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반사‘는 별로였고, ‘미소 짓는 사람‘은 수작이었고.

그 사건 때문이죠? 예? 어떻게 알았느냐고요? 빤하죠. 그 사건이일어나고 지난 일 년 동안 찾아오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그 일에 대해 물었으니까요. 처음에는 경찰이랑 신문 기자였죠. 다음에는 방송국 사람이랑 주간지 기자 잠잠해지나 싶더니 르포라이터가 오더군요. - P9
좀만 있으면 그 사건에 대해 쓴 책이 한꺼번에 서점에 깔리는 거 아닌지 몰라. 인터뷰에 꽤나 응했는데 내 이름도 실리려나 인터뷰한 사람들한테 책이 - P9
신경 쓰지 마요. 얘기가 길어질 텐데 서서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하고 가서 나도 이젠 도가 텄어요. - P10
예? 인터뷰하는 게 내가 처음이라고요? 어머, 영광이네. 그럼 첫발부터 실패라는 생각 안 들게 쏠쏠한 얘기를 해줘야겠네. 걱정 마요. 맡겨두라니까. - P10
다른 데도 아닌 도쿄 23구 - 도쿄 도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행정자치구- 안이고, 역에서 걸어서 십 분밖에 안 걸리는 곳인데 이렇게 한산해요. 도쿄에 사람이 너무 많다 - P10
히카와다이는 처음? 그럼 역 앞에아무것도 없어서 깜짝 놀랐겠네. 이케부쿠로에서 고작 네 정거장 더왔을 뿐인데 말이죠. - P11
한번은, 저기 뭐더라, 맞아. 피임기구 알죠? 그걸요, 다 쓴 걸 나뭇가지에 걸어놨더라고요. 처음에는 뭔지 몰라 빤히 쳐다봤다가 안에 액체가 남은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 P11
밤에는 인기척이 없다는 얘기였죠. 그러니까 어떤 분위기인지는 알겠죠? 도쿄 도내, 그것도23구 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밤에는 조용해요. 그리고 오면서 봐서 알겠지만 주변에 밭이 많고 주택은 별로 없어요. - P11
벌써 현장은 봤다고요? 그럼 잘 알겠네요. 거기 세워진 건물 세채가 서로 동떨어져서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이죠. 그 건물도 다 상속세를 돈 대신 토지로 납부해서 생긴 거예요. - P12
그리고 또 한 집은 집을 사자마자 남편 전근 때문에 이사를 가게 돼서 임대로 내놨다 하더라고. 그런데 그런사건이 일어나버렸으니 이사를 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남편 혼자 부임하는 게 나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P12
뭐, 어느 쪽이든 간에 이젠 그 집으로 돌아올 일은 없겠죠. 참 안됐어요. 인생 최대의 쇼핑으로 집을 샀을 텐데 이웃 일가가 몰살당했으니 무서워서 살겠어요? - P12
그게 5월 17일이었죠. 봄이었는데도 겨울이 돌아왔나 싶을 정도로 추웠던 밤이라 무슨 일인가 했던 게 기억나요. 그래서 창문까지전부 닫아버리는 바람에 실은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났는지 하나도 못들었어요. ・・・・・・ 어머, 그렇게 실망한 표정 짓지 마요 이 말에는 죄다 그런 반응을 보이네요. 어차피 그 집은 한참 떨어진 데 있어요. - P13
내가 그 사건에 대해 안 건 그다음 날이었죠. 벌써 순찰차부터 구급차 같은 게 몇 대씩 와서 난리였으니까요. 첫 번째 발견자는 택배직원이었대요. - P13
상대를 정면에서 싹 베었는데 피가 전혀안 나오는 그런 장면요. 그런가 하면 꽉 하고 피가 쏟아져 나오는 장면도 있죠. 어느 쪽이 진짜에 가까우냐 하면 역시 쏟아져 나오는 쪽이겠죠. 그게 아니라면 커튼이 그렇게 피로 물들 수 없었겠지. - P14
불쌍한 건 애들이죠. 일곱 살 된 남자애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거실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었대요. 그런 데서 잔 탓에 두 번째로 죽게됐나봐요. - P14
귀여운 아이였어요. 초등학교에 막 입학해서 몸에 비해 큰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걸 본 적 있어요. - P14
그날 밤 범인은 이어서 부인이랑 동생 여자애를 거의동시에 죽였나 보더라고요. 두 사람은 이층 부부 침실에서 죽었대요. 이때도 흉기로 식칼을 사용했는데 그 집 부엌에 있던 칼이라고들었어요. 식칼로 사람 하나를 죽이면 더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 - P15
그 집은 요새 많이 짓는 방음도 단열도 잘 되는 주택이라서 밀폐성이 무척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창문을 닫아버리면 안의 소리가 밖으로는 거의 안 새나 보더라고요. - P15
그 집은 요새 많이 짓는 방음도 단열도 잘 되는 주택이라서 밀폐성이 무척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창문을 닫아버리면 안의 소리가 밖으로는 거의 안 새나 보더라고요. 물론 이웃에 누가 살았다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만 아까말했듯이 빈집이었으니까. - P15
범행 시각이 새벽 1시 전후였다면서요? 누구나 가장 깊이 잠들 시간이잖아요.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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