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주의란 모든 시민이 의견을 가질 권리를 향유하는 체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했던 사람은 플라톤이었다. תונה - P63
플라톤은 시민 대중의 불안정한 의견에 의존한다는 이유에서 민주주의를 나쁜 체제로 보았다. 자신의 스승인 소크라테스socrates의 죽음을 빗대어 아테네 민주주의는 ‘철학자를 살해하는 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 P63
민주주의자라면 플라톤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제기한 문제, 즉 ‘시민의 불완전하고 유동하는 의견에 기초를 둔공적 결정의 체계가 과연 잘 작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적절한 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 P63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기록은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것이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투키디데스 Thucydides, 크세노폰Xenophon 등 모두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 P64
엄밀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옹호자는 1950년대 중반 이후 멈추지 않고 민주주의 이론서를 저술해온 로버트 달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무엇보다도 그는 민주주의의 본질이, 소수 엘리트 지식인들만알 수 있는 그 어떤 참된 지식이나 실질적 가치에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 P64
따라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저급한 것으로 비판하면서 그보다 높은 수준의 ‘실질적 민주주의론‘을 앞세우고자 한다면 반드시 로버트 달과의 논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P64
그가 주목했던 사회적 힘이란 집단groups, 즉 조직화된시민 집단 내지 자율적 결사체free associations를 가리킨다. 한마디로 말해, 시민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집단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하며, 이들 시민 집단 사이의 힘의 균형 위에서 민주정치가 작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 P65
요컨대 현대 민주주의를 ‘집단과 조직, 결사체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참여와 정치적 의견의 형성 과정‘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들여다보면, 국가와 개인 사이가 텅 빈 공간처럼 다가온다. 결사와 집단으로서의 시민 참여는 거의 없다. - P65
국가와 개인 사이의 그 빈 공간을 누가 지배하는가? 주류 언론과 행정 관료제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사태에서도, 국가와 개인 사이의 공허한 공간을 주도했던 권력은이들이었다. - P65
사실이 더 많이 알려지고 투명하게 공개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옳고 정확한 사실은 어디엔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 해석되고 판단되는 사회적 과정이 어떠한가에 있다. - P66
지인은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법안에 따라 예상 수익을 분석해 놓은 그 복잡한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렸단다. 일반 시민들은 어떻겠는가?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 P66
민주주의도 일종의 ‘정보처리 쳬계‘라고 할 수 있다. (중략) 그래야 시민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의견을 통해,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정보를 얻고 좀 더 신뢰할 수 있는 공적 판단을 가질 수 있으며, 또한 그래야 언론과 행정의 기능에 수동적인소비자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한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다. - P67
민주주의를 위해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해서 민주주의를 하게 되었다면, 그런 민주주의를 잘 다룰 실력을 쌓아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죽고 살 일이 아니라, 좀 더 좋은사회 속에서 개개인의 삶을 좀 더 보람 있게 영위해 가기 위해 민주적 가치와 제도를 어떻게 더 잘 활용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 P68
이는 우리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나라들의 역사를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사회적 실력만큼 민주주의도 발전한다. - P68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
독일이 낳은 최고의 정치사회학자 막스 베버 Max Weber가 말했듯이, 정치의 고향은 민주정이고, 정치 없는 민주정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민주정이 지향하는 최고의 이상은 공적인 문제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특정 시민집단의 우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에 있다. - P68
. 누가 뭐라 하든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자유 시민 스스로가 최고의 심판관이며, 공적 결정 역시 그렇게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에서 자치 self-rule/self-government의 이상이 만들어졌다. - P69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선택은 ‘보통의 시민들이 가진 불완전한 의견에 기초를 둔 민주주의 체제‘에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 P69
따라서 민주주의 체제가 설령 시끄럽고 때로 기대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관용해야 할 이유가 있다. - P69
흔히들 민주주의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갖는 ‘한계‘와 동시에 ‘위대함‘에 기초를 두는 정치체제라고 말한다. ‘평범한ordinary사람들이 이뤄 내는 비법extraordinary 성취‘야말로 민주주의가가진 최고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 P69
소수 엘리트들이 선의와 전문성을 앞세워 내린 폐쇄적 결정이 대규모의 희생과 피해를 낳은 여러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따라서 교육 수준 내지 재산의 유무와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대다수가 평등한 시민권을 발휘하는 대중민주주의 mass democracy의 위대함을 그 어떤 체제도 쉽게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확고한 생각이다. - P70
시민들을 가르쳐서 민주주의를 좋게 하려는 열정이 과도하면 의도와는 달리 부작용이 클 때가 많다. 시민은 하나의 동질적인 존재가 아니라 여러 집단으로 다양하게 나뉘어 움직인다. - P70
결코 갈등도 차이도 이견도 없는 균질한 시민으로 이루어진 다수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실의 민주주의란 수많은 소수들로 구성된 다수majority of minorities 의 지배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 P70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것까지가 공적 역할이고, 그다음은 조직된 시민 집단 스스로 해야한다. 정부가 모든 일을 해주는 것? 이는 좋은 정치 비전이 될 수 없다. - P70
한마디로 말해, 서로 다른 개인, 서로 다른 시민 집단이 각자의 개성을 희생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P71
사실 평범한 보통 사람들보다 교육받은 중산층들이 더 편협하고 이데올로기에 취약하다. 편견과 고정관념, 허위의식에도 잘 빠진다. 실제 삶의 경험된 현실보다 관념과 의식을 통해 사유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윤리적인 문제를 누가 더 잘 판단할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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