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과 버스 연착과 미친 날씨, 망할 트리플 콤보로 지각직전에야 간신히 회사에 도착했다. 나는 물이 질질 흐르는 우산을 후다닥 손으로 대충 말아 쥐고 1층 엘리베이터 로비로뛰어들었다. 바짓단과 어깻죽지는 물론 머리털도 찝찝하게 잔뜩 젖어 감은 지 두 시간 만에 떡져 가고 있었다. - P9

수능시험을 치른 해에 신도림역에서 목격했던 사건이 생각났다. 연말, 러시아워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날 객차는 말도 안 되는 수의 인간들로 가득차 있었다. - P10

 사랑스러운 우리의 크레이지 헬 시티 서울시 서부권에서 작은 홍해를열어 버린 위대한 자는 노숙자로 추정되는 어떤 아저씨였다. 모세 할아버지에게 마법의 지팡이가 있었다면 이 험한 서부의 아저씨에게는 유성 매직이 있었다. 아저씨가 뚜껑 없는 유성 매직을 내민 채 전진할 때마다 고약한 냄새의 시민들이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고 했다. - P11

회사 엘리베이터에 끼어 탄 채 10년 전 기억을 떠올린 까닭은 음악 때문이기도 했다. 그 시절 등하굣길에 듣던 음악이나 출퇴근길에 듣는 음악이나 다를 것이 없다. 인간의 음악 취향은 크리티컬한 10대 시기에 뇌에 크리티컬하게 박혀 버린다는 주장이 있다던데, 내가 그 근거 자체인 것 같다. - P11

내 이름 조유라가 보이지 않게 곱게 손으로말아 쥐고 있다가,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내려 자리로 뛰어가는 반복된 일. 파티션 너머에서 팀장이 못마땅해하고 있을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다. 어쨌든, 10시 정각5초 전에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데에 성공했다.
나는 이곳 키코게임즈에서 게임 기획자로 일한다. - P13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게임 기획자라고 답한다. 하지만 나의 두 번째 팀장이자, 감성병자이자 복지부동이 신조인 팀장 높은 기획자라는 단어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 - P13

아니, 뭐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맞는 소리이기는 하다. 과금과 가챠와 양심 없는 카피가 곧 우리 시대의 사랑받는 문화이며 종합예술이라면 말이다 - P14

지금 내가 몸 담은 팀 이름은 오메가 (Ω)-3다(웃어도 된다. 하지만 아직 웃기엔 이르다.) 팀 이름을 들으면 제약 회사 영양제팀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테슬라나 스페이스X 찜쪄먹는 엄청난 것을 하는 데 같기도 하지만, (후략). - P14

 아아, 우주, 호모사피엔스의 욕망이 드글대는 거대한 보이드. 그러니까 이 게임은, 우주선 스페이스X의 가상적 픽셀 버전을 애써 제작한 다음 그걸 픽셀 이펙트로 못 때려 부숴서 안달하는 것이라고 요약할수 있겠다. 이것을 위해서 오메가팀과 2팀과 3팀과 4팀의 인간들은 하루 종일 문서를 쓴다. - P15

제일 중요한 점은, 우리 팀이 작업하는 문서는 우리 팀의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문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 P15

모든 게임 회사들이 다 그렇듯이, 키코의 실세도 사업 관련 본부다. 왜? 돈이 중요하니까. 소중하니까. 키코게임즈의 실세, 사업 본부의 이름은 핫키다. - P16

여기, 키코게임즈의 대표 기고원 씨는 무척 재미있는 인간이다. 그는 언론에 나기를 참 좋아하며,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고 싶은 욕구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힙스터 이미지를 원해서 발 벗고 SNS를 하지는 않는다. - P16

핫키 놈들은 참 영리하게 일을 잘한다. 그리고 그 ‘영리‘의윤곽에는 추악함이 깃들어 있다. 예를 들어, 고졸자들이 회사에서 겪는 치사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 이슈가 되면 핫키에서 먼저 발 벗고 나서서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 저희 키코게임즈는 절대 학력에 따른 차별을 하지 않습니다. 고졸도 대졸과 같은 임금을 받습니다. 실력은 학력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 P17

그러는 동안 우리의 평등한 키코게임즈는 고졸 사원의 몇십 배나 되는 수의 석박사를 뽑는다. 사회와 집안의 근심 덩어리, 고학력 백수를 막 탈출해 키코게임즈 사원증을 얻는 데에 성공한 석박사들은 이제, 고졸자와 대졸자와 사이 좋게 같은 임금을 받게 된다. 왜? - P18

사실 나는 게임이 뭔지 거의 모르는 채로 키코게임즈에 들어왔다. 그냥, 모든 것이 어쩌다 보니 그렇게 흘러갔다. 국내에서는 실패했으나 중국에서 우연히 중대박을 친 MMORPG게임(지금도 회사 전체가 이것에 기대 먹고산다.) 덕분에 기세등등해진 대표가 유라시아 전체를 접수하겠다는 목표로 낸 채용 공고를 우연히 봤을 뿐이다. - P18

키코에서 내가 처음 들어간 팀은 월드 팀이었다. 누가 언제 들어도 ……………네? 뭐라고요? 한 번 더 묻던 그 재미난 이름의 팀. 이런저런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저런 사정과 이런저런 인생의 우연 속에 이렇게 저렇게, 이링공뎌링공 섞여 있던 팀.  - P20

(전략).
그리고 또 하나, 지긋지긋한 자기소개서를 더 안 써도 된다는 것이 황홀할 정도로 좋았다. 나는 지금도 궁금하다, 온갖 회사들과 문화재단에서 내 본적과 혈액형 따위를 도대체왜 요구했던 건지. 커다란 피 주머니라도 필요했던 걸까.  - P21

 월드 팀 사람들 각자의 명절을 티나지 않게 눈치껏 챙겨 약간의 감동을 주고 팀원들이 무의식적으로 서로의 종교 문화적 금기를 건드리지않도록 미리미리 무형의 투명한 장애물을 치우는 동안에는오다가다 본 외교 의전을 주먹구구로 급조해 따라 하는 신생 국가의 사수 없는 말단 공무원이 된 기분이었다. - P22

가끔씩은 도대체 왜, 한국 지하철의 할머니 승객들은 죄다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기 좋아하는가, 그 파마 머리의 기원은 무엇인가 하는 종류의 심오한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안 되는 외국어로 안 되는 대화를 나름대로 열심히 할 때마다 미인가 국제 학교의 쓸데없이 헌신적인 담임교사가 된 기분이기도, 갓 오픈한 국제 기숙사에서 최저시급을 받는 조교가 된 기분이기도 했다. 젠장, 나는 너무 착하기 때문에 아마 강제로 천국에 가게 될 것이다. - P24

이를 나쁘게 비꼬자면 흔한 스타트업적인, 남의 돈 무서운줄 모르는 조증 걸린 신생 동아리의 주먹구구 정서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 P24

뭐, 어쨌든 소처럼 일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잡다한일들로 얼루룩덜룩한 한 마리의 소. 음먹어. 게임 회사 직원인 주제에 게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실제 업무도 게임과별 관련이 없었지만 나는 막연하게라도 게임을 좋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 P25

아침, 판교행 버스에서 언제나 기이한 감각을 느낀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향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피곤을 달고 실려 간다.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0과 1로 만들어 화면 속에 반짝반짝, 진짜인 것처럼 만들려고, 지금 존재 중인 사람들이 존재하는 하품을 밀어 내며 실려 간다. - P26

게임 회사촌 앞 전광판은 24시간 켜져 있다. 한국 게임산업 수출액 7조 돌파! 나라가 먼저 나서 번쩍번쩍 자랑하는 숫자. 다 큰 어른들의 엉덩이를 펑펑 두들겨 주는 숫자. 저 거대한 숫자 속에 나의 집세와 학자금 대출, 점심값과 교통비, 책값과 의류비 따위도 들어 있을까? - P27

입사 초기, 퇴근 직전 팀원끼리 옹기종기 모여 키코게임즈간판 게임에 처음 접속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 키코의 게임답게 그것은 엄청난 고사양의 게임이었다. 왜 그렇게 ‘진짜‘ 같은 화면 구현을 위해 공을 들이는 걸까? - P28

(전략).
그때는 내가 살면서 하드한 게임을 처음 한 날이자, 3D로구현된 화면에 처음 뛰어든 날이었다. 때문에 나의 원시인 뇌가 너무 놀라서 적응하지 못하고 격하게 거부반응을 보인 거였다. 27인치 모니터를 집중해서 쳐다봤다가 머리를 공격당해 몸살을 앓다니. 이런 하찮은 최약체 같으니, 내가 생각해도어이가 없었다. - P30

살면서 게임을 한 번도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 P32

나는 어렸을 때에도 ‘내가 실수하면 캐릭터가 죽는다‘는 상황과 시간 압박, 은근한 기록 경쟁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축이었기 때문에 「슈퍼 마리오」를 많이 하지는 않았다. 어쩌다 하더라도 피지컬 문제로 금방금방 죽어 자리를 넘겨 주느라 바빴다. - P34

그 무렵 엄마 아빠는 정말 바빴다. 구청으로, 병원으로, 은행으로, 부동산으로, 그 외에도 알 수 없는 곳으로 종일 뛰어다녔다. 때문에 나는 복잡한 촌수의 노부부와 함께 숨막히는집 안에 남아 있어야 했다. 먼지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처럼 조용하다가도 아무 예고 없이 천장이 시시때때로 쿵쿵 울리던 그 집. 나는 그때마다 헤드폰을 뒤집어쓰고는 했다.
그 집의 황량한 6인용 식탁에서 하던 침묵의 식사도 잊을수 없다. - P35

강제로 매일 가야 하는 학교도 엉망진창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필 영악하기 짝이 없는 여왕벌과 그의 덜떨어진 시녀들로 구성된 학급에 배정된 터라, 나는 학교에서 겉돌 수밖에 없었다. 

한국 학교에 등교한 지 보름도 되지 않았던 때로 기억한다. 아파트 단지 재활용품 더미에서 구한 낯선 신문을 어색하게 넘기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을 때, 교실 뒤쪽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여왕벌이 폐지 더미 속에서 ‘베트남‘과 ‘메콩‘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던 것이다.
(중략).
왜 소란이냐며 담임이 귀찮은 듯 긴 막대기를 한 번 휘둘렀지만 그 순간부터 내 별명은 메콩이 되었다.
도대체 그게 왜 웃겼을까? 도대체 그게 왜 놀릴 일이지? - P37

하지만 나도 안다. 이 정도로는 키코에서 게임을 해봤다고 절대 말할 수 없다. 게임에 학창 시절을 갈아 넣었다는 사람들이 넘쳐 나는 곳이므로, 모두의 업무용 서브 모니터 아래 자동 전투 돌려 놓은 휴대폰이 빛나고 있고, 다달이 가챠에 수십만 원을 쏟는 것 정도는 안줏거리도 될 수 없다. - P39

(전략). 문학적 정신분석 어쩌고 하던 수업에서 주워들은프로이트와 라캉은 너무 어려웠다. 그들이 말한 남근 선망이라는 것이 뭔지 지금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동네의 무속신앙을 요약하자면, 그게 큰 가슴 선망이라는 것은 확실히 안다. - P40

3D 멀미 사건 이후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겜알못‘임을 알게 된 나는, 조심스럽게 게임에 재도전해보기로 했다. 게임 회사 다니는 입장에서 그래도 기본은 하고싶었다. - P41

나는 내 키를 싫어했다. 쓸모없는 키 때문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튀는 게 너무 싫었다. 그만 크고 싶어서 단식을 수없이 선언했지만, 성공한 적은 거의 없었다. 늘 배고팠고 늘입이 허전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꽤나 클 때까지 자꾸 연필 끝이라도 질겅대려 들었다. - P43

게임방의 두 번째 문제는 매우 생물적인 데에 있었다. 바로 냄새, 여름을 맞이하여 인간들의 신진대사가 다양한 쪽으로 활발해지면서, 인간의 집중한 육체와 타오르는 계절이 서로 마찰한 것을 예의를 중시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직물이 덮어 발효시키며 사방팔방으로 튀어오르는 쉰내가 났다. - P44

호모사피엔스에 대한 약간의 희망을 버리지 못했던 나는문제의 게임방에 겨울에 가 본 적도 있지만, 역시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 P44

내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태임을 알게 된 배이현팀장님은 나에게 틈틈이 게임을 추천해 주기 시작했다.
유라 님, 캐주얼한 게임으로 시작하는게 좋겠죠? 「커피토크」 한번 해 봐요. 마침 지금 스팀 세일 중이고요!


*밸브사의 게임 유통 및 커뮤니티 플랫폼. - P45

내가 「커피 토크」에 흥미를 보이자 팀장님은 은근히 기뻐하는 것 같았다. 맞다. 자기가 추천한 것이 세상에 널리 퍼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호모사피엔스의 특징중 하나이니까. 호모사피엔스, 인간 지혜, 지혜 인간. 지혜(전파)-인간 인간-(전파)-지혜, 나는 라틴어로 전파가 무엇인지찾아보았다. 프로파가티오(propagatio). - P47

이것은 나의 이론인데, 길에 적용되는 사건은 크게만 잡아도 우선 네 가지나 된다. 날씨, 시간, 환경, 인간, 풀어서 말하자면, 비나 눈이 오는가 오지 않는가. 낮인가, 밤인가. 공사 중인가, 아닌가. 내가 누군가와 함께 가고 있는가, 혼자 가고 있는가. 네 가지의 최소 사건은 두 가지 경우의 수를 각각 거느리고 있다. 2의 4제곱은 16. 똑같은 길이라도 최소한 열여섯개로 순식간에 분화될 수 있는 것이다. - P50

팀장님은 나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플레이 감상이궁금하셨던 것 같다. 팀 점심 날, 옆자리에 앉자마자 물어보셨다. 재밌었다는 빈말은 못했다. 사실 조작이 아직도 어렵다고, 주변 캐릭터와 설정이 아무리 게임이지만 과장되어서 오그라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팀장님은 꿍, 하며 아쉬워했다. - P52

(전략).

혹시 전 세계의 게임이 비슷비슷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전 세계 인간들의상상력의 원천, 어린 시절의 경험도 한군데로 뭉쳐 버리게 된걸까? - P53

그 많던 휴대전화 제조사가 사라지고 애플과 삼성만 남은것도 비슷한 맥락일지 모른다. 그럼 여기, 키코는 뭘까? - P54

며칠 후 팀장님은 은근히 「저니」와 「압주」를 추천해 주셨다. 그러면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를 나중에라도 꼭 다시해 보라는 권유도 잊지 않으셨다.  - P54

A ←  판교,
취미의 품,
예술의 시절


게임을 마치 기예처럼, 곡예처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다‘가 아니라 ‘기어이 해낸다‘에 가까운 외발자전거를 탄 채 머리로는 접시를 돌리고 손으로는 저글링을 하는 것처럼 100원짜리 동전 하나로 「1942」, 「버블버블」, 「갤러그」의 끝을 보는 사람들. 그래서 오락실 기계에 자기 이니셜을 남길 수 있던 사람들. - P57

키코게임즈에 지원하는 기획자들은 핫한 PC 게임의 ‘만렙‘을 찍은 경험담을 자기소개서에 꼭 녹여 넣는다. 그것은 암묵적인 지원 자격이고, 외국어나 학점 따위보다 확실한 스펙으로 활용된다. 어떤 게임의 끝을 보았다는 거니까. 평균 이상의피지컬로 근성을 가지고 시스템의 비밀을 엿보는 데 성공했다는 거니까, 근면성실하게 게임에 시간을 들였다는 거니까. - P58

월드 팀을 제외한 거의 모든 팀에서 게임을 못 한다는 것은곧 죄악을 뜻했다. 인간의 일곱 가지 죄,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폭식, 색욕. 이 모든 것을 다 더한 것보다 거대한 죄. - P59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맞다. 그건훌륭한 일이다. 복된 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세상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 P60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맞다. 그건훌륭한 일이다. 복된 일이다. 그러므로 내가 키코에서 일찌감치 알아서 떠나는 게 옳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칭) 영웅들도 결국 알 수 없는 운명에 흩날리며 이링공뎌링공 살아가게 되는 것이 역시 인생이니까.  - P63

(전략).
공연장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것도 그 로망 때문이었다. 서비스업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으면 승무원 지원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나름 계획적으로 지원한 아르바이트였지만, 면접은 엉망으로 보았다. - P64

아르바이트 내용은 간단하다면 간단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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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기운 생명 끝에 매달린

"세대 차이 그거 별거 아냐. 주판 대 전자계산기고, 전보 대 휴대폰 메시지야."
MP3플레이어를 요구하면서 세대 차이를 들먹인 건 분명 적절치 못했다. - P9

"엄마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말하니까 그렇지."
"어우, 뒷골이야. 요즘 애들은 다 있나, 나만 없다, 그러니 나도 있어야 한다. 이것도 다분히 감정적인 생떼야." - P10

급하게 계단을 내려간ㄴ 걸음 소리가 집 안까지 들렸다.
이달 말까지 전세 보증금을 올려줘야 한다. 요즘은 보증금을 올려 받는 날도 점쟁이한테 물어보고 정하는지, 집주인은 특별히 받아 온 날이라며 날짜를 지켜주길 바랐다. 하지만 말만 거창할 뿐 제 때에 돈을 받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쯤은 엄마도 알고 있었다. - P11

그게 마지막이었다. 천지는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마는 남편을 보낸 지 구 년 만에 어린 딸까지 보내고 만 것이다. - P12

국어 선생님은 무심결에 만지를 부르려다 뒷말을 삼켜버렸다. 다행히 만지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미동도 없이 똑바로 앞을 보고 있었지만, 칠판을 보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깊은 사선이다. - P13

수업을 마무리 짓지 못했는데 종이 울려버렸다. 집중하지 못한 탓이다.
"반장은 다음 시간에 나에게 ‘조랑복!‘하고 외쳐오. 까먹을라!" - P14

학교 앞 분식점에서 천지와 함께 돈가스를 사준 적이 있다. 천지와 너무 안 어울려 오히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아이다. - P16

"말도 없이 어딜 갔나 했다. 급식 대신 받아놨어."
미란은 만지가 책상 옆에 내려놓은 국화꽃 바구니를 슬쩍 보았다. - P17

민지는 국에 만 밥만 계속 떠먹었다.
"반찬 남기면 벌점 받어, 너"
"맛도 없는데 왜 이렇게 잔뜩 받아 왔어!"
(중략)
그리고 6교시에는 보건실에 누워 있었다. - P18

화연이는 내게 처음 말을 건 아이입니다. 전학 온 아이게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왔겠지요. 싫지 않았습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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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극은 죽었는가

비극은 보편적이라고 하는데, 이 말의 일상적인 의미를 염두에 둔다면 그것은 얼마든지 진실이라 할 수 있다. 아이의 죽음, 광산의참사, 인간 정신의 점진적 붕괴를 슬퍼하는 것은 어떤 특정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 P13

 블레어 혹스비Blair Hoxby는 뛰어난 근대 초기 비극 연구에서 "유럽인은 주위모든 곳에서 비극을 보았지만, 아예 비극적이라는 범주 없이 산적도 있다"고 지적한다.² - P13

1. 비극은 죽었는가


2. Blair Hoxby, What Was Tragedy?(Oxford, 2015), p. 7. - P249

감각으로 극적 공연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장 피에르 베르낭Jean-Pierre Vernant과 피에르 비달 나케Pierre Vidal-Naquet가 논평한 대로 이것은 "도시가 극장으로 변하는" 문제였다. 라이너 프리드리히Rainer Friedrich는 "비극의 텍스트는 폴리스의 시민 담론이라는 더 큰 텍스트의 일부가 된다"고 말한다. - P14

정치적으로 말해서 그리스 비극에는 이중적인 역할이 있는데, 사회제도를 승인하는 동시에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예술은 내용을 통해 사회질서를 정당화할 수도 있지만, 관객에게 심리적 안전밸브를 제공할 수도 있다.  - P15

 비극의 비판적 역할이라는 측면을 볼 때, 숭배받는 종교적 축제의 일부를 이루는 공식적인 정치적 사건이 고대 그리스 문명의 어두운 서브텍스트에-아무리 신중하게 신화적 과거 속에 집어넣었다고는 해도 광기, 존속살인, 근친상간, 영아살해 등에 그렇게 대담한 빛을 비출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다. - P16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그리스 비극은 폴리스의 건강을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감정적 무기력을 정화하는 공적 치료의한 형태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플라톤처럼 연극의 어떤 측면이정치적으로 전복적이라고 보고 국가의 엄격한 규제를 요구할 수도 있다. 훗날의 비극은 폭넓은 정치적 역할을 한다. - P16

그러나 비극의 정치성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비극적이라는 말 자체의 의미를 둘러싼 투쟁을 뜻하기도 한다. 비평가 조지 스타이너George Steiner의 연구 『비극의 죽음 The Death of Tragedy』에서는 비극을 근대성에 대한 비판으로 본다. 진정으로 비극적인 정신은 근대적인 것의 탄생과 더불어 소멸한다. - P17

 비극과 민주주의의 역사적 친화성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 정신에 대한 이런 혐오는 특히 아이러니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비극, 적어도 그 당파적 형태는 근대에 종교의 다양한 대리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실제로 죄책감, 위반, 고통, 구속, 찬양을 다룬다.¹² - P18

12.
종교의 근대적 대체물에 관심해서는 Terry Eagleton, Culture and the Death of God (New Haven, CT and London, 2014)를 보라.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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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어쩔수 없이 줄여야한다면


‘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잠뿐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충분한 수면은 건강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에 목표한 지점까지 도달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불가피하게 수면 시간을 조절할 수밖에 없다.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일단 많이 하는 것이다. - P148

잠과의 전쟁 1-일어나자마자 몸을 강제로 움직이기


잠과 싸워 이기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일어나자마자 몸을 강제로 움직이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3년간 기숙사에 살면서 매일아침 6시 20분에 울리는 기상송과 함께 잠에서 깼다. - P149

잠과의 전쟁 2-걸으면서 공부하기

두 번째 방법은 ‘많이 걷기‘다. 사실 일어나자마자 몸을 움직이면서 잠을 깨는 것처럼 꼭 걷기가 아니더라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부하면서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니 걷는 것 정도가 적당할 듯싶다.  - P151

공부하는 곳의 구조상 걸으면서 책을 보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고, 걸으면서 책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학생들은 무리하게 걸으면서 공부하지 말고 ‘많이 걸어 다니기만 하면 된다. - P151

잠과의 전쟁 3-입을 끊임없이 움직이기


마지막 방법은 ‘입이 놀지 않게 하기‘다. 입을 놀지 않게 한다고해서 자습 시간에 옆자리 친구와 떠들라는 뜻은 아니다. 말하면서 입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입에 무언가를 계속 넣음으로써 입을 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난 졸릴 때 식수대까지 걸어가 물을 마셨는데 물을 한 번에 삼키지 않았다. - P152

공부를 반드시 책상 앞에 반듯하게 앉아서 하라는 법은 없다.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면, 난 앉아서보다 서서 혹은 돌아다니면서 공부한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 P152

수능에서 가장 까다로운
국어영역 고득점 전략


국어 영역은 개인적으로 수능 중 가장 까다로운 과목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80분이라는 시험 시간이 대다수 학생에게 너무 짧게 느껴진다는 점, 그리고 수능이라는 인생의 큰 전환점에서 ‘첫 교시‘에 대한 긴장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 P177

시간분배-긴가민가한 문제는 붙잡고 있지 말고 과감히 넘어가라


시간 분배는 별것 없다. 국어는 화작, 문법, 문학, 비문학 등 총 4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중략).
다른 과목과 구별되는 국어의 특징 중 하나는 ‘억울한 오답‘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학 문제는 모르면 확실히 모르고 맞으면확실히 맞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어 문제에서 오답이 나오는 과정은 다르다.
"아, 3번이랑 5번이랑 고민하다가 3번으로 찍었는데 틀렸어." - P178

시간 분배는 이런 국어의 특징을 활용해야 한다. 모르는 문제나긴가민가한 문제는 표시만 해 두고 다음 문제로 과감하게 넘어가고,
문제를 다 푼 뒤 답안지에 마킹을 하면서 다시 푼다. 나는 실제로 화작 12분, 문법 8분, 비문학 35~40분으로 문제 푸는 시간을 정해 놓았다. 문학 문제는 답이 2개인 것 같으면 우선 넘어갔다가 마지막문제까지 풀고 다시 돌아와 풀었다. - P179

1교시라서 더 중요한 컨디션 조절


다음은 컨디션 조절이다. 구체적인 공부법은 이야기하지 않고 공부 외적인 것만 길게 설명한다고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능국어 영역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특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생각하기 때문이다. - P179

컨디션은 육체적 컨디션과 심리적 컨디션이 있다. 육체적 컨디션은 긴장해서 배가 아프다든지, 잠을 못 자서 머리가 아프다든지 하는 것이고, 심리적 컨디션은 수능에 대한 긴장감 혹은 실전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잡생각에 시달리는 것 등을 의미한다. - P180

문법 공부는 한 달 안에 끝내자


이제 본격적으로 국어 영역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수능과 관련해서 내가 줄 수 있는 팁은 두 가지다. 첫째는 어떻게 공부할지에 대한 공부법이고, 두 번째는 실제 시험에 도움이 될 만한 실전 팁이다. 우선 공부법부터 시작해 보자.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2020년 수능과 2021년 수능 기준이라는점을 우선 밝혀 둔다. 교육 과정이 바뀌면 국어 영역 비중이나 문제유형이 바뀔 수 있다. - P182

문법 개념 자체를 공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혼자 자습서를 보고 해도 된다. 혼자 공부하는게 어려우면 인강이나 학원의 힘을 빌려도 괜찮다. 어쨌든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면 필기가 완료된 문법책이 한 권 남게 된다. 이제부터 남은 일은 수능을 치기까지2주에 한 번, 문법에 자신이 없다면 1주에 한 번씩 ‘자기만의 문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걸 반복하면 된다. - P183

내가 생각하는 ‘문법적 감각‘이란 예컨대 이런 것이다. 평범한 국어 문장을 읽더라도 문장 속에서 이게 부사어인지 관형어인지, 합성어인지 파생어인지, 단어를 읽을 때 음운 변동은 뭐가 일어나고 총몇 번 일어나는지 등을 신경 쓰면서 읽도록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 P184

문학 공부는 닥치고 연계 교재

수험생 중에 문학을 걱정하는 친구는 그리 많지 않은 듯싶다. 만약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우리에게는 ‘연계 작품‘이라는 든든한 아군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 공부의 시작은 당연히 ‘연계 교재‘다. - P184

"아니, 그걸 언제 다 외워요?"

연계 작품을 분석하는 것은 간단하다. 만약 작품이시라면 그 시의 주제가 뭔지, 시적 상황은 무엇인지, 화자는 누구이고 청자는 누구인지, 반어법이나 역설법 등 눈여겨볼 만한 표현법은 없는지 등을 보면 된다. 분량이 몇십 페이지나 되는 소설은 막막할 수도 있는데 소설은 오히려 분량이 많기 때문에 더 간단하다. - P186

"아니, 연계되는 시랑 소설만 해도 몇십 개는 되는데, 그 많은 작품의 세부 특징을 언제 다 외워요?"
언제 다 외우는지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수능 전에 다 외우면 된다. 수능 일주일 전에 다 외우면 좋고, 한 달 전이면 더 좋다. 어쨌든우리는 그걸 외워서 시험장에 가야 한다. 너무 많다고? 전혀 그렇지않다. - P186

두 번째는 국어의 문학만큼 너그러운 과목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수능을 공부하면서 수능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데확실히 도움이 되는 공부라고 자신할 수 있는 게 몇이나 될까? (중략). 그런데 문학은 어떤가. 고3 때 보던 그 교재에서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나온다. - P187

아무리 봐도 애매한 문학 문제를 맞히는 요령

연계 교재를 완벽하게 공부했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다. 문학 문제를 잘 푸는 훈련이다. 내용을 아는 것과 문제를 푸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문학 수업만 듣고서 문학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건 착각이다. 수학 개념을 배운 후에 수학문제 푸는 법을 배우듯이, 문학 역시 문제 푸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 P188

(전략).

핵심은 객관성과 사실성

먼저, 작품의 특정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즉 앞의 1번보기에서 벗이 ‘영화‘와 ‘이익‘을 중시하는 삶을 거부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특정 내용이 사실이라고 판단했으면 작품에 관한 주관적 생각이 사실인지를 따져 봐야 한다. 앞문제에서는 작품을 통해 벗의 가치관을 알 수 있는지를 따져 주면된다. - P190

이렇게 사실성을 따져 가면서 문학 선지를 분석하는 훈련을 하는것이 ‘문학 문제를 푸는 훈련‘이다. 다양한 기출문제나 사설 문제를풀면서 이런 훈련을 해 줌으로써 문제를 풀 때 지문을 제대로 이해했음에도 ‘자신의 독특한 생각‘이 섞여 들어가 어이없이 오답을 고르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오답이 거의 없이 문학을 해결하면 비문학에 쏟을 시간을 벌 수 있다. - P191

비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턴


국어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혹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비문학‘이라고 답할 것이다. 비문학 성적이 곧 국어 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비문학이 수능 국어의 점수를 좌우한다. 비문학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많이 읽어라‘, ‘어려운 지문들의 구조를 분석하며 읽어라",
‘길고 복잡한 지문에 익숙해져라‘ 등은 수험생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들릴 것이다. - P192

기억하라.
‘먼저 문제의 패턴을 파악한 다음, 그 패턴을 통해 행동 요령(예를들어 멀리 떨어져 있는 정보를 이어 줘야 할 수도 있겠구나)을 정해 놓은 뒤읽는다.‘
이것이 바로 수능 비문학의 파훼법이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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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재림


Adam Smith
(1723-1790)

애덤 스미스는 시대가 바뀌어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믿었다. 많은사람들이 스미스를 경제학의 창시자로 칭송하지만 사실 그는 경제학을 가르친 적이 없다. 그보다 그는 강제학 자체를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그는 시장과 경제학이 무엇인지 세상사람들에게 똑똑히 보여줬다.


(전략).
애덤 스미스는 시대가 바뀌어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계속 유효할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이것은 인류 역사상 진정한 혁명의 세기라고 할수 있는 18세기 지식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프랑스와 미국에서 정치적 소요가 들끓기 시작했다. - P49

중세 시대 초기부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Christopher Columbus가 신대륙을 발견한 15세기까지 유럽의 지성사를 지배한 것은 신학자들이었다. 교회의 장로들은 자연 현상을 종교 교리에 따라 해석했다. 그러나애덤 스미스가 태어나기 직전인 17세기, 사람들은 점차 종교 교리보다는 합리적 이성에 근거해 자연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과 지동설을 주창한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의 입장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 P49

뭐니 뭐니 해도 계몽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은 영국 태생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 Isaac Newton 이다. 갈릴레오의 과학적탐구 방식을 이어받은 뉴턴은 성서에 나와 있지 않은 숨은 진리를 추구했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것이 중력 법칙, 물체의 운동 법칙(또는 가속도). 그리고 미적분이다. - P50

애덤 스미스는 이런 어수선한 계몽주의의 시기에 태어났다. 갈릴레오나 뉴턴처럼, 스미스는 인과관계를 중요시했다. 그러나 그는 이들과달리 행성이 아닌 사람들에게 관심의 초점을 두었다. - P51

1748년, 그는 모교인 글래스고대학교로 돌아와 논리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듬해에는 그의 은사였던 아일랜드의 계몽주의 철학자 프랜시스 허치슨Francis Hutcheson이 강단을 떠나면서 공석이 된 도덕 철학 교수직을 이어받았다. (중략). 이때 대학장로회는 그를 아래의 그릇되고 위험한 두 가지 교리들을 공공연하게 유포하고 다녔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1. 도덕적 선의 기준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다.
2. 신의 존재를 몰라도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애덤 스미스는 허치슨의 위험한 주장 가운데많은 것을 받아들였다. 허치슨은 종교의 지배적인 교리에 맞서 한결같이 학문의 자유를 외친 인물이었다. - P52

많은 사람들이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의 창시자로 칭송하지만, 죄송스럽게도 그는 경제학을 가르친 적이 없다. 그보다 그는 경제학 자체를배운 적이 없었다. 물론 당시에 경제학을 배우거나 가르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학계는 경제학을 철학의 한 하위 분과로 생각했다. - P53

철학자 스미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을 쓰기 전에 이미 《도덕감정론 The Theory ofMoral Sentiments》이라는 인간의 윤리적 행동을 다룬 책을 출간해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고, 이로 인해 그는 ‘철학자 스미스‘라는 칭호를 얻었다. - P55

많은 비평가들이 근대 경제학자들은 인간의 이기적인 동기만을 가정하고 비용과 이익의 측면에만 관심을 두며, 반대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더 고귀한 측면은 무시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또한 경제학자들은도덕적으로 발육이 멈춘 난쟁이들이라고 단언한다. 이런 비난은 몇몇경제학자들에게는 타당할지 몰라도 애덤 스미스에게는 가당치 않다. - P56

《국부론》을 쓰다

드디어 1776년 3월, 애덤 스미스가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프랑스에서 쓰기 시작했던 《국부론》이 출간됐다. 스미스의 영원한 우상 흡은 이 책을 극찬했지만, 대중의 인기를 얻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같다고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그러나 흄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국부론》은 흄의 이런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출간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초판이 6개월 만에 모두 판매됐다. - P63

<국부론》의 원제는 《국가의 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연구 An Inquiry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The Wealthof Nations》으로 부름)로 스미스가 이 책에서 무엇을 다루고자 했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 P64

스미스는 모든 사람들을 경제 행위자로 간주한다. 그리고 주인공 없는 연극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스미스에게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누락된 경제학은 있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면에서 스미스는이탈리아의 정치가 니콜로 마키아벨리 Niccolo Machiavelli와 토머스 홉스의 전례를 따른다. - P64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인간의 자연적인충동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기적인 인간들 또는 인간의 이기심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기심은 풍부한 천연자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간의 자비나 이타심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다보면, 사람들은 바보가 되고, 국가는 빈곤해질 수있다 - P65

물론 스미스는 그들이 이기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단지 이기심이 친절, 이타심, 또는 희생정신보다 더 강력하고 꾸준하게 동기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할 뿐이다. 간략히 말해, 사회는 인간의이타심과 같은 고귀한 동기에 자신의 미래를 믿고 맡겨서는 안 되며, 그보다 더 강력한 동기를 가능한 최선의 방식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 P66

스미스는 《국부론》의 한 유명한 구절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사회 전체가 번영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얼핏 들으면 다소 모순되게 들리지만, 잘 들어보면 정말 그럴듯한 말이다. - P67

스미스는 《국부론》의 한 유명한 구절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사회 전체가 번영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얼핏 들으면 다소 모순되게 들리지만, 잘 들어보면 정말 그럴듯한 말이다. (중략).¹³ 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뚜렷한 상징이 된다. - P67

13. Smith, Wealth of Nations, vol. 1, p. 456 - P608

그렇다고 스미스가 자신의 주장을 모두 이런 보이지 않는 유령에게맡긴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사회적 조화를 이끌어내는 진정한 지휘자, 즉 자유시장을 상징한다. - P67

보이지 않는 손, 자유시장의 작동 원리

(중략).

지금까지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이 생산을 격려하기도 하고 단념시키기도 한다는 것을 살펴봤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시장이 가격을 어떻게 규제하는지도 보여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스미스에게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기억하자. - P71

가격과 이윤은 사업가에게 무엇을 생산하고, 가격은 어떤 수준에서 책정할지 신호를 보낸다. 높은 가격과 높은 이윤은 사업가의 귀에 대고특정 제품을 생산하도록 커다란 경종을 울린다. 낮은 이익 또는 손실, 적자는 그가 특정 제품의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그의 멱살을 잡고 가차없이 흔들어댄다. - P71

노동분업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애덤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생산, 가격, 이윤을 어떻게 조절하는지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 (중략). 만일 그가 제대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의 경제학 시험 점수는 중농주의자들보다 나을 것이 없을 것이다. 다행히 그는 단 두 글자, 즉 ‘노동분업 division of labor‘이라는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 P72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 Mark Twain 은 고전은 모든 사람이 소장하고 있지만,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런데 더 비참한 것은 고전은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 출간 당시 가졌던 신선한 감동을 잃고 진부하고 상투적인 것으로 되어간다는 데 있다. - P73

 솔직히 말해 스미스는 작업을 전문화하고 세분화함으로써 모든 생산이 40만 퍼센트 증가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노동분업으로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고 공언했다. 첫째, 노동자는 분업을 통해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둘째, 노동자들의 작업 전환이 필요한 경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중략). 마지막으로 전문화된 노동자들은 매일 같은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작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구나 기계를 발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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