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왜 19세 판정을 안 받았을까?

등장인물 소개

오자서(?~BC 484)

중국 춘추시대의 초나라 사람. 초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태사 벼슬인 오사의 둘째아들로서 혼란스런 국정을 바로잡기 위해 헌신한다. - P12

손무


본시 제나라 명문 세도가인 전 씨 집안의 자손이었으나, 손씨 성을 하사받고오나라로 옮겨와 살았다. 오초의 국경지대 격전장을 살피고 분석하여 병법을 연구하였다. 그것이 바로 《손자병법≫이다. - P13

손빈

손무 후손이다. 혈기 왕성하여 사냥을 즐기는 가운데 방연과 함께 당대의 명장 오기의 문하門下에 들어가 병법의 대가가 되지만, 벼슬에는 뜻이 없고 가정에서 편안히 지내고자 한다. - P14

방연

가난한 가정 출신으로 출세 길을 위한야망을 불태우며 병법에 몰두한다. 손자의 병법을 배우기 위해 손빈의 집에 찾아들고 손빈과 동문수학한다. - P15

말희의 주지육림


걸왕은 하 왕조의 17대째 천자였다. 걸왕은 지략과용력이 뛰어나 어릴 때부터 소년 호걸로 칭송받았는데, 천자에 오르면서부터 정사를 돌보지 않고 술과 여자에 빠져 황음무도한 생활을 지내면서 이웃 제후국들을 무차별 공격하여 약탈과 방화를 일삼았다. - P27

간신들이 충동질을 하자 걸왕은 앙천대소仰天大笑했다.
"하하하! 유시국을 토벌하여 미인들을 모두 후비로 삼으리라."
걸왕은 10만 군사를 일으켰다. 군사를 일으킨 목적은오로지 재산 약탈과 미녀 공출이었다. 유시국의 영토는삽시간에 짓밟히고 도성은 포위되었다. 이유도 모른 채창졸간에 당한 유시국은 성문을 굳게 닫아걸고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 P28

"내가 무슨 죄가 있어서 백성들을 죽음으로 내모는가."
유시국 왕이 비탄에 잠겨 울부짖었다. 유시국왕의 통곡에 중신들은 일제히 무릎 꿇고 울었다. 왕은 중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물을 준비하고 도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인들을 선발했다. - P28

말희는 17, 18세의 앳된 나이였으나 복숭아 빛깔처럼고운 피부에 터질 듯 팽팽하게 솟아오른 젖가슴과 버드나무처럼 가는 허리, 풍만한 둔부는 가히 사내의 간장을녹이고도 남을 만큼 뇌쇄적이었다.
말희가 비단옷으로 단장을 하고 어전에 나타나자 왕과신하들이 그 찬연한 아름다움에 넋을 잃었다. 모두들 왜진작에 말희와 같은 미인을 만나지 못했는지 후회가 될지경이었다. - P29

유시국 왕이 양 1백 마리를 끌고 나와 아홉 번의 절을 올리고 말희와 진기한 공물이 적힌 물목을 걸왕에게공손히 바쳤다.
‘저토록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던가?‘
걸왕은 말희를 보자 세뇌된 듯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말희의 살결은 빙기옥골처럼 맑고 깨끗하다 못해 하얗게 빛나 보였고, 눈은 깊고 물기에 젖어 촉촉했다. 뭐라 한 마디라도 큰소리친다면 금방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 P30

걸왕은 이제 말이 필요 없었다. 진기한 천하제일의 구슬이 닳아 없어질까봐 말희를 침상에 앉히고 옷을 한 겹한 겹 조심스레 벗겨갔다. (중략), 걸왕은 완전히 매료되었다.
‘아아,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일 줄이야.‘
걸왕은 조심스럽게 말희를 안아 눕혔다. 말희의 몸은자신을 위한 맞춤이듯 따뜻하고 부드러웠으며 모든 걸포용하고 있었다. - P31

그날 이후 걸왕은 말희의 치마폭에 휩싸여 한시도 말희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술과 가무에 빠져 지냈다. 매일같이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어화원에서 말희와 함께 주연을 즐기는 것에 탐닉하여 정사를 돌보지 않으니 대소신료들의 품신조차 귀찮게 여겨졌다. - P33

"폐하, 대궐의 궁녀들은 한결같이 볼품이 없고 초라하기  그지없습니다. 전국에 영을 내려 3천 명의 미인들을 뽑고 그들에게 비단옷을 입혀 춤추고 노래 부르게 하소서."
말희가 온갖 교태를 부려가며 눈웃음을 치고 앵두 같은 입술로 말을 하니 걸왕은 즉시 영을 내렸다.
"너의 말이 옳도다. 지금 즉시 전국에서 미인 3천 명을가려 뽑아 대궐로 보내도록 하라. 그리고 또 백성들에게3천 벌의 비단옷을 바치게 하라. 영을 어기는 자는 가차없이 목을 베어 죽여라." - P34

(전략). 이때 말희가 살며시 눈을 감으며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눈을 반짝 떴다.
"폐하, 궁녀들에게 술을 따라주는 데 시간이 지체되어재미가 시들어집니다. 이곳에 연못을 만들어 술을 채우십시오. 그리고 배를 타고 다니면서 술을 마시고 나뭇가지에 고기를 매달아놓으면 주야장천 미인들과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사옵니까?" - P36

말희와 함께 황에 빠져든 걸왕은 이제 정사와는 거리가 멀어졌을 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고 주지육림을 위해 새 술을 빚고 새 고기를 만들라는 왕명만이백성들에게 내려졌다.
이로써 하나라는 많은 인력과 재물이 탕진되고 국력은날로 쇠퇴해져 갔다. 뜻있는 대신들이 더 이상 보다 못해걸왕 앞에 엎드려 죽기를 각오하고 충성으로 간諫했다. - P38

태사령太史 종고가 먼저 간했다.
"폐하, 말희는 천하의 음탕한 계집이오니 참수하십시오. 천자께서 말희를 얻은 후부터 정사를 돌보지 않고 주색에만 빠져 있으니 옛 성현들에게 그저 부끄러울 뿐입니다."
이번에는 중신 관용봉이 충간을 했다.
"뭣이! 네가 입이 있다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느냐?
네가 정녕 죽어야 입을 다물겠느냐?" - P39

걸왕은 눈물로 호소하는 충신 관용봉을 참수했다. 미친듯이 날뛰는 걸왕 앞에 대신들은 하나둘 물러나기 시작했고 이제 하나라가 기필코 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하고 하남성에서 존경받는 제후의 한 사람인 탕湯을 섬기기도 했다.
탕은 매우 현명하고 덕이 많기에 다른 제후들이 탕의덕을 칭송하면서 그에게 몰려왔다. 탕은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어 군사를 일으켰다. - P39

하나라는 제후들의 맹주였다. 비록 걸왕이 폭정을하고 있었으나 그가 분개하여 영을 내리자 많은 제후들이 군사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탕왕 또한 여러 제후의 군사들을 이끌고 파죽지세로 걸왕의 군사들을 공격했다. - P41

(전략).
이로써 4백 50여 년이나 이어 오던 하 왕조는 하루 아침에 멸망하고 새 나라가 탄생했으니, 바로 은殷나라였다.
탕왕은 온 천하 제후들을 초청하여 연회를 베풀고 덕으로써 나라를 다스릴 것을 약속하였다. 이에 모든 제후들이 감읍하였다. - P42

달기의 포락지형

탕왕은 천자로 즉위한 후에 명재상 이윤의 도움으로 어진 정치를 펼쳤다. 이윤은 걸왕에게 충간을 해도 듣지 않자 상나라로 망명하여 탕왕을 섬겼다. - P43

신辛은 27대 제乙의 세 번째 왕자로 태어나 미계자구라 불렸다. (중략).
미계자는 어릴 때부터 언변이 뛰어나고 두뇌가 명석했다. 뿐만 아니라 맨손으로 맹수를 때려잡을 수 있을 정도로 효용勇을 지녔으며 신하들의 어떠한 간언에도말려들지 않았다. - P44

(전략). 주왕은 제위에 오르자 정사는 돌보지 않고 술과 여자에 빠져 지냈다. 물론 궁 안에 여자들이 지천으로 깔려있으니 젊은 혈기에 이를 마다할 리가 있었겠는가.
그는 특히 가무를 즐기고 발정發情난 말처럼 풍마지희風馬之喜의 열락悅樂에 빠졌다.  - P44

"호오! 소후의 딸이 그토록 절색이란 말이지."
주왕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래서 소후를 불러들여 청을 넣었다.
"그대에게 어여쁜 딸이 있다고 들었소. 짐이 그대의 딸을 후궁으로 삼고자 하니 속히 보내시오."
소후에게는 생각지 못한 날벼락이었다. 주왕은 이미간신배들에게 둘러싸여 폭정을 일삼고 주색에 빠졌다는소문이 파다했다. - P45

주왕은 펄펄 뛰며 소후를 죽여버리고 그의 딸을 데려오라며 소리쳤다. 그러자 신하들이 일제히 일어나 소후를 죽이면 안 된다고 간언했다. 그 대신 소후의 딸을 데려오기로 결정을 봤다. - P46

"폐하, 궁중음악이 마땅치 않사오니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도록 하옵소서."
그렇잖아도 주왕은 지금까지의 궁중음악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달기가 말을 대신 해준 셈이었다.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달기는 알아차리는구나.‘ - P48

"폐하, 환락의 극치가 어떤 것인지 맛보고 싶사옵니다.
걸왕의 왕비 말희가 어떻게 즐겼는지 우리도 그들처럼마음껏 즐기심이 어떻겠습니까?"
이것이 그녀의 본심이었고, 그녀의 본심대로 움직이는것은 당연히 주왕의 몫이었다.
"그래, 좋다. 이왕이면 철저히 즐겨보자꾸나."
주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6백 년 만에 하나라에서 있었던 주지육림을 만드는 대역사가 은나라에서도 벌어졌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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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이 어린이가 석류알처럼 톡톡 떨어져서 입가에 피깨좋은 모습을 봤을 때 요시로는 놀라서 잠시 아무런 의미도 없이 방 안을 빙빙 돌아다녔다. 아이의 이는 다시 새로 나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 P22

진찰실에 들어가서 치과 의사와 눈이 마주친 요시로는 아직 의사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빠져 버렸어요.(ㅅㅎ)"라고 저절로 내뱉어 버렸다. 목소리가 떨리고 억양이 흔들려서 "쓸 수 있게 돼 버렸어요.⁵ 비슷하게 발음했음을깨닫고 요시로는 서둘러 "빠져서 떨어져 버렸어요."라고 고쳐말했다. 그러고는 "젖니입니다만"이라고 덧붙였다.

5) 書けでしまったんです 앞의 "欠けてしまったんです"와 발음은 같으나 억양이 다르다. - P23

명하는 동안, 요시로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치과 의사는 네모진 얼굴을 들며 "젖니가 약하면 영구치도 약해지죠." 하고 냉정하게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요시로는 가슴에 돌을 묻고꿰맨 듯하였으나, 무메이는 "젖니는 뭐 때문에 있는 거예요? 어차피 빠지는데." 하고 명랑한 과학 소년의 얼굴로 물어본다. 치과 의사는 그 물음에 정중히 대답한 뒤, 무메이의 이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 P24

요즘 시대의 어린이 대부분이 그러하지만 무메이는 칼슘 섭취 능력이 부족하다. 요시로는 치과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대로 가다가는 바야흐로 인류는 이가 없는 생물이 되지 않을까, 하고 끙끙 앓으며 생각하는데, 무메이는 그 속을 바로 읽더니 "참새도 이빨 없는데 건강하고 아무렇지 않잖아요." 하고 말했다. 무메이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안다. - P24

"증조할아버지도 이 없는데 밥 잘 드시고 건강하시잖아요." 아직 번민의 밀물에 잠겨 있는 요시로를 무메이가 다시 격려한다. 요시로는 증손자의 상상력이 노인을 위로하는 방향으로만 발달하여 못내 마음이 무겁다. 자기만 생각하고, 무모한행동을 거듭하고,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데. - P25

‘진단‘이라는 말이 ‘죽었다‘⁶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려서 ‘정기 진단‘이라는 단어를 언제부터인가 쓰지 않게 되었고, 차츰 의사들도 ‘달 감정하기‘⁷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6) 診断(しんだん)의 발음(신당)이 死んだ(しんだ)의 발음(신다)과 유사함을 이용한 언어유희다.

7) 月の見立て. 見立て라는 단어에는 견해나 감정(鑑定)이라는 뜻과 더불어 의사의 진단이라는 의미도 있다. - P26

이 소아과 의사는 사토리 선생인데, 오랜 옛날 요시로의 어머니를 진료했던 암 전문 의사 사토리 선생의 먼 친척쯤 된다고 한다. 그러나 두 선생은 목소리나 표정 어느 것 하나 닮은데가 조금도 없다. 암 전문 의사 사토리 선생은 환자를 아이대하듯이 얘기하는 사람이었다. - P27

어린이의 건강 상태가 담긴 원본 데이터는 전부 손으로 직접 작성하고, 의사 각자가 자기 판단에 따라 어딘가에 숨겨둔다고 한다. - P28

병원에서 의료 연구소로 보내는 데이터는 직접 쓴 것의 복사본이라, 누구든 그 대량의 데이터를 삽시간에 고쳐 쓰거나 없애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우수한 프로그래머가 오래전에 고안해 낸 보안 시스템보다 이 방법이 더 뛰어나다. - P28

 (전략), 라고 요시로가 은밀히 생각하는데 치과 의사는 다시 입을 크게 벌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칼슘은 생선이나 동물 뼈에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설도있어요. 하지만 그건 지구가 복원 불가능할 정도로 오염되기이전에 살았던 동물의 뼈이어야만 하지요. 그래서 어이없을 정도로 땅속 깊은 곳에서 공룡의 뼈를 파내면 좋으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미 홋카이도엔 나우만코끼리의 뼈를 발굴해서 가루로 만들어 파는 가게도 있다고 하네요." - P30

나우만코끼리만이 아니다. 왜가리든 바다거북이든 무메이는 생물의 이름을 보거나 들으면 그 이름 속에서 생물이 튀어나오리라고 여기는지 눈을 떼지 않았다.
동물 이름뿐 아니라 살아 있는 동물이 그대로 눈앞에 나타난다면 무메이는 마음에 불이 붙은 듯 좋아할 텐데, 이 나라에서는 벌써 꽤 오래전부터 야생 동물을 볼 수 없게 됐다. - P31

요시로는 작은 여행 가방에 갈아입을 옷과 세면도구를 챙긴 다음,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 P32

요시로는 신주쿠에서 나리타 공항까지, 무인 익스프레스지하철을 타고 가는 자기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제 공항으로가는 전철은 사라졌고, 익스프레스라는 독특한 가타카나 발음으로 비싼 속도를 팔았던 지하철을 타는 승객도 없어졌으며,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사람 또한 보이지 않는다. 공항 터미널역 개찰구를 나와서 공항으로 들어간다. 공항 관문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므로 여권을 보여 줄 필요도 없다. - P34

"무메이, 너는 동물학자가 될 거냐"
무메이가 동물도감을 보며 열심히 얼룩말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요시로는 이렇게 말한다. 무메이가 동물학 교수뿐 아니라, 여행을 하며 야생 동물을 관찰하는 에세이 작가로서 이름을 날리는 일까지 꿈꾸어 본다. 그러나 눈가를 풀리게 했던미소도 잠시 뒤에 굳어진다. - P35

어린이 건강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발견할 때마다 오려보관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만뒀다. 한번 읽은기사를 다시 읽는 일은 사실상 없었고, 철해 둔 파일이 점점책장을 차지하기 시작하자 벽에 중압이 갔다. 요시로는 오랫동안 ‘버릴 이유가 없는 것은 버리지 않는다.‘라는 규칙에 따라 살았다. - P36

오래된 신문 기사에 대한 미련을 버린 이유는 또 하나 있다. 어린이 건강 정보는 가을 날씨보다, 남자의 마음보다 더 변덕스럽게 바뀐다. ‘일찍 일어나는 건강 습관‘이라는 기사가 실리면, 며칠 뒤에 또 ‘낮잠 자는 어린이일수록 키가 큰다‘라는 커다란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간식을 먹는 어린이는 식욕이 없다‘라는 기사의 뒤를 쫓듯이 ‘과자를 원하는 어린이에게 단것을 주지 않으면 성격이 어두워진다.‘라는 내용의 칼럼이 나온다. - P36

부엌에서는 냄비가 오만하게 번쩍거린다. 고급 냄비도 아닌 주제에 왜 이렇게 번쩍거릴까. 요시로는 틈틈이 곁눈으로 냄비를 노려보면서 큰 채소 칼로 오렌지를 싹둑 두 동강 냈다.칼도 번쩍거리긴 했으나 그 번쩍거림에는 오만한 구석이 조금도 없었다. - P37

칼을 사길 잘했다. 이 칼을 집으면 요시로 손안에서 두 번째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과일은 그렇게까지 힘주어 자르지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지금 요시로에게는 고기나 생선보다 이 오렌지야말로 칼이 얼마나 잘 드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진검 승부 상대였다. 촘촘한 식이 섬유에 감싸인 안쪽 깊은 곳에서 귀한 과즙 한 방울을 찾아내 무메이에게 준다는 사명감에 취해, 요시로는 흥분감에 전율한다. - P39

과일만이 아니다. 양배추도, 우엉도 그렇게 쉽게 먹히겠느냐며 섬세한 섬유로 바리케이드를 친다. 식물은 아주 조용한 듯보이지만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완고함을 지녔다. 그것이밉다. 칼은 목적지를 향해서 망설이지 않고 멈추지 않고 싹싹자르며 나아간다. 강인해서가 아니다. - P39

"무메이, 괜찮으냐, 괴로우냐. 숨 쉴 수 있느냐." 하고 요시로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무메이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고, 머리를 팔로 감싸 가슴에 끌어안는다. 무메이는 괴로운 듯 보이면서도 어딘가 평온하다. 마치 바다가 태풍을 맞이하듯이 아무런 저항 없이 기침 발작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 P41

요즘 어린이의 90퍼센트는 미열을 반려 삼아 산다. 무메이도 늘 미열이 있다. 매일 체온을 재면 도리어 예민해지므로 학교에서는 열을 재지 말라고 지시한다. "오늘은 열이 있네." 하고 말하면 아이는 몸이 나른하다고 느낀다. 열이 날 때마다학교를 쉬면 대다수의 어린이는 학교에 다니지 못할 것이다. 어떤 학교에든 착실한 의사가 반드시 한 명은 있으니, 오히려아플 때 등교하는 편이 낫다.  - P42

요시로는 무메이와 함께 체온계를 모노노묘지¹⁴에 묻어버렸다.

14) ものの墓地. 물건의 묘지(墓地)라고도 읽힌다. - P42

새하얀 사기 날에 갈려서 주황색 즙이 흐른다. 피도 아니고 눈물도 아닌, 오렌지색 과즙을 매일 철철 흘리면서 살고 싶다. 주황색이 가진 명랑함, 따뜻함, 단맛과 몸을 옥죄는 듯한 신맛을 모두 받아들여 자신의 장으로 태양을 느끼고 싶다. - P44

딸 아마나는 무메이 정도 되는 나이였을 무렵에, 과자 상자를 자물쇠로 잠가 놓지 않으면 비스킷 한 통 혹은 초콜릿 한덩어리를 통째로 먹어 버리곤 했는데, 요시로가 혼내면 곧장 말싸움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안 되지."
"왜요?"
"몸에 나쁘니까."
"왜요?" - P45

요시로는 손자에게 준 가르침들이 틀렸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도쿄 일등 지역에 땅이 있으면 장래에 그 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부동산처럼 믿을 만한 건 없어."라고 손자에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 P48

손자에게 재산이나 지혜를 물려주려고 했던 것은 자신의오만이었을 뿐이라고, 요시로는 생각한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증손자와 함께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러려면 유연한 머리와 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100년이 넘는 동안 옳다고 믿었던 것들을 의심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 P49

요시로는 선 채로 신문을 펼쳤다. 사실 젊었을 때는 신문을읽지 않았는데, 언젠가 한번 신문이라는 매체가 사라진 적이 있었다. - P50

신문을 현관에 놔두고 부엌으로 돌아와서 요시로는 막 짜낸 오렌지주스가 들어 있는, 입구가 작은 대나무 컵을 무메이에게 건넸다.
"오렌지는 오키나와에서 나지요?" 하고 무메이가 한 모금마신 뒤 묻는다.
"그렇지"
"오키나와보다 더 남쪽에서도 나요?"
요시로는 침을 삼켰다.
"글쎄, 잘 모르겠구나." - P50

"좋은지 어쩐지는 모른다. 하지만 쇄국을 하면, 적어도 일본기업이 다른 나라의 가난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위험은 줄어들겠지. 또 외국 기업이 일본의 위기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위험도 줄어들 거다."
무메이는 알쏭달쏭한 얼굴을 했다. - P51

 시코쿠 지방은 농산물을 거의 다 자급자족하는 정책을 펴는 데다, 특허를 낸 사누키 우동 만드는 법, 독일 빵 만드는 법으로 돈을 번다.
한번은 요시로가 빵집에서 귤을 파는 모습을 발견하고 바로 두 개를 샀다. "시코쿠산"이라고 쓰여 있었다. 빵집은 역시시코쿠 지방과 뭔가 깊은 인연이 있는 듯했다. - P51

새로 생긴 휴일은 역대 천황의 생일이 아니라, 대부분 이름도 날짜도 국민 투표로 정한 민주주의에 따른 정식 휴일이었다.  - P52

 ‘경로의 날‘과 ‘어린이의 날‘은 이름을 바꿔 ‘노인 힘내라 날‘, ‘어린이에게사과하는 날‘이 됐고, ‘체육의 날‘은 몸이 뜻대로 자라지 않은 어린이가 슬프지 않도록 ‘몸의 날‘이 됐으며, ‘근로감사의 날‘은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하는 젊은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 날‘이 됐다. - P52

무메이는 귤을 손에 쥔 날이면 기분이 좋아서, 제 손가락끄트머리만큼이나 부드러운 귤의 살점을 누르며 놀았다. 요시로는 "먹을 것 가지고 장난하면 안 된다."라고 말할 뻔했으나, 귤로 자기 입을 틀어막고 아무 말 없이 침을 삼켰다. 먹을 것으로 장난해도 된다. - P53

증손자에게 먹일 과일을 사려고 혈안이 된 노인들은 시장에서 시장으로 유령처럼 떠돈다. 옛날에는 책 정도만 가격이 정해져 있었는데, 지금은 과일과 일부 채소가 전국에서 같은가격이다. 예컨대 오렌지는 부족하든 남든 한 개당 10만 원으로 정해졌다. - P54

혼슈 지방은 거칠고 변덕스러운 기후가 된 탓에 농사를 짓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동북 지방은 그나마 나아서 ‘신종 잡곡‘이라 불리는 영양가 높은 비싼 곡물을 생산했고, 그러한 혜택에 더해 기존의 쌀, 보리도 생산량은 줄었지만 여전히 출하했다. - P54

가뭄과 폭풍과 큰비에 쫓기다시피 하여, 혼슈에서 오키나와로 많은 남자와 여자가 이주했다. 농업으로 번성한 지역이라면 오키나와 외에 홋카이도를 들 수 있는데, 오키나와와 달리 홋카이도는 이주자에게 배타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 P55

오키나와는 애당초 혼슈에서 이주해 오는 사람들을 제한없이 받아들일 방침이었지만 남성 노동자만이 늘어날까 봐 우려했다. 그리하여 오키나와 농장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부부로 신청해야만 했다. - P55

 나이를 속이려고 얼굴에 주름을 그리고 머리를 탈색해 취직하려 한 여성이 신문에 실렸는데, 실제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게하기는 의외로 어렵다. 오래된 농기구의 스위치에 적힌 영어ON, OFF를 이해하지 못해서 의심받았고, 결국 아직 젊은 나이임이 들통났다고 한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다. - P56

요시로의 외동딸 아마나와 그 신랑은 육십 대의 젊디젊은근육을, 특별히 주문한 파란색 무명 작업복으로 감싸고 힘차게 오키나와로 이주했다. - P56

오키나와의 여러 섬에서는 농장의 농산물을 ‘마차‘로 항구까지 운반하고, 거기서 규슈 운송 회사 소속의 배가 다시 신마쿠라자키 대항구까지 실어 나른다. 마차라고 해도 말은 한마리도 없다. 개, 여우, 멧돼지가 과일을 실은 수레를 끄는 풍자화가 가끔 신문에 실리는데, 어쩌면 풍자화가 아니라 현실묘사일지도 모른다. - P57

특산품을 만들어서 지역을 재생하려는 시도는 도쿄에도있었다. 산업화 이전 도쿄의 매력을 되살리기 위해 ‘에도‘라는 브랜드와 신제품을 개발한다는 프로젝트를 신문에서 읽었을때 요시로 역시 참가해 볼까 하고 고민했다. - P58

도쿄 ‘서역‘에서도 콩과 메밀, 신종 보리는 적잖이 재배하지만 다른 지방으로 수출할 만큼의 생산량은 아니어서, 이 지방고유의 특산품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 P58

 가설 주택은 걸레나 빗자루로 간단히 청소하게끔 고안되었기에, 우선 가설 주택에 사는 사람들부터 청소기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세탁기도 모습을감췄다. 무명 속옷을 문질러 빨아서 바깥에 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늘어난 곳도 가설 주택이다.  - P59

요시로는 젊었을 때 세탁기 소리를 듣기만 해도 기분이 처지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이 없다. - P59

전자 제품을 안 쓰기로 소문난 도쿄 가설 주택의 생활 방식이, 전국 라이프스타일의 첨단을 선도하는 모범이 됐다. 하지만 ‘있는 물건을 쓰지 않는다.‘라는 생활 방식을 특산품으로 팔기는 어렵다.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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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독자 여러분도 그런 농담을 직접 생각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드실 테니, 참고하시라고 옛날이야기 하나 전해드립니다.
한 외지인이 어느 아름다운 정원 옆을 지나다가 정원에 들어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정원 주인의 말을듣자하니, 특이한 데가 있는 정원이었습니다. 안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주장 한 가지를 내세워야 했던 것입니다. 그 주장이 사실이면 입장료가 3마르크, 사실이 아니면 6마르크였습니다. 하지만 3마르크든 6마르크든 입장료를 내고 싶지 않았던 외지인은 잠시 뭔가 생각한뒤 한 가지 주장을 내세웠습니다. - P248

해답: 외지인은 "내가 내야 하는 입장료는 6마르크입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6마르크를 내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사실인 주장을 내세운 그는 3마르크만 내면 됩니다. 그가 6마르크를 내야 한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사실이 아닌 주장을 내세운 그는 6마르크를 내야 합니다. - P249

간명하게

빈의 유명한 금융업자 L에게는 미터부르처라는 배우친구가 있었습니다. L은 언젠가 미터부르처가 곤란에처했을 때 돈을 빌려주었는데, 돈 받을 날짜가 지나도 돈은 받지 못했고 몇 번 독촉해도 소용이 없자, 그는 달랑
"?"라고 적은 종이를 미터부르처에게 보냈습니다.
그 뒤 두 사람이 다시 만났을 때 배우는 그 쪽지를 들먹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보게, 자네는 금화만 절약하는 줄 알았는데 글자도 절약하는군."
(중략).
배우는 연필을 꺼내 두 글자를 써넣었고, 내기에 이겼습니다. 어떻게 이겼을까요?
답: Gulden-Gedulden*


* 벤야민은 네덜란드 화폐 단위인 굴덴(Gulden)에 ‘ed‘를 추가해 참고 기다리다라는 뜻의 독일어 단어 Gedulden으로 바꾸었다. - P250

39

1분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몇 달간의 라디오 방송 출연 신청 끝에 D 방송국으로부터 나의 전공 분야인 서지학에 대한 내용을 가지고 20분간 방송을 진행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혹시라도 내수다에 반응이 있으면 그런 내용의 정규 방송이 생길지도모른다는 언질도 함께였다. - P269

나의 첫 방송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나의 많은 것이 걸려 있는 만큼, 나는 그가 일러준 것들을 철저하게 준수했다. 방송을 시작할 때는 내가 집에서 이미 한번 시계를 보면서 낭독했던 원고를 들고 있었다. 진행자가 나와의 첫인사에서 정중한 태도를 보여준 만큼, 나는 그가 나의 첫 방송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를 이용하지 않는 것을 각별한 신뢰의 표시로 여겼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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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잔

그때도 달의 빛줄기는 자연의 질서를 거꾸로 뒤집는 마법사의 지팡이 같았다. 지금 비로소 나에게 와 닿은 달빛. 귀를 기울일수록 달빛의 메아리는 내가 이미 오래전에 들어보았던 소리처럼 다가왔다.  - P82

달 1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산책은 창문 앞에서 끝이 났다. 블라인드 사이로 뒤채들이 내려다보였다. 때로는 시선이 좀 더 높은 곳에 가 닿았다. - P83



그런 까닭에 나는 내가 덮은 이불 위로 블라인드의 창살그림자를 던지는 보름달 밤의 포로였다. 한번은 내가 집앞에 나와 있을 때 달이 나타났다. 어린 시절은 벌써 한참 지났을 때였다. - P84

달2*

(전략).
어린 시절이 다 지나갈 무렵, 그때까지 밤에만 지구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오던 달이 결국 지구의낮 얼굴에 대한 권리까지 주장하기로 한 듯했다. 크지만 희미한 달이 베를린의 거리에서 올려다보이는 꿈속하늘에 지평선 높이 떠 있었다. 날은 아직 환했다. 식구들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는데, 은판사진처럼 다소 경직된 모습이었다. - P89

달이 방금 나에게 입힌 공포라는 옷이 영원히 암울하게 내 몸에 들러붙어 있겠구나 하는 것이 딱 느껴졌다. 꿈에서 깨어남으로써 꿈의 과녁을 정할 수 있었던 다른 때와 달리, 그때 나는 알아버렸던 것이다. 깨어남으로써 과녁을 지나가버렸다는 것을. 내가 어린아이로서 경험했던 달의 통치령은 더 아득한 세상 시간이 들어서면서 폭망했다는 것을. - P90

3부
놀이와 교육론


33
문장공상


(전략).
열한 살 여자아이가 주어진 단어로 만들어낸 것들.


식탁보 - 하늘 - 대륙 - 베개 - 영원히

그의 앞에는 식탁보를 깐 식탁이 탁 트인 하늘아래 놓여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에서 베개를 베고 누워 영원히 깨어나고싶지 않은 사람처럼 잠들어 있었다. - P237

국경 - 수로-번화함 - 노획물 - 수척함

국경의 수로는 도둑들의 소굴이었다. 번화한 거리가 아니어서 그들은 노획물을 보란 듯실어 갈 수 있었다. 달빛 아래에서 그들의모습은 수척해 보였다. - P238

35

수수깨끼


외지인의 대답

소피스트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인간의생각이 얼마나 까다로운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크레타 사람‘이라는 제목의 농담을 생각해냈는데, 이 이야기는 독자 여러분 중에도 이미 들어보신 분이 많을 듯합니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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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의 과학


다음날 홈즈와 나는 정한 시간에 만나서 그가 말했던 베이커가 221B번지의 집을 살펴보았다.  - P24

홈즈는 같이 살기에 그리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조용했고 생활 습관이 규칙적이었다. - P24

시간이 흘러가면서 셜록 홈즈라는 인물과 그의 삶의 목표에 대한 궁금증은 점점 더해졌다. 그의 사람됨과 외모는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는 사람에게조차 관심을 끄는 데가 있었다. 그는 원래 키가 1미터 80센티미터가 넘었는데 너무나 깡말라서 훨씬 더 커보였다. - P25

셜록 홈즈는 의학도가 아니었다. 나는 그 점에 관한 어떤 질문을 던져서 스탬포드의 주장을 확인했다. 또한 그는 어떤과학 분야에서 학위를 따기 위해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학문의 세계에 정식으로 입문할 생각이 있는 것 같지도않았다. - P26

그런데 셜록 홈즈의 무지는 그의 지식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는 현대 문학, 철학, 정치에 관해 극히 초보적인 지식도 없는 듯했다.  - P26

19세기를 사는 문명인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걸 모른다는 게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놀라신 모양이군요」
셜록 홈즈는 나의 아연실색한 표정을 보고 빙글거리며 말했다.
「이제 그걸 알았으니 앞으로는 다시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겁니다」
「잊어버린다고요?」 - P27

「박사는 방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달 주위를 돈다고 해도 나나 내가 하는 일은 눈곱만큼도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나는 홈즈에게 그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지만 그의 태도를 보니 그런 질문을 반기지 않을 것 같았다. - P28

여기까지 적고 난 뒤 나는 포기하고 종이를 불 속에 던져넣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걸 종합해서 이 모든 장기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 뭔지알아낼 수만 있다면야..…………. 하지만 그런 시도는 당장 포기하는 게 낫겠군」 - P29

첫주에는 방문객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나의 동거인도 나처럼 사고무친한 신세인 줄로 알았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에게는 지인들이 적지 않았다. - P30

통 종잡을 수 없는 이런 인물들이나타날 때마다 셜록 홈즈는 내게 거실을 좀 써야겠다는 청을넣었고, 그때마다 나는 내 방으로 물러나곤 했다. 그는 이렇게 폐를 끼치는 것에 대해 항상 미안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방을 사무실로 써야 합니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저의 고객들이지요.>
나는 그에게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질 기회를 다시 맞았지만, 상대의 고백을 듣고 싶은 마음을 다시 한번 조심스레 억눌렀다. - P31

(전략).
「박사께서 돈을 잃으실 텐데요」
홈즈는 침착하게 말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 논문을 쓴 건 바로 이 사람입니다」
「당신이!」
「예. 나는 관찰과 추리 쪽에 걸겠습니다. 내가 저기서 설명한 이론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사실은 대단히 실용적인 이론이지요. 그게 어느 정도냐면 나는 저 이론을 가지고 빵을 법니다」 - P34

「하지만 방금 한 얘기는 홈즈 씨가 방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직접 목격하고도 이해하지 못한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것입니까?」
나는 말했다. - P35

「누구한테 그 얘기를 들으셨겠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박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주 습관이 되어버린 탓에수많은 생각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스쳐갔고, 나는 중간 단계를 의식하지 못한 채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중간 단계는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구구절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신사는 의사 같지만 그러면서도 군인 같은 분위기를풍긴다. 그러면 군의관이 분명하다. 얼굴빛이 검은 것으로보아 열대 지방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되는 것 같다. 손목이 흰걸 보면 살빛이 원래 검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굴이 해쓱한 것은 고생을 많이하고 병에 시달렸기 때문이겠지. 왼팔에 부상을 입은 적이 있나 보다. 왼팔의 움직임이뻣뻣하고 부자연스럽다. 열대 지방에서 영국 군의관이 그렇게 심하게 고생하고 팔에 부상까지 입을 만한 곳이 어디일까? 분명히 아프가니스탄이다. 이러한 생각들이 1초도 안되는 사이에 스쳐갔습니다. 그래서 나는 박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고 한마디 슬쩍 건넸고, 박사는 깜짝 놀란 것이지요」
「설명을 듣고 보니 간단하군요」 - P36

셜록 홈즈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르콕은 형편없는 인물이지요」 - P37

「요즘은 이렇다 할 범죄도 없고 범죄자도 없습니다」
셜록 홈즈는 불만스럽게 말했다. - P37

「그런데 저 친구는 뭘 찾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나는 길 건너편의 평상복 차림의 건장한 사내를 가리키며물었다. 그는 천천히 내려오며 열심히 문패를 읽고 있었는데커다란 푸른 봉투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것을 전해 주러 온 심부름꾼임에 틀림없었다.
「저 해병 하사관 출신의 제대 군인 말씀이십니까?」
셜록 홈즈가 말했다.
<허풍하고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 P38

「한 가지만 물어보겠네」
나는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 직업이 뭔가?」
(중략).
「그러면 전에는?」
나는 동거인을 심술궂은 눈으로 흘끗 쳐다보고 물었다.
「하사관이었습니다. 선생님. 영국 해병대 경보병이었지요. 답장은 없습니까? 알겠습니다」 - P39

로리스턴 가든 사건


나는 내 동거인의 이론이 얼마나 실용적인지를 증명해 준이 새로운 증거 앞에서 적지 않게 놀랐다는 것을 고백해 둔다. 그의 분석 능력에 대한 존경심이 커졌다. - P40

「그건 알기는 쉽지만 설명하기는 좀 어려운 문제이지요.
만약 누가 2 더하기 2가 4라는 걸 증명해 보라고 하면, 박사께선 머릿속으로는 잘 알고 있어도 그걸 증명하는 건 좀 어려우실 겁니다. 나는 그 사람이 길 건너편에 있을 때부터 손등에 푸른 닻 문신이 큼직하게 새겨져 있는 걸 볼 수 있었지요. 닻은 바다를 상징합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군인 같은 태도가 있는 데다가 구레나룻까지 단정하게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건 해병 출신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단서이지요. 게다가 다소 뻣뻣한 데다가 지휘관 같은 냄새를 풍겼습니다. 그 사람이 절도 있게 머리를 세우고 지팡이를 흔드는 모습을 보셨겠지요. 그는 꼿꼿하고 반듯한 중년의 사내입니다. 얼굴만봐도 그가 하사관 출신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지요」 - P41

내가 그에게 읽어준 편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친애하는 셜록 홈즈 선생에게

지난밤 브릭스턴로 로리스턴 가든 3번지에서 대사건이 발생했소이다. (중략). 현관문은 열려 있었고, 텅 빈 방에는 잘 차려입은 신사가 죽어 있었소. 신사의 주머니에는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이노크 J. 드리버 >라고 씌어진 명함이 들어 있었소. 없어진 물건은 없고 사인을 알아낼 수 있는 단서도 남아 있지 않소이다. 방에는 핏자국이 남아 있지만 시체에는 전혀 외상이 없소. (중략). 오늘 열두시 안으로 아무 때나 이곳에 와주신다면 본인을 만날 수 있을 거요. 그때까지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 놓겠소. 여기 못 오시게 되면 나중에 자세하게 사건 경위를 설명해 드리리다. 홈즈 선생께서 호의를 베풀어 의견을 들려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소.

-충실한 벗, 토비아스 그렉슨 - P42

「사실 거기에 가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습니다. 나는 정말구제불능의 게으름뱅이지요. 하지만 발동이 걸리기만 하면누구보다 행동이 빨라진답니다」
「아니, 당신이 바라 마지않던 기회가 온 거 아니오」
「허허, 그게 나한테 무슨 소용입니까? 내가 사건을 도맡아 해결한다고 해도 그렉슨과 레스트레이드에게 공이 돌아갈 게 뻔한데 말입니다. 사립 탐정에게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 P43

「사건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그려」
나는 결국 홈즈의 음악 탐구에 끼어들어서 한마디했다.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니까요」
그는 대답했다.
「증거를 전부 보기 전에 섣불리 이론을 전개시키는 것은치명적인 실수입니다. 그건 판단력을 마비시키지요」
「그러면 곧 증거를 보게 되겠군요」 - P44

나는 셜록 홈즈가 곧장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가 사건 조사에 착수할 거라고 상상했다. 그러나 그는 꿈에도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아주 초연한 태도로 천천히 길을 오르내리며 땅바닥과 하늘, 건너편 집들, 담벼락 위의 난간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이런 태도는내 눈엔 몹시 으스대는 것으로 비쳤다. - P45

현관 앞에는 안색이 창백한 금발머리의 키 큰 남자가 나와있었다. 그는 노트를 손에 든 채 얼른 달려나와서 내 친구의손을 반갑게 부여잡았다. 사내가 말했다.
「이렇게 와주시다니 정말 감사하오. 현장은 그대로 보존해놓았소이다」
「저건 빼고!」
내 친구는 길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들소 한 무리가 지나갔어도 저렇게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그렉슨, 저렇게 되기 전에 조사는 미리 해놓았겠지요」 - P46

먼지가 잔뜩 내려앉은 짧은 통로를 지나니 주방과 식료품저장실이 나왔다. 여기서 양쪽으로 두 개의 문이 나 있었다. 그중 하나는 몇 주일째 한번도 열린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중략).
그것은 정사각형의 커다란 방이었는데, 가구가 전혀 없는탓에 더욱 커보였다. - P47

(전략).
내가 이렇게 자세하게 관찰한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당장내 시선은 바닥에 꼼짝 않고 누워 있는 섬뜩한 사람의 형체에 가서 머물렀다. 죽은 사내는 생기 없는 텅 빈 눈으로 변색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P48

여느 때와 다름없이 족제비처럼 보이는 깡마른 레스트레이드가 문 옆에 서 있다가 우리를 보고 인사했다.
「홈즈 선생, 이 사건은 조용하게 끝날 것 같지 않소」
그가 한마디 던졌다.
「나는 겁쟁이는 아니지만 이렇게 지독한 현장은 처음이오」 - P49

「검사하기 위해 약간 건드렸을 뿐 그대로요」
「이제는 시신을 안치소로 모셔도 되겠군요」
그가 말했다.
「더 이상 알아볼 것이 없어요」
그렉슨은 들것과 장정 넷을 대기시켜 놓고 있었다. 그가신호를 보내자 사람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시신을 들어올리는데 반지 하나가 떨어져 바닥에서 또르르 굴러갔다. 레스트레이드는 반지를 집어들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 사건의 배후에 여자가 있었군」 - P51

「스트랜드가의 아메리칸 익스체인지사, <편지를 찾아갈 때까지 보관해 달라고 씌어져 있소. 두 통 다 기온 선박 회사에서 보낸 것인데, 리버풀에서 기선이 출항한다는 내용이오. 이 불운한 사나이는 뉴욕으로 돌아가려고 한 것이 틀림없소이다」
「스탠거슨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조사했습니까?」
「그렇소」
그렉슨이 말했다. - P52

「나는 스탠거슨의 신원 조회를 의뢰했소」
「다른 건? 사건 해결에 결정적일 것으로 생각되는 사실에 대해 묻진 않으셨고요? 다시 전보를 칠 생각이신가요?」
「나는 필요한 일은 다했소그렉슨은 기분이 상한 듯했다. - P53

나는 앞에서 벽지가 군데군데 떨어졌다는 얘기를 했다. 레스트레이드가 가리킨 곳은 방구석에 벽지가 한 자락 크게 떨어져서 그 밑의 노랗고 거친 벽이 드러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누가 이 휑한 공간에 피처럼 붉은 글씨로 다음과 같은 단어를 휘갈겨놓았다.

RACHE - P53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갑자기 웃음을 터뜨려서 키 작은 형사의 화를 돋운 내 친구가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걸 제일 먼저 찾아낸 사람은분명히 당신입니다. 그리고 당신 말마따나 이것은 간밤에 살인범이 쓴 것이 틀림없어요. 그런데 난 아직 이 방을 살펴볼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괜찮다면 나도 이 방을 조사해 보겠습니다」 - P55

홈즈는 20분 이상, 이쪽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핏자국 사이의 거리를 대단히 조심스럽게 측정하고, 가끔은 똑같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벽에다 줄자를 갖다대기도 하면서 조사를 계속했다. 어느 곳에서는 바닥의 회색 먼지를 한 뭉치 살살 긁어서 봉투에 집어넣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확대경을 들고 벽 위에 쓴 글씨를 한 글자씩, 대단히 정밀하게 검사했다. 이렇게 한 뒤에그는 만족한 듯 주머니에 줄자와 확대경을 도로 집어넣었다.
「천재는 수고로움을 무한히 감당해 낼 수 있는 능력이라는말이 있습니다」
홈즈는 씩 웃으며 말했다. - P56

레스트레이드는 잠시 노트에 눈길을 주곤 말했다.
「존 랜스, 지금 비번이오. 케닝턴 파크 게이트, 오들리 코트 46번지에 가면 그를 만나볼 수 있을 거요」
홈즈는 주소를 받아적었다.
「박사, 갑시다」
그는 말했다.
「같이 만나보도록 합시다. 그런데 두 분에게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하나 알려드리도록 하지요.」 - P57

「이 사건은 살인 사건이고, 살인자는 남자입니다. 키는 1미터 80센티 이상이고, 키에 비해 비교적 발이 작은 중년의 사내이지요. 구두코가 각진 싸구려 구두를 신고, 인도산 시가 트리치노폴리를 피웁니다. 범인은 어제 사륜마차를 타고 피살자와 함께 여기 왔지요. 그 마차를 끄는 말의 편자는 낡은것이지만, 앞발 하나에 끼워진 편자는 새 것입니다. 살인자는 십중팔구 불그레한 얼굴에 오른손의 손톱이 유난히 긴 사람입니다. 내가 말한 것은 몇 가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도움이 될 겁니다」
(중략).
「독살이지요」 - P58

「<라헤 Rache>는 독일어로 <복수>를 뜻합니다. 그러니 레이첼 양을 찾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지는 마세요」
마지막 일격을 가한 뒤 홈즈는 문 밖으로 사라졌고, 뒤에남은 두 경쟁자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 P58

존 랜스의 증언

우리가 로리스턴 가든 3번지를 나선 것은 낮 한시경이었다. 셜록 홈즈는 나를 데리고 가까운 전신국으로 가서 긴 전문을 송신했다. 그리고 지나가는 마차를 세워 잡아타고 마부에게 레스트레이드가 말해 준 주소를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직접 확인하는 게 중요합니다.」 - P59

「아, 사람의 키는 대개 보폭으로 계산해 낼 수 있지요. 계산은 아주 간단합니다. (중략). 나는 마당의 흙과 집 안의 먼지에 남아 있는 발자국을 보고 그자의 보폭을 알아냈습니다. (중략). 사람이 벽에 글씨를 쓸 때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눈높이에 쓰게 됩니다. 그런데 그 글씨는 바닥에서 1미터 80센티 이상 되는 곳에 씌어져 있었지요. (중략).」 - P60

「벽의 글씨는 검지에 피를 묻혀서 쓴 것이지요. 확대경으로 보니 글씨 아래의 회벽이 약간 긁혔더군요. 글씨 쓴 사람의 손톱이 짧았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바닥에 흩어진 담뱃재를 모았습니다. 그것은 빛깔이 검고 조각이 얇게 떨어졌는데, 그런 재가 나오는 담배는 트리치노폴리뿐입니다. 사실 나는 담뱃재에 대해 면밀하게 연구해 왔습니다. 그런 주제로 논문을 쓰기도 했지요. (후략)」 - P61

「홈즈, 당신은 추리를 정밀 과학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내 친구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내가 진심으로 그런 말을하는 걸 듣고 마음속으로 흐뭇한 모양이었다.  - P63

「저기가 오들리 코트입죠」
마부는 칙칙한 색깔의 벽돌담 사이에 뚫린 비좁은 틈을 가리키며 말했다.
「돌아오실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요」오들리 코트는 기분 좋은 동네는 아니었다. 비좁은 길을따라 들어가니 포석을 깔아놓은 네모진 마당이 나왔다. - P64

홈즈는 주머니에서 반 파운드짜리 금화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우리는 직접 얘기를 들어보고 싶어서 왔소」
그는 말했다.
「기꺼이 말씀드리지요」
경관은 작은 금화를 눈여겨 보며 대답했다.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시오」 - P64

순찰 경관은 말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얘기는 아무한테도안 했는데, 아무튼 그 집 현관 앞까지 갔는데 사방이 너무조용하고 어두워서 나는 누군가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장티푸스로 죽은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후략).」 - P66

존 랜스는 겁에 질린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두 눈에 의혹의 빛이 스쳤다.
「도대체 당신은 그때 어디에 숨어 있었지?」
그는 외쳤다.
「당신은 알아서는 안 될 것까지 알고 있군」
홈즈는 웃음을 터뜨리며 경관 앞에 명함을 던졌다.
「나를 살인 혐의로 체포할 생각일랑은 하지 마시오. 나는늑대가 아니라 사냥개의 무리에 속해 있으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그렉슨과 레스트레이드 씨가 대답해 줄 거요. 자, 계속합시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했소?」 - P67

「나는 밖에 나가서 호각을 불었소이다. 그 소릴 듣고 머처와 두 경관이 더 달려왔지요」
「그때 길에는 아무도 없었소?」
「그랬지요. 아무튼 멀쩡한 인간이라곤 없었습니다」 - P68

「이보시오 랜스, 당신은 앞으로 승진하긴 글렀소.머리를그저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게 아니라면 쓸 줄을 알아야지. 당신은 어젯밤에 경사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소. 당신이 부축했던 그 사내가 이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소이다. 우리는 지금 그자를 찾고 있소. 하지만 이제 와서 그 일에대해 왈가왈부해 봤자 아무 소용없고, 나는 그저 사실을 말해 주는 거요. 갑시다, 박사」 - P70

「나는 아직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간밤의 그 주정뱅이의 인상착의가 살인범에 대한 당신 생각과 신통하게 맞아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범인이 현장을 떠났다가 다시 그집으로 돌아올 까닭이 뭐란 말입니까? 그건 범인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닙니다 - P70

「허허 박사, 그건 반지 때문이오, 반지, 그자가 돌아온 것은 그것 때문이었지요. 만일에 그자를 붙잡을 뾰족한 수가없다면 우리는 어느 때건 그 반지를 미끼로 쓸 수 있습니다. 나는 그자를 붙잡고 말 겁니다. (후략).」 - P71

광고를 보고 찾아온 손님

(전략).
생각하면 할수록 드리버라는 신사가 독살당했다는 내 친구의 가설은 괴이하게 느껴졌다. 나는 홈즈가 피살자의 입가에 코를 갖다대고 냄새 맡던 일을 기억해 냈다. 홈즈는 뭔가 그런 생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점을 탐지해 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독이 아니었다면 사인은 무엇이었을까?  - P73

「나는 내일 날짜 조간 신문에 이런 광고를 실었습니다」
홈즈는 내게 신문을 건네주었고 나는 그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습득물>에 실린 첫번째 광고였다.


오늘 아침, 브릭스턴에서 장식 없는 여성용 금반지 습득. 화이트 하트 태번과 홀랜드 그로브 사이의 도로에서 발견했음. 오늘 저녁 8시에서 9시 사이에 베이커가 221B번지, 왓슨박사를 찾아올 것.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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