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스 존슨 Denis Johnson
1949-2017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 극작가. (중략). 한때 마약 등을 접하며 방황하는삶을 살았는데, 이때의 경험들을 바탕 삼아 삶의 어두운 면과 인간 내면의고통, 구원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품들을 썼다. (중략), 그 성과는 도스토옙스키, 헤밍웨이, 플래너리 오코너, 레이먼드 카버 등 위대한 거장들이 이룬 업적에 비견되었다. 2017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 P-1

옮긴이

박아람

전문 번역가. (중략). 2018년 GKL 문학번역상최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 P-1

술을 나눠 주고 졸면서 운전한 세일즈맨・・・・・・
버번위스키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체로키족………….
대학생이 몰던, 대마초 연기가 자욱했던 폴크스바겐.
그리고 미주리주 베서니를 빠져나와 서쪽으로달리던 남자와 정면충돌해 그를 영원히 죽여 버린 마셜타운 출신의 가족……………. - P23

 앞에서 말한 세 사람, 세일즈맨과 체로키족, 대학생이 모두 내게 약을 준 탓에 정신이 혼미했다. - P23

상관없었다. 그 가족은 나를 목적지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했다. - P24

중서부의 하늘에는 거대한 뇌 같은 잿빛 구름이덮여 있었다. 허공을 나는 기분으로 주간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도로가 꽉 막힌 캔자스시티로 들어서니 좌초된 기분이 들었다. - P25

구름은 줄곧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밤이 온뒤로는 어둠 때문에 몰려오는 폭우가 보이지 않았다. - P25

그런 뒤, 앞에서 말했듯이 물을 튀기며 빗속을달리는 마셜타운 출신 가족의 올즈모빌 뒷자리에서 잠이 든 것이다. 그러나 꿈속에서 나는 눈꺼풀 너머의 세상을 보고 있었고 내 맥박으로 초를 셌다. - P26

냉각 장치가 끊임없이 스읍 스읍, 하는 소리를 냈다. 그것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의식이 있는 사람은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 P27

커다란 세미트레일러 트럭이 요란하게 기어를바꾸며 속도를 줄였다. 운전자가 창문을 내리자 나는그에게 소리쳤다. "사고가 났어요. 신고 좀 해주세요."
"여기서는 차를 돌릴 수가 없는데요." - P29

그는 보온병에서 커피 한 잔을 따른 뒤 주차 등을제외한 모든 등을 껐다.
"지금 몇 시죠?"
"3시 15분쯤이요." 트럭 운전자가 말했다.
태도로 보아 그는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마음이 놓이면서 눈물이 났다. - P29

사고 차량에 늘어져 있던 남자는 내가 지나갈 때 아직 살아 있었다. 이 무렵 나는 그가 심하게 다쳤다는 사실에 조금 익숙해져서 걸음을 멈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 P30

머지않아 다리 양쪽 끝에는 건너지 못한 차들이 길게늘어섰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잔해에 전조등 불빛들이 드리우자 야간 경기를 펼치는 경기장이 떠올랐다. - P30

나는 젖은 침낭을 뭉쳐 벽에 기대어 놓고 타일이 깔린 복도에 서서 지역 장의사에서 나온 남자와 얘기를 나눴다.
(중략).
"저는 아무 이상이 없어요." - P31

 의사는 그녀를 복도 끝 책상이있는 방으로 데려갔고, 마치 어떤 놀라운 현상 때문에그 안에서 다이아몬드가 소각되기라도 하는 듯 닫힌문 아래 틈으로 환한 빛이 새어 나왔다.  - P32

"방이 왜 이렇게 하얘졌죠?" 내가 물었다.
아름다운 간호사가 내 피부에 손을 대고 있었다.
"이건 비타민이에요." 그녀가 말하며 바늘을 찔러 넣었다.
(후략).



제목: 히치하이킹 도중에 일어난 자동차 사고

- P33

두 남자 중 한 명은 댄스파티가 한창이던 해외 참전용사들의 집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났다. - P37

그러자 또다시 그 둘이 다 싫어졌다. 우리 셋은 애초부터잘못된 무언가, 그러니까 어떤 단순한 오해 따위로 함께다니기 시작했다.(중략). 나중에는 함께 약국을 털다가 우리 중 한 명이 다치면서 나머지 둘이 피 흘리는 그를 병원 뒷문에 내려놓았다. 그가 체포되면서 모든 유대가 끊어졌다. - P37

 그날 저녁 내내 나는그가 친구들을 데려와 괴롭고 굴욕적인 일을 벌일까 봐전전긍긍했다. 나는 총을 갖고 다녔지만 실제로 쓰지는않을 것 같았다. 워낙 싸구려였고, 방아쇠를 당기면 손에서 폭발해 버릴 게 틀림없었다. - P38

리처드와 나는 앞에 타고 있었다. 우리 셋은 일제히새로운 동행을 돌아보았다.
남자는 정면을 가리킨 뒤 두 손을 모아 한쪽 뺨에갖다 대며 자는 시늉을 했다. "집에 태워다 달라는 거네." 내가 넘겨짚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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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게 요점이에요. 이것은 가장 간단한 암호로된 농담이라고요. 유명한 시에서 몇 마디 골라낸 뒤에, 다시 아무렇게나 섞어서 누군가 그 시를 알아보는지 시험하는 거예요."
(중략).
"그보다는 만족스러운 설명을 가져온 줄 알았는데." - P97

 랭던은 아직도 전화기를 붙들고 있었다. 더 주의 깊게 들으면서 아까보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미국 대사관‘
브쥐 파슈는 많은 것을 경멸했다. 그 중에서도 미국 대사관만큼 불쾌한 것이 없었다. - P97

랭던은 힘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중략).
이상한 표정으로 파슈를 바라보면서 랭던은 말을 더듬거렸다.
"사고가....친구가……… 아침 일찍 집으로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랭던의 얼굴에 떠오른 충격이 진짜라는 것을 파슈는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뭔가가 있었다. 이 미국인의 눈동자에는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 P98

"사실은 화장실에 좀 갔으면 합니다."
파슈는 속으로 찡그렸다.
"화장실이라, 물론입니다. 몇 분간 쉬었다가 하지요." - P99

"누가 소피 느뵈를 이 건물에 들여보내라고 승인했나?"
파슈는 고함을 질렀다.
콜레가 제일 먼저 대답했다.
"바깥을 지키고 있는 우리 요원에게 느뵈 요원이 암호를 풀었다고 말했답니다." - P100

(전략). 건물 도안 위에서 ‘화장실‘이라고 표시된 방 안에서 빨간 점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여 물고, 홀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파는 말했다.
"좋아, 나는 전화할 곳이 있네. 화장실에 있는 랭던을 확실히 지키고있게."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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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주의자들은 항상 음란물의 영향, 특히 젊은이들에게 미치는영향을 걱정해왔다. 반면 포르노가 성생활에 유익하다고 찬양하는 사람들도 있다. 포르노는 늘 인간 경험의 일부였다. - P255

 교수 중 한 명이 말했다. "연구는 포르노를 소비한 적이 없는 20대를 찾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⁶² - P255

62 Jonathan Liew, "All Men Watch Porn, Scientists Find," Telegraph, December 2, 2009. - P357

대부분의 쾌락은 우연히 또는 진화적 욕구의 부산물로 생겨났다. 벌거벗은 사람들이 성관계 하는 것을 보고 싶은 욕망은 벌거벗은 사람이 되어 성관계를 하고 싶은 진화적 욕구의 부산물이다. - P256

섹스는 다른 사람과 연결하려는 충동을 시험하는 시험장이고, 때로는 그 충동이 좌절되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매개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수용함으로써 성생활뿐 아니라 친밀감까지도 아웃소싱하고 있다. - P256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기술이 사용되는 나라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 가족계획협회가 16~24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를 통해 여성의 거의 절반, 남성의 4분의 1 이상이 성적 접촉에 관심이 없거나 이를 혐오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⁶⁴ - P257

64 Abigail Haworth, "Why Have Young People in Japan Stopped Having Sex?," Guardian,
October 20, 2013. - P357

미식 없는 식사, 현장 없는 경기

효율성에 희생되는 것이 성적 쾌락만은 아니다. "음식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면 어떨까?"⁶⁶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가가 개발한 음식 대체 음료인 소이렌트Soylent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얻는 최대한의 영양"이라는 구미 돋는 약속을 한다. - P258

65 Soylent website.
- P357

하지만 소이렌트는 큰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처음 출시된 소이렌트를 일주일 동안 섭취한 한 리뷰어는 "무의미한 실용주의"로 특징지어진 "벌을 받는 것처럼 지루하고 재미라고는 없는 제품"이라고 했다.⁶⁶ - P259

66 Farhad Manjoo, "The Soylent Revolution Will Not Be Pleasurable," New York Times,
May 29, 2014, B1. - P357

소이렌트의 온라인 게시판에는 회사 마케팅 자료에서 홍보하는 행복한 운동과 직장 생활의 이미지와는 달리 "소이렌트와 복부 팽만이라는 내용의 토론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부글거리는 속", "덤핑 증후군*", "악취가 나는 방귀"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 P259

시대를 막론하고 음식은 문화적 기표였고 계급, 부, 개인의 자제력, 가치의 신호였다.  - P260

한편 인스타그램에는 최근에 먹은 음식의사진을 올리면서 우리가 신중하게 선택한 탐식을 효율적으로 기록하고 은근히 자랑한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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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반복적인 이직 경험은 청년여성들에게 외부노동시장 내에서는 아무리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시도한다 한들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각인한다. - P114

 이들의 이직이 매번 ‘환승‘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단시간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해당업계에 이러한 관행이 보편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 P117

이는 그만큼 대부분의 회사들이 서로 유사한 수준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118

따라서 이러한 이직은 좋지 않은 회사에서 다시 좋지 않은 회사로의 공간적 이동에 불과하기에 성공적일 수 없다. 결국 의미 없는 ‘반복적 이동‘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다시 교육과시험이 존재하는 취업시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 P118

신자유주의와 자기통치

앞서 참여자들이 경험한 반복적 이직은 열악한 노동지위에서 비롯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러한 ‘선택‘은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행위로 이동을 의미화하는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압박에서 비롯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 P118

모든 사회관계의 토대를 시장으로 간주하여 시장의 논리에 따라 행동하도록 명령하면서 국가를 넘어서전 세계적 차원에서 합리성을 구축하고, 동시에 경제뿐만 아니라 인간 활동의 전 영역에서의 합리성의 세계를 그려낸다.¹¹ - P119

11 피에르 다르도·크리스티앙 라발, 《새로운 세계합리성》, 오트르망(심세광·전혜리) 옮김, 그린비, 2022. - P203

(전략). 이러한 합리성하에서 통치는 자기통치를 통해서, 즉통치의 기술과 절차가 체화되어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치하는 존재가 됨으로써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¹³ - P119

13 미셸 푸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오트르망(심세광·전혜리) 옮김, 난장, 2012. - P205

 자기통치는 노동자의 특정 태도나 품행을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하는 노동윤리와 공명하면서, 노동유연화에서 기인한 불안정이라는 위험을 관리하는 도덕적 주체로서 노동자를 호명해낸다. 자발적인 헌신과 인적자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노동자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¹⁴ - P120

14 케이시 웍스,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제현주옮김, 동녘, 2016. - P204

이러한 상황에서 능력이 아닌 연공급을 기반으로 시간에대한 보상을 제공하며 장기근속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일자리들의 매력은 반감될 수 있다.¹⁵ 짧은 근속연수와 잦은 이직은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사회에서 오히려 다양한 경험이라는 가치를 나타낸다. - P120

15앤 헬렌 피터슨, <요즘 애들》, 박다솜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21 - P204

‘성장하지 못하는 삶‘이라는 그녀의 말은 사실상 기업가주체와 공무원 일자리의 균열에서 비롯된다.  - P124

노동자들은 그저 주어진 일을하고, 주어진 보수를 받으면 된다. 새로운 기술은 필요하지도않고, 노동자에게 요구되지도 않는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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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직장, 다른 대우

한편, 남성들과 함께 근무하는 일터에서는 특정 직군에만 여성 노동자를 배치하기도 한다. - P91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채용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은 이들을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과 통합하기보다 비정규직이 담당하던 업무를 다른 직군으로 분리해 차등적 임금 및 승진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자 했다.⁸ - P91

8 조순경, <여성 비정규직의 분리직군 무기계약직 전환과 차별의논리>, 《한국여성학》 24(3), 한국여성학회, 2008, 5~40쪽. - P203

계약기간 역시 성별에 따라 분리된다. 경리사무와 같이여성들의 직무는 무기계약직 혹은 계약직 일자리로 활용된다. - P92

취약한 지위와 직장 내 괴롭힘


정규직 사원이 대부분인 직장에서 정규직이 아닌 ‘여성‘노동자라는 취약한 지위는 직장 내 괴롭힘의 토대가 되기도한다. 하경은 회사 내에서 승진이 불가능했지만 "보수도 어느 정도 괜찮았고" "계속 다니면 잘리지도 않"을 것이므로 만족했다. - P93

그러나 승진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여성 (고졸) 노동자에 대한 성과평가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하경의 사수는 진급을 앞두고 하경의 상황을악용했다.  - P94

승진도 성과평가도 없는 직군이라는 여성들의 직장 내지위는 중심부 노동자들의 책임 전가뿐만 아니라 괴롭힘에대한 고용주(사용자)의 방관을 낳는다. - P97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당시 정규직 노동자에의해 스토킹을 경험한 세라 역시 회사에 해당 문제를 알렸지만 정작 회사를 떠나게 된 건 그녀 자신이었다. - P98

회사를 떠나도 반복되는 불안정

계약기간, 직장 내 괴롭힘, 과도한 노동강도 등으로 인해노동이 불안정한 상황은 새로운 일자리를 탐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유망한 일‘에 대한 정보 부족은 이들의 탐색을 투자로 전환하지 못한다. - P98

처음 계약 만료로 퇴사했을 당시 명신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이제 진짜 뭘 해먹고 살아야 되지?"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해 다른 방송국에 파견직으로 다시 입사했다. - P99

하경 또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중견기업의 경리사무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 이후 더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중략). 이런 상황에서 하경은 "그저 그런 회사에서" "전전하고 싶지 않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웹디자인, 영상편집과 프로그래밍이었다. - P100

이처럼 청년여성들은 비전이 없는 현재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직업 찾기를 갈망하지만 이들의 노동이력이 보여주는 결과는 이러한 탐색이 결국 유사한 불안정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 P102

 게다가 ‘유망하다고 여겨지는‘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 습득을 위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금전적 부담이 따른다.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있지만, 교육상품을 구매하는 비용뿐만 아니라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 임금노동이 제한된다는 사실은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청년여성들에게 그 자체로 위험부담이된다.  - P102

교육과 시험으로 장기화되는 취업 준비

(전략). 신입사원을 고용하여직무교육을 실시하던 과거와 달리 각 기업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직무교육을 할 필요가 없는 ‘이미 완성된 노동자‘를 채용하고자 하기에 청년들은 교육상품을 구매하여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미리 습득해야 한다. - P103

청년들은 학과 공부를 따라가면서 동시에 다양한 외부활동을 병행하고, 각종 자격증이나 수상실적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전시해야 한다. - P104

게다가 노동시장에 만연한 성차별은 시험이 가지고 있는공정성을 부각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4장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 P106

한편, 고용안정성을 택하기보다는 우선 대학원에 진학하여 추가적인 교육자본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노동시장 진입을유예하는 청년여성들도 있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결정은 원하는 공부를 더 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운 사회적 현실이 자리한다. - P107

사실상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취직이 보장되지않는 사회에서 이들의 취업 경쟁은 해소된 것이라기보다 유예된 것에 가깝다.  - P107

자발과 비자발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이직과 전직

많은 청년이 ‘정규직‘을 원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틀리다. 우리는 ‘좋은 회사‘의 정규직을 원한다. - P108

기업별 노조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꾸려 집단주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요즘 청년들은 이직이라는 개인적 해결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 P109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노동시장에 위치한 노동자들은 외부 노동시장 내에서 반복적으로 이직을 수행하여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한다. - P109

(전략). 입사를 결정하던 당시 재윤은 급여가 낮아도 숙련된 디자이너와 함께 근무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해당 회사를 선택했는데 막상 입사를 하고 보니 디자인 전공자는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매일 한 시간씩 야근을 해야 했고, 포괄임금제 적용으로 수당도 받지 못했다. 월급은 160만 원에 불과했다. 재윤은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 P110

재윤은 한 달도 안되어 바로 다시 일자리를 구했는데, 이번에는 취업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였다. 급여는 이전직장과 동일했다. 업무량도 많지 않고 야근도 없어서 일은 수월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회사는 디자이너를 11개월 단기계약직으로만 고용했다. - P110

그 후 재윤은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근무를 시작했다.
1년에 2400만 원으로 총 2년을 일하는 조건이었다. 방송국은 스물네 시간 방송이 송출되어야 했기에 하루 여덟 시간 노동의 교대근무제도를 운영했다.*


* 이러한 프리랜서 고용은 불법이다. 프리랜서는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일을 완수할 것을 약속하여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근로감독을 받을 수 없다. 방송국에서 특정한 시간에 다른 노동자의 지시를 받으며 일한 재윤의 경우근로감독이 존재했다고 판단되므로 이는 불법이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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