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평등

들어가며

한 집단이 스스로 통치한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집단 구성원들이 모두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어떤 개인이나 집단도 몇몇 특성traits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더 선호되어서는 안 된다. - P137

그럼에도 평등에 대한 정의는 ① 모든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평등한 참여의 기회를 가져야 하며, ② 그들이 [의사 결정과정에] 참여할 경우, 그들의 선호가 동등한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실질적으로 평등한 기회‘라는 말과 ‘~할 권리‘ the right to라는 말은 다르다. 나는 권리라는 단어가 다소 공허하다고 생각한다. - P137

이렇게 정의할 경우, 평등과 익명성은 같지 않다.* 익명성은,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이 그 어떤 특성(그들이 불평등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특성을포함해)에 의해서도 시민이라는 지위 면에서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부유한 사람‘ 또는 ‘잘생긴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는 있지만, 부유한 시민 또는 잘생긴 시민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본 것처럼, 사회적 선택이론은 평등과 익명성을, 때로는 이른바 대칭성 symmetry까지도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이 조건을 세 가지 다른 말로표현한다는 점은 이 조건이 얼마나 모호한지를 보여 준다. 메이는 이 조건을 "대칭성"이라 부르고 이렇게 말한다. "이 두 번째 조건 [대칭성]은 [집단적 의사 결정의]결과와 관련해 모든 개인의 영향력이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조건을 익명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 좀 더 흔한 명칭은 평등이다" (May 1952,
681, 강조는 메이). 레이는 익명성과 평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라고 했다(Rae 1969, 42, 각주 8). 그는 다른 논문에서 이 조건을 "대칭성"이라 불렀다(Rae1975, 1271). 달은 익명성과 평등을 같은 것으로 취급한다(Dahl 1989,139). - P138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평등하지 않다. 다만 익명일 뿐이다. 민주주의의 계보에는 평등이 아로새겨져 있지만 평등은 민주주의의 특징일 수 없고 그렇지도 않다. - P138

이런 특성은 부, 나이, 성별과같은 몇 가지 지표를 통해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지표들을 기준으로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규범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이 주장의 논리를 반박하긴 어렵지만, [여기에서 전제하는] 가정들은 의문스러우며 실제로도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 P139

민주주의는 정치혁명이지 사회혁명은 아니었다. 게다가 거의 보편적으로 공유되었던 기대- 이 같은 기대는 누군가에게는 공포였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다-와 달리, 민주주의는 다양한, 때로는 상당히 거대한 경제적 불평등과양립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주의는 대부분의 자원이 시장에서분배되는 경제 체계 안에서 작동하며, 시장은 끊임없이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 P139

계보: 귀족 지배와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역사적 지평에 재등장했을까? 민주주의는 그 지지자와 적대자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 P140

팔머는 기념비적인 연구서에서 근대 시기에 출현한 민주주의를 다뤘다.* 그래서 이 현상에 대해서는 팔머의 연구를 간략히 요약하는 것 으로 충분하다.

+[옮긴이] 팔머는 [법적으로] 구성된 기구constituted bodies라는 개념으로 1760년대유럽과 아메리카에 있던 다양한 유형의 의회, 평의회, 행정협의회를 포괄해 분석한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 중세에 기원을 두는 이 기구들은 추상적인 ‘시민‘이 아닌 집단 구성원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를 가졌고, 상위의 권력은 물론 하위의 대중적 압력으로부터 이를 지키고자 했다. 이 기구들은 한편으로 여타 사회 구성원들을체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다른 한편으로 구성원 자격을 개방하고, 권한과 대표의기초를 변화시켜 스스로를 재구성함으로써 민주주의 운동에 영향을 끼쳤다(Palmer1959, 2장 참고). - P140

(전략)
군주정에 대항하는 운동으로민주주의가 등장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18세기 말 ‘민주주의‘는 출생 신분을 기준으로 정치적 지위를구별하는 법적 방식에 대항하는 구호였다. 민주주의자는 귀족 또는 귀족 지배에 저항하는 자였다. - P141

(전략). 그러므로 1794년 한젊은 영국인은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민주주의자라고 불리는이상한 계급의 일원이다. 내가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표현한 까닭은, 세습에 따른 구별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특권 질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⁴
매디슨은 「페더럴리스트」 39번 논설[국역본, 297쪽]에서 이렇게 썼다. "이체제의 공화제적 성격을 보여 주는 추가적 증거가 요구된다면, ・・・ [신분으로서의] 귀족이라는 칭호를 완전히 금지한 데서 가장 결정적인 증거를찾을 수 있을 것이다. - P142

4 Palmer (1964, 10). - P343

그러나 여기에는 어떤 수수께끼가 있다. 비록 민주주의자들이 귀족지배(그것이 원래 의미대로 정부 체계 [귀족정]를 가리키는 것이든, 법적 신분 지위를가리키는 것이든간에)에 맞서 싸웠지만, 이 투쟁이 그 외의 다양한 사회적구별의 철폐로 귀결될 필요는 없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하나의 구별이 다른 구별로 바뀔 수도 있었다 - P142

피에르 로장발롱은 이렇게 주장한다. "모든 사람이 법에 종속되며,
완전한 시민임을 요구하는, 평등의 명령은 모든 사람을 저마다의 독특한 결정 요소들을 배제한 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들 사이의 모든 차이와 구별은 저 멀리에 치워 둬야 한다."⁹ 그렇다면 평등의 명령은 어디서 기원했을까? - P144

9 Rosanvallon (2004, 121). - P343

모든 이의 지지를 얻는 데 이보다 더 잘 계산된 수법은 없었다.¹⁰ "몇몇 사실이 이 가설을 지지한다. 폴란드의 타데우시 코시치우슈코는1794년 러시아에서 반란을 일으키며, 농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애매모호한 약속을 했다. 프랑스 제헌의회 의원들은 파리에 사는 보통 사람들의인기를 얻기 위해 그들에게 영합했던 것으로 악명 높았다. - P144

10 Finer (1934, 85). - P343

이미 로크의 『통치에 관한 두 번째 논고』에서 "모든 인간이 어떤 다른 인간의 의지나 권위에 종속되지 않은 채 자신의 자연적 자유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¹¹라는 원리가 등장한다. 사람들이 논리에 따라 행동한다거나 논리적 모순을 참을 수 없어 행동한다는 이론을 우리가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 P145

11 Locke (1988[1689-90] 국역본, [73쪽]). - P343

민주주의자들이 모든 구별에 맞서 대항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민주주의적 주체의 유일한 속성은, 그들이 아무런 속성도 보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단순히 특성 없는 존재without qualities 다.*

+파스퀴노는 홉스가 종교적 차별을 다루면서 이런 개념을 도입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종류의 [종교] 갈등에 직면했을 때, 홉스는 정치적 질서가 중첩적 합의over-lapping consensus와 특성 없는 사회라는 도시의 구조에 기초한다고 생각했다" (Pas-quino 1996, 31). - P145

민주주의와 평등

민주주의의 계보에 평등주의가 아로새겨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의미에서도 민주주의의 특징은 평등이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파스퀴노는 이렇게 경고한다. "말의 함정에 빠지면 안 된다. ‘특성 없는 사회‘societywithout qualities는 구성원이 평등한 사회가 아니다. 단지 특권층이 법적·제도적 지위를 갖지 않고, [공식적으로] 승인되지도 않는 사회일 뿐이다."¹³ - P146

13 Pasquino (1998, 149, 150).

[프랑스] 인권선언으로 되돌아가 보자. 인권선언의 출발점은 인류의선천적인 평등이다. 민주주의의 평등은 자연적 평등을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선재하는 평등이라는 개념의 함의는 불확실하다. 카를 슈미트가 지적하듯이, "모든 인간이 인간이라는 사실로부터 윤리, 종교, 정치, 경제에 관한 어떤 구체적인 사항도 연역해 낼 수 없다."¹⁴ - P146

 그러므로 몽테스키외는 이렇게 주장했다. "자연 상태에서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그러나 그들은 어떻게 평등한 상태를 유지할지 모른다. 사회는 그들을 불평등하게 만든다. 법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는 평등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¹⁶ - P147

16 Montesquieu (1995 [1748], 261 [국역본, 137쪽]). - P343

그러나 사회가 반드시 인간을 불평등하게 만드는가? 로장발롱에 따르면 1814년 이후 프랑스에서 ‘민주주의‘라는 말은 현대적인 평등 사회라는 의미로 널리 쓰였다.¹⁷ 고대 그리스나 로마공화정과 관련된 정치체제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 P147

17 Rosanvallon (1995, 149). - P343

현대사회가 반드시 더 평등해질 것인지는 복잡한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가 자생적으로 진화해 정치적 평등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모든 이가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 P147

민주주의자들은 베이츠²¹가 정치적 평등에 대한 소박한 개념화라고부른 것을 신봉했다. 정치적 평등에 대한 소박한 개념화는, 민주주의 제도가 시민들에게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동등한 절차적 기회(혹은 결과에 대한 평등한 권력)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다. - P148

21 Beitz (1989, 4). - P343

카를 슈미트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지배층과 피지배층, 통치자와 피통치자, 명령하는 사람과 복종하는 사람의 동일성"을 의미한다.²² 문제는 통치 능력 자체가 정치적 구별을 만들어 내지 않느냐는 것이다. 즉, 정치 계급 말이다. - P149

22 Schmitt (1993, 372). - P343

(전략). 그래서 민주주의자들은 대표의 임기를 짧게 하고 (뉴저지주의 6개월처럼) 재임횟수를 제한하며, 대표자가 자신의 봉급을 결정하는 권한을 제한하고,
이들을 불신임할 수 있는 절차 등에 집착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했다. 대표자와 피대표자 사이의 구별은 대의제에 내재할 수밖에 없다. 즉, 의회에 앉아 있는사람은 대표자이지 인민이 아니다. - P149

물론 통치할 능력이 출생 신분의 차이와 연결된 것은 아니며, 이 점에서선거는 (18세기적인 의미에서 ‘귀족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선거는 더 나은사람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마냉이 여러 자료를 통해 보여 주듯, 선거는능력에 따른 자연 귀족natural aristocracy*의 지배를 인정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여겨졌다. 실제로도 그랬다.

* [옮긴이] 여기서 ‘자연적‘ natural이라는 의미는,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부여된 특권에 따른 것, 또는 세습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즉, 법적으로 정의된 특권이 아니라, 부, 지위 또는 재능에 의해 사회적 우월성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자연귀족을 형성한다. - P150

게다가 대표되기 위해 인민은 반드시 조직되어야만 한다. 조직화에는 지속적인 기구, 봉급을 받는 관료, 프로파간다 장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로베르트 미헬스²⁵가 한탄했듯이 소수의 활동가들만이 의원, 당관료, 기관지 편집자가 된다. - P150

25 Michles (1962, 270 [국악본,383, 384쪽]). - P343

 대의제의 창설자들이 평등이라는 용어를썼다면, 이는 다른 무언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였다.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면, 사회적인 차이를 잊어버리겠다는 것, 즉 익명성이라 불러야 할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였다. - P151

선거권 제한은 민주주의 이데올로기를 위배하는가?

익명성을 약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한 가지 사실이 있다. 선거권 제한이다. - P152

몽테스키외가 선거권 제한을 어떻게 정당화했는지 살펴보자.²⁷ - P151

일반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① 대표자는 모든사람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 ② 모든 사람의 최선의 이익이 무엇인지 판단하려면 이성이 필요하다. ③ 이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결정 요인이 있다. 그것은 생계를 위해 노동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로부터 나오는] ‘사심 없음‘disinterest), 또는 누군가에게 고용되지 않거나다른 이에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경제적 자립‘independence)이다. - P152

또한 단지 외양상의 평등만 위배한다는 주장은 다음의 세단계로 펼쳐진다. ① 최선의 공동 이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고려한다는 뜻이며, 따라서 모든 사람은 동등하게 대표된다. 

+콩도르세는 이렇게까지 주장한다. "입법의 모든 측면에서 유산층과 무산층의 이해관계는 같다. 단지 유산층이 민법과 세법에서 더 큰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유산층이 전체 사회 이익의 수탁자이자 수호자가 되는 것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Condorcet 1986[1788], 212). - P152

② 구분되어야 할 유일한 특성은 공동선을 인식하고 추구하는 능력이다. ③ 이와 같은 능력의 획득이 금지되는 사람은 없으며, 따라서 선거권은 잠재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 - P153

마지막 두 가지가 핵심이다. 사회적 지위의 법적 구별은 오직 통치능력의 지표로서만 유효하며, 인민이 통치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고 그것이 적절하게 표시되는 것을 막는 그 어떤 장벽도 없다는 것이다. - P153

납세자에게만 투표권을 주는 방식을 옹호하는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정치적 불평등은 사회적조건의 불평등에 의해 정당화되지만, 이때 그 어떤 법도 사회적 지위가올라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 그러므로 정치적 불평등은 보편주의라는 규범을 위배하지 않는다. - P154

종교에 따른 정치적 권리의 제한 역시 때로는 보편주의적인 언어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대체로 이성이 아니라 공통 가치에 호소했다. 루소와 칸트부터 존 스튜어트 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는 공통적인 이해관계, 규범, 가치에 근거할 때에만 정치체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믿었다. - P155

여성에 대한 선거권 제한은 가장 어려운 이슈였다. 비록 초기에 여성선거권을 지지한 사람들은 이성이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배분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는 했지만, 주류의 입장은 여성에게 선거권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성은 아동과 마찬가지로 자립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고유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 P155

하지만 왜 여성은 일부 남성과 같은 방식으로 자립적이지 못했는가?
여성이 재산을 가질 수 없는 곳에서 여성은 법적으로 선거권 자격을 얻을 수 없었다. 이는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성이 자신의 이름으로 재산을 소유할 수 있고 실제로 소유한 곳에서,
재산 소유가 [여성이 정치적 권리를 가질 자격의] 충분한 지표가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 P156

슘페터는 어떤 [선거권의] 구분이든 그것이 받아들여진다면, 그런 구분의 근거가 되는 원칙 또한 인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로 중요한것은 이것이다. 이와 같은 주제들에 대한 해당 사회의 적절한 견해들을감안한다면 경제적 지위, 종교, 성별을 이유로 한 [선거권] 자격 박탈은우리 모두가 민주주의와 양립한다고 여기는 자격 박탈과 같은 부류에 포함된다는 것이다."³⁸ - P157

38 Schumpeter (1942, 244[347쪽]). - P343

분석적으로 말하자면, 다음 조건이 충족될 때 불평등은 자치에 위배되지 않는다. ① [집단적 의사 결정에서 배제된 이들의 선호가 집단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권리가 있는 이의 선호와 같을 때, ② 결정을 내리도록 선택된 사람들이 결정할 분명한 자격을 가질 때. - P157

베이츠가 지적했듯이,³⁹ 이상적인 선호가 없거나 그런 선호를 발전시킬 조건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기꺼이 동의한다면, 선거권 제한이나 가중 투표제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방법은 1857년에 이미 존 스튜어트 밀이 옹호했던 것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사람이 그런선호를 획득할 수 있거나, 그런 선호를 획득할 조건을 얻을 수 있다면,
선거권을 제한하거나 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 불평등하기는 해도 보편주의적인 용어로 정당화할 수 있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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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유동물에게는 복리(welfare)가 있다.¹ 그들은 삶을 편히 살거나 어렵게 살아가는데, 모든 것을 종합해보았을 때, 일부 동물들의 삶은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동물들의 삶보다 낫다. 

1) (옮긴이) welfare는 복리 또는 복지로 번역되는데, 전자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과 이익이고,
후자는 행복한 삶이다. 이 문장은 영어로 "Mammalian animals have a welfare"인데, 여기서 레건이 포유동물들이 충족해야 할 일정한 조건이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복리로 번역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P231

설령 이러한 이야기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없어도, 그렇다고 주목할 만한 철학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무엇인가가 변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동일하게 남아 있는가?"를 설명하는 해묵은 문제이다. - P232

이와 같은 성가신 질문은 다른 것들의 동일성에 관한 질문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이러한 질문이 가령 의자, 나무의 동일성에 관한 것이든 인간의 동일성에 관한 것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 P232

 모든 도덕 이론은 한결같이 이것이 인간의 경우에 참이라고 가정하고 있으며, 이때 아무런 도덕적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다시 말해, 무엇이 도덕적으로 옳거나 그르며, 좋거나 나쁜지에 관한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와 유사하게, 피도와 같은 동물이 인간과 다를 바없다고 가정할 때에도 도덕적 선결문제를 요구하지 않는다. - P232

 동물들의 동일성에 대한 설명은 그러한 설명이 밝히고자 하듯이, 그들의 육체적인 동일성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동일성까지도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육체적인 동일성만을 다루는 설명은 기껏해야 이러한 동물들의 동일성에관한 절반의 이야기만을 할 수 있을 따름이다. - P233

두 번째 문제는 동물 복리의 본질에 관한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비교적 상세히 검토해볼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익(interests), 이득(benefits) 그리고 해악(harms)이라는 개념에 천착해볼 것이며 (3.2~3.4), 이에 앞서 (3.1)동물에게 자율성을 귀속하는 근거를 밝혀볼 것이다. - P233

(전략), 나머지 하나는 안락사 개념을 동물들에게 적용할 경우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지 (3.7)에 대한 문제이다. - P233

3.1 동물의 자율성

우리는 자율성을 여러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칸트의 저술에서 고전적인 진술들을 찾아볼 수 있는 한 가지 해석에 따르면, 개체들은 ‘오직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개체들이 따를 것을 의욕할 수 있는 이유들에 따라행동할 수 있을 경우‘에만 자율적이다. - P234

달리 말해 내가 무엇을 행해야 할지를 물으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P231

어떤 동물이 칸트적 의미에서 자율적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런존재가 되려면 동물들이 다른 동물들(아마도 자신이 속한 종에 속하는)이 유사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거나 혹은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사숙고해볼 수 있는 실로 상당히 복잡한 수준의 사유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 P235

하지만 칸트적 의미의 자율성만이 유일한 의미의 자율성은 아니다. 또다른 견해로는 ‘개체들이 선호를 갖고, 이를 충족할 목적으로 행동할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율적‘이라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 P235

다음에서 살펴볼 두 유형의 사례는 이러한 동물들이 선호적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존재로 보는 것이 타당함을예시해준다. 첫 번째 사례는 이것 또는 저것을 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동물들이 주어진 방식으로 일정하게 행동하는 경우이다.  - P236

두 번째 사례는 주어진 경우가 최초의 상황이라 일정한 행위 패턴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 P237

자율성을 선호의 의미로 파악할 경우, 우리는 많은 동물들이 자율성을 갖추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동물을 합당하게 자율적으로 파악할 것인지는 첫째, 그들을 바람 혹은 목표, 다시 말해 선호를 갖는 존재로 파악하기 위한 합당한 근거가 있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둘째, 이는 그들의 선호를 말함으로써, 그리고 그들이 갖는 선호로 어떤 선택을 한다고 말함으로써 그들이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명료하게 서술할 수 있는지에, 또한 절약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에 좌우될 것이다. - P237

이제 우리는 두 가지 의미 - 칸트적 의미와 선호적 의미- 의 자율성이있음을 알게 되었다.  - P237

그 해석은 어떤 개체가 자율적인도덕 행위자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시하고 있을 따름이다. 다시말해 이는 자신이 수행하거나 수행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도덕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개체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공하고 있을 뿐이며, 또한 적절하게 비난받거나 칭찬받을 수 있는, 혹은 비판받거나 욕을 먹을 수있는 개체이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을 제공하고 있을 따름이다. 칸트적의미의 자율성은 "자율적 개체들이 스스로의 개인적인 선호에 관한 생각을 넘어설 수 있으며, 자신들의 고찰에 대한 공평무사한 이유를 마련하여 스스로의 도덕적 의무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라는 것을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 P238

3.2 이익

동물이 자율적 존재라는 입장의 적절함을 지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동물의 복리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할 때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이러한 함의는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적용되는 복리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검토함으로써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다. - P239

 예를 들어 그는 자신에게 이득이 돌아감에도 운동을 하는 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있다. 이 두 가지를 선호-이익(preference-interests)과 복리-이익(welfare-interests)으로 구분해보자. - P239

 미국의 철학자 랠프 바턴 페리(Ralph Barton Perry)는 이익의 특징을 좋아하거나 싫어한다는 공통의 특징을 갖는 특정 부류의 행동이나 상태로 규정했는데, 이때그는 바로 이와 같은 의미의 - 이익 -선호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다.² 하지만 페리가 규정한 이익의 특징은 전적으로 만족할 만한 것은 아니다.

2) R. B. Perry, Realms of Value(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54), p. 7. - P240

선호-이익은 누군가의 정신적 삶에서의삽화적인 사건일 수도 있고, 원하고 좋아하는 등의 성향(dispositions)일수도 있다. - P240

복리-이익은 선호-이익과는 다르다. 복리-이익의 경우, "A가 X와 관련된 이익을 갖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일시적 혹은 성향적 의미에서 X에대한 선호 이익을 갖는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며 반드시 함의하는 것도아니다. - P241

 어떤 것들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며, 어떤 것들은 그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어떤 것이 한 개체(A)에게 이익인 경우, 이는 A에게 이득이 된다. 반면 A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것은 A에게 해악이 되는데, 바로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가 개체의 일반적인 복리 개념을 이해하려면 이득과 해악 개념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 P241

3.3 이득

개체는 이득으로 인해 스스로의 능력 범위 내에서 좋은 삶을 영위할 수있게 되고, 그런 삶을 영위할 기회가 증진되기도 한다. - P241

하지만 동물이 바람을 갖는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프레이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가 동물들이 기본적인 필요에 관한 일시적인 그리고 성향적인 이익을 갖는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 P243

음식과 물이 동물에게 이익이 되듯이, 그들은 음식과 물에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일부 ‘하‘ 동물의 경우는 기본적인 생물학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만이유일한 바람 혹은 선호일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러한 개체의 복리는 이러한 바람들을 얼마만큼 조화롭게 충족하는가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이다. 조화로운 충족이라는 개념은 중요하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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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건물 위를 뒤덮고 있는 얼음층은 여러 가지 지질학적 요인을 떠올리게 했다. 일부 지역의 석조물은 빙하 표면까지 주저앉아 있었다. 고원의 안쪽에서 우리가 넘어온 고개 왼쪽의 1.5킬로미터 지점까지 넓은 길이 나 있는데, 그 자리에는 건물이 하나도 없었다. - P278

 물론 우리는 지구의 연대기, 과학 이론, 인식같은 것들이 어긋나 있다는 서글픈 비애를 느꼈다. 그러나 우리는 침착하게 비행을 계속하고 세밀하게 관찰한 끝에 이제 세상 사람들에게 내보일 만한 일련의 사진을 신중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타고난 과학적 사고방식이 도움이 된 것 같다. - P278

우리 앞에 펼쳐져 있는 제3기의 거대 도시와 비교할 때, 전설의아틀란티스와 레무리아¹⁰⁸, 코모리엄, 우줄더럼¹⁰⁹, 로마르의 올라소¹¹⁰등은 어제오늘 벌어진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 거석의 도시는 인류 이전의 불경한 속삭임으로 전해지는 벨루시아¹¹¹, 리예, 나르의 아이브¹¹²,
아라비아 사막의 ‘이름 없는 도시‘ 등과 비견될 만 했다. - P279

108) 레무리아(lemuria): 인도양에 가라앉았다는 전설적인 선사 시대의 대륙.
109) 우줄더럼(Uzuldaroum); 역시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가 북방정토를 배경으로 지어낸 또 다른 가상의 도시.
110) 올라소(Olathoe): 로마르(Lomar)는 드림랜드에 등장하는 가상의 공간으로 미지의 카다스를 향한 몽환의 추적에 나온다. 올라소(Olathoe)는 「북극성」에서 로마르의 사르킨 고원에 있는 도시로 묘사됐으며, 이곳에서 차토구아를 숭배한다.
111) 벨루시아(Valusia) : 로버트 E. 하워드(Robert E. Howard)가 지어낸 가상의 대륙이자왕국.
112) 나르(Mnar): 나르는 「사나스에 찾아온 운명 The Doom That Came to Sarmath」(1919)에서 언급됐다. 현실 세계와 꿈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공간으로 흑인 유목민이 정착하고 있다. - P352

산맥은 끝이 없었고, 구릉지역 안쪽을에워싼 거석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사방으로 80킬로미터를 비행했지만 영겁의 빙하를 뚫고 시체처럼 일어선 암석과 석조물의 미로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 P279

산맥에서 고원 안쪽으로 비행하는 동안, 도시가 무한한 것 같다는 처음 생각이 잘못임을 깨달았다. 50킬로미터쯤 비행하고 나니 기괴한 석조 건물이 뜸해졌고, 16킬로미터를 더 가자 인공물이 전혀 없는 천연의 황무지가 나타났다. 도시 너머의 강줄기는 움푹 들어간 선으로 변했다.
한편 거칠어진 지표면은 안개에 휩싸인 서쪽으로 멀어질수록 점점 더 경사가 급해졌다. - P280

 완만한 비탈에도 폐허의 잔재가 뒹굴었지만, 고도를 낮추자 착륙할 만한 지역이 꽤 많이 나타났다. 캠프로 돌아갈 때를 대비해 고개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을 선택한 후, 우리는 오후 12시 30분경 평지에 무사히 착륙했다. - P280

장비들은 착륙이 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지층 조사용, 혹은 동굴에서의 암석 채취용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다행히 찢어 쓸 만한 종이가 충분해서 여분의 표본 가방에 넣었는데, 복잡한 내부로 들어갈 경우 전통적인 방법대로길을 표시하는데 사용할 생각이었다. - P281

사실 그때 우리는 봉우리에 가려져 있던 어마어마한 비밀에 어느 정도 시각적으로 익숙해진 상태였다. 그러나 인류가 출현하기 전인 수백만 년전 어느 존재가 건설한 원시의 성벽 안에 실제로 발을 들여놓는다는 생각은 두려움뿐 아니라 우주적인 비정상성이라는 오싹함마저 던져 주었다. - P281

구멍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성벽의 두께는 1.5미터에 달하고, 내부에는 따로 구획을 한 흔적이 없는 반면 안쪽 벽면에 줄무늬 조각이나 얕은 돋을새김이 보였다. 성벽 위를 저공으로 비행할 때 예상한부분이 맞아떨어졌다. 성벽의 아래 부분이 더 있는 것 같지만, 그 위치에서는 두꺼운 얼음층과 눈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P282

정찰 비행에서 얼음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건물들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므로, 지붕이 남아 있고 내부가 깨끗한 건물로 들어간다면 원래의 지표면으로 향하는 통로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었다. - P282

피버디 교수가 그곳에 함께 있지 않아서 아쉬움이 들었는데, 그의 공학 지식이라면 까마득한 옛날 그처럼 거대한 석조 블록을 어떻게 다루었을지 추측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 P282

서쪽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는 수증기와 우리들 사이에 검은색 석조물이 괴기스럽게 엉켜 있었다. 그 불가해한 윤곽은 우리의 위치가 변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띠었다. - P282

우리가 촬영한 사진들마저 그 도시의 기괴함과 끝없는 다양성, 초자연적인 거대함과 완벽한 이국의 정취를 일부만 보여줄 뿐이다. 변칙적으로 절단된 원추형 건물을 본다면 유클리드도 할 말을 잃었으리라. 도발적으로 균형을 파괴한 계단식 단, 구근 형태로 기이하게 확대된 축대, 기묘하게 배치된 기둥, 광적인 기괴함을 드러내는 별 모양의 5각형 혹은 5개의 홈이 파인 구조물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 P283

이른 오후의 낮게 걸린 붉은빛 태양이 빛을 발산하려고 애쓰는 가운데 발밑에 펼쳐진 광경은 서쪽 안개에 묻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햇빛이 한순간 짙은 안개에 가려지자, 돌연한 어둠에빠져든 발밑의 세계에서 나는 차마 입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은 미묘한 위협을 느꼈다. - P283

붕괴된 석조물을 기어올라 위압감에 움츠러들고 거대한 폐허에 왜소해지는 느낌으로 마침내 미로처럼 얽혀있는 도심에 들어섰을 때, 우리는 다시 한 번 스스로 놀랄 만큼의 자제력을 발휘했다. 솔직히 댄포스는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캠프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기분 나쁜 억측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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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에게 선택의 기회가 없다면, 유권자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보비오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최소정의에 "의사 결정자, 또는 의사 결정자를 선출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실질적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라는 조건을 포함했다.¹ - P194

5. 선택과 참여

1 Bobbio(1987 [1984], 25). - P344

다시 한 번 중위 투표자 모델을 떠올려 보자. 두 정당은 유권자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가령 세율과 같은 하나의 쟁점을 놓고 경쟁한다고 해보자. 이 경우 두 정당은 서로 전혀 다른 이해관계를 대표하더라도,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결정적 투표자가 만족하는 강령을 제시해야 한다.
그 결과 두 정당은 결정적 투표자가 원하는 걸 하겠다고 약속하는 똑같은 강령을 제시한다. 그러나 결정적 투표자는 독재자가 아니다.³ - P194

3 Downs (1957), Roemer (2001). - P344

사실 선택은 이미 내려졌다. 정당들은 모든 시민의 선호를 읽고, 각각의 선호에 대한 지지자 수를 비교한다.* 하지만 다양한 대안들 사이에서 어떤 대안이 다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지 계산을 한 후, 선거 시기에 유권자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 대안이 시민 다수가 원하는 것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이미 선택을 내렸고,
이 대안은 우리 모두가 선택한 것입니다."

*여기서 시민 선호와 정당 강령이 독립적이라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유권자가 결과적으로 각 정당 강령에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 정당이 예측할 수 있다고만가정하면 된다. - P195

게다가 비록 유권자가 선택의 기회를 갖는다 - 정당들은 사실 완전히 똑같은 강령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 해도, 어느 한 개인이 혼자서특정 대안이 선택되도록 할 수는 없다. 물론 만장일치 규칙 아래에서는집단의 모든 개별 구성원이 결정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1652년에서 1791년 사이에 만장일치제를 도입했던 폴란드인들은1795년 [프로이센·러시아·오스트리아의 분할 점령으로] 국가가 붕괴할 때까지이 규칙을 열성적으로 옹호하기도 했다.⁴ - P196

4 Jędruch (1998). - P344

선거에서의 선택

민주주의자는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 P196

(전략), 모든 투표자가 각자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정책에 투표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자들은 어느 정도 타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정책 강령이 자신의 선호에 충분히 가까우면 선택하기로 한다.  - P197

그러나 이 유권자들이 도구적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투표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일부 유권자들이 그 기회를 소중히 여겼다는 일견 충분한 증거로 여겨진다. - P198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들은 극소수의 투표자들만 지지하는 강령을 제시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유권자가생각하는 어떤 이상점들은 다당제에서조차 그 어떤 정당도 선택지로 제안하지 않을 수 있다. - P199

 정당이 여전히 한가지 쟁점을 놓고 경쟁하지만, 어떤 정책들이 가능한지에 대해 관심을기울이고, 유권자들의 선호에 대한 정보도 불확실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정당들은 어느 정도 서로 구별되는 강령을 제시할 것이다.⁶ 3개 이상의 정당이 있다고 가정해 볼 수도 있다.⁷* - P199

+ 이렇게 가정한 오스틴-스미스의 모형에서 결정적 투표자는 세율이 정해진 뒤에고용될 이들 가운데 소득이 평균인 투표자[즉, 세율 변동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이 상쇄되는 지점에 위치한 사람]이다(Austen-Smith 2000, 1259). - P200

6 Roemer (2001). - P344

7 Austen-Smith (2000). - P345

즉, 다운스가 지적한 것처럼,⁸ 정당이 이기려면 정치적으로 가운데쯤에 있는 강령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당이 오직 선거 승리에만 관심을 쏟든, 아니면 유권자의 복지도 같이 신경을 쓰든 마찬가지다. 또 정당이 [유권자들의 선호에 대한] 완전 정보를 갖고 있든, 아니면 불완전 정보만 갖고 있든 마찬가지다. 정당이 몇개든, 선거에서 몇 가지 쟁점을 놓고 경쟁하든 상관없다. - P200

8 Downs (1957). - P345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추진된 경제정책을 보면, 이 같은 논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 시기 역사는 다음과 같이 전개되었다. - P200

제1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1930년대까지 각국 정부는 균형재정, 디플레이션 방지, 금본위제 등과 같은 황금률을 따랐다. 모든 사람이 자본주의경제가 자연법칙을 따른다고 믿었고, 그래서 경기순환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았다. - P201

케인스주의가 부상하면서, 각국 정부는 당파적 성향에 관계없이 수요 조절을 통해 자본주의경제의 경기변동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또 공공재를 공급하고, 기반시설에 투자해 외부성externality을 바로잡고, 자연적 독점을 규제해 시장에서 나타나는 비효율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 P201

신자유주의자는사적 소유가 다른 재산 소유 방식보다 효율적이라고 믿으며, 국가는 ‘너무크다‘고 생각하고, 거시 경제 균형이 투자를 촉진한다고 본다. 가장 결정적으로 이들은 경기순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정부의 정책이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인플레이션만 늘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국유재산을] 민영화하고, 공공 지출을 삭감하며, 거시경제 준칙을 지키고, ‘시장‘이 나머지 모든 일을 하도록 한다. - P201

이것이 사실이라면, 서로 다른 정당이 비슷한 정책을 제시하고 집행하는 까닭은 선거 경쟁이라는 긴박한 상황 때문만이 아니라, 어떤 다른정책을 펼쳐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 P202

1925년 스웨덴 의회 토론에서 리카르드 산들레르 사회민주당 총리가 자유당 지도자들에게 공격받았을 때, 그는 사회민주당이 자유주의적 사고를 받아들인 것에 자유당은만족해야 한다고 받아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투쟁을 휘감고 있는자욱한 화약 연기가 걷히고 나면, 합리적인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여 경제문제에 대해 토론할 때 그렇듯이, 투쟁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대부분의 중요한 측면에서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쉽게 발생한다."¹⁰ - P202

10 Tingsten (1973, 26). - P345

현상 유지 정책이 명백히 실패할 때, 더 나은 사상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을 때, 자신들이 더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유권자가 믿어 주리라 생각할 때에만 정당들은 과감한 혁신을 시도한다. - P203

그러나 정당이 시민에게 선택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 것에 타당한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작동과 선거제도의 정당성에는 경고음이 울린다. ‘정당이 언제나 똑같은 정책만 제시하면,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누가 집권하든] 집권당이 똑같은 정책만 펼치면, 선거에서의선택은 의미가 없다‘는 비판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들어 왔다. - P203

세 번째로, 이른바 케인스주의 복지국가도 비슷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1968년에 터져 나왔다. [68혁명 학생 지도자인] 콩방디 형제는 선거 경쟁을 고작 ‘진과 토닉 또는 토닉과 진‘ 사이의 선택으로 간주했다.¹³ - P204

13 Cohn-Bendit andCohn-Bendit (1968). - P345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는 원인이 정당 간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당들이 내놓는 정책들이 그들의 당파적 스펙트럼에 갇혀 있기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 P205

당신이 보다 를 선호한다고 해보자. 즉, x>y다. 지금 당신에게 두 가지 가능한 세계의 상태가 있다. 그중 한 세계에서 당신은 x를얻는다. 다른 세계에서는 x와 y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할 수있다는 것이 당신에게 본질적인 가치를 지니는가? - P205

집단 차원에서 살펴보기 위해, (중략). 즉, x가 다수파다[따라서 다음의 두 경우 모두에서 결정은다]. 두 정당 모두 를 제시해 기회 집합이 {x, y}인 경우와, 두 정당I이 각자 다른 대안을 제시해 {x, y}인 경우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당신은 생각하는가? - P205

당신은 두 정당이 {T, T}를 제시하는 경우와 {T-C, T+c}를 제시하는 경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가? {T, }가 제시되면, 확실히 당신의 이상점이 선택된다.
{T-C, T+c}가 제시되면 결과는 당신의 이상점에서 만큼 멀어지지만,
대신 당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 P206

세율 선택이라는 예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들에 내재된 모호성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안 집합 {T-C, T+c}는 두 가지 속성을 가지고 있다. 중심 위치가 라는 것과 범위가 2라는것이다. 당신이 가장 선호하는 위치인가 0.45라고 해보자. 당신이 불만을 느끼는 이유는 선택 범위가 좁기 때문일 수 있다. T=0.45,c=0.01,
{0.44, 0.46}인 경우처럼 말이다. - P206

내가 알기로는, [사람들이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가의 문제와 관련된] 유일한 증거는 로빈 하딩에 의해 제시된다.¹⁸ - P207

18 Harding (2009). - P345

하딩은 38개국의 40개 여론조사 결과를 검토해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① 경쟁하는 정당가운데 적어도 한 정당이라도 자신의 선호와 가깝다고 느낀 응답자는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② 승자, 즉 총선에서 자신이 투표한 정당이 집권한 응답자는 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③승자는 경쟁하는 정당들 사이의 차이가 뚜렷하다고 느낄수록 민주주의에 더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 P207

 즉, 선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은 사람에게만 가치 있다는 것이다. ‘본질적 요소‘를 확보한 사람[승자]은 그 결과를 더 넓은 선택 집합에서 얻었을 때 민주주의에 더 만족한다. - P207

 결국 "사람들은 선택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 어쨌든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 말이다."로 보인다. 비록 선택이 사치재라고 해도, 민주주의가 선택을 제공한다는 사실은 민주주의를 가치 있게 만든다.
몇 가지 선택지들이 유권자의 선택에서 배제되는 것은 [선거 경쟁의논리에 따른] 타당한 이유 때문일 수도 있지만, 부적절한 이유 때문일수도 있다. - P207

세율과 투자, 평등과 효율, 분배와 성장은 맞교환관계에 있다는 [우파 정당의 주장에] 좌파 정당이 부화뇌동한다면,
유권자는 조세, 평등, 분배 정책에 대한 자신의 선호를 표현할 수 없다.
이런 주장은 부유층의 이해관계에 복무하기 때문에, 좌파 정치인들 역시 그런 맞교환 관계가 불가피하다고 믿는지, 중도로 이동해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이익집단의 압력 때문에 그런 것인지에 대해 누군가는 궁금할 수밖에 없다. - P208

 존 던은이렇게 분석했다.

돌이켜보면 대처 총리의 가장 결정적인 정치 행위는 첫 임기 초반에 내린결정으로, 자본유출입에 대한 통제를 완전히 철폐한 것이다. 이 결정은자본과 조직화된 노동 사이의 정치적 경쟁이 벌어지는 공간을 규정했다.
그 공간에서 노동 세력은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또 그 공간에서 싸우면, 이미 정해진 노동 세력의 패배가 명백히 국민 다수의 이익에 도움이되는 척하기도 상대적으로 쉬웠다.²⁰ - P209

20 Dunn (2000, 152). - P345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것이 당선자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도된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보자. (중략). 그러면[금융 개방으로] 소득재분배가 더는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부적절한이유에서 유권자에게 제시되는 선택지를 제한하는 게 아니다. 유권자는대처에게 그녀가 생각하기에 최선인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 P210

민주주의와 참여

민주주의자는 참여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 이는 앞에서 제기한[즉, 민주주의자는 선택 자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과는 다른 질문이다. 앞에서 다룬 질문은 사람들이 선거를 통해 뭔가를 결정하는 것을 중요시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 P210

세 가지 가능한 상태를생각해 보자. ① 내가 참여했고 내 선호가 우세하다, ② 내가 참여했지만 내 선호는 패배한다, ③ 내가 선호하는 법질서가 자리 잡았고, 그 질서에 따라야 하지만, 나는 그것을 만드는 데 참여하지 않았다. - P211

개인이 사적인 선택을 할 경우 그의 선택은 결과로 이어진다. 센²²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 적극적 행위자, 즉 선택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다, 내 행동을 통해 획득한 결과는 내 행동과 무관하게 도달한 동일한 결과보다 더 가치 있다고 말이다. - P211

22 Sen (1988). - P345

여기서 투표 참여가 개인적으로 비합리적이라고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P212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단지 "나는 A에 투표했다.
그래서 A가 이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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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s in charge?

‘Who‘s in charge?‘ is one of the biggest political questions in large societies. The answer is important, because whoever‘s in charge gets to tell everyone what to do. - P8

Who has authority?

In a fair society, the people in charge need to have authority, notjust power. The political system will only work if most people agreethat those in charge are allowed to tell everyone what to do.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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