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론(Philon)³의 말에 의하면, 칼리굴라 황제⁴도 그렇게 추론하였는데, 이와 동일한 유추를 바탕으로 왕은 신이거나 아니면 인민은 가축이라고 꽤 무리없이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 P36

칼리굴라의 추론은 홉스의 추론과 다름이 없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그들보다 앞서 인간은 본래 전혀 평등하지 않아서, 어떤 이들은 노예가 되기 위해 태어났으며 또 어떤 이들은 지배자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한 바 있다.⁵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옳았지만, 그는 결과를 원인으로 착각했다. - P36

 폭력이 최초의 노예들을 만들었으며,
그들의 비굴함이 그 노예 신분을 영속화시켰던 것이다. - P37

 나는 그와 같은 언급에서의 자제에 대해사람들이 감사해 주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내가 그 세 군주의 직계 후손이어서, 아니 어쩌면 장손 가문이어서 자격을 확인해 보면인류의 적법한 왕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담이 세계의 군주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로빈슨 크루소가 자신의 섬의 유일한 주민이었던 동안만큼은 그 섬의 왕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 P37

3장
최강자의 권리에 관하여

최강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힘을 권리로, 그리고 복종을 의무로 변화시키지 않는 한 계속해서 주인이 될 만큼 결코 강할 수는없다. - P37

그렇기에 나는 그 힘의 행사로부터 어떤 도덕성이 유래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힘에 복종하는 것은 불가피한행위이지, 자발적인 행위는 아니다. 그것은 기껏해야 조심성에기 인한 행위일 뿐이다. 그럴진대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 도덕적 의무일 수가 있을까? - P38

복종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게 되면 곧 사람들은 복종하지 않아도 정당할 수 있다.
하지만 최강자가 항상 옳기에, 최강자가 되도록 행동하는 것만이 중요하다. 그런데 힘이 사라질 때 권리도 함께 사라진다면,
그 권리란 도대체 무엇인가? 만일 억지로 복종해야 한다면 의무적으로 복종해야 할 필요는 없으며, 그리고 또 만일 더 이상 복종을 강요당하지 않으면 더 이상 복종할 의무도 없다. - P38

"권력자에게 복종하라." 만일 이 말이 ‘힘에 굴복하라‘는 뜻이라면, 이 교훈은 적절하기는 하나 쓸데없는 것이다. - P38

그러므로 권리를 만드는 것은 힘이 아니라는 것을 따라서 정당한 권력에만 복종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그러므로우리는 여전히 내가 최초에 제기한 문제⁶로 되돌아오게 된다. - P39

4장 노예제도에 관하여

흐로티위스는, 만일 한 개인이 자신의 자유를 양도하여 어떤주인의 노예가 될 수 있다면 어찌 한 나라 인민 전체도 자기들의자유를 양도하여 한 왕의 신민(臣民)이 되지 못할 것인가라고 말한다. - P39

그런데 한 나라 인민 전체는 무엇을받고 자신들을 파는가? 왕은 자기 신민에게 생계유지에 필요한것을 대주기는커녕 자신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것을 되레 그들로부터 빼앗을 뿐이다. 게다가 라블레(François Rabelais)에 따르면, 왕은 검소하게 살지도 않는다.  - P39

"전제군주는 자기 신민들에게 사회적 안녕을 약속한다."라고누군가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치자. 하지만 만일 그의야심이 일으키는 전쟁과 그의 채워지지 않는 탐욕과 내각의 강압적인 요구들이, 자기들끼리의 대립과 불화보다도 더 신민들을 괴롭힌다면 그들이 얻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 - P40

사람이 자기 자신을 공짜로 바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불합리한 일이다. 그러한 행위는, 그것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부당하며 무효다. - P40

설사 각자가 자신을 양도할 수는 있다 할지라도 자기 자식들까지 양도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인간으로, 나아가 자유인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 P40

 왜냐하면 그러한 증여는 자연의 목적에 어긋나며, 부권을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떤 전제정부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각 세대마다 그 정부를 인정하거나 아니면 거절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P41

 누가 됐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에게는 있을 수 있는 대가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한 포기는 인간의 본성과 비양립적이며,
그의 의지에서 자유를 모두 제거해 버리는 것은 그의 행동에서 도덕성을 모두 제거해 버리는 것과 같다. - P41

우리에게 만일 어떤 사람에게 모든 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의무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명확한 일이 아닌가?
(중략) 그가 가지는 모든 것은 내 것이기에그의 권리는 내 권리인 이상 나 자신에 대한 나의 권리는 아무의미가 없는 말이 되므로, 결국 나의 노예가 내게 어떤 권리를가질 수 있겠는가? - P42

인간은 원시적 독립 상태에서 살고 있는 동안에는 평화 상태나 전쟁상태를 만들 만큼 서로 지속적인 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그들은태어날 때부터 서로 적이지는 않았다. - P42

개인 간의 싸움, 결투, 적대세력 간의 충돌은 전쟁상태를 만드는 행위들이 아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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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해골 마크 옷 없는데."
"지금까지 여러 학교에 다녔지만 어디에든 있더라고. ‘그거촌스럽다‘는 등 ‘이건 멋없다‘는 등 단정하며 잘난 척하는 녀석이." - P25

"구루메 선생님은 그 전형이야."
"전형?"
"자신이 옳다고 믿어. 만사를 단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모두에게 주입하려 하지. 일부러인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겠지만말야. 그래서 반 아이들은 구루메 선생님의 생각에 영향받지 않을 수 없어. 왜, 구사카베가 놀림을 당하는 것도 구루메 선생님이 ‘촌스럽다‘는 꼬리표를 붙인 게 계기잖아."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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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후의 책임성

(전략)
 정당에서 권력을 다루는 일과 정부를 운영하면서 권력을 다루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공동의 이념과 조직을 가진 정당의 경우 ‘결정의 비용을 내부화‘ 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정부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정 - P148

정당과는 달리 정부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의 비용을 수많은 관련 이해 당사자 사이로 분산하고 위임하는 데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들은 한두 개가 아니며,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 없이 정책을 결정할 경우 정책에 대한 이들의 순응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P148

. 외견상 강해 보여도 구조적으로는 매우 취약하므로, 작은 위기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대통령 개인에게 집중된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민주정보다는 군주정과 같은 권위주의적 원리에 의존하는 것이 낫다. - P149

 안타깝게도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들은 정부를 청와대 중심으로 사인화시켜 버림으로써 승자로서의 책임성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가장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다. 민주주의라는 ‘형식‘ 속에서 실제로는 ‘유사 군주정‘이 작용할수 있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 P149

패자의 입장에서도 선거 이후 책임성을 실천하는 것은 중요하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투표와 개표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 P149

 그런 의미에서 개표란 긴 과정이고, 이 과정에서 패자들 가운데 어떤 정치 세력이 공동체를 위해 가장 헌신적일 수 있는지가 드러난다. - P150

선거 이후 상황을 정리하면서 실패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개선할 것은 개선할 수 있는 심리적 조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결과로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는 문제를 포함해 뭔가 진지한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 P150

그런데 선거만 끝나면 늘 비대위가 들어선다.
그러다 보니 한국 정치에서 비대위라는 말은 뭔가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분위기만 풍길 뿐, 실제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적 알리바이‘ 처럼 느껴진다. - P150

당연한 말이지만, 야당일 때 잘해야 여당이 된다. 선거에서의 패배를, 제대로 된 야당을 만들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 P150

따라서 누군가 다음 선거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묻는다면, 가장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대답은 야당이 "패배로부터무엇을 배우고, 개선을 위해 얼마나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에 달려있다."가 될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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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반사‘는 별로였고, ‘미소 짓는 사람‘은 수작이었고.






그 사건 때문이죠? 예? 어떻게 알았느냐고요? 빤하죠. 그 사건이일어나고 지난 일 년 동안 찾아오는 사람마다 하나같이 그 일에 대해 물었으니까요. 처음에는 경찰이랑 신문 기자였죠. 다음에는 방송국 사람이랑 주간지 기자 잠잠해지나 싶더니 르포라이터가 오더군요. - P9

좀만 있으면 그 사건에 대해 쓴 책이 한꺼번에 서점에 깔리는 거 아닌지 몰라. 인터뷰에 꽤나 응했는데 내 이름도 실리려나 인터뷰한 사람들한테 책이 - P9

신경 쓰지 마요. 얘기가 길어질 텐데 서서 얘기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하고 가서 나도 이젠 도가 텄어요. - P10

예? 인터뷰하는 게 내가 처음이라고요? 어머, 영광이네. 그럼 첫발부터 실패라는 생각 안 들게 쏠쏠한 얘기를 해줘야겠네. 걱정 마요. 맡겨두라니까. - P10

다른 데도 아닌 도쿄 23구 - 도쿄 도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행정자치구- 안이고, 역에서 걸어서 십 분밖에 안 걸리는 곳인데 이렇게 한산해요. 도쿄에 사람이 너무 많다 - P10

 히카와다이는 처음? 그럼 역 앞에아무것도 없어서 깜짝 놀랐겠네. 이케부쿠로에서 고작 네 정거장 더왔을 뿐인데 말이죠. - P11

 한번은, 저기 뭐더라, 맞아.
피임기구 알죠? 그걸요, 다 쓴 걸 나뭇가지에 걸어놨더라고요. 처음에는 뭔지 몰라 빤히 쳐다봤다가 안에 액체가 남은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 P11

밤에는 인기척이 없다는 얘기였죠. 그러니까 어떤 분위기인지는 알겠죠? 도쿄 도내, 그것도23구 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밤에는 조용해요. 그리고 오면서 봐서 알겠지만 주변에 밭이 많고 주택은 별로 없어요. - P11

벌써 현장은 봤다고요? 그럼 잘 알겠네요. 거기 세워진 건물 세채가 서로 동떨어져서 갑자기 튀어나온 느낌이죠. 그 건물도 다 상속세를 돈 대신 토지로 납부해서 생긴 거예요.  - P12

그리고 또 한 집은 집을 사자마자 남편 전근 때문에 이사를 가게 돼서 임대로 내놨다 하더라고. 그런데 그런사건이 일어나버렸으니 이사를 가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남편 혼자 부임하는 게 나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P12

뭐, 어느 쪽이든 간에 이젠 그 집으로 돌아올 일은 없겠죠. 참 안됐어요. 인생 최대의 쇼핑으로 집을 샀을 텐데 이웃 일가가 몰살당했으니 무서워서 살겠어요? - P12

그게 5월 17일이었죠. 봄이었는데도 겨울이 돌아왔나 싶을 정도로 추웠던 밤이라 무슨 일인가 했던 게 기억나요. 그래서 창문까지전부 닫아버리는 바람에 실은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났는지 하나도 못들었어요.
・・・・・・ 어머, 그렇게 실망한 표정 짓지 마요 이 말에는 죄다 그런 반응을 보이네요. 어차피 그 집은 한참 떨어진 데 있어요. - P13

내가 그 사건에 대해 안 건 그다음 날이었죠. 벌써 순찰차부터 구급차 같은 게 몇 대씩 와서 난리였으니까요. 첫 번째 발견자는 택배직원이었대요. - P13

 상대를 정면에서 싹 베었는데 피가 전혀안 나오는 그런 장면요. 그런가 하면 꽉 하고 피가 쏟아져 나오는 장면도 있죠. 어느 쪽이 진짜에 가까우냐 하면 역시 쏟아져 나오는 쪽이겠죠. 그게 아니라면 커튼이 그렇게 피로 물들 수 없었겠지. - P14

불쌍한 건 애들이죠. 일곱 살 된 남자애는 텔레비전을 보다가 거실 소파에서 그대로 잠들었대요. 그런 데서 잔 탓에 두 번째로 죽게됐나봐요.  - P14

귀여운 아이였어요. 초등학교에 막 입학해서 몸에 비해 큰 책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걸 본 적 있어요. - P14

그날 밤 범인은 이어서 부인이랑 동생 여자애를 거의동시에 죽였나 보더라고요. 두 사람은 이층 부부 침실에서 죽었대요. 이때도 흉기로 식칼을 사용했는데 그 집 부엌에 있던 칼이라고들었어요. 식칼로 사람 하나를 죽이면 더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는 - P15

 그 집은 요새 많이 짓는 방음도 단열도 잘 되는 주택이라서 밀폐성이 무척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창문을 닫아버리면 안의 소리가 밖으로는 거의 안 새나 보더라고요. - P15

 그 집은 요새 많이 짓는 방음도 단열도 잘 되는 주택이라서 밀폐성이 무척 높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창문을 닫아버리면 안의 소리가 밖으로는 거의 안 새나 보더라고요. 물론 이웃에 누가 살았다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지만 아까말했듯이 빈집이었으니까. - P15

범행 시각이 새벽 1시 전후였다면서요? 누구나 가장 깊이 잠들 시간이잖아요.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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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이게도, 전체 이익과 시대정신을 앞세우면 그것을 독점하고자 하는 흥분과 열정이 과도해지면서 적대와 증오의 정치가 심화된다. 하나의 옳은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정치의 모든 것이 되면 전체주의는 피할 수 없다. - P138

언제든 그들은 눈앞의 이익을 좇는 집단 이기주의자들로 매도되거나, 국익 내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특수 이익집단으로 공격받기쉽다. - P138

사회는 어느 하나만이 옳을 수 없는 여러 가치들의 경합체제이고, 공동체는 이를 구성하는 복수의 집단 이익들이 경쟁과타협, 조정을 통해 배워 가야 하는 ‘시민의 학교‘이기 때문이다. - P138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의 ‘신뢰‘를 강조했던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의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다. 그에 따르면, 근본적으로 신뢰는 통치자와 피통치자 모두가 한 사회의 공동 구성원이라는 일체감을 갖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한국 민주주의에서 이 근접성과 신뢰의 원칙은 깨진 지 오래다. - P139

이명박 정부 시기에 공개된 고위 공직자 신망 자료릉 통해 그 특성을 살펴보자. (중략) 자녀 중 외국 국적을 가진 비율은 보통 사람들의 경우 1만 명 가운데6명이 안 되는 반면 이들은 5명의 1명꼴이다. 병역면제 처분을 받은 비율 역시 일반 시민의 6배나 많다. 국내외제차 점유율은 갓 5퍼센트를 넘었는데 이들이 보유한 외제차 비율은 30퍼센트를 훌쩍 넘는다. - P140

그러나 더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이들 통치 엘리트의 삶의 경험과 가치 지향이 우리 사회 공동체 안에 뿌리를 두고 있지않다는 사실이다. - P140

 우리 사회 절대다수의 구성원들을 크게 실망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던 영어 몰입 교육 정책이나 대책 없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이 시민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했다는것이다. - P140

시민과 달라도 너무 다른 한국의 통치엘리트들은 누구를 위해존재하는가? 통치 엘리트와 일반 시민이 공유하는 공동체적 일체감 같은 것은 있는가? - P141

실제적 대표와 가상적 대표

민주주의에 관한 경제학적 설명을 개척한 조지프 슘페터 Joseph Schumpeter가 강조했듯이,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소비자의 결정과는 달리 민주주의 정치에서는 공급 측면 (정당 후보)과 무관하게 독립된 수요측면(시민 여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41

여론조사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대개 ‘민심론‘을 좋아한다. - P141

 소비자의 선호를 독립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는 경제학에서라면 말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정치에 있어서는, 선택의 조건이나 대안이 어떠냐 하는 문제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민심은 없다. - P142

 이를 통해 미래의 정부나 의회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상당 정도 알려져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의 선호가 정당과 후보 대안을 매개로 구조화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선거는 민주주의의 제도로서 작동 한다.  - P142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가 정당과 언론을 통해 실체적으로 표출되고 대표될 수 있는 조직적 조건이랄까 집단적 채널이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 P142

정치학에서는 그런 것을 ‘실제적인 대표성" actual representation과는 거리가 먼 ‘가상적인 대표성‘virtual rep-resentation 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 P143

프레임에 갇힌 모조품 정치

한국정치를 나쁘게 만드는 데 기여한 유행어들이 여럿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프레임‘frame이라는 말이 아닌가 한다.  - P143

오래전 이탈리아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였던 안토니오 그람시 AntonioGramsci도 말했지만, 인간에게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사실을 인식하는 측면이 분명 있다. 따라서 프레임 이론에서 말하듯이 개념과 용어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을 잘 생각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 P143

프레임이라는 개념 역시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이 정치의 모든 것인 양 이해하기 시작하면 긍정적인측면 못지않게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 - P144

 그러면서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 때로 모순적이기도 한 요구들을 통합할 수 있는 실력을 다져야 한다. - P144

사회로부터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프레임, 자신사들의 개념 틀을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믿게 되면 민주주의의 언어와는 거리가 있는, 광고와 마케팅의 언어가 지배하게 된다. - P144

이제 한국의 선거는 정치 마케팅 전문가들과 계약을 하고, 보고서를 받고, 그에따라 선거를 기획하고, 캠페인을 전개하는 과정을 따른다. - P145

 문제는 그것이 선거에서 너무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결과 정당 조직과 당원들의 역할이 무시되는 경향이 심화되었다.
당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정당, 당원의 열정과 노력에 의존하지 않는 정당, 그들의 기대와 참여를 조직하려 하지 않는 정당이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을까? - P145

선거가 아무리 지지표를 동원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해도, 사람들의 생각을 작위적으로 이끌려는 노력이 꼭 좋은 성과를 내는 유일한 방법도 아니며, 좋은 접근인 것도 아니다. - P145

민주주의자는 인간이 사는 사회 속에 실존하는 다양한 삶의 현실을 존중하고,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딜레마 앞에서 고민하고 대화하고 협력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 P146

그럴수록 전략적 사고에 이끌리게 되고 현란한 말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들의 언어가 사라지고 전문가다운 분위기를 풍기는 외국어 용어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 역시 좋은 일이 아니다. - P146

(전략). 이른바 납세자들만이 시민이었던 것이다.
그때 영국 자유주의를 대표하는 사상가였던 존 스튜어트 밀JohnStuart Mill도, 직업과 교육 수준을 고려해 뛰어난 시민에게는 투표권을 더 주자고 주장했을 정도이다. (중략), 공동체의 중대 결정에 대한 판단 능력은 교육이나재산의 많고 적음과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었다. - P146

 오래전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Orwell이 말했듯이 "(우리가) 연합해야 할 사람은, 사장에게 굽실거려야 하고 집세 낼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지는 모든 이들"이지 특정의 프레임을 공유한, 자격 있는 개념 시민들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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