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문명이 지배하는 국가의 노동자들은 기묘한 환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것은 여러 세기에 걸쳐 불쌍한 인류를 괴롭혀온 개인적, 사회적 재앙을 줄줄이 몰고 다니는 환각이다. 그것은 일에 대한 애착 또는 노동에 대한 처절한 열정인데 각 개인과 그 후손의 생명력을 고갈시킬 정도에 이르렀다. - P9
나는 기독교인도 경제학자도 도덕가도 아니지만, 자본가들의 심판에호소하기보다는 그들이 믿는 신의 심판에 호소하려고 한다. 아울러 종교와 경제와 자유사상에 대해 자본가들이 늘어놓는 윤리에 주목하기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에 주목하고자 한다. - P10
장사꾼 같은 선교사들과 선교사 같은 장사꾼들이 기독교와 매독과 ‘노동의 교리‘로 타락시키지 못한 고귀한 미개인들을 보라. 그리고 기계의 노예로 전락해버린 우리의가련한 노동자들을 보라. - P10
스페인은 유감스럽게도 타락일로에 있지만, 공장의 수가 아직까지는 프랑스에 있는 감옥과 막사의 수보다 적다는 사실을 자랑거리로 삼을 수 있다. - P11
르플레 (19세기에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피에르 기욤 프레데릭 르플레를 가리킴-옮긴이)는 우리가 동의하기 어려운 사회학적 결론을 도출하긴 했지만 관찰력만큼은 인정해줄 만한 사람이다. 그는 박애적이고 기독교적인 프루동주의로 오염된 저서 <유럽의 노동자>(1885)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게으른 성향이 있는 바슈키르 족(우랄산맥의 아시아쪽 비탈진 곳에 거주하는 반(半)유목민족은 유목생활을 한가로이 즐기며, 명상하는 습관을 천부적으로 타고났다. 이러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그들의 각 사회계층은 상대적으로 더 발전한문명의 상응하는 사회계층보다 세련된 예의범절을 갖추고 있고 지능과 판단력이 더 뛰어나다.... 바슈키르 족이 가장 싫어하는 일은 농사다. 그들은 농사만 제외하고는 무엇이든 할 사람들이다." 사실 농사는 역사상 최초의 노예노동이었다.
•각주 일부 발췌. - P11
예수는 산상수훈에서 게으름에 대해 이렇게 설교했다. "들에 핀백합화를 생각해보아라. 그것은 힘들여 일하지도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결코 그 꽃 한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지는 못했다. - P12
반면에 노동이 삶의 필요조건인 민족은? 오베르뉴인, 영국 제도(諸島)의 오베르뉴인인 스코틀랜드인, 스페인의 오베르뉴인인 갈리시아인, 독일의 오베르뉴인인 포메라니아인, 아시아의 오베르뉴인인 중국인이다. - P12
우리 사회에서 노동 자체를 좋아하는 계층은? 소농과 상점주인이다. - P12
그런가 하면 문명화한 국가의 모든 생산자를 아우르는 위대한 계급이자 스스로 해방됨으로써 인류를 노역에서 해방시키고, 그리하여인간이라는 동물을 자유로운 존재로 만들 계급인 프롤레타리아는 자신의 본능을 거부하고 역사적 사명을 무시하면서 스스로를 노동의 교리로 더럽혔다. 그 대가는 무시무시했다. - P13
1770년에 런던에서 《통상론》이라는 작자 미상의 소책자가 나돌아 화T제가 된 적이 있다. 대단한 박애주의자인 저자는 분개하면서 이렇게말했다. "영국의 공장노동자는 자신이 영국인이기에 다른 나라의 노동자보다 더 자유롭게 살 권리와 특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생각은 용기를 북돋워주기 때문에 군인에게는 유용할지 모른다. 하지만 공장노동자는 이런 생각을 덜 할수록 자신과 국가를 위해 더 낫다. 노동자는 상급자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영국처럼전체 인구의 8분의 7 정도가 무산자인 상황에서 이런 사고방식을 장려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 영국의 노동자가 현재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받는 임금으로 일주일에 엿새 일하려고 해야만 문제가 해결된다." - P13
《통상론》의 저자는 게으름을 근절하고 게으름에서 비롯되는 자긍심과 독립심을 억제하려면 이상적인 노역장에 빈민들을 수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 노역장은 "하루 14시간의 근무시간 가운데 식사시간을 제외한 12시간 동안 끊임없이 일만 해야 하는 끔찍한 장소 여야 한다고도 했다. - P14
하루 12시간의 노동! 이것이 18세기의 박애주의자와 도덕가들이 제시한 이상이었다. - P14
강제노동의 비참과 배고픔의 고문이 성경에 나오는 메뚜기 떼보다도 많이 프롤레타리아에게 엄습하는 현실은 프롤레타리아 스스로가 초래한 결과다. 1848년 6월에 노동자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노동을달라고 요구했고, 자신들의 가족에게도 노동이 부과되도록 했다. - P15
가련한 여인들은 아기를 업고 광산이나 공장으로 가서 허리를굽히고 기진맥진할 때까지 일할 수밖에 없게 됐다. 노동자는 자기 손으로 삶을 파괴하고 자녀들의 기력을 쇠진시켰다. - P15
건강한 열정이 주는 즐거움을 모르니 그런 즐거움에 대해 흥겹게 이야기할 줄도 모를 것이다! 아이들은 어떠한가? 12시간이나 일해야 한다니, 참으로 비참한 일이다! - P16
우리 시대를 노동의 시대라고들 한다. 그러나 실상은 고통과 비참과 타락의 시대다. - P16
엉터리 낭만주의자인 빅토르 위고에서 엉성하고 기괴한 폴 드코크에 이르는 부르주아 문학가들, 이들 모두는 ‘노동‘의 장남 격인 ‘진보‘라는 신에 대한 역겨운 찬미가를 노래해댔다. - P16
그들은 지난 시대의 먼지더미를 뒤적여 봉건시대의 비참한 모습을 찾아내어 오늘날의 즐거운 모습과 음침하게 대조시킨다. 만족스러워하는 그들에게, 과거에는 귀족의 식탁에서 시중을 들다가 이제는 부르주아에게 글로 시중을 들면서 넉넉한 보수를 받는 그들에게 우리가 진저리를 냈는가? - P16
빌레르메 박사는 알자스의 제조업에 대해 말한다. 산업적 박애주의와 공화주의의 정수를 보여준 케스트너와 돌퓌의 알자스에 대해 이야기한다. - P17
50년 전, 그러니까 근대기계산업이 태동하던 무렵인 1813년에 뮐루즈의 노동자들은 모두 대지의 자녀였다. 그들은 그 도시와 주위의 마을에 살면서 거의 모두가집을 소유하고 있었고, 약간의 토지를 소유한 노동자도 많았다." 말하자면 그 시기가 노동자들의 황금기였다는 얘기다. - P17
그러나 그로부터25년 뒤에 빌레르메가 알자스를 방문했을 때에는 현대의 미노타우로스인 자본주의 작업장이 그 일대를 점령한 상태였다. - P17
빌레르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만 7천 명 가운데 5천 명이나 되는 엄청난 수의 노동자들이 비싼 집세를 내며 근처 마을에 묵었다. 공장에서 5~6킬로미터 정도나떨어진 곳에 사는 노동자들도 있었다." - P18
"최소 15시간의 노동이라는 고통스러운 일과를 마친 그 가련한사람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도착하기까지 먼 길을 다시 걸어가야한다. 마침내 집에 도착하면 파김치가 된 상태에서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아침이 밝으면 피로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 출근시간에 늦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 P18
이번에는 시내에서 숙박하는 사람들의 집, 그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닭장 같은 집을 들여다보자. - P19
빌레르메는 공장의 노동에 대해 말하다가 이렇게 덧붙인다. "그것은 노동이라고도, 일이라고도 볼 수 없다. 예닐곱 살 된 아이들에게가하는 고문이다. 방적공장에서 날마다 긴 시간 계속되는 이러한 고문이 노동자들을 소모시킨다." - P19
아닌부르주아 혁명의 원칙이 비참하게 사산된 션깅이 아닌가! ‘진보‘라는 신이 내린 끔찍한 선물이다.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부자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일을 주는 자들을 박애주의자들은 인류의 은인이라며 칭송한다. - P20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노동자들에게 이런 말만 되풀이한다. "일하라. 사회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 - P20
드 트라시의 제자인 셰르뷜리에는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노동자들은 생산자본의 축적에 협조함으로써 자신들의 임금 가운데 일부를 빼앗기는 상황을 자초한다." - P20
게다가 영국 국교회의 타운센드 목사는 기독교도의 순종적 태도라는 미명 아래 다음과 같이 설교한다. "일하라. 밤낮으로 일하라. 노동을 통해 그대들의 빈곤은 심해지고, 그러면 우리는 그대들에게 노동을 법적 강제에 의해 부과할 필요가 없어진다. (중략)" - P21
프롤레타리아는 경제학자들의 헛소리를 들으면서 노동이라는 악덕에 자신의 육체와 영혼을 다 바친다. 사회 전체를 과잉생산이라는산업적 공황 상태로 내몰아 사회라는 유기체에 혼란을 초래한다. - P21
노동의 도그마에 의해 짐승처럼 취급되는 프롤레타리아는 겉치레에 불과한 번영의 시기에 자기에게 스스로 과도한 노동을 부과했기 때문에 그토록 비참한 처지가 됐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밀을 쌓아둔 창고를 찾아가서 이렇게 외쳐대지 않는 것이다. "배가 고픕니다. 밥을 먹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은 동전 한 푼 없는 거지신세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밀을 수확하고 포도를 거둬들인 것은 바로 우리가 아닙니까." - P21
노동자들은 공황의 시기를 이용해 자기들이 만든 제품을 다 유통시키거나 모두 휴가를 갖기는커녕 굶주림으로 다 죽어가는 태도로공장을 찾아가 문을 두드린다. 쇠약한 몸에 창백한 얼굴을 하고 제조업자를 찾아가 가련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자비로운 샤고 씨, 다정다감한 슈나이더 씨, 우리에게 일을 주십시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배고픔이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입니다." - P23
낮이 지나면 밤이 찾아오듯 과도한 노동의 시기가 지나 산업공황이 도래하여 해고와 빈곤이 끝없이 계속되면 필연적으로 파산이 따라온다. - P23
그러면 은행가 로스차일드가 대꾸한다. "당신 창고에는 20수(Sou, 프랑스의 옛 화폐단위 -옮긴이)짜리 양말 2만켤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그것을 켤레당 4수에 인수하겠소." 은행가는 매입한 양말을 수나 8수에 내다팔면서 그 누구에게도 단 한푼도 떼어줄 필요가 없는 이익을 거둔다. - P24
그러나 오늘날의 제조업자들은 그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창고에 쌓이는 상품을 내다 팔 시장을 찾아 전세계를 돌아다닌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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