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위해 책을 읽다니, 이건 아이러니하다.

오늘 함께 읽을 월터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인간이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과 이후의변화를 다룹니다. 독서인인 우리의 기원이 이 책에 담겨 있지요. - P113

인간의 정신은 인간이 사유능력을 지녔음을 증명하는 것이자 사유활동의 결과물입니다. 인간은 홀로 살지 않으니 각자의 정신을 서로 교환하는데요, 그럴 때 감각기관을 사용합니다. 각자의 감각기관은 상대방의 정신을 수용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 P114

인간의 정신은 언어 language로 표현되는데, 언어는 말speech과 글word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발화자는 입으로 말하고 수신자는 말을 청각으로 지각합니다. 글을 읽을 때는 시각이 동원됩니다. 청각기관과 시각기관이 모두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 개입하는 것이죠. - P114

여러분은 외국어를 배울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외국어의 읽기와 말하기 능력 간에 심한 불균형이 있으신가요? - P115

지구상에는 약 3천 개의 언어가 있는데, 문학을 가진 언어는78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구술문화와 문자문화》, 36쪽), 글 없이 말로만 존재하는 언어가 더 많은 것이죠. - P115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수십만 년이지만 "최초의 기록물이 나타난 것은 고작해야 6천 년 전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30쪽)에 불과합니다. 기록된 문헌에 기초하면 인류의 역사 서술에는 비어 있는 부분의 시간이 기록된 시간보다 길기만합니다. - P116

말은 청각적 세계에 속하고 글은 시각적 세계에 속합니다. 서양 문명을 말과 글의 관계, 즉 청각적 세계와 시각적 세계의 중심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헬레니즘과 기독교는 시각적 세계에 헤브라이즘과 유대교는 청각적 세계에 가깝습니다. - P116

헬라스인에게 시각은 가장 명중하고 정확한 감각기관이었습니다. 헬라스적 사유에서 모든 것은 시각성에 의존합니다. 헬라스 문화에서 벌거벗은 조각상을 가장 고귀한 예술적 이념으로 설정했던 것은 나체상이 시각적 투명함을 구현한 것이라여겼기 때문입니다. - P117

성경 중에서도 유대교에서 ‘토라‘라 부르는 모세 오경에는 청각적 은유가 많이 등장합니다. 구약의 세계는 말과 글의 관계에서 보자면 언어가 오로지 말로만 존재하던 세계를 의미합니다.
창세기에 의하면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 (창세기 12:1 이하 성경인용은 <공동번역 성서>)하셨습니다. - P117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인간의 정신을 언어로 표현할 때 그 언어가 청각적 세계에서 펼쳐지는 구술문화와, 말이 문자로 옮겨져 시각적인 세계로 전이되는 문자문화를 비교하는 책입니다. 책의 절반은 문자문화가 형성되기 이전, 즉 인간의언어가 말로만 존재하던 시대의 특징을 탐구하고 나머지 절반은문자문화로 인해 변화된 인간의 의식을 분석하는 데 할애됩니다. - P118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의 구술적 상황을 옹은 ‘1차 구술성‘이라 부릅니다. 1차 구술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직접 그 세계를 우리에게 문자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 P118

방법론적 난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옹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찾아냅니다. 이렇게 《일리아스》가 또 등장하는군요. - P119

밀먼 패리 이전 호메로스를 해석하는 주류 방법은 이른바 분석주의였습니다. 분석주의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잘 조립되어 있는 텍스트이며 인물도 일관성 있게 성격화되어 있기에 한 명의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품이라고해석하는 입장입니다. - P119

밀먼 패리는 이 해석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일리아스》에서 다뤘던 것처럼 호메로스의 실체는 오래된 논쟁이었지만, 호메로스가 한 명의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는 의혹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P119

밀먼 패리는 자신의 방법으로 호메로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해나갑니다. 그는 "호메로스의 시에 드러나는 모든 특징들은 구술적 창작 방식에 필연적인 유기적 체계"(구술문화와 문자문화》, 56쪽)에 기인한다는 발견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 P120

기원전 800년경헬라스 알파벳으로 기록되기 이전 서사시가누구에 의해 어떻게 전수되었는가를 상상하는 데 작곡가 버르토크 벨러Bartók Béla의 민속음악 연구를 참조할 만합니다. 버르토크는 음악학자이기도 했어요. - P120

《일리아스》에는 정형구 formula가 수시로 등장합니다. 정형구는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이야기의 체계를 위협하는 요소임에도 반복적으로 사용됩니다. - P121

쓰기의 문화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관점에서 정형구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여겨지지만 호메로스 시대에는 값지게평가되었는데요. "단지 시인뿐만 아니라, 구술문화에 속하는 인식 내지 사고 전체가 그러한 정형적인 사고의 조립에 의지했고
"구술문화에서는 일단 획득된 지식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반복"(<구술문화와 문자문화>, 60쪽)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 P121

구술문화는 또한 글보다는 말을 신뢰합니다. 입으로 말하고귀로 들으며 의사소통을 했던 구술문화는 위조될 수 있는 문자보다는 육체의 현존을 전제로 한 사람의 말이 진실되다고 판단했습니다. - P122

쐐기문자는 기록하는 방식이나 용도에 있어서도 우리의 문자 문화와 많은 점에서 다릅니다. - P122

 쐐기문자는 "대부분이 도시사회에서 그날그날의 경제활동 및 행정활동을 기록(<구술문화와 문자문화》, 149쪽)하는 데 쓰였습니다. 쐐기문자의 유용성을 제일 먼저 깨달은 집단은 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상인입니다. - P123

문자 쓰기로 인한 의식의 재구조화와 관련해 옹은 표음문자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알파벳과 우리의 한글은 이런 맥락에서 옹의 주요 관심 문자이지요. 원형 알파벳은 페니키아에서 기원전 1500년경에 만들어졌지만 모음이 없어서 소리를 그대로 기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P123

개량알파벳의 등장과 호메로스의 서사시 기록 연대는 묘하게 일치하지요? 알파벳이 등장하면서 대전환이 일어납니다.
말을 그 자체로, 즉 소리로 기록할 수 있게 되면 표의문자와달리 몇 개 안 되는 문자로 말을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 P123

문자의 구술성 대체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문자문화 속으로 편입되는지에의해 결정될 텐데요, 표의문자 시스템보다는 표음문자 시스템이 도입된 사회에서 그 전환이 당연히 빠를 것입니다. 페니키아 알파벳을 도입하여 모음을 추가해 개량한 헬라스어  알파벳의 장점을 옹은 이렇게 설명하는데, 한글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 P124

문자문화의 확산과 관련하여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야스퍼스Jaspers가 사용한 축의 시대Achsenzeit 라는 개념은 흥미롭습니다. - P124

축의 시대를 연 인물의 사상은 제자문학 시대를 통과하며 글로 기록되었고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스승을 대신하여 제자들이글로 스승의 생각을 기록하는 시대를 제자문학 시대라고 합니다. 여기서 문학은 영어로 ‘리터러처literature‘인데, 이때 리터러처는 좁은 의미로 시와 소설이라는 뜻이 아니라 글로 쓰인 것의 총체라는 뜻입니다. - P125

공자의 언행은 제자들에 의해《논어》로 기록되었고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제자 플라톤이《파이드로스》로 썼고 석가모니가 전하는 말씀도 《금강경》에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문학의 사례중옹은 플라톤에 주목합니다. 플라톤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이행 과도기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 P125

아이러니하게도 플라톤은 쓰기가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쓰기로 남겼습니다. - P126

과도기적인 양상에서 플라톤은 쓰기를 거부하는 소크라테스의 입장을 한편으로 옹호하면서도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파이드로스》를 대화체로 만들었습니다. 구술적 상황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대화 형식으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을 글로 적는 것은 모순입니다. - P126

문자는 인간의 기억력을 감퇴시키기에 해롭다는 내용이 문자로 기록되었으니 내용적으로도 모순이지요. 결국, 스승이 쓰지 말라고 했는데 플라톤은 썼으니, 플라톤은 충실한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의 뜻을 어긴 제자라는 모순적 존재입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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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이 집은 언제 매물로 나왔습니까?
미야에 : 2018년 3월이요.
필자 : 작년 봄이로군요. 도쿄의 그 집이 완공된 시기와 일치해요.
그런데 아직 팔리지 않았나요?
미야에 : 실은....…… 이제 없대요, 이 집, - P65

미야에 : 이 집에는 아직 알 수 없는 점이 많아요. 하지만 좀더 정보를 모아서 이 집에 대해 좀 더 알아내면, 남편을 죽인 범인에게 다다르지 않을까. 그런 기분이들어요. 뭐, 아무 확증도 없지만・・・・・…. - P66

필자 : 저어…………. 이런 걸 여쭤보려니 죄송하지만, 남편분이 생전에 남과 다투는 등, 무슨 문제에 휘말린 적은 없었습니까?
미야에 : 네, 제가 알기로 그런 일은 전혀 없었어요. 참 착실한 사람이라 살해당할 만큼 남에게 원한을 샀다고는・・・・・・ 생각하기가 힘드네요. - P67

‘○○ 부동산 주택 정보 사이트‘・・・・……. 주소, 건물과 정원 면적, 역까지의 거리 등이 적혀 있다. 건축년수 3년(2016년 완공)이라는 글씨에 시선이 멈췄다. 이 집이 매물로 나온 건2018년. 지은지 고작 2년 만에 집을 내놓았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도쿄의 그 집은 지은 지 1년 만에 매물로 나왔다.
과연 이 집에서 정말로 살인이 벌어졌을까. - P68

나는 ‘왼손이 절단된 채‘라는 말에 주목했다.

바꿔 말하면 왼손 말고는 절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미야에 교이치 씨의 시신은 여러 개로 토막 나지 않았다. - P69

그때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사이타마의 집에서 살인이 벌어졌을 경우, 시신을 비밀 구멍으로 통과시킨다는 작업이 없다. 즉, 시신을 살게 절단할필요가 없다. 그래서 미야에 교이치의 시신은 토막 나지 않았다……… 그런 걸까. 그럼 어떻게 시신을 밖으로 운반했을까. - P72

그날 밤,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한 글과 받은 자료를 메일로 구리하라 씨에게 보냈다. 그러고는 피곤하기도 해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 P72

필자 : 변함없이 책이 아주 많네요.
구리하라 : 이야, 번 돈이 대부분 책으로 나가죠, 뭐.

구리하라 씨는 그렇게 말하며 보리차를 내어 주었다. 한숨돌린 후, 구리하라 씨는 테이블에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 - P74

필자 : 역시.....… 남편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겠다는 집념이강해서일까요…………. 그러고 보니 미야에 씨가 궁금해했는데요. 이 삼각형 방. 이거 무슨 방인지 아시겠어요?
구리하라 : 기묘한 방이에요.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딱 하나는 확실해요. 이건 증축한 방입니다. - P75

구리하라 : 삼각형 방과 거실 사이에 창문이 있잖아요.
‘실내창‘이라고 해서 방과 방 사이에 창문을 내는 건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런 유형의 창문은 별로 사용하지 않아요. ‘쌍여닫이창‘이라는 건데요, 활짝 열면삼각형 방을 공간적으로 많이 압박하는 느낌이에요. - P77

필자 : 원래 정원이었던 곳에 삼각형 방을 증축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왜 이런 방을 만들었을까요?
구리하라 : 만든 목적은 모르겠지만, 이 방이 삼각형인 이유는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합니다. - P79

구리하라 : 일단은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이상하더라고요. 정원으로 나가기 위한 문이 없거든요. 원래는 거실 문이 정원으로 통했어요. 하지만삼각형 방을 증축한 후로는 그 문을 사용할 수 없게됐죠. 다른 방에도 정원으로 통하는 문은 없고요.
즉, 어디서도 정원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 P81

필자 : 그럼 왜 굳이 이 공간을 남겼을까요?
구리하라 : 일부러 남긴 게 아니라 남길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요컨대, 이 공간에는 방을 만들 수 없었던거죠.
필자 : 그건 무슨 뜻인가요? - P82

구리하라 :  예를 들어 지반이 너무 단단하거나, 반대로 너무 물러도 말뚝박기를 못해요. 하지만 이 좁은 공간만지반의 성질이 다르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이 공간 밑에 뭔가 있었을 가능성입니다. 예를 들면…… 지하실이라든가. - P83

구리하라 : 그렇죠. 그럼 그건 어디일까요?
일정한 넓이와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을 밀폐성을보장하면서 주거 공간과는 분리된 곳. 물론 밖에서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이 집에 그러한 조건을충족시키는 방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지하실의 존재를 고려해 볼 수 있겠죠. - P84

구리하라 : 이 평면도는 부동산 정보로 웹 사이트에 게시된 거잖아요. 다시 말해 집이 매물로 나왔을 때 부동산중개소에서 만든 겁니다. 그 전에 지하실을 메워 버린 것 아닐까요?
필자 : 그렇다면 ・・・・・・ 지금도 땅 밑에는 시체가…………?
구리하라 : 아니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 P85

필자 : 실은 이번에 도쿄의 그 집에 가보려고요.
구리하라 : 왜요?
필자 : 사이타마에 있었던 집은 불타 버렸지만, 도쿄의 집은 아직 매물로 나와 있어요. 부동산 중개소에 부탁하면 집을 보여 주겠죠. 집 안에서 무슨 단서나, 더나아가 살인의 증거가 발견된다면 그 집이 정말로살인에 사용됐다는 게 확실해질 거예요. 그러면 경찰도 움직일 테고요.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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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킬러란 설정 엄청 좋다하네.

뜬금없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립니다. 저는 미야에유키라고 합니다.
요전에 공개된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집에 대해 짚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답신 주시기 바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야에 유키
전화번호 ○○○-000 1-0000 - P53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았다.
.
메일을 보낸 미야에 유키 씨는 사이타마현에 사는 회사원이다.
•미야에 씨는 그 집에 관해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
• 그 사실을 내게 알리고 싶지만, 복잡한 내용이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길 원한다. - P54

다음 주 토요일, 약속 장소로 향했다. 도쿄 도내의 번화가에 있는 카페다. 어중간한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는 한산했다. 미야에 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 P55

미야에 씨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일단 미야에 씨가 (적어도 겉보기에는) 보통 사람이길래 안심했다. 그리고 잠시 하잘것없는 잡담을 나누었다. - P56

미야에 씨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주변을 신경 쓰듯 작은목소리로 말했다.

미야에 : 제 남편이∙∙∙∙∙∙ 그 집 사람에게 살해당했을지도 몰라요. - P56

마야에 : 그런데 몇 달 전에 사이타마현의 산속에서 시신이발견됐어요. DNA 검사 결과 남편의 시신으로 확인됐죠. 그런데 시신에 이상한 점이 ■■■■■■ 실은 왼손이없었어요. - P57

미야에 :  남편이 사라졌을 때, 그 집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필자 : 네.
미야에 : 실은 그와 관련해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요. - P59

미야에 : (전략) 저는 부동산 중개소의 홈페이지를 이 잡듯이 조사해서 그 집과 구조가 비슷한 집을 찾아내기로 결심했어요.
필자 : 말씀이야 그렇지만, 전국에 매물로 나온 집은 굉장히 많을 텐데요.
미야에 : 실마리는 있었어요. 그 집은 분명 사이타마현에 있을 걸로 짐작됐거든요. - P60

미야에 씨는 테이블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필자 : 그 결과 찾아낸 집의 평면도라는 말씀입니까………?
미야에 : 네. 저희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어요.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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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턴은 1992년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경제를촉진하고, 법률을 마련해 직업 훈련, 교육, 인프라 부문에 대한 야심 찬공공 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며, 건강보험을 개혁하고 중산층을 위한 세금 감면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클린턴의 당선 이후 진보적 목적은 국정에서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 P325

클린턴은 취임 직후, 레이건에서 부시에 이르는 공화당 대통령들의 연속된 재임 기간에 쌓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클린턴의 정치 분야 자문위원들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산층을 지원하려면 경기를 부양하고 공공투자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P325

주로 윌스트리트와 정치권의 기득권층에 속해 있다가 클린턴의 부름을 받았던 경제 분야 자문위원들은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적자의 감축은 소비를 억제하고 세금을 올린다는 뜻이었다.  - P326

클린턴 정부에서는 골드만삭스의 공동회장이었던 로버트 루빈 RobertRubin 이 이끄는 경제팀이 실세였다.*


* 루빈는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보좌관이엏다 나중에는 재무부 장관이 된다. - P326

여러 해가 지난 뒤에 역사학자 넬슨 리히텐스타인 Nelson Lichtenstein은 클린턴 대통령이 1993년에 내린 예산 결정이야말로 레이건 시대에 굳건하던 시장에 대한 믿음이 그의 임기 동안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결정적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 P326

클린턴은 채권시장에 무릎을 꿇는 것이 자신이 선거운동 때 중산층 및 노동자층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던 정부의 적극적 경제 정책을 내팽개치고 그들을 배신하는 행위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경제 자문위원들에게 분노를 터트렸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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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구석에 박혀있던 책이다.
먼지가 많이 쌓였다.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주의란 모든 시민이 의견을 가질 권리를 향유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했던 사람은 플라톤이었다.
תונה - P63

플라톤은 시민 대중의 불안정한 의견에 의존한다는 이유에서 민주주의를 나쁜 체제로 보았다. 자신의 스승인 소크라테스socrates의 죽음을 빗대어 아테네 민주주의는 ‘철학자를 살해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 P63

민주주의자라면 플라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제기한 문제, 즉 ‘시민의 불완전하고 유동하는 의견에 기초를 둔공적 결정의 체계가 과연 잘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적절한 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 P63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기록은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투키디데스 Thucydides, 크세노폰Xenophon 등 모두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 P64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옹호자는 1950년대 중반 이후 멈추지 않고 민주주의 이론서를 저술해온 로버트 달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민주주의의 본질이, 소수 엘리트 지식인들만알 수 있는 그 어떤 참된 지식이나 실질적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 P64

따라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저급한 것으로 비판하면서 그보다 높은 수준의 ‘실질적 민주주의론‘을 앞세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로버트 달과의 논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P64

그가 주목했던 사회적 힘이란 집단groups, 즉 조직화된시민 집단 내지 자율적 결사체free associations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말해, 시민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집단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하며, 이들 시민 집단 사이의 힘의 균형 위에서 민주정치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 P65

요컨대 현대 민주주의를 ‘집단과 조직, 결사체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참여와 정치적 의견의 형성 과정‘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들여다보면, 국가와 개인 사이가 텅 빈 공간처럼 다가온다. 결사와 집단으로서의 시민 참여는 거의 없다. - P65

국가와 개인 사이의 그 빈 공간을 누가 지배하는가? 주류 언론과 행정 관료제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사태에서도, 국가와 개인 사이의 공허한 공간을 주도했던 권력은이들이었다. - P65

사실이 더 많이 알려지고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옳고 정확한 사실은 어디엔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 해석되고 판단되는 사회적 과정이 어떠한가에 있다. - P66

 지인은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법안에 따라 예상 수익을 분석해 놓은 그 복잡한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단다. 일반 시민들은 어떻겠는가?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 P66

민주주의도 일종의 ‘정보처리 쳬계‘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그래야 시민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의견을 통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정보를 얻고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공적 판단을 가질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 언론과 행정의 기능에 수동적인소비자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한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다. - P67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해서 민주주의를 하게 되었다면, 그런 민주주의를 잘 다룰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죽고 살 일이 아니라, 좀 더 좋은사회 속에서 개개인의 삶을 좀 더 보람 있게 영위해 가기 위해 민주적 가치와 제도를 어떻게 더 잘 활용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 P68

이는 우리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나라들의 역사를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사회적 실력만큼 민주주의도 발전한다. - P68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

독일이 낳은 최고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 Max Weber가 말했듯이, 정치의 고향은 민주정이고, 정치 없는 민주정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민주정이 지향하는 최고의 이상은 공적인 문제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특정 시민집단의 우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에 있다. - P68

. 누가 뭐라 하든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자유 시민 스스로가 최고의 심판관이며, 공적 결정 역시 그렇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에서 자치 self-rule/self-government의 이상이 만들어졌다. - P69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보통의 시민들이 가진 불완전한 의견에 기초를 둔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 P69

따라서 민주주의 체제가 설령 시끄럽고 때로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관용해야 할 이유가 있다. - P69

흔히들 민주주의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갖는 ‘한계‘와 동시에 ‘위대함‘에 기초를 두는 정치체제라고 말한다. ‘평범한ordinary사람들이 이뤄 내는 비법extraordinary 성취‘야말로 민주주의가가진 최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 P69

소수 엘리트들이 선의와 전문성을 앞세워 내린 폐쇄적 결정이 대규모의 희생과 피해를 낳은 여러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따라서 교육 수준 내지 재산의 유무와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대다수가 평등한 시민권을 발휘하는 대중민주주의 mass democracy의 위대함을 그 어떤 체제도 쉽게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확고한 생각이다. - P70

시민들을 가르쳐서 민주주의를 좋게 하려는 열정이 과도하면 의도와는 달리 부작용이 클 때가 많다. 시민은 하나의 동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여러 집단으로 다양하게 나뉘어 움직인다. - P70

 결코 갈등도 차이도 이견도 없는 균질한 시민으로 이루어진 다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의 민주주의란 수많은 소수들로 구성된 다수majority of minorities 의 지배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 P70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것까지가 공적 역할이고, 그다음은 조직된 시민 집단 스스로 해야한다. 정부가 모든 일을 해주는 것? 이는 좋은 정치 비전이 될 수 없다. - P70

한마디로 말해, 서로 다른 개인,
서로 다른 시민 집단이 각자의 개성을 희생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P71

사실 평범한 보통 사람들보다 교육받은 중산층들이 더 편협하고 이데올로기에 취약하다. 편견과 고정관념, 허위의식에도 잘 빠진다. 실제 삶의 경험된 현실보다 관념과 의식을 통해 사유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윤리적인 문제를 누가 더 잘 판단할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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