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책을 읽기가 싫다.
과일이 비싸다.
영화 ‘해피 아워‘는 봐야지 생각만 하고 구매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5시간, 예전에 구매한 ‘화이와 알랙산더‘도 4시간이고, ‘고령가소년 살인사건‘도 4시간이다. 둘 다 보다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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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코드를 읽지를 못 하니.
과일, 너무 비싸다.
빵도 비싸다.
시급이 올라도 인건비만큼 싼 것은 없다.





 부산한 출근 시간 직후 수빈이 거대한 상자를 실은 카트를 끌고 나타나더니, 마치 전쟁에서 귀환한 영웅처럼 상자를 열어젖히며 "여러분, 도착했습니다. 백년전의 신선한 산딸기!" 하고 외쳤다. 토종 과일복원 프로젝트로 복원한 재건 이전의 산딸기였다. 연구실에서 소량으로만 기르다가 대량 재배로옮겨 성공한 것을 수확해서, 드디어 오늘 첫 시식을 위해 가져왔다는 게 수빈의 설명이었다. - P25

아영도 산딸기 앞으로 우르르 몰려드는 연구원들의 대열에 합류했다. 커다란 상자 한가득 처음 보는 산딸기가 담겨 있었다. - P25

수빈이 바구니에 산딸기를 가득 담아 테이블 옆 개수대에서 씻어 왔다. 이동식서랍장 위에 바구니가 놓였다. 우쭐해 보이는 수빈의 시식 허가가 떨어졌다.
"자, 한번 먹어볼까요?" - P26

"저……… 맛없어요?"
직설적이기로 유명한 박소영 팀장이 조금 난감한 듯 말했다.
"음, 산딸기가 원래 떫은맛이 나나?"
아무도 대꾸해주지 않았다. 다들 수빈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잠시 뒤, 참았던 말들이 하나씯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 P26

"21세기 사람들은 우리랑 입맛이 달랐나보죠. 그땐 이런 걸좋은 과일로 쳤나봐요."
"그럴 리가 없는데. 지금 21 세기 사람들 무시하는 거예요? 이건 무조건 농림청에서 잘못 키웠어요. 백 퍼센트."
"맞아. 제대로 키운 거 맞나 확인 좀 해보라고 해."
"수빈 씨가 샘플로 먼저 키워보고 보낸 거잖아요." - P27

산딸기 맛의 진실을 두고 결론 없는 논쟁이 시작되자, 수빈은 결국 산딸기를 몇 알 먹어보더니, 실망한 표정으로 상자를 재차 확인했다. 다들 상심한 수빈을 위로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산딸기가 담긴 상자를 자리로 가져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 P27

"아니에요. 이거 슴슴하면 안 되고요, 달아야 하는데.…수빈은 거의 울상이 되어 있었다. 괜히 말을 덧붙였다가는 더실망하게 만들 것 같아서 아영은 어깨를 으쓱하고 돌아섰다. 옆에서 지켜보던 윤재가 재미있다는 듯 킥킥거리며 웃었다. - P28

그런데 첫해 복원한 오렌지와 밀감의 교배 품종인 제주금향이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연구센터의 재정과 명성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그 이후 한동안 수많은 연구원들이 동원되었는데, 많은 프로젝트들이 그렇듯이 품종 복원 사업 역시 난발성성공으로 그쳤고, 지금은 막내 연구원인 수빈에게로 떠넘겨져 수빈만 실컷 고생을 하고 있었다. - P28

데이터 처리 프로그램이 초안을 자동 작성해주기는 하지만, 보기 좋게 다듬으려면 지금부터 밤을 새워야 할판이었다.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은 연구 실적을 평가하는 윗선들과는 견해가 달라서, 식물 연구자들에게나 흥미를 끌 만한 하찮은 식물들에 ‘중요‘ 표지를 마구 붙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생물자원 평가는 전부 아영이 수작업으로 다시 해야 했다. - P29

"이건 진짜 특이하게 생겨서 복원해보고 싶은데, 뿌리의 구조가 엄청 독창적이거든요. 그런데 갖다 쓸 말이 없어요. 뿌리의구조가 독창적이다. 이렇게 쓸 수도 없고."
"그럴 땐 역시 ‘생물다양성‘이지. 생물다양성이 우릴 구원할거야. 더스트 종식 이후 가장 먼저 재건된 지역도 생물다양성이 잘 보존된 지역이었다. 뭐 이런 얘기라도 써놔야지. 더스트 폴이 또 터질 수도 있다고 겁도 좀 주고." - P30

샌드위치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싱거운 산딸기를 주워먹으며 오후 내내 작업을 했더니 겨우 보고서 초고가 완성되었다. 좋아서 시작한 일도 수십 번씩 보다보면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충혈된 눈을 깜빡이며 아영은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 식물팀 전체에 공유했다. - P31

잡무를 처리하며 느긋하게 기다리려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다가, 아영은 윤재와 박 팀장의 홀로그램 스크린에 같은 기사가 떠있는 것을 보았다.

강원도 해월, 폐허에서 유해 잡초 이상증식ㆍㆍㆍㆍㆍㆍ 인근 마을 민원 쇄도

해산림청과 회의한다는 일이 저건가? - P31

다음날 아침, 아영은 자신의 테이블 위에 놓인 바이오플라스틱 상자 두 개를 보았다. 상자 하나는 크기가 꽤 컸는데, 흙이 묻은 뿌리가 입구로 삐죽 튀어나온 갈색 종이봉투가 담겨 있었다.
다른 하나에는 한줌 정도의 흙덩어리가 들어 있었다. - P32

옆에서 스크린을 들여다보던 윤재가 지듬 자리를 비운 강 소장 목소리를 흉내 내며 "어머, 성실하게 초고를 다 작성한 연구원이 아영씨밖에 없지 뭐예요"
하고 아영을 약올렸다. 손빠른 사람이 더 많이 일하게 되는 조직의 불합리함이란. - P33

"뉴스 제목은 지나가면서 봤는데, 찾아볼게요."
윤재가 히죽 웃으며 덧붙였다.
"산림청에서 분석해 왔는데 이상한 점이 많아서, 혹시 자기들이 원인을 못 찾고 있는 건 아닌지 크로스체크를 좀 해보고 싶다는 거야. 거기서 우리한테 뭘 시키겠다. 이런 건 아니고 말 그대로 도움 요청이지. 되도록 이번 주까지 분석 끝내서 보내주면 좋대."
"이번 주까지요? 이번 주가 이틀 남았는데요?" - P33

아영이 스티커를 뜯어내고 상자를 열어젖히려고 하는 순간윤재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조심해, 조심, 그거 맨손으로 만지면 안 돼."
움찔한 아영의 손이 상자 위에서 멈췄다.
"피부에 닿으면 엄청 간지럽고 따끔해. 나도 어제 미팅 갔다가 처음 알았어. 장갑 꼭 끼고 팔 걷지 말고."
윤재가 소매를 약간 걷어 아영에게 보여주었다. 손목 부분이 새빨갛게 부어 있었다. - P34

 한국에서 흔히 보이던 자생식물 같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시무시한 식물처럼 생기지도 않았다. 원래 식물의 무시무시함이라는 게 외관으로는 판별불가능한 것이기는 했지만.
"외래종이죠? 한국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요."
"다들 그렇게 추정하는데, 일단은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아.
찾아보면 재건 이후에 한국에서도 몇 번 증식했다는 기록이 있더라고 언제부터 자리를 잡은 건지는 모르겠어." - P35

"생물 테러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잡초로 테러를 해요? 그건 음모론 같은데."
"그거야 두고 봐야지. 음모론 제일 좋아하는 건 아영 너잖아?"
윤재가 놀리듯 하는 말에 아영은 뜨끔한 기분이 들었다. - P36

"정말 과하게 증식했네요. 이상해요."
"그렇지. 네가 좋아하는 이상하고 위험한 식물이야."
아영은 고개를 돌려 상자 속의 덩굴식물을 힐끗 보았다. 일단겉으로는 너무 평범해 보이는 식물일 뿐인데,
"그러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연구원님."
윤재는 아영의 어깨를 툭 치고 자리로 돌아갔다. - P37

그날 오후 내내 아영은 모스바나의 줄기와 잎, 뿌리를 각각 나누어 화학 처리를 하고, 분석단위별로 담고, 분석 장비에 넣을수 있게끔 정제해서 샘플을 준비했다. 장비 스케줄을 보니 정규근무 시간에 하려다간 예약을 못 잡을 것 같아서, 밤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야간 실험실 사용 허가서를 써주며 박소영 팀장은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 P37

침대에 누워 잠들기 전 ‘스트레인저 테일즈‘에 접속한 전술관에 가까웠다. 아영의 비밀스러운 취미였지만 윤재에게 들킨이후로는 늘 놀림거리가 되고 있었다. 괴담과 음모론의 세계 아영은 언제나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것에 끌렸다. - P38

물론 어디까지나 취미에 불과하다고, 아영은 스스로 선을 그었다. 과학자로서 아영은 괴담이 대부분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괴담이라는 것들은 대개 합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현상을 공포와 미스터리로 얼버무리는 이야기다. 딱히 창의적인 발상의 씨앗이 되지도 않는다. 읽고 나면어딘가 으스스하고 찝찝한 기분이 드는데, 그 중독적인 상태가 또 다른 괴담들을 읽도록 이끌 뿐이다. - P39

‘악마의 식물‘이라고 이름 붙은 것치고는 그저 성가신 식물에 가까웠다. 좀더 살펴보니 해외에서 모스바나가 악마의 식물로불리는 건 식물 자체의 유해성보다는 모스바나에 입혀진 이미지 때문인 것 같았다. 모스바나는 더스트 시대 후기, 그리고 재건 직후의 빈곤한 시대에 가장 번성했던 우점종dominant species 이었다. 당시에는 세계 어디에나 모스바나의 덩굴이 가득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불행한 기억, 혹은 겪어본 적도 없는 시대의 절망과 이 식물을 연관 짓는 것인지도 몰랐다. - P41

 모스바나는 재건 직후에는 지구상의 전 대륙에 퍼져 있을 정도로 엄청난 확장성을 자랑했지만, 생태계 다양성이 회복되면서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에서 급격히 밀려났고,
현재는 일부 지역에 정착한 사례 외에는 흔히 발견되지 않았다.
그만큼 한번 보이면 ‘왜 이게 갑자기 나타났지?‘ 하는 의문을 생기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 P41

 다만 작은 소득이라면 해외에서도 모스바나가 성가신 식물로 여겨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정도 어쩌면 해월의 모스바나 이상 증식은 그 자체로 특별히 놀랍거나 충격적인 사건이 아니라, 이미 세계 각지에서 흔하게 반복되어온 일일 수도 있었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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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너무 싫은 날이다.

『사회계약론』은 게다가 하나의 시민종교의 묘사로 끝맺고 있고 또 거기서 루소는 반대뿐만 아니라 중립까지도 용납하지 않는 현대 사회의 선구자가 된다. 사실루소는 현대에 있어 시민적 신앙을 선언한 최초의 인물이다. 그리고 루소는 가장 먼저 시민사회에서의 사형을 정당화하고 주권자의 왕권에 대한 신민의 복종을 정당화한다.  - P208

 이 신비로운 개념은 생쥐스트가 체포되는순간부터 단두대에 오르기까지 지킨 침묵을 정당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개념을 제대로 전개한다면 스탈린식 재판에 희생된 피고들의 열광 또한 설명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 P208

1789년 혁명이 "성스러운 인류"¹⁰⁸와 "우리 주이신 인류¹⁰⁹가집권하는 원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실격된 주권자가 사라져야 한다. 사제-왕을 살해함으로써 새로운 시대가 인정받게 된다. 그 새로운 시대는 지금껏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108) 베르니오의 말 (원주) 피에르 빅튀르니 베르니오(Pierre VicturnienVernigaud, 1755-1793), 지롱드 당원들의 지도자들 중 하나로 간주되어 처칭되었다. 다음과 같이 선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혁명은 사투르누스와 같은것이다. 그것은 그의 자식들을 잡아먹는다."
109) 아나카르시스 클로츠의 말(원주) - P209

그러나 누가 이 일반 의지를 해설하고 누가 판결을 내릴 것인가? 그것은 국민의회다. 국민의회는 그 기원으로 보아 이 일반 의지를 대표하고 있으며, 계시받은 공의회¹¹²로서 이 새로운 신성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회의 판결은뒤이어 인민의 비준을 받아야 할 것인가? 국민의회 내 왕당파의 노력은 결국 이 점을 겨냥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왕의 생명은 이처럼 부르주아-법관들의 논고에서 벗어나 적어도 인민의 자발적 감정과 동정에 맡겨질 수도 있었다.


112) 가톨릭교에서 교리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최하는 주교들의 회의.
- P212

 만인이 용서한다 할지라도 일반 의지는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민들도 전제 군주의 범죄는 지워버릴 수 없다는 것이다. 희생자가 법에 따라 자신의 제소를 철회할 수 없단 말인가? 이렇게 되면 이것은 법학이 아니라 신학이다. 왕의 범죄는 동시에 지고한 질서에 반하는 죄가 된다. - P212

생쥐스트의 연설은 단두대로 통하는 출구만 남겨 놓고 왕에게 모든 출구를 하나씩 닫아 버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 계약론』의 전제들을 받아들인 이상 과연 이러한 본보기는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것이었다. 이 본보기를 보여 주어야만 비로소 "왕들은 사막으로 달아나고 자연은 권리를 되찾으리라. 국민의회가 보류 투표를 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고, 루이 16세를 재판에 회부할 것인지 아니면 그의 안전에 대한 보장령을 내릴 것인지 아직 예심하지 않았다고 말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 P213

1793년 1월 21일, 사제-왕이 살해됨으로써 의미심장하게도루이 16세의 수난이라고 불렸던 사건은 종결된다. 분명 약하고 선량한 한 인간의 공공연한 살해를 프랑스 역사의 위대한한순간으로 내세웠던 일은 혐오할 만한 추문이다. 그렇다고이 단두대가 절정을 이루는 것도 아니다. 어림도 없다. 그러나적어도 왕의 심판이 그 원인과 결과로 보아 프랑스 현대사로넘어오는 전환점이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그것은 프랑스 역사의 신성 상실과 강생한 기독교 신의 사멸을 상징한다. - P214

혁명가들은 복음서를 내세울 수 있다. 사실 그들이 기독교에 무서운 타격을 가해 기독교는 아직도 그 타격으로부터 재기하지 못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숱한 자살과 광란의 경련하는 상황들이 뒤따른 왕의 처형은 가담자들 스스로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의식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 분명하다. - P214

덕의 종교

그러나 이렇게 옛 주권자를 처형하는 종교는 이제 새 주권자의 권력을 확립해야한다. 그 종교는 교회를 폐쇄한다. 따라서 다른 하나의 사원을 세우고자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루이 16세라는 사제에게 한순간 끼얹어졌던 신들의 피는 새로운 세례를 예고한다.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대혁명을 일컬어 악마적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 말의 이유와 의미를 안다. 그렇지만 대혁명을 연옥이라고 부른 미슐레의 말이 한층 진실에가깝다. - P216

만약 인민이 자유롭다면 인민은 오류를 범할 리 없다. 왕이 죽고 낡은 전제주의의 사슬이 풀린 이상 인민은 그러므로언제 어디서든 진리이고 진리였고 진리일 것만을 표현하게 되리라 인민은 세계의 영원한 질서가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알기 위하여 자문을 구해야 할 신탁인 것이다. "인민의 소리는곧 자연의 소리다.(Vox populi, vox naturae.)" 영원한 원리들은우리의 행동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니 그것은 곧 ‘진리‘요 ‘정의‘요 ‘이성‘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신이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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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에 읽었던 책과 동일한 책, 이제 1년 갓 넘겼지만 겹친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함.


"한때는 완전히 심장이 정지하고 뇌까지 소실되었습니다. 사망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였어요. 간호사가 나를 데리러 왔을 때 의학적 기적이 일어나 소생한 겁니다. 아, 노제 간호사, 채혈을 부탁해." - P264

내 팔에 바늘이 박힌다. 혈관에서 벗어났는지 아프다.
"노제 간호사, 또야?"
의자에 앉아 있는 의사도 어이없는 얼굴이었다.
"혹시나 신참?"
"네, 네・・・ 노제라고 합니다." - P264

노제라는 여자 간호사가 채혈에 재도전.
"실은 어제부터 갑자기 배속되어서..…."
"상부도 왜 이 애를 배속시킨건지. 일손이 부족하긴 하지만 이건.…."
의사는 그래도 노제한테 맡겼다. 풋풋해서 좋네. 그런 감상을 나는 삼켜버렸다. 주사는 또 빗나갔다. 초보자에 가깝다. - P265

"수치도 정상. 죽었다고 볼 수 있는 상태에서 6일 만에 건강한 몸이 되다니, 역시 기적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군요."
"기적이라 경제적인 기적이 일어난 적은 없는데 되살아나다니."
시선을 노제에게 향했다.
"사랑의 기적은 일어날까?"
내 쓸데없는 말에 여자 간호사가 미소 지었다. - P265

"당신 파트너 기기나 씨에게 고맙다고 하세요. 왼쪽 팔과 오른쪽다리를 연결하는 주식은 근사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잘한 처치를 했을 뿐입니다."
의사가 감탄의 말을 해서 왼손을 바라보았다. - P265

"칼날을 맞부딪치며 싸우는 검사이면서 치유도 할 수 있는 생체계 주식사는 칼과 주식에 의한 부상 치료에 관해서는 주식 의사에 필적한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깨끗하게 치료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지요." - P266

손이 움직여 간호사의 손을 잡았다.
"우오. 큰일이다. 기기나의 치료는 실패야. 내 의지와는 반대로멋대로 간호사 씨를 만지네?!"
"두뇌 이외에 이상은 없는 것 같군요."
간호사는 웃는 얼굴로 내 얼굴을 뿌리쳤다. - P266

나는 베개로 머리를 되돌리다가 문득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혼수상태 때 옛날 꿈을 꿨어. 마지막에 검은 손톱이나를 이쪽으로 끌어당긴 것 같았는데…."
병실 문 근처에서 의사가 멈춰 섰다.
"글쎄요? 붕괴한 정신을 스스로 복귀시키기 위해 과거에서부터재구성한 건지도 모르겠군요."
한순간 생각하고 아무런 설명도 안 된다는 걸 의사 본인도 깨달은 모양이다. "몸조리 잘 하세요" 하고 틀에 박힌 말을 하고 병실에서 나갔다. - P267

"팔이나 발은 주식 치료겠지만 죽지는 않았다고 해도 죽음 근사치 상태에서 소생한 건 역시 설명할 수 없어" 라고 중얼거리며,
의사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 노제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 P267

"참 시끄러운 여자 기자는 경비원이 막았는데 아는 분이세요?"
말투는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
"기자, 아-아젤말이로군. 여기를 찾아내다니 대단한 후각이야."
"교복을 입은 아가씨도 왔었어요."
"내가 바람피우는 상대 중에 학생이 있던 적은 없는데."
금방 생각났다.
"그렇군. 학원 학생이야." - P268

"내 여자친구는 지브냐라고 하는데, 정말로 대단한 여자야. 전에 바람피운 일이 들통나서 내 목을 십자 굳히기로 공격하며 현장이 어디냐고 다그치기에, 그래서 못 견디고 소파에서 해선 안 될 일을 했다고 자백했어." - P268

"지브는 나와 함께 의자로 가서 지금 곧 그 의자를 태워버려 라고 부드러운 얼굴로 말했어. 정말로 태웠어. 지브는 타오르는 의자를 보면서 "아까우니까 의자를 태우는 건 이번만으로 끝냅시다 라고 말을 이었어. 진짜 무서웠어."
노제가 참지 못하고 웃었다. - P269

"그러고 보니 소렐 씨는 공성주식사지요? 사무소도 있고."
선반을 밀던 손과 걸어가야 할 발이 멈췄다.
"그런데?"
내가 물어보자 노제가 호흡을 반복했다. 몇 번인가 두 어깨가 오르내린 뒤에 돌아본다. 입가에는 약한 미소가 있었다.
"아뇨. 제 주위에서 좀 난처한 일이 있어서요." - P270

"마침 교대인 모양이군."
반지를 낀 손가락, 검은 사제복을 입은 소매에 이어 중년 남자의옆얼굴이 보였다.
몰딘 추기경장이었다.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물건을 잡아준 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며 노제가 나갔다. 교대하듯 몰딘 추기경장과 비서관 헤로델이 들어온다. - P271

"흔해 빠진 거지만 병문안선물이야."
헤로델이 왼팔에 들고 있던 바구니를 병실 선반 위에 놓았다. 과일과 장미와 안개꽃 꽃다발이었다. 꽃다발은 병실에 어울리지 않게 화사했다. 몰딘은 살짝 웃고 있었다.
헤로델은 내 손과 발을 만졌다. - P271

"기기나 씨의 응급처치로 거의 완치된 데다가 최고급 주식 의사에게 치료도 받아서 오히려 전보다 더 상태가 좋을 정도야."
거기에서 여유 있는 웃음.
"산재 처리가 안 되었다면 청구서를 볼 수가 없었겠지만."
"그렇군."
나는 오른손 손가락을 구부려 헤로델의 배를 주먹으로 쳤다. 헤로델이 몸을 꺾고 콜록댔다. 놀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 P272

몰딘 추기경장과 아즈 의원 암살 미수 사건은 공개되었다. 저격수 브레난테의 시체와 주탄의 입수 경로로부터 배후 관계가 신속하게 수사되었다. 수사 결과, 계시파 교회의 최강경파 올켄티우스장로가 증인 심문에 불려갔고 추궁을 당했다.
증거가 불충분했기 때문에 기소도, 실형도 피했지만 장로의 정치적 실각은 확실해졌고 강경파는 우두머리를 잃었다. - P272

사건 뒤에 국민 여론에서도 전쟁 지지론은 대폭으로 후퇴했다.
몰딘 추기경장과 아즈 의원 두 명 주도에 의한, 성지 할양에 관한 두 나라의 잠정 회담이 새롭게 열리게 되었다. 봄이나 여름에는 정식 조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정보통이 신문에서 밝혔다. - P273

"언젠가 이 빚을 갚아."
내 가벼운 말에 헤로델은 입을 다물었다.
"그 점을 포함해서 나는 가스 군과 둘이서 이야기하고 싶네."
몰딘 추기경장이 헤로델에게 시선을 향했다.
"병원 앞에 차를 세워뒀으니 환자들에게 폐가 될 거야. 먼저 차를움직여주지 않겠나? 사람 없는 병원 주차장 쪽이 좋겠지."
헤로델이 끄덕이고 나에게서 떨어졌다. - P273

"이번에 가유스 군과 기기나 군의 활약 덕분에 나, 몰딘 추기경장과 아즈비터 하원의원이 목숨을 건졌어. 그리고 무엇보다 회담이성사되어 무고한 백성들을 구할 수 있었다."
은테 안경 안쪽에서 지적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거듭 고맙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 싶은데."
"일이니까요." - P274

그래, 여기부터가 진짜 싸움이었다.
"그럼 그때 약속대로 두 가지 정도 물어보겠습니다."
진실을 알 기회는 지금을 제외하면 없다. 크게 숨을 들이켜고 배에서부터 토해낸다. 말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배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영광스런의 피를 이은 몰딘 추기경 회의의장 예하." - P275

"내가 아는 몰딘 추기경장은 만났을 때부터 암살 미수 사건의 종결까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분명 제논 칼 다리우스라는 변장 명인 12억장이 연기한 것이겠죠."
몰딘 추기경장이 처음으로 진심으로 감탄하는 얼굴을 보였다.
"정답."
간단하게 긍정한다. 곤란한 적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 P275

"우선, 대역을 여섯 명이나 준비해야 할 정도로 위기를 느끼고,
또 편집증적으로 주의 깊은 예하가 아무리 중요하다고는 해도 카이쿠요우 본인도 아닌 상대를 위해 암살 위기가 있는 장소에 가는것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내 취미로서 불가능한 범위는 아니야."
"저도 그 시점에서는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단 머리 한구석에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 P276

"심리학으로 말하면 오른손잡이가 본 적 있는 장소를 떠올릴 때에 안구는 왼쪽 위로 움직입니다."
오른손으로 내가 봤을 때 왼쪽 위를 가리켰다.
"마찬가지로 덥고 추운 감촉 같은 체감에 관련된 일을 떠올릴 때는 오른쪽 아래로. 음이나 소리에 관련된 걸 떠올릴 때는 왼쪽 아래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오른손으로 각각의 방향을 가리켰다. - P276

"그때의 예하에게 누군가가 ‘목소리‘로 연기를 위한 사실을 가르쳐준 것이 아닐까, 그런 의심이 생겼습니다. 기억을 완벽하게 외우더라도 사고나 반응까지는 연기할 수 없습니다."
몰딘 추기경장은 긴 손가락을 무릎 위에서 깍지 끼었다.
"그럼 눈앞의 내가 진짜라는 증거는? 이 자리에 있는 내가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 P277

"굳이 말하자면 장난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몰딘 추기경장은 본인이 스스로 폐막을 고하지 않으면 극으로서 마무리가 안 된다고 생각할 터. 그리고 나와 대역인 제논이 진실을 말한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자기였던 인간의 말을 당신이 배신하면 극의 각본이 통하지않게 됩니다."
의자에 앉은 추기경장은 파란 보석이 박힌 반지를 낀 손으로 작게 박수를 쳤다. - P277

"그리고 자신의 연기에 목숨을 건 긍지를 갖는 제논 군이 들었다면 아마 재도전을 하고 싶어하겠지." - P277

"몰딘 예하, 어째서 당신은 스스로를 암살하려고 한 것입니까?"
나와 몰딘, 두 사람 사이에는 빙하처럼 차가운 고요함이 달라붙었다.
추기경장의 우아한 미소는 전혀 변함없었다.
단 희미한 기쁨의 목소리를 혀에 싣는다.
"잘도 눈치 챘군. 이건 내 예상 이상이야." - P278

"그렇게 생각한 논리가 궁금한데, 어떻게 된 걸까?"
그냥 두려움이 아닌 공포감이었다.
나는 오그라들 것 같은 내 마음을 격려하고 말을 계속했다.
"암살자들은 예하의 행동을 너무 잘 알고 있었습니다. 7중 대역을 세우고 혼란시킨 기밀회담의 일시와 장소까지 파악했습니다.
이건 내통자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 P278

"그러나 그런 것치고는 축제 때나 호텔 체재 시가 아니라 가장 호위가 단단한 나와 기기나, 동맹 측 공성주식사가 있을 때 행해졌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암살은 실패하고 당신이 바라듯이 정적과 용황국에 해를 끼치는 자들을 소탕했습니다."
조건에서 나오는 예상은 하나.
"즉 당신 자신이 일부러 정보를 흘리고 암살을 실패시키기 위해 날짜를 조정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 P279

"내통자는 내가 아니야."
효과를 시험하듯이 천천히 고했다.
"내통자는 가스 군의 오랜 친구 헤로델 군이다."
굉음.
열어놓은 창문 쪽에 있던 내 몸에 열풍이 닥쳐왔다. 한 발짝 내밀어 몸을 지탱했다. 병원 전체에 울리는 것 같은 폭음이었다. - P279

"말도 안 돼, 헤로델이 죽고, 헤로델이 배신했다고?!"
나는 느닷없는 친구의 죽음에 혼란스러웠다. 의미를 모르겠다.
"지금 폭발은 헤로델 군이 가스 군에게 주려던 과일과 꽃다발이 폭발한 거겠지."
창에서 떨어지지 않는 나를 보며 몰딘 추기경장이 말을 던졌다.
돌아보니 중년의 성직자는 헤로델이 들고 온 것과 교환한 듯한 사과를 깨물고 있었다. - P280

"역시 고성능 폭약이 들어간 과일을 받는 취미는 나한테도 없어서 말이야. 도중에 보통 과일과 교환했어. 헤로델 군의 선물은 본인에게 맛보게 했다. 아마 자극적인 맛이었겠지."
사람들의 혼란을 배경 음악으로 들으며 몰딘의 말이 울렸다. 나는 아직 사고가 정리되지 않는다.
"어・・・ 째서지? 헤로델이 당신을, 나를 배신할 이유 같은 건 없어?!" - P280

몰딘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통자였던 그에게 속아 신용하는 연기를 하며 반대로 이쪽 정보를 강경파에게 흘려 유도했다. 적을 통제하기 위해서 키운 건데 피에로가 등장할 장면이 끝난 이상 신속하게 무대에서 퇴장시킨것뿐이다."
"죽일, 죽일 필요는 없었어."
나는 비통한 소리를 냈다.
"법의 심판을 받게 했어야 해!" - P281

"지금이라면 헤로델 군은 죽은 호위들과 함께 암살이라는 비극의희생자가 되고 유족 연금도 나와. 그리고 더욱 강경파 배척을 위한추궁 재료가 돼준다. 그 자신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죽어야만 했다."
몰딘 추기경장이 진상을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가유스 군이 말한 진상은 조금 빗나갔어. 헤로델 군을 조종하는 것만으로는 너무 위험했다." - P281

"그래, 암살자인 닌자, 코우가도 내수하다. 큐라소 오프트 코우가라는 12익장 중 한 사람인데 신분을 위장하여 강경파에 일부러 접근시켰다. 닌자의 각유파가 대륙에 건너와 있다면 의심하는 건어려워. 또한 암살자 그 자체를 통제하지 않으면 이런 거친 일은통제할 수 없어." - P282

"남은 건 소심하고 입만 살았을 뿐, 실제로는 행동하지 않는 강경파를, 내가 큐라소 군을 사용하여 부추기는 거다. 주식 저격수 브레난테 군은 큐라소 군 하나로는 내 냄새를 맡을지도 몰라서 그걸 지우기 위해, 긴박감과 진실미를 내기 위한 덤이다."
몰딘의 웃음이 짙어졌다.
"나를 죽이려는 암살계획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나 자신이 세우고 완전히 실패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나는 압도당했다. 말로 표현하자면 무시무시하다. - P282

나는 물어봐야만 한다.
"일부러 우리를 이용한 이유는 뭡니까? 아즈비터 의원이 말한것처럼 7 도시 동맹이 다에프 선까지 물러난다면 황국은 무엇을 지불하는 겁니까?"
몰딘 추기경장이 오른손을 들었다.
"너희를 이용한 것은 첫째로는 배신자인 헤로델 군에게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계회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다. 헤로델 군 측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생각하게 할 장기말이 필요했다." - P283

"두 번째는 가유스 군과 기기나 군이라는 외부 인간을 넣음으로써 사건에 제3자의 증언이 더해진다. 정말로 놀라는 인간이 있으면 진실미는 늘어나"
가운뎃손가락이 올라간다.
"세 번째는 헤로델 군에게 들은 바로는 가유스 군은 국가 권력에거역할 정도로 어리석지도 않고 용자도 아니야."
네번째 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이 올라갔다. - P284

"그리고 마지막 이유와 황국이 지불할 대가는 비밀이다. 훗날을 위한 즐거움으로 남겨두지."
"쓸모없이 복잡하고 무의미한 책략이군요."
"내 취미다. 사람이 짜내는 배신과 음모, 투쟁과 죽음. 그리고 사랑 너무나 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내 등골에 오한이 지나갔다. - P284

내가 고발하면 나라는 혼란에 빠진다. 나한테, 그리고 지브한테도 고난이 닥칠 것이다.
"나는 츠에베른 용황국뿐만이 아니라 우코우토 대륙, 이별까지시야에 넣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이 남자는, 몰딘은 위험했다. - P285

무서웠던 것이다. 나 혼자만의 판단으로 뭔가를, 역사를 좌우해도 좋을지 몰랐던 것이다. 쥐고 있던 주먹이 펴졌다.
칼자루가 울리는 소리.
올려다보니 어느 틈엔가 병실 문이 열려 있었다. 문 그늘에 마장도 손잡이를 쥔 오른손만이 보였다.
칼 소리는 그늘에 숨어 있던 공성주식사가 칼을 칼집에 넣는 소리였던 것이다. - P285

"단 한 가지 오산이 있다고 하면 가스 군과 기기나 군이 예상이상으로 강했던 것이라고 할까."
몰딘이 숨을 토해냈다.
"예정으로는 어느 쪽 한 사람이 죽고, 감정적으로 강경파를 탓하는 일반인이 한 명나와야했다. 닌자들도 전멸 직전까지 될 예정은 아니었다."
몰딘 추기경장이 나를 바라보았다.  - P286

내 말은 몰딘에게 생채기조차 입힐 수 없다.
"그럼, 내 쪽에서도 하나만 의미를 가르쳐주지 자네가 기기나 군옆에 있는 이유를."
예상도 하지 않았던 화제가 나왔다.
"그것은 자네가 스스로의 결함을 그로 보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주위 인간 모두에 대해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것이 어떤 종류의 결함이고 단절이기도 하다는 걸 이해 못 하고 말이야."
몰딘의 말이 병실의 공기를 메웠다. - P287

단 한 사람의 예리한 두뇌가 만든 자리 앞에 패배했다.
머리가 창틀에 닿았다. 창 밖에서는 아직 헤로델이 차 안에서 화장되고 있었다.
그제야 소방차와 경찰차량의 경보가 가까이 왔다. - P288

"주군,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하시다니,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낮고 내리깐 듯한 목소리였다.
"큐라소 군은 즐기는 마음이 좀 결여된 면이 있어. 내 말에 가유스군이 고뇌할 거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유쾌하지?"
"닌자에게 유희를 이해하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봅니다. 특히 이번엔 우리 부대도 희생자가 나왔습니다." - P289

기기나는 걸어 나갔다. 마음속에 동요 같은 건 없고 몰딘은 열린차문 너머로 기기나가 걷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우리를 잘도 이용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내가 여기 올 것을 간파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과연. 의외야. 의외. 안경 군보다 날카로운지도 몰라."
몰딘은 감탄한 것처럼 옆에 있는 큐라소에게 설명했다. 기기의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저 얼빠진 가유스는 그 얼빠진 놈은 도중에서 어렴풋이 눈치챘으면서도 네놈의 계획을 무시했다."
기기나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 P290

"그 남자는 자기가 생각하는 정도로는 머리가 좋지 않아. 축제와 과자에 기뻐하는 소녀의 미소를 긍정한다는 말을 대역에게 대신시킨 네놈의 신념을 단순히 믿고 싶어했다."
몰딘 추기경장은 겁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열린 차 문 너머로 전사에게 대꾸한다.
"그 배려에는 감사하고 있어."
"그것만으로는 엄청나게 요금이 부족해." - P290

"내 직감인데 네놈은 위험해. 그 목의 반 정도 받아야겠다."
길 위를 압도할 정도의 살기가 부풀어 오른다. 길을 가로질러 가던 들고양이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쳤다.
큐라소는 순식간에 반응. 허리에 차고 있던 마장도에 손을 대며 주군 앞으로 날아갔다.
기기나의 오른손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에는 손잡이와 칼날이 연결되고 도롱도가 탄생. 돌진하고 있었다. 응답하는 것처럼 들이대는 닌자의 칼. - P291

아스팔트에 모서리부터 떨어져 무거운 소리를 내며 차문이 쓰러졌다.
장갑차에 버금가는 차를 가볍게 절단한 도룡도 날은 몰딘 추기경장의 목 앞에서 정지했다.
기기가 자기 의지로 멈춘 것은 아니었다. 기기나의 어깨에서부터 팔, 온몸에는 혼신의 힘이 담겨 있다. 거대한 칼날 끝은 몰딘의목 앞에서 섬세하게 떨렸다.
칼끝은 목에 닿았고 피부를 눌러 빨갛게 만들었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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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프다.


그리스인들이 좋아했던 아름다운 도형 중에 ‘궁형‘ 또는
‘활꼴‘ 또는 ‘초승달‘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리스 수학에서 최초로 초생달 구적법을 조사한 사람은 치오스의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이다. - P67

암을 뜻하는 영어 ‘캔서‘(cancer)의 어원이 바로 카르키노스이다. 후세 사람들은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암을 카르키노스라고 이름 붙인 이유를 암세포가 게의 걸음걸이처럼 옆으로 잘퍼지고, 암세퍼의 표면이 게의 껍질처럼 단단해서라고 해석하고 있다. - P67

두 번째 업적은 앞에서 말한 ‘초승달 구적법‘이다. 이것은 초승달 모양의 도형과 넓이가 같은 직각 이등변 삼각형을 눈금없는 자와 컴퍼스로 작도하는 것인데 이것을 계기로 그리스인들은 원의 구적에도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기 시작했다. - P69

사실 구석에 관한 문제는 그리스인들에게 수학 이상의 것으로 의미가 있었다. 예를 들면, 토지문제에서 실제로 불규칙적인 토지의 경계 때문에 자기 토지의 정확한 넓이를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구적을 구할 수 있다면 이 문제를 아주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구적접을 알면 비대칭이거나 불완전하게 보이는 것을 대칭 또난 완전하고 아름다운 형태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 P71

엘레아 학파의 철학자 제논(Zenon)은 기원전 490년경에 태어나 기원전 약 430년까지 활약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철학적 사상을 방어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역설을 전개하였는데 이 역설들은 수학에, 특히 미적분학의 발달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 그 역설의 주된 내용은 유한인 구간을 무한히 나누는데서 비롯된다.  - P72

제과는 수학적 관점이 달랐던 피타고라스 학파들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점은 위치만 있고 크기는 없다. 또 시간도 크기가 없는 무한한 시각의 모임이다."
그러자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기 위하여 제논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라는 또 다른 역설을 주장했다. - P73

그리스 시대에 달리기를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아킬레스(Achilles)라는 사람이 있었다.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달리기를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이 경기의 규칙은 거북이가 먼저 출발하고 난 얼마 뒤에 아킬레스가 출발하는 것이다.  - P73

아킬레스가 거북이의 처음 출발점에 도착했다면 거북이는그 사이에 느린 속도이지만 앞으로 나아갔으므로 아직도 거북이가 아킬레스보다 앞에 있다. 다시 아킬레스가 거북이가 있는그 다음 위치까지 갔을 때, 거북이는 계속해서 움직이므로 아킬레스보다 거북이가 앞서 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하면아무리 발이 빠른 아킬레스라고 해도 절대로 느림보 거북이를따라잡을 수 없다. - P73

피타고라스 학파의 시간은 크기가 없는 무한한 시각의 모임‘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제논은 ‘날아가는 화살은 날지 않는다‘ 라는 역설로 반박하였다. - P74

활시위를 떠나 공중을 나는 화살을 생각해보자. 이 화살은나는 시간내의 각 시각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각각의 시각마다에서 일정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결국 그때마다 정지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정지 상태가 무한히 많다 하여도 운동은 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므로 시간이 무한히 많은 시각으로 되어 있다는 주장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 P74

제논의 역설 중 또 다른 하나는 ‘어떤 시간과 그 시간의 반은 같다‘라는 것이다. 이 역설에 의하면 1시간과 30분은 같다는 뜻이다?!?!?!? - P74

정지 상태에 있는 원소 A,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원소 B,
왼쪽으로 움직이는 원소 C가 다음 그림과 같이 있다. 여기서두 원소 B와 C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일정한 시간이지난 후에 A, B, C 는 그림과 같이 나란히 서게 된다. 이렇게되기 위하여 B 의 원소는 다섯 개의 A 의 원소를 스쳐 지나가고, 동시에 C의 원소 열 개를 스쳐 지나간다. 스쳐 지나가는각 시간은 스치는 원소의 개수에 비례하므로 B가 A 를 스쳐지나가는 시간은 B가 C를 스쳐 지나가는 시간의 반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일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B가 A 와 C를 각각 스쳐 지나가는 시간은 같다. - P76

모두 열세 권(I-XIII)으로 이루어져 있는 <원론>은 1482년에 초판이 인쇄되었고, 그 후 지금까지 1천 판이 넘을 정도로인쇄되었으며 2,000년 이상 기하학의 교과서로 군림해 왔다.
사실 우리가 배운 중학교, 고등학교의 수학 교과서의 내용은주로 <원론>의 I, III, IV, VI, XI, XII권의 내용 중에서 발췌한것이다. 그러니까 비록 <성서>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중학교 이상의 수학교육을 받았다면 이미 유클리드의<원론>을 부분적이긴 하지만 읽어본 셈이다. - P82

제 1 권은 48개의 명제로 되어 있으며 처음 26개의 명제는주로 삼각형의 성질과 세 개의 합동 정리를 다루고 있다. 또여섯 개의 명제는 평행에 관한 명제와 삼각형의 내각의 합이180° 라는 것이 증명되어 있으며, 그 이외의 명제들은 평행사변형, 삼각형, 정사각형 등의 넓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 P83

제 II 권은 넓이의 변환과 피타고라스 학파의 기하적 대수를 다루는데 모두 14개의 명제로 되어 있다.
제III권은 39개의 명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 현, 선, 접선과 각의 측정에 관한 정리가 수록되어 있다. - P83

제IV권은 16개의 명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3, 4, 5, 6, 15변을 갖는 정다각형을 주어진 원에 자와 컴퍼스를 가지고 내접또는 외접시키는 작도 문제를 다루고 있다. - P83

제V권은 에우독소스의 비율이론에 관한 것인데 이 책은수학적인 문헌 중에서 가장 훌륭한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 P84

제VII권은 정수론 중에서 두 정수의 최대공약수를 구하는호제법‘(Euclidean algorithm)을 다루고 있다. - P84

제IX권에는 ‘산술의 기본 정리‘ (fundamental theorem ofarithmetic)로 불리는 다음의 명제가 수록되어 있다.

"1보다 큰 임의의 정수는 반드시 소수의 곱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그 방법은 근본적으로 한 가지이다."

또한 ‘소수의 개수는 무한하다‘는 사실에 대한 세련된 증명이있고, 등비수열의 첫 n 개 항의 합에 대한 공식을 기하학적으로 유도했으며 짝수인 완전수를 만드는 공식이 증명되어 있다. - P84

제X권은 무리수에 관한 것이다. - P84

제XII권은 입체의 부피를 다루고 있고, 제XIII권은 <원론>의 마지막 권으로 한 구에 다섯 개의 정다면체를 내접시키는 작도 문제를 다루고 있다. - P85

이렇게 훌륭한 저작물을 남긴 유클리드의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지만, 기원전 323 년에 알렉산더 대왕이 죽고 이집트를 통치하게 된 프톨레마이오스 왕 시대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며,
(중략) - P85

수학에 관하여 이야기하면서 아르키메데스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의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수학자이다. 그는 기원전 287년경 시실리아의 옛 그리스 도시국가 시라쿠사에서 천문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르키메데스는 시라쿠사의 왕 히에론(Hieron)의 총애를 받았고 몇 년 동안 알렉산드리아 대학교에서 수학한 것으로 보고 있다. - P90

 그의 발명품 중에는 사정거리를 조정할 수 있는 노포, 도시 성벽의 어느 곳이라도 신속하게 이동하여 가까이 접근한 적의 배에 무거운 물체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발사 장대, 적의 배를 들어 올려서 심하게 흔들어 부숴뜨리는 거대한 이동식 기중기 등이 있다. 거대한 유리거울을 사용하여 밖에 있는 적의 배에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이것은 로마와 시라쿠사의전쟁 후에 퍼진 소문이었지만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 P91

아르키메데스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 하나.
(중략)
 어느 날 왕은 금 세공인에게 명령하여 순금으로 왕관을 만들게 하였다. 이윽고 금 세공인이 왕관을 가져왔는데 왕은 그 속에 은이 많이 섞여 있다는 소문을 듣게되었다.
(중략)
욕조의 물이 넘치자 아르키메데스는 자기 몸의 부피만큼 물이 넘쳤다는것을 새삼 깨달았다. 밀도와 무게가 같은 두 물체는 모양에 관계없이 부피가 같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너무나도 기뻐서 발가 벗었다는 것도 잊은 채 큰 소리로 외치며 거리를 달렸다.

"Eureka, Eureka" - P92

. 여기에서 바로 아르키메데스의 부력에 관한 법칙‘이 탄생한 것이다. Eureka, Eureka!는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표어이기도 하다. - P93

아르키메데스는 1, 2, 3으로 된 비를 발견하고 이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그도 우주는 수학적으로 조화롭게 짜여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1, 2, 3, …의 정수는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믿었던 그리스의 ‘철학자‘였기 때문이다. - P95

고대 그리스의 대수 문제에 관하여 가장 훌륭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팔라틴 선집>(Palatine Anthology) 또는 <그리스 선집>(Greek Anthology)이라고 불리는 책이다. 이 책에는 46개의 문제가 수사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 책은 서기 500년경에 문법학자인 메트로도루스(Metrodorus)가 편집하였는데,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훨씬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들은 플라톤이 기분 전환을 위하여 생각했던 문제들이고, 린드 파피루스(Rhind Papyrus)에 있는 문제와 매우 유사한 것들이란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 P99

다음은 데모카레스(Demochares)의 나이를 묻는 문제이다.
"데모카레스는 일생의 1/4을 어린이로, 1/5을 젊은이로 살았고,
1/3을 어른으로 살았으며, 13년을 늙은이로 살았다."

그럼 데모카레스는 몇 년을 살았을까? - P100

한 가지 더, 사과의 개수를 묻는 문제가 있다.
"여섯 사람 중 네 사람에게는 각각 전체 사과의 1/3, 1/8, 1/4, 1/5을 주고 다섯 번째 사람에게는 10개, 여섯 번째 사람에게는 1개의 사과를 주었다."

사과는 모두 몇 개일까? - P100

<산학>에 나와 있는 재미있는 문제 몇 가지를 보자.

Des제 II 권 문제 28 : 두 개의 제곱수로 그깃들의 곱을 각각에 더하면 다시 제곱수가 되는 두 개의 제곱수를 찾아라.

디오판투스의 답 : (3/4)²,  (7/24)².
- P102

제 III 권 문제 6 : 세수의 합이 제곱수이고 임의의 두 수의합도 제곱수가 되는 세 수를 찾아라.

디오판투스의 답 : 80,320, 41 - P103

제III권 문제 13 : 세수에 대하여, 임의의 두 수의 곱을 나머지수에 더했을 때 제곱수가 되는 세수를 찾아라. 현재 이 문제에 대한 디오판투스의 답을 찾을 수 없다. - P103

제IV권 문제 10 : 두수의 합이 그 두수의 세제곱의 합과 같은 두 수를 찾아라.
디오판투스의 답: 5/7, 8/7


제VI권 문제 1 : 빗변에서 다른 한 변을 뺀 값이 각각 세:제곱인 피타고라스 삼각형을 찾아라.
디오판투스의 답 : 40, 96, 104.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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