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는 이처럼 우리를 칼로리 회계사로 만든다. 회계 장부의 차변과 우변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는 가질 수 없음을 잘 안다. 이렇게 해서 사람들은 (우리가 만들어 낸 용어인 ‘트레이드오프 사고trade-off thinking‘에 빠져든다. - P133
결핍은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강요한다. - P134
이런 사실을 보다 엄밀하게 검증하기 위해서 우리는 보스턴의 한 기차역에서 기차 통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² - P134
2. 백 명이 조금 넘는 통근자들을 조사했고, p<0.05 이다. - P422
일부 사람들만이 우리가 묻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내가 그 텔레비전을 사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같은 생각을 밝히며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내비쳤다. - P135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울 정도로 (75퍼센트 대 40퍼센트)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드러냈다.³ 놀라운 격차였다. - P135
3. 관련된 흥미로운 결과는 다음 논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Stephen Spiller, OpportunityCost Consideration,"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forthcoming). - P422
이와 동일한 설문 조사를 인도에서 했을 때 우리는 특이한 사실을 확인했다. 결핍의 정도가 한 사람이 확보하고 있는 예산의 규모와그 사람이 구매하고자 하는 물품들의 가격에 따라서 결정된다는 점이었다. - P135
여유가 주는 여유
짐 싸기의 비유는 결핍이 트레이드오프 사고를 자아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보여 준다. 큰 가방으로 짐을 쌀 때는 느슨하게 대충 싼다. 구석이나 틈새의 빈 공간을 빽빽하게 다 채우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저기 빈 공간이 많이 남는다. 우리는 이 빈 공간을 ‘느슨함slack‘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의 예산 중 쓰이지 않고 남은 금액이기도 하다. - P136
짐을 쌌는데 추가로 어떤 물건을 더 넣으려 한다고 치자. 큰 가방이면 그냥 넣으면 된다. 다른 물건을 굳이 빼지 않아도 된다. 가방에는 빈 공간이 많이 있으므로 굳이 다른 물건들을 빽빽하게 다시 정리할 필요도 없다. 요컨대 큰 가방에는 느슨함이 있다. - P137
누구나 시간의 느슨함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여유로운 주말이면 사람들은 일정을 넉넉하게 비워 둔다. - P137
물론 쓸 수 있는 돈을 다 허투루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신중하고 면밀하며 현명한 선택의 결과일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대비해여 돈을 두는 것은 의식적이고 신중하며 빈틈없는 전략이다. - P138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사용하는 느슨함이라는 용어는 의도적으로 준비한 느슨함을 뜻하는 게 아니다. 자원이 풍족하기 때문에 저절로 생겨난 여유, 이를 우리는 느슨함이라고 규정한다. - P138
가난한 꿀벌과 부유한 말벌
인간이 지은 어떤 건축물에도 꿀벌이 만든 벌집만큼 세심한 정성과 계산이 들어가지는 않는다.⁹ 젊은 일벌들은 꿀을 게걸스럽게 먹은 뒤에 지극히 적은 양의 밀랍을 뱉어 낸다. - P139
9. J. M. Graham, The Hive and the Honey Bee (Hamilton, Ill.: Dadant & Sons, 1992). - P423
벌꿀과 마찬가지로 말벌의 한 종류인 나나니 역시 훌륭한 건축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진흙으로 집을 만든다.¹¹ - P140
11. H. J. Brockmann, "Diversity in the Nesting Behavior of Mud-Daubers (Trypoxylonpolitum Say: Sphecidae)," Florida Entomologist 63, no. 1 (1980): 53-64. - P423
꿀벌의 밀랍은 (작은 가방 속의 귀중한 수납 공간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의 귀중한 몇 달러처럼) 아껴 써야만 한다. 대충 집을 짓는다는 것은이 귀중한 밀랍을 낭비하는 것이다. 재료 사용을 효율적으로 하려면 집을 잘 지어야만 한다. 이에 비해서 나나니벌의 건축 소재는 사방에널려 있어 값싸게 구할 수 있다. 그러니 낭비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없다. 그래서 나나니벌은 느슨함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 P141
이 모든 것에는 경제적인 논리가 적용된다. 가난한 사람이 느슨함을 덜 가지는 이유는 이들에게는 이 느슨함을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 P142
짐 싸기는 이들의 주의력을 온전하게 사로잡는다. 혹시라도 남겨 두고 가는 물건 때문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들이 잠시 휴식을 할 때 그의 주변에 남아 있는 물건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다.¹² - P142
12. 느슨함에 대한 이런 이론적 설명은 사람들은 단지 어떤 일을 완수하기에 필요한 만큼만 노력하는 데서 만족한다는 허버트 사이먼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참조, Herbert A. Simon, "Rational Choice and the Structure of the Environment," Psychological Review 63, no.2 (1956): 129. 그가 바라보는 바로는 사람들은 최적화하고자 하는 인지 자원이 부족했다. 그의 논리에 따라서 표현하자면, 결핍은 덜 만족스러운 행동을 허용한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꾸물거림의 어떤 일부 요소들을 포착하지만, 결핍의 효과는 사실 이 묘사가 암시하는 것보다 더 자동적이며 통제의 손길을 보다 더 많이 벗어난다. 뒤에서도 살펴보겠지만 통제불능성은 결핍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P423
느슨함으로 살 수 있는 것
집이란 것은 위에 덮개를 단 잡동사니 무더기일 뿐이다.¹³
-조지 칼린 George Carlin
이 모든 느슨함은 어디로 갈까? - P143
13. George Carlin, Brain Droppings (New York: Hyperion, 1997), 37. - P423
. 미국 전역의 부엌 수납장은 오랜 세월 동안 사용하지 않은 온갖 종류의 스프 분말, 잼, 깡통 식품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현상이 하도 일반적이라 식품연구자들은 여기에 이름까지 붙였다. 이른바 ‘수납장에 버려진 것들cabinet castaway‘이다.¹⁴ - P143
14. 여기에 대한 놀라운 논의는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Brian Wansink, S. Adam Brasel, and Stephen Amjad, "The Mystery of the Cabinet Castaway: Why We Buy Products We Never Use, Journal of Family and Consumer Science 92, no. 1 (2000): 104-8.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물건을 부엌 수납장에 버려두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제학자들이 옵가치(option value)‘라고 부르는 것에 있다. 우리가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우리는 그 물건을 장차 사용하게 될지 알지 못하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그 물건을 가지는 선택(옵션)을 하는 것의 가치를 평가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 경우의 심리적 현상은 이런 설명보다 훨씬 복잡하다. 결핍이라는 환경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구매할 때 그저 무심하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구매하기보다는 나중에 사용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그 물건의 옵션가치를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 P423
스토리지 창고로 사용되는 공간이 무려 약 186 제곱킬로미터나 된다. 셀프 스토리지 협회도 ‘셀프 스토리지 총 면적 안에 미국의 모든 인구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한다.¹⁶ - P144
16. SSA 2012 SSA Fact Sheet, 4, http://www.selfstorage.org/ssa/Content/NavigationMenu/AboutSSA/FactSheet/default.htm. - P423
느슨함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물건을 사다놓고 방치하게 만든다. 느슨함 때문에 사람들은 이국적인 깡통 스프음식이나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모형 비행기를 구매한다. - P145
물론 이런 행위는 비효율적이며 낭비이다. 시간이 남아돌 때 사람들은 시간을 허투루 쓰며 꾸물거린다. 그리고 이때 시간은 증발한다. 여기저기서 증발하는 5분, 10분이 쌓이면 몇 시간이 된다. - P145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느슨함에 일부러 ‘중요한 일을 하지 않기로‘ 계획하고 그 계획에 따라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 전혀 예상하거나 계획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게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만이 우리가 말하는 느슨함의 결과이다. - P146
느슨함은 선택의 부담을 회피하는 손쉬운 방법을 제공한다. - P148
느슨함은 우리에게, ‘선택할 자유"라는 밀턴프리드먼 Milton Friedman의 이상理想이 아니라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제공한다. - P148
실패를 상쇄하는 여유
(전략). 시간과 관련된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자. 한 연구에서 심리학자들이 대학교 졸업반 학생들에게 학사 학위 논문을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추정해 보라고 했다.²⁰ 이렇게 해서 나온 평균 추정치는 34일이었다. - P150
20. R. Buehler, D. Griffin, and M. Ross, "Exploring the ‘Planning Fallacy‘: Why PeopleUnderestimate Their Task Completion Time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Psychology 67, no. 3 (1994): 366. - P424
이 계획 오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결과를 경험하지는 않는다. - P151
덜 바쁜 사람의 경우 느슨함은 실수를 흡수해 주고 부정적인 결과를 최소화한다. 이에 비해 바쁜 사람은 그 실수의 부정적인 결과를 쉽게 떨쳐 내지 못한다. - P152
느슨함은 다른 방식으로도 우리를 실패로부터 차단해 준다. - P152
경제학과 대학원 학생이던 댄 비르케그렌Dan Bjorkegren은 인도네시아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소비 패턴을 대규모로 조사해서 이와 관련된 현상을 검증했다. (중략). 이렇게 해서 그가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가장 가난한 집단에게 유혹의 세금이 가장 높았고, 이는 전체 소비 가운데 10퍼센트나차지했다. 그런데 부유한 집단일수록 유혹의 세금은 점점 낮아져서, 가장 부유한 집단에게 부과되는 유혹의 세금은 1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 P153
만일 실수에 따르는 비용이 더 커지고 실패를 할 가능성이 더 많다면, 결핍은 사람을 보다 신중하게 만들지 않을까? 말이 쉽지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 P153
노력이나 신중함만으로는 계획 오류를 막을 수 없다. 노력이나 신중함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서 진행되는 일을 일러 주지 못하며, 모든 유혹에 저항하는 강철의 의지력을 우리에게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 P154
결핍은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큰 실수를 하도록 유도한다. - P154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정크푸드는 가난하고 바쁜 사람들에게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들은 그럴수록 더 나쁜 환경에 노출되고 또 집중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그러나 부유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이 덜 위협적이다. - P155
결핍은 단지 실패를 해도 괜찮은 여유가 적은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수를 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P155
결핍은 실수에 따른 비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실수할 가능성,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을 더 많이 제공한다. 일을 정확하게 하는 게 한층 어려워진다. - P156
이 모든 내용은 결핍이라는 발상에 하나의 층이 더 존재함을 암시한다. 우리가 결핍에서 비롯되는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 결핍 효과는 심리적인 차원을 넘어 수학적인 사실이 될 수도 있다. 결핍은 공간의 배열과 활용 면에서 보다 더 어려운 짐 싸기 문제를 만들 수도있다. 결핍에서 비롯된 심리로 시험을 받는 정신은 계산하기 더욱 복잡한 세상을 헤매고 더듬어서 자기 갈 길을 찾아야 한다.²⁴ - P158
24. 여기에서 말하는 계산의 복잡함이라는 발상은 선형 계획법(linear programming)과 정수계획법 (integer programming)을 비교함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선형 계획법에서 각각의 항목들은 무한대로 쪼개질 수 있다. (입자성의 논리적 확대 개념이다.) 하지만 정수 계획법에서는 각각의 항목들을 고정된 단위로 즉 통째로 가방에 넣어야 한다. (부피의 논리적 확대 개념이다.) 컴퓨터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정수 계획법이 선형 계획법에 비해서 근본적으로 더 어렵다는 사실을 정밀한 수학적 차원에서 입증했다. 이와 관련된 상세한 내용은 다음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Alexander Schrijver, Theory of Linear and IntegerProgramming (West Sussex, England: John Wiley & Sons, 1998). - P424
결핍과 느슨함의 관계
(전략). 바로 이런 점에서 느슨함이라는 개념은 결핍의 심리의 핵심을 찌른다. 느슨함은 우리에게 풍족함을 느끼게 한다. 느슨함은 단순한 비효율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인 사치이다. - P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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