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직장, 다른 대우

한편, 남성들과 함께 근무하는 일터에서는 특정 직군에만 여성 노동자를 배치하기도 한다. - P91

비정규직을 2년 이상 채용할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기업은 이들을 기존 정규직 노동자들과 통합하기보다 비정규직이 담당하던 업무를 다른 직군으로 분리해 차등적 임금 및 승진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자 했다.⁸ - P91

8 조순경, <여성 비정규직의 분리직군 무기계약직 전환과 차별의논리>, 《한국여성학》 24(3), 한국여성학회, 2008, 5~40쪽. - P203

계약기간 역시 성별에 따라 분리된다. 경리사무와 같이여성들의 직무는 무기계약직 혹은 계약직 일자리로 활용된다. - P92

취약한 지위와 직장 내 괴롭힘


정규직 사원이 대부분인 직장에서 정규직이 아닌 ‘여성‘노동자라는 취약한 지위는 직장 내 괴롭힘의 토대가 되기도한다. 하경은 회사 내에서 승진이 불가능했지만 "보수도 어느 정도 괜찮았고" "계속 다니면 잘리지도 않"을 것이므로 만족했다. - P93

그러나 승진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여성 (고졸) 노동자에 대한 성과평가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하경의 사수는 진급을 앞두고 하경의 상황을악용했다.  - P94

승진도 성과평가도 없는 직군이라는 여성들의 직장 내지위는 중심부 노동자들의 책임 전가뿐만 아니라 괴롭힘에대한 고용주(사용자)의 방관을 낳는다. - P97

대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당시 정규직 노동자에의해 스토킹을 경험한 세라 역시 회사에 해당 문제를 알렸지만 정작 회사를 떠나게 된 건 그녀 자신이었다. - P98

회사를 떠나도 반복되는 불안정

계약기간, 직장 내 괴롭힘, 과도한 노동강도 등으로 인해노동이 불안정한 상황은 새로운 일자리를 탐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유망한 일‘에 대한 정보 부족은 이들의 탐색을 투자로 전환하지 못한다. - P98

처음 계약 만료로 퇴사했을 당시 명신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이제 진짜 뭘 해먹고 살아야 되지?"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해 다른 방송국에 파견직으로 다시 입사했다. - P99

하경 또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중견기업의 경리사무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 이후 더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중략). 이런 상황에서 하경은 "그저 그런 회사에서" "전전하고 싶지 않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 기술은 웹디자인, 영상편집과 프로그래밍이었다. - P100

이처럼 청년여성들은 비전이 없는 현재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새로운 직업 찾기를 갈망하지만 이들의 노동이력이 보여주는 결과는 이러한 탐색이 결국 유사한 불안정 노동시장으로 이동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 P102

 게다가 ‘유망하다고 여겨지는‘ 새로운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 습득을 위한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금전적 부담이 따른다.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있지만, 교육상품을 구매하는 비용뿐만 아니라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 임금노동이 제한된다는 사실은 스스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청년여성들에게 그 자체로 위험부담이된다.  - P102

교육과 시험으로 장기화되는 취업 준비

(전략). 신입사원을 고용하여직무교육을 실시하던 과거와 달리 각 기업들은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 직무교육을 할 필요가 없는 ‘이미 완성된 노동자‘를 채용하고자 하기에 청년들은 교육상품을 구매하여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미리 습득해야 한다. - P103

청년들은 학과 공부를 따라가면서 동시에 다양한 외부활동을 병행하고, 각종 자격증이나 수상실적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을 전시해야 한다. - P104

게다가 노동시장에 만연한 성차별은 시험이 가지고 있는공정성을 부각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4장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 P106

한편, 고용안정성을 택하기보다는 우선 대학원에 진학하여 추가적인 교육자본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노동시장 진입을유예하는 청년여성들도 있다. 대학원 진학이라는 결정은 원하는 공부를 더 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선택의 배경에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가 어려운 사회적 현실이 자리한다. - P107

사실상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취직이 보장되지않는 사회에서 이들의 취업 경쟁은 해소된 것이라기보다 유예된 것에 가깝다.  - P107

자발과 비자발의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이직과 전직

많은 청년이 ‘정규직‘을 원한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틀리다. 우리는 ‘좋은 회사‘의 정규직을 원한다. - P108

기업별 노조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꾸려 집단주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요즘 청년들은 이직이라는 개인적 해결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 P109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노동시장에 위치한 노동자들은 외부 노동시장 내에서 반복적으로 이직을 수행하여 자신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한다. - P109

(전략). 입사를 결정하던 당시 재윤은 급여가 낮아도 숙련된 디자이너와 함께 근무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해당 회사를 선택했는데 막상 입사를 하고 보니 디자인 전공자는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더해 매일 한 시간씩 야근을 해야 했고, 포괄임금제 적용으로 수당도 받지 못했다. 월급은 160만 원에 불과했다. 재윤은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 P110

재윤은 한 달도 안되어 바로 다시 일자리를 구했는데, 이번에는 취업정보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였다. 급여는 이전직장과 동일했다. 업무량도 많지 않고 야근도 없어서 일은 수월했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회사는 디자이너를 11개월 단기계약직으로만 고용했다. - P110

그 후 재윤은 방송국에서 프리랜서로 근무를 시작했다.
1년에 2400만 원으로 총 2년을 일하는 조건이었다. 방송국은 스물네 시간 방송이 송출되어야 했기에 하루 여덟 시간 노동의 교대근무제도를 운영했다.*


* 이러한 프리랜서 고용은 불법이다. 프리랜서는 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일을 완수할 것을 약속하여 일의 결과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는 계약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근로감독을 받을 수 없다. 방송국에서 특정한 시간에 다른 노동자의 지시를 받으며 일한 재윤의 경우근로감독이 존재했다고 판단되므로 이는 불법이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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