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중 대화는 주인장이 주도했다. 사람들은 불가사의한 미지의 것, 더 정확히 말하자면 최근 호텔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은 이 호텔의 신참인 내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들려주었다. - P40

"실례합니다." 그가 말했다. "숙녀분이 계신 자리에서계속해도 될지." 그는 이렇게 말하며 모제스 부인을 향해고개를 까닥했다. "그리고 젊・・・・・・ 젊은이도 있고." 그가 브륜을 바라보았다. "음......, 음......" - P42

"계산을 해 보니, 시모네가 끼어들었다. "그들이 사람이 살고 있는 태양계와 그렇지 않은 태양계를 구별할 수 있고 오직 사람이 사는 곳만 관찰한다면, 그 확률은 마이너스 e의 마이너스 1승입니다." - P44

"그걸 숫자로 바꾸면 어떻게 되죠?" 듀 바른스토크르가 질문을 할 기회를 엿보다가 물었다.
"약 3분의 2 정도 됩니다." 시모네가 눈가를 훔치며 대답했다. - P45

바로 그때 내 뒤에 있는 식당 문을 누가 어깨로 세게 치는 것처럼 쾅하고 부딪는 소리가 났다.
"당기세요!" 주인장이 소리쳤다. "당기시라고요!" - P45

"여러분, 지금 눈이 옵니다." 그가 알렸다. 그는 완전히취해 있었다. 모제스 부인이 앞에 수프를 내려놓자, 그는엄한 눈빛으로 수프 그릇을 보더니 잔을 홀짝거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들 있었소?" 그가 물었다. - P46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주인장이 허겁지겁 말했다.
"모제스 씨, 이분은 글렙스키 경위님입니다. 글렙스키 씨,
모제스 씨입니다."
"경위라....." 모제스가 툴툴거리듯 말했다. "위조서류들, 가짜 여권들・・・・・・ 글렙스키 씨, 당신은 내 여권이 위조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시오. 기억력은 좋소이까?" - P47

"실례합니다." 그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갑자기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군요...... "
"그렇군. 불안한 기분." 모제스 씨가 흡족한 듯 한마디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그게 끝입니다." 시모네가 권태롭게 대답하더니 의자 등에 몸을 기댔다. - P48

"꼭 나이아가라 폭포 같네요." 모제스 부인이 크리스털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로켓 발사장 같죠!" 시모네가 반박했다. "야만스러운기계라니까요."
카이사가 발끝으로 걸어 모제스 씨에게 가더니 그의앞에 파인애플 시럽이 담긴 병을 내려놓았다. 모제스는 기분 좋은 눈빛으로 시럽 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잔을 홀짝였다. - P49

"오, 그렇군요!" 주인장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이 호텔에는 외부인이 없죠. 하지만 그 남자는 렐에게 단순히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남자는 렐에게 신이었죠!"
모제스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남자가 누구요?" 그가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
"그 남자. 죽은사람 말입니다." - P50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시오." 모제스가 주인장에게 말했다.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안다면 그자에게 그만하라고 충고해 주시오. 강력하게 충고하란 말이오! 아시겠소?" 그가 술에 취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 그러면 나도 장난질을 시작할 테니!" 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P50

이윽고 모제스 부인이 식사를 그만두고 붉은 입술에냅킨을 갖다 대더니,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마치 색채의 연회 같아요."
나는 느닷없이 혼자 있고 싶은 강한 욕망에 사로잡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강한 어조로 말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야식 시간에 뵙죠." - P51

제3장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주인장이불빛에 잔을 비춰 보며 말했다. "숙박계에는 개인적인 용무로 여행 중인 상인이라고 기입했더군요. 하지만 상인은아닙니다. 실성한 연금술사, 마법사, 발명가・・・・・・ 뭐든 가능하지만 상인만은 절대 아니에요." - P52

호텔은 고요했고, 가끔 저 멀리 무덤에서 들리듯 흐느끼는 것 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총성처럼 당구공이 딱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폭발하듯 들렸다. 카이사가 정리 중인 주방에서는 냄비들이 달그락거렸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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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계발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라

탁월성의 배경에는 유전적 요인 말고도 한 가지가 더 있다. 크라카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한가지란 바로 우리가 연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오늘날 우리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그 무언가를 매일 몇 시간씩 할 수 있을 정도로 지원해줄 부모, 또는 다른 누군가의 돈과 시간이 투여되어야 합니다." 전문 능력을 계발하는 것은 일종의 투자다. - P155

운동과 관련하여 대부분의 사람이 경험하는 과정을 보면 세계적인 선수를 배출하는 과정과는 정반대다. 우리는 보통 몇 년 동안 저렴한 수영교실에 나가서 물에서 첨벙거리는 정도로 수영을 시작한다. 별의욕도 없는 코치가 일주일에 한 번씩 가르치는 사람들로 바글거리는YMCA 수영 강좌 같은 데서 말이다. - P156

한 운동선수가 지닌 잠재력은 다음의 두 자원에 좌우된다. 하나는유전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유전자가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설과 코치다.  - P157

예를 들어 우리에겐 두 종류의 도파민 수용체가 있는데, 그중 D1 수용체가 더 많은 사람은 보상 추구형의 면모를 보이고, D2 수용체가 더 많은 사람은 처벌 회피형의 면모를 보인다. 근섬유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신경전달물질 수용체도 단일염기다형성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 SNP이 다르고,
SNP마다 신경전달물질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²² - P157

22 Tilmann A. Klein et al., "Genetically Determined Differences in Learning from Errors," Science318, no. 5856 (2007): 1,642-45; Sylvia M. L. Cox et al., "Striatal D1 and D2 Signaling Differentially Predict Learning from Positive and Negative Outcomes," Neurolmage 109 (2015): 95-101; Jean-Claude Dreher et al., "Variation in Dopamine Genes Influences Responsivity of the HumanReward System,"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6, no. 2 (2009): 617-22; Dara G.
Ghahremani et al., "Striatal Dopamine D2/D3 Receptors Mediate Response Inhibition and RelatedActivity in Frontostriatal Neural Circuitry in Humans," Journal of Neuroscience 32, no. 21 (2012):7,316-24. - P328

모싱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은 한 시간의 훈련에서 다른 사람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 유전자 중에는 이 일보다 저일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유전자가 있지만, 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역시나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특히, 운동의 경우 신체 생활과 관련된 모든 부분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P158

근대 올림픽 창시자는 스키를 "돈 많은 이들이나 하는 속물 놀이"로불렀다. 그 창시자의 이름은 피에르 드 쿠베르탱 Pierre de Coubertin 남작이다. 여기서 이미 기울어진 경기장인지도 모른다(부자 행운아들이 1924년부터 눈과 관련된 종목에서 금메달을 쓸어 모으기 시작했으니 말이다).²⁴ - P159

24 Paul Farhi, "Where the Rich and Elite Meet to Compete," Washington Post, Feb. 5, 2006, www.
washingtonpost.com/wpdyn/content/article/2006/02/03/ AR2006020302280.html. - P328

한때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우려했던 일인데, 이는 체조나 고가의 장비가 요구되는 장대높이뛰기 등 하계 올림픽의 개인 종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연습해야 하는지, 가능한 방법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야 우리는 좀 더 수월하게 자신에게 맞는 종목과 그 종목을 연습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찾아낼 수 있고, 그 종목에서 최고가될 수 있다.²⁶ - P160

26 Adele Diamond and Daphne S. Ling, "Conclusions about Interventions, Programs, andApproaches for Improving Executive Functions That Appear Justified and Those That, DespiteMuch Hype, Do Not," 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 18 (2016): 34- 48; Duarte Araújo et al.,
"The Role of Ecological Constraints on Expertise Development," Talent Development and Excellence 2, no. 2 (2010): 165-79. - P328

돈이 있으면 다양한 종목들을 접해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최근 전미체력관리협회National Strength andConditioning Association는 장기적 체육 발전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면서 재능계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조기 특화교육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P160

자신이 이미
잘하고 있는 일을 찾기

전문가가 되는 지름길은 자신이 이미 잘하고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다른 사람보다 그 일을 더 빨리 찾는 것이다. 어쨌든 재능은 상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기 옆에서는 걸음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지고, 발놀림이 새로운 경지에 든 사람 옆에서는 낮아진다. - P161

에릭손이 만났던 바이올리니스트 영재들이 카네기홀에오르기까지 걸린 연습 기간은 각각 달랐지만, 다음 한 가지는 공통적이었다. 여덟 살의 나이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들이 콩쿠르에 참가하여 우승한 확률이 67퍼센트에 달했다는 것이다. - P161

신속히 선택할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연습 과정을 감내할 수있는 동기부여가 따라오게 된다. 지난 장에서 보았듯이, 누구를 이겼는지 혹은 상대의 실력이 얼마나 좋았는지와는 상관없이 승리하면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한다.  - P162

 우리가 자신의 행동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볼 수 있을 때, 결과에 관심이 있을 때, 다음에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고치면 될지 알 때 그 신호는 증폭된다.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서 우리가 더 나아질 수 있고 그 방법까지 안다면, 개선된 방법을 배우는 일은 어렵지 않다.³² - P162

32 Clay B. Holroyd et al., "When Is an Error Not a Prediction Error? An ElectrophysiologicalInvestigation," Cognitive, Affective, and Behavioral Neuroscience 9, no. 1 (2009): 59- 70. Interested inoutcomes: Nick Yeung, Clay B. Holroyd, and Jonathan D. Cohen, "ERP Correlates of Feedbackand Reward Processing in the Presence and Absence of Response Choice," Cerebral Cortex 15, no.
5 (2005): 535-44; Matthew M. Walsh and John R. Anderson, "Learning from Experience: Event-Related Potential Correlates of Reward Processing, Neural Adaptation, and Behavioral Choice,"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 36, no. 8 (2012): 1,870- 84; Ullsperger, Danielmeier, andJocham, "Neurophysiology of Performance Monitoring and Adaptive Behavior." - P329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에서 가장 원하는 바가 샌드위치를 먹고 낮잠을 자면서도 100만 달러를 버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대에 말이다. - P163

비비안 밍은 잇달아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론신경과학자다. 그녀는인간 잠재력의 극대화를 연구했는데, 그 덕분에 최고의 위치에 오를 사람인지 예측할 수 있는 특징을 가려낼 수 있었다.³⁴ - P163

승리했든 패배했든,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든, 그렇게 일이 끝나고나면 우리는 대부분 ‘이젠 좀 쉬자, 누가 신경 쓰겠어‘라고 한다. 밍은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들은 신경을 쓴다는 거예요. 또한 그들은 수고에 대한 스스로의 보상에 둔감하죠. 그러니까 정상이 아니에요." - P164

또라이 기질과
자기효능감이라는 무기

우리의 신체적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우리의 코치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우리가 누군가를 이겨본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이 모든 것에상관없이 우리가 전문적 기량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은 다음의 한마디말을 하지 않는 데 달렸다. "그만둘래!" - P165

"내 생각에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삶의 그 자리에 어떻게 자신을 두느냐에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묵묵히 연습하도록 만드는 모든 요인이 바탕에 깔려 있는 그 자리에 말이죠. 이것은 좀 별나다고 할 수 있어요. 프로이트가 ‘야망을 품은 이는 누구나 병적이다‘라고 말했던 것과 비슷해요."³⁸ - P165

38 저자의 인터뷰, Aug. 8, 2016. - P330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조셉 케이블 Joseph Kable은 이렇게 말했다.
"사고 수렴에는 세 가지 방식이 있어요. 우리는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마음을 먹고, 그 멋진 것을 이뤄내기 위해 취할 수있는 과정을 모색합니다."⁴¹ - P166

41 저자의 인터뷰, Feb. 23, 2015.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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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은 2층 건물로 녹색이 가미된 노란색으로 칠해졌고 정문으로올라가는 계단 위에 걸린 칙칙한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죽은 등산가, 정문 계단 옆으로 쌓인 눈 무더기에는구멍이 숭숭 나 있고 온갖 색상의 스키가 꽂혀 있었다. 세

울적한 느낌의 시선은나를 스쳐 지나 어딘가를 향해 있었고 슬픔에 찬 기색이 역력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이 남자가 이 호텔은 물론이고 주위의 골짜기와 병목고개의 소유주인 알레크 스네바르였다.
"저곳에서......" 그가 유난히 낮고 깊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바로 저곳에서 그 일이 일어났습니다."  - P10

"그 사람은 무슨 이유로 저곳으로 갔습니까?" 나는 무시무시한 수직 절벽을 응시하며 물었다.
"잠시 지난날을 되돌아보아야겠군요." 주인장은 이렇게 말을 하며 고개를 갸웃한 채 코르크스크루를 쥔 주먹을머리카락이 없어 훤한 이마에 갖다 대었다. - P11

"역시 그 사람은 여기 벽난롯가에서 보낸 저녁들을 잊지 않았군요."
"그 친구는 그 이야기밖에 안 합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며 다시 자동차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주인장이 내 손을 잡았다. - P11

"우선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그는 손톱으로 펜의 끄트머리를 긁어내는 데 집중한 채 말했다. "알레크 스네바르, 이 호텔의 주인이고 엔지니어지요. 병목고개 입구에 서있는 풍차들은 물론 보셨겠죠?"
"그게 풍차였나요......?" - P12

"기억할 겁니다." 내게 주인이 말했다. "이제 기억이났나 보군요..... 자, 어디 보자..... 손님 방은 4호실입니다. 우리 호텔에서 제일 좋은 방이죠. 카이사, 이 짐을 가져다놓으렴. 저・・・・・・ 저......" - P13

"글렙스키 씨의 짐을 4호실로 가지고 가………… 놀랄 정도로 멍청하답니다." 카이사가자리를 뜨자 주인장은 어째서인지 자랑스러워하는 기색으로 내게 말했다. "어찌 보면정말 대단해요. ・・・・・ 자, 글렙스키 씨?" 그가 뭔가를 기대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페테르 글렙스키." 내가 이름을 밝혔다. "경위입니다.
휴가 중이죠. 기간은 2주. 혼자 왔습니다." - P14

"여깁니다." 그가 처음처럼 나지막한 탁한 음성으로말했다. "들어가시죠."
그가 내 앞에서 문을 열어 주자 나는 들어갔다.
"절대 잊지 못할 그 끔찍했던 날 이후로..." 그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더니 불쑥 말을 멈추었다.
그 방은 어딘지 음울해 보이기는 해도 나쁘지 않았다.
셰이드 커튼*이 반쯤 쳐져 있고 침대 위에는 영문 모를 등산용지팡이가 놓여 있었다. 

*부드러운 천 패널로 된, 블라인드처럼 위에서 아래로 치고 여는 커튼. - P15

"이 방은" 주인장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벌써 6년 동안, 절대 잊지 못할 그 끔찍했던 날 이후로 모든 것이 그 사람이 자신의 마지막 등반에 나서기 전 두고간 그대로입니다......"
나는 담배 연기가 올라오는 파이프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 P16

"즈구트 경위가 말하기를" 잠시 입을 다물었던 주인장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자신은 전문 분야가 소위 말하는 금고털이라고 하더군요. 혹시 비밀이 아니라면, 손님은전문분야가 무엇이신지요?"
그가 내 앞의 4호실 문을 활짝 열었다. - P18

"스네바르 씨, 당신은 시인이시군요." 나는 더욱 영문을 몰라 이렇게 대꾸했다. - P19

나는 혼자였다. 은혜로운 하늘, 자애로우신 하느님, 마침내 저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나도 안다. 이런 말을 입에 담거나 심지어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P20

"뭘 좀 가져다드릴까요?" 카이사가 물었다. "좋아하시는 걸로?"
나는 카이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다시 어깨를 으쓱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몸에 딱 달라붙는 알록달록한 원피스를 입고 자그마한 레이스 앞치마를둘렀는데, 원피스는 앞쪽도 뒤쪽도 잔뜩 부풀려져 있었다. - P21

"어떤 사람들이죠?"
"음, 누구냐고요? 모제스 씨와 아내분이 머무르고 있어요. 1호실과 2호실요. 3호실도 써요. 그 방에서 지내지는않지만요. 그리고 따님도 있는 것 같아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굉장한 미인이에요.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죠....... - P22

"아무도 몰라요. 그냥 서 있기만 하거든요. 그리고 신문을 읽죠. 얼마 전에 듀 바른스토크르 씨의 실내용 슬리퍼를 슬쩍했고요. 안 찾아본 곳이 없을 정도로 찾아다녔는데슬리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뭐예요. 그런데 그 사람이박물관에 가져가서 거기에 뒀더라고요. 또 늘 흔적을 남겨요......" - P23

나는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한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끈후속옷을 가지러 침실로 향했다. 나는 괜히 가져왔다는 생각을 설핏 하며 머리맡에 놓인 작은 테이블에 책을 몇 권올려놓았다. - P24

그때 바로 옆에서 누군가 천천히 입을 크게 벌리며 하품을 했다. 침실에서 세인트버나드 렐이 발톱으로 바닥을긁는 소리를 내며 느릿느릿 나오더니 나를 보고 싱긋 웃으면서 몸을 쭉 뻗었다.
"아하, 네가 여기서 담배를 피운 거냐?" 내가 물었다.
렐은 눈을 찡긋하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파리를 몰아내기라도 하듯이. - P25

제2장

눈에 남은 자국들로 보건대 호텔 투숙객 중 누군가가벌써 스키를 타고 걸어 보려고 한 모양이었다. 그 사람은발을 뗄 때마다 넘어지면서 50미터가량을 걸어간 후 되돌아왔는데, 올 때는 무릎걸음을 치듯 주저앉으며 스키와 폴을 안아 끌고 가다가 떨어트리고 다시 주웠다가 다시 떨어트리기를 반복했다. - P26

나는 스키가 잘 고정되었는지 확인하려고 제자리에서몇 번 뛰어본 후 함성을 지르면서 태양을 향해 달리기 시작하여 환한 햇살과 벅차오르는 가슴에 눈을 가늘게 뜨며점점 속도를 올렸다. - P26

이윽고 스키를 타자마자 찾아온 환희의 파도가 잦아들며 문득 정신을 차리니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가루를 뒤집어써 온몸이 젖은 채 숨을 헐떡이면서 길가에 서 있었다.  - P28

 헬멧을 쓰지않고 달리다니 벌금 50크론과 한 달간의 면허정지군. 자동적으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정작 나는 번호판도 제대로 못 봤다.  - P29

이다지도 야만스러운 기계가 왜 필요할까. 다음 해에는 이곳이 ‘죽은 바이커‘ 호텔로 불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 P29

내가 문을 닫고 들어가자 길쭉한 남자가 입을 다물고나를 돌아보았다. 그는 나비넥타이를 맸고 아래로 축 늘어진귀족적인 양쪽 볼살과 그에 못지않게 귀족적인 보기 드문 코를 한 고매한 용모의 소유자였다. - P30

그가 대답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나는 우리 경찰 관료답지 않은 바보 같은 어색함을 느끼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눈에 척 봐도그는 소득을 은폐하지 않을 리 없으며 세금 신고서를 애매하게 작성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 P31

"스키를 몹시 능숙하게 타시더군요, 글렙스키 씨." 듀바른스토크르가 불쑥 말했다. "창문으로 당신을 봤습니다.
진심으로 즐겁게 봤다는 말씀을 드려야겠군요."
"과찬이십니다." 내가 웅얼거렸다. "예전에 좀 탔......
죠. - P32

"우리 때문에 많이 놀라셨죠?" 그가 쉰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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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라고?" 내가 되물었다.
"오, 우리가 아니죠, 당연히, 부케팔로스 말이에요. 부케팔로스가 그런 짓을 잘하거든요. 이분 고글을 눈 범벅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 P33

나는 이 두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있어 후련했다. 그자리가 영 불편했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덜컥 마주치지 않았는가. 무릇 무대에 선 유명한 마술사의 공연을 보는 것은즐겁지만, 사적인 시간을 보내는 유명한 마술사와 만나는일은 별개의 문제다. - P34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빗고 이런저런 표정을 지어 보았다. 이를테면 순진하게 친절한 관심을 보이는 표정이라든지 전문직 종사자다운 강직하고 침착한 모습, 열린마음으로 누구와도 친분을 맺으려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모습 등을 말이다. - P35


"편히 쉬어." 내가 이렇게 말한 후 우리는 악수를 나누
"사실 저는 물리학자입니다." 그가 내게 말했다. "하지만 ‘인공두뇌부대 소속‘이라고 하면 ‘보병‘이라는 소개만큼근사하게 들리지 않습니까. 재미있어지죠."  - P36

 "이곳에는 재충전을 위해서 왔습니다. 과로했거든요. ‘미다스‘ 프로젝트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철저하게 기밀로 유지되고 있죠. 휴가도 없이 꼬박 4년을 매달렸어요. 그랬더니 결국 의사들이 감각을 만족시킬 치료 과정을 처방해 주더라고요." - P37

식탁에는 듀 바른스토크르와 그의 죽은 형제의 혈육이 벌써 와 있었다. 듀 바른스토크르는 맑은 수프를 은제숟가락으로 우아하게 저으며 나무라는 눈빛으로 조카를곁눈질했다. 그도 그럴 것이 브륜은 식탁을 팔꿈치로 짚은채채소 수프를 허겁지겁 먹고 있었던 것이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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