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은 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지요. 욕을 입에 달고 사는사람을 보면 ‘저렴한‘ 인상을 떨칠 수 없잖아요. 그렇지만 가끔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발사되기도 합니다. - P3
듣지 못하면 허탈하죠. 한때 "교양머리 없다"도 상대방을 낮추어보는 욕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새치기를 하면 "이런 교양머리 없는 사람 같으니!"가 적절한 표현이었죠. 새치기한 사람의 ‘교양‘의 부재를 지적함으로써, 그 부재를 인격에 낙인 찍음으로써 욕하는 사람에게는 쾌감을 일으키고, 욕 듣는 사람에게는 창피함을 전달하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입니다. - P3
요즘 시대에도 "교양머리 없다"가 욕으로 받아들여질까요? ‘교양 없음‘이 ‘인간 실격‘과 같은 뜻으로 해석될까요? - P4
"교양 없다"라는 말은 "호환, 마마만큼 무섭다"라는 말만큼이나 피부를 파고드는 감각이 없는 표현이 되고 말았나봅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요즘은 ‘교양‘이라는 단어 자체가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잘 사용되지도 않지요. - P4
교양 있다. 없다를 판단하려면 ‘교양‘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알아야 하는데, 그 ‘교양‘의 의미가 사실 제게도 오리무중이었기때문입니다. - P5
교육과 교양은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교육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끝이 나는 과정이지만, 교양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전문가가 되었다고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 P5
교육은 그런 의미에서 생산적입니다. 그런데 커리큘럼을 피교육자가 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수동적이에요. 그래서 교육은 때로 생산성만 얻고 피교육자를 능동적으로 사유하는 사람으로 격상시키는 데 실패하기도 하지요. - P6
반면 교양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 P6
저의 교양은 전문가로 교육받으며 축적한 지식의 양에 버금가지 못합니다. 심지어 전문가 교육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포괄적 의미의 교양 습득을 생략한 채 사회학이라는 분과학문의 세계로 일종의 새치기 입장한 사람입니다. - P6
전문지식이 현미경으로 좁은 분야를 들여다본 결과라면, 교양은 현미경만 들여다보면 놓칠 수 있는 전문지식 사이의 상호 연결을 조망하는 눈을 제공합니다. 현미경으로만 세상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 P7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는 지식을 두 가지 형태로구별했습니다. 그는 데이터화된 객관화된 지식이 형식지 explicit knowledge 라면, 체화된 지식을 암묵지 tacit knowledge라 불렀는데요. 이 구분을 참조하여 저는 지식을 두 가지 차원으로 구별하고 싶습니다. - P7
책 소개를 기막히게 요약하고 잘 전달해서 막대한 구독자를 지닌 ‘북튜버‘는 책에 대한 상세한 정보, 즉 정보-지식에는 통달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조건 교양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름니다. - P8
그리고 지식인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라 교양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인생의 나머지 기간이 쓸쓸하지 않겠다 상상했지요. 그러다가 결심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세계적인 석학도 되지 못했으니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되자"라고. - P9
그런데 책이 너무 많습니다. 많아도 지나치게 많습니다. 어느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읽을 책의 양부터 줄여야겠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계산을 해봤습니다. 교양을 쌓기위해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멀쩡한 시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남아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 P9
고작 30년, 지금까지 중구난방으로 책을 읽던 독서습관을 허락하기에는 남은 30년이 조바심을 냅니다. - P9
D데이를 계산해주는 어플리케이션에 85세가 되는 제 생일을 ‘북 피플 독서수명‘이라는 다소 섬뜩한 이름으로 추가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은 10,115일 남았다고 알려주네요. - P10
첫번째 단계로 저 무지막지한 책 더미 속에서 무조건 책을 열심히 읽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독서 목표를 세우는 게 필요했는데요. 수십만 권, 수백만 권을 소장한 도서관을 나만의 ‘휴먼스케일‘, 즉 읽어낼 수 있는 범위로 축소하는 것입니다. - P10
이 계산법을 따르면 한 달에 두 권, 1년에 스물네 권이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독서 정량입니다. 젊었을 때는 읽은 책의 권수로 승부를 걸기도 했지만 그게 부질없음을 이미 깨달은 나이이니 지난 세기 방식의 성장주의 독서법과 이별합니다. - P10
교양은 목적 없는 독서를 통해 형성될 수 있으니, 10,115일은 지식과 교양 사이의 아주 오래된 그리고 고질적인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입니다. - P10
수십 권, 수백만 권의 책 중에서 골라 10,115 일을 채워야 하니 읽을 책을 골라낼 때 참조할 기준이 필요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 P11
하지만 교양적 독서는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잃지 않는 독서입니다. - P11
그러면 어떤 사람이 교양 있는 사람, 교양인일까요? 교양인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무장한 사람, 습득한지식을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공공선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는사람, 읽고 쓰는 지적 역량뿐만 아니라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역량을 지닌 사람, 세계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닌사람, 선하지 않은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 P11
그런데 혼자서만 교양 있으면 의미 없습니다. 교양인이 넘쳐흘러야 이 사회도 교양이 생기겠지요. 이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책을 읽을 친구들을 찾았습니다. - P12
생각학교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교양인이 되려는 가상의 공간이자, 지식이 인격의 구성요소로 전환되는 공간이자, 지식을 토대로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의 관점과 태도를 배양하는 곳입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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