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유카에 대해 생각했다.왜 유서를 훔쳤을까?
유카는 유산 때문에 사람을 죽이거나 할 아가씨는 아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가난을 못 견디는 성격이지만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위험한 도박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두 모녀에게는 지금도 그 정도의 재력은 있을 것이다. - P216

그렇다면 유카가 유서를 훔친 이유도 설명이 된다. 엄마가동반자살 사건의 범인이라는 걸 알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훔친 것이다. 어쩌면 엄마가 딸에게 부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왜 살해당한 걸까? 동반자살 사건과는 상관없이 유산 상속분을 늘리기 위해 소스케, 요코, 나오유키 중 누군가가 죽인 걸까? - P217

얘기를 마치자 경감은 만족스러운 듯 턱을 쓰다듬었다.
"고맙습니다."
"뭘요. 저기, 지금 하신 질문들은 연못에서 발견한 발자국과 관계가 있는 건가요?"
넌지시 물어봤더니 경감의 얼굴색이 변했다.
"누구한테 들으셨습니까?" - P218

"아직 단정하긴 그렇습니다만 만약 그게 범인의 것이라면상당히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형태가 선명하지 않아서 누구를 지목하는 건 어렵겠지만요."
"범인은 유카 양의 방을 나온 뒤 연못을 건너 어디론가 도주했겠군요."
외부인이 범인일 거라는 내 말에 경감은 다른 의미가 포함된 대답을 했다. - P219

"역시 좋은 찻잔을 쓰는군요." 야자키는 한모금 마신 뒤 찻잔을 들어 올리며 그렇게 말하더니 그대로 시선을 내 쪽으로옮겼다. "예전에 다도를 가르치신 적이 있다고 하던데…
"아아...……… 옛날 일인걸요."
그런 얘기를 기쿠요 부인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남자가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는 걸까? 그러자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경감이 말했다. - P220

"다도는 저도 잠깐 배운 적이 있죠. 그런데 거품을 잘 내는게 참 어렵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고생했답니다." 나는 적당히 얘기를 맞춰주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서투른 건 당연한 거군요." - P221

"어쩌면 혼마 씨에게 먹이려고 했는지도 모르죠. 잠을 재우면 유서를 훔치는 게 훨씬 쉬울 테니까요.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지만요."
"나이가 들면 일찍 잠자리에 든답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경감님은 반년 전의 동반자살 사건과 이번 사건이 관계가 있다고 보세요?" - P222

"무엇보다 왜 하필 이곳을 범행 장소로 택했을까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다른 장소, 예를 들면 기리유 씨가 자살한 절벽 같은 곳을 선택하는 게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요." 열띤 어조로 말하던 경감이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이상하게과거 사건에 집착하게 됩니다. 우선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 게 급선무인데 말입니다." - P223

"조만간 이치하라 집안사람들의 모임이 있어. 모두 회랑정이라는 료칸에 묵을 거야. 다카아키 씨는 되도록 그때 자기 아들을 사람들한테 소개하고싶대. 그러니까 그전에 너에 대해 보고를 했으면 해."
지로는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내키지 않아도 역시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걸 나는 확신했다. - P224

사고 당일 밤, 나는 내가 묵고 있는 방의 유리창을 열어두었다. 그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도록.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을 감았지만 잔뜩 흥분해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재미있는 장난을 생각해 낸 어린아이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날 밤,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상조차 할 수없는 비극이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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