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하시고 존경하며 흠모하는 영주님, 잘츠부르크 대주교이자 군주이신 볼프강 테오도릭 님께¹ 베네 사람² 조반니 보테로 올림
1) 볼프 디트리히 폰 라이테나우(1559~1617). 1587년부터 1612년까지 잘츠부르크의 군주이자 대주교였다. 강력한 권력자였던 알템프스 추기경 마르코 지티히 폰 호헤넴스(바로 아래에서 언급됨)의 조카이자 밀라노 대주교이자 추기경인 페데리코 보로메오의 사촌이다. 그는 1588년 5월 20일 로마로 가서 알템프스 추기경의 궁에 머물렀는데, 당시 보로메오를 수행하여 이미 그곳에 있었던 보테로는 이때 그를 만났던 것 같다.
2) 보테로는 지금의 이탈리아 북서쪽 피에몬테 지방의 베네 바지엔나 출신이다. - P41
저로서는 이에 대해 약간의 설명을 하는 것도(제가 종종 이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두 저술가에 대해 잠시 살펴보았더니, 간단히 말해서 마키아벨리는 양심의 부재 위에 국가이성이라는 것을 세워놓았고, 티베리우스 카이사르는 극히 야만적인 반역법으로 자신의 폭정과 잔혹성을 은폐하였으며,³ 또한 세상의 지극히 비천한 여인뿐만 아니라, 비록카이우스 카시우스가 최후의 로마인은 아니었지만,⁴ 로마인조차도 도저히참지 못했을 다른 여러 방식으로 그렇게 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3) 티베리우스는 군주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자를 처벌하는 반역법(lex maiestatis)을 되살려냈다. 하지만 이 고대법은 원래 로마 인민의 주권(maiestas)을 침해하는 행위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아우구스투스를 계승한 티베리우스는 자신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이 법을 실시하였다(Tacitus, Annales, I. 72.2~4). 이는 법으로 위장한 불의의 전형적인 경우였다. 이 법이야만적이라는 보테로의 판단은 의심의 여지 없이 수에토니우스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이 법이 가차 없이 적용되었다고 말한다. Suetonius, De Vita Cesarum, Tiberius, 58.
4) 카이우스(가이우스) 카시우스 롱기누스는 브루투스와 함께 카이사르 암살의 주모자 중 하나이다. 기원전 42년 10월, 안토니우스에게 패하자 그는 적에게 붙잡히지 않으려고 자살하였다. 브루투스는 "카시우스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면서 그를 최후의 로마인이라 불렀다"(Plutarkos, Vioi Paralleloi, "Broutos," 44, 2). 공화주의자가 아닌 것이 분명한 보테로가자신의 저작 서두에 공화적 대의의 상징인 이 구절을 써놓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 P42
분노인지 열의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것에 떠밀려 저는 이들이 군주의 통치와 정책에 유입함으로써 신의 교회에서 생겨난 모든 추문 및 그리스도 교계의 모든 불화를 야기한 갖은 부패의 양상에 대해 글을 쓸 마음을 여러 번 되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이제 고명하신 영주님께 드리는 이 책 『국가이성론』에서 적어도 그중 어떤 것을 대략이나마 기술하게 되었습니다.⁵
5) 원래 1589년판, 1590년판, 1596년판에는 "적어도 그중 어떤 것을 대략이나마 기술하게 된것입니다"라는 구절 대신에 다음의 더 긴 구절이 들어 있었으나, 1598년판에서는 대부분 삭제되고 위의 짤막한 구절만 남아 있다. "하지만 만약 제가 먼저, 군주가 위대해지고 인민을잘 다스리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진실하고도 왕자다운 방도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부패의 양상에 대한 저의 논고가 아무런 신뢰도 권위도 가지지 못할 것임을 고려하여, 첫 번째생각을 다음으로 미루고 적어도 두 번째 생각을 대략이나마 기술하게 된 것입니다." - P43
당신은 목자의 염려와 군주의 엄중함을 보기 드문 형태로 결합하고있는데, 당신을 향한 신민의 깊은 존경심은 전자 덕분이며, 모두가 경탄하는 당신의 명성은 후자 덕분입니다. 끝으로 당신은 모든 행동에서 군주로서든 성직자로서든 어느 쪽에 더 위엄을 두는지 의아할 정도로 잘 처신하고 계십니다. 저는 제가 이 작은 노고의 결실을 당신께 보내고 바치게 한 이유를 고명하신 영주님께서도 충분히 이해하시고 당신께 어울리는 도량과 예로써 그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기꺼워하리라 감히 자신합니다. 제가 바치는 것이 너무 보잘것없어 다른 사람이라면 그것을 물리칠 수도 있겠으나, 저는 오히려 그 때문에 당신의 은전을 더 확신하면서 그것을 당신께 드리고자 합니다. - P44
1권
[1] 국가이성이란 무엇인가
국가란 인민에 대해 확고한 지배권을 가진 영지이며,¹ 국가이성이란 그러한 영지를 창건하고 보존하며 확장하는 데 적합한 수단에 대한 지식이다.
1) State un dominio fermo sopra popoli" 이 구절은 1596년부터 나타난다. 본 역서의원문 텍스트를 편집한 로맹 대상드르 보테로가 국가를 지배권 혹은 영지로 축소한 이러한정의를 통해 권력의 행사를 무한정한 조건에서가 아니라 오직 인민에게 한정하려는 것처럼보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의 정권, 영주권, 혹은 ‘도미나 - "군주가 재산과 인민의 영주(도미누스)가 되어 가부장이 노예를 부리듯이 인민을 통치하는"[Bodin, Les Six Livresde la République(1576), I, p. 570]-의 의미를 보존하고자 하는 법학자의 용어로 국가를 정의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stato‘에 대한 보테로의 이러한 정의는 "인민에 대한 통치권을 가졌거나 가지고 있는 모든 국가, 모든 영지는 예나 지금이나 공화국이거나 군주국이다"라고 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1장 첫머리를 연상하게 한다. 인민(uomini/popoli)에대한 통치권을 가진 영지(dominii/dominio)를 국가(stati/stato)와 동일하게 보고 있는 것이똑같다. 따라서 보테로의 국가이성이 본질적으로 국가 통치를 위한 일종의 법이라는 데상드르의 주장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fermo‘란 형용사는 안정성과 힘이라는 두 가지 함의를 갖는데, 로마공화국을 지칭한 ‘res publica firma‘를 연상하게 한다(Cicero, De Re Publica, II. 1: Sallustius, De Catilinae coniuratione, 52). 16세기 정치 언어에서 복수형으로 나타나는 ‘popolf‘는 여러 민족이라는 뜻이 아니라 인구의 다수를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용법은 홉스에게서 다시 나타나는데(Thomas Hobbes, De cive, VIII, 1), 그는 왕국을 다수의 사람에대한 지배권"으로 정의한다. - P47
[2] 영지의 구분
영지에는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빈한한 것, 부유한 것, 그리고 이와 유사한 여타의 성격을 지닌 것 등 많은 종류가 있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에좀 더 맞추어서, 영지 중 어떤 것은 우월하고 어떤 것은 그렇지 못하며 또어떤 것은 자연적이고 어떤 것은 획득되었다고 하자. 여기서 자연적이라함은, 통치자가 왕의 선출에서와 같이 명시적으로든 권력에 대한 적법한승계처럼 묵시적으로든 신민의 의지에 따라 통치하는 것을 말한다. - P49
무력으로 획득하는 경우, 전력(戰)을 사용함으로써 혹은 조약을 맺음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다. 또한 조약은 승자의 재량으로 혹은 협상을 통해 맺을 수 있다. 획득 과정에서의 저항이 클수록 영지의 질은 나빠진다. 더욱이 영지 중에는 작은 것도 있고 큰 것도 있으며 또 중간 크기도 있다. 물론 크기는 어디까지나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인접국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 P49
[3]
신민에 대하여
신민 - 이것이 없이는 영지가 존재할 수 없다 - 은 본성상 한결같거나 경박하거나, 혹은 온순하거나 거친데, 상업에 종사하거나 군대에 복무하며, 우리의 신성한 믿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다른 어떤 분파에 속할 수도 있다. - P50
분파가 진리에서 더 멀어지고 그것에 더 반할수록 그들에 대한 평가는 틀림없이 더 나빠질 것이다. 게다가 모든 신민은 동일하거나 상이한 법과 형태로 복속된 어떤 방식 아래 있는데, 이는 에스파냐의 아라곤인과 카스티야인 및 프랑스의 부르고뉴인과 브르타뉴인에게서 보는 바와 같다. - P51
[4]
국가 멸망의 원인에 대하여
자연의 산물은 두 종류의 원인에 의해 쇠락하는데, 어떤 것은 내적이고 또 어떤 것은 외적이다. 내적 원인이란 기본 성질이 과도하거나 부패한 것을 말하며, 외적 원인이란 칼과 불 그리고 다른 형태의 폭력을 가리킨다. - P51
내적 원인은 군주의 무능으로, 그가 너무 어리거나 기량이 모자라거나 어리석거나 혹은명성을 상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는데, 어쨌든 이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신민에 대한 잔혹함과 함께, 특히 귀족 및 도량이 큰 사람의명예를 더럽히는 음욕(淫慾) 역시 내적으로 국가를 멸망하게 한다. - P51
반면에 외적 원인은 적의 계략과 힘이다. 그래서 로마인은 마케도니아인을 야만인은 위대한 로마를 멸망시켰다. - P52
[5]
국가를 확장하는 것과 보존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위대한 일인가
의심할 나위 없이 국가를 보존하는 것이 더 위대한 일이다. 왜냐하면 인간사란 마치 달이 그렇듯이 거의 자연적으로 영고성쇠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융성할 때 그것을 안정시켜 쇠락지 않게 지탱하는 것은 특출하고도 거의 초인적이라 할 만큼 뛰어난 업적이다. 국가의 획득에는 기회, 적의 무질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행동 등이 큰 역할을 하겠지만, 획득한 것을 유지하는 일이야말로 어떤 탁월한 덕의 결실이다. - P53
힘은 다수가 지니고 있지만 지혜는 소수의 몫이다. "혼란과 무질서 속에서는 최악의 인물이 힘을 가지며, 평화와 평온의 시기에는 선한 자질이 필요한 법이다."¹¹
11) Tacitus, Historiae, IV, 1, 3. - P53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이런 견해를 갖고 있었는데, 그는 『정치학』에서 입법자의 주요 과업은 도시를 만들고 확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¹⁵
15)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는 이러한 구절을 찾을 수 없으므로 이는 보테로의 자유로운 해석으로 보인다. - P54
[6]
크거나 작거나 중간 크기의 제국¹⁸ 중 어느 것이 더 영속적인가
중간 크기의 제국이 유지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18) 보테로가 사용하는 ‘제국(imperii)‘이라는 말은 위계상 왕보다 상위인 황제의 통치권 혹은그가 다스리는 국가 물론 이는 반드시 근대 ‘국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라는 뜻이 아니라, 타국을 병합하여 식민지로 삼거나 협약을 통해 보호령으로 유지하는 등 다양한 방식의 영토가 혼재된 국가를 의미한다. 앞의 2장 말미에서 보듯이 제노바공화국이나 에스파냐왕국이 제국으로 지칭되는 것도 이런 의미에서이다. 또한 텍스트 여기저기서 ‘제국‘ 외에도 ‘국가‘, ‘왕국‘, ‘영지‘ 등의 말이 그냥 ‘국가‘로 바꾸어도 별 무리가 없는 정도로 쓰이고 있다. ‘제국‘을 ‘국가‘와 유사한 의미로 쓰는 이러한 용법은 고전 고대적 용례에서 유래하는데, 실제로 로마공화국 시절이나 제국 시절이나 로마인은 스스로의 국가를 가리켜 ‘임페리움 로마눔, 즉 로마제국이라 불렀다. 직역하자면 로마의 통치권(역)이라는 뜻이다. - P56
단순 소박함은 기만에, 선은 악의에 굴복하며, 그리하여 국가가 커짐에 따라 견고함의 기초는 약화하게 된다. 철에 그것을 갉아먹는 녹이 발생하고 익은 과일에 그것을 망가뜨리는 벌레가 나타나듯이 큰 국가일수록 점차, 때로는 단번에, 그것을 무너뜨리는 악습들을 낳는 법이다. 이로써 큰 국가의 경우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한 것 같다. - P58
[7]
결합된 국가와 분리된 국가 중 어느 것이 더 영속적인가
영토가 나뉘어 있는 국가를 분리된 국가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중간에 적이나 적으로 의심될 만한 강력한 군주가 끼어 있어 상호 지원을 할 수 없거나, 혹은 지원이 가능한 두 경우가 있다. 지원하는 방법에는 돈의 힘으로 하거나(하지만 이는 가장 어려운 방법이다), 그의 영토를 지나가야 하는 군주와 잘 협의하거나, 또는 제국의 모든 영역이 바다와 접하고 있어서 해군력으로 쉽게 유지될 수 있는 세 가지가 있다. (중략).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멸망의 내적 원인에는더 취약한데, 위대함은 자만을, 자만은 부주의함을, 그리고 부주의함은 명성과 권위에 대한 경멸과 그것의 상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힘은 부를 가져오는데, 이러한 부는 환락의 원천이며 환락은 모든 악습의 원천이다. 이러한 것이야말로 영지가 번영의 절정에서 쇠퇴하는 원인인데, 세력이 증가하면 용맹함은 감소하며 부가 넘치면 덕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 P60
만약 군주가 나태하고 무능하다면, 결합된 국가는 분리된 국가보다 더 쉽게 피폐하고 부패하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적에 더 취약해질 것이다. 반면 분리된 국가는 결합된 국가보다 외국인에게 더 취약한데, 이는 물론 분리 상태가 그것을 허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P62
(전략). 설사 이런 국가가 본성상 결합된 국가보다 더 취약하다고 해도, 그것은 또한 많은 이점도 갖고 있다. 첫째 그런 국가를 동시에 공격하기란 쉽지 않으며 각 지역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러한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왜냐하면 한 군주가 혼자 그렇게 할 수는 없으며, 여럿이 함께 연합하기도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영지의 한 지역이 공격받으면 그렇지 않은 다른 지역이 언제나 지원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 P62
[8]
보존의 방법에 대하여
국가의 보존은 신민의 평온과 평화로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소요 및 전쟁이 자신의 신민에 의한 경우와 외세에 의한 경우로 나뉘는 것과 같다. 신민에 의한 경우에는 두 가지 방식으로 고통을 겪는데, 서로 싸움으로써 내전이라 불리거나 혹은 군주에 대항함으로써 반란혹은 모반이라 불리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 P64
(전략). 그리하여 이 두 가지가 신민을 복종시키고 평화롭게 만든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왕의 선출에 더 큰 힘을 갖는 것은 명성과 사랑중 어느 것인가?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명성인데, 인민이 공화국 정부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은 그들을 기쁘게 하거나 그들의 호의를 얻으려 함이 아니라 공공선과 안녕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 P65
마르쿠스 리비우스는 자신이 받은 치욕과 불명예로 인해 오랫동안 사람들에 의해 수없이 경멸과 비난을 겪었고, 이로 인해 시민들의 눈밖에 난 지 오래되었으나, 공화국이 필요로 하자(온갖 야심의 기술을 발휘하여 인민의 사랑과 총애를 얻으려 했던 인물을 모두 제치고) 집정관직에 앉아 군지휘관으로 한니발의 동생에 맞섰다. 명성은 루키우스 파울루스를 마케도니아와의 전쟁에, 마리우스를 킴브리인과의 전쟁에, 폼페이우스를 미트라다티스와의 전쟁에 불러들였다. - P65
한 인물의 선량함과 완전성이 평범한 것을 넘어서서 어떤 뛰어난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가 자신의 선한 본성으로 얼마나 사랑받든 간에 이러한사랑은 탁월성에 의해 추월되며, 다시 탁월성은 그에게 사람의 사랑보다는 존경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존경이 신앙과 경건함에 토대를 둔다면 그것은 숭경(崇敬)이라 한다. 만약 그것이 정치적, 군사적 기술에 토대를 둔다면 그것은 명성이라 불린다. - P66
정의보다 더 사랑받을 것이 무엇이겠는가? - P66
[9]
군주에게 덕의 탁월함은 얼마나 필요한가
모든 국가의 주요한 토대는 상위자에 대한 신민의 복종이며, 이는 군주의 덕이 얼마나 뛰어난가에 달려 있다.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와 몸이그 고귀한 본성 때문에 천체의 운동을 거스르지 않고 복종하며 천계 간에도 하위의 것이 상위의 움직임을 따르는 것처럼, 인민 역시 뛰어난 덕이 찬란히 빛나는 군주에게 기꺼이 무릎을 꿇는다. - P67
그러나 중요한 것은, 군주의 우월성이 부적절하거나 거의 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에서가 아니라 기백과 재능을 고양하고 거의 하늘과 신에 필적할 만한 위대함을 드러내도록 하며, 그 인물을 다른 사람보다 진정으로 더 뛰어나고 더 낫게 만드는 그런 일에서 발휘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 P67
[10]
군주가 지녀야 할 덕의 탁월함의 두 종류에 대하여
그런데 이러한 탁월함은 절대적이거나 부분적이다. 절대적이라 함은 모든 혹은 많은 덕에서 범상함의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이며, 부분적이라 함은 통치하는 자에게 적절한 어떤 특정한 덕에서 다른 사람을 앞서는 경우이다. - P68
[11]
어떤 덕이 사랑과 명성을 얻는 데 가장 적절한가
그러나 설사 모든 덕이 그것으로 장식한 사람에게 사랑과 명성을 가져오는 데 적합하다고 해도, 그럼에도 어떤 덕은 명성보다는 사랑에 더 적합하고 또 어떤 덕은 그 반대이다. 첫 번째 범주에는 전적으로 유익함을 주는 덕들이 들어가는데, 이는 인간성, 정중함, 자비 등으로서 모두가 정의와 관용으로 환원 가능한 것들이다. 두 번째 범주에는 대업에 적합한 어떤 위대함이나 강력한 의지 및 뛰어난 재능을 동반하는 덕들이 있는데, 강인함, 군사 및 정치의 기술, 항심(恒心), 굳센 의지, 기민한 재능이 그러한 것으로서 우리는 이를 분별과 용맹함이란 이름 아래 넣을 수 있다. - P71
[12]
정의에 대하여
그런데 신민을 이롭게 하는 첫 번째 방법은 정의를 통해 자신을 보존하면서 각자에게 그것을 확인하게 하는 것이며, 평화와 더불어 인민 간의 화합을 굳건히 하는 토대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P71
고대의 시인은 유피테르 또한 정의의 도움 없이는 사람을 적절히 다스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플라톤은 정치에 관한 자신의 책에 ‘정의에 대하여‘란 제목을 붙였다.⁵⁰ 왕에게 법을 세우는 것보다 더 필요한 일은 없다.
50 플라톤의 국가를 가리킨다. - P72
[13]
왕의 정의의 두 측면
왕의 정의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그 하나는 왕과 신민 간의 정의이고, 다른 하나는 신민과 신민 간의 정의이다. - P74
[14]
왕과 신민 간의 정의에 대하여
인민은 군주에게 자신들 사이에 정의를 유지하고 적의 폭력에서 그들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권력을 부여해야만 한다. 또한 군주는 이러한 권력의 한계에 만족하고, 그들의 힘에 부치는 지나칠 정도의 과세로 인민을 괴롭히고 학대해서는 안 되며, 탐욕스러운 장관들이 세금을 통상적이고 적절한 정도를 넘어 부풀리거나 갈취하도록 놔두어서도 안 된다. - P74
(전략). 이와 마찬가지로, 군주는 수입(그의 종신들의 피와 땀과 다르지 않은)을 결코 헛되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인민에게는 군주의 위대함을 북돋우고 국가를 유지하도록 자신들이 곤경과 고통을 겪으며 준 돈을 그가 아무렇게나 써버리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더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허영이란 끝도 없고 잴 수도 없는 법이기 때문에, 돈을 헛되이 쓰는 사람은 무질서와 결핍에 빠지게 되어, 결국 사기와 악행을 범하고 무고한 사람을 죽이게 될 것이 틀림없다. - P75
즉 군주가 덕에 기뻐하면 덕으로, 그가 허영에 차 있으면 아첨으로, 그가 잘난 체하는 성격이면 화려한 의식으로, 그가 탐욕스러우면 돈으로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기량에 따라서가 아니라 선호에 따라서 지위와 관직을 주는 것보다 왕에게 더 해로운 일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덕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은 제쳐놓고라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보잘것없는 사람이 더 선호된다는 것을 알고는 그에게 종종 봉사하지도 복종하지도 않을 것이며, 또 그 같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인민은 장관에 대한 미움으로 군주 그 자신을 경멸하여 그에게 반란을 일으킬 것이기 때문이다. - P76
[15]
신민과 신민 간의 정의에 대하여
신민 간의 모든 일이 정의롭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은 군주의 의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촌과 도시를 폭력과 사기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폭력은 유배자, 도둑, 살인자, 흉악범에 기인한다. 그들은 강력한 조치와 공포로써 반드시 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 P78
설사 군주가 봉신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해도, 만약 국가의 이익에 대해 염려하지도 그것에 기여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개개인의 부를 소모할 뿐인 고리대금업자의 탐욕에 그들을 희생시키도록 놔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리고 그 피해가 어찌 개개인에만 국한될 것인가? 고리대금업은 재정을 고갈시키고 공공수입을 파탄에 이르게 한다. - P79
. 그런데 돈이 투여되지 않는다면 상업이 제대로이루어질 수가 없다. 또한 고리대금업으로 부를 쌓고자 하는 사람은, 무역은 포기하고(왜냐하면 이는 손해 볼 위험을 감수하고 몸과 마음을 소진할 각오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시간을, 또 일부는 돈의 사용을파는 셈인 종잇조각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빈둥거리면서 다른 사람의 돈으로 자기 자신을 살찌운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 P79
[16]
법관에 대하여
군주 자신이 법령을 관장하고 판결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므로, 자신을 위해 이 일을 할 유능한 관리들을 충분히 임명해야 한다. 관리를 뽑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P81
장관직을 파는 군주는 큰 비난을 받을 것인데, 이는 법정에다 정의가 아니라 탐욕을 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이다. 네로가 "그 지붕 아래서는 탐욕도 야심도 결코 관용되지 않는다"⁶⁷라고 했을때, 그는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 규준을 제시한 것인가! 선물을 받는 법관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란 어렵다. 왜냐하면 (신이 말씀하시듯이) 선물은 현자조차도 눈멀게 하기 때문이다.⁶⁸
66) Historia Augusta, 45, 6. 67) Tacitus, Annales, XIII, 4, 2. - P81
아리스토텔레스는 리쿠르고스의 법을 비판했는데, 왜냐하면 관직(그것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에 적임자인 사람에게 안배되어야 하는)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이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필히 유세를 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⁷¹
71) Aristoteles, Politica, II, 9, 1271a 10. - P82
그러나 우리의 경우 이 제도는 법에 따라서가 아니라 적절한 장관 선발 과정을 통해 시행된다. 왜냐하면 현명한 군주라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정의의 집행과 인민의 통치를 위해 승진시키려는 사람의 능력과 성실함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82
삶의 일관성에서 나타나는 마음의 겸손과 절도(節度)도 필요한데, 침착한 마음에서 제대로 통제되지 않은행동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관대함과 자선 역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자신에 대해 너그럽고 자비로운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쉽게 불의를 행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론과 명성도 중요한 논거가 되는데, 그것은 거의 속이는 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관직에 (덕 이상으로) 명성과 신뢰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P83
고대의 입법자는 부자가 아니면 관직을 가질 수 없도록 했는데, 가난하고 궁핍한 사람은 착취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별로 중요성이 없는 논점이다. 필요한 것은 내적 선과 양심으로몸과 마음을 제어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면 다른 좋은 치유책은 없다. 왜냐하면 탐욕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될 때 그것을 끝없이 추구하는 것은 부자가 빈민보다 훨씬 더 심할 것이다. 왜냐하면 빈민이 부자가 되려 하면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자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을 것이고, 궁핍으로 인해빈민이 나쁜 짓을 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악의 근원인 탐욕은 부자가 훨씬더 큰 악행을 범하도록 할 것이기 때문이다. - P84
[17]
장관을 통제하는 것에 대하여
그러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장관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가 일단 임명되면 이후 부패하지 않을지 모든 경계를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수많은 비둘기가 까마귀가 되며 양이 늑대가 되기 때문이다. 관직보다 사람의 내면을 더 잘 드러내는 것은 없는데,⁷⁹ 그것이 손에 권력을 쥐어 주기 때문이다.
79) 이는 7현인의 하나로 불리는 프리에네 출신의 고대 그리스 철학자 비안테의 금언을 번역한것으로 보인다. 특히 귀차르디니는 이탈리아사를 "왜냐하면 관직이 그것을 행사하는 사람의 가치를 명료하게 드러나게 해준다는 속담이야말로 진정 사실일 뿐 아니라 최고의 칭송을 받을 만하기 때문"이라는 말로 끝맺음으로써, 그 금언을 되새기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Guicciardini, Storia d‘Italia, XX, 2. - P86
왕은 법관에게 식량, 숙소, 가구 및 각종 용기(用器), 관리인, 하인 등 그들의 편안함과 위엄에 맞는 모든 것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정의를 집행하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직분을 수행하는 것 외에 다른 어떤 생각도 갖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또한 그들은 매우 엄격하고 엄정한 규칙하에 있었기 때문에, 공복 상태가 아니면 법정에 들어갈 수도 심리(審理)를 할 수도 없었다.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음료 한 잔혹은 그와 유사한 것이 허용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⁸¹
81) Juan González de Mendoza, Historia de las cosas mas notables, ritos y costumbresdelgran reyno de la China (Roma, 1585), libro III. - P87
정의를 훌륭히 집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 사항은, 군주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장관에게 결코 최종 판결에 대한 재량과 전권을 부여해서는 안 되며, 자신의 판단은 유보하고 반드시 법이 규정한 바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따라야 할 것은 법이지 이런저런 감정에 휘둘리는 다른 사람의 판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 P87
로마인은 스스로가 비난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의해 제어되었다. 왜냐하면 그 도시는 야심 찬 경쟁으로 가득 차 있었으므로, 그 누구도 언제나 자신을 압박하고 깎아내릴 만한 기회만 노리는 정적을 갖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 P88
람프리디우스에 따르면, 알렉산데르 세베루스는 "누구든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부패할 여지가 있기에, 아무에게도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신뢰할 만한 인물을 통하여 모든 사람의 행적에 대해 알고 있었다."⁸⁵ 그래서 토스카나 대공 코지모는 비밀 첩자를 이용하였는데, 그들은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고 이런저런 일에 끼어들어 관리들의 행동에 대해 자신이 들은 모든 사항을 대공에게 알려주었다.⁸⁶
85) Historia Augusta, 23. 2. 아일리우스 람프리디우스(Aelius Lampridius)는 이 책을 쓴 여러저자 중의 하나로 전해오는 인물이다. 86) 코지모 1세는 1537년에서 1569년까지는 피렌체 공작이었다가 1569년에서 1574년까지 토스카나 대공작으로 재위하였다. - P88
궁정의 사정에 정통한 한 신사는 왕이 진실한 사정을 알려고 한다면 수많은 가짜 보고에 기만당하지 않도록 귀머거리가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높은 망루 위에서 거울로 모든 일을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나에게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렇게는 할 수 없기에, 첩자를 쓰고, 때로는 몸소 심의를 진행하고, 변장을 한 채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사안과 무관한 사람에게서 진실이 무엇인지 듣도록 하자.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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