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 생명 끝에 매달린
"세대 차이 그거 별거 아냐. 주판 대 전자계산기고, 전보 대 휴대폰 메시지야." MP3플레이어를 요구하면서 세대 차이를 들먹인 건 분명 적절치 못했다. - P9
"엄마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말하니까 그렇지." "어우, 뒷골이야. 요즘 애들은 다 있나, 나만 없다, 그러니 나도 있어야 한다. 이것도 다분히 감정적인 생떼야." - P10
급하게 계단을 내려간ㄴ 걸음 소리가 집 안까지 들렸다. 이달 말까지 전세 보증금을 올려줘야 한다. 요즘은 보증금을 올려 받는 날도 점쟁이한테 물어보고 정하는지, 집주인은 특별히 받아 온 날이라며 날짜를 지켜주길 바랐다. 하지만 말만 거창할 뿐 제 때에 돈을 받기 위한 수작이라는 것쯤은 엄마도 알고 있었다. - P11
그게 마지막이었다. 천지는 그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엄마는 남편을 보낸 지 구 년 만에 어린 딸까지 보내고 만 것이다. - P12
국어 선생님은 무심결에 만지를 부르려다 뒷말을 삼켜버렸다. 다행히 만지는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미동도 없이 똑바로 앞을 보고 있었지만, 칠판을 보고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깊은 사선이다. - P13
수업을 마무리 짓지 못했는데 종이 울려버렸다. 집중하지 못한 탓이다. "반장은 다음 시간에 나에게 ‘조랑복!‘하고 외쳐오. 까먹을라!" - P14
학교 앞 분식점에서 천지와 함께 돈가스를 사준 적이 있다. 천지와 너무 안 어울려 오히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아이다. - P16
"말도 없이 어딜 갔나 했다. 급식 대신 받아놨어." 미란은 만지가 책상 옆에 내려놓은 국화꽃 바구니를 슬쩍 보았다. - P17
민지는 국에 만 밥만 계속 떠먹었다. "반찬 남기면 벌점 받어, 너" "맛도 없는데 왜 이렇게 잔뜩 받아 왔어!" (중략) 그리고 6교시에는 보건실에 누워 있었다. - P18
화연이는 내게 처음 말을 건 아이입니다. 전학 온 아이게 대한 호기심으로 다가왔겠지요. 싫지 않았습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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