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냉철한 지성만으로 작곡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마십시오. 우리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음악은 작곡가의 영혼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영감에 의한 것입니다. 이 영감은 늘 오는 것이 아니므로 우리는 언제나 노력해야 합니다. 내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면 우리는쉽게 나태해지고 무감각해질 것입니다."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1878년 3월, 폰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 중 - P214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소설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에겐 그 사람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한 인물이 한명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입니다. 그는 1893년, 53세의 나이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누군가는 콜레라로 인한 감염 때문이라고하고, 누군가는 다른 성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가 공부했던 법률학교 출신들의 비밀 모임에서 죽음을 강요당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 P217
그는 비록 늦은 출발을 했지만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졸업 후엔 모스크바 음악원의 화성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작곡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러시아적 색채와 서유럽 음악을 융합해 자기만의 인장이 있는 음악을 창조했던 차이콥스키는 7곡의 교향곡(교향곡 제1번~제6번과 만프레드 교향곡 포함)을 비롯해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창작했습니다. - P218
차이콥스키의 삶과 그가 창작했던 러시아 음악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민족주의라는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 P219
우리가 알고 있는 클래식 음악가들 중에는 의외로 러시아 출신이 많습니다. 특히 19세기 이후에 등장한 음악가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이번 장에서 다루는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나 피아노 협주곡으로 유명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khmaninov등이 대표적이지요. - P220
열한 살에 부모와 떨어져 기숙학교에서 법률 공부를 했던 차이콥스키는 재학 중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외로움에 지친 소년에게 법률학교 기숙사 생활은 매우 힘들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차이콥스키에게 동성애 기질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는 내성적이고 수줍음 많은 성격으로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 P223
그는 매일 불면의 밤을 보내며 편두통에 시달렸고, 가벼운 간질 증세도 보였습니다. 1866년 작곡한 그의 초기작인 <교향곡 제1번 G단조 Op.13>의 1악장 제목은 ‘겨울날의 환상인데 그는 음악 안에서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2악장 제목은 ‘음산한 대지, 안개 낀땅‘입니다. 차이콥스키의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긴 제목이지요. 그의 음악은 형식이나 규칙보다는 이처럼 정서와 아름다움이 강조되었습니다. - P225
첫사랑의 실패로 큰 상처를 받은 차이콥스키는 여동생 샤샤가 살고 있는 카멘카로 떠납니다. 그곳은 그에게 고향처럼 따뜻했던곳이었지요. 그는 삶의 온기가 필요할 때마다 언제나 그곳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차이콥스키의 작품들 대부분은 이무렵에 작곡되었습니다. <환상곡 ‘로미오와 줄리엣>, <교향곡 제2번C단조, Op.17>, <교향곡 제3번 D장조, Op.29>, <교향적 환상곡 ‘템페스트>, <백조의 호수, Op.20>(이하 <백조의 호수>), 러시아 민요를 피아노에맞게 편곡한 50곡의 가곡, 3개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스페이드여왕>, <마제파> 등이 이 시기에 작곡된 작품들이지요. - P226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의 널리 알려진 전설을 재구성한 내용에 차이콥스키가 음악을 입힌 작품입니다. 1876년에 완성되어 이듬해 봄 모스크바에서 초연되었는데, 당시에는 춤을 추기에 적절한 반주라기보다는 독자적인 기악곡처럼 연주되어 너무 교향악적인 음악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발레 장면을 능가할 만큼 볼륨감 있는 음악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 P227
<백조의 호수>는 전체 4막 가운데 2막이 가장 아름답고 유명합니다. 지그프리트 왕자는 달이 비치는 숲속 호숫가에 친구들과사냥을 나갔다가 자기 앞으로 날아드는 백조 떼를 만납니다. 백조 떼는 갑자기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데 그 가운데에서 아름다운 오데트 공주를 발견한 왕자는 그녀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런데알고 보니 그녀는 마법사 로트발트로 인해 낮에는 백조였다가 밤에만 사람으로 변하는 저주에 빠져있었습니다. - P228
저는 내면의 처연함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차이콥스키의 대표작으로 《사계, Op.37a》(이하 <사계>를 꼽습니다. 그가 서른여섯 살에 작곡한 이 작품은 《누벨리스크》라는 월간지에 매월 한 곡씩 소개되었던 피아노 소품입니다. 매월 한 곡씩 발표했으니 1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2곡으로 구성되었으며 월마다 소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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