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트라우마의 타깃:
연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인간애

연민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인간애는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 P123

연민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인간애는 우리가 태어나면서 받은권리다. 이들은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산소 같은 존재지만, 동시에 트라우마가 우리 가정에 침투할 때 공략하는 첫 번째 급소이기도 하다. - P124

모든 종류의 트라우마는 자기 부정과 수치심을 동반할 수 있으며, 이런 감정은 우리 정서의 변화와 바뀐 기억에서 흘러나온다(이 책 3부에서 트라우마로 인해 일어나는 양상에 관해 추가로 설명하겠다). 자기 부정과 수치심은 트라우마의 영향을 증폭시키며 악순환을 초래하는데, 어느 누구도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 P124

트라우마는 우리의 역량을 숨기고 부정한다

이 세상에는 연민, 공동체 정신, 인간애가 너무도 부족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적어도 태어날 때는 이런 것들이 부족하지 않다. 우리모두에게는 이런 요소를 실현할 역량이 충분하다. 단지 트라우마가 그 실현을 방해하고, 이런 요소를 우습게 보거나,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하도록 이들을 숨기는 것이다. - P129

우리 생활이 이런 식으로 제한되면, 연민, 공동체 정신, 인간애와 관련된 우리의 역량도 줄어든다. 혼란스럽고 두렵고 마치 혼자인 것처럼 느낀다면, 이 요소들 중 그 어떤 것도 넉넉할 수 없다. - P130

우리가 겪는 시련과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연민과 공동체 정신, 인간애와 관련한 역량이 있다. 소수의 몇 사람은 랑고 삼촌처럼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런저런 트라우마의 유산을 안고 살아간다. - P134

트라우마는 마지막, 결정적인 단어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창조적이다‘는 의미의 ‘gene-rative‘이다. 이 단어는 가치 있는 것을 창출하거나 긍정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이바지한다는 뜻이다. - P135

하지만 트라우마가 우리를 방해하고, 트라우마로 인해 겪는고통이 세상을 보는 렌즈를 바꾸어 놓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기가쉽지 않다. 사실상 트라우마는 우리를 바꾸어 놓고, 아주 많은 경우 우리의 행복감은 물론 다른 사람의 행복감까지 갉아먹으며, 우리를 딴 사람으로 만든다.  - P135

우리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주도권을 잡고 어떻게 숨는지, 또 어떻게 공격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트라우마를 식별하고,
우리 앞으로 불러내서 그 힘을 누그러뜨리고, 더 나아가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 P136

6
의료 서비스가 트라우마를 대하는 방식

물론 연민, 공동체 정신, 인간애는 단순히 개인이 선택할 문제가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 시스템은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기도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의료 서비스는 더욱 그렇다. - P139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는 똑똑하고 고도로 숙련된, 배려심 넘치는 수많은 인력들이 일하고 있지만, 의료 서비스 산업 자체는 그렇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이 경험한 것처럼 의료서비스 시스템은 종종 도움을 받으러 오는 실제 사람들보다 시스템 자체의 이익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 P140

트라우마는 물론 정신 건강 영역에 속하지만, 정신 건강 서비스는 거대한 의료 서비스 산업 내에 속하는 세부 시스템에 불과하므로 이런 의료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더할 나위 없이 취약하다. 예컨대 정신 건강 서비스는 환자를 카테고리 안에 넣어 분류하는 것을 지나치리만치 중요시한다. - P143

다시 한번 밝혀두지만 내 말은 불완전한 (때때로 해로운) 시스템안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의사, 간호사, 치료사를 포함한 의료진들은 환자를 빵 만드는 재료보다 더 정성 들여 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P144

 의료진들에게는 겨우 환자의 기본적 요구 사항을 파악할 시간밖에 없는데 이미 다음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 게다가 번거로운 서류 작업은 계속 쌓인다. 특히 의사들에게는 환자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지만,
우리는 환자를 제대로 알면 실제로 그들을 치료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P145

애당초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미봉책에 의존해 봤자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료 업계는 환자 만족도 조사에 의존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 P145

정신 건강 의료진들은 담당하는 문제가 워낙 사적이고 은밀하며 때로 예기치 못한 일을 많이 마주하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더욱 취약하다. 하지만 이 점이 두려워 몸을 더욱 사린다면, 괄목할만한 치료 성과를 내는 데 필수적인 신뢰 관계 구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 P147

심리 치료: 이런 테라피스트에게 갈 것

사회의 수많은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신 건강 서비스 역시 복잡한문제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찾는 것이 요즘 트렌드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해법은 기껏해야 수박 겉핥기식의 효과밖에 없는데도 사람들은 종종 여기에 희망을 건다. - P148

.
공감 사실 테라피스트가 환자의 트라우마를 환자만큼 느껴야 한다는 의무는 없기 때문에 공감이라는 요소는 이들에게서찾아내기 까다로울 수 있다. 테라피스트가 당신에게 공감하는지 살피되, 공감하지 않는 기미도 동시에 찾아보라. 테라피스트가 당신의 얘기를 들을 때 남의 일처럼 듣고 있는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가? - P149

.
실질적인 문제 이해 

테라피스트가 당신의 실질적인 생활양상에 관심을 가지는가? 그가 당신의 상황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가? 예컨대 한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에 들어가는 게어떤 의미인지, 또는 삐걱거리는 관계를 끝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진단받은 증상과 실제 일어난 사건 및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는가? - P150

트라우마 영향에 대한 인식과 고려

 트라우마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테라피스트가 어디 있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게생소한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과거에 일어난 트라우마는 그저극복하면 된다는 생각을 의외로 아주 쉽게 하는데, 내 생각에 유명한 몇몇 인지 행동 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에서 활용하는 기법 역시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트라우마의 근원을 다루지 않으면서 심리적 고통을 다스려준다는 치료 도구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단기적 치료 성과에 집착하는테라피스트는 보험사에서 인정하는 치료 방식에 사로잡혀 있는사람일 수 있다. - P151

우리에게 필요한 의사는 환자를 동족의 피를 나눈 인간으로 보는 사람, 우리와 실제로 호흡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사람이 도와주어야 할 환자를 피해 다니며 환자를 진료할 리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인간으로서의 고통이 누그러지기를 염원한다 해도, 정신 건강 의료 서비스를 비롯한 의료 시스템이 이런 염원을 따라가고 지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P151

"의사 선생, 나는 죽은 사람이에요. 당신은 바쁜 사람이잖아요"

병원에서 수련 중일 때,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한 남성 환자를 맡게 되었다. 죽었다는 말이 은유적인 표현이거나 아니면 농담이거나 아니면 절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환자는 자신이 죽었고 단지 자신의 육체가 죽음을 따라잡지 못한 거라고 100퍼센트 확신했다.
그는 죽었다는 사람치고는 유달리 남을 배려했다. - P152

코타르 증후군 Cotard‘s syndrome (자신의 신체 일부가 사라졌거나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망상의한종류 옮긴이) (실제로 이 증상은 공식 진단명이 있다)의 경우 약물과 심리 요법을 쓰는 것은 종이 뭉치로 탱크에 맞서는 것과 같다. - P153

지독한 외로움이나 우울증으로 인해 여러분이 아무에게도 필요 없다고 느낀 적이 있었는가? 그렇게 느꼈을 때 여러분을 지탱해준 힘은 무엇이었는가? 여러분의 삶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그런 마음을 돌리려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 P154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설립된 전문병원에서는 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큰 그림을 봐야지 그저 증상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면안 된다는 것이 우리 대부분에게는 상식이지만, 의료 시스템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의료 서비스의 경우, 무엇보다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환경이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도 여기에 대한 개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환자는 병원만 왔다 갔다 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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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밑줄긋기에 이미지 번환이 잘 안 된다. 책이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사진은 저녁이 되서야 업로드가 된다.


군대 다녀오길
정말 잘했구나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5‘‘를 보면 한국은 성 평등 지수 0.651이며(남성에 비해 여성은 65퍼샌트 수준의 경제적 보상, 정치적 권한을 누린다는 의미) 이는 145개국 중 115위에 해당한나. 이웃 나라 중국은 91위, 일본은 101위였다. - P43

(전략).
즉, 우리보다 100등이나 앞선 ‘어떤 나라도‘ 양성이 평등한 곳이 없다. 그러니 이 조사에서는 여자에게 차별은 숙명이라는 것이 전재되어 있다. - P44

"거봐, 그러니까 양성평등은 불가능항 거야. 별수 있어?"
괜히 115위가 아니다. (중략). 남자들은 ‘2년을 낭비했다는 이유‘만으로 늘 ‘우대‘의 대상이 된다(그러니 ‘115위‘가 가능하다.) - P44

군대에서 배운 대로만 하면 돼

젊을 때 ‘눈 딱 감고‘ 2년만 참으면 평생을 ‘대한민국 남자‘로서 프리미엄을 누리게 된다는 말이다. 군댜에서 적응 잘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일상에도 무난히 적응할 수 있다. 그냥, ‘대한민국은 군대다‘._주7 - P45

주 7 권인숙, 『대한민국은 군대다』, 2005, 청년사 - P306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군 생활 말년에 주로 하는 일은 자신에게 배여 있는 ‘군인의 향기‘를 지우는 일이다. 간부들에게도 흐느적거리고, 또 후임에게도 ‘힘 빠진‘ 말년 병장의 모습으로 다가가 격의 없는 농담도 주고받는다. - P45

그런데 막상 제대를 해보면 말년에 자신이 ‘노력했던‘(?) 그 ‘탈‘(脫)군대스러움이 부질없었음를 알게 된다. 아무도 그런 ‘뺀질뺀질한 민간인 모드‘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 P46

남자들은 그저 ‘군대에서 배운 대로‘만 하면 ‘카리스마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었다. - P46

자네, 군대는 갔다 왔나?

(전략). 그런데 교수임의 첫마디는 생뚱맞게도 "자네, 군대는 갔다 왔나?"였다. 그래서 A는 "예~다녀왔습니다!"라고 묵직하고 단호하게 답을 하면서도 그 찰나에 ‘이 분위기‘가 무엇인지를 감지했다. 자연스럽게, "중부 전선 철책에서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했습니자."라고 ‘묻지도 않은 말‘에 답변을 이어갔다. - P47

군대에서 ‘음경 확대 수술‘이라도 해주었던가? 자신은 군대 가기 전이나, 후나 그냥 ‘남자 사람‘일 뿐인데 말니다. CBS의 변강욱 대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네 자기 한계를 넘어서는 혹독한 군사훈련이나 외부로부터 격리된 집단 구용생활이 인간을 절제와 협동심, 인내심, 자기 성찰로 이끄는 효과가 뛰어나다면 남성 대부분이 군 복무를 한 우리나라는 품격 있는 신사로 가득 찼어야 한다."_주8 - P48

주8 <노컷뉴스>, "우리 군사 문화의 뿌리는 프로이센? 사무라이?", 2013.7.23 - P306

군 복무에 대한 언행 불일치


이처럼 쿠자 대비 효과가 엄청난 ‘남자의 군 복무‘를 생각해보면, 남자들이 ‘군 가산점‘ 논쟁에 거품을 무는 것이 참으로 우습다. - P49

누차 강조해도 남자들은 한결같이 "군 생활이 얼마아 좆같은데!"만 반복한다. - P49

단지 군대를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조장‘으로 선출되고 그래서 ‘리더십‘을 바우규 이를 꼭 ‘자기소개서‘에 작성하는 특혜를 입은 자는 ‘남자‘ 아니었던가? - P50

우리는 복종에 찬성합니다.

(전략). 그래서 이성적 논의가 마비되면, 마티ㅜ사람이 뇌출혈을 일으키듯이ㅜ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_주9 이 상황에까지 이르면 그때의 당당함은 ‘객기‘라고 불러냐 마땅하다. - P51

주 9 콜레스테롤과 혈관을 비유적으로 사용하며 논의릉 전개하는 것은 노명우늬 『세상물정의 사회학:세석을 산다는 굿에 대하여』(2013, 사계절)를 참조햤음을 밝힌다. 노명우는 언론이 자기 역항을 사지 목하는 것을 ‘사휴ㅣ적 콜레그테롤‘의 증가라 일갈한다(71~79p) - P306

그러니 ‘당당한 것이 미덕₩이라는 인싯이 핑재히번 그와 한께 어떤 사안을 논리덕으류 따뎌뷰ㅏ아 할 지 저자 "뭘 그러누걸 세세하기 따지규 않아 있어!"라는 냉소덕인 장응이 대세거ㅠ ㅠ다버ㅓ하디ㅓ. - P52

인간은 ㅠ구나 약해질 수 임ㅅ다


인간이 특정한 상황에 직명하면 두누가 ㅇ‘악해질 수 있룸‘를 등멸한 필립 짐자그료 교수의 ‘스팸퍼디 사모육 셎헞‘에석ㅎ 기혇 ₩두병 긔 힙ㅇ%-₩(÷;÷*₩ 다러너ㅑ너 . (더 댜세한 내용앙 214pㅔ 참조) _주 10 - P52

주 10 이 살험은 <ㅅ스레피먼트라는 제뮥의 독일(200)어ㅏ 미국 (2010)에수 영화류 맏드러뎌싿. - P306

군대니까 폭력은 너쩔 구 업가?


ㄹ험의 하므이를 우리 사휴ㅣ의 문제로 가조오ㅗ아ㅏ ‘,/(#(×(=,#(ㄹㅋ사류ㅣㅇ 가나에서는 개이느기 ₩당드ㅏㅇ함‘도 공공의 선을 넘어구는 안 되눈 것이 마땅하다. 하지먼 개인이 그 경계선에 있능 때마나, "너 검쟁이야? 가즈바ㅏ루 좀 해봐"라고 말한다명 이것은 또 다릉 갸은에 댜한 포결그노 이더지기 맂사잉다. - P54

예전에 이 문제와 관련된 토론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군대라고 어떻게 사회적 상식에서 멋러난 일을 허용할 수 있느냐에 대해 한참 따지던 나에게 상대 패널은 생뚱밎게 "군대 어디 다녀오셨어요?"라는 질문을 던진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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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글

내가 마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천지가 개벽한다!

서민(기생충 박사, 칼럼니스트) - P10

그들은 왜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마라"는
황당한 구호를 외칠까?

오찬호 선생님의 첫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읽을 때가생각납니다. 한 줄 한 줄이 다 충격적이라 책장을 넘기는 손이 떨리던 그 순간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 P10

오 선생님은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이하 그 남자)에서 한국 남성의 찌질함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이것이 안타까운 이유는 앞으로 오 선생님이 남성들의 줄기찬 공격에 시달릴 것 같아서입니다. (중략)
그간 침묵하던 여성들이 ‘메갈리안‘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반격을 개시한 건 최근의 일이지만, 죽치고 앉아 댓글만 다는 남성들을 이겨내긴 힘들어 보입니다. - P11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들의 추모 열기가 뜨거웠던 것도 평상시 당해왔던 울분이 그사건을 통해 분출되었기 때문이지요. 마스크를 쓴 채 추모 현장에 나타나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마라"는 황당한 구호를 외치는 남성들의 모습은 외려 한국 남성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것을 드러내줬지요. - P12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들이라 그런지 글이 생생하고 가슴에 와 닿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제가 오 선생님을 좋아하는이유가 잘 나와 있습니다. 수시로 사이다 같은 깨달음을 전해준다는 것이지요. 예비군 훈련과 민방위 훈련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는 왜 다른지, 개저씨와 된장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등은 제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것들입니다.  - P13

남자오 태어나서 힘든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전략). ‘사이다‘라는 말도 사실은 자신과 의견이 같을 때 쓰는 말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남자로 태어나서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바로 그런 분들을 비롯하여 전보다더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 P13

I

Head 머리

"내가 배워야 할 건 군대에서 다 배웠다."

왜 ‘군대‘는
금기어가 되었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늘 요령이란 걸 터득하게 되는데 나는 적어도이 사회에서 어떤 말이 이성적으로 상대에게 납득되려면 ‘군대‘라는 두 글자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_주2 - P29

주2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 ‘출산‘과 ‘군대‘를 비교한 게 죽을죄냐"(2008. 8. 2.)에 대한 닉네임 ‘실*‘의 댓글. - P306

개인 취향일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스테레오타입을 비판하는, 특히 남자라는 권력으로부터 만들어진 순종적 여성상(像)을 의심하라고 가르치는사회학 강사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 P30

나는 왜 전향하게 되었나?

나의 ‘전향‘에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마르틴 루터처럼 ‘탑의 체험‘을 한 것도 아니다. 나는 ‘늘‘ 하던 일을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세상이 나를 페미니스트라 불렀다.  - P30

결혼, 아내의 임신, 그리고 출산에 이르는 과정은 사회학 전공자에게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사회학은 단순하게 말해 개인의 인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존재를 들춰내는 학문이다. 그래서 비판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P31

아내의 고통은 슬슬 절정에 이른다. 의사가 찾아온다. 아내의 표정은 일그러질 때로 일그러졌지만 별 반응은 없다. 그러길 몇 차례, 의사는 생뚱맞게 내게 말한다.
"남편분이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그러셔서 유도분만을 해봤습니다만, 의미가 없어요. 산모분의 경우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저러는 거 괜한 고생만 시키는 겁니다. 태아한테도 안좋아요."
나는 깜짝 놀라,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다. - P32

아내를 힘들게 하면서 그것을 ‘의사라는 권력‘에 저항한다고 생각했으니말이다. 오히려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 좋다‘는 또 다른 사회 분위기에 내가 지배당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아내를 짓눌렀던 나의 몹쓸 집착은 논리적이지도 않았고 ‘주술‘에 가까웠다. - P33

나는 이 부끄러움을 글로 옮겼다. 영리 위주의 경영을 고집하는 병원의 문제점을 모든 ‘의학적 진단‘을 해석하는 근거로 삼는 이 무지함이야말로 사회학에서 말하는 ‘계몽‘의 대상 아니겠는가. - P33

(전략). 그러니 아무리 의사가 경고한다고 해도 ‘에이, 애는 누구나 다 낳는 건데, 왜 수술까지 하라는 거야?‘라는 호기를 부릴 뿐이다. 나의 글은 이 오만함에 대한 반성이었다. 이 얼마나 기특하고 훈훈한 글인가! "분만실의 심리학 vs. 분만실의 사회학"이라는 제목의 글을 나는 블로그에 올렸고 인터넷 매체에 송고했다. - P34

남자를 모욕했으니 넌 죽어도 마땅해

가끔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분들이 수술의 당위성을 의학적인 관점이 아닌 사회학적 아집에 집착한 나를 질타했지만 분위기는 훈훈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도 세상의 편견에 아파했다면서 내 아내를 위로했다. 어떤 이도 ‘스스로의 착오를 인정하고 글로 반성한‘ 나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 P35

 글이 인터넷 매체로 넘어가면서 제목이 "분만실 40시간 체험, 군대보다 더 무서워"라고 바뀌었던 것이다. 제목에 포함된, ‘군대‘ 그리고 이것이 출산과 비교되는 조합은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의 흥분을 자동적으로 일으키는 것 아닌가. 나는 어이가 없었다. - P36

이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 글은 (리베카 솔닛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의 심금을 건드렸다. 신경도 건드렸다."_주3 그리고 나는 별안간 페미니스트가 되어 있었다. 내가 쓴 글의 의도는 간단했다. 일차적으로는 그만큼 아내의 출산 고통에 존경을 표한다는뜻이었고, 다음으로 흔히들 ‘군대 생활‘을 빌미 삼아 여성들의 출산·육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애써 무시하는 짓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 P37

주3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7p, 2015, 창비 - P306

한국에서 살다보면 ‘그런 남자‘가 된다

유독 내 기사에만 그런 댓글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벌어지는 현상이니 이것은 한국 남성의 일반적인 반응이라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2014년 8월 공지영 작가가 ‘나는 정말 궁금하다. 국방장관하고 육군 참모총장은 군대 다녀왔을까?‘라는 트윗을 올린 적이 있다. - P40

실제 군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직업군인‘ 간부들이 병사들의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일상적으로 목격하게 된다. ‘서는 데가 달라지면 보는 풍경이 다르기‘_주5 때문 아니겠는가. - P40

주5 웹툰 <송곳>에 등장하는 대사다. - P306

(전략).
이 과감한 무지가 가능한 남자들은 ‘군대에 다녀왔으면‘그렇게 생각할 리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정서로 ‘규격화‘되어 있을 거라는 놀라운 생각이야말로, ‘단편화된 남성 사고‘의 전형 아니겠는가.  - P41

 이들은 겉으로는 "군 생활이 얼마나 좆같은 줄 아느냐!"고 외치지만, 이것이 전쟁 없는 세상을 원한다는 고상한 철학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본인들이 더 잘 안다. 이 방식은 ‘여자들을 아래로 밀어내려는 이 사회의 반복적인 레토릭에 불과하고 남자들은 그걸배웠을 뿐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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