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성으로 부르는 노인네 습관은 피하고 이름으로 가유스 군, 기기나 군이라고 부르겠네."
나는 끄덕이기만 했다. 몰딘이 말을 잇는다.
실은 자네들 두 사람에게 내 특별 임무에 따른 에리다나 안내와 신변 경호를 부탁하고 싶어. 지금 이 순간부터." - P111

"최근엔 흑룡 한쪽을 쓰러뜨렸다는 것도 들었고."
기기나의 얼굴에는 명확한 의심이 있었다.
"에리다나 안내에 현지인을 고용하는 것은 이해하겠어."
입술에서는 험악한 느낌을 포함한 말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누군지도 모른 채 끌려왔는데 갑자기 호위를 맡으라니.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은데." - P112

"그리고 일부러 우리 같은 외부 공성주식사를 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기기가 말한 대로입니다. 몰딘 추기경장 예하께는 소위 ‘12 익장‘이라 불리는 정예 부대 공성주식사들이 따르고 싶어할 텐데요."
나는 생각나는 대로 그들의 이름을 대보았다. - P112

"하지만 그 12억장은 누구 하나 이 자리에는 없어."
몰딘이 말을 이었다.
"그들을 데려올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나 몰딘 추기경장의 특수 임무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 P113

"그럼 내 ‘관광 안내‘를 명한다."
이해할 수 없어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추기경의 호위들은 내 질문이 담긴 시선에서 눈을 피했다. - P113

12억장이라는 근엄하고 눈에 띄는 인간을 데리고 다니면 관광을 즐길 수 없겠지? 그래서 자네들이 필요한 거야."
추기경장이 일어섰다.
"자, 지금부터 에리다나 축제로 들떠 있는 거리에 나가보지." - P113

헤로델을 보았다. 내 악우는 콧수염의 잔상이 남을 정도로 고속으로 얼굴을 피했다. - P113

길거리 공연, 불꽃놀이, 음악, 춤, 연극, 그리고 길과 다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파도.
가냘픈 아를리안 인, 왜소한 노르그무 인, 거인들만 있는 란도그인, 고양이처럼 온몸이 모피로 덮이고 삼각형 귀가 있는 아냐 인까지 있어서 인류 각 종족의 홍수가 되었다.
그것은 월급날의 창관처럼 대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에리다나 거리 전체가 노래, 춤으로 흔들리고 있다. - P114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호송범이 되려고 온 것이 아니야. 관광을 하러 온 거다."
가볍게 손을 내젓고 몰딘 추기경장은 걷기 시작했다. 황급히 호위들이 경비망을 이동시킨다. - P115

"확실히 에리다나에서는 법의 차림 신부나 목사 등 수십 명이 걸어 다녀도 눈에 띄지 않지요. - P115

우선은 내가 지각안경으로 음료수 성분을 확인하고 다음으로 입에 대고 혀끝에서 굴려본다. 이상이 없다는 걸 알고 나서 추기경장에게 잔을 돌려준다.
"과연, 노점이라고는 해도 안심해선 안 된다는 것이로군." - P115

"바렌하이트의 무명시대의 진부한 시가 떠오르는군."
"일설에 의하면 원래 노래는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바렌하이트가 개작했다고 합니다." - P117

"유스 군은 음악까지 잘 아는 것 같군."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학창시절에 저작에 손을 댔을 것뿐만 아니라 바렌하이트와는 실제로도 만난 적이 있다. 최악의 학자이며 시인이었다.
"하지만 기습이 유래라니, 나한테 어울리는 거리야." - P117

예외 없이 고위 주식사가 되기를 원하는 츠에 베른 용황국에서 몰딘은 주식에 관한 재능을 전혀 갖지 못했다. 병약한 팔푼이라 불렸지만 한편으로 지성과 견식이 높아 차기 오제스 선왕에 추천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장남인 쌍둥이형 아스에리오의 미움을 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성직자가 되어 교회에 들어가게 된다. - P117

마침내 그는 교황 유리나스 IV세를 퇴위시키고 신수파를 소탕했다. 꼭두각시인 데레크 II세의 즉위를 성공시키고 자신은 추기경장으로 자리 잡았을 때, 사람들은 몰딘이 선량하고 순진무구한 이가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던 것이다. - P118

기기나 본인은 타인의 시선조차 무시하고 멈춰 서 있었다. 전사의 시선은 길가의 한 가게에 쏠려 있다. 오래된 의자를 향한 시선은 열을 띠고 있었다.
나는 축제의 열광적인 모습을 보고 있었다. - P118

"정말로 관광을 즐기시는군요. 혹시나 몰딘 예하는 본인이 황국의 중요 인물이라는 사실을 잊은 것 아니십니까?"
"아닐지도 몰라." - P119

수많은 무리가 걸어가는 보도 위와 빌딩 벽면에는 입체 광학 영상, 광고 영상에서 보도 프로그램으로 바뀐다.
(중략)
영상 안에서 몰딘 추기경장이 의자에 앉아 깍지 낀 손 위에 턱을 얹고서 말하고 있었다. 보도 기관의 요구에 의견을 말하고 있는 모양이다. - P119

화면의 몰딘이 말을 이어가자 눈앞에 있는 진짜 몰딘 추기경장은눈을 피하며 거리를 바라보았다. 입가에는 쓴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 P119

몰딘 추기경장은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짓고 있다.
"나한테는 죽은 아스에리오 외에 다른 형제는 없어."
"그렇다면 어떻게 된…." - P120

"저것을 연기하는 것은 12익장 중 한 사람인 제논 칼 다리우스다.
어떤 인간으로도 변장하여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는 연극의 천재지."
몰딘이 즐거운 듯한 목소리로 계속했다.
"평소에도 변장하고 있어서 나도, 제논 군 본인도 자기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린애인지 노인인지, 맨얼굴조차 잊어버릴 정도야." - P120

들을수록 이 인물의 엉뚱한 사고와 그 이상으로 편집증적인 조심성과 이상한 취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정적이 보낸 암살자나 순교 자객까지 연중행사처럼 끊이지 않으니까. 요즘엔 동방에서 온 암살자까지 나를 노리고 움직이는 모양이야." - P121

설명을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몰딘의 눈에는 기대하는 빛이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실제로 보이기로 했다.
손에 들고 있던 빈 종이컵을 던져 허리의 마장검 가드에서 주식을 전개. 포물선의 궤도가 불꽃과 함께 변화, 수평으로 비상하더니다시 궤도가 변화, 휴지통 상공에서 직각으로 굽어지며 수직 낙하했다. - P121

"초산칼륨 75퍼센트, 유황 10퍼센트, 목탄 15퍼센트를 합성하여검은 화약을 생성. 남은건 기초전자 주식으로 순차 발화시켜 궤도를 바꾼다. 저 불꽃도 이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야말로 현대는 주식의 세기로군." - P122

"유감스럽게도 주식은 만능 마법이 아닙니다. 물리적 제약에 지배되는 단순한 기술입니다."
연극에 눈길을 향한 몰딘에게 말을 던졌다.
"예를 들어 한 개의 수소 원자를 원소 주기표로 바로 옆에 있는헬륨으로 변환시키려면 태양과 같을 정도인 2,500억 기압, 수백만도의 고열로 정(正)의 전하로 반발하는 수소원자를 핵융합시켜야합니다." - P122

그러나 원래 학구파였던 추기경장은 따분해하지 않는 것 같았다.
"보통 주식사는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을 주장하는데 자네는 낙관하지 않는군." - P123

"비관적으로 낙관한다고나 할까요."
"주식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그리고 자네는 사람의 마음과 생각하는 힘을 과소평가하고 있어."
"어떤 위인이나 철학자의 말도 사상누각과 같다고밖에 생각할 수없는 것뿐입니다." - P123

"말장난은 이 정도로 하고 단것이라도 먹지 않겠나?"
추기경장이 가리키는 방향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노점이 있었다.
추기경장을 말리고 이번엔 내가 돈을 내기로 했다. - P123

사는 김에 헤로델과 호위들에게도 나눠주었다. 둘이서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것이 좀 창피했다. 기기나는 거부했다. 한 명정도는 경비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지. - P124

"어린이가 행복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천진하게 웃을 수 있는한 나는 이 세계를 긍정한다."
몰딘의 말이 번화가를 관통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속이고 배신하고, 피를 흘리고 죽여왔어. 앞으로도 그럴 테지. 부족하다면 그 위의 합리성을 추구하며, 그래도 부족하면 더욱 위의 합리성을." - P124

"그래, 관광 안내책자에 있던 우르크 요리 가게에 가고 싶어. 나는 뜨거운 우르크 요리라면 정신을 못 차리지."
내 어깨를 두드리고 몰딘이 걸어갔다. 멍하게 서 있던 헤로델과호위들의 비명이 등 뒤에서 쫓아왔다.
"각하, 갑자기 예정을 바꾸지 말아주십시오!" - P125

"격식을 갖춘 가게를 전세 내는 게 뭐가 즐겁지? 본토 가게 아무데나 들어가보는 것이 관광이지." - P125

에리다나의 가희 축제는 밤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다.
차에 흔들리며 나는 에리나의 야경을 보고 있었다. 검게 칠한 고급차는 쾌적했다. 옆에는 몰딘 추기경장이 앉아 있다.
"오랜만에 즐거웠다." - P128

"티엔룬 합의에 대한 라페토데스 7 도시 동맹 비준에 단호히 반대한다!"
"사람이 용, 기괴한 용모와 대화 같은 걸 할 필요는 없다!"
"츠에베른 용황국도 조약을 파기하라!"
사람들의 목소리에 몰딘이 쓴웃음을 지었다.
"티엔룬 조약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군." - P129

"하지만 라페토데스 7 도시 동맹이 황국에서 독립한 것은 고작해야 백 년 전의 일이야. 수백 년도 더 전인 황력 36년에 맺은 티엔룬조약을 동맹이 비준할 필요는 없었지."
몰딘의 목소리에 진지한 기운이 섞였다. - P129

"그들을 어리석다고 생각하나?"
내 움직임을 저지하듯이 몰딘의 질문이 스며들어왔다.
"무지와 빈곤이 결합하면 행진하는 수밖에 없겠죠."
"그들의 주장은 어떤 부분은 정당해. ‘기괴한 용모‘와 인간과의사이에 진짜 이해나 융화 같은 건 있을 수 없어. 모두가 사이좋게지내자는 말은 꿈같은 헛소리지." - P131

"적에게 가족이나 지인이 살해당했다면 조약이 허락하기 어려운 타협으로 생각되겠지요." - P131

조수석의 헤로델이 자리 위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이제 여기 머무르는 편이 위험합니다. 걸어서 린츠 호텔로 갑시다."
내가 먼저 밖에 나가서 차폐물 역할을 하면서 몰딘 추기경장을나오게 했다. 기기가 이어서 옆을 호위했다. 앞뒤의 차에서 호위들이 나와 더욱 굳건한 벽을 만든다. - P132

경관대와 시민이 서로에게 경찰과 간판을 휘두르며 격돌하는와중에 한 손에 카메라를 든 아젤이 뛰어다니고 있다.
아젤은 시민을 발로 차는 경찰에게 "어이, 권력의 개 신문에 잘나오게 좀 더 박력 있게 차봐!" 라고 지시하며 촬영했고 경찰차량을 쓰러뜨리는 시민에게는 "분위기에 휩쓸려 난동을 피운 지금 기분은?" 하고 물으며 기록하고 있다. - P132

대리석 기둥 사이에 있는 좁은 통로를 빠져나가자 작은 현관이 있었다. 헤로델이 휴대 주신기를 갖다대자 문이 열렸다.
"귀빈용 특별 출입구야. 자동승강기도 여기에서 직통으로 가는게 설치되어 있어." - P133

"헤로델, 앞으로의 경비 계획은 어떻게 되어 있지?"
"린츠 호텔 13층을 통째로, 그리고 위층과 아래층도 위장으로 빌렸어. 강력한 주식 결계와 경비 장치가 몇십 겹으로 쳐져 있어. 준전략급 공성주식의 직격을 맞아도 버틸 수 있어. 즉 백 퍼센트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지." - P133

"남은 건 호위하는 오제스 왕가의 기사들과."
호위들을 둘러보고 마지막으로 나와 기기나를 바라본다.
"가스와 기기가 감시해주면 만전을 기하는 것이지." - P133

"내일 아침부터 할 관광까지는 호위도, 안내도 필요 없어."
몰딘의 말에 헤로델이 안색이 변했다.
"각하, 호위를 물리시다니!"
"백퍼센트 안전하다고 말한 것은 헤로델 군이야." - P133

"게다가 헤로델 군과 유스 군도 오랜만의 재회라서 할 이야기가 많겠지? 오늘 밤은 추억담이라도 나누지 그래. 나는 좋은 상사라고 생각하지 않나?"
몰딘 추기경장이 혼자서 납득한다. - P134

"갑작스럽게 일을 부탁해서 미안해.
여섯 잔째의 제다 술을 정확히 반 정도 마신 헤로델이 입을 열었다.
"각하의 변덕 때문에 갑작스런 관광을 하게 되어 아무래도 현지사정에 밝고 신용할 수 있는 공성주식사를 생각했더니 너밖에 떠오르지 않았어."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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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켄 족은 언제 어디에서나 싸움밖에 생각 안 하나?"
"그런 일족이다."
"드라켄식 결혼식엔 순백의, 적의 목이라도 등장할 것 같다." - P108

"잘 알고 있군. 드라켄 족의 기다렐라 가문 풍습 같은 건 연구자들도 아는 사람이 적은데."
내 상상보다도 비스듬히 위쪽에서 더욱 도약하는 그 일족에 진저리가 난다. - P109

헤로델은 우리 대화를 무시한 채로 걸어 2층 건물 현관에 도착.
떡갈나무 문을 두드리자 잠시 후 안에서 문이 열렸다.
문으로 들어서자 곧바로 응접실이었다. 가운데 있는 응접실 세트 주위에는 일곱 명의 남자들이 서 있었다. - P109

일곱 명의 공성주식사가 에워싸고 있는 것은 응접세트의 가죽 소과, 우아하게 앉아 있는 것은 중년 남자였다.
백발이 섞인 검은 머리, 은테 안경 안쪽에 검은 눈동자가 차분히우리를 응시한다. 검은 바탕에 치밀한 은실로 짜인, 화려한 건지 수수한 건지 모를 법의를 입고 있다. - P109

남자는 석학 그 자체의 풍모였다. 입가에 웃음을 갖다붙인 것 같은 이 중년 남자가 그 자리의 중심이라는 걸 알았다.
기시감을 느꼈다. 분명 어딘가에서 이 남자를 본 적이 있다. - P109

헤로델은 내 악우에서 충실한 신하로 변모해 있었다.
"나의주군 몰딘 오제스 규네이 추기경 회의 의장 각하를 재회할수 있어서 기쁩니다." - P110

"몰딘 오제스 규네이라고?"
계시파 교회의 추기경 회의 의장이며황츠에리아르노스 VII세의 의지를 위임받은 전권 대사. 오제스 선황왕의 후견인이며 오제스 선황왕군 최고사령관 대리, 용황국의 최고 의사 결정 기관인 원탁 평의회의 일원이고 계시파 교회 독립 이단 검사관. - P110

눈앞에 있는 것은 츠엔베른 용황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중요인물, 게다가 황위 계승권 일곱 번째의 황족이었다. 화면으로밖에 본 적 없는 인물이 눈앞에 실제로 있는 것이다. - P110

기억을 더듬어 아버지가 가르쳐준 귀족의 예법을 떠올렸다. 헤로델을 따라 제1종 최경례를 하려고 하자 몰딘 추기경장은 손을 내저으며 거부했다.
"가유스 레비나 소렐 군. 나는 무의미한 일은 좋아하지 않네." - P110

어느샌가 물러나 있던 헤로데이 홍차 세트를 담은 은쟁반을 들고돌아왔다. 호박색 홍차가 자베지회사 제품 도자기 잔에 부어진다. 나는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
아는 사람을 일곱명정도 통하면 대통령이라도 만날 수 있다는말은 들었지만 악우 헤로델에서부터 바로 몰딘 예하에 다다른 놀라움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채였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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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에서는 현대 컴퓨터들이 비트라고 부르는 2진 상자를 내부 언어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사람들은 10진수를 잘 사용하는데 왜 컴퓨터는 2진수를 사용하는지 궁금한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번 장에서는 비트를 사용하지 않는 초기 계산 장치를 살펴봄으로써 왜 비트가 오늘날사용하는 기술에 어울리는 올바른 선택인지 배운다. - P91

1장에서 비트에 대해 논의한 내용은 상당히 추상적이었다. - P91

 조합 논리는 1장에서 설명한 불리언 대수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1장에서 했던 것처럼 여기서도 먼저 간단한기본 요소를 살펴보고, 이들을 조합해 더 복잡한 기능을 만들어낼 것이다. - P91

두 톱니바퀴가 맞물려돌아가면 각 톱니바퀴의 톱니 비율이 두 바퀴의 상대적인 회전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곱셈,
나눗셈, 기타 계산에 톱니바퀴가 유용하다. 톱니바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계산기로는 기원전 1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리스 제도에서 발견된 안티키테라Antikythera기계가 있다. - P92

톱니바퀴를 사용하지 않는 기계식 컴퓨터로는 영국의 성직자이자 수학자인 윌리엄 오트레드William Oughtred (1574~1660)가 발명한 계산자side rule 가 있다. - P92

계산자에는 로그 눈금이 매겨진 고정부와 이동부가 있다. 고정된 x의 로그 눈금과 움직이는 y로그 눈금의 기준선을 맞추면 그림 2-1처럼 두 수의 곱을 계산할 수 있다. - P92

역사적으로는 계수(숫자를 세는 행위가 계산 장치를 활용하는 주된 용도였다. 손가락이 열 개밖에 없기 때문에 (그리고 다른 용도로 손가락을 써야 한다는 이유로 인해) 기원전 18,000 년 전부터 탤리 막대tally stick를 사용해왔다. - P93

하지만 간단한 기계적 10진수 계산기는 차분 기관 같은 복잡한 금속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 P93

계산자와 손가락은 모두 1부터 10까지를 다룰 수 있다. 하지만 계산자에서는 1.1 등의 수를 표현할 수 있고 표현 방법도 아주 쉽지만, 뭔가 멋진 요술(현란한 손기술을 쓰거나 어쩌면 손가락을춤추듯 움직여야 할 것이다)을 쓰기 전에는 손가락으로 1.1을 표현할 수는 없다. 계산자는 수학적으로 연속적 continuous 이기 때문이다. - P94

전자기술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아날로그 analog는 연속적인 것을 뜻하며, 디지털digital은 이산적인 것을 뜻한다(라틴어로 손가락이 ‘digitus‘라는 점을 알면, 손가락이 디지털이라는 사실은 기억하기 쉽다). 여러분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계산자 같은 아날로그 컴퓨터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을 수도 있다. - P94

현대 컴퓨터는 아이들 대신 전자를 움직인다. 전기는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빛의 속도는 초당 3억 미터다(초당 10억 피트인 미국은 예외). 이런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을 아직 발견하지못했기 때문에, 컴퓨터에서 전자의 여행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부품을 가능한 한 가깝게 위치시키는 것뿐이다. - P95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를 오갈 때와 마찬가지로 여행을 하려면 커피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고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드웨어를 작게 만들면 필요한 여행 거리가 줄어들고, 여행 거리가 줄어들면 필요한 에너지 양도 줄어든다. - P96

계량컵과 계산자는 모두 아날로그(연속적) 장치로, 정확하게 값을 읽으려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 P97

 결과적으로 판정 기준을 도입하면 값 중에 어떤 범위의값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라진다. 수학적으로 이는 숫자를 가장 가까운 정수로 반올림하는 것과 비슷하다. - P97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오는 간섭에 대해 살펴봤다. 따라서 어떤 차폐막shielding을 추가하면 이런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결국 슈퍼맨은 납을 사용해 크립토나이트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간섭에는 좀 더 은밀한 내부적인 근원이 존재한다. - P97

현대 CPU에서 신호 간섭은 마치 도로에서 마주 보는두 차가 서로 스쳐 지나갈 때 느껴지는 바람과 같다. 이런 누화crosstalk 효과를 방지할 적절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 높은 판정 기준을 통해 잡음 내성noise immunity을 갖는 디지털 회로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P97

하지만 여러분도 이미 눈치챘듯이 너무 작아서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것들을 피하면 세상은 아날로그인 (연속적인 장소다. 다음 절에서는 아날로그 세계를 어떻게 조작해서 안정적인 계산 장치를 만드는 데 필요한 디지털적 동작을 얻어낼 수 있는지 살펴본다. - P98

수많은 엔지니어가 과학자들이 발견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전이 함수transfer function를 영리하게응용하는 데 참여했다. 전이 함수는 수학 시간에 배운 함수와 같지만 실제 세계에서 벌어지는현상을 표현한다는 점만 다르다. - P98

 곡선이 직선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라. 빛이 곡선의 상단부에 많이 닿으면 필름이나 센서에 기록되는 밝기 값이서로 모이면서 최댓값에 가까워져서 이미지 노출이 과해진다. 비슷한 방식으로 빛이 곡선의 하단부에 많이 닿으면 이미지 노출이 부족해진다. - P98

볼륨은 게인gain 또는 곡선이 가파른 정도를 조절한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게인이 높으면 곡선이 가팔라지고 출력도 커진다. - P99

입력이 조금만 변해도 곡선의 가파른 부분 때문에 출력이 확 달라진다. - P99

어린 시절 시소에서 놀면서 직관적으로 이런 현상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여러분이 교육기관의 놀이터에 있는 놀이기구를 위험하다고 간주하는 시대 이전에 교육을 받은 행운아라면 말이다). 하단부영역(내가 앉은 자리가 완전히 내려간 상태)이나 상단부 영역(내가 완전히 올라가 있는 상태)을 유지하기가 그 중간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쉽다. - P100

10진 숫자 대신 비트를 사용하는 이유

아날로그보다 디지털 기술이 더 나은 선택인 이유를 살펴봤다. 하지만 왜 컴퓨터가 10진 숫자가아니라 비트를 사용할까?
(중략)
분명한 이유는 컴퓨터에는 손가락이 없기 때문이다. 손가락이 있다면 기괴할 것이다. 한편,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는 것은 아주 직관적이지만 한 손가락이 한 숫자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리 효율적이지는 않다. - P100

실제로 중국인들은 기원전 9년에 쓰인 『역경』에서 6비트 수(육효)를 사용했다. 손가락 대신 비트를 사용하면 100배보다 더 효율이 좋아진다. 심지어 4개의 손가락을 활용해 1장에서 배운 BCD (2진 코드화한 10진수) 표현을 사용해도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숫자를 세는 방법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 P100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숫자 하나보다는 10비트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좋다. 이것이 현대적 하드웨어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전이함수의 하단부와 상단부 영역을 활용하며, 전기 엔지니어들은 하단부 영역을 차단cutoff 이라고 부르고 상단부 영역을 포화saturation 라고 부른다. 비트를 사용하면 재량권이 아주 커진다. - P101

* 간단한 전기 이론가이드

현대 컴퓨터는 전기를 조작해 작동된다. 현재 사용 가능한 다른 기술로 컴퓨터를 만드는 것보다전기를 사용해 컴퓨터를 만들면 더 빠르고 쉽게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 P101

물이 파이프를 흘러가는 것처럼 전기도 선을 통해 이동한다. 다만 이런 전기의 이동은 실제로는 전자의 흐름은 아니고 전자기 에너지 반응이 전파되는 현상을 (과거 과학자들이) 전기라고 불렀고 (과학적 의미를 100% 담지는 못하는) 이 단어가 정착한 것뿐이다. - P104

물의 흐름을 밸브로 제어할 수 있는 것처럼, 전기의 흐름을 제어할수 있는 밸브를 스위치 switch라고 부른다. 스위치는 모두 다 너무 비슷해서 현재는 거의 쓰이지않는 진공관vacuumtube 을 열전자 밸브 thermionic valve라고 부를 정도다. - P104

물은 굵은 관이나 가는 관을 통해 흐를 수 있다. 하지만 관이 더 가늘수록 관을 통해 흐를 수 있는 물의 양을 제한하는 저항이 더 커진다. 전압(수압)이 더 높더라도 너무 가는 도체(관)를 사용함으로 인해 저항이 아주 크면 전류(물의 흐름)가 커지지 못한다. 저항resistance (‘R‘이라는 글자로표현)을 측정할 때는 옴ohm 을 쓴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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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사라졌다.












과연 사상 최악의 영화는 어떤 것일까. 여기에 선정되려면 기획에서부터 연출, 음악, 미술, 연기 등 영화를 구성하는 제반요소 모두가고르게 형편없는 질을 고수하고 있거니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감동은커녕, 저절로 튀어나오는 욕설을 제어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할 것이다. - P384

그러나 이것은 흔히 말하는 엉터리 영화가 아니다. 엉터리이긴 하되 일부러 못 만든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한 술 더 뜨는<핑크 플라밍고>의 감독 존 워터스가 자기 영화를 규정한 용어대로,
이것은 쓰레기 예술Trash Art‘이고, 여기서 ‘일부러 엉터리 기법은나름대로 하나의 세계관의 표현인 것이다. - P384

<토마토 공격대>는 영화 문법을 해제하거나 제거하는 대신, 패러디한다. 우선 장르 컨벤션을 폭로 (1950년대의 공포-SF 형태로 답습한다)하는 데서 출발하여, 일반적인 영화의 ‘게임의 규칙을교란(갑자기 감독과 스태프가 화면에 끼어들어 2편의 제작비 부족을 한탄한다)시키고 관객의 기대를 고의적으로 배신(뻔히 샌프란시스코로보이는 거리 장면에 태연스럽게 ‘뉴욕‘ 이란 커다란 자막을 넣는다)하는나머지, 끝내는 영화 자체를 조롱(<돌아온 킬러 토마토>에서는, <가슴이 큰 계집애들, 해변으로 간다. 그리고 브래지어를 벗다>라는 허구의 영화 속 영화가 본 영화와 수시로 뒤섞인다)하는 지경에 까지이른다. - P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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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은 그동안 의사결정 과정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결정이 일어났을 때 발생하는 문제들만 이따금씩 알아냈을 뿐이다. - P59

그는 또한 의사결정에 개입된 선택지들에 대한 ‘재구성" (restructuring) 또는 ‘재평가‘ (revaluation)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 P60

아담스는 ‘갈등 해소‘와 ‘갈등 축적에 대해 논의할 때, ‘부조화 감소‘와
‘부조화 축적‘을 언급한다. 여기서 사용된 ‘갈등‘ (conflict) 이라는 단어의사용범위 안에 ‘부조화‘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나중에 ‘갈등‘이라는 단어의 좀더 제한된 용례를 제시할 것이다. - P60

이른바 의사결정의 ‘동결효과‘ (freezing effect) 는 실제로 그 결정과 일치하는 인지요소를 형성하고 부조화 요소를 제거하는 과정의 결과로 발생한다. 이 의사결정의 최종 결과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에 수반되는 행동을 취하면서 이전까지는 거의 동일하게 매력적이었던 선택지들이 더이상 그렇게 느껴지지 않도록 자신의 인지를 바꾸기 시작하는 것이 될 것이다. - P61

어떤 결정의 결과로 부조화가 발생하는 이유와 시기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유형의 의사결정 상황 중에서, 우선 두 개의 매력적인 선택지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를 분석해보자.  - P62

예를 들면, 좋은 조건의 두 직장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그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전에 각 직장에서 제시하는 조건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할 것이다. 선택자의 입장에서 보면 특정 조건 하나만 고려할경우 직장 A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도 많이 있을 것이고, 동시에 직장 B를 선택하게 만드는 요소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 P62

 이 사람이 A라는 직장을 선택하고, B라는 직장을 버렸다고 해보자. 따로 떼어 놓고 고려했을 때 이 사람이 A를 선택하도록 만든 모든 인지 요소는 이제 그가 선택한 이 행동에 해당하는 인지요소와 조화를 이룬다. 하지만 동시에따로 떼어 놓고 고려할 경우 B를 선택하게 할 수 있는 다른 인지 요소도 많이 존재하고, 이 모든 인지 요소들은 결국 그가 택한 행동과 관련된 인지와 부조화를 이룬다. - P62

의사결정에 수반되는 부조화의 크기를 결정하는 구체적 요인과 부조화를 감소시키려는 압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자세한 논의에 앞서, 다른 종류의 의사결정을 포함하기 위해 현재의 분석을 조금 확장하는 논의를 간략하게나마 할 필요가 있다. - P63

(1) 완전히 부정적인 선택지 중에서 선택하기

이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조건이지만 어쩌면 거의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두 선택지가 모두 부정적일 때에는 외적 요인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는다면 선택지가 두 개 주어졌다고 해서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만약 이 경우에 의사결정이 일어난다면 의사결정이 일어난 후에 발생한 부조화와 관련해서 똑같은 결과가 발생할 것이다. - P63

(2)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있는두 개의 선택지 중에서 선택하기

이와 같은 상황이 어쩌면 우리가 가장 흔히 겪는 의사결정 유형일 것이다. 앞서의 논의로 본다면 여기서도 분명 의사결정을 할 때 부조화가 발생할 것이다. 선택되지 않은 선택지의 긍정적 측면에 관한 인지 요소와 선택된 선택지의 부정적 측면에 관한 인지 요소가 있게 마련인데, 이 인지요소들은 특정한 선택지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대한 인지와 부조화를 이룰 것이다. - P64

(3) 3개 이상의 선택지가 있는 경우

가장 흔한 경우는 아니라 하더라도 분명 많은 경우 3가지 이상의 선택지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우선 다양한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데, 즉 의사결정 당사자가 여러 개의 절충안과 새로운 방식의 행동을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복잡성의 증가는 의사결정 과정의 분석을 어렵게 하지만, 다행히 의사결정 후에 뒤따르는 부조화에 대한 분석을 크게 더 복잡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다시 말하면, 따로 떼어 놓고 보았을 때에는 다른 선택을 하게 했을 모든 인지요소는 의사결정의 결과로 선택된 행동에 관련된 인지요소와 부조화를 이룬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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