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성애로 본 충동의 변화
몇 년 전 나는 정신분석적 관찰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추정을내놓았다. 깔끔함, 검약, 고집, 이 세 가지 성격적 특질이 한 인간에게서 상시적으로 동시에 발견되는 것은 성 기질에서 특히 강한항문 성애적 요소와 관련이 깊고, 그런 사람들의 경우 발달 과정에서 항문 성애의 사용에 대한 자아의 주요 반응 방식이 그 세 가지성격이라는 것이다.¹ - P253
결함 있는이 세 가지 성격이 <항문 성격>이라는 이름으로 확고하게 고착된 사례는 둔감한 관찰자의 눈에도 그 흥미로운 관련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극단적 경우들뿐이다. - P253
그때부터 항문 성애적 충동이 성기기 이후엔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성적 활동에서 생식기가 확고한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항문 성애적 충동이 성생활에서 의미를 잃게 되면 이후에 그 충동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 P254
항문 성애의 유기적 원천은 성기기가 시작된 뒤에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면서말이다. - P254
혹자는 발전과 변형의 이 해당 과정들이 분명 정신분석의 대상이 되는 모든 사람에게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 물음들에 대한 답변 자료가 없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 P254
우리는 배설물(돈, 선물), 아이, 남근의 개념이 무의식의 산물(착상, 판타지, 징후) 속에서는 잘 구분되지 않고 서로 쉽게 대체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을 이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렇게 말함으로써 우리가 정신생활의 다른 영역에서 통용되는 명칭들을 부당하게 무의식의 영역으로 전이하고, 비교에 따르는 이점에 현혹되어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다는것도 당연히 잘 안다. - P255
이는 <아이>와 <남근>이라는 명칭에서 가장 쉽게 드러난다. 일상생활의 상징어나 꿈의 상징어에서 이 두 명칭이 공통의 상징을 통해 서로 대체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 P155
여자의 신경증을 깊이 파고들면 남자처럼 남근을 갖고 싶다는억압된 소망과 부딪힐 때가 드물지 않다. 강한 남성성의 결과일때가 많은 여자의 삶에서 이러한 우발적 재난은 거세 콤플렉스로 분류되는 어릴 적의 그 소망, 즉 <남근 선망>을 다시 활성화해서 리비도의 역행을 통해 신경증의 주원인으로 만든다. - P255
또 다른 여자들의 경우는 어린 시절에 두 소망이 존재했다가 서로 교체되는 일이 생긴다. 즉 처음엔 남자처럼 남근을 갖기 원하지만, 나중에는, 물론 여전히 소아기의 일이지만, 아이를 갖고 싶다는 소망이 그것을 대체하는 것이다. - P256
나는 첫 성교 후에 여자들이 꾸는 꿈의 내용에 대해 들을 기회가 몇 번 있었다. 그 꿈들은 여자가 몸으로 직접 느낀 남근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망을 명백히 드러내고 있는데, 리비도적 근거와별개로 소망의 대상이 남자에게서 남근으로 일시적으로 퇴행했음을 보여 준다. - P256
똥의 다음 의미는 <황금(돈)>이 아니라 <선물>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는 선물받은 돈 말고는 아는 돈이 없다. 일을 해서 번 돈도모르고, 유산으로 물려받은 돈도 모른다. 아이는 똥이 자신의 첫선물이기에 자신의 관심을 이 똥에서 쉽게 그 새로운 물질, 즉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선물로 다가오는 그 물질에 전이시킨다. - P258
. 아이에 대한 소망 속에 항문 성애적 충동과 생식기적 충동(남근 선망)이 한데 모인다. 그런데 남근에는 아이에 대한 소망과 무관하게 항문성애적 의미가 담겨 있다. - P258
똥에 대한 관심이 정상적으로 줄어들게 되면 여기서 설명한 신체 기관적 상사(相) 관계는 남근으로 관심이 옮겨 가도록 작용한다. 만일 아이들이 성 탐구 과정에서 아기가 장을 통해 태어난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항문 성애의 핵심 유산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에서건 다른 의미에서건, 태어나는 아기의 전임자는 남근이다. - P259
항문 성애가 자기애적으로 사용되면 타인의 요구에 대한 자아의 중요한 반응으로서 반항심이 생겨난다. 똥을 향한 관심은 선물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고, 그다음엔 돈에 대한 관심으로 넘어간다. 여자아이의 경우 남근의 발견과 함께 남근 선망이 생기고, 그것이 나중에는 남근 달린 남자에 대한 소망으로 변한다. - P259
성의 해부학적 차이에 따른 몇 가지 심리적 결과
우리는 소아 성생활의 심리적 토대를 연구하면서 대체로 남자아이를 대상으로 삼았다. 여자아이도 남자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지만, 실제로는 당연히 차이가 있었다. - P282
남자아이의 경우 우리가 확실하게 알아볼 수 있는 첫 단계는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상황이다. 이 상황은 이해하기가 쉽다. 아이는 유아기 때 이미 리비도(물론 생식기적 리비도는 아직 아니다)를 쏟아 부었던 바로 그 대상에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 P283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내력과 관련해서는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그 콤플렉스 전에는 아이가 아버지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자상한 성격의 인물로 생각했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또 다른 요소는 자위와 비슷하게 생식기를 갖고 장난을 치는 행위다. - P283
물론 두 번째 추정이 훨씬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다른 한편, 여기서 야뇨증이 어떤 역할을 하고, 야뇨증 버릇을 고치려는 교육적 개입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의문이다. - P284
여자아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남자아이보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숨어 있다.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첫 대상은 항상 어머니다. 그래서 남자아이가 첫 대상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대상으로 간직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어떻게 최초의 대상을 포기하고 대상을 아버지로 바꾸는 것일까? - P284
소아과 의사 린트너의 말에 따르면 어린아이는 <기쁨의 빨기>를 통해 쾌락의 원천이 생식기 부위(남근이나 클리토리스)임을 알게 된다고 한다. 나는 새로 얻은 이 쾌락의 원천을 아이가 정말얼마 전에 잃어버린 어머니의 젖꼭지에 대한 보상으로 받아들이는지는(나중의 구강성교와도 관련이 있다) 미정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 P285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태도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차이가하나 있다. 비슷한 상황, 그러니까 남자아이가 여자아이의 생식기를 처음 보게 되면 아이는 일단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 P285
그때 일이 기억나면서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폭풍처럼 끔찍한감정이 휘몰아치고,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거세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 P286
여자아이의 태도는 다르다. 아이는 순식간에 판단을 끝내고 결정을 내린다. 즉 큼직한 남근을 보는 순간, 자기에게는 그런 것이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그것을 갖고 싶어 하게 되는 것이다.²
2 지금이 내가 수년 전에 내세웠던 주장을 수정할 좋은 기회인 듯하다. 그때 나는 청소년과 달리 어린아이들의 성에 대한 관심이 남녀의 성적 차이로 일깨워지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어디로 나오느냐는 문제에서 촉발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최소한 여자아이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남자아이들의 경우는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공히 삶의 우연한 계기들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원주 - P286
언젠가는 남근을 가질 것이고, 그로써 남자와 비슷해질 거라는 희망은 상상이 안 될 정도로까지 오래 보존되어 있다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특이한 행동의 동기가 된다. 아니면 내가 <부정(否)>의 과정이라 부르는 과정이 시작되기도 한다. - P286
남근 선망은 그것이 남성성 콤플렉스의 반동형성을 통해 사라지지 않는 한 다양하고 심각한 심리적 결과를 초래한다. 여자의 경우 자기애적 상처의 인정과 함께 흉터와 비슷한 열등감이 생겨난다. - P287
질투가 한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더 넓은 토대 위에 구축되어 있음은 분명하지만, 나는 이것이 남자보다는 여자의 정신생활에서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 P287
남근 선망의 결과로 나타나는 세 번째 현상은 어머니라는 대상에 대한 애정이 식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관련성에 대해 아주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다만 확실한 것은 결국엔 거의 항상 자신의 남근 부재에 대한 책임을 어머니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 P288
그런데 남근 선망이나 클리토리스의 열등함을 발견한 데서 이어지는 결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놀라운 결과는 따로 있다. 예전에는 난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자위행위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지어 반감을 느낄 때가 많고, 그래서 동일한 상황에서 남자들은 탈출구로서 주저 없이 자위를 선택하는데도 여자는 그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 왔다. - P288
어린 여자아이들이 클리토리스의 수음에 그렇게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즐거움을 주는 그 행위를 혐오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어떤 요인이 있다는 가정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요인은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바로 남근 선망과 연결된 자기애적 상처임에 틀림없다. 자신은 왜소한 남근 때문에 남자아이의 상대가 될수 없으며, 따라서 남자아이들과의 경쟁을 중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 P289
이로써 본질적인 문제들은 다 말했으니 잠시 논의를 멈추고 지금까지 말한 것들을 총괄해 보자. 여자아이에게 나타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내력은 해명되었다. 하지만 남자아이의 경우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 여자아이에게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차적 산물이다. - P290
그럼에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거기에 빠져들었다가 다시 빠져나오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타날 만큼 무척 중요하다. - P291
페렌치에 따르면, 남근이 지극히 강렬한 자기애로 똘똘 뭉쳐 있는 이유가 그 기관이 차지하는 종족 보존의 중요성에 있기에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소멸(근친상간의포기, 양심과 도덕의 확립)은 개인에 대한 종의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신경증이 성 기능의 요구에 대한 자아의 반발에 뿌리를 두고있는 점을 감안하면 퍽 흥미로운 관점이기는 하지만, 개인적 심리학의 관점을 포기하는 것은 일단 이 뒤엉킨 관계들을 해명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 P291
여자의 초자아는 우리가 남자들에게 요구하는 것만큼그렇게 엄격한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것도 아니고, 또 감정적 뿌리들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예부터 여자들에게 쏟아지는 비판들, 즉 여자는 남자에 비해 정의감이 약하고, 인생에서 꼭 필요한 순간에 복종하는 경향이 떨어지며, 어떤 일을 결정할 때면 호감과 반감의 감정에 좌우될 때가 많다고 하는 이런 특질들은 모두 위에서 언급한 초자아의 형성 과정이 남자와 다르다는 데 그 근거가 있을 듯하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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