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쓰조의 이야기는 파리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고다니 후미 선생님은 데쓰조네 담임인데, 결혼한 지 겨우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지도 얼마 안 되고 해서, 고다니 선생님은 데쓰조의 행동에 기겁을 했다. 고다니 선생님은 교무실로 뛰어들어와 심하게 구역질을 했다. 그러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 P12
교감 선생님은 한동안 붙박인 듯 서 있었지만, 무서워서 울고 있는 여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서 개구리를 치워야겠다고생각했다. 그래서 데쓰조를 밀쳐냈다. 그러자 데쓰조는 왼발로 참개구리를 또 짓뭉개 버렸다. 고다니 선생님은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다. 어지간히 밉지 않고서야 저렇게 잔인하게 죽일 수 있을까. ‘잠깐......‘ 하고, 고다니 선생님은 생각했다. ‘데쓰는 학교 바로 뒤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에 살고 있어. 당연히 파리도 많을 거야. 혹시 개구리 먹이를 잡다가 친구하고 싸운 게아닐까?‘ - P13
병 속에 든 파리 열세 마리를 잡았다는 건 확실히 이상하다. 병 속에 파리가 열세 마리나 있을 수 있을까? 물론 병이 아주 많아 병마다 파리를 조금씩 모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어딘가 석연치 않다. 만약 고다니 선생님이 여기에 생각이 미쳐 이 이상한 이야기에 대해 조사했다면, 사건의 진상을 그때 완전히 파악할 수있었을 것이다. 두 아이는 데쓰조를 따라 처리장에 들어간 것은 아니라고 했다. - P14
교무실에서 데쓰조는 교감 선생님한테 심하게 맞았다. 다른 선생님들도 후미지가 얼굴과 손에서 피를 뚝뚝 흘리고 울부짖으면서 병원으로 실려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아무도 교감 선생님의 폭력을 비난하려 하지 않았다. 아무리 맞아도 데쓰조는 입을 열지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데쓰조를 가엾게 여기던 여자 선생님도 그토록 고집스런 데쓰조를 지켜보는 사이에 교감 선생님도 어쩔수 없이 폭력을 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 P15
이튿날 고다니 선생님은 학교를 쉬었다. 이틀을 쉬고 사흘 만에 다시 학교에 나왔다. 고다니 선생님은 예쁘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그날은 조금도 예쁘지 않았다. 오후에 바쿠 할아버지가 학교에 찾아왔다. 바쿠 할아버지는 고다니 선생님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돌아갔다. 그때 고다니 선생님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 P16
다음 날 후미지의 아버지가 교무실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맞은 것도 억울한 판에 때린 놈한테 되레 사과하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며 고다니 선생님의 멱살을 잡았다. 그런 일에익숙지 않은 고다니 선생님은 새파랗게 질려 아무 말도 못했다. - P17
물론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고다니 선생님의 생각은 주위 사람들에게 간단히 묵살되었다. 그런 일에 일일이 신경 쓴다면 10년 뒤에는 선생님이 아예 한 사람도 없을 거라고 고다니 선생님을 놀리는 동료도 있었다. 고다니 선생님은 학교에서 일하면서도 왠지 마음이 차가워진 자신을 느꼈다. - P18
다른 부류는 관청에 임시로 고용된 사람들인데 주로 현장에서 일한다. 쓰레기를 분류하거나 태우거나 재를 꺼내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 사람들이 처리장 안에 있는 연립 주택에서 살고 있다. 고다니 선생님이 처리장 옆에 있는 이 학교에 와서 여름방학 전까지넉 달 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훑어보면, 이 지역 아이들의 사정을잘 알 수 있다. - P20
아다치 선생님은 머리를 길게 기른 데다 말쑥한 양복 차림과는 거리가 멀어, 고다니 선생님 눈에는 조금 못 미더워 보였다. 노름을 한다는 둥, 사생활이 문란하다는 소문도 들렸다. 다만 무슨 영문인지 다른 선생님들이 아다치 선생님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눈치였는데, 학부형들한테 평판이 좋아서 그렇다는 말을 얼핏 들은것 같기도 했다. - P21
"좋은 작품이야. 이런 작품이 나오는 걸 보면, 아직 보물이 잠자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무슨 뜻이죠?" "이 밖에도 좋은 작품이 있는데, 선생님이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뜻이지. 작품뿐 아니라 사람도 말이야."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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