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관의 심리학이란 무엇인가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전체적이고 보편적인 그 무엇이다. (중략). 하지만 세계관은 단순히 지식인 것도 아니다.  - P31

철학은 전체적인 것을 다룬다. - P31

 명칭 문제를 가지고 논쟁을 벌일 생각은 없지만 오늘날 심리학의 위상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것도 아니기에, 저러한 명칭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제의 형태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P32

사실 일이 이미 이런 식으로 전개되어 나간 지가 꽤 오래되었다. 저런 식의 분리가 두진영 모두에서 일어났다. 전문 과학자들이 인식의 보편성에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 것처럼, 철학자들 또한 인식의 구체적인 영역들에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 P32

철학이 이런 태고적 의미로 이해될 경우 ‘철학자‘라는 명칭은 어느 누구보다도 경제학자, 고전어학자, 역사학자 수학자에게 부여되는 것도 가능할것이다.³


3 1921년 베버(Max Weber)의 서거에 대한 야스퍼스의 애도 연설(Verlag von J.C.B. Mohr, Tübingen, 1921) - P33

1) 세계관의 심리학과 선지적인 철학

인식 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행하는 보편적인 고찰 활동은 (인식이 그자체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인 한 모든 학문 분야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는사실은 별개로 하고) 위에 특별히 언급된 학문 분야들에서 형성되어서 어느정도 분명한 형태로 성장해 나왔다. 그런 학문들은 오늘날 특별한 의미에서 ‘철학적 학문‘이라 일컬어지는데, 아마도 곧 ‘철학‘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 - P33

그러나 철학은 예전부터 항상 보편적인 고찰 그 이상이었다. - P33

한마디로 말해서 철학은 사람들에게 ‘세계관‘을 제시해 왔다. 보편적인 고찰은 아직 세계관이 아니다. - P34

동기부여를 원하는 사람, 올바른 것, 중요한 것, 삶의 목적, 삶을 살아가는 법,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의무 등과 관련해서 뭔가를 귀담아듣고 싶어하는 사람, 세상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저런 보편적인 고찰에 이것이 ‘철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하더라도, 호소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 P34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자신이 직접 경험해 봄으로써 스스로 발견해야만 한다. 저런 식의 고찰을 필자는 선지적인 철학과 구분해서 ‘심리학‘이라 칭한다. 사회학도 그렇지만 심리학도 자신을 철학과 동일시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 P35

오늘날 다양한 대용-철학들이 널리 횡행하고 있다. - P35

 모종의 세계관, 모종의 교회에 진심으로 빠져서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거나 방해 놓을 수없고 위협을 가할 수도 없는 보편적인 고찰적 태도에 대해, 이것이 자신에게 해당될 때조차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거나 참으로 딱하다는 식의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안, 낭만주의자들과 허무주의자들은 그와는 정반대로, 저러한 무입장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이 행하는 고찰에 대해 적대감을 품는다. 그들은 기꺼이 누군가를 적으로 만들기를 좋아한다. - P36

심리학적 태도는 모든 것을 헛된 것이나 속임수로 간주하고, 경외심이 없다는 비난받곤 한다. 세계관으로 절대화되어 버린 심리학적 태도가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그런 것을 견지하고 싶지 않다. - P36

뭔가를 심리적인 연관들로 따로 묘사하려고 시도할 때, 사람들은 그것을 ‘심리주의‘라 부른다. 뭔가가 타당하거나 타당하지 않을 때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느냐는 아무 상관이 없다. 어떤 뭔가를 그것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통해서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도 방금 말한 심리주의에 속한다. - P37

거기서 우리는 합리적인 것이 무엇인지 안다. 그리고 우리가 완전히 보편적인 성질의 것으로 여기는, 세계관에 대한 고찰 또한 합리적인 활동임을 우리는 안다.  - P38

합리적인 이해는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 우리가 고찰을 통해서 다루는 것들은 그 자체가 영혼 안에서 아주 커다란 작용을 일으키는 것들에 속하는 것들이다. - P38

2) 세계관의 심리학과 심리학

(전략). 이번에는 우리가 심리학적인 이해관계로부터 출발해서 그런 세계관의 심리학으로 어떻게 이월해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하기로 한다. - P39

오늘날 심리학이 하나의 전체로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 인간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심리학을 단순한 취미로 하지 않고 전적으로 전념하고자 할 때, (이는 결국에는 치밀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는 명확한 지평 없이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 P39

심리학적 통찰들로 이루어진 구조물을 하나의 전체로 구축하기 위한 이런 작업들로부터 생겨 나온 첫 번째 부분을 여기에 기술하려고 한다. 그것은 부분으로서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이 또한 독립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 P40

일반심리학에서의 심리학적 개념 체계와 마찬가지로 세계관의 심리학은오로지 상대적인 전체로서만 의미가 있다. 세계관의 심리학은 선형적인 형태로 계속되는 개별 연구라기보다는(이런 식의 연구는 세분화 작업에서만 볼수 있는 것으로 우리는 여기서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우리가 현재 개념상으로 이해하고 있는 영역을 묘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 P41

출판물은 우연한 내용에 기반해서 저자가 추구하는 전체를 어쩔 수 없이 도출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말하려고 하는 것은 헛된 일이다. 영역들을 가능한 한 세분하려는 노력으로 인해 이 책에서는 통상적인 교재용 용어, 생물학적 심리학, 실험심리학, 인과적 심리학의 용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 P41

2. 세계관의 심리학을 형성하는 원천들

1) 변화하는 세계관의 직접적인 체험


원래 우리로 하여금 질문을 제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의 세계관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경험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러한 경험을 하게된다. - P42

 우리가 하는 세계관의 경험은 우리가 경험하는 한 계속 운동 중에 있다. 세계, 현실, 목표들을 확고하고 당연한 것으로 가지고 있을때, 우리는 세계관적 가능성들을 경험하지 못해 왔거나 그게 아니면 하나의 틀에 고착되어서는 그 어떤 경험도 더 이상 하지 못하게 된다.  - P42

속임수의 심리학, 위선의 심리학, 그리고 타자의 심리학, 이방인의 심리학, 적대적인 인간들의 심리학 말고 세계관의 심리학에 사람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반면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경험에서 우리는 우리의 자아가 확장되고 녹아흐르고, 그러고 나서 다시 안으로 응축되게 한다. - P43

2) 상황, 영역, 그리고 현존하는 인간들에 대한 직관적인 몰입


(전략). 우리는 전문 과학자처럼 개별자료들을 규칙에 따라서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획득한다. 그것도 우리가 모든 곳 모든 상황들에서 실제적인 실존이 일으키는 모든 전환점들 속으로 침잠해 들어감으로써, 현존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 속에서만이 아니라 가령 학문을 차례로 거치는 가운데 인식하는 사람으로 살아감으로써 그렇게 한다. - P43

. 각각의 심리학자들은 운이 좋을 경우 직접 특정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들은 그것들 자체를 전용할 수는 있어도 남에게 전달할 수는 없다. - P44

두 종류의 사적 경험들이, 사람에 따라서 둘 중 하나가 종종 눈에 띄게 우세하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인간의 경험과 의견의 영역 및 형태들에 대해서 아주 폭넓은 직관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세계관이 심각하게 흔들리는 것을 직접 경험할 필요는 없다. - P44

3) 역사적 경험

(전략). 모순적인 운동 속에서 진행되는 우리의 체험, 상황들과 영역들에 처하게 될 때 겪는 우연한 경험과 관찰, 이런 것들은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중요한 심리학적 통찰의 원천이 될 것이겠지만, 직관을 위한 광활하고 풍요로운 예증을부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직접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료의 형식을 빌려 간접적으로만 제시되는 일군의 걸출한 역사 속 인물들과 그들의 작품들뿐이다.  - P45

철학자, 역사학자 및 심리학자의 행동을 지나간 과거의 자료들에 표현되어 있는 세계관들과 비교해 보자. 선지적인 철학자는 세계관을 다룰 때, 다른 세계관을 완전히 부정하는 형태로가 되었든 자신의 체계 안에서 ‘승화되어‘ 수용되는 ‘계기‘의 형태로가 되었든 그것을 비판적이고 논쟁적으로, 또는 승인하면서 다루는데 그 목적은 하나의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 - P46

모든 곳에서 그렇듯이 세계관의 심리학에서 심리학은 양극단 사이에 위치해 있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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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운 좋은 사람의 행운은
전염될까


호감을 얻고 싶다면
상대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흉내 내라


미국 국립위생연구소 동물센터 포크너 박사의
‘꼬리감는원숭이 몸짓 따라하기 실험‘ - P19

‘원숭이 흉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을 적당히 모방하는 사람을 야유하는 모욕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P20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과 비슷한 일을 하고, 다른 사람을 적절히 모방하며 살아간다. 애초에 굳이 ‘원숭이 흉내‘라는 표현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가 모방이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행위임을 보여주는 간접증거 아닐까. - P20

(전략).
이와 같은 현상은 사람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가령 대화를 나누던 중 상대방이 커피를 마시면 자신도 컵으로 손을 뻗거나, 상대방이 턱을 괴면 자신도 턱을 괴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행동을 모방하면 호감도가 상승한다. - P21

두 사람이 추구하는 목표가 같거나 비슷할수록 머리를긁적이거나 다리를 꼬는 등 상대방의 무의식적 동작을 흉내 내는 경향성이 높아진다. 이는 네덜란드 사샤 온도바카(Sasha Ondobaka) 박사 연구팀이 《사이콜로지컬 사이언스(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연구 결과로 증명된 사실이다. - P21

온도바카 박사의 설명이다.
‘흉내 내기‘를 그저 단순하고 수준 낮은 ‘원숭이 흉내‘ 따위로 치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그보다는 ‘당신과 공감하고싶다‘, ‘당신이 내게 공감해주어 마음이 즐겁고 편하다‘는 식으로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표현 수단으로 받아들이고 적절히 활용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 P22

상대가
좋아서 오래 바라볼까,
오래 바라보다가좋아질까?

캘리포니아공대 신스케 교수의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 고르기 실험‘ - P29

사랑에 빠진 연인이 나를 바라보는 그윽한 눈빛, 생각만 해도 가슴 떨리지 않는가? 그런 눈빛은 논외로 치고라도,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를 유심히 바라볼 때 어떻게 느낄까?  - P30

런던대학교 크누트 캠피(Knut K. W. Kampe) 교수팀의 연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느낄 때 우리 뇌의 보수계가 활성화한다.  - P30

야생동물은 인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눈을 마주치는 행동을 꺼린다.  - P31

‘시선‘에 관한 새로운 발견과 관점을 담은 시드니대학교 마셜(Mareschal) 교수팀의 논문을 소개한다. 인간의 시선을 읽는능력‘은 꾸준히 발달해왔고 경이로운 수준에 도달해 있다. 예를 들어 5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지, 나에게서 10센티미터 오른쪽 옆에 있는 어떤 물체를 보는지 정확히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 P31

 사람들은 약간 모호한 상황에서 사실은 상대방이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은데, ‘보고 있다‘고 판단하는경우가 있다. 왜 그렇게 판단할까? 보고 있기를 기대하는 심리 때문이다. - P32

‘시선 교환‘이 중요한 소통에서 한 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사항이 있다. 시선은 그것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보내는 사람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 P32

연이어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가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아닌 다른 사진을 오래 바라보도록 시선의 움직임을 강제로 조작한 뒤 취향 변화가 일어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좀 더 오래 바라보게 한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 P33

다시 한번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상대가 좋아서 자꾸바라보게 되는 걸까, 아니면 자꾸 바라보다 보니 나도 모르는사이에 상대가 좋아지는 걸까? 어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먼저냐?" 같은 소리일 수도 있다. - P33

심리실험
05



운좋은사람의 행운은
다른사람에게 전염될까?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라브 박사의
‘배구 경기 결과 조사‘


2012년,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라브 박사팀은 배구
경기 결과를 선수별로 나누어 (중략).
 즉, ‘파도‘에 올라탈지 올라타지 못할지는
거의 전적으로 해당 선수에게 달린 셈이다.
재미있게도, 개인의 ‘흐름‘은 자신만이 아니라 팀
동료들에게도 전염된다. - P41

자, 여기서 잠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뜨고 지는 흐름은정말 존재할까?‘ - P43

코넬대학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 교수 연구팀은 1985년의 농구 경기 슛을 조사한 뒤 성공과 실패 확률을 정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전체적으로 보면 성공과 실패가 무작위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P44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라브(M. Raab) 박사팀은 배구 경기 결과를 선수별로 나누어 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전체 선수들 중 절반은 컨디션이 좋을 때와 나쁠 때가 무작위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44

재미있게도, 개인의 ‘흐름‘은 자신만이 아니라 팀 동료들에게도 전염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보크(Bock)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행운의 선수‘가 있는 팀의 경우, 동료 선수들의 평균 타율도 눈에 띄게 상승했음을 통계적으로 보여주었다. - P44

 즉, 팀에는 모종의 ‘분위기‘가 확실히 존재한다. 따라서 승세를 탄 동료에게 다가가 ‘행운‘을 나누어 받는 전략은 자신의 운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 P45

심리실험
06

구매 가격을
고객이 정하게 하면
판매자는
가장 많은 이익을 얻는다?


캘리포니아대 그니지 교수의
‘관광사진판매 실험‘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는 홈페이지에 팬들이 자유롭게
금액을 지급하고 내려받을 수 있도록 새 앨범 음악
파일을 공개했다. 물론 단 한 푼의 돈도 내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팬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놀랍게도,
대다수가 기꺼이 돈을 냈다. - P46

 원래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면 뭔가 큰 이득을 본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심리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 P47

얘전 경제학 이론에서는 인간을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존재‘로 파악하여 사회 시스템을 공식화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 가정에 따르면, 위와 같은 파격적인 비즈니스모델은 성공하기 어렵다. - P48

오늘날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내면에 이상형을 가진 존재다‘라는 식으로 해석한다. 쉽게 말해, 선량하고 공평한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고 싶다는 욕구가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 P48

캘리포니아대학교 유리 그니지(Uri Gneezy)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실험 결과를 《미국 과학원 회(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States of America)》에 게재했다. 이 논문에서는 3가지 실험을 다룬다. - P48

‘5달러‘의 가격을 제안했을 때 사람들은 왜 사진을 구매할까? ‘이 가격에 사면 확실히 이득이다‘라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가격은 15달러지만, 당신이 원하는 금액을 내라‘는 제안을 받으면 어떨까? - P49

참고로, ‘자신이 원하는 금액에 사진을 구매한 사람들은 평균 6.4달러를 냈다. - P49

진짜 재미있는 내용은 지금부터다. 연구팀은 위의 3가지 전략 중 어느 전략이 가장 많은 돈을 버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흥미롭게도, ‘자신이 원하는 금액‘에 사진을 구매하도록 한 세 번째 전략이 가장 높은 매출을 달성했다. - P50

심리실험
07

‘거짓말하지 마세요‘보다
‘거짓말쟁이가 되지 마세요‘가
더 효과적인 이유


캘리포니아대 브라이언 교수의
‘거짓말 줄이기 위한 짝수-홀수 말하기 실험‘


(전략).
"방금 떠올린 숫자가 만약 짝수라면 5,000원을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떠올린 숫자는 무엇인가요?"
재미있게도, ‘짝수‘라고 응답한 사람 비율이 전체의
50퍼센트에 달했다. 30퍼센트 정도는 허위 신고를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허위 신고를 최대한 줄이려고
‘양심 경고등‘을 사용해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 P51

캘리포니아대학교 브라이언(Bryan)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위의 실험 결과를 보고 상황에 약간 변화를 주면 전혀 다른결과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 P52

"방금 떠올린 숫자가 만약 짝수라면 5,000원을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이 떠올린 숫자는 무엇인가요?"
재미있게도, 이 실험에서 ‘짝수‘라고 응답한 사람 비율은 전체의 50퍼센트에 달했다. - P52

 연구팀은 다음과 같이 2가지 ‘양심 경고등‘을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양심 경고등 A. 거짓말하지 마세요.
양심 경고등 B. 거짓말쟁이가 되지 마세요.

A와 B 중 어느 쪽이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을까? - P53

답은 B다. ‘거짓말쟁이가 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문구보다 훨씬 강력하고 효과적이었다. 실제로 B그룹에서는 ‘짝수‘라고 답한 사람 비율이 20퍼센트 정도 나왔다. - P53

이 실험의 뿌리는 범죄심리학 연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초 범죄자는 왜 범죄를 저지를까? - P53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의 심리를 살펴보면 원래나는 선량한데, 이번에는 특별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라고 마음에 뚜껑을 덮고 봉인한 상태에 가깝다. - P54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녀야 할 양심이 있고 죄책감을 가진사람이라면 자신이 ‘날 때부터 악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진짜 인격‘과 ‘실제 행동‘은 별개로 치고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 자신을 심리적안전구역으로 피난시키려고 애쓴다. - P54

흥미롭게도, 연구팀은 선거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투표는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한 표를 행사해 민주시민으로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라는 표현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 P54

다시 한번 말하자면, ‘범죄 따위는 저지르지 마라‘라는 말보다 ‘범죄자가 되지 마세요‘라는 말이 더 효과적이다. - P56

사랑하는 이에게 프러포즈할 때 이 점을 참고하여 멘트를작성해보는 건 어떨까. 예컨대, ‘나와 결혼해주세요‘라고 말하기보다 ‘나의 평생 반려자가 되어주세요‘라고 말하는 게 결혼에 골인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질 것이다. - P56

심리실험
09

상류층 사람일수록
도덕관념이 희박하다고?

캘리포니아대 피프 교수의
‘자원봉사 참가자 모집 실험‘

캘리포니아대학교 폴 피프 교수 연구팀은 ‘상류층
사람들은 도덕관념이 희박하다‘라는 전제로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사탕이 든 바구니를
보여주며 "지금부터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려고
하는데, 그 전에 몇 개 드시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상류층 사람들은 하류층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탕을 움켜잡았다. - P62

"재물을 가진 사람이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
『신약성경』의 누가복음 18장에 나오는 ‘부자와 천국‘ 비유다.  - P63

먼저, 연구팀은 ‘운전 매너‘를 조사했다. 자가용 등급이 사회적 지위를 반영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그들은 고급형에서 일반형까지 자동차 등급을 5단계로 분류하고, 계층별로 운전자들이 교통 법규를 얼마나 잘 준수하는지 관찰했다. - P64

(전략). 그렇다면 고급 승용차 운전자는? 47퍼센트의 운전자가 보행자를 무시하고 지나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서 연구팀은 교차로에서 끼어들기를 하는 운전자 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 평균은 12퍼센트였고, 고급 승용차 운전자는 30퍼센트였다.  - P64

이어서 연구팀은 자원봉사 참여자를 모집하는 실험을 했다. 그들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면접관 역할을 맡겼다. 실험참여자는 취업 희망자와 적절히 교섭하며 채용 후 급여를 결정해야 한다. - P64

실험 결과, 하류층에 속하는 사람은 솔직하게 그 사실을 알리고 지원자와 교섭하고자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사실을 숨기고 싶어했다. (중략). 다시 말해, 우선 숨겨도 자신에게는 해가 될 일이 없으니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교섭을 진행하는 경향성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특징이다. - P65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나는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생각하며 행동하도록 요청했다. 그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흥미롭게도, 하류층 사람이 명백하게 탐욕스러워졌다. - P65

이로써 연구팀은 낮은 도덕심은 선천적이지 않으며 지위가 만들어내는 부산물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 P66

심리실험
12

공평함을 추구할수록
세상이 점점 더
불공평해지는 까닭은?

도쿄대 유지 교수의
‘난수표를 사용한 독특한 돈거래 게임 실험‘ - P78

불공평한 분포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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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사 라파엘

Raphael


칭호: 신의 열
역할 : 인간들을 치유
심벌: 불꽃 검  - P40

인간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상냥한 마음의 천사

대천사 라파엘도 미카엘과 마찬가지로 칼데아인들의 신이었는데, 당시에는 라비엘(Labbiel)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라파엘이란 말의 어원은 ‘신의 열(熱)‘을 의미한다. - P40

인간으로 변신해 악마를 퇴치

라파엘이 발군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토비트서」를 통해서도 확실히 알 수 있다. - P41

죽은자의 나라의 안내인


「에녹서」에도 라파엘을 묘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에녹이 신의 옥좌 앞에갔을 때, 신을 찬미하는 네 천사의 음성을 들었다.
‘선택받은 자와 영혼의 주를 확실히 믿고 따르는 선택된 민족을 칭송하는둘째 천사의 음성이 들렸다. 「에녹서)동행하는 천사에게 질문하니,
"둘째 천사는 인간의 모든 병과 상처를 주관하는 라파엘."
이라고 대답했다. - P45

당당한 신의 사자 라파엘


밀턴은 「실낙원」에서 라파엘이 신의 명령을 받고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를 방문하는 모습을 아름답고 장엄하게 묘사했다. 그 무렵 에덴 동산에 사탄이 침입할 것을 우려한 신은 두 사람에게 충고의 말을 전하기 위해 라파엘을사자로 내세웠다. - P48

라파엘이 하늘의 문을 통과하자 작은 구체(球體)인 지구가 보였다. 그리고지구의 가장 높은 산보다 더 높이 솟은 ‘신의 나라‘, 즉 에덴 동산이 있었다.
그곳은 온통 삼나무로 덮여 있었다. - P48

‘세피로트의 나무‘와 대천사
(Archangels of the Sephiroth)


카발리스트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세피로트의 나무‘다. - P50

카발라 사상은 「창세기」, 「묵시록」과 같은 성서에다가, 3~6세기경에 성립된 「창조의 글(Sepher Yetzirah)』이 더해져 이론적인 원전이 되었다. - P50

‘세피로트의 나무‘는 천국에 있는 ‘생명의 나무‘를 의미하는데, 카발리스트는 이것이 우주 전체를 상징한다고 여긴다(그림 참조). 이 내용은 매우 난해하며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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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는 이처럼 우리를 칼로리 회계사로 만든다. 회계 장부의 차변과 우변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는 가질 수 없음을 잘 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우리가 만들어 낸 용어인 ‘트레이드오프 사고trade-off thinking‘에 빠져든다. - P133

결핍은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강요한다. - P134

이런 사실을 보다 엄밀하게 검증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스턴의 한 기차역에서 기차 통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² - P134

2. 백 명이 조금 넘는 통근자들을 조사했고, p<0.05 이다. - P422

일부 사람들만이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내가 그 텔레비전을 사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같은 생각을 밝히며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내비쳤다. - P135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울 정도로 (75퍼센트 대 40퍼센트)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드러냈다.³ 놀라운 격차였다. - P135

3.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는 다음 논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tephen Spiller, OpportunityCost Consider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forthcoming). - P422

이와 동일한 설문 조사를 인도에서 했을 때 우리는 특이한 사실을 확인했다. 결핍의 정도가 한 사람이 확보하고 있는 예산의 규모와그 사람이 구매하고자 하는 물품들의 가격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 P135

 여유가 주는 여유

짐 싸기의 비유는 결핍이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자아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큰 가방으로 짐을 쌀 때는 느슨하게 대충 싼다. 구석이나 틈새의 빈 공간을 빽빽하게 다 채우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저기 빈 공간이 많이 남는다. 우리는 이 빈 공간을 ‘느슨함slack‘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의 예산 중 쓰이지 않고 남은 금액이기도 하다. - P136

짐을 쌌는데 추가로 어떤 물건을 더 넣으려 한다고 치자. 큰 가방이면 그냥 넣으면 된다. 다른 물건을 굳이 빼지 않아도 된다. 가방에는 빈 공간이 많이 있으므로 굳이 다른 물건들을 빽빽하게 다시 정리할 필요도 없다. 요컨대 큰 가방에는 느슨함이 있다. - P137

누구나 시간의 느슨함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여유로운 주말이면 사람들은 일정을 넉넉하게 비워 둔다. - P137

물론 쓸 수 있는 돈을 다 허투루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신중하고 면밀하며 현명한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해여 돈을 두는 것은 의식적이고 신중하며 빈틈없는 전략이다. - P138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사용하는 느슨함이라는 용어는 의도적으로 준비한 느슨함을 뜻하는 게 아니다. 자원이 풍족하기 때문에 저절로 생겨난 여유, 이를 우리는 느슨함이라고 규정한다. - P138

 가난한 꿀벌과 부유한 말벌


인간이 지은 어떤 건축물에도 꿀벌이 만든 벌집만큼 세심한 정성과 계산이 들어가지는 않는다.⁹ 젊은 일벌들은 꿀을 게걸스럽게 먹은 뒤에 지극히 적은 양의 밀랍을 뱉어 낸다.  - P139

9. J. M. Graham, The Hive and the Honey Bee (Hamilton, Ill.: Dadant & Sons, 1992). - P423

벌꿀과 마찬가지로 말벌의 한 종류인 나나니 역시 훌륭한 건축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흙으로 집을 만든다.¹¹ - P140

11. H. J. Brockmann, "Diversity in the Nesting Behavior of Mud-Daubers (Trypoxylonpolitum Say: Sphecidae)," Florida Entomologist 63, no. 1 (1980): 53-64. - P423

꿀벌의 밀랍은 (작은 가방 속의 귀중한 수납 공간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의 귀중한 몇 달러처럼) 아껴 써야만 한다. 대충 집을 짓는다는 것은이 귀중한 밀랍을 낭비하는 것이다. 재료 사용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집을 잘 지어야만 한다. 이에 비해서 나나니벌의 건축 소재는 사방에널려 있어 값싸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니 낭비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없다. 그래서 나나니벌은 느슨함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 P141

이 모든 것에는 경제적인 논리가 적용된다. 가난한 사람이 느슨함을 덜 가지는 이유는 이들에게는 이 느슨함을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 P142

짐 싸기는 이들의 주의력을 온전하게 사로잡는다. 혹시라도 남겨 두고 가는 물건 때문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들이 잠시 휴식을 할 때 그의 주변에 남아 있는 물건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¹² - P142

12. 느슨함에 대한 이런 이론적 설명은 사람들은 단지 어떤 일을 완수하기에 필요한 만큼만 노력하는 데서 만족한다는 허버트 사이먼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참조, Herbert A. Simon, "Rational Choice and the Structure of the Environment," Psychological Review 63,
no.2 (1956): 129. 그가 바라보는 바로는 사람들은 최적화하고자 하는 인지 자원이 부족했다. 그의 논리에 따라서 표현하자면, 결핍은 덜 만족스러운 행동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꾸물거림의 어떤 일부 요소들을 포착하지만, 결핍의 효과는 사실 이 묘사가 암시하는 것보다 더 자동적이며 통제의 손길을 보다 더 많이 벗어난다.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통제불능성은 결핍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P423

느슨함으로 살 수 있는 것


집이란 것은 위에 덮개를 단 잡동사니 무더기일 뿐이다.¹³

-조지 칼린 George Carlin



이 모든 느슨함은 어디로 갈까?  - P143

13. George Carlin, Brain Droppings (New York: Hyperion, 1997), 37. - P423

. 미국 전역의 부엌 수납장은 오랜 세월 동안 사용하지 않은 온갖 종류의 스프 분말, 잼, 깡통 식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현상이 하도 일반적이라 식품연구자들은 여기에 이름까지 붙였다. 이른바 ‘수납장에 버려진 것들cabinet castaway‘이다.¹⁴ - P143

14. 여기에 대한 놀라운 논의는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Brian Wansink, S. Adam Brasel, and Stephen Amjad, "The Mystery of the Cabinet Castaway: Why We Buy Products We Never Use, Journal of Family and Consumer Science 92, no. 1 (2000): 104-8.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물건을 부엌 수납장에 버려두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제학자들이 옵가치(option value)‘라고 부르는 것에 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우리는 그 물건을 장차 사용하게 될지 알지 못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그 물건을 가지는 선택(옵션)을 하는 것의 가치를 평가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경우의 심리적 현상은 이런 설명보다 훨씬 복잡하다. 결핍이라는 환경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그저 무심하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구매하기보다는 나중에 사용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그 물건의 옵션가치를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 P423

스토리지 창고로 사용되는 공간이 무려 약 186 제곱킬로미터나 된다. 셀프 스토리지 협회도 ‘셀프 스토리지 총 면적 안에 미국의 모든 인구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¹⁶ - P144

16. SSA 2012 SSA Fact Sheet, 4, http://www.selfstorage.org/ssa/Content/NavigationMenu/AboutSSA/FactSheet/default.htm. - P423

느슨함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사다놓고 방치하게 만든다. 느슨함 때문에 사람들은 이국적인 깡통 스프음식이나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모형 비행기를 구매한다. - P145

물론 이런 행위는 비효율적이며 낭비이다. 시간이 남아돌 때 사람들은 시간을 허투루 쓰며 꾸물거린다. 그리고 이때 시간은 증발한다. 여기저기서 증발하는 5분, 10분이 쌓이면 몇 시간이 된다. - P145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느슨함에 일부러 ‘중요한 일을 하지 않기로‘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전혀 예상하거나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게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만이 우리가 말하는 느슨함의 결과이다. - P146

느슨함은 선택의 부담을 회피하는 손쉬운 방법을 제공한다. - P148

 느슨함은 우리에게, ‘선택할 자유"라는 밀턴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의 이상理想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제공한다. - P148

실패를 상쇄하는 여유

(전략). 시간과 관련된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자. 한 연구에서 심리학자들이 대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학사 학위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추정해 보라고 했다.²⁰ 이렇게 해서 나온 평균 추정치는 34일이었다. - P150

20. R. Buehler, D. Griffin, and M. Ross, "Exploring the ‘Planning Fallacy‘: Why PeopleUnderestimate Their Task Completion Tim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Psychology 67, no. 3 (1994): 366. - P424

이 계획 오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결과를 경험하지는 않는다. - P151

덜 바쁜 사람의 경우 느슨함은 실수를 흡수해 주고 부정적인 결과를 최소화한다. 이에 비해 바쁜 사람은 그 실수의 부정적인 결과를 쉽게 떨쳐 내지 못한다. - P152

느슨함은 다른 방식으로도 우리를 실패로부터 차단해 준다. - P152

경제학과 대학원 학생이던 댄 비르케그렌Dan Bjorkegren은 인도네시아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소비 패턴을 대규모로 조사해서 이와 관련된 현상을 검증했다. (중략). 이렇게 해서 그가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가장 가난한 집단에게 유혹의 세금이 가장 높았고, 이는 전체 소비 가운데 10퍼센트나차지했다. 그런데 부유한 집단일수록 유혹의 세금은 점점 낮아져서, 가장 부유한 집단에게 부과되는 유혹의 세금은 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 P153

만일 실수에 따르는 비용이 더 커지고 실패를 할 가능성이 더 많다면, 결핍은 사람을 보다 신중하게 만들지 않을까? 말이 쉽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 P153

노력이나 신중함만으로는 계획 오류를 막을 수 없다. 노력이나 신중함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진행되는 일을 일러 주지 못하며, 모든 유혹에 저항하는 강철의 의지력을 우리에게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 P154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큰 실수를 하도록 유도한다. - P154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정크푸드는 가난하고 바쁜 사람들에게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그럴수록 더 나쁜 환경에 노출되고 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러나 부유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덜 위협적이다. - P155

결핍은 단지 실패를 해도 괜찮은 여유가 적은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수를 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155

결핍은 실수에 따른 비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수할 가능성,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을 더 많이 제공한다. 일을 정확하게 하는 게 한층 어려워진다. - P156

이 모든 내용은 결핍이라는 발상에 하나의 층이 더 존재함을 암시한다. 우리가 결핍에서 비롯되는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 결핍 효과는 심리적인 차원을 넘어 수학적인 사실이 될 수도 있다. 결핍은 공간의 배열과 활용 면에서 보다 더 어려운 짐 싸기 문제를 만들 수도있다. 결핍에서 비롯된 심리로 시험을 받는 정신은 계산하기 더욱 복잡한 세상을 헤매고 더듬어서 자기 갈 길을 찾아야 한다.²⁴ - P158

24. 여기에서 말하는 계산의 복잡함이라는 발상은 선형 계획법(linear programming)과 정수계획법 (integer programming)을 비교함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선형 계획법에서 각각의 항목들은 무한대로 쪼개질 수 있다. (입자성의 논리적 확대 개념이다.) 하지만 정수 계획법에서는 각각의 항목들을 고정된 단위로 즉 통째로 가방에 넣어야 한다. (부피의 논리적 확대 개념이다.) 컴퓨터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정수 계획법이 선형 계획법에 비해서 근본적으로 더 어렵다는 사실을 정밀한 수학적 차원에서 입증했다. 이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다음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Alexander Schrijver, Theory of Linear and IntegerProgramming (West Sussex, England: John Wiley & Sons, 1998). - P424

결핍과 느슨함의 관계

(전략).
바로 이런 점에서 느슨함이라는 개념은 결핍의 심리의 핵심을 찌른다. 느슨함은 우리에게 풍족함을 느끼게 한다. 느슨함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인 사치이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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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쿰은 그 이유를 분명하게 댔다. 르네상스 이후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으므로 우리는 아직 그시대에 살고 있는 것으로 간주해야만 하며, 우리의 외적 존재형식 또한 16세기의 위대한 대가들의 본보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현대 건축을 자신과 완전히 다르게 정의하는 소수의사람들을 참지 못했다.  - P249

그는 신비한 힘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곡을 쓰는 작곡가처럼 건축을 했다. 그는 갑작스런 영감을 받아 완성된 건물의 평지붕에 거대한 돔을 얹거나, 아치형 천장이 있는 긴 복도에 금박 모자이크를 장식하거나, 건물 정면의 석회암을 떼어내고 대리석으로 교체했다. - P250

많은 손님이 궁정연회용으로 설계된 거대한 대리석 연회장에서 쓸쓸한 섬처럼 흩어져 있었다. 그들은 의식적으로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편안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멋지게 보이려고 애쓰고 있었다. 대리석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성당 지하실에서 울리는 소리 같았다.  - P251

랠스턴 홀쿰 부인이 차 탁자를 맡았다. 손님들은 투명하고 섬세한 도자기 찻잔을 받아들고 우아하게 두어 모금 마신 뒤술 탁자 쪽으로 사라졌다. 위엄 있는 집사 둘이 여기저기 다니며 손님들이 놓고 간 찻잔들을 챙겼다. - P251

랠스턴 홀쿰 부인은 열렬한 여자 친구의 표현대로 ‘작지만지적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작은 키가 남모르는 슬픔이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법을 배웠다. - P252

키팅은 의사당에 대해 찬사를 표한 뒤 모형을 구경하겠다는 핑계로 홀쿰 부인에게서 벗어났다. 그는 적절한 시간 동안 모형 앞에 서서 정향 냄새가 나는 뜨거운 차로 입술을 뎄다. - P253

키팅은 황급히 손님들의 무리에서 프랭컨을 찾았다.
"그래, 피터! 술 한 잔 가져다줄까? 너무 독하지 않은 걸로."
프랭컨이 밝게 말한 뒤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였다. "맨해튼(위스키에 베르무트를 섞은 칵테일-옮긴이)도 그리 나쁘지는않아."
"아닙니다." 키팅이 말했다.
"앙트르 누(우리끼리 얘기지만), 완전히 엉망이지, 안 그래"
프랭컨이 의사당 모형을 향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 P254

그는 키팅을 보았다가 도서실을 보았다가 다시 키팅을 보았다. 그러고는 말했다. "좋아, 나중에 원망 말게. 자네가 자청한 일이니까. 가세."
그들은 도서실로 들어갔다. 키팅은 적절한 위치에 멈추어섰지만 눈빛은 부적절할 정도로 강렬했다. 한편 프랭컨은 설득력 없는 쾌활한 태도로 환하게 웃으며 딸에게 말을 걸었다. - P255

"소개해달라고 부탁한 건 맞습니다. 당연한 일 아닌가요?
누군들 안 그러겠습니까? 하지만 내가 내릴 결론이 아버님과는 무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키팅이 말했다. - P256

난 그렇게 중요한 인물이 아니에요. 물론 강압 같은 건 없었어요. 신문사에서 실내장식에 대한 칼럼 같은 것에 신경이나 쓰는 줄 아세요? 내가 칼럼에 뭐라고 쓰든 아무도 신경 안써요. 게다가 난 의사당 같은 것에 관한 글을 쓸 입장도 아녜요. 실내장식에 싫증이 나서 써봤을 뿐이죠."
(중략).
"그의 의사당이 너무 끔찍해서 혹평해봐야 별 재미가 없을것 같아서요. 그래서 차라리 극찬을 하는 게 더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 생각이 맞아떨어졌고요." - P258

"그럼 건축에서 좋아하는 게 뭐죠?"
"건축에서 좋아하는 거 없어요."
"물론 내가 그 말을 믿지 않는다는 걸 아시겠죠. 하고 싶은 말이 없다면 왜 글을 쓰는 거죠?" - P258

"고맙습니다. 한 수 배워야겠군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과는…………. 오, 아녜요, 당신은 이런 말 안 좋아하죠. 하지만 와이낸드 신문에 대해 한 말은 진심이었어요. 게일 와이낸드는 내게 동경의 대상입니다. 그를 꼭 만나보고 싶은 소망을 품고있어요. 그는 어떤 사람인가요?"
"오스틴 헬러가 말한 대로 대단한 잡놈이죠." - P259

"직접 대해보면 어떤지 묻는 겁니다." 키팅이 말했다.
"모르죠. 만난 적이 없으니까요."
"만난 적이 없다고요?"
"그래요."
"오,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라고 들었어요!"
"분명히 그럴 거예요. 퇴폐적인 걸 원할 때 그를 만나게 되겠죠." - P260

"내가 듣기론 모든 사람이 그에 대해 성자 같은 인물이고拜순수한 이상주의자이며 절대 부패할 수 없는......"
"그건 맞아요. 차라리 사기꾼이 훨씬 덜 위험할 거예요. 투하는 사람들을 시험하는 시금석과도 같아요. 사람들이 그를대하는 태도를 보고 그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죠." - P261

"파티에서는 그런 진지한 토론을 하는 게 아니죠. 키키가옳아요. 그녀는 나를 싫어하면서도 가끔 나를 초대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녀가 나를 반가워하지 않는 게 너무 분명해서 난안 올 수가 없고요. 사실 아까 랠스턴에게 의사당에 관한 솔직한 내 의견을 말해줬는데 그는 곧이 듣지 않더군요. 그는 환히 웃으며 내게 참 착한 꼬마 아가씨라고 했어요." - P262

도미니크는 벌떡 일어나 몸을 뒤로 젖힌 자세로 손님들 중 가장 매력 없는 70대 노인에게로 걸어갔다.
키팅은 자신도 고든 L. 프레스콧 꼴이 된 건지, 아니면 그저 우연일 뿐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 P264

키팅은 그녀가 떠날 때 용케 문간에 있었다.
도미니크가 걸음을 멈추고 매혹적인 미소를 보냈다. 그러고는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말했다. "아뇨, 집에까지 바래다주지 않아도 돼요. 타고 갈 차가 있거든요. 어쨌든 고마워요."
그녀는 가버렸고, 키팅은 문간에 서서 자신이 얼굴을 붉혔다는 생각에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다. - P265

존 에릭 스나이트가 말했다. "다들 이번 일에 최선을 다해주게. 올해 들어온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거니까. 알다시피 큰돈은 안 되지만 명예, 연줄이 걸려 있지! 우리가 수주를 따내면 거물급 건축가 몇 명이 배가 좀 아플 거야! 오스틴 헬러가 솔직하게 말해주더군. 그가 접촉한 세 번째 회사가 우리라고, 우리에 앞서 거물급 건축가들이 제시한 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자네들한테 달렸네. 뭔가 다르고 독특하면서도 감각이 뛰어난 것, 다른 것. 자, 최선을 다해보게." - P268

로크에게 스나이트와 함께한 5개월은 공백과도 같았다. 그동안 무얼 느꼈는지 자문해보았더라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빼고는 대답할 게 없을 터였다. - P271

이윽고 어느 늦은 밤에 설계도가 완성되었고, 그는 도면을 앞에 펼쳐놓은 채 여러 시간 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 P271

도면은 중국인 학생의 탁자에 놓여 있었고, 헬러가 들어오자 중국인 학생은 공손하게 비켜났다. 그 옆은 로크의 탁자였다. 로크는 헬러를 등진 채 돌아보지도 않고 도면 작업을 계속했다. 스나이트가 제도실로 고객을 데리고 들어오면 직원들은 끼어들지 않도록 교육이 되어 있었다. - P274

"아, 헬러 씨, 몇 가지 고려해주실 점이 있습니다. 물론 현대적인 것도 좋지만 그래도 집다운 모습은 있어야 합니다. 장중함과 아늑함의 결합이라고 할까요. 이런 엄격한 느낌의 집에는 몇 가지 부드러운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그게 건축학적인 정답이죠."
"난 그런 건 모릅니다. 인생을 정답대로 살았던 적이 없어서요." 헬러가 말했다. - P275

스나이트는 헬러의 눈치를 보다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마음 놓고 로크에게 달려들어 고함을 질렀다. "이 빌어먹을 놈, 넌 해고야! 당장 나가! 넌 해고야!"
"그럼 우리 둘 다 해고된 거군." 오스틴 헬러가 로크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갑시다. 점심식사 했소? 어디로 좀갑시다. 얘기 좀 하고 싶소." - P276

"그게 내가 원하는 집이니까, 내가 늘 원했던 집이니까. 당신이 그 집을 지어주겠소? 설계도를 그리고 공사를 감독해주겠소?" 헬러가 말했다.
"예." 로크가 대답했다.
"지금 당장 시작하면 얼마나 걸리겠소?"
"8개월쯤요."
"그럼 늦가을까진 되겠소?"
"예." - P277

"이봐요, 난 건축가와 어떤 계약을 맺는지 모르지만 당신은 알 테니 오늘 오후에 내 변호사가 서명할 수 있도록 당신이 계약서를 작성해줘요, 알겠소?"
"예." - P278

"계약금으로 500달러를 주겠소, 사무실을 구하고 필요한걸 마련해서 일을 시작하시오." 그가 수표책에 서명하면서 말했다.
(중략).
수표에는 ‘건축가, 하워드 로크‘ 라고 쓰여 있었다. - P278

11

하워드 로크는 자신의 사무실을 열었다. - P279

존 에릭 스나이트는 그가 독립하는 걸 반대했다. 로크가 자신의 제도 도구를 챙기러 가자 스나이트가 대기실로 나와 반갑게 악수하며 말했다. "어이, 로크! 그래, 별일 없지? 들어오게, 들어와 할 말이 있네!" - P279

"이 사람, 어제 내가 그런 소리를 했다고 나를 원망하는 건아니겠지? 자네도 알잖나. 내가 좀 이성을 잃었어. 자네가 한 행동 때문이 아니었네. 자네야 그때 당연히 그걸, 그 도면을 고쳐야 했지. 어쨌든 잊어버리게, 유감 같은 건 없는거지?" - P280

"맙소사, 이 사람아, 자네 제정신이 아니군! 지금 혼자 사무실을 차리겠다고? 경험도, 연줄도 또..………… 아무것도 없이! 이런 경우는 들어본 적도 없네. 업계 사람 아무한테나 물어보게. 다들 뭐라고 하나 보라고. 이건 터무니없는 짓일세!"
"아마 그럴 겁니다."
"이보게, 로크, 제발 내 말 좀 듣게." - P281

스나이트는 며칠 동안 로크와 헬러를 상대로 소송을 낼까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선례가 없었기에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 P282

"사무실 잘 구했군. 빛도 잘 들고 널찍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기대할 순 없지. 전망도 불확실하고, 안 그런가, 하워드?"
"그렇지."
차 있
"지독한 모험을 걸었군."
"아마도."
"정말 이대로 끝까지 밀고 나갈 생각인가? 혼자서?" - P283

"하워드, 난 자네의 용기가 감탄스럽네. 사실, 알다시피, 난 자네보다 경험도 훨씬 더 많고 업계에서 명성도 더 높지만, 객관적인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니까 고깝게 듣진 말게, 어쨌든 나라면 감히 이런 모험을 걸진 않을 걸세."
"그래, 자넨 그럴 거야."
"그래, 자네가 먼저 도약을 했군. 이런. 이렇게 될 줄 누가알았겠나?...... 세상의 행운을 다 거머쥐길 비네." - P284

"피터, 난 확신에 차 있네."
"자격증 따는 건 생각해봤나?"
"신청해놨어."
"자넨 대학 졸업장이 없어서 심사가 까다로울 거야."
"아마도."
"자격증을 못따게 되면 어쩔 셈인가?"
"딸 거야." - P285

"난 건축가협회에 안들 걸세."
"협회에 안 들어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자넨 이제 자격이 있어."
"그럴지도 모르지."
"협회에서 가입 권유가 올 거야."
"그럴 필요 없다고 전해주게." - P285

"협회 가입을 거부하면 그 사람들을 적으로 만드는 거야."
"어차피 그들과 적이 될 테니 상관없어."
로크가 사무실을 연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알린 사람은 헨리 캐머런이었다. - P286

"제 사무실을 열게 됐습니다. 지금 막 첫 번째 계약도 마쳤고요."
캐머런은 두 손을 포개서 지팡이 손잡이를 눌러 지팡이 끝을 땅에 박고 큰 원을 그리며 돌리고 있었다. - P287

"뭔데? 누구 건데? 얼마짜리야?"
그는 조용히 로크의 이야기를 들었다. (중략).
그러다 로크가 가려고 일어서자 갑자기 말했다.
"하워드, 사무실 열면 사진 몇 장 찍어서 보여주게."
그러더니 고개를 저으며 죄책감에 젖어 고개를 돌리고 욕지거리를 했다.
"내가 노망이 났나 보군. 못 들은 걸로 하게."
로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P288

캐머런은 그 사진을 다시 들었다.
"하워드, 이걸 보게."
그는 사진을 로크에게 보였다.
"간단히 ‘건축가, 하워드 로크‘ 라고만 되어 있지. 하지만이 명패는 사람들이 성문에 새기고 목숨을 바쳐 지키는 좌우명과도 같아. 이 명패는 너무도 엄청나고 암울한 것, 세상의 모든 고통, 자네, 세상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있는지 아나? (후략)." - P289

로크는 날렵한 대들보들과 기둥들이 만든 네모난 하늘들을, 그가 하늘에서 떼어낸 허공의 빈 정육면체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손이 무의식적으로 벽들을 그려 방들을 만들었다. - P290

"형편없는 건축가군. 이런 식으로 일을 방치하다니. 벌써사흘째 자네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네."
"마이크, 어떻게 여길 온 거예요? 왜 이렇게까지 추락했죠?" 로크는 마이크가 개인주택 같은 작은 공사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 알면서 그러나, 내가 자네의 첫 작품을 놓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 안 그런가? 이게 추락이라고 생각하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그 반대일 수도 있고." - P291

일꾼들은 그를 좋아했다. 하지만 건설업체 감독들은 그렇지 않았다. 로크는 집을 지을 건설업체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형편이 좋은 업체들은 일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우린 그런건 안 합니다." "아뇨, 골치 썩히고 싶지 않아요. 작은 공사치곤 너무 복잡해요." "도대체 누가 그런 집을 원하는 겁니까? 그런 괴짜한테는 나중에 공사비도 못 받기 십상이에요. 안 합니다." "그런 건 지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짓는지 몰라요. 건축다운 건축만 하겠습니다." - P292

로크는 일이 필요한 작은 업체를 찾아 공사를 맡겼다. 그업체는 특이한 경험 하나 쌓는 셈치고 공사는 해보겠지만 위험부담이 있다며 실제 드는 비용보다 더 많은 공사비를 청구했다. - P292

로크는 낡은 포드를 한 대 사서 필요 이상으로 자주 현장에 드나들었다. 사무실 책상에 앉거나 제도 탁자 앞에 서서 억지로 현장을 잊는 것이 너무도 힘이 들었다. - P293

로크는 질주하는 자동차를 바라보며 자신과 그들의 오늘에대한 인식에는 차이가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차이가 무엇인지 파악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곧 잊어버렸다. 트럭 한 대가 반짝이는 화강암 석재를 산더미처럼 싣고 헐떡대며 언덕을 올라오고 있는 광경이 눈에 띄었던 것이다. - P294

"하워드, 자네가 나를 위해 지어주고 있는 집이 이토록 마음에 드는 이유가 뭘까?"
"집도 사람처럼 정직할 수 있죠. 집이나 사람이나 정직한경우가 드물긴 하지만요." 로크가 대답했다. - P295

"내가 벌써 그걸 느끼고 있다는 걸 아나? 난 이 집에 들어오면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것 같네. 단순한 일과조차 정직성이까 품위 같은 걸 지니게 될 것 같아. 자네가 들으면 놀랄지도 모르겠지만, 이 집에 맞는 삶을 살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들어." - P296

"사실 전 당신 생각은 한 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집만 생각했죠." 로크가 그렇게 말하고 덧붙였다. "어쩌면 그건 제가 당신을 배려하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요." - P297

헬러의 집은 1926년 11월에 완공되었다.
1927년 1월, <아키텍추럴 트리뷴>은 지난 한 해 동안 세워진 미국 최고의 집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실었다. 편집자들이 가장 가치 있는 건축 작품으로 선정한 스물네 집의 사진들이 광택이 흐르는 고급 재질의 커다란 지면 12페이지를 장식했다. 하지만 헬러의 집은 거기 없었다. - P297

피터 키팅은 업계 친구들에게 관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난 하워드 로크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데 아주 재주가 뛰어난 친구야, (중략). 그 집은 흥분해서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지은거야. (후략)."
미국 땅에 새로 생기는 건물에 대해서는 빼놓지 않고 의견을 내는 엘즈워스 M. 투히는 헬러의 집에 대해 모르는지 칼럼에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는 하다못해 악평으로라도 독자들에게 그 집에 대해 알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듯 침묵을 지켰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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