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후 인터뷰에서 피험자들에게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물었을 때, 그들은 하나같이 "혼자였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단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라고 대답했다. - P33
이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방어적으로 진술하면서 되풀이한 ‘단지 임무를 다했을 뿐‘이라는 오래된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 P33
권위 아래에서 행동하는 사람이 양심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더라도, 그가 도덕관념을 잃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도덕적 감성으로 반응하는 것이 아니다. - P34
이때 작용하는 또 다른 심리적 힘을 ‘반의인화(counteranthropomorphism)‘ 라 한다. - P34
어떤 사람은 인간 유기체의 시스템을 인간의 생각이나 정서의 통제를 벗어나는, 인간주체 너머에 있는 것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여기에서 주체와 제도의배후에 있는 인간적인 요인들은 부정된다. - P34
그래서 실험자가 "실험을 위해 당신은 계속해야만 합니다"라고 말할 경우, 피험자는 이것을 인간의 명령 이상의 책무라고 느끼게 된다. 그들은 "누구의 실험입니까? 왜 실험자를 위해 희생자가 고통 받아야합니까?"라는 명백해 보이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 P34
그래서 실험자가 "실험을 위해 당신은 계속해야만 합니다" 라고 말할 경우, 피험자는 이것을 인간의 명령 이상의 책무라고 느끼게 된다. 그들은 "누구의 실험입니까? 왜 실험자를 위해 희생자가 고통 받아야합니까?" 라는 명백해 보이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 P34
그는 그 실험을 계속하기를 원한실험자가 자신과 다를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상황에서 그의 인간적 요인은 사라지고, ‘실험‘만이 자체적으로 비인격적 추진력을 발휘했다. - P35
최근 미국 신문은, 미국인이 베트남 남녀와 어린이들에게까지 폭탄을투하했지만 ‘대의‘를 위한 것이었기에 정당하다고 느꼈다는 한 공군조종사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이와 유사하게,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 피험자들도 좀더 넓은 맥락에서 자신의 행동이 과학적 사실을 밝힘으로써 사회에 이롭고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 P35
회생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과 같은 행동은 그것만 따로 떼어 생각하면 사악해 보이지만, 이런 실험실과 같은 상황에서라면 전혀 다른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그 영향을 무시한 채, 상황이 그 행동을 지배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 P35
그런데 상당히 흥미로운 점은 많은 피험자들이 희생자에 대한 적대적인 행위의 결과로 그를 무자비하게 평가절하했다는 사실이다. 피험자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너무 무식하고 고집이 세서 전기충격을 받아도 싸요." - P36
이 실험에 참가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희생자에게 한 행동을 어느 정도 부정했으며, 심지어 복종하고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악의적인 권위자에 대한 불복종을 생각하고 말하고 비판하는 이 세단계들 사이에는 또 다른 요소, 즉 신념과 가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이 들어 있다. - P36
그들이 깨닫지 못한 것은 자신의 주관적 느낌이 행동으로옮겨지지 않는 한, 그러한 느낌은 도덕적 현안과 큰 관련성이 없다는점이다. 정치적 통제는 행동을 통해 효과를 발휘한다. - P36
이렇듯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용기 없는 사람들 때문에 폭정은 영속된다. 마찬가지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 역시 제 행동을 평가절하하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행동으로 옮길 내적 자원은 가지고 있지 못했다. - P37
다른 변형된 실험은 앞에서 언급한 것보다 더 흔한 딜레마를 보여준다. 이 실험에서 피험자들은 희생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버튼을 누르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 아니다. - P37
역 이러한 상황에서, 뉴헤이번 지역에서 참가한 40명중 37명의 성인이 가장 높은 전기충격 단계에 이를 때까지 계속해서 자기의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 P37
아이히만조차 강제 수용소에 도착했을 때 역겨움을느꼈지만, 책상 앞에 앉아서 서류를 조작하는 것만으로 대량살상에 참가했다. 동시에 가스실에 사이클론B(Cyclon-B)를 살포한 사람 역시 상부의 명령을 따랐을 뿐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따라서 전체 인간의 행동은 분절화되어 있어서 누구도 사악한 행동의 수행을 결정하지 않으며 그 결과를 직면하지 않는다. - P37
따라서 복종의 문제는 전적으로 심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 형태와 양상, 그리고 그것의 발전 방향 등은 복종과 관련성이 높다. 인간으로서 그 상황에 전적으로 몰입함으로써 모든 상황에 완전히 인간적으로 반응하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 P38
이제 사람들은 상황의 전체적인 것을 보지 못하고 일부분만 보기 때문에, 포괄적인 관리 없이는 행동할 수가 없다. 그는 명령에 복종하지만, 그렇게 할 때 제 행동에서 소외된다. - P38
조지 오웰(Geonge Orwell)이 이러한 상황의 핵심을 잘 묘사하고 있다.
다음에 쓰는 것처럼 문명화한 인간이 머리 위로 날아다니며 나를 죽이려한다. 그들은 한 개인인 나에게 아무런 증오도 느끼지 않으며 나 역시 마찬가지다. 이른바 그들은 오직 "자신의 의무를 다할 뿐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그들 중 대부분은 개인적인 삶에서 결코 살인은 꿈에도 생각지않는 법을 준수하는 양심적인 사람이다. - P38
02연구 방법
단순성(simplicity)은 효과적인 과학적 연구의 핵심이다. - P39
복잡한 절차들은 그러한 현상 자체를 면밀히 검토하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복종을 좀더 단순하게 연구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관찰 가능한 행동을 수행하도록 명령하는 상황을 만들어언제 그 명령에 복종하고, 어떤 때 불복종하는지를 기록해야만 한다. - P39
복종의 강도와 그 강도가 변하는 조건을 측정하려면, 불복종을 유발하는 어떤 강력한 요인에 대응해 복종할 것을 요구해야 하고, 그러한강력한 요인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P39
실험실에 온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점점 더 심하게 해를 가하라는 명령을 받을 것이다. 그에 따라 명령에 불복하라는 압력이 형성될 것이다. - P40
결렬이 일어나는 시점은 불복종행동이 일어나는 시점으로, 명령의 순서상에서 좀더 이르거나 늦기 때문에필요한 측정치를 제공한다. - P40
희생자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의 정확한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으로 했다. - P40
첫째 피험자들이 전기충격을강도의 측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둘째로 전기충격은 실험실의일반적인 과학적 분위기와 일치한다. 마지막으로 실험실에 전기충격을 가하는 장면을 쉽게 꾸밀 수 있다. - P40
연구 참가자의 선정
예일대학교 학생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연구하고자 하면 가장 확보하기 쉬운 피험자이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심리학 연구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는 대학생을 피험자로 사용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 P40
교내보다 뉴헤이번에서 피험자를 선정한 두 번째 이유는 대학생 집단이 너무나 동질적이라는 점이다. - P41
실험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인원이어서, 여기에 덧붙여 보조적으로 직접 편지를 보내 모집했다. 명단은 뉴헤이번의 전화번호부에서 뽑았으며, 수천 명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 P41
전형적인 피험자는 우체국 직원, 고등학교 교사, 회사원, 기술자, 노동자와 같은 사람들이었다. 피험자들은 고등학교를 마치지 않은 사람에서부터 박사나 다른 전문 학위를 받은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 P41
실험 현장과 인원 구성
실험은 예일대학교의 격조 높은 상호작용 실험실(Interaction Laboratory)에서 이루어졌다. 실험실의 이러한 세부 조건들은 실험에 대해 피험자가 지각하는 합법성과 관련이 있다. - P43
실험하는 동안 그는 다소 완고하고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희생자는 47세의 회계사로 아일랜드계였고온화하게 보였으며, 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훈련을 받았다. - P43
절차
(중략) 진짜 피험자는 왜 전기충격을 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한 구실을 찾아야만 했다(합법적 권위에 관한 모든 사례에서, 명령을 수행하는 자는 자신이 받는 명령과 특정 형태의 권위 사이에 아무리 희미하더라도 어떤 연관성을 지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 P43
학습자를 끈으로 묶는 이유는 학습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동안 그가 과도하게 움직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이것은 학습자가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피험자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다. - P46
학습과제
피험자가 가르쳐야 할 것은 쌍으로 결합된 학습과제이다.
(중략)
학습자는 앞에 놓인 스위치 네 개 중 하나를 눌러 응답한다. 그러면 전기충격기 상단에 위치한 사분원 중 하나에 불이들어오는데, 이 사분원에는 응답란의 번호가 매겨져 있다. - P47
전기충격기
계기판 위에는 레버 스위치 30개가 가로로 늘어서 있다. 각 스위치에는15 볼트에서 450볼트 범위의 전압을 표시한 라벨이 붙어 있다. - P47
게다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네 개의 스위치마다 ‘약한 충격, 중간 충격, 강한 충격, 매우 강한 충격, 극심한충격, 지극히 극심한 충격, 위험: 심각한 충격‘ 등 충격 정도를 나타내는 언어적 표기도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다. - P48
전기충격기의 왼쪽 상단 모서리에는 전기충격기(SHOCK GENERATOR), ZLB타입(TYPE ZLB), 다이슨 공업사(DYSON INSTRUMENT COMPANY), 월섬(WALTHAM), 매스(MASS.), 출력 15~450볼트(OUTPUT 15 VOLTS-450 VOLTS)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 P48
샘플 전기충격
피험자가 선생의 역할을 시작하기 전에, 시험적으로 각 피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했다. 이 전기충격은 45 볼트로 고정되어 있었으며, 전기충격기의 세 번째 스위치를 누르면 발생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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