여행은눈이 멀었던 토비트의 눈을 뜨게 해주고 그의 재산을 복구시켜주면서 끝이 난다. - P9

예컨대, ‘히슬로다이우스‘는 ‘무의미(논센스) 제조자‘ 란의미이고,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없는 곳‘이란 의미이고, 강이름 ‘아니드루스‘는 ‘물이 아닌 것‘이란 의미이며, 행정 책임자직위 명칭인 ‘아데무스‘는 ‘사람들이 아닌 것‘이란 의미이다.  - P9

 그러나 ‘유토피아‘ 라는 이름은 다른 명칭으로 바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 - P10

거기서 나온 파생어들인 ‘유토피아의‘, ‘유토포스 혹은 유토푸스‘라는 명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토피아‘ 라는 명칭의의미, 즉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의미는 작품을 읽는 동안내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 P10

그러나 유토피아에 등장하는 이런 명칭들은 단순히 웃음을 주기 위한 목적만으로 사용되지 않는다. 독자들에게 해당 인물과 장소가 순전히 가상으로 만들어낸 가공의 인물과 장소란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되는 것이다.  - P10

의미가 없고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점이 강조됨으로써, 그런 명칭들은 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 서문에 붙인 저자의 경고와 매우흡사한 내용을 암시한다. 루키아노스는 그 경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디 서문에 붙이는 이 자발적인 고백으로 인해 후세 비평가들의 부질없는 비평이 없기를 바란다. - P11

그러나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가상적 성격을 강조하는 수법은 현대의 공상과학소설에서처럼 역설적으로 사실성을 강조하는 수법과 결합되어 있기도 하다. 라파엘 논센소는 1515년 모어가 플랑드르 지방을 실제로 방문했던 내용을 설명하는 사실적이고 자전적인 구절 속에서 소개되고 있다. - P11

한때 ‘직접 풀어보는(DIY)‘ 탐정 이야기 출간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독자에게 담배꽁초, 머리핀, 셀로판 박스에 넣은 기타 삼차원적인 실마리들을 제공하는 이야기들이다. 『유토피아』에서 묘사되고 있는 가상의 문명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물로 제시하기 위해, 페터 힐레스는 이런 탐정 이야기와 유사한 시도로 유토피아 어 알파벳과 유토피아 어로 쓰인 시 한 편을 작품 서두에 붙여 놓았다. - P12

모어의 『라틴어 경구 선집』 (1518)에붙인 출판업자 서문에 보면, 『유토피아』의 저자 모어가 한 일이라고는 그저 다른 사람이 해준 이야기를 기록한 일뿐인데 왜그가 그 작품 때문에 그렇게 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얼간이‘에 관한 언급이 나온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전하는 식으로 위장하는 이런 수법은 또 다른 탐정소설 기법으로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 P12

결국 유토피아의 작품 형식은,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는목적뿐만 아니라 저자인 모어가 자신을 너무 많은 비판에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 P13

이런 수법은 또한 인생 후반기에 ‘국왕의 착한종복‘이 될 위험성을 최소화시키고 ‘하느님의 으뜸 종복‘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태도, 즉 조심스럽게 직접적인 진술을회피하던 그의 태도와도 다르지 않았다. - P13

3

작품 형식을 통해 구축해 낸 모호성이라는 안전한 은신처 안에서, 결국 『유토피아라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먼저 이 작품은 절도죄를 사형으로 다스리는 비합리적 야만성을 지적하면서 시작하며, 이어서 절도범 숫자를 줄이는 유일한 길은 굶어 죽든지 아니면 도둑질을 하든지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숫자를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P14

마지막 문장을 제외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비평가들이 이런 모든 내용에 동의를 표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비평가들은 유토피아가 진정으로 완벽한 이상향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저자인 모어가 과연 진지한 의도로 유토피아식 생활 방식을 권장하고 있는 것인지 믿기 힘들다고 생각해 왔다. - P14

[전략]

이런 수사적 질문들에 대한 통상적인 대답이 유토피아라는나라가 긍정적 이상향의 상징이 아니라 타락한 유럽 사회에 대한 부정적 공격이라는 대답이다. 그 목적은 기독교인들에게 수치심을 유발시켜서 지금과 같이 가엾은 이교도 유토피아 인들보다 더 사악하게 행동하지 못하게 만들고 더 훌륭하게 행동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 P15

필자는 개인적으로 『유토피아』의 공산주의를 순전히 수사적 의미로 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모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제안들을 그저 개인적 회개 요구로 희석시켜 버리는 이런 식의 해석에 만족하지 않는다.  - P16

물론 이 작품은 어떤 최종적인 해결책은 제안하지 않는다.
유토피아 인들의 기도문에 나와 있는, "만약 이런 제 생각이 틀렸다면, 만약 어떤 다른 ・・・・・・) 사회제도가 우리보다 더 훌륭하고 하느님 마음에 더 드신다면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부디 그것을 알려 달라고 기원하겠습니다(본문, 222~223쪽)."라는 내용은 명백하게 개선과 교정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발언이다.  - P17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유토피아에서 표현되고 있는 견해들과 모어의 다른 작품들에서 표현되고 있는 견해들 사이에 분명한 모순점들이 존재한다는(필자가 주해나 부록에서 논한 바있다.)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 P17

그러나 모어도 본문 중에서 그가 풍자하고 있는 사람, 즉 "처음 먹은 생각이 잘못된 것일 수도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를 부끄러워하는 사람" 유형과는 다른사람인 것이다. 그보다는 유토피아 인들처럼 "자신이 잘못한것이 있으면 부디 보여 주시고 필요하다면 마음을 바꾸겠다." - P18

4

그렇다면 유토피아가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 즉 일시적일지언정 완벽한 사회의 청사진이라고 가정해 보기로 하자. 과연 그 사회는 살아가기에 얼마나 완벽한 사회인가? - P18

더 심각한 결함은 개인 자유의 부재이다. 심지어 자기 나라인데도 특별 허가가 없으면 여행을 다닐 수 없으며, 사실상 사생활도 부재한다. 모든 방에 스크린이 설치돼 있고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라는 표어가 걸려 있는 조지 오웰의『1984』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자신이 하던 일을 계속 해나가야만 하며, 남은 여가 시간도뭔가 유용하게 적절히 활용해야만 한다(본문, 140쪽)."라는 유토피아의 상황이 논리적으로 발전된 작품일 뿐이다. - P19

성 문제에 있어서 유토피아 형법은 더욱 잔인하다. 혼전 성교는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하는 강제 형벌이 가해진다.  - P19

결국 현대의 독자들은 유토피아는 윈드백 씨가 일컬었던
‘노플라키아(어디에도 없는 곳)‘라는 명칭에서처럼 분명히 그누구도 살 만한 곳이 못 된다고 결론 내릴 것이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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