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가 등장할 때마다 수학자들은 실질적인 의미와 사용처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를 거쳤고, 이 검증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여 현재까지 살아남은 수 체계는 그림 16과 같다. - P53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양한 수를 활용하고 있다. 아내의 수를헤아릴 때에는 자연수로 충분하고, 금의 무게를 계산할 때는 분수가 동원된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자들은 등변직각삼각형의 빗변의길이를 나타내기 위해 2^0.5와 같은 무리수를 개발했고, 르네상스시대의수학자들은 3차방정식의 해를 구하다가 (-1)^(1/2)과 같은 허수를 도입했다.‘ - P54

일요일에서 출발하여 반대방향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즉, -1은 토요일이므로 -1=6이고, 이와 비슷하게 -2=5이다.
이런 식으로 수를 할당하면 정수 전체를 ‘일주일‘이라는 작은 원 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 이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면 그림 18과 같다. - P55

 그런데 3 × 6은 3+3+3+3+3+3과도 같아야 한다. 혹시 다른 답이 나오지 않을까? 다행히 이 값도 4로 떨어진다. 또한 7에기반을 둔 나머지연산에 따르면 3 = 10이므로 3 ×6 = 10×6 = 60=4이다.
어떤 경우에도 동일한 답이 나오고 있으니 상황은 꽤 긍정적이다. - P59

《산술학 연구》의 첫 장은 다음과 같은 정의로 시작된다.

두수 B와 C의 차이가 a로 나누어떨어질 때, 와 는 a에 대하여 ‘합동congruent‘이다..…" 이런 경우 a를 ‘모듈modulus‘이라 한다. - P60

예를 들어, 1=8이고 3 = 10 (모듈 7) 이므로 1 +3=48 +10=18과 합동이며, 1×3=38×1080과합동이다. [확인: (a‘+b‘) - (a+b)에 해당하는 14 와 ab‘ - ab에 해당하는 77은 모두 7로 나누어 떨어진다.] - P63

모듈 10으로 합동인 수를 이용하면 모든 제곱수(자기 자신을 두 번곱한 수)가 0, 1, 4, 5, 6, 9로 끝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모든 정수는 0~9 중 하나와 모듈 10으로 합동이므로, 모든 완전제곱수는 0, 1,2,3,4,5,
6,7,8,9의 제곱 중 하나와 합동이다. 그런데 이들을 제곱하면 0, 1, 4,9,
6, 5, 6, 9, 4, 1이 되고 정수를 10으로 나눈 나머지는 1의 자리 수와 일치하므로, 1의 자리가 2, 3, 7, 8로 끝나는 제곱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 P60

그러므로 위의 합동방정식이 y라는 해를 가지려면 p는 q에 해당하는 가로줄 어딘가에 있어야한다. 그리고 해가 하나밖에 없으려면 p는 q에 해당하는 가로줄에서 단 한 번만 등장해야 한다(두 번이상 등장하면 p/q의 값이 하나로 정의되지 않는다.). - P65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곱셈표에 ‘0‘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즉, 0이 아닌 두 수를 곱했을 때 0이 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2×3 = 0 (모듈6) - P66

모듈이 합성수일 때 나눗셈이 불가능한 이유는 쉽게 증명될 수 있다.
모듈 m이 m = a×b로 표현된다고 가정해보자 (a와 b는 m보다 작은 정수이다.). a와 b는 0과 합동이 아니지만(모듈 m), a×b는 0과 합동이다. 이것은 앞서 확인했던 2×3 = 0(모듈 6)을 일반화한 것으로, 거기서 1/2을 정의할 수 없었던 것처럼 1/a(또는 1/b)도 정의할 수 없다. - P67

따라서 t(u-v)는 p로 나누어떨어진다(모듈에서 0이라는 것은 p의 배수라는 뜻이다). 그런데 두 수의 곱이 소수p로 나누어떨어지려면 적어도 둘 중 하나는 p의 배수여야 한다. 만일 가의 배수라면 t=0 이어야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가정에 위배된다는 0과 합동이 아닌 임의의 수였다.). 그리고 (u-v)가 t의 배수라면 u = v(모듈p) 여야 하는데, 이것도
"u, v는 모듈 p에서 서로 다른 임의의 수라는 가정에 위배된다. 즉, t에 해당하는 가로줄에 같은 수가 두 번 등장한다는 가정이 틀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에 해당하는 가로줄(t+1번째 가로줄)에는 하나의 수가 두 번 나타나지 않는다. - P68

처음 몇 개를 나열해보면 3, 5, 17, 257, 65, 537………… 등 모두 소수이다.
그런데 1732년에 오일러가 틀린 사례를 찾아냈다. n=5일 때 페르마의 수는 2^32+1이 되는데, 이 수는 641 로 나누어 떨어진다. 오일러는 이 사실을 일일이 손으로 계산하여 알아냈지만, 모듈연산을 이용하면 훨씬쉽게 증명할 수 있다(사실은 증명이 아니라 반증이다.). - P69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영국의 수학자 에릭 템플 벨Eroc TempleBell이 남긴 말을 마음속에 새겨둘 필요가 있다. "모든 세대에 걸쳐 정상적 지능을 보유한 사람 100만 명 중 기초적인 수학지식만으로 이 증명을 적절한 시간(예를 들어, 1년) 안에 완수할 수 있는 사람은 열 명도 안될 것이다." - P70

 이것은 정수론에서 매우 중요한 정리로, 흔히 ‘페르마의 정리 Fermar‘s theorem‘로 알려져 있다(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Fermat‘s Last Theorem와는 다른 정리이다!). - P74

 그러므로 임의의 소수에 대하여1×2×.….×(p-1) = -1 (모듈 p)이다. 이것은 윌슨의 정리Wilson‘s theorem로 알려져 있다. - P77

임의의 수 q가 소수인지 합성수인지 쉽게 판별하는 방법이 있다.
1×2×..×(q-1) + 1이 q로 나눠서 떨어지면 q는 소수이고, 그렇지 않으면 합성수이다. - P77

그러나 숫자가 커지면 이 방법은 별로 실용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17 이 소수인지 확인하려면 1×2×.….×16+1=20,922,789,888,001을 17로 나눠야 하는데, 대형 컴퓨터로 계산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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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
이주희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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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제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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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이 영혼의 이상적인 언어라고 믿는다.‘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 - P152

독일의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의 음악은 난해하고 복잡합니다. 슈만은 피아노곡과 리트Lied(피아노 반주와 함께하는 독일 가곡)를 많이 남겼기 때문에 피아니스트들에게 슈만에대한 공부는 필수입니다. 그는 쇼팽처럼 온화하고 따뜻했던 남자도 아니었고, 리스트처럼 현란한 기교와 훌륭한 언변을 가진 사람도 아니었습니다. 슈만은 진중하고 엄숙한 사람이었습니다 - P155

 슈만은 장황한 미사구 대신 시적이고 담백한 언어를 사용하는 은유의 미학을 사랑했습니다. 특히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 Heinrich Heine의 시를좋아해서 음악에도 그의 시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슈만은 작곡가이기도 했지만 《음악신보》라는 잡지의 발행인이자 비평가이기도했습니다. - P156

슈만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그가 사랑했던 연인 클라라입니다. 슈만은 부인 클라라에 대한 사랑을 담아 수많은 작품을 창작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그가 음표로 써내려간 은밀한 사랑의 밀어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만나볼까요? - P156

아버지가 운영하던 서점은 어린 슈만의 놀이터였습니다. 서점이 하루 장사를 마치고 문을 닫으면 그때부터 그곳은 온통 슈만의 독차지였지요. 슈만이 열세 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그에게 책에 실을 글을 써보라고 했고, 출판될 책을 직접 편집까지 해보게했습니다. 이미 어린 시절부터 편집장 역할을 경험해본 것이지요.
부모님의 이와 같은 뒷받침 덕분에 슈만은 음악적 재능을 키워가는 동시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성장합니다. - P157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뒤 얼마 지나지 않아 슈만의 세 살 손윗누이 에밀리가 투신자살을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후 슈만의 형도 자살했고, 슈만 자신도 자살을 시도한 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 P158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혼자 남은 어머니는 슈만에게 법대 진학을 권합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였지요. 슈만은 처음에 고향 근처의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했다가 이후 하이델베르크 법대로 옮깁니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인지 결국엔 음악으로 전공을 바꿉니다. - P158

자신의 첫 작품에서부터 슈만은 자신의 시그니처인
‘음악 속 숨은 그림찾기‘를 선보인 것이지요. 슈만의 음악 속에는 이런 식으로 그만의 음악 언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 P159

 슈만은 보다 자유롭고 기교 섞인 연주를 위해 약지(넷째손가락)를 독립적으로 움직이려고 연습을 하다 무리를 하여 결국탈이 나고 맙니다. 약지는 다섯 손가락 중 가장 약한 손가락입니다. - P159

 이들은 모두 슈만이 임의로 만들어낸 인물인데, 이 인물들은 슈만의 상상 속에 존재했던 가상의 단체인 ‘다비드 동맹‘의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다비드 동맹 무곡,
Op.6》은 이들이 등장하는 피아노곡입니다. 이 인물들은 마치 요즘 가상현실 게임 속 캐릭터와 비슷한데요. 예술가들의 상상력에는 언제나 시대를 앞서가는 대단함이 있습니다. - P160

그 무렵 슈만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고 맙니다. 형 율리우스와 친척 로잘리가 세상을 떠난 것이지요. 가족의 죽음은 어떤 식으로든 남은 사람에게 상처를 납깁니다. 아버지, 누나에 이어서 형과 사촌까지 세상을 떠나자 슈만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급기야 우울증에 걸려 4층 건물에서 투신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합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이후 그는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위대한 작곡가도 결국은 연약한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니까요. - P161

 슈만은 비크 선생으로부터 한창 음악을 배우던 스물네 살 무렵 그의 또다른 제자였던 일곱 살 연하의 에르네스티네 폰 프리켄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전제로 약혼까지 올립니다. 그러나 이후 스승의 딸인 열다섯 살의 클라라를 만난 후 약혼녀를 뒤로한 채 클라라와 사랑에 빠집니다. - P162

앞에서도 짧게 언급했지만,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를 알파벳기호로 바꾸면 ‘CDEFGABC‘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해서 슈만은 음악에 자신이나 그 음악의 주인공만 알아챌 수 있는 단어를 항상 숨겨놓았습니다. - P163

한동안 슈만의 클라라에 대한 감정이 증오와 복수심으로 변했는데,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1837년 슈만은 영국 출신 피아니스트 레이들라브와 사랑에 빠집니다. 지적이고 우아한 레이들라브가 라이프치히로 직접 찾아와 슈만을 만났다고 하니 그들도 보통 사이는 아니었을 겁니다. 슈만은 레이들라브에게 《환상소곡집,
Op.12>를 작곡해 헌정하고 급기야 결혼까지 생각하지만, 다시 클라라에게로 돌아갑니다. - P164

 당시에는 스물한 살 이하의 미성년 여성은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결혼이 가능했으므로 어린 클라라와 결혼하려면 아버지 비크 선생의 허락은 슈만에게 꼭 넘어야 하는 산이었습니다. - P165

드디어 1840년 9월12일, 클라라의 생일 하루 전날 라이프치히 근교 쇠네펠트 교회에서 둘은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립니다. 처음 만나서 법정 공방까지 걸친 끝에 6년 만에 결혼에 성공한 겁니다. 라이프치히에는이들 부부가 신혼 때 살았던 슈만하우스가 있습니다. - P167

클라라와의 결혼으로 심리적 안정을 얻은 슈만은 창작력도 샘솟아 이후 여섯 권이나 되는 가곡집을 펴냅니다. 가히 ‘가곡의 해‘라고 불릴만했지요. - P169

슈만의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은 하이네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곡으로 그중 첫 번째 곡인 <아름다운 오월에>가 가장 유명합니다. 열두 달 중 만물이 소생하는 5월은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차분하면서도 애절한 피아노 선율을 타고 시작되는 바리톤의 중저음 목소리는 정말 감동적이지요. 이 노래를 들으며 세상의 모든 여자들은 클라라가 되기를 꿈꿉니다. - P170

클라라는 슈만의 부인이자 연인이기도 했지만, 그 자신이 당대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의 결혼 전 이름은 클라라 조세핀 비크Clara Josephine Wieck. 그녀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아버지비크와 소프라노 성악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 마리안의 둘째로 태어납니다. 클라라는 다섯 살 때부터 일찌감치 천재 소녀피아니스트라는 타이틀을 거머됩니다. - P171

그는 베토벤의 아버지가 베토벤에게 그러했듯, 클라라를 집 안에가둬둔 채 오로지 피아노 공부만 하게 했습니다. 클라라는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갔지요. 클라라는 독재자 같았던 아버지의 지나친 사랑으로 늘 답답했고, 그런 아버지가 지긋지긋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그와 같은 갑갑한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슈만과 결혼했는지도 모릅니다. - P172

슈만과 클라라는 슬하에 총 여덟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일찍세상을 떠난 아들 에밀을 제외한 나머지 자식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았습니다. 슈만 부부는 각자의 초청 연주 스케줄 때문에 둘다 바쁜 일상을 보냈습니다. 슈만은 클라라를 사랑하기도 했지만,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클라라의 그늘에 가리워진 자신의 위치에 대한 열등감으로 괴로워하기도 했습니다. 작곡가로서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지만 내심 무대에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였던 아내 클라라가 부러웠던 것이지요. - P172

슈만이 서른 살 되던해 결혼해서 마흔여섯 살에 세상을 떠났으니 슈만 부부의 결혼생활은 16년간 이어졌습니다. 클라라는 그사이 여섯 명의 아이를 낳았고, 슈만이 사망한 해에는 배 속에 유복자를 임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슈만보다 아홉 살 연하였으니, 서른일곱의 나이에 일곱 명의 아이를 건사해야 하는 청상 과부가 된 것이지요. - P173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라는 연주자로서의 커리어를비롯해 자신의 삶을 손에서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현실의 어려움 때문에 무너진다는 것은 클라라 자신이 스스로 택했던 결혼에대한 부정이요, 자신의 힘든 삶을 인정해버린 격이었을 테니까요. - P174

클라라는 실력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도 했지만 직접 창작한 곡들도 상당한 수준이었던 프로 작곡가였습니다. 물론 당대에는 슈만의 작품이 우선적으로 출판되느라 그녀의 작품은 그 뒤에 가려졌지만 최근에는 클라라 슈만이 작곡한 작품들도 자주 연주되는 추세입니다. 그녀가 창작한 곡중 1841년 스물두 살에 작곡한 <스케르초 제2번 C단조 Op.14>를 추천합니다.  - P174

 사랑하는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계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그들만의 언어와 세계를 창조합니다. 누가 들을세라 서로를 애칭으로 부르고 암호를 만들어 은밀한 대화를 나눕니다. 슈만과 클라라 역시 그러했습니다. - P175

슈만은 자신이 남긴 유일한 피아노 협주곡인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의 도입 부분에서 이 클라라 코드를 사용합니다. 전공자가 아니면 조금 어려운 설명일 수 있겠지만, 그들 사이에 음악적 암호가 있었다는 정도만 이해하셔도 충분합니다. - P175

슈만은 일찍부터 피아노 협주곡을 완성시키고 싶었지만 ‘환상곡‘이라는 제목의 1악장만 발표하고 전 악장을 구성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 후 클라라의 격려와 위로에 힘입어 용기를 내서 나머지 2. 3악장을 완성합니다. 즉,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은 클라라를 위한, 클라라에 의해 탄생한 곡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 P176

 이 시절 슈만은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분에 이듬해부터 점차 몸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귓속에서 계속 노랫소리가 들리는 청력 이상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 P177

말년에 슈만은 라인강에 투신하여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지만,
생전(1850년)에 그는 <교향곡 제3번 ‘라인‘ E♭장조, Op.97>을 작곡하여 이 도시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 P178

그는 심신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1854년 2월, 마지막 작품인 <유령변주곡, WoO.24>를 완성하고 라인강에 투신합니다. 다행히 지나가던 낚시꾼에 의해 구조되고 청년 브람스가 그를 도와 슈만은 죽음으로부터 목숨을 건집니다. - P180

생의 많은 기간을 우울증으로 힘들어 했던 그였지만, 슈만의 음악에는 은밀함과 은유로 빚어낸 환상이 가득합니다. 슈만의 음악은 바흐나 베토벤처럼 형식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슈만은 그저 자기 감정이 흐르는 대로 마음껏 솔직하게 음악 안에서 유영했습니다. - P181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는다‘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오늘 하루, 슈만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 소중한 것들에 대해 음미하고 감상하는 하루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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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카에 대해 생각했다.왜 유서를 훔쳤을까?
유카는 유산 때문에 사람을 죽이거나 할 아가씨는 아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가난을 못 견디는 성격이지만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위험한 도박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두 모녀에게는 지금도 그 정도의 재력은 있을 것이다. - P216

그렇다면 유카가 유서를 훔친 이유도 설명이 된다. 엄마가동반자살 사건의 범인이라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훔친 것이다. 어쩌면 엄마가 딸에게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살해당한 걸까? 동반자살 사건과는 상관없이 유산 상속분을 늘리기 위해 소스케, 요코, 나오유키 중 누군가가 죽인 걸까? - P217

얘기를 마치자 경감은 만족스러운 듯 턱을 쓰다듬었다.
"고맙습니다."
"뭘요. 저기, 지금 하신 질문들은 연못에서 발견한 발자국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넌지시 물어봤더니 경감의 얼굴색이 변했다.
"누구한테 들으셨습니까?" - P218

"아직 단정하긴 그렇습니다만 만약 그게 범인의 것이라면상당히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형태가 선명하지 않아서 누구를 지목하는 건 어렵겠지만요."
"범인은 유카 양의 방을 나온 뒤 연못을 건너 어디론가 도주했겠군요."
외부인이 범인일 거라는 내 말에 경감은 다른 의미가 포함된 대답을 했다. - P219

"역시 좋은 찻잔을 쓰는군요." 야자키는 한모금 마신 뒤 찻잔을 들어 올리며 그렇게 말하더니 그대로 시선을 내 쪽으로옮겼다. "예전에 다도를 가르치신 적이 있다고 하던데…
"아아...……… 옛날 일인걸요."
그런 얘기를 기쿠요 부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남자가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 걸까? 그러자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경감이 말했다. - P220

"다도는 저도 잠깐 배운 적이 있죠. 그런데 거품을 잘 내는게 참 어렵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고생했답니다." 나는 적당히 얘기를 맞춰주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서투른 건 당연한 거군요." - P221

"어쩌면 혼마 씨에게 먹이려고 했는지도 모르죠. 잠을 재우면 유서를 훔치는 게 훨씬 쉬울 테니까요.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지만요."
"나이가 들면 일찍 잠자리에 든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경감님은 반년 전의 동반자살 사건과 이번 사건이 관계가 있다고 보세요?" - P222

"무엇보다 왜 하필 이곳을 범행 장소로 택했을까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다른 장소, 예를 들면 기리유 씨가 자살한 절벽 같은 곳을 선택하는 게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요." 열띤 어조로 말하던 경감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이상하게과거 사건에 집착하게 됩니다. 우선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인데 말입니다." - P223

"조만간 이치하라 집안사람들의 모임이 있어. 모두 회랑정이라는 료칸에 묵을 거야. 다카아키 씨는 되도록 그때 자기 아들을 사람들한테 소개하고싶대. 그러니까 그전에 너에 대해 보고를 했으면 해."
지로는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내키지 않아도 역시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나는 확신했다. - P224

사고 당일 밤, 나는 내가 묵고 있는 방의 유리창을 열어두었다. 그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을 감았지만 잔뜩 흥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재미있는 장난을 생각해 낸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날 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상조차 할 수없는 비극이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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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냉철한 지성만으로 작곡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마십시오.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음악은 작곡가의 영혼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영감에 의한 것입니다.
이 영감은 늘 오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언제나 노력해야 합니다.
내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우리는쉽게 나태해지고 무감각해질 것입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1878년 3월,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 중 - P214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에겐 그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한 인물이 한명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입니다. 그는 1893년, 53세의 나이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누군가는 콜레라로 인한 감염 때문이라고하고, 누군가는 다른 성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가 공부했던 법률학교 출신들의 비밀 모임에서 죽음을 강요당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 P217

그는 비록 늦은 출발을 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졸업 후엔 모스크바 음악원의 화성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작곡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러시아적 색채와 서유럽 음악을 융합해 자기만의 인장이 있는 음악을 창조했던 차이콥스키는 7곡의 교향곡(교향곡 제1번~제6번과 만프레드 교향곡 포함)을 비롯해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창작했습니다. - P218

차이콥스키의 삶과 그가 창작했던 러시아 음악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민족주의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 P219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가들 중에는 의외로 러시아 출신이 많습니다. 특히 19세기 이후에 등장한 음악가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장에서 다루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나 피아노 협주곡으로 유명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khmaninov등이 대표적이지요. - P220

열한 살에 부모와 떨어져 기숙학교에서 법률 공부를 했던 차이콥스키는 재학 중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외로움에 지친 소년에게 법률학교 기숙사 생활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차이콥스키에게 동성애 기질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는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성격으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 P223

 그는 매일 불면의 밤을 보내며 편두통에 시달렸고, 가벼운 간질 증세도 보였습니다. 1866년 작곡한 그의 초기작인 <교향곡 제1번 G단조 Op.13>의 1악장 제목은 ‘겨울날의 환상인데 그는 음악 안에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2악장 제목은 ‘음산한 대지, 안개 낀땅‘입니다. 차이콥스키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긴 제목이지요.
그의 음악은 형식이나 규칙보다는 이처럼 정서와 아름다움이 강조되었습니다. - P225

첫사랑의 실패로 큰 상처를 받은 차이콥스키는 여동생 샤샤가 살고 있는 카멘카로 떠납니다. 그곳은 그에게 고향처럼 따뜻했던곳이었지요. 그는 삶의 온기가 필요할 때마다 언제나 그곳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차이콥스키의 작품들 대부분은 이무렵에 작곡되었습니다. <환상곡 ‘로미오와 줄리엣>, <교향곡 제2번C단조, Op.17>, <교향곡 제3번 D장조, Op.29>, <교향적 환상곡 ‘템페스트>, <백조의 호수, Op.20>(이하 <백조의 호수>), 러시아 민요를 피아노에맞게 편곡한 50곡의 가곡, 3개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스페이드여왕>, <마제파> 등이 이 시기에 작곡된 작품들이지요. - P226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의 널리 알려진 전설을 재구성한 내용에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입힌 작품입니다. 1876년에 완성되어 이듬해 봄 모스크바에서 초연되었는데, 당시에는 춤을 추기에 적절한 반주라기보다는 독자적인 기악곡처럼 연주되어 너무 교향악적인 음악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발레 장면을 능가할 만큼 볼륨감 있는 음악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 P227

<백조의 호수>는 전체 4막 가운데 2막이 가장 아름답고 유명합니다. 지그프리트 왕자는 달이 비치는 숲속 호숫가에 친구들과사냥을 나갔다가 자기 앞으로 날아드는 백조 떼를 만납니다. 백조 떼는 갑자기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데 그 가운데에서 아름다운 오데트 공주를 발견한 왕자는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알고 보니 그녀는 마법사 로트발트로 인해 낮에는 백조였다가 밤에만 사람으로 변하는 저주에 빠져있었습니다. - P228

저는 내면의 처연함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차이콥스키의 대표작으로 《사계, Op.37a》(이하 <사계>를 꼽습니다. 그가 서른여섯 살에 작곡한 이 작품은 《누벨리스크》라는 월간지에 매월 한 곡씩 소개되었던 피아노 소품입니다. 매월 한 곡씩 발표했으니 1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2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월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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