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아동은 관련성 있는 정보를
선별할 줄 모른다

직접적으로 관련성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 다시 말해 정보의 바다 한가운데서 주어진 문제의 정답을 얻는 데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어 사용하는 능력, 이것이 효과적인 지능 작동에 반드시 요구되는 핵심 역량이다. 그런데 영재아동의 복잡한 사고로는 이런 작업을 수행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 P103

• 이런 작동 방식은 무언가를 창조하고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는데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주어진 상황을 효율적으로 인지하는 데는 커다란 걸림돌이 되기에, 영재아동이 학교교육에서 겪는 어려움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이런 작동 방식은 교사들로 하여금 이런 아이를 몽상에 잠기거나 정신이 딴 데 팔린 학생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 P105

제4장

영재아동과
학교

영재아동과 마주한 학교
학교와 마주한 영재아동
맞춤식 교육을 향해
이 아이들에게 어떤 학교가 필요할까?
자녀를 성공으로 이끄는 지침


(전략).
이렇듯 아이가 영재임이 일차적으로 밝혀지는 곳이 학교이며 영재아동이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곳이 대개 학교다. 학교에서 이 아이는 작동의 차이로 소외되고, 학교교육이 요구하는 바를 왕왕 이해하지 못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교사는 교사대로, 머리는 똑똑해 보이나 좀처럼 잘해내지 못하는 이 아이를 받아들이는 데 애를먹는다. - P132

사실 반에서 일등 하고 자신에게 만족감을 느끼며 교우관계도 원활한 아이는 부모가 걱정하거나 문제를 제기할 까닭이 전혀 없다. 따라서 이런 아이가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이런저런 통계 수치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즉 학업에 실패하는 영재아동들은 수량화할 수 있어도, 성공하는 영재아동들에 관해서는 전혀 혹은거의 알 길이 없다. - P133

다들 알다시피, 여자아이들이 대체로 남자아이들보다 학교에 더 잘 적응하고 학교생활을 더 잘해낸다. 여자아이들이 더 많은 융통성을 발휘하고 더 쉽게 학교 방침을 받아들인다. - P134

영재아동과 마주한 학교학교도 힘들다!

(중략).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학교가 틀 안에 들어오지 않는 이 아이들을 거의 언제나 심리적으로 가혹하게 대한다는 점이다. 영재아동은 틀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왜 안 되는지, 자신이 따돌림당하는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아이에게 학교는 고통의 공간이 돼버린다. - P135

학교의 잘못인가?

이는 민감한 주제로, 그 대답은 양면가치적이다. 즉 학교의 잘못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학교의 잘못이다

•학교는 모든 형태의 다름(차이)을 포용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실상은 더러 그렇지 않다.
•교직원은 영재아동을 어려움을 겪는 학생으로 간주해야 하는데, 실상은 더러 그렇지 않다. "쟤가 그렇게 똑똑하다면, 뭐, 잘해내겠지"
•일부 교사들은 영재아동에 대해 반에서 일등이라는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좀체 버리지 못한다. "재가 영재라면, 두고 보면 알겠지!" "네가 읽을 줄 안다니까, 그럼 어디 한번 증명해보렴!" - P136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학교의 잘못이 아니다

(중략).
・체계적인 연구가 아직은 미미하고 교육학적 실험도 너무 개별적인 영역에만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 어떻게 이 아이들이 좋은 성과를거두게끔 도울 수 있을지 그 방도를 사실상 알기가 어렵다. - P137

기를 꺾는 평가

(전략).
영재아동은 자기 고유의 특이한 작동 방식에서 비롯되는 막대한 핸디캡으로 인해 불리한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자신의 사고체계를 학교 체계의 요구에 맞추려 할 때 이 아이는 실제로 어려움을 느낀다. (중략).
영재아동은 과도한 지각 감수성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데, 이런방식이 제도화된 학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 P140

영재아동과 학교 관계가 흔히 결정적으로 단절되는 마지막 단계는, 학교가 이 학생이 실제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나아가 학업에 실패하고 있으며, 더 심하게는 학교에 반항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는 시점이다. - P142

학교는 실패와 반항만 본다

"주제를 벗어난 얘기잖아.", "답은 그런데, 추론은 어디 있지?",
"네 답의 논거를 대봐.",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증명해봐." 등등.
그런데 이 아이가 자신의 논리를 증명해보려 하면 정작 교사의 반응은 이렇다. "건방 떨지 마.", "시도 때도 없이 그만 좀 따지고 들어.", "네 논거는 듣고 싶지 않아. 내가 하라는 대로 해." - P142

영재아동의 사고방식,
왜 학교에서 문제가 될까?

이미 앞 장에서 영재이동의 사고방식에 관해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런아이가 타고난 지능의 특이성이 학교생활에 막대한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예측 능력의 결여한 집단에 공통된 암시(누구에게나 자명한 사실로 추정되기에 암묵적인 것)를 공유하지 못하면 예측 능력이 떨어지고 예측에 오류가 생긴다. 영재아동이 주제에서 벗어난 답을 적거나 백지 답안을 내는 것은 그 때문이다. - P142

나무 형태의 연결망 사고


영재아동의 사고는 나무가 가지를 치듯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전개되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빠르게 연결되며, 사고 영역이 무한히 확장되면서도 동시에 활성화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이 아이는 특정한 주제의 틀 안에 머물러 있기가 어렵다.  - P144

수학적 직관

영재아동은 추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답을 얻는 수학적 직관을 지니고 있고, 자신만의 자의적인 계산 방식을 사용하며, 대뇌의 반구 기능차(한쪽 뇌의 편중된 발달)로 인해 자신이 산출한 답을 증명하고 논증하는 데 무능하다. 이런 특성이 학교교육을 따르는 데 중대하고 무거운 걸림돌로 작용한다. - P144

해결책:
학교를 동반자로 간주하자


학교를 적대적인 권력이 아니라 우리 자녀들 교육의 동반자로 간주하면 어떨까?
(중략).
사실 우리 자신의 지식을 재검토하고 우리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문제 삼기보다는 "내가 하라는 대로 해. 그냥 그렇게 해야 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편이 더 수월하다. - P145

학교는 이 아이들의 학업적 성공과 실패의 책임을 홀로 떠안을 수없고, 부모는 학교를 대신할 수도 학교를 도외시할 수도 없으며, 학교를 거부할 수는 더더욱 없다. 만일 그런다면 아이가 학습에 투자한 그 모든 것을 위태롭게 만들고, 차후의 학업 과정에서 지적 잠재력을발휘할 그 어떤 가능성도 전부 가로막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P146

부모와 교사가 서로 상대를 공격하지 않고 상대를 무작정 이 문제의 장본인이나 책임자로 몰지도 않으면서 교류와 공유라는 건설적인 목적으로 만남이 이루어질 때, 대화의 물꼬는 언제든 트일 수 있다. 협력이야말로 아이의 학업 과정을 효과적으로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 P147

어떻게 해야 아이가
학교에 동화될 수 있을까?

첫 번째 단계: 다름을 인정하기


(중략).

이 아이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주 단순하지만 본질적인 뭔가가 있었다. 요컨대 이 아이의 특이성이 인정받은 것이다.
아이의 남다른 점이 아이의 인성 차원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아이의 독특한 작동 방식이 학교가 아이를 지도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로 간주된 것이다. - P149

아이를 우리가 투사한 모습대로가 아니라 타고난 실제 모습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아이의 정체성 구축에 토대가 된다. 영재아동의 특이성을 인정하고 본래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것, 이것이야말로 아이가 재능을 꽃피우고 학교에 동화되는 데 꼭 필요한 선결조건이다. - P151

두 번째 단계: 두 체계를 존중하기

첫째 체계 : 자체의 규율, 자체의 작동 방식, 자체의 학습 과정, 자체의 요구 사항을 가진 학교 시스템.
둘째 체계: 고유의 작동 방식. 이해 방법. 학습 형태, 고유의 사고규칙, 고유의 연상망, 고유의 창의성을 가진 영재아동의 시스템. - P151

(전략).
이 아이로서는 자기 고유의 체계를 유지하려는 욕구와 그 체계를학업적 성공을 위해 억눌러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파괴적인 내적 갈등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아이의 사고방식이 자발적으로 중단되거나 자멸하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의 인성과 정신적 안정이 보다 총체적인 파국을 맞게 될 위험이있다. - P153

어떻게 해야 아이가 학교 체계를
받아들이게 도울 수 있을까?

먼저 아이에게 똑똑히 일러주어야 한다. 우리는 아이가 다르게 사고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아이가 그럴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학교체계는 아이의 체계와 다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고 단지다를 뿐이다, 그리고 오늘날 학교 체계는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야 상급 학년· 상급 학교로 올라갈 수 있고, 또 그래야장차 아이 자신의 체계를 직업 활동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 P154

원칙: "학교는 규칙에 따라 작동하고, 그 규칙은 네가 찾아내야 한다."

(전략). 이 말은 아이에게 다음 사실을 이해시켜야한다는 의미다. 즉 우리는 아이에게 학교에서 중시되는 사고 형태를 취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후략). - P154

사고방식의 공유

마찬가지로, 학교 역시 최대 다수의 학생들에게 적합한 자기 고유의 작동 체계를 유지하면서 영재아동의 남다른 사고에도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의미다. - P155

사고방식의 공유는 가정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자녀의 사고 형태를 깊이 이해하는 법을 배우면 뜻밖에도 거기서 부모가 몰랐던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이 세계가 자녀와 더 잘 소통하고 자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길로 부모를 인도해줄 것이다. - P156

학교와 마주한 영재아동


영재아동의 학업 과정

이 책은 독자를 불안하게 만들려는 게 아니다. 영재이면서도 얼마든지 학업 과정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학업의 실패라는 귀신이 교정의 어느 귀퉁이에서 여러분의 모든 자녀를 음흉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하는 영재들도 분명히 있다.  - P157

초등학교 : 비교적 순조롭게 지나간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학교가 제시한 학습의 장으로 무리 없이 스며들고, 오직 자신의 지적 잠재력에만 의존해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이 아이가 초등학교 지식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고 그것을 학교가 받아들일 만한 형태로 재현하는 데는 자신의 지능으로 충분하다. 비범한 기억력 덕분에 공부를 많이 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배운 것을 따로 복습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 P158

중학교 초반: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초등학교 때와 달라진 수업 유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가진 지식과 지능에 의존해 큰 걸림돌 없이 일년을 보내게 된다. 새로운 환경이 주는 매력이 아이를 자극하고 고무한다. (중략). 그러나 성적은 이따금 초등학교마지막 학년 때보다 살짝 뒤처지는데, 부모는 이를 리듬의 변화와 적응의 필요성 문제로 여긴다. 당분간은 잘 굴러간다. - P159

중학교 3학년: 치명적인 해


3학년이 되면 격동의 시기를 맞는다. 갑자기, 학업을 수행하는 데있어 정교화 전략과 사고 전략을 구사하도록 요구받는다. 교사들은아이에게 지금껏 매 학년마다 정상적으로 익혀 자기 것으로 소화한추론 방식을 활성화할 것을 기대한다. 이전 단계의 학습 과정‘들을 활용하는 것이 지식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게 된 것이다. - P160

유급: 위험하니 주의하자

유급은 낙제한 아이에 대해 시행하는 고전적이고 획일화된 대응이다. 우리는 흔히 아이가 학업을 공고히 하려면‘ 한 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재아동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통찰력 있고 현실적인 어느 중학교 교장은 이렇게 증언한다. "유급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 P161

영재아동을 유급시키는 일은 지적 측면에서만큼이나 심리적 측면에서도 재앙이다.
부모들이여, 자녀에 대해 알기를 소홀히 하지 말자. 아이는 이 어려운 시기에 부모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손을 놓지 말자. 포기하지말자. 아이와 의논하고, 학교와 의논하자. 지금 닥친 상황을 진실로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 P162

무료함:
부적응의 다른 얼굴


(전략).
이런 종류의 무료함은 영재아동이 늘어놓는 불평 가운데 으뜸이다. 이것은 부모가 자녀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자 상담자에게 가장 많이 보고하는 문제며, 교사들의 주의를 수도 없이 환기시키는 문제다. - P163

무료함이란 무엇인가?

아이가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아니라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식‘이다.
반복 학습과 수업 속도, 단순화된 수업 내용, 작은 단위로 분할된학습, 강제된 학습의 틀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할 의무, 교과 과정을 벗어나는 지식의 통합 불가능성 등이 무료함을 강화하고 증폭시킨다.
무료함은, 학교 체계가 제시하는 학습에 도저히 투자할 수 없는 아이, 이 영재아동의 학습 구조와 너무도 동떨어진 그 모든 교수법 전체를 망라한다. - P163

기다림 : 무료함의 다른 얼굴

영재학생은 다른 학생들보다 더 빨리 이해하고 더 빨리 배운다.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이해하고, 때로는 교사가 수업을 끝내기도 전에 이해한다. 이렇게 수업을 귀담아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 P165

쓰기장애, 읽기장애, 철자장애:
영재아동들의 특징적인 장애

쓰기나 읽기에 곤란을 겪는 문제, 혹은 철자법에 심각한 어려움을 느끼는 문제와 같은 특정학습장애는 영재학생들에게서 빈번히 나타난다. - P166

쓰기장애(난필증)

(전략). 이장애는 글씨를 아주 삐뚤게 쓰거나 쓰는 속도가 너무 느린 증세로 드러나는데, 그러다 점차 쓰기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지경까지 이를수 있다.
(후략).


•구어 표현력의 발달과 대뇌운동의 발달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영재아동은 말솜씨가 유창하고 읽기도 거뜬히 배우는데 반해, 정신운동의 발달은 그보다 뒤쳐진다. (후략).

•사고의 속도와 쓰기 행위 간에 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영재아동의 사고는 아주 빠르게 전개된다. (후략). - P167

학교에서 쓰기는 학습의 중심이다. 따라서 서투르고 느린, 때로는지극히 느린 글씨 쓰기는 이 아이들이 빈번하게 겪는 어려움의 원인이자, 부모와 교사들 간에 빚어지는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중략).
초등학교에서, 나아가 중학교에서도, 상급 학년으로 올라갈수록이 아이들은 쓰기 문제로 인해 교사들로부터 수시로 지적을 받거나 벌을 받는다. - P168

읽기장애(난독증)와 철자장애

읽기장애는 흔히 철자장애와 병행해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영재아동에게서, 그중에서도 특히 남자아이에게서 빈번히 나타난다. - P171

• 읽기장애에 관한 연구(심리학자 스프링거와 도이치의 연구, 2000년)에 따르면, 언어를 처리할 때 우뇌가 강하게 활성화되는 뇌에서이 같은 비정형적인 작동이 보인다. 또한 읽기장애를 겪는 아이들 상당수가 왼손잡이이며, 이런 특징은 영재아동들에게서 빈번히 나타난다. 왼손잡이와 읽기장애, 그리고 영재아동 사이에 존재하는 관련성을 성급하게 결론짓고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이 세 부류의 집단에서 언어 자극을 처리할 때 공통적인 양상이 관찰된다. - P171

• 영재아동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로 작동한다. 시공간空間)적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글을 읽을 때 이 아이는 여러 단어를 포괄하는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이 이미지들이 이 아이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 P172

맞춤식 교육을 향해

교수법을 영재아동에게 맞춘다는 것은 학습 동력을 다시금 문제의 중심에 놓고 생각하겠다는 의미다. 영재학생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학습 형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 P175

학습 형태

학습 형태를 논하자니 상당히 교육학적인 차원으로 진입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이 책에서 다룰 수 있을 범위를 넘어선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연구된 교육학적 조정안들을 학교가 시행할 때 다라야 할 주요 방침들을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 P175

총체적 학습

(전략).
반복 학습, 각 학습 단위의 완벽하고 세밀한 분석, 기초 지식을 활용하는 훈련 등은 대다수 학생들에게 두말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학습 형태다. 그들이 학습하기 위해서는, 또 학습한 것을 자기 것으로소화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영재학생은 그렇지 않다! - P176

주의할 점

총체적 학습은, 단어를 구조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바로 암기해버리는 총체적 독서법과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설령 단어를 음절로 쪼개는 작업이 영재아동에게는 ‘지금 자신이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만들기 때문에 고문과도 같은 행위라 해도 말이다. - P177

복잡한 학습

교사는 가르칠 내용을 단순화하기 마련이다. 전달해야 할 지식을최대 다수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 P178

이처럼 단순화된 수업이 영재아동에게는 그 어떤 호기심도, 어떤흥미도, 어떤 자극도, 어떤 동기부여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아이는 학습에 ‘매달리지 못하고 그만 손을 놓는다. 아이의 잠재력과 역량이 동원되지도 못하는 것이다. - P178

복잡한 학습의 필요성


•복잡한 학습은 공부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시킨다.
•복잡한 학습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활성화한다.
•복잡한 학습은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 진정한 인지적 기쁨을 느끼게해준다. 인지적 기쁨은 지능의 각성제다 - P179

주의할 점! 그렇다고 영재아동이 복잡한 학습에 쉽게 답할 수 있다거나 그 어떤 까다로운 문제도 뚝딱 해결할 수 있는 전지적인 능력을갖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여기서 의미하는 것은 영재아동이 자신의 지적 잠재력을 동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또 학교교육이 제시하는 학습에 열중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학습과 마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P180

혁신적인 교사들에게서 빌린 아이디어들
 @@@@@계단을 거꾸로 내려가기

(전%>=.
이제 역량의 총동원이 불가피하다. 어떤 잠재력도 더는 잠자고 있을 수 없다. 모든 잠재력이 불려나와 구원에 나선다. 그럼 성공이다!
아이는 이런 놀이에 빠져들고, 호기심은 강렬해지고, 난관을 극복하려는 욕구는 커진다.
이렇게 학습이 시작될 수 있다. 단, 거꾸로 접근해야 한다. 학습의계단을 한층 한층 거꾸로 내려가는 것이다. 아이에게 먼저 "네가 이어려운 문제를 풀려면 어떤 지식, 어떤 절차가 필요할까?" 묻는다. - P181

책을 거꾸로 읽기























이것도 마찬가지로 책을 끝에서부터 읽기 시작하는 기법이다. 즉한 학년을 교과과정의 마지막 단원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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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논리


1년에 한 번만 맞는 시계와 하루에 두 번씩 맞는 시계가 있다. 둘 중에 어떤 시계가 나을까? (중략).
"나는 시계 2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아예 바늘이 움직이지 않고, 다른 하나는 하루에 1분씩 느려지는 시계다. 둘 중 어떤 시계가 더 나을까? (중략). 이제 생각을 좀 정리해보자. 하루에 1분씩 느려지는 시계는 시간이 다시 맞을 때까지 12시간, 즉 720분이 느리져야 한다. 그렇다면 이 시계는 2년에 한 번씩만 시간이 맞게 된다는뜻이다. 반면에 바늘이 아예 움직이지 않는 시계는 시계가 가리키고 있는 시간이 될 때마다 맞으므로,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이 맞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략). 당신은 ‘하지만 하루에 두 번씩 시간이 맞아봤자 뭐합니까? 그 시간이 언제 맞는지 모르는데요?‘라고 말할지 모른다. - P60

논리 게임 III

산술 크로켓

수학자답게 루이스 캐롤은 여러 논리 게임을 만들어냈다. 아래는 그가 만든 ‘산술 크로켓이라고 불린 게임의 규칙이다.

1. 첫 번째 플레이어가 8보다 작은 숫자를 말하고 두 번째 플레이어도 똑같이한다. 그런 다음 첫 번째 플레이어가 자신이 아까 말한 숫자보다 더 크되 그보다 8 이상 크지 않은 숫자 중 하나를 말한다. 상대방도 그렇게 한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교대로 숫자를 말하는데, 100을 먼저말하는 사람이 게임에 이기게 된다. 이때 100을 ‘위닝 펙(winning Peg)‘이라한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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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영재아동,
정의의 문제


영재아동이란?

영재인가, 지적 조숙인가?
이상한 얼룩말!


영재아동이란?

하나의 지수:
평균보다 높은 IQ


영재아동은 표준지능검사에서 IQ 점수가 130을 넘는 아이다. IQ는 지능에 대한 ‘측정‘이 아니라 지적 역량에 대한 평가로서, 한 아이의 지적 작동을 같은 나이의 또래와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수치이다. - P16

따라서 IQ는 영재 진단을 유도하는 하나의 지표로만 간주되어야하며, 반드시 다른 요인이나 임상 징후들로 보완되어야 한다.

(전략).

• 영재 진단은 다른 임상 요소들과 여타 보완적 검사 자료들이 뒷받침되어질 때만이 내려질 수 있다. 이를 포괄적 진단이라 한다.

• 지능은 인성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는 지능으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 지능의 작동 방식이 인성 전반에 통합되면서 인성에 특정한 색체를부여하는것이다. (후략). - P16

지적 측면·정서적 측면의
특성


영재아동과 그저 단순히 높은 지적 잠재력을 지닌 아이를 혼동하지 않으려면, 지적 측면과 정서적 측면의 특성들을 제대로 알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영재아동은 총체적 인성 차원에서 고찰되어야한다.


• 지적 측면에서 볼 때, 영재아동을 특징짓는 것은 이들 특유의 독특한 지능 형태이다. 여기서 의미가 있는 것은 양적인 크기가 아니라 질적인 양상이다. (후략).

• 정서적 측면에서 볼 때, 영재아동은 극도의 감수성을 지닌 존재이다. 이 아이의 수많은 감각 장치들은 외부 세계에 항상 접속된 상태로 온갖 정보를 포착한다. (후략). - P17

영재성은 타고나는 것인가?


왜 누구는 영재이고 누구는 아닌가?

우리 개개인을 구분 짓는 대부분의 특징이 그러하듯, 영재성을 결정짓는 것 역시 유전 인자의 프로그래밍 문제이다. (중략).
우리의 지능 형태가 우리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긴 하지만, 사실 우리는 원 상태의 잠재력을 이용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예컨대 내가 아무리 훌륭한 스포츠 선수가 될 신체적 자질을타고났어도, 내가 개발하지 않으면 이 자질은 발현되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꾸준히 훈련하면 이 자질은 놀라운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 P19

영재인가, 지적 조숙인가?
이상한 얼룩말!

이 아이들을 지칭할 때 흔히 영재아동이나 지적 조숙아라는 단어를별 구분 없이 사용하지만, 사실 이 두 용어가 가리키는 실체는 물론이고 그 의미 또한 동일하지 않다.
지적 조숙아라는 용어가 채택된 것은 그것이 이데올로기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보다 수용 가능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영재라는 용어는 여전히 많은 왜곡된 믿음을 내포하고 있고, 천재의 신화는 우리사회의 집단의식과 충돌한다. - P21

사실 지적 조숙이라는 용어는 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오히려 해가 된다. 이들을 단순히 제 나이에 비해 앞서는 아이로 간주하는 이.
상, 이들의 지적 작동의 특이성도, 이들의 지능 형태 · 학습 형태에 맞는 교수법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지식을 습득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지적 조숙이라는 용어는 또한 이들의 정서심리적 작동을 오로지성숙의 괴리 문제로만 나타낸다. 사람들은 이들을 머리만 컸지 여전히 덩치 큰 애기로 치부하는 것이다! - P22

더 심각한 것은, 이 용어가 우리로 하여금 영재아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 P22

사실 영재 surdoué라는 용어가 훨씬 더 적절하다고 볼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이 단어는 어원적으로 ‘남들보다 더‘라는 관념과 남들에게 주어진 것 이상의 천부적 재능, 즉 신이 내린 ‘선물‘ (영어의 gift)을 부여받았다doué는 관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3

캐나다에서는 douance라고 하며, 신조어 surdoument이 점차 더 많이 쓰이고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이런 아이를 IQ가 높은 아이, 혹은 높은 잠재력을 지닌 아이로 부르기도 한다. - P23

특이아동 가운데 영재아동과 대척점에 선 아이들을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다. ‘저능아‘ 혹은 ‘정신박약아‘라는 용어가 환영받지 못하고 일부 민감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게 되자, 정신발육지체아, 정신지체아, 지진아, 학업지체아, 학업부진아 등으로 부른다.  - P23

재능이 뛰어난 유명인들은
왜 여기서 거론하지 않는가?


(전략).
• 천재와 영재의 개념을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기 위함이다. ‘천재‘는 거의 마법에 가까운 신화적 · 전설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야말로표준에서 벗어나는 예외적 인간, 유례없는 존재다. (후략). - P24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아마 가장 간단한 것은, 이 아이들의 남다른 점이 무엇이든 그걸 인정하고, 이 남다름이 아우르는 바를 가능한 한 명확하게 명명하는 것이다.  - P25

그럼 오늘날 우리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을 별칭으로 부르듯이, 이아이들을 ‘얼룩말‘* 이라 부르면 어떨까!


* 불어에서 얼룩말을 지칭하는 단어 zèbre에는 ‘이상한 사람, 별난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 P25

제3장

영재아동의
사고방식

영재아동은
다르게 생각한다

사고의 인지구조



영재아동의 남다름은 모두 이들의 특이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중략).
영재아동의 남다른 추론 방법과 이해 체계, 기억 방식, 지식의 형성 및 그 정교화 과정 등은 오늘날 신경심리학, 신경과학, 뇌신경생물학의 도움으로 점점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영재아동이 남들보다 우월한 사고 능력을 지닌 게 아니라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개념은 우리가 영재아동을 떠올릴 때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다.  - P82

영재아동은 다르게 생각한다


사고의 보편성에 대한 환상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우리 자신처럼 생각하리라는 환상을 품고 있다. 이런 환상 때문에 일상의 인간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일이 비일비재하다. - P83

누구에게나 암시적인 것이
영재아동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한 집단에 공통된 ‘암시‘

(전략). 이것을 우리는 ‘사고의 문화 용기(容器)라 부른다. 이 문화 용기가 바로 어떤 준거틀 안에서 구성원들 간의 갖가지 ‘공통된 암시‘를 만들어낸다. - P84

영재아동은 암시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재아동은 이처럼 학교라는 틀 안에 존재하는 암시를 공유하지 못한다. 이것이 중대한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중략). 이에 대해 교사는 그 즉시 자신의 코드, 자신의 규범 체계에 비추어 이 아이가 무례하다고, 일부러 그런다고, 이건 교사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확신해버린다. - P85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유는 결국 단순하다. 영재아동은 코드가 다르며, 따라서 당신이 얘기하거나 요구하는 것의 의미를 당신의 코드가 아닌 자신의 코드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신이 기대하는 답이 아이의 이해 체계로는 ‘답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다. - P86

초등학교 5학년* 역사 과목의 수시평가 문제 : "인간의 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문제에 대해 영재학생 두 명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인간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인간이 매우 진화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반의 다른 학생들과 교사에게 이 문제는 ‘엄밀히 말해 진화에 관해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서술하라는 것이지 개인의 의견을 표명하라는 게 아니라는 ‘암시‘를 깔고 있다.


* 프랑스의 학제는 초등학교 5년제, 중학교 4년제, 고등학교 3년제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5학년은 초등학교의 마지막 학년이다. - P87

(전략).
더 큰 문제는 학습에 대한 의욕이다. 아이는 교사에 대한 신뢰를잃고,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며 배움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한다. 더욱이 부모가 자발적으로 교사 편을 든다면, 이는부모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기에 이것이 두고두고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되고, 차후에 비슷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번번이 이 상처를 건드리게 된다. 그로 인해 아이가느끼는 고독감과 이질감은 차츰 강화된다. - P88

영재아동은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영재아동은 흔히 말의 의미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곤 한다. 이 아이에게 의미는 매우 중요하고, 단어는 필히 가장 적확한 것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이처럼 영재아동들의 ‘한자 한자 따지는‘ 자구 해석이 우리가 보기에는 모순적일지도 모르겠다. - P89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욕구

(전략).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대답은 어김없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아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대답을 듣자마자 또 다른 방향으로튀어, 줄곧 의미에 집착하며 더 멀리 나아가려고 든다. 영재아동에게 의미에 대한 추구는 지적 활동의 중심이자 사고의 원동력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진정 모든 것이 의미를 지녀야 한다. 논리적이고 수용할 만한 의미를 영재아동은 절대 애매모호하고 부정확하고 불완전한 대답에 만족하지 못한다. - P92

왜 이렇게 의미에 집착하는 걸까?

영재아동의 사고 형태가 작동하기 위한 필수 조건 하나가 바로 절대적 정확성이다.  - P92

영재아동에게 세상 만물을 제어하고 통제하려는 욕구는 가히 절대적이다. 이는 이 아이가 불확실성에 잘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이 아이를 불안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 P93

의미에 대한 집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의미에 대한 추구와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온갖 질문들이 당신에게 반항하거나 당신과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자. 영재아동에게 의미의 추구는 사고의 핵심이다.
(중략).
• 아이가 불확실성에 유연히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설령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실수하고 모든 걸 다 알지 못한다고 해서 내면의 안정이 위태로워지지는 않음을 가르쳐주자. (후략). - P94

매우 보기 드문
논리수학적 추론


영재아동에게 계산은 놀이다

영재아동들은 대개 수학을 잘하고 특히나 쉽게 다룬다. 빠른 계산과 순식간에 답을 산출하는 능력, 놀라운 암산 실력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특이한 논리수학적 재능이 발달했음을 보여준다. - P95

그러나 영재아동은 구구단 외우기를 거부하거나 주저하는 게 아니라 습득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구구단식 셈법과는 다른메커니즘에서 나온 자신만의 암산 셈법이 구구단을 거치는 ‘우회로‘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훨씬 더 빠르기 때문이다. - P96

영재아동은 자신이 어떻게 정답을 얻었는지 알지 못한다

영재아동이 사용하는 추론 양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통상적 수학논리를 완전히 벗어난다. 대개 이 아이들이 추론하는 방식은 흡사
‘마술을 부리는‘ 것 같다. 그토록 빠르고 확실하게 셈의 결과나 문제의 답을 산출해내는 것이 우리에게는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 P96

 실제로 우리는 영재아동이 교사가 설명한 교과서 모델대로 덧셈하지 않은 사실을 목격하면 구구단을 모른다고 혼을 내고, 그러면서도 교사가 제시한 추론을 따르지 않고도 복잡한 문제를 풀수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고들 생각하리라. 그러나 이 단계에서 아이는 정확한 답 덕분에 체면을 지키고 별 어려움 없이 학년을 통과해나간다. - P97

영재아동은 자신이 어떻게, 왜 답을 알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 그것을 증명할 수도, 논거를 댈 수도 없으며, 하물며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추론과정을 전개한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 P97

영재아동의 논리수학적 사고의 작동은 ‘직관적‘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미국인들이 ‘직산, subitizing)‘이라 부르는 것, 즉 수학적직관이라는 의미다. 영재아동은 답을 도출해내기까지의 흐름을 의식하지 못하는데도 별안간 머릿속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 P99

최근 밝혀진 과학적 정보에 의거해서 이런 특이한 작동에 관한 하나의 가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해볼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계산은 단기 기억에서 활성화되어 있는 정보를 이용하여 실행된다. 그런데 일부 영재아동들에게서는 장기 기억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 P100

요점 정리

(전략).
• 영재아동은 자신이 어떻게 추론하는지 설명할 수 없고, 답이 도출된 근거를 증명해 보일 수도 없다.
• 이런 특성은 아이의 어떤 악의적인 태도나 반항심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라, 본인조차 자신이 구사한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불가능하기 때문에 빚어진다. - P100

나무 형태의 연결망 사고

생각의 다중 연결망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전략).
우리는 이동이 머리가 아프다고 투덜대거나, 아니면 좀 더 단적인 예로, 머릿속에 온동 들어앉은 것들을 더는 못 견디겠다 생각이 어디로 흘러들었는지 더는 갈피를 못 잡겠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긋지긋하다고 표현하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이런 아이들의 사고는 언제나 작동 중이다. 그것도 아찔하리만치 빠른 속도로, 그리고 억제할 수 없는 광적인 연상의 사슬로 무한히 이어지고 또 이어지면서 이런 사고의 위력, 연상망의 이런 끊임없는 활성화가 이 아이들을끝이 없는 생각 속으로 계속해서 이끈다. - P101

반면 영재아동의 경우에는 사고가 ‘연결망‘ 형태로 구축된다. 각각의 생각이 새로운 생각들로 가지를 치고, 이 생각들이 또 제각각 연상되는 새로운 생각들로 계속해서 가지를 쳐나간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훨씬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재아동이 이러한 ‘사고의 계통수‘ 여러 개를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기때문이다. 즉 이 시스템은 복수의 연결망이 나란히 동시에 작동하는형국이다. - P102

놀라운 아이디어의 출현


이 같은 사고 작동의 특성은 이런 다중 연결망으로부터 ‘놀라운‘ 아이디어를 샘솟게 하고 창조의 길을 열어준다. (중략).
반면에 선형적인 사고 작동은 사고의 각 단계를 그 단계에 직접 관련 있는 정보로만 국한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일에는 불리하되 학교교육에는 훨씬 더 효과적이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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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도착


K가 도착한 때는 늦은 저녁이었다. 마을은 눈 속에 깊이 잠겨 있었다. 성이 있는 산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개와 어둠이 산을 둘러싸고 있었고, 그곳에 큰 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아주 희미한 불빛조차 눈에 띄지 않았다. K는 국도에서 마을로 이어진 나무다리 위에 서서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허공을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 P7

K는 몸을 반쯤 일으키고 머리를 단정하게 매만지고 나서, 두 사람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길을 잃은 모양인데 여기가 무슨마을인가요? 이곳에 성이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젊은이는 천천히 말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K의 무지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베스트베스트¹ 백작님의 성입니다."


1 독일어로 ‘서쪽‘을 의미하는 ‘베스트‘(West)가 두번 중복된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서쪽은 ‘몰락‘ ‘쇠락‘을 의미하지만, 서구사회에 동화되고자 했던 동구 유대인들의 방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혹은 이스라엘의 성전에서 신이 임재하는 지성소로 들어가는 방향을 암시하는 단어로 볼 수도 있다. - P8

"그렇다면 나도 가서 허가를 받아와야겠군요." K는 하품을 하면서 이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듯 이불을 걷어 젖혔다.
"그래, 도대체 누구한테서 받는다는 거죠?" 젊은이가 물었다.
"백작님한테서 받아야겠죠." K가 말했다. "다른 방도가 없는 것같군요."
"이 한밤중에 백작님의 허가를 받아오겠다고?" 젊은이는 이렇게 소리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안된다는 거요?" K는 태연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왜 나를 깨운거요?"
이에 젊은이는 화가 치밀어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아주 부랑자 짓을 하는군!" 그가 소리쳤다. - P9

K는 유난히 낮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고, 다시 자리에 누워 이불을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 "젊은이, 도가 좀지나치군요. 당신 행동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따질 거요. 혹시 내게 증인이 필요하다면, 주인장과 여기 있는 분들이 증인이 될 거요.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사실을 말하면, 나는 백작님의 초빙을 받은 토지 측량사²요. 내 조수들은 필요한 도구를 마차에 싣고 내일 도착할 거요. 나야 눈 속을 헤치고 걸어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몇차례 길을 잃고 헤매는 바람에 이렇게 늦은 시각에 도착한 거요.
나의 도착을 성에 알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각이라는 건 당신이 가르쳐주기 전에 나 스스로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 이런 곳에 투숙하는 걸로 만족한 것인데, 당신은 좋게 말해 그마저방해하는 무례함을 보인 거요. 내 설명은 이게 다요. 안녕히 주무세요, 여러분." K는 이렇게 말하고 난로 쪽으로 몸을 돌렸다.
"토지 측량사라고?" 그의 등 뒤에서 머뭇머뭇하며 묻는 소리가 들리더니 모두 잠잠해졌다.



2 토지 측량사(독일어로는 ‘Landvermesser)라는 뜻의 히브리어는 ‘maschoach‘로
‘maschiasch‘ (메시아)와 유사하다. 카프카가 유대교에 대한 이해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언어유희로 볼 수 있으며, K의 태도에서 ‘메시아‘ 의식이 엿보이기도한다. - P10

"내가 전화를 걸어 물어봐야겠어요." 뭐라고, 이런 시골 여관에 전화가 있다는 거야? 시설이 꽤나 잘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K에게는 놀랄 일들이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가 기대했던 바였다. 전화기는 바로 그의 머리맡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졸음에 취한 상태여서 미처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 P10

 성 관리인은 이미 잠자리에 든 상태였으나, 프리츠라는 하급 관리인 하나가 전화를 받았다. 젊은이는 슈바르처라고 자신을 밝히고, K를 발견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행색이 몹시 남루한 삼십대 남자 하나가 근처에 옹이가 돋은 지팡이를 하나 두고 자그마한 배낭을 베개 삼아 짚 매트리스에서 태평스럽게 자고 있다. 너무도 수상해 보이는데, 여관 주인이 의무를 소홀히 한 게 뻔해서 슈바르처 자신에게 이 사안을 제대로 알아볼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 P11

이어 모든 것이 정적에 잠겼다. 저쪽에서는 프리츠가 사안을 알아보고, 이곳 여관에서는 사람들이 대답을 기다렸다. K는 누운 자세 그대로 몸도 뒤척이지 않고 별 관심 없다는 듯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악의와 신중함이 뒤섞인 슈바르처의 진술을 들으며 K는성에서는 슈바르처 같은 하찮은 인물들도 어느정도 외교적 소양을갖추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 P11

(전략). 그는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다소 장황한 설명을 듣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착오가 있었다고요? 이거 정말 난감한 일이군요. 사무국장이 직접 전화를 했다는거죠? 참 이상한 일이군요. 그렇다면 이제 토지 측량사에게 뭐라고설명해야 되죠?"
K는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성에서는 그를 토지 측량사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그에게 불리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성에서 그에 대해 필요한 사항은 모두 알고 있고, 또 벌써 판세를 저울질한 상태에서 미소를 머금고 그의 도전을 받아들였음을보여주기 때문이다. - P12

"나는 아직 백작님을 알지 못합니다." K가 말했다. "백작님은 홀륭하게 일을 해내면 보수를 후하게 준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나처럼 아내와 자식을 두고서 멀리 떠나온 사람이라면 한몫 잡아 돌아가고 싶은 법이죠."
"그 점이라면 선생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보수가 박하다는 불평은 듣질 못했거든요."
"그런데 말이오." K가 말했다. "나는 천성이 소심한 사람이 아니라 백작님이라고 해도 내 의견을 당당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신사 나리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당연히 낫겠지요." - P13

K는 그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그래서 시계를 보며 말했다. "이제 곧 내 조수들이 도착할 텐데 그들도 여기 묵게 해줄 수 있죠?"
(중략).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 K가 말했다. "우선은 성에서 내게 어떤일을 맡기려는지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성 아래 이곳 마을에서 일하게 된다면, 마을에 머무는 것이 더 적절하겠지요. 그리고 저 위성에서의 생활이 안 맞을지도 모르죠. 언제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사람이라서요." - P14

 "저 사람은 누구인가요?" K가 물었다. "백작님인가요?" K는 그림 앞에 서서 주인 쪽은 돌아보지 않았다. "아니요." 주인이 말했다. "성의 관리인입니다." "성에는 정말 용모가 수려한 관리인이 있군요." K가 말을 이었다. "그런 관리인이 버릇없는 아들을 두었다니 유감이네요." "그렇지 않아요." 주인은 K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슈바르처는 어제 좀지나쳤어요. 그의 아버지는 하급 관리인에 불과해요, 가장 하급에 속하죠." 그 순간 K는 주인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여겨졌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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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쓰조의 이야기는 파리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고다니 후미 선생님은 데쓰조네 담임인데, 결혼한 지 겨우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지도 얼마 안 되고 해서, 고다니 선생님은 데쓰조의 행동에 기겁을 했다.
고다니 선생님은 교무실로 뛰어들어와 심하게 구역질을 했다. 그러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 P12

교감 선생님은 한동안 붙박인 듯 서 있었지만, 무서워서 울고 있는 여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서 개구리를 치워야겠다고생각했다. 그래서 데쓰조를 밀쳐냈다. 그러자 데쓰조는 왼발로 참개구리를 또 짓뭉개 버렸다.
고다니 선생님은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다.
어지간히 밉지 않고서야 저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
‘잠깐......‘ 하고, 고다니 선생님은 생각했다.
‘데쓰는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 살고 있어. 당연히 파리도 많을 거야. 혹시 개구리 먹이를 잡다가 친구하고 싸운 게아닐까?‘ - P13

병 속에 든 파리 열세 마리를 잡았다는 건 확실히 이상하다. 병 속에 파리가 열세 마리나 있을 수 있을까? 물론 병이 아주 많아 병마다 파리를 조금씩 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어딘가 석연치 않다. 만약 고다니 선생님이 여기에 생각이 미쳐 이 이상한 이야기에 대해 조사했다면, 사건의 진상을 그때 완전히 파악할 수있었을 것이다.
두 아이는 데쓰조를 따라 처리장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했다. - P14

교무실에서 데쓰조는 교감 선생님한테 심하게 맞았다. 다른 선생님들도 후미지가 얼굴과 손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울부짖으면서 병원으로 실려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아무도 교감 선생님의 폭력을 비난하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맞아도 데쓰조는 입을 열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데쓰조를 가엾게 여기던 여자 선생님도 그토록 고집스런 데쓰조를 지켜보는 사이에 교감 선생님도 어쩔수 없이 폭력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P15

이튿날 고다니 선생님은 학교를 쉬었다. 이틀을 쉬고 사흘 만에 다시 학교에 나왔다. 고다니 선생님은 예쁘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그날은 조금도 예쁘지 않았다.
오후에 바쿠 할아버지가 학교에 찾아왔다. 바쿠 할아버지는 고다니 선생님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돌아갔다. 그때 고다니 선생님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 P16

다음 날 후미지의 아버지가 교무실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맞은 것도 억울한 판에 때린 놈한테 되레 사과하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며 고다니 선생님의 멱살을 잡았다. 그런 일에익숙지 않은 고다니 선생님은 새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못했다. - P17

물론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고다니 선생님의 생각은 주위 사람들에게 간단히 묵살되었다. 그런 일에 일일이 신경 쓴다면 10년 뒤에는 선생님이 아예 한 사람도 없을 거라고 고다니 선생님을 놀리는 동료도 있었다.
고다니 선생님은 학교에서 일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차가워진 자신을 느꼈다. - P18

다른 부류는 관청에 임시로 고용된 사람들인데 주로 현장에서 일한다. 쓰레기를 분류하거나 태우거나 재를 꺼내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 사람들이 처리장 안에 있는 연립 주택에서 살고 있다.
고다니 선생님이 처리장 옆에 있는 이 학교에 와서 여름방학 전까지넉 달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훑어보면, 이 지역 아이들의 사정을잘 알 수 있다. - P20

아다치 선생님은 머리를 길게 기른 데다 말쑥한 양복 차림과는 거리가 멀어, 고다니 선생님 눈에는 조금 못 미더워 보였다.
노름을 한다는 둥,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도 들렸다. 다만 무슨 영문인지 다른 선생님들이 아다치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눈치였는데, 학부형들한테 평판이 좋아서 그렇다는 말을 얼핏 들은것 같기도 했다. - P21

"좋은 작품이야. 이런 작품이 나오는 걸 보면, 아직 보물이 잠자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무슨 뜻이죠?"
"이 밖에도 좋은 작품이 있는데, 선생님이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지. 작품뿐 아니라 사람도 말이야."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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