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내가 마초라는 걸 깨닫는 순간,
천지가 개벽한다!

서민(기생충 박사, 칼럼니스트) - P10

그들은 왜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마라"는
황당한 구호를 외칠까?

오찬호 선생님의 첫 책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읽을 때가생각납니다. 한 줄 한 줄이 다 충격적이라 책장을 넘기는 손이 떨리던 그 순간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 P10

오 선생님은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이하 그 남자)에서 한국 남성의 찌질함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이것이 안타까운 이유는 앞으로 오 선생님이 남성들의 줄기찬 공격에 시달릴 것 같아서입니다. (중략)
그간 침묵하던 여성들이 ‘메갈리안‘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반격을 개시한 건 최근의 일이지만, 죽치고 앉아 댓글만 다는 남성들을 이겨내긴 힘들어 보입니다. - P11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들의 추모 열기가 뜨거웠던 것도 평상시 당해왔던 울분이 그사건을 통해 분출되었기 때문이지요. 마스크를 쓴 채 추모 현장에 나타나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몰지 마라"는 황당한 구호를 외치는 남성들의 모습은 외려 한국 남성의 문제점이 심각하다는것을 드러내줬지요. - P12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들이라 그런지 글이 생생하고 가슴에 와 닿습니다. 게다가 이 책에는 제가 오 선생님을 좋아하는이유가 잘 나와 있습니다. 수시로 사이다 같은 깨달음을 전해준다는 것이지요. 예비군 훈련과 민방위 훈련에 대한 남성들의 태도는 왜 다른지, 개저씨와 된장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등은 제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것들입니다.  - P13

남자오 태어나서 힘든 당신이 읽어야 할 책
(전략). ‘사이다‘라는 말도 사실은 자신과 의견이 같을 때 쓰는 말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남자로 태어나서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는 게 쉽지 않으실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바로 그런 분들을 비롯하여 전보다더 많은 남성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 P13

I

Head 머리

"내가 배워야 할 건 군대에서 다 배웠다."

왜 ‘군대‘는
금기어가 되었나?


사람은 살아가면서 늘 요령이란 걸 터득하게 되는데 나는 적어도이 사회에서 어떤 말이 이성적으로 상대에게 납득되려면 ‘군대‘라는 두 글자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_주2 - P29

주2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글 ‘출산‘과 ‘군대‘를 비교한 게 죽을죄냐"(2008. 8. 2.)에 대한 닉네임 ‘실*‘의 댓글. - P306

개인 취향일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스테레오타입을 비판하는, 특히 남자라는 권력으로부터 만들어진 순종적 여성상(像)을 의심하라고 가르치는사회학 강사라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 P30

나는 왜 전향하게 되었나?

나의 ‘전향‘에는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무슨 마르틴 루터처럼 ‘탑의 체험‘을 한 것도 아니다. 나는 ‘늘‘ 하던 일을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세상이 나를 페미니스트라 불렀다.  - P30

결혼, 아내의 임신, 그리고 출산에 이르는 과정은 사회학 전공자에게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사회학은 단순하게 말해 개인의 인지,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의 존재를 들춰내는 학문이다. 그래서 비판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P31

아내의 고통은 슬슬 절정에 이른다. 의사가 찾아온다. 아내의 표정은 일그러질 때로 일그러졌지만 별 반응은 없다. 그러길 몇 차례, 의사는 생뚱맞게 내게 말한다.
"남편분이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그러셔서 유도분만을 해봤습니다만, 의미가 없어요. 산모분의 경우 수술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저러는 거 괜한 고생만 시키는 겁니다. 태아한테도 안좋아요."
나는 깜짝 놀라, 그게 무슨 소리냐고 했다. - P32

아내를 힘들게 하면서 그것을 ‘의사라는 권력‘에 저항한다고 생각했으니말이다. 오히려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 좋다‘는 또 다른 사회 분위기에 내가 지배당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아내를 짓눌렀던 나의 몹쓸 집착은 논리적이지도 않았고 ‘주술‘에 가까웠다. - P33

나는 이 부끄러움을 글로 옮겼다. 영리 위주의 경영을 고집하는 병원의 문제점을 모든 ‘의학적 진단‘을 해석하는 근거로 삼는 이 무지함이야말로 사회학에서 말하는 ‘계몽‘의 대상 아니겠는가. - P33

(전략). 그러니 아무리 의사가 경고한다고 해도 ‘에이, 애는 누구나 다 낳는 건데, 왜 수술까지 하라는 거야?‘라는 호기를 부릴 뿐이다. 나의 글은 이 오만함에 대한 반성이었다. 이 얼마나 기특하고 훈훈한 글인가! "분만실의 심리학 vs. 분만실의 사회학"이라는 제목의 글을 나는 블로그에 올렸고 인터넷 매체에 송고했다. - P34

남자를 모욕했으니 넌 죽어도 마땅해

가끔 자신을 ‘의사‘라고 밝힌 분들이 수술의 당위성을 의학적인 관점이 아닌 사회학적 아집에 집착한 나를 질타했지만 분위기는 훈훈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도 세상의 편견에 아파했다면서 내 아내를 위로했다. 어떤 이도 ‘스스로의 착오를 인정하고 글로 반성한‘ 나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 P35

 글이 인터넷 매체로 넘어가면서 제목이 "분만실 40시간 체험, 군대보다 더 무서워"라고 바뀌었던 것이다. 제목에 포함된, ‘군대‘ 그리고 이것이 출산과 비교되는 조합은 한국 사회에서 남자들의 흥분을 자동적으로 일으키는 것 아닌가. 나는 어이가 없었다. - P36

이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 글은 (리베카 솔닛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람들의 심금을 건드렸다. 신경도 건드렸다."_주3 그리고 나는 별안간 페미니스트가 되어 있었다. 내가 쓴 글의 의도는 간단했다. 일차적으로는 그만큼 아내의 출산 고통에 존경을 표한다는뜻이었고, 다음으로 흔히들 ‘군대 생활‘을 빌미 삼아 여성들의 출산·육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애써 무시하는 짓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 P37

주3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7p, 2015, 창비 - P306

한국에서 살다보면 ‘그런 남자‘가 된다

유독 내 기사에만 그런 댓글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벌어지는 현상이니 이것은 한국 남성의 일반적인 반응이라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2014년 8월 공지영 작가가 ‘나는 정말 궁금하다. 국방장관하고 육군 참모총장은 군대 다녀왔을까?‘라는 트윗을 올린 적이 있다. - P40

실제 군 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직업군인‘ 간부들이 병사들의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일상적으로 목격하게 된다. ‘서는 데가 달라지면 보는 풍경이 다르기‘_주5 때문 아니겠는가. - P40

주5 웹툰 <송곳>에 등장하는 대사다. - P306

(전략).
이 과감한 무지가 가능한 남자들은 ‘군대에 다녀왔으면‘그렇게 생각할 리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동일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모두 같은 정서로 ‘규격화‘되어 있을 거라는 놀라운 생각이야말로, ‘단편화된 남성 사고‘의 전형 아니겠는가.  - P41

 이들은 겉으로는 "군 생활이 얼마나 좆같은 줄 아느냐!"고 외치지만, 이것이 전쟁 없는 세상을 원한다는 고상한 철학 때문에 등장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본인들이 더 잘 안다. 이 방식은 ‘여자들을 아래로 밀어내려는 이 사회의 반복적인 레토릭에 불과하고 남자들은 그걸배웠을 뿐이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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