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의사소통의 이해

학습목표 및 성과
1 대인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2 의사소통 과정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
3 의료상황에서 의사소통 방해요인을 설명할 수 있다. - P103

1) 의사소통의 정의

의사소통(communication)은 라틴어의 communis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으며,
communis는 공유 또는 공통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 의사소통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 동물, 기계의 의사소통을 모두 포함하여 의사소통이란 상징을 통하여 의미를 전달하는 현상, 즉 정보 전달의 현상이다"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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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맞은편에는 사진 속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가 친근하게말을 걸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뭐라 말할 수 없이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이따금 입을 다물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 P294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그 순간 나는 흠칫 놀라 눈을 떴다. 어둑어둑한 찻집의 웅성거림도, 커피 향도, 창문으로 비치는 희끄무레한 빛도 전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 P294

그때 갑자기 관측소 밖에서 야수의 포효가 들려왔다.
일어나 블라인드 틈으로 밖을 내다봤다. 아직 날이 밝으려면 더 있어야 하는지 온통 어두웠다. 한 번 더 포효가 들려왔다. 섬에서 생활하게 된 뒤로 포효는 종종 내 잠을 깨웠다.  - P295

계단을 내려가자 사야마의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하지만 사야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고 화장실이나 샤워실을 쓰는것 같지도 않았다. - P295

왕 같은 관록을 떨치며 그림자는 천천히 초지를 걸어왔다. 달빛을 받은 몸뚱이는 파르스름하게 인광을 발하는 듯 보였다.
커다란 호랑이였다.
(중략)
호랑이는 유리 너머에 눕더니 조각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뭔가를 호소하듯 나를 쳐다봤다. 몹시 쓸쓸해 보이는 눈이었다. 자신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호랑이는 사야마 쇼이치였다. - P296

이튿날 아침, 나는 전망실의 간이침대에서 잠이 깼다.
(중략)
계단을 내려가자 사야마 쇼이치는 자기 방 구석에 있는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 P296

"어제 한밤중에 호랑이를 봤지?" 베이컨에그를 먹으며 사야마쇼이치가 불쑥 말했다. "그건 나야."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사야마를 쳐다봤다.
혹시 꿈이었던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랐군?"
"그야 놀라죠." - P294

"장난치는 건 아니겠죠?"
"믿지 않아도 돼."
"......선천적으로 그런 겁니까?"
"이거 봐, 선천적으로 호랑이로 변신하는 인간이 어디 있어?
이건 아마 이 섬에서 너무 오래 살았기 때문일 거야. 가끔씩 기억이 없을 때가 생기면서 점점 상황을 알게 됐지. 호랑이인 동안의 기억도 단편적으로는 나." - P297

"네모 군, 지난 2주 동안 자네는 훌륭하게 내 조수로 일해 줬어. 신뢰할 만한 인물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한 거지. 그래서 이제 자네에게 이 관측소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고 싶군. 이제부터 우리는 새로운 모험에 나설 건데, 그 모험의 의의를 자네가 꼭 이해해줬으면 하거든."
진지한 말투에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알겠습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 P298

"난 ‘학파‘에서 파견됐어."
‘학파‘라고요?" - P298

사야마 쇼이치는 해도를 탁 치며 말했다.
"얼마 전에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군도 이야기를 했지. 요새는 그걸 선원의 환각이거나 황당무계한 뜬소문으로만 보고 무시하거든.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는 건 오로지 학파뿐이야. 내가 이 관측소에서 지내온 건 그 때문이지."
이 사람은 지금 나를 데리고 장난치는 건가? - P299

사야마 쇼이치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학파는 이 해역의 수수께끼를 풀려 하고 있어. 하지만 진짜 목적은 그 다음에 있지. 이 해역의 불가해한 현상을 성립시키는 기술, 즉 ‘창조의 마술‘을 손에 넣는 게 우리 목적이야."
사야마 쇼이치는 옆에 쌓여 있는 책 더미에 손을 뻗어 맨 위에 놓여 있던 종이 서류철을 집었다. 속에는 클립으로 묶은 서류가 들어 있었다. 그는 사진 한 장을 빼서 내게 보여주었다.
"이 인물을 본 적 없어?" - P300

"마왕이야."
잔교에서 만났을 때 사야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마왕의 자객은 아니겠지?" - P301

"여기 놓여 있는 걸 잘 봐둬."
나는 사진에 얼굴을 가져갔다. 사야마가 가리킨 것은 테이블에 놓인 작은 나무 상자였다. 마왕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을 상자에 대고 있었다. - P301

"이게 마왕의 카드 상자야. 이 작은 나무 상자가 바로 마왕이 부리는 ‘창조의 마술의 원천이거든. 말하자면 ‘마법의 지팡이‘
라고 할까. 그 비밀을 밝히려고 학파는 지금까지 여러 밀정을마왕에게 보냈어. 그런데 모두 소식이 끊겼어. 내 전임자도 이 사진을 찍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다시 눈에 보이지 않는 군도에 발을 들여놨다가 그 뒤로 소식이 없어."
"・・・・・・ 두렵지 않습니까?" - P301

"관측소가 있는 이 섬은 세계가 끝나는 곳이야. 이 바다는 우리 세계와는 다른 원리를 따르고 있어. 무에서의 창조가 가능한 세계, 말하자면 ‘천지창조의 원점‘이지. 마왕만이 창조의 마술의 비밀을 알고 있어. 그 답을 얻기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 가치가 있잖아?" - P302

그 젊은 여자 사진이었다.
"이 사람은 마왕의 딸이야." - P302

"그날 밤 이 작업실에서 미쳐 날뛰는 폭풍 소리를 듣다가 나는 문득 깨달았어. 세계의 종말은 곧 세계의 시초이기도 하다.
이 폭풍이 지나가면 새로운 전개가 섬에 찾아들 게 틀림없다고말이야. 그랬더니 예상이 적중해서 날이 밝은 다음 앞바다에이상한 섬이 출현했지 뭐야. 나는 당장 보트를 타고 상륙해 봤어. 역시 그건 ‘창조‘된 섬이었어. 대체 이건 무슨 징조인 걸까 생각하는데………….."
"제가 표류해 왔군요."
"여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 - P303

어두운 밀림을 지나온 눈에는 모든 게 별천지처럼 보였다.
왼편에 솟은 시커먼 바위땅과 오른편의 나무들에 파묻힌 곳 사이에 안긴 작은 후미는 신비적인 고요함을 지니고 있었다. 잔교를 걸어가니 발밑에서 파도가 찰싹거렸다. - P304

"걱정할 거 없어, 어차피 상식이 안 통하는 바다니까."
"제발 호랑이로 변신하지는 말아주세요."
"내가 변신하면 사양 말고 바다로 뛰어들라고."
다행히 사야마가 호랑이로 변신하지도, 보트가 파도에 뒤집혀 침몰하지도 않고 앞바다의 작은 섬에 상륙할 수 있었다. 보트를 모래사장으로 끌어올린 뒤 나는 섬을 한 바퀴 둘러봤다.
섬이라기보다 여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 P305

"저는 정말 인간일까요?"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네모 군."
"사야마 씨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불안해져서 말이죠. 저는제가 누군지 기억을 못 합니다. 난파돼서 기억을 잊은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지도 모르죠. 기억을 못 하는게 아니라 처음부터 과거가 없다면?" - P306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해." 사야마는 콧방귀를 뀌었다. "아직 존재하지 않으니까."
"존재하지 않으면 상륙할 방법이 없잖습니까."
"마왕은 마술로 그 섬들을 만들어 냈어. 우리는 마술의 구조를 몰라. 전임자가 여러 명 상륙했는데 내가 조사한 바로는 정해진 방법은 없더군." - P307

"마왕의 마술로 만들어졌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저는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죠."
"뭐, 가능성은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인간일 가능성도 마찬가지로 있어. 적어도 같이 생활해 온 내가 보기엔 네모 군은충분히 인간으로 보이는데."
"고맙습니다." - P306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해." 사야마는 콧방귀를 뀌었다. "아직 존재하지 않으니까."
"존재하지 않으면 상륙할 방법이 없잖습니까."
"마왕은 마술로 그 섬들을 만들어 냈어. 우리는 마술의 구조를 몰라. 전임자가 여러 명 상륙했는데 내가 조사한 바로는 정해진 방법은 없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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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 - P957

2.
우린 공원에서 소련 백과사전을 읽고 있었어. 스탈린이 살아 있던 시절에 나온 사전이었지. 너희 어머니가 가지고 계시던 책 말이야. ‘만국의 아버지‘는 다양한 재능을 갖고있었지만, 심지어 위대한 과학자이기도 했던 모양이야. - P358

좋아, 그 일에 관해선 내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거든. 유대인 여자애 두 명이 1960년대에 나온 두꺼운 철학 사전 한 권을 가지고 공원으로 산책을 갔어. 그 사전에는 우스꽝스러운 내용이 많아서, 걔들은 나무 그늘에서그걸 보고 웃으면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지. - P359

3.
가끔은, 학교가 끝나면 우린 그냥 작별 인사를 할 수가없었어. 그래서 노예들이나 입을 것 같던 그 멍청한 교복을 입고 체르니셰우스카야 거리에 있는 나무 아래서있었지. 교복 동복의 갈색은 마치 [빈 칸을 채우시오]. 마치진흙 속 깊숙한 곳에서 초콜릿 스펀지케이크를 파먹고 있는 지렁이들 같았지. - P362

4.
네 열여섯 번째 생일. 내가 준 꽃들, 네 키만 했던가, 어쩌면 더 컸던 것 같네. 끌어안고 깔깔 웃었지. 우리 그때이런 말을 했잖아, 그 꽃들이 "술 취한 올림픽 수영 선수들" 같아 보인다고. 잔인한 낙천주의 - 이런 표현 들어본 적 있니? - P363

6.
가끔은, 학교가 끝나면 우린 그냥 작별 인사를 할 수가 없었어. 아니면 얼른 작별 인사를 하고 잽싸게 집으로 가서 곧바로 서로에게 전화를 걸기도 했지. 너도 계단 한 층을오르고, 나도 계단 한 층을 오르고, ‘제압‘해야 하는 언니는 너한테도 한 명, 나한테도 한 명. - P366

네가 인터넷 여기저기를 뒤져 가며 나를 찾아보고 나서 나한테 전화했던 게 몇 년도였더라? 2003년? 2005년이었나?  - P367

 그 연구자는 내 "감정적 강렬함"의 예를 여러 가지 들면서 그것들이 내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시공간을 드러내 준다고 쓰고 있었어. 내 세번째 책에서 몇 단락을 인용했더라고. 맥 빠지게 주절거린 끔찍한 부분들이었는데, 지금 내가 잘난 척하는걸까? 그런 것 같네. 문득 궁금해진 게 있어. 화가가 자신이 옛날에 그림을 그려 놓은 캔버스를 무심코 보게될 때도 이런 식으로 두 눈이 화끈거릴까. - P370

8.
지금 훑어보고 있는데, 네가 처음 몇 년 동안쓴 편지들은 다 있네. 1990년, 1991년, 1992년 그때 말이야. 그 뒤로는 한 통도 없어. 네가 나한테 편지 쓰는 걸 그만뒀었나 봐? 모든 걸 그만뒀었나? 네가 모든 게 끝났다는결론을 내렸던 때가 그때였니? 난 기억해. 그말. 우리가 가진 거라곤 과거뿐이고 그걸로는충분하지 않아라는 말. - P370

10.
CNN 라이브, 스튜어트 루니가 래리 킹에게

(후략) - P374

11.
우리 4학년 때 담임이었던 라리사 페트로우나 선생님은 나무 뒤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어. 혼자 살았고, 선생님이 숨는 것과 담배를 피우는 것,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내가 그분에게서 유일하게 흥미롭다고 느낀 점이었어. - P376

 기억나는지 모르겠는데 학교에 찾아와서 내 목에 진주 목걸이를 걸어 주고 ‘오토‘ 카탈로그 한권을 선물로 줬어 (그때 독일의 패션 브랜드 카탈로그들은 정말 멋졌는데). 난 우리 언니의 웨딩드레스로 만든 치마에 수수한 흰색재킷, 검은색 상의를 입고 있었어. 너희 언니가 걸어 준 진주 목걸이도 하고. - P377

13.
디나 루비나⁶⁹는 이민을 떠난 지 수년 뒤에 모스크바의어느 서점에 잠깐 들렀다. "끔찍한 충격이었어요. 모든책이 이미 쓰인 뒤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전부 출간돼있었어요. 이미 책들이 너무 많아서 뭔가 더 쓸 필요가전혀 없었죠. 무언가를 쓰기로 마음먹으려면 독자를 위해 전쟁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어요. 물러서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죠." 우리는 같은 날 루비나의 인터뷰를 지켜봤지. 나는 여기 (거기)서, 너는 거기(여기)서.


69Dina Rubina(1953~).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었던 그는 소련에서 작가로 활동하다 1990년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 P379

14.
(전략)
그 부츠를 신은건내 평생을 통틀어 서너 번 정도일 거고 그이상은 절대 아니야! 부츠는 조심스럽게 묶어 놓은 실에 매달린 채로 아직도 창고에 걸려 있어 (그래야 손으로 만든 장식이 들어간몸통에 주름이 생기지 않는다나, 맙소사). - P381

- P382

그다음 날 밤에는 잠이 안 와서 남의 집 부엌에서 (내가 어디서 누구랑 사는지는 기억하지?) 거의 담배 한 갑을 다 피워 없앴지 뭐니(1주일치 일용할 양식이었는데! 젠장!). - P383

15.
난 새로운 삶을 살면서 사람들을 만나게 될 테고 그들은 (질문을 한다거나 해서) 너에 대해 알게 될 거야. 그때마다 난 깜짝 놀라며 당혹스러워하겠지. ‘도대체 어떻게......?‘ - P384

16.
2008년에 찍은 그 사진들은 내가 지웠어. 네 사진은 기꺼이 잘라 내서 보관하려고 했지만 그건 불길한 행동이잖아. 내가 도저히 못 보겠는 건 내 얼굴이야. 그 무렵의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는 내 얼굴. - P385

18.
(전략)
그 애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난 정말로그런 생각을 해. 5년 동안 금요일마다 그랬지. 나는 술도 마셔 보고, 잠도 자 보고, 일도해 보고, 걷기도 해 봤어. - P388

최악의 요일은 토요일이야. 온갖 두려움과 걱정이 머리 위에서 눈덩이처럼 떨어져 내리거든.  - P389

머릿속에 벽돌처럼 박혀 있는 말이잖아. "고양이는 자기가 먹은 게 누구 고기인지 안다"⁷⁰라는 말이랑 같이. 그리고 어떤 사람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그 사람을 "높은 산 속으로" 데려가라는 (V.S. 비소츠키⁷¹의) 말도 있지. - P392

70
러시아 속담. ‘죄를 지은 사람은 다른사람이 고발하지 않아도 양심의 가책때문에 말이나 행동을 통해 스스로의 죄를 드러내게 된다‘는 뜻이다.

71
Vladimir SemyonovichVysotsky (1938~1980). 음악가이자작가, 배우. 체제 친화적이지 않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동료 예술가 및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 P392

소금의 중량에 대한 얘길 다시 이어가 볼게. 내게 필요한 소금은 딱 한알이야. 그거면 돼 (확실히 몇몇 사람들은 남들보다 빨리, 금방 파악할 수 있거든). 그런데 만약 B가 집에 와서 "나 방금 어떤 상점 점원하고 친해졌어"라고 행복하게 선언한다면(그 애들은 서로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텐데 말이야), 그럴 때 나는 그 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좋을까?  - P394

21.
 PP우크라이나에 대한 SMM⁷⁴은 다음과같은 사항들에 관한 최신 정보를 매일 제공한다. 정전 위반 행위/포격 상황 및 민간인사상자/병기 철수 상황 / 안전지대에 배치된 무장 전투 차량과 대공 병기/물 공급 중단 상황 / 지뢰 및 지뢰 위험 신호, 부비트랩과 UXO⁷⁵에 관한 정보.
인터넷에서 무료로 읽어볼 수 있다.
아무런 승인 절차도 필요 없다.

74
특별 감시 임무Special MonitoringMission의 약자. 유럽 안보 협력기구는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분쟁이 본격화한 2014년에 이 특별 감시단을파견했다. 감시단은 러시아의 침공이 본격화한 2022년 3월에 철수했으며,
업데이트 역시 중단되었다.

75
Unexploded ordnance의 약자.
불발탄을 뜻한다. - P398

어젯밤에는 친구네 집에서 잤어. 친구가 멀리갈 일이 있었는데 아들들을 봐 줄 사람이없었거든. 밤중에 끔찍한 폭풍이 시작됐어.
천둥도 쳤고 번개가 수직으로 내리꽂히더라.  - P399

22.

10세 이하 어린이 축구팀들의 축구 경기가 로드 보호지역⁷⁶에서 열렸어. "난 인간 방패다!" - 이건 센터백을 맡고 있던 내 아들이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는 않고 한말이야.

76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호지역 Reserve은 공원과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로드 보호 지역 역시지역민들을 위한 공원에 해당하는 장소다. 이 표현은 앞선 21번 챕터가 선보이는 안전 구역 개념과 기묘한 방식으로 공명한다. - P400

23.
(전략). 우리가 만나기 전에 네가 문자를 보냈어.
"생일 축하해. 다시는 만나지 말자." 생일에 관해서라면 우린 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잖아, 아닌가? - P402

2005년 이전의 네 편지랑 사진들 전부를 잃어버렸어. 이사를 하다가 사진 앨범들이 든 가방 하나가 없어져 버렸거든. - P403

24.
자말라의 <1944>, 534점.⁷⁷ 혹시 너도 보고 있니?


77

2016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우크라이나 대표 자말라가 우승한 일을 가리킨다. <1944>의 가사는1940년대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이 크림 타타르족을 강제 이주시킨 일을배경으로 하고 있다. - P404

26.
75년 전부터 -75년은 우리 어머니의 나이,
우리 어머니의 평생과 같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났는지, 얼마나 많은 포위 공격이 더 발생했는지 너한테 말할 필요는 없을 거야. 그런데 그 일들은 아직도 그자리에 머무르고 있어.  - P408

유튜브에 있는 관련 영상은 다 봤어. 거기에사로잡혀 버렸어. 정신적으로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말이야. 그 여러 영상 중 하나에서는 사람들이 땅에 떨어져 얼어붙은 참새를 두고 싸우고 있었어.  - P409

27.
(전략)
네가 떠나던 날...... 내 열여섯 번째 생일…네가 내게 준 노란 장미 꽃다발………… 우린 그장미 가운데 한 송이를 가르시나에 있던 아파트의 네가 살던 동 입구 옆 눈밭에 기념으로 꽂아 놓았지. - P412

(전략)
 그러다 어떤 사람이 날 플랫폼으로 다시데려갔고, 우리 셋은 결국 너희 집에 가서 네가 날 위해 남기고 간 그레벤스치코프⁷⁸의 음반들과 ‘꼬마 과학자의 화학 실험실‘ 세트를 챙겼지.

78
Boris Grebenshchikov(1953~).
1972년에 결성한 록/포크 밴드아쿠아리움Aquarium을 통해 소련시절부터 활동해 온 러시아 음악가.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음악 활동을해온 그는 현대 러시아 밴드 음악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 P413

28.
그날 다른 사람들은 전혀 기억이 안 나. 그냥 너랑 나 둘만 있었을 수는 없다는 거 아는데.
"이민이란 내장이 튀어나와 길 위에 펼쳐지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할복자살 같은 거죠." 우리는 같은 날디나 루비나의 인터뷰를 본다. 너는/나는 거기 (여기)서. - P418

29.
우리는 절친한 친구였다. 나는 우리 얘기를 썼다. 이렇게. "죽지 않아 줘서 고마워. 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편지속에서 오직 너에게만 하는 말이야." - P419

32.
우리가 만나기 전에 너는 말했지. "우리 다시는 서로 만나지 말자. 그럴 필요 없잖아. 의미도 없고." 난 말했어.
"나한테 한 시간만 내줘." 그건 한 시간이라는 뜻이 아니었어. 네 삶의 남은 시간 전부라는 뜻이었지. - P422

역사는 반복된다 - P145

오늘 아침, 이라기보다는 얼마 전의 어느 날 아침, 나와 같은 열차 칸에 탄 두 명의 남자가 고개를 든다. 50대 남자 두 명인데 실크로 된 것 같은 수수한 스타일의 넥타이를 맸다. 교통 단속 카메라가 터질 때처럼 황급한 깨달음이 그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고, 곧 그들은 다음 역이름이 방송으로 나오기도 전에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웃고 있다. 이게 얼마 만이야?  - P146

쉿.
내 앞에 놓여 있는 건 시간이다. 시간은 강물이아니다. 시간은 기차에서 만난, 몸에 와 닿는 서류 가방을 느끼며 서로를 끌어안는 두 명의 낯선 사람이다. - P147

나는 그 아이들이 교외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범죄의 목격자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냥 법학을 공부하는, 현장 학습을 나와 지루해하는 학생들일 뿐이었다. - P147

오전 내내 나는 무언가를 기다리지만 별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음주 운전 재범 판결을 받은 남자 다음으로는 의류 브랜드 ‘엘우드‘의 매장 관리자가 나오는데, 시험관 아기 시술이 잘되지 않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여자다. 이어서 옷을 잘 차려입은 소말리족 남자가 역시 옷을 잘 차려입은 소말리어 통역사와 같이 나온다. 남자는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기소되었다. - P149

"내가 저지를수 없겠다고 생각되는 범죄 같은 건 없다." 괴테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인간이다. 그러므로 인간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내 관심사다Homo sum: humani nil a me alienumputo." 이것은 고대 로마의 극작가 테렌티우스가 한 말이다. "동화 같은 결말은 없어요." - P149

"왜냐하면 사람은 사람이니까요." - P150

1주일 전, 나는 그 카페에서 부치안 판사 옐레나 포포비치를 만났다. 그때 그는 치안판사가 된 지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이해하게 된게 있다고 말했다. 바로 자기 앞에 출두하는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는 가해자나 피해자가 아니라 그저 위기에 처한 사람들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처한 ‘위기‘ 속에는 희망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 P150

집에 오는 길, 반쯤 빈 오후 열차 칸에는 웃음을 쏟아 내는 사람도, 옛 친구의 무릎 위로 쓰러지는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혼자였다. 가방을 들고, 재킷을 입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가지고, 이리저리 헤매는 눈빛으로, 울리지 않는 커다란 휴대 전화를 두 손으로 꾹꾹 누르면서. - P151

걱정이라고는 없던 순수한 아이가 빛나는 두 눈을 지닌 청년이 되고, 그러고는 곧바로 누군가의 부모가 되고, 그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두 눈도 마찬가지로 금세 빛나게 된다. 그다음 장면에 등장하는 그들은 앞서 나온 인물과 같은 사람이지만, 그 두 눈은 흐려져 있고, 머리칼은 희끗희끗해졌고, 몸은 뚱뚱해지거나 말라 있다. - P151

아무리 허술한 감독이 만들었다 해도, 거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허구라 해도, 삶에서 죽음까지를 3분 안에 보여 주는 이런 영상을 보는 일, 그러니까 에어 매트리스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듯 인간의 삶으로부터 빨려 나가는 시간을 쳐다보는 일에는 어딘가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 P151

오랫동안 나는 그런 경험이 왜 고통스러운지 알지 못했다. 그러다 이해하게 되었다. 그건 시간 때문이었다. 시간은 모든 것을 괜찮게 만들어 준다. - P152

반복되는 상황 속에는 감지할수 없을 만큼 미세한 차이가 존재하며, 그 차이들은 똑같이 반복되는 일들을 때로는 빌어먹을 것들로 느껴지게 만들고, 또 때로는 고마운 것들로 느껴지게 만든다. - P152

일어나기, 머리빗기, 빵 굽기, 태양이 하늘로 솟아오르기,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기. 수없이 흘러가는 계절들. 온화하게 반복되는 매일의 활동 속에는 보이지 않는 그물이던져져 있고, 그 그물은 사람들을 떠받치고 보호한다.
왜냐하면 반복되는 것들―들뢰즈가 말한 바에 따르면
"바꿀 수도 대체할 수도 없는 특이성들"은 결코 똑같을 때가 없기 때문이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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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암컷 신화

바람둥이 암컷에 대한불편한 발견 - P106

암새의 90퍼센트는 비밀리에 바람을 피운다. 커플을 이룬 새의 새끼 4분의 3이다른 둥지 수새의 친자임이 밝혀졌을 때 학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암컷이 진심으로 원했을 리 없어. 진화적으로 여자는 신중하고 소극적이라고!" - P101

 나는 사자 전문가인 루딕 지퍼트Ludwig Sief.
ert[와 함께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 있었다. 지퍼트는 오디오를 이용해 사자의 의사소통을 해독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었다. - P103

지퍼트는 이 사자들을 알고 있었다. 수컷 둘은 형제이고 암컷은 아마 발정기 상태로 둘 중 하나와 어울리던 중일 거라고 했다.
암사자가 제 짝을 버리고 우리가 낸 소리 근처에 남은 이유는 포효의 당사자와 정사를 원했기 때문이다. 사자의 여자친구를 빼앗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암사자가 다른수컷과의 밀회를 위해 자고 있는 파트너한테서 슬금슬금 멀어지는 일은 드물지 않게 목격된다.¹ - P104

3장 조작된 암컷 신화

1 P. Dee Boersma and Emily M. Davies,
Why Lionesses Copulate with Morethan One Male‘ in The American Natu-ralist, 123: 5 (1984), pp. 594-611 - P459

동물학과 학생이었을 때 나는 성적 방종이 생식세포에 명시된 수컷의 생물학적 책무라고 배웠다. 이형접합Anisogamy-암수배우체 크기의 근본적인 차이를 나타내는 말. 그리스어로 ‘같지않음‘과 ‘결혼‘이라는 뜻이다-은 암수를 정의할 뿐 아니라 그들의행동까지 결정한다고 여겨진다. 정자는 작고 양이 많지만 난자는크기가 크고 수가 제한된다. 그래서 수컷은 방종하고 암컷은 까다롭고 정숙하다는 말이다. - P105

조작된 정절과학의 눈으로도 암컷이 항상 병적으로 정숙한 것은 아니었다. 동물학의 탄생기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집에서 기르던 암탉이신중하게 선택한 한 마리 수탉 대신 여러 수놈과 관계를 맺는 게일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⁴ - P106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요약된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수컷이 ‘더 강한 성적 열망을 지녔고 ‘암컷 앞에서 끈기 있게 자신의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⁶ 서로 다툰다고 말함으로써 밀스 앤드분에서 출간한 듯한 로맨스 소설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 P106

6 ibid., p. 256 - P460

 성역할의 불변성에 대해 다윈은 모두 정자와 난자의 본질적인 차이로 귀결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자는 이동성이있지만 난자는 제자리를 지키며, 그것이 ‘적극적인‘ 남성성과 ‘소극적인‘ 여성성의 기초가 된다고 했다.⁸ - P107

8 Zuleyma Tang-Martínez, ‘RethinkingBateman‘s Principles: Challenging Per-sistent Myths of Sexually Reluctant Fe-males and Promiscuous Males‘ in Jour-nal of Sex Research (2016), pp. 1-282223 - P460

다윈의 성선택 이론은 이런 발상들과 일치했다. 그럼에도 자연선택보다 훨씬 심한 논란을 불러왔다. 2장에서 보았듯이 ‘암컷의 선택‘이 아킬레스건이었다.  - P107

베이트먼은 수컷은 열정적이고 암컷은 수줍음이 많다는 다윈의 ‘일반 원칙⁹을 확인하기 위해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는 다윈이 제시한 젠더화된 성역할은 실험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오로지관찰에만 기반을 두었기에 이 위인이 "성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쩔쩔맸다."¹⁰라고 지적한 바 있다. - P108

9
Darwin, The Descent of Man, p. 257

10 A. J. Bateman, ‘Intrasexual Selection inDrosophila in Heredity, 2 (1948), pp.
349-68 - P460

베이트먼은 각각 다른 신체 돌연변이를 지닌 초파리 수컷3~5마리와 같은 수의 암컷을 유리 용기에 넣고 그대로 두었다. 그곳은 ‘털북숭이 날개‘, ‘강모‘, ‘이상소두(일명 눈이 없는 작은 머리)‘
같은 기괴한 이름이 붙은 돌연변이 초파리들에게 제공된 일종의<러브 아일랜드>였다. - P108

베이트먼의 기괴한 짝짓기 파티는 다소 섬뜩하긴 했으나 친자 검사나 게놈 해독 이전 시대에 유전을 공부할 수 있는 훌륭한방법이었다. 덕분에 그는 초파리의 짝짓기 과정을 직접 관찰하지 않고도 누가 누구를 수정시켰는지 추정할 수 있었다.  - P109

베이트먼은 64번의 실험 결과를 두고 두 개의 그래프를 그렸다. 생식 적합성(예: 자손의 수)을 짝짓기 횟수에 대해 나타낸 그래프였다. 두 그래프 중에서 첫 번째 그래프는 이제 전 세계 동물학교과서에 수백만 번 이상 실린 전설이 되었다. - P109

잘 알려진 ‘베이트먼의 경사도Bateman‘s gradient‘는 수컷에게 경쟁이란 종마가 되느냐 숫총각으로 남느냐의 여부를 가리는 과정임을 증명했다. 하지만 암컷은 생식적 결과물에 별 차이가 없었다.
베이트먼의 결과에 따르면, 번식에 가장 성공한 초파리 수컷은 가장 성공한 암컷보다 자손을 세 배 가까이 많이 생산했다. 또한 수컷의 경우 전체의 5분의 1이 전혀 자손을 낳지 못한 반면 자손을낳지 못한 암컷은 4퍼센트에 불과했다. - P110

 그는 성역할의 이분법, 즉 수컷의 ‘무분별한 열망‘과 암컷의 ‘까다로운 수동성¹¹‘ 이 동물계 전체에서 일반적인 규범이라고주장했다. 베이트먼은 "일부일처를 따르는 종(예: 인간)에서 조차이런 성별 간 차이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라고 결론지었다. - P110

11 A. J. Bateman, ‘Intrasexual Selection inDrosophila in Heredity, 2 (1948), pp.
349-68

베이트먼은 "일부일처를 따르는 종(예: 인간)에서조차이런 성별 간 차이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다."¹²라고 결론지었다. - P110

12 A. J. Bateman, ‘Intrasexual Selection inDrosophila in Heredity, 2 (1948), pp.
349-68 - P460

하지만 그렇게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었으니, 24년 뒤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 라는 하버드대학교동물학자가 베이트먼의 실험을 1만 1,000번 이상 인용된 가장 영향력 있는 생물학 논문으로 지정한 것이다.  - P111

트리버스의 논문은 마침 사회생물학(현재는 행동생태학으로도 알려졌다. 동물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 진화생물학의 새로운 분야이다.)이 탄생할 무렵 출판되어 그 탄탄한 토대가 되었다. 베이트먼의경사도와 함께 ‘빼는 여성과 들이대는 남성‘¹³과 같은 장제를 실은 교과서가 생물핫도의 성경이 되었다. - P111

13 Margo Wilson and Martin Daly, Sex,
Evolution and Behaviour (Thompson/Duxbury Press, 1978) - P460

《플레이보이》잡지에서 찬양한 취지가 인간 행동을 진화로설명한 진화심리학에서 계속해서 되살아났다. 앨프리드 킨제이 ALfred Kinsey에서 『욕망의 진화』의 저자 데이비드 M. 버스David M. Buss까지 과학자들은 이런 행동이 이형접합으로 규정된 동물계의 짝짓기 전략을 닮았다는 가정하에 남성의 난잡함에 초점을 맞춰왔다. - P112

어떤 이들은 심지어 강간, 혼외정사, 가정 폭력 같은 최악의 행동까지도 진화적으로 적응된 형질이라고 정당화했다.¹⁵ - P112

15 Craig Palmer and Randy Thornhill,
A Natural History of Rape (MIT Press,
2000) - P460

바람피우느라 바쁜 새들

붉은날개검은새 Agelaius phoeniceus는 북아메리카 농부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이다. 매년 봄이면 진홍색·황금색 견장으로 어깨를 장식하고 날개에 검은색 윤기가 차르르 흐르는 새가 밀밭에 내려와이 나라를 대표하는 곡물을 쪼아 먹는다. 1960년대에 농부들의 반응은 단순했다. 보이는 족족 쏴버린 것이다. - P113

(전랴략). 따라서 미 정부 과학자들은 다소 파격적이기는 하지만 매년 봄에 벌어지는 집단 살상에 대한 좀 더 인도적인 해결책으로 수컷의 정관수술을 제안했다. - P114

. 테니스공보다 조금 더 무거운 새를 대상으로하기에는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 수술받은 새들은 마취에서 깨어난 다음 원래 살던 곳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빠르게 회복했으며눈에 띄는 부작용은 없었다.¹⁶ - P114

16 Olin Bray, James J. Kennelly and Jo-seph L. Guarino, ‘Fertility of Eggs Pro-duced on Territories of VasectomizedRed-Winged Blackbirds‘ in The WilsonBulletin, 87:2 (1975), pp. 187-95 - P460

그런데 얼마 뒤에 조사해보니 정관수술을 받은 수컷의 영역에서 낳은 알의 69퍼센트가 새끼를 까는 유정란이지 않은가. 이런놀랍고도 실망스러운 결과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데 가장 가능성 있는 가정은 까다롭던 수술이 아니나 다를까 실패했다는 것이다. - P114

다음으로 과학자들은 암컷이 불임수술 전에 수컷에게 받았던 정자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수정에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 P115

그렇다면 남은 설명은 한 가지였다. 암컷이 제 영역 밖에서거세되지 않은 수컷과 정사를 한 것이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나리오였다. 1970년대 인간 세계에서는 성 혁명이 한창이었는지 몰라도 명금류 암컷은 아직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다. "모든 참새목 아과(명금류)의 10분의 9(93퍼센트)가 대개 일부일처를 따른다."
권위 있는 조류학자 데이비드 랙 David Lack이 1968년에 쓴 말이다. "‘일처다부제‘*인 좋은 알려진 바 없다."¹⁷

* 용어를 왜곡하지 말자. 복혼polygamy은 어느 성이든 하나 이상의 배우자가 있는 짝짓기패턴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한편 일처다부polyandry는 암컷이 하나 이상의 배우자와 짝짓기하는 특정 형태의 복혼을 말한다. 단어를 풀어서 해석하면 뜻을 기억하기 쉽다. poly‘는 그리스어로 ‘많다‘는 뜻이고 ‘andr‘는 ‘남성‘이라는 뜻이다. 일부다처polygyny는 수컷이 여러 명의 암컷 배우자가 있는 복혼 형태이다. 여기에서도 그리스어가 적용된다. ‘gyne‘는 여성을 뜻한다. 그렇다면 암컷이 하나의 짝만 있는 일부제monandry라는 말도있을 수 있다. 곧 보겠지만 그 용어는 그렇게 많이 쓰일 일이 없다. - P115

17 David Lack, Ecological Adaptations forBreeding in Birds (Methuen, 1968) - P460

붉은날개검은새와 같은 몇몇 다처다부의 예를 제외하고 명금류는 오랫동안 일부일처제의 표본으로 여겨졌다. 그 이유는 이해하기 쉽다. 새들이 대부분 쌍으로 번식한다는 것은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 탐조가들도 쉽게 아는 사실이다. - P116

. 모리스는 빅토리아 시대의 열성적인 조류학자이자 새에 관한 유명한 책을 쓴 작가로 사람들에게 ‘소박하고 가정적인‘ 유럽종다리 Prunella modularis¹⁹의 수수한 생활방식을 따르도록 격려했다.
이 선량한 목사는 실은 자기가 여성 신자로 하여금 가정을 꾸리기전에 밖으로 나가 연인을 찾고 두 마리 수컷과 250회 이상 짝짓기하도록 종용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 P116

19Reverend F. O. Morris, A History ofBirds (1856) - P460

"다윈이 암컷은 배우자가 하나뿐이라고 했기 때문에 한 세기동안 다들 그렇게 믿어왔어요." 버키드가 말했다. "일부일처가 아닌 게 뻔한데도 사람들은 착오이거나 암컷의 호르몬이 불균형해진 탓에 일어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변명하기 급급했지요. 불편한것들은 모조리 카펫 밑에 쓸어 넣고 덮어버린 겁니다." - P117

이제는 암새의 90퍼센트가 일상적으로 다수의 수컷과 교미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그 결과 한 둥지에 있는 알의 아비가 모두 다를 수 있다.²¹ - P117

21Marlene Zuk and Leigh Simmons, Sex-ual Selection: A Very Short Introduction(Oxford University Press, 2018), p. 29 - P460

암새는 아주 비밀리에 바람을 피운다. 이들의 이중생활은 동물학자들이 법의학 DNA 지문 분석을 사용해 알의 친자를 확인하고서야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런 신기술을 활용해 명금류 암컷의 정절을 조사한 첫 번째 인물은 퍼트리샤 고와티 Patricia Gowaty다. - P118

"그들은 암컷이 절대 순진하지 않다는 걸 상상도 못했어요.
‘다른 짝을 찾아다닐 리가 없어. 그러니까 그건・・・・・・ 죄악이잖아!‘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있었죠." - P119

한번은 미국 조류협회 회의에서 어느 유명한 남성 동물행동학 교수가 고와티의 연구에 나온 파랑지빠귀는 ‘강간당한‘게 분명하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고와티의 말이, 그건 애초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명금류 수컷은 음경이 없다.  - P119

"명금류는 #미투 운동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고와티의 말이다. "암컷의 협조 없이는 물리적으로 수정이 불가능하거든요."
그 후로 10년 동안 조류 친자 연구의 광풍이 불면서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증거들이 해일처럼 쏟아졌다. - P119

 심지어 팀버키드 같은 조류학자도 암새가 강제적인 혼외정사로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으며,²⁴ 어떻게 암새가 수새를 꼬드겨 한 배우자하고만 짝짓게 하는지를 두고 논쟁했다.
"파고들면 들수록 이해할 수 없는 희한한 청교도적 발상"이라고 매사추세츠주 마운트홀리오크대학교 생물과학 교수인 수전 스미스Susan Smith가 썼다.²⁵ - P120

24 Tim Birkhead and J. D. Biggins, ‘Re-productive Synchrony and Extra-pairCopulation in Birds‘ in Ethology, 74(1986), pp. 320-34

25 Susan M. Smith, ‘Extra-pair Copula-tions in Blackcapped Chickadees: TheRole of the Female in Behaviour, 107: - P460

"암새는 유독 가임기에 소음을 많이 냅니다." 스터치버리가내게 말했다. "그렇다면 아주 어리석거나 적극적인 참가자 둘 중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두건솔새 암컷은 동네의 섹시한 수새를 물색하려고 제 영역을 떠나지만 그런 행동은 가임기일 때만 보인다. - P121

스터치버리는 암새가 자기의 성적 운명과 알의 친부 결정권을 쥐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 하지만 이 선구적인 논문을 출판하기까지 무척 애를 먹었다. "심사위원들이 자꾸 요점이 어긋났다고 지적하는 거예요." 스터치버리의 말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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