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트라우마의 타깃:
연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인간애

연민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인간애는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존재감을 완벽하게 드러내준다는 점에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 P123

연민과 공동체 정신 그리고 인간애는 우리가 태어나면서 받은권리다. 이들은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산소 같은 존재지만, 동시에 트라우마가 우리 가정에 침투할 때 공략하는 첫 번째 급소이기도 하다. - P124

모든 종류의 트라우마는 자기 부정과 수치심을 동반할 수 있으며, 이런 감정은 우리 정서의 변화와 바뀐 기억에서 흘러나온다(이 책 3부에서 트라우마로 인해 일어나는 양상에 관해 추가로 설명하겠다). 자기 부정과 수치심은 트라우마의 영향을 증폭시키며 악순환을 초래하는데, 어느 누구도 사태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 P124

트라우마는 우리의 역량을 숨기고 부정한다

이 세상에는 연민, 공동체 정신, 인간애가 너무도 부족하지만, 우리 인간에게는, 적어도 태어날 때는 이런 것들이 부족하지 않다. 우리모두에게는 이런 요소를 실현할 역량이 충분하다. 단지 트라우마가 그 실현을 방해하고, 이런 요소를 우습게 보거나, 아니면 우리가 보지 못하도록 이들을 숨기는 것이다. - P129

우리 생활이 이런 식으로 제한되면, 연민, 공동체 정신, 인간애와 관련된 우리의 역량도 줄어든다. 혼란스럽고 두렵고 마치 혼자인 것처럼 느낀다면, 이 요소들 중 그 어떤 것도 넉넉할 수 없다. - P130

우리가 겪는 시련과 트라우마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연민과 공동체 정신, 인간애와 관련한 역량이 있다. 소수의 몇 사람은 랑고 삼촌처럼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런저런 트라우마의 유산을 안고 살아간다. - P134

트라우마는 마지막, 결정적인 단어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어 중 하나가 ‘창조적이다‘는 의미의 ‘gene-rative‘이다. 이 단어는 가치 있는 것을 창출하거나 긍정적인 방식으로 세상에 이바지한다는 뜻이다. - P135

하지만 트라우마가 우리를 방해하고, 트라우마로 인해 겪는고통이 세상을 보는 렌즈를 바꾸어 놓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기가쉽지 않다. 사실상 트라우마는 우리를 바꾸어 놓고, 아주 많은 경우 우리의 행복감은 물론 다른 사람의 행복감까지 갉아먹으며, 우리를 딴 사람으로 만든다.  - P135

우리는 트라우마가 어떻게 주도권을 잡고 어떻게 숨는지, 또 어떻게 공격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트라우마를 식별하고,
우리 앞으로 불러내서 그 힘을 누그러뜨리고, 더 나아가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다. - P136

6
의료 서비스가 트라우마를 대하는 방식

물론 연민, 공동체 정신, 인간애는 단순히 개인이 선택할 문제가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 시스템은 우리의 행복을 증진시키기도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의료 서비스는 더욱 그렇다. - P139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는 똑똑하고 고도로 숙련된, 배려심 넘치는 수많은 인력들이 일하고 있지만, 의료 서비스 산업 자체는 그렇지 않다. 사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사람이 경험한 것처럼 의료서비스 시스템은 종종 도움을 받으러 오는 실제 사람들보다 시스템 자체의 이익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 P140

트라우마는 물론 정신 건강 영역에 속하지만, 정신 건강 서비스는 거대한 의료 서비스 산업 내에 속하는 세부 시스템에 불과하므로 이런 의료 산업 전반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더할 나위 없이 취약하다. 예컨대 정신 건강 서비스는 환자를 카테고리 안에 넣어 분류하는 것을 지나치리만치 중요시한다. - P143

다시 한번 밝혀두지만 내 말은 불완전한 (때때로 해로운) 시스템안에서 그저 최선을 다하는 의사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의사, 간호사, 치료사를 포함한 의료진들은 환자를 빵 만드는 재료보다 더 정성 들여 대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 P144

 의료진들에게는 겨우 환자의 기본적 요구 사항을 파악할 시간밖에 없는데 이미 다음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 게다가 번거로운 서류 작업은 계속 쌓인다. 특히 의사들에게는 환자를 제대로 파악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지만,
우리는 환자를 제대로 알면 실제로 그들을 치료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P145

애당초 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미봉책에 의존해 봤자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료 업계는 환자 만족도 조사에 의존하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 P145

정신 건강 의료진들은 담당하는 문제가 워낙 사적이고 은밀하며 때로 예기치 못한 일을 많이 마주하기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더욱 취약하다. 하지만 이 점이 두려워 몸을 더욱 사린다면, 괄목할만한 치료 성과를 내는 데 필수적인 신뢰 관계 구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 P147

심리 치료: 이런 테라피스트에게 갈 것

사회의 수많은 문제와 마찬가지로 정신 건강 서비스 역시 복잡한문제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찾는 것이 요즘 트렌드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해법은 기껏해야 수박 겉핥기식의 효과밖에 없는데도 사람들은 종종 여기에 희망을 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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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사실 테라피스트가 환자의 트라우마를 환자만큼 느껴야 한다는 의무는 없기 때문에 공감이라는 요소는 이들에게서찾아내기 까다로울 수 있다. 테라피스트가 당신에게 공감하는지 살피되, 공감하지 않는 기미도 동시에 찾아보라. 테라피스트가 당신의 얘기를 들을 때 남의 일처럼 듣고 있는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반응하는가?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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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문제 이해 

테라피스트가 당신의 실질적인 생활양상에 관심을 가지는가? 그가 당신의 상황을 실질적으로 이해하는가? 예컨대 한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에 들어가는 게어떤 의미인지, 또는 삐걱거리는 관계를 끝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진단받은 증상과 실제 일어난 사건 및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이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는가? - P150

트라우마 영향에 대한 인식과 고려

 트라우마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테라피스트가 어디 있겠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게생소한 일은 아니다. 사람들은 과거에 일어난 트라우마는 그저극복하면 된다는 생각을 의외로 아주 쉽게 하는데, 내 생각에 유명한 몇몇 인지 행동 치료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에서 활용하는 기법 역시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트라우마의 근원을 다루지 않으면서 심리적 고통을 다스려준다는 치료 도구는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단기적 치료 성과에 집착하는테라피스트는 보험사에서 인정하는 치료 방식에 사로잡혀 있는사람일 수 있다. - P151

우리에게 필요한 의사는 환자를 동족의 피를 나눈 인간으로 보는 사람, 우리와 실제로 호흡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사람이 도와주어야 할 환자를 피해 다니며 환자를 진료할 리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인간으로서의 고통이 누그러지기를 염원한다 해도, 정신 건강 의료 서비스를 비롯한 의료 시스템이 이런 염원을 따라가고 지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 P151

"의사 선생, 나는 죽은 사람이에요. 당신은 바쁜 사람이잖아요"

병원에서 수련 중일 때,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한 남성 환자를 맡게 되었다. 죽었다는 말이 은유적인 표현이거나 아니면 농담이거나 아니면 절망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환자는 자신이 죽었고 단지 자신의 육체가 죽음을 따라잡지 못한 거라고 100퍼센트 확신했다.
그는 죽었다는 사람치고는 유달리 남을 배려했다. - P152

코타르 증후군 Cotard‘s syndrome (자신의 신체 일부가 사라졌거나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망상의한종류 옮긴이) (실제로 이 증상은 공식 진단명이 있다)의 경우 약물과 심리 요법을 쓰는 것은 종이 뭉치로 탱크에 맞서는 것과 같다. - P153

지독한 외로움이나 우울증으로 인해 여러분이 아무에게도 필요 없다고 느낀 적이 있었는가? 그렇게 느꼈을 때 여러분을 지탱해준 힘은 무엇이었는가? 여러분의 삶이 중요하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그런 마음을 돌리려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도움을 주었는가? - P154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설립된 전문병원에서는 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큰 그림을 봐야지 그저 증상 완화에만 초점을 맞추면안 된다는 것이 우리 대부분에게는 상식이지만, 의료 시스템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특히 의료 서비스의 경우, 무엇보다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환경이 문제가 되는 상황인데도 여기에 대한 개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채 환자는 병원만 왔다 갔다 한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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