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에 홀딱 빠졌을 때도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더있다. 바로 플롯이다. 겉으로 일어나는 사건들, 즉 소설의 외양이다. - P44

글쓰기를 가르치는 사람은 대개 출중한 작가들이다. 그런작가들은 처음부터 남들과 달리 스토리 쓰는 소질을 타고난 경우가 많다. - P45

어떤 일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모든 사람이 그런 능력을 기본적으로 타고난다고 생각한다. 워낙 자기 몸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운 기능이기에, ‘어떻게‘
한다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그런 것일 뿐이다. - P45

타고난 이야기꾼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은 자기 작업을 세세히 분석하거나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비결을 고민하지 않고도 잘 쓴다. 워낙에 스토리 감각을 타고나서 소설이 저절로 알아서 써지면서 본인도 생각지 못했던 전개에 매번 놀랄정도니 행운아가 따로 없다. - P46

어떤 작가들은 데뷔작이 큰 성공을 거두지만 독자들이 정확히 무엇에 매료되었는지몰라서 차기작, 차차기작은 줄줄이 실패하고 만다. - P47

(전략)
거기에서 나온 개념이바로 ‘무작정 쓰기‘ 기법이다. 이 기법은 작가들을 무척 유혹하면서 널리 퍼져 있지만 큰 해를 끼치고 있다. - P47

 ‘이 ‘무작정 쓰기‘ 기법을 일컬어 가장 정통적인 글쓰기 방법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워낙 쉽고 간단하고 순수해 보이는 방법이니 유혹적일 만도 하다. - P48

 쉽게 말해 ‘무작정 쓰면 스토리가 마법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작가도,
독자도 똑같이 놀라곤 한다. ‘엥, 스토리가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엉망진창이네.‘ - P48

 ‘자리에 앉아 모조리 쏟아 내는‘ 방식에 우리는 왜 그리도 큰 유혹을 느낄까? 그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쉬운 일을 택하게 되어 있다. 그건 나쁜 게 아니다. 우리가 나약하거나 게을러서도 아니다.  - P49

‘아, 이게바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가는 길이구나!‘ 하는 생각에 젖기 쉽다. 그러다가 임기응변의 짜릿함이 차츰 시들해지면서, 32페이지쯤, 아니면 127 페이지나 327 페이지쯤 가서 뭘 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된다. 3페이지밖에 못 가서 그렇게 되는경우도 적지 않다. - P49

마치 드넓은 황야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뭐가 중요한지, 스토리가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당신은 생각한다. ‘다 내 잘못이야. 난 무능한 작가야. 유능한 작가라면 다음에 어떻게 되는지 저절로 알겠지. 그런데 난 아무리 헤드라이트를 비춰 봐도 깜깜한 안갯속이야.‘ - P50

창의성이란 것은 맥락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고삐를매어 주어야 한다. - P50

그러므로 창의성의 고삐를 풀어 줄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기원이 되는 과거에 붙들어매야 한다. 현재가 뿌리내릴 과거가 없다면,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밋밋하고 제각각이니 독자의 눈에는 마구잡이로 보일 뿐이다. - P51

라모트는 "진짜 진짜 형편없는 초고"라는 개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데, 그에 따르면 그 정의는 이렇다. "아이가 쓴 것 같은 초고로서, 어차피 아무도 안 볼 것이고 나중에다듬을 수 있으니 일단 모조리 쏟아 내고 멋대로 마구 벌여 놓은 원고."² - P52

아무도 안 보기는커녕,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보게 되어 있다. 바로 당신이다. 게다가 그렇게 몇 달 동안 무작정 쓰고 나서 남는 것은 제각기 따로 노는 사건모음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 P52

(전략)
그래서 글의 순서만 이리저리 바꿔 보면서 적당히 만져 주면 어떻게 해결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안 된다. 글의 순서를 이리저리 바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설에 내적 논리가 없다는 증거다. - P52

그러나 착각은 결코 금물이다. 진짜 스토리가 담겨 있는 형편없는 초고와, 아무렇게나 마구 쏟아 놓은 형편없는 초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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