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어야해요.



마당 깊은 집단독주택 설계를 의뢰받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오래전 읽었던 김원일 작가의 소설 《마당 깊은 집) 분단 상황으로 홀어머니와 살게 된 주인공의 성장소설이다. - P17

주택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는 대부분 첫 번째 이유로 스스럼없이 마당을 꼽는다. 그때마다 김원일의 소설을 떠올리곤 했다. 마당 깊은 집을 제안하고 싶었다.
이번에 의뢰받은 건은 하나의 부지에 19세대의 단독주택을 짓는 일이었다.* 이미 2층 규모의 단독주택 19세대를 허가받은 상태로 의뢰가들어왔다. 드문 일이다.
(중략).

& 당시의 건축법에 따르면, 20세대 이상일 때 좀 더 엄격한 허가 조건을 맞추는 사업 승인절차를 밟아야 했다. 따라서 소규모 공동주택은 대부분 19세대를 넘지 않았다. 현재는 사업승인 대상을 30세대 이상으로 완화하여 적용하고 있다. - P18

하지만 마당이 없다는 말로 건축주는 불만을 대신했다. 이곳 단독주택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30~40대의 젊은 부부로 아이가 한둘정도 있는데, 무엇보다 작게나마 마당이 있는 집이어야 했다. - P19

현대 주택에서 마당이란?

우리나라 현대건축에서 마당은 하나의 거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에서 마당이 지닌 의미가 다르고, 우리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도 또 다르다. - P20

현대의 주택은 쓰임새가 다르고, 마당이 다르다. 땅은 작고 그 안에 담아야 할 기능은 넘친다. 공사비는 또 어찌하겠는가. 모든 제안은 공사비와 직결된다.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 P21

현대 주택에서 마당은 분명 전통 한옥의 마당과는 다르다. 그 여유로움을 담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택의 기능을 확보한 후에 남는 외부 면적을 마당으로 할애하는 건 더더욱 해답이 될 수 없다. - P22

마당은 창문이 없는 또 다른 거실이다. - P23

하늘이
열린방,
마당


아이들이 그린
‘내가 살고 싶은 집‘



그럼 이번 프로젝트와 같은 현대 주택에서의 마당은 어떻게 디자인되어야 하는가, 안방과 거실을 배치하듯 벽의 구획은 없으나 하나의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에 우선 합의했다. - P24

내심 기대했던 건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방과 거실과 주방의 크기를그림으로 느껴 보게 하는 것이었는데, 아이들 대부분이 아파트의 겉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기야 아파트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있으니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다. 반듯한 콘크리트 덩어리에 촘촘히 창문들이 뚫렸다. - P25

사실 일산 신도시의 단독주택은 하나의 필지가 200제곱미터(60여 평)정도로 구획되어 있어 빼곡하게 진열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1층을100제곱미터(30여 평) 정도로 계획하고, 집 주변으로 1미터 이상을 띄워보자. 필지 안에 주차장도 확보해야 하니 집의 마당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은 기껏해야 20제곱미터(6평) 정도가 고작이다. - P25

더 재미있는 사실은 살고 싶은 집을 그려 보자는 시간에 아이들 모두가 빠짐없이 꽃과 나무와 들판에 놓인 집을 한 채씩 그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거실과 방을 그리고 난 뒤에는 어김없이 널찍한 마당을 그렸다. - P27

나도 유년 시절에 단독주택에서 지낸 ‘마당‘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중략).
지금 생각하면 단독주택의 그 ‘마당‘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중략).
하지만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마당은 있는 것만으로도 우선은 고마운 공간이다. - P27

나만의 마당은
가능한가?

이제 현실로 돌아와 이번에 계획하게 된 땅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검토하면 한 층에 25~30평(80~100제곱미터)의 주택이 네 개 층으로 이루어진 다세대주택이 가장 적정해 보인다. - P28

그럼에도 건축주(발주처)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유행한 분양 슬로건이 있다. "우리가 분양하는 주택은 도시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마당을 함께 드립니다." 단독주택을 이어 붙인 공동주택 분양이 땅콩주택이라는 별명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 P28

주택단지의 모든 사람이 공동으로 쓰는 마당이 아니라 상추를 키우고 아이들이 모래 장난을 칠 수 있는 그런 마당을 원했다. 계산기를 두드렸다. - P28

마당에 대한 이야기로 몇 차례 모임이 계속될수록, 내심 ‘이건 좀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게다가 사용자의 눈높이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높아져 이미 더 나은 주택을 요구하고 있었다. 논의를 거듭할수록 이번 사업의 경쟁력에 의문이 들었다. - P29

이 땅에서만,
‘따로 또 같이 마당‘


모든 땅은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 특징이라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단점일 수도 있고, 장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고민해 보면그 모든 장단점은 그 땅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모습이다. 언제든지 단점이 장점으로, 장점이 단점으로 태세 전환할 수 있다. - P30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각 세대의 프라이버시와 마당의 기능이다. 마당이 야외 식당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잘 꾸며져 바라보면 ‘힐링‘의 공간이 되기도 할 것이다. - P31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자

문제는 세 가지 주택 형태 중 B타입과 C타입이었다. A타입의 배치 컨셉처럼 다양한 조건의 마당을 확보하기는 불가능했다. 토지의 면적이 우선 턱없이 부족했고, A타입을 배치하고 남은 토지의 모양은 반듯했다. A타입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마당을 제안하기 어려웠다.  - P33

하지만 내게 B타입과 C타입의 그림은 계속 ‘이건 답이 아닌데‘ 싶었다. 사업 일정은 늘 빠듯했고, 위 배치도를 기본으로 설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 P34

마당이 꼭
1층에 있으란 법이 있나?

‘마당이 꼭 1층에 있으란 법이 있나?‘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누구와의 미팅에서였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물리적으로 거실 앞의 마당을 갖지 못한다면, 그런데 꼭 마당을 갖고 싶다면 집 안 어딘가에 마당을 마련하면 되지 않을까?  - P34

각 층에 두는 발코니며 테라스라면 아주 새로운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마당을 생각하며 2차원의 평면에서 줄곧 디자인을하고 있었고, 그 상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었다. - P35

(전략).
프라이버시가 확보될 수 있는 크기 정도로만 구성하고 나머지 마당은 2층과 다락 층에 배치했다. 여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마당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어쩌면 이곳에서 상상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일어나지 않을까. - P37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꿈꾸는 마당,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시작되고



"소장님! 그런데 이 시점에 또 새로운 안을 제안하는 것이 맞을까요? 벌써 충분한데요."
"이미 건축주도 오케이 했고 협력사들 작업도 엄청 진행된 상황이잖아요. 다음 달까지 허가받기로 약속까지 하셨고요."
건축 계획의 변경은 언제나 후폭풍이 심하다. - P39

‘괜한 문제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이미 결정된 계획안이고, 분양 시장에 대한 조사도 마치지 않았는가. 나중에 혹시 사업에 문제가 생기면 이번 제안으로 심리적 책임을질 수도 있지 않은가‘
나 스스로를 설득해야 했고, 팀원들과 뜻을 같이하기 위해서는 좀더 설계안을 검토해야 했다. - P40

. 단독주택 필지 공급 당시의 토지가격이 2~3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오른 것만 봐도 사람들에게 단독주택에 대한 갈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단독주택 가격은 아파트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 P40

단독주택에 대한 갈증, 마당에 대한 막연한 꿈을 이루기에 이보다적절한 경우도 찾기 힘들었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인접해 있으니 기반시설이나 근린상가 등의 인프라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좋았다. 시골의 전원주택을 선망하지만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교육 환경이니 그도 그럴 만하다. - P41

"텃밭이 마당일 수는 없죠.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그곳에서 뭔가 다양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도록 그렇게 설계하는 게 맞죠."
"설계안이야 저도 찬성이지만 이 많은 문제를 어떻게 하시려고요. 시간은 또 얼마나 더 걸릴 것이며, 설계비는 더 받을 수 있겠어요?"
지금까지 조성된 주택단지에서 마당은 어떤 형태로 조성되어 왔는지, 그리고 마당이 주택단지의 분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모두 조사했다. - P42

하지만 건축주와의 미팅은 예상대로 쉽지 않았다. 기존 설계안보다조금 더 넉넉한 크기의 마당을 원했을 뿐인데, 일이 커졌다는 반응이었다. 대출금 상환 일정을 조율해야 했고, 분양 팸플릿은 물론이고 이미 구두로 약속받은 입주민들의 이사 계획도 수정해야 했다. - P42

두 달가량 사업 일정이 연기되었고, 그에따라 일을 두 번 하게 된 발주처의 실무진은 만날 때마다 투덜거렸다. 변경 설계비는 계약서를 다시 쓰지는 못한 채 구두로 일정 금액을 약속받은 채 서둘러 일을 진행했다. 결국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추가 비용만 떠안게 될 줄은 이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 P43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변경안은 생각지도 못한 사업 포인트로 결정되었다. 골조 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현장소장이 지나가는 말처럼던졌다.
"중정의 외벽 부분에 앵글(설치물을 지지하기 위한 철제 구조물)을 설치할자리를 마련하려고요. 나중에 혹시 지붕을 씌우려면 미리 이렇게 해놓으면 좋을 것 같아서요." - P43

인허가 과정 중에 담당 주무관이 2층에 마련된 마당 공간을 보며한마디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여기는 나중에 불법으로 전용할 공간이아니냐고. 그 말에 불같이 화를 냈다. 모든 사람을 예비 범법자 취급하시는 거냐고. 돌이켜 보면 어처구니없는 장면이다. - P44

게다가 외벽에 앵글을 붙이기 위한 사전 작업 정도는 정식으로 설계변경을 받을 일도 아니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한창 골조 공사 중이었고, 그 정도의 불협화음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스렸다. (중략).
그러나 오판이었다. 착공 전, 시공사가 결정되고 공사 내역서를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변경하기 전 기존 허가 도서의 공사비와 다르지 않았다. 외장재의 수준도 한 단계 상승했고, 무엇보다 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공간이 추가로 더 생겼으니 공사비가 같을 리 없었다. - P44

현장의 공사는 걸핏하면 중단되었다. - P45

그나마 공사가 간신히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준공필증과 함께 공사비가 대출되기 때문이었다. 건축주도 시공자도 그쯤이면 분양이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대출을 발생시켜서 급한 불을 꺼야 했다. - P46

건축가의 손을
떠난 마당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듯, 이번 ‘마당 깊은 집‘ 역시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세 가지가 각자의 역할을 정확히 해야만 그 모습을 갖춘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시공팀에 책임을 모두 물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 P46

그 후 현장을 다시 방문한 것은 시청 담당 공무원의 부탁을 받고서다. 그는 이웃집의 민원이 들어왔는데 관계자들이 아무도 연락되지 않는다며 담장 경계와 차면 시설을 좀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 P47

(전략). 주말에 한잔하러 모인 이웃들은 자리가 좁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르겠다.
마당은 건축 관계자들의 손을 완전히 떠나 그곳에 있었다. 그렇게 도면에 없는 모습으로 마당은 주택단지의 저녁을 만들고 있었다. - P48

숲이
집안으로


숲세권, 나홀로 아파트 이야기




"이 땅이
돈이 될까요?"

돈이 되는 땅,
분양이 되는 땅


건축주는 땅을 매입하기 전 망설여진다며 연락을 해왔다. "이 땅이 돈이 될까요? 아무래도 좋은 땅이 아닌 것 같아요. 경사도 심하고 바로 뒤에 숲도 있어서 이 땅이 돈이 될지 모르겠어요. 포기할까 하는데, 그래도 한번 와서 봐주시겠어요?" - P85

 토지의 시장가격은 생각보다 단순하게 결정된다. 토지를 매입해서 주택 사업을 할때는 예상하는 분양가에 토지비와 공사비, 금융비용과 각종 간접비를 제하고 얼마나 이익이 남는지로 결정된다.  - P86

‘이 땅이 돈이 될까요?‘라는 말은 ‘이 땅에 주택을 지어서 분양이 잘될까요?"라는 말과 같다. - P86

땅은 잘못이 없다
극복할 단점이 있을 뿐는


부지 자체가 프로젝트의 발주처 실무팀뿐 아니라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 그리들 모두에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 P87

보통 램프(경사면)의 각도와 대지의 길이가 맞아떨어져야만,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 마치 1층 같은 지하층을 형성할 수 있고, 수익도 극대화된다. 너무 완만한 경사면이라면 지하층으로 계산될 수 없고, 또한 너무 급경사라면 외부에 접한 1층 같은 지하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 P88

두 번째 문제였던 숲과 인접한 비좁아 보이는 땅 또한 장점이었다. 사실 건축주가 분양성이 좋은 아파트보다는 다세대주택으로 사업을 검토하게 된 것은 까다로운 법규 때문이었다. 부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우리나라 건축법 중에서도 가장 규제가 심한 부지로 ‘정북 방향 이격 거리‘라는 것이 있다. - P89

그런데 관점을 조금만 바꿔 보면, 부지의 북측을 제외하고 나머지는도로와 숲에 접해 있어 창을 내는 설계가 오히려 자유로웠다(참고로 창을 내는 방향으로 도로 쪽은 도로의 중심선에서부터 띄우는 거리를 계산하고, 숲이나 공원 쪽으로는 반대편의 경계선부터 거리를 계산한다).  - P90

"물론입니다. 이 땅은 돈이 되는 정도가 아니라 고객들에게 브랜드를명확히 알릴 기회가 될 겁니다."
"수익도 내고 회사의 브랜드도 알릴 수 있다고요? 그렇지 않아도 이정도 규모의 주택 사업을 계속해 볼까 고민 중이었는데, 그게 가능하다는 건가요?" - P91

"이땅에무엇을 지을까요?"
아파트를 지어 보자고요?


토지를 매입한 뒤에도 건축주는 계속 혼란스러워했다.
"아파트를 지어 보자고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땅에 아파트가 가능할까요? 사업 기간도 오래 걸릴 것이고, 그냥 다세대주택을 지어서빨리 털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 P92

. 게다가 서울은 제2종 일반주거지역 중상당 부분을 7층 이하 개발로 한 번 더 규제하고 있다. 이번 사업지도 그범주에 포함된다. 인구가 집중되는 서울은 저층 주거지역의 수요가 반드시 있을 터이니, 그 수요에 맞춰 토지를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 P93

숲을 바라보는 장점이 있으나 이번 사업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겨우 1150제곱미터(약 350평)의 세모 모양인 까다로운 땅임을 감안하면 선택의 폭도 넓지 않다. - P93

어느 지점에서자
초록이 눈앞에 한가득



2021년 여름, 현장을 방문해 주변을 둘러보고 곳곳을 걸었다. 주택이 들어선다는 가정하에 곳곳을 살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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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가 맨 끝자리에 앉아 있는 젊은 형사에게 말을 건넸다.
"이 사람은 데이터에서 뭔가 찾아낸 거 없었나?"
"전과 기록의 데이터베이스에 그런 이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전면허증 데이터베이스에는 동일한 이름이 있었어요. 도쿄에 거주하는 남성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우에시마는 노트북을빙글 돌렸다.
닛타는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 표시된 면허증 사진을보고 고개를 저었다. "전혀 다른 사람이야." - P159

"어떻게 된 거야. 운전면허가 없는 건가" 이나가키가 중얼거리듯이 의문을 입에 올렸다.
"아뇨, 그건 아닐 거예요. 자동차 운전을 못해서는 미국에서 살기가 어려워요." 닛타는 단언했다. - P160

어때, 라고 이나가키가 닛타에게 물었다.
"네,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일본인이 미국 운전면허를 딸 경우, 국내에서 취득한 면허증을 제시하고 시험을 치는 것이 일반적이라서 저희 부친도 그렇게 했습니다. 단 일본에서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미국에 건너가 면허를 따는 것도 가능해요. 오히려미국 쪽은 시험이 간단합니다." - P160

닛타가 서류를 내밀었다. "체크인은 모두 합해 142팀, 그중 1월 1일까지 체재하는 건 45팀입니다."
이나가키가 숨을 헉 들이쉬는 표정을 보였다. "단숨에 많아졌잖아."
"내일은 좀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P161

"그 사람, 아마 도착했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것은 벨보이 차림 그대로 회의에 나온 세키네였다. "방금 전에 룸서비스로 샴페인을 주문해서 제가 가져다줬거든요. 잔이 두 개였어요."
"이 남자를 실제로 본 거야?" 이나가키가 노트북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뇨, 문 앞에서 여자 손님에게 건네줬기 때문에 방안까지는들어가지 않았어요." - P162

"이제 이틀 남았지만 진정한 승부는 지금부터다. 범인은 반드시 이 호텔에 나타난다. 아니, 이미 와 있다고 생각하고 각자 신중하게 행동해주기 바란다. 경찰이 잠복 중이라는 것은 절대로 들키지 않도록 하라. 이상." - P163

"일본인은 연말이 닥쳐오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모양이에요. 미국인은 아예 휴가를 떠나거나 집에서 가족과 느긋하게 보내거나 둘 중 하나인데 말이에요.-아, 잘 먹겠습니다." 닛타는우선 하이볼 캔을 집었다. - P165

닛타는 하이볼 캔을 책상에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유념해서 들어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야카와 씨의 말에 따르면, 이즈미 하루나 씨가 보이시한 옷을 입기 시작한 게 중학교 2학년 여름부터였대. 그리고 그게 집안 사정과 뭔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단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즈미 씨 본인에게 확인한 것도 아니기때문에 ‘억측‘이라고 한 거야." - P166

"어머니가 전통 화과자점의 후계자였다는 얘기는 지난번에했었지? 사귀게 된 남자가 총무여서 그 가게를 실질적으로 꾸려온 사람이었어. 그야말로 측근과 사귀게 된 것인데 어쩌면 그 이전부터 서로 은근히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지."
(중략).
"그 아저씨를 절대로 아빠라고 부를 수 없다는 말도 했던 모양이야." - P167

"이즈미 하루나 씨가 중학교 2학년 때 그 남자가 아예 집에 들어와 살게 된 모양이야. 그 무렵부터 이즈미 씨도 별로 투덜거리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만 포기했거나 아니면 익숙해진 모양이라고 하야카와 씨 나름대로 해석했었다는 거야."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는?" - P168

"모친이 교제하던 남자에게서 못된 짓을 당한 거군요." - P169

"보이시하게 이미지를 바꿔버린 것은 자기방어를 위한 행동이었겠네요. 그러면 남자가 이상한 마음을 먹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응, 아마도." 노세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대로 어떻게든 도쿄로 떠나고 싶어 한 이유도 이걸로 확실해졌어. 한마디로, 그자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거야." - P170

"과거의 미해결 사건 중에 이번 사건과 유사한 것이 있는지 키워드로 검색해달라고 부탁하셨다면서요. 근데 그걸 찾아낸 거예요?"
"응, 찾아낸 것일 수도 있어." 노세는 신중한 말투였다. "기간을1년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갔더니 감전사라는 키워드에 걸리는 사건이 몇 건 있었다는 거야. 그중에 ‘롤리타‘라는 키워드를 포함하는 것이 있었어." - P171

"진짜 상황이 비슷하네요. 피해자는 여성이었어요?"
"26세의 여성이었어. 게다가 상당한 미인이야. 지방 출신이고사망했을 때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는 점도 똑같아. 평소 옷차림은 평범했는데 옷장 안에 롤리타 취향의 의류가 여러 벌이 있었던 모양이야. 그래서 롤리타라는 단어가 보고서에 남아 있었던 거야." - P172

16

아침에 컨시어지 데스크에 앉으면 나오미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옆에 놓인 작은 날짜 패널을 확인하는 것이다. 야간 타임의 프런트 클러크가 프런트 카운터에 있는 패널을 바꿀 때 함께 바꿔주기로 되어 있다. 오늘의 표시는 정확히 12월 30일이었다.
올 한 해도 마침내 이틀이면 끝이 나는가. - P174

정산을 마친 화이트가 컨시어지 데스크를 향해 걸어왔다. 그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떠 있었다. 나오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맞이했다.
"고마워요. 이번에도 나오미 씨 덕분에 쾌적하게 잘 지냈어요." 악수를 청해왔다. - P175

화이트는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몸을 돌려 로비를 둘러보고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십니까?" 나오미가 물었다.
화이트는 잠깐 머뭇거리는 표정을 보인 뒤, 입을 열었다.
"이번에 여기에 오면서부터 줄곧 느꼈던 건데,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라요." - P176

화이트가 말한 대로 다른 손님들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만에 하나 중대한 사건이발생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모두 다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왜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았느냐는 사회적 지탄을 받을 게 틀림없다. - P178

"잠깐 상담 좀 해도 되겠습니까?" 남자 쪽이 머뭇머뭇 입을 열었다. 간사이 사투리 억양이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중략).
남자는 옆의 여자를 흘끔 돌아보고 나서 시선을 되돌렸다.
"우리가 그저께 체크인을 했어요. 그래서 어제는 오전에 외출했다가 호텔에 돌아온 게 밤 10시쯤이었는데요." 다시 한번 여자쪽을 흘끔 돌아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 "이 친구가 자기 가방을 누군가 뒤진 것 같다고 하는 거예요." - P179

문이 열리고 경시청 수사 1과의 이나가키가 나타났다. 그의뒤를 따라 들어온 사람은 분명 모토미야라는 이름의 형사다. 처음 봤을 때는 완전히 야쿠자 같은 인상이어서 아무리 손님으로 위장한다고 해도 호텔 안에 있는 것조차 민폐로 느껴질 정도였다.
두 사람에 이어 얼굴을 내민 것은 닛타 형사였다. 험상궂은 모토미야 다음이라서 그런지 인사하는 모습이 평소보다 더 진짜 호텔리어처럼 보였다. - P180

이나가키는 팔짱을 끼고 허공을 지그시 보고 있었다. 그 얼굴에 표정은 없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옆의 모토미야는 명백히 부루퉁한 얼굴이었다. 아마도 이 사람이 장본인일 것이다, 라고나오미는 짐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셨어요?" 닛타가 질문을 던져왔다.
"곧바로 이그제큐티브 하우스키퍼에게 연락해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나오미는 옆에 있는 하마시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 P181

나오미는 크게 숨을 내쉰 뒤에 입을 열었다.
"그 시점에는 아직 단정할 수 없었지만, 고객님을 계속 기다리시게 할 수도 없어서 가방에 손을 댄 것은 수사원이었다는 전제에 따라 대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P182

"얘기를 들어보니 야마기시가 짐작한 대로 저 역시 가방에 손을 댄 것은 수사원이라고 생각되는데, 뭔가 반론이 있나요?"
(중략).
"잠깐 들여다본 것뿐인데 맨 위에 넣어둔 것이 맨 밑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요?" 나오미는 입을 툭 내밀며 말했다. - P183

"하지만 아무리 특수한 사정이라도 결코 범해서는 안 되는 규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건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고객님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불쾌감을 주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게 바로 그런 규칙입니다. 사건과 관계가 없는 고객님에게는 평소와 똑같이, 아니, 평소보다 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P184

후지키는 살짝 가슴을 젖혔다.
"호텔 내부의 감시는 인정하겠지만 인터컴의 사용은 되도록 삼가주십시오. 고객님에의 검문은 웬만한 일이 아닌 한, 자숙해주시고요. 또한 앞으로 하우스키핑에 입회한 수사원이 고객님의 짐에 손을 댈 경우, 그 이후의 입회는 일절 거부하겠습니다. 객실 담당자에게는 수사원에게서 절대로 눈을 떼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하마시마, 모든 담당자에게 그렇게 전달하세요." - P187

"총지배인님, 생각 좀 해보세요." 이나가키가 몸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이 호텔에서 범죄가 일어나려 하고 있어요. 그것을 저지하는 게 무엇보다 최우선 아닙니까?"
후지키가 꿈틀 눈썹을 치켜들었다.
"처음에 하셨던 말씀과는 얘기가 다르군요. 카운트다운 파티장에 살인범이 나타날지도 모른다고 하셨지 범죄 예고 같은 건 없었잖습니까." - P188

"체크인하는 고객이 카운트다운 파티에 신청할 경우, 그 티켓을 고객에게 내줄 때…………." 이나가키는 명함을 얼굴 옆까지 올리면서 말했다. "이 정도 높이까지 올려달라고 해주십시오."
후지키의 얼굴에 경계의 빛이 떠올랐다.
"그건 말하자면 카운트다운 파티에 참가하는 고객님인지 아닌지 로비에서 감시 중인 수사관이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건가요?" - P190

"자네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코르테시아 로스앤젤레스가 이번에 리뉴얼을 하기로 했어. 그 참에 일본인 스태프를, 그것도 프런트 오피스를 맡길 우수한 인재를 찾고 있는 모양이야. 나한테도 누군가 추천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지?" 후지키가 나오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자네를 추천하려고 하는데, 의향이 어떤지 물어보려는 거야."
뜻밖의 제안에 나오미는 한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 P192

17

(전략).
"신경 쓸 거 없어. 별일도 아닌데." 이나가키는 앞을 향해 걸음을 옮기며 가볍게 응했다.
"하지만 그 바람에 손님의 짐을 조사할 수 없게 됐잖아요." - P192

모토미야의 말에 이나가키는 흐흥 하고 코를 울렸다.
"그건 안 되지. 이번처럼 고객에게서 클레임이 들어올 우려가있으니까 짐에 손을 대는 건 중지하라고 강경하게 말하긴 했지만, 수상쩍은 고객의 방을 형사가 체크해주는 것 자체는 총지배인도 원하는 일일 거라고. 실제로 정보 제공이나 파티 참가자의체크에 관해서는 양보해줬잖아. 이번 협상을 통해 그 사람은 호텔 측이 경찰에 양보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부하 직원들에게 여실히 보여준 셈이야." - P193

"이래저래 걱정을 끼쳐서 죄송합니다." 닛타가 머리를 숙였다.
야마기시 나오미가 흘끗 올려다보았다.
"진짜 말도 안 돼, 고객님의 짐을 마음대로 뒤지다니." - P194

나카네 미도리는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겼는지 심각한 얼굴로 정면 현관으로 향하고 있었다. 닛타 옆을 지나갈 때 "잘 다녀오십시오"라는 인사를 건네봤지만 이쪽을 돌아보는 일은 없었다.
"아름다운 분이네요." 어느새 야마기시 나오미가 닛타 옆에 와있었다. "저 여자분이 무슨 문제라도?"
"약간 애매한 점이 있어서요."
닛타는 숙박표에 기재한 나카네 미도리는 가명이고 아마 본명은 마키무라 미도리일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 P196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우선 그 여자에 대해서알려줬으면 해요. 티라운지에서 찻값을 방 번호로 달아놓는 것 같았으니까 이 호텔 투숙객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 카페오레를 마셨는데, 곁들여 나온 쿠키에는 손도 대지 않은 걸 보면 단 것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중략).
구사카베는 의아한 듯 미간을 좁혔다.
"그 여자요 그 여자 방금 둘이서 지켜봤던 그 여자歴 - P198

"저어, 구사카베 고객님." 야마기시 나오미가 초조한 기색으로 말했다. "고객님은 아직 그 여자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시잖아요? 그런데도 운명의 여성이라고 단언하셔도 괜찮은 걸까요?" - P199

"당신은 컨시어지잖아요." 구사카베가 야마기시 나오미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손님의 요망에 응할 의무가 있는 거 아닙니까? 나는 내일, 즉 올해의 마지막 날 밤에 그 여자를 식사에 초대할 생각이에요. 그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주세요. 식사 중에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어떤 화제가 필요한지 알아야죠. 어때요. 그건 안 됩니다. 라고 대답할 겁니까?" - P199

11

(전략).
"구사카베 고객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나오미는 말했다.
"다만 다른 고객님의 개인정보를 본인 허락 없이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법률로도 금지된 일이에요. 알려드려도 좋을지 어떨지 본인에게 여쭤보고 흔쾌히 승낙해주셨을 경우에는 알려드린다. 라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요?"
구사카베가 짜증 난 기색으로 두 손을 허리에 척 얹었다. "이런 답답할 데가 있나." - P200

"좋아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그녀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단둘이 만났을 때 내가 직접 물어볼게요. 그러니까 야마기시 씨는 그녀와의 식사 자리를 주선해주세요. 내일 밤 6시. 어떤 레스토랑으로 할지는 야마기시 씨에게 맡길 테니까." - P201

구사카베는 턱을 치켜들고 썰렁해진 눈빛을 나오미에게로 던졌다. "대체안은?"
"예?"
"컨시어지는 원래 안 됩니다. 라는 말은 할 수 없다면서요? 반드시 뭔가 대체안을 제시하라고 교육을 받는다던데? 그래서 내가 그걸 묻는 거예요. 비용에 관해서는 걱정할 거 없어요.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까." - P202

"이런 건 어떨까요. 구사카베 고객님이 이 호텔을 떠나시기 전까지 그 여자분과 단둘이 이야기할 기회를 만든다, 라는 것은?"
(중략).
"그거라면 할 수 있다는 얘기예요?"
"네, 뭔가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 P203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지요? 그건 나한테 언제쯤 알려줄 수있어요?"
"지금 당장은 좀 어렵고, 잠시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알았어요. 그러면 이렇게 하죠. 내가 지금 외출해야 하는데저녁때는 돌아올 거예요. 그때까지 뭔가 방법을 좀 생각해봐요."
"잘 알겠습니다. 대체안을 준비해두겠습니다."
"드디어 얘기가 마무리됐네." 구사카베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 P204

"난처해하는 것 같아서 나는 도와줄 생각으로…………….
"전혀 아무 도움도 안 됐어요. 애초에 닛타 씨는 이 호텔 사람도 아니니까 수사와 관계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말아요."
"아까 말했잖아요. 그 마키무라라는 여자는 우리 쪽 감시 대상중의 한 사람이라고요."
나오미는 관자놀이를 누르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저었다. - P205

"솔직히 현재로서는 노 아이디어예요. 지금부터 생각해볼 거예요. 다만 31일 저녁 식사는 어렵더라도 잠깐 만나는 것뿐이라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닛타 씨의 설이 옳다면 그렇다는 얘기지만."
"내 설이라면, 나카네 씨와 그 동행의 관계가 러브 어페어, 즉불륜이라면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에요?" - P206

 "우선 고객님의 정보부터 파악해야겠어요."
"방은 1701호실, 코너 스위트예요." 닛타가 뒤따라오면서 알려주었다.
나오미는 컨시어지 데스크로 돌아가 단말기를 두드렸다.
예약자 이름은 나카네 신이치로로 되어 있었다. 이 호텔은 처음 이용하는 것이었다. 카운트다운 파티에 신청한 것 외에 호텔안의 다른 시설이나 레스토랑에 예약한 내용은 없었다. - P207

"31일은 어때요? 어딘가 예약한 거 없어요?"
"내일은......." 나오미는 단말기를 두드려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밤에는 인룸다이닝을 예약했어요. 물론 두 명으로, 12월 31일은 룸서비스가 특별 메뉴라서 예약이 필요하거든요."
"방에서 식사를 할 생각인가. 이거, 점점 더 불륜의 의혹이 짙어지는군요." - P208

닛타가 스마트폰을 얼굴에서 떼고 나오미 쪽을 보았다.
"아까 총지배인실에서 얘기했던 하우스키핑에 수사원이 입회한다는 거, 실은 1701호실도 그 대상이에요. 이제 곧 나갈 모양인데 내가 입회하기로 했어요. 야마기시 씨도 같이 갈래요?"
"나카네 미도리 고객님의 방에 간다는 거예요?"
"그렇죠. 뭔가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텐데, 어때요?" - P209

방을 아주 깨끗이 사용했다. 라는 것이 첫인상이었다. (중략).
하지만 나카네 신이치로와 나카네 미도리 커플은 상당히 매너가 좋은 손님이었다. 젖은 수건이나 목욕가운이 아무 데나 내동댕이쳐져 있는 일도 없고 스낵과자를 사방에 흘려가며 먹은 흔적도 없었다. - P210

"내가 담배를 안 피워서 피우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해보려고 이것저것 조사했던 적이 있어요."
나오미는 그의 얼굴을 새삼 골똘히 바라보았다.
"직업 정신이 투철하네요. 나도 선배에게 자주 그런 충고를 들었어요. 취미나 기호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라고." - P211

"이건 좀 마음에 걸리는데..
닛타는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꺼내 터치하기 시작했다. 뭔가 검색해보는 모양이었다.
"역시 그렇군." 화면을 보며 중얼거렸다.
"뭔데요?"
"이 소설, 올봄에 문고본이 나왔어요. 그런데 왜 굳이 양장본을 들고 왔지?" - P212

두 명의 하우스키퍼는 부지런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건 교환, 소모품 보충, 쓰레기 처리 등이다.
닛타는 한쪽의 하우스키퍼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쓰레기통속의 내용물을 비닐봉투에 옮기는 참이었다.
잠깐 실례, 라면서 옆에서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는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더니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미가 뒤따라가자 닛타는 옷장 문을 열어보고 있었다. - P213

닛타가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세면대를 가리키며 하우스키퍼에게 뭔가 묻고 있었다. 젊은 하우스키퍼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대답하고 있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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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의 단선적 척도

지능장애, 즉 백치에서 치우, 노둔으로 이어지는 단선적 (unilinear) 척도를 확립하려는 시도는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생물학적 결정론에서 공통되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앞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지능을 단일하고 측정가능한 실체로 물화(物化)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턴의 두개골 (113~138쪽을 보라)에서 젠센(Jensen)이 이야기한 일반 지능의 보편적 척도화(universal scaling ofgeneral intelligence, 500~505쪽을 보라)로까지 확장되는 가설, 즉 단선적 진보에 대한 진화의 이야기다. - P273

과연 지능장애라는 제목하에 모여 있는 수많은 원인과 현상들을 한 가지 요소의 상대적 양에 의해 서열화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 P273

어쩌면 고더드는 가장 무딘 유전적 결정론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는 기능이 하나의 실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단선적인 지능장애 척도를 사용했다. 또한 지능에 관해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것이 선천적이며 가계 내에서 유전한다는 사실이라고 가정했다. - P274

고더드는 선천적 지능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현상의 범위를 확장하여, 마침내 인간행동에 대한 거의 모든 사항을 지능에 포함시켰다. 노둔자에서 시작한 척도를 더욱 정교화해서 대부분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의 원인을 범죄자의 유전적 지능장애로 돌렸다. - P274

어리석음의 다음 수준에서 우리는 땀흘리며 일하는 육체노동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고더드는 이렇게 말한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천역(賤役)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그들에게 적합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1919, p.246)." - P275

척도를 멘델의 구성요소로 분해하다

만약 지능이 단일하고 나눌 수 없는 척도라면,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P276

고더드가 연구를 하던 시기는 멘델 법칙의 재발견과 유전성에 대한 기본적 해독이 환영받고 그 흥분감이 처음으로 꽃피우던 시기였다. (중략). 그러나 초기의 많은 생물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특징이 멘델이 사용한 완두콩의 색깔, 크기, 주름처럼 나타날 것이라고 순진하게 가정했다. - P277

고더드는 지능의 물화에 대한 시도에서 궁극적인 단계를 나타내는 것이 분명한 이 가설을 받아들여 일시적인 악대차에 편승했다. 그는 비네랜드 학교에서 지능장애아의 가계를 추적해 ‘정신박약‘이 멘델의 유전법칙을 따른다고 결론지었다. - P278

고더드는 갈망이나 편견이 아닌 증거의 압박에 의해 이처럼 있음직하지 않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제기된 모든 이론과 가설은 자료 자체에서 제기된 것이며, 자료를 구성한다고 생각되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도출되었다. 일부 결론은 저자에게도 놀랄 만한 것이었고, 저자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듯이 많은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1914, p.viii). - P278

노둔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와 부양(번식이 아닌)

지능장애가 단일 유전자의 결과라면, 그 궁극적인 제거를 위한 방법은 이미 우리 앞에 분명히 놓여 있다. 즉 그들이 아이들을 갖지 못하게 하는것이다. - P279

만약 노둔자가 인류를 위해 자신의 성충동을 제어하고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와 함께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허용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다. - P280

격리시설에서는 노둔자들의 성충동이라는 생물의 기본적 욕구만이 부정되며, 생물학적으로 정해진 수준에서 만족하게 생활할 수 있다. - P280

노둔자의 이민과 번식 금지

고더드는 정신박약의 원인을 단일 유전자에서 찾았기 때문에 그 치유책도 지극히 간단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노둔자들이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하는 것과 외국인 노둔자들을 내쫓는 방법이었다. - P251

미국에서 비네 척도가 적용된 이 최초의 사례에 고무된 고더드는 좀더철저한 조사를 위한 약간의 기금을 모았고, 1913년 봄에 두 명의 여성을2개월 반 동안 엘리스섬에 보냈다. 그녀들은 외관상 정신박약자를 골라내도록 교육받았다. 그것이 고더드가 그 여성들에게 기꺼이 부여한 임무였다. 그는 그 여성들에게 선천적으로 뛰어난 직관력이 있다고 인정했다. - P282

(전략).
고더드의 수치는 두 가지 이유. 하나는 명백하고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은 이유에서 훨씬 더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우선 명백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자면, 고더드가 처음 번역한 비네 척도는 너무 엄격해서 일반적으로 정상으로 간주되는 사람들까지도 노둔자로 분류했다. - P283

명백한 이유로 영어를 구사할 수 없고, 삼등선실에서 대서양 항해를 견딘 겁먹은 남녀 무리를 생각해보자. 대부분은 가난해서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고, 연필이나 펜을 손에 쥐어본 경험도 없는 사람들이다. - P284

날짜, 또는 심지어 연도나 달조차 몰랐는가?


(전략).

유럽이나 그 인접 지역의 환경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실패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고더드는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는 이들 이민자들의 지능이 놀랄 만큼 낮다는 일반적 결론을 피할 수 없다 (1917, p.251)." - P285

그로부터 10년 이내에 입법화될 이민제한법을 예고라도 하듯이, 고더드는 자신의 결론이 "미래에 이루어질 과학적·사회적·법률적인 조치를 위한 중요한 고찰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1917.
p.261). 그러나 이 무렵 고더드는 노둔자를 특별격리해야 한다는 초기의 엄격한 입장을 많이 누그러뜨렸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힘든 일을 할 많은 숫자의 둔감한 노동자가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다. - P286

고더드의 연구는 처음부터 예정된 결론에 뿌리를 둔 억측에 불과했다.
그의 방법은 항상 그렇듯이, 외관으로 정신박약을 식별하는 직관력있는 여성의 훈련에 의존했다. - P287

고더드는 한 장의 그림을 살펴보고도 지능장애의 정도를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사람과 연관된 어려움을 전혀 예측하지 않았던것이 분명하다. - P288

코더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다

1928년이 되자 고더드는 마음을 바꾸어 자신이 처음에 곡해했던 알프레드 비네의 옹호자가 되었다. 무엇보다 고더드는 노둔의 상한을 너무 높게 책정한 것을 인정했다. - P292

고더드는 과거에 자신의 이론체계를 떠받치던 두 개의 기둥을 스스로 무너뜨렸고, 다음과 같이 결론내렸다(1928, p.225).

1. 정신박약(노둔)은 불치가 아니다(강조는 고더드).
2. 정신박약은 일반적으로 특수시설에 격리될 필요가 없다.

고더드는 "내 입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적군에 투항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p.224). - P294

*이 말을 고더드가 의도한 것 이상으로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 그는 노둔이 유전한다는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았다. 노둔자 부모는 다시 노둔자 아이를 가지겠지만 그들은 교육에 의해 유용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며, 다만 노둔자 부모가 특별히 더 낮은 지능장애자를-백치나 치우-낳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 P294

터먼의 직업별 1Q 작업에서 성공하기 위한 지능이란?


임신에서 유치원 연령에 이르기까지 일어난 천 개의 질문자를 토대로 자신들이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인근의 정신을 큰소리친다. 이것은 분명 연구에 의해 획득심어준 결과이다. 나는 그 결혼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으로약 이러한 테스트가 정말 지능을 측정하는 것이들의하는생각그런 일은 층 공더구나 미리 결정된 아이들의 능력을 과학적으로 트렌드는 인상의 진다는 그는 뒤로로 바람직할 것이다.

-월터 리프맨과 루이스 터먼의 논쟁 중에서 - P295

대중에게 실시된 스탠퍼드-비네 테스트

루이스 M. 터먼(Lewis M. Terman)은 인디애나주 한 농가에서 열네 명의 형제들 중 열두 번째 아이로 태어났다. 그가 지능연구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아홉 살에서 열 살 무렵 그의 집을 방문했던 보따리 서적상인이자 공사학자였던 어떤 사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 P295

터먼은 유전적 결정론의 토대로 267쪽에서 확인된 두 가지 오류를 모두 포함하면서 자신의 연구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그는 두 가지 가능한입장 중에서 첫번째를 지지했고, 테스트의 평균점수를 일반 지능이라 불리는 ‘실체‘로 물화했다(1906, p.9). - P296

 터먼은 다음과 같은 문항을 비네 테스트에 추가했다.

난생 처음 거리로 내려온 인디언이 길에서 탈것에 타고 있는 백인을보았다. 그 백인과 엇갈린 인디언은 이렇게 말했다. "백인은 게으르다. 그는 앉은 채 걷는다." 인디언이 "앉아서 걷는다"라고 말한 백인의 탈것은 무엇인가?

터먼은 자동차나 그밖의 탈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이 물음에 대한 유일한 정답으로 간주했다. 그 이유로 다른 탈것에서는 다리가 위아래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P297

만약 학교들이 1923년에 발간된 터먼의 책에서 선전되고 손다이크, 여크스, 그리고 터먼 자신을 포함하는 위원회에 의해 작성된 다음과같은 테스트를 채택했다면, 30분 동안 이루어지는 다섯 종류의 테스트가 아이들에게 평생의 낙인을 찍었을 것이다. - P300

터먼은 고도 지능장애자들의 한계와 그 불가피성을 가혹하게 역설했다. 그는 IQ 75의 아이 때문에 고통받는 "훌륭한 교육을 받은" 양친의피나는 노력을 헛수고로 만들고, 그들의 희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데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 P302

터먼이 제시한 IQ에 따른 직업

만약 그것이 옳다면, 지능 테스트 검사관의 감정적이고 세속적인 만족감은 대단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정말 지능을 측정하는 것이라면, 또한 지능이 고정된 유전적 양(■)이라면 한 아이가 학교에서 차지하는 위치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하는지, 대학에 가야 하는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하는지, 그리고 손재주를 필요로 하는 직종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니면 막노동을 해야하는지를 말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검사관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다면, 신권정치(, theocracy)의 붕괴 이래 어떤 지식인도 향유할 수 없었던 권력을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매력적이다.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도취감에 빠질 정도이다. 지능이 유전성에 의해 고정되어 있고 검사관이 그것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될 수 있기만 하다면, 아니 최소한 사람들이 그렇게 믿을 수만 있다면, 그 얼마나 꿈 같은 미래인가! 이 무의식적인 유혹은 과학적 방법을 비판적으로 옹호할 수 없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미묘한 통계적 착각이나 복잡하게 뒤얽힌 논리적 오류, 또한 몰래 가지고 들어온 부수적 의견* 등의 조력을 받아 대중을 속이기 위한 사전준비로서의 자기기만이 거의 자동적으로 행해질 것이다.
-월터 리프맨와 루이스 터먼의 논쟁 중에서 - P303

터먼은 사회 저변층을 극단적으로 폄하해서, 우리가 효율적이고 도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능이 극도로 낮은 사람들을 제한하고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P304

정신박약자는 불운한 유전에 의해 이중의 짐을 진다. 지능의 결여만으로도 버거운데 그것이 다시 부도덕성으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 P304

실제로 터먼은 IQ 100 이하의 사람들을 사회적 지위와 금전적 보수가좋은 직업에서 내몰았다(1919, p.282). 그리고 "실질적인 성공"은 IQ 115에서 120 이상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지능 척도의낮은 문턱에 위치한 사람들을 서열화하는 데 훨씬 큰 관심을 나타냈다. - P306

터먼은 직업별 IQ를 조사해서 지능에 의한 불완전한 할당이 이미 자연스럽게 발생했다는 만족스러운 결론을 발표했다. 그는 골치아픈 예외가 나타나도 능숙하게 발뺌했다. - P307

(전략). 다른 연구에서 터먼은 팔로 알토의 ‘떠돌이 노동자 합숙소‘에서 256명의 뜨내기 일꾼과 실직자들의 표본을 수집했다. 그는 그들의 평균 IQ가 그의 목록에서 최하위일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89라는 평균은 그들이 상당한 지능의 소유자임을 시사했다. 이것은 운전사, 여점원, 소방대원, 그리고 경찰관보다 높은 수치였다.  - P307

설령 터먼이 실력에 기반한 능력주의(meritocracy)를 옹호한 것에 불과하더라도 그의 엘리트주의는 비난받았을 것이다. 반면 그가 옹호한 것이 강한 동기부여와 힘든 일에 대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체계였다면박수갈채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 P307

과거 천재들의 화석 IQ

한 사회는 기계를 돌리기 위해 수많은 "약간 뒤떨어지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터먼은 한 사회의 번영이 높은 IQ를 가진 소수의 천재들의 지도력에 결정적으로 의존한다고 생각했다. - P308

터먼은 이미 프랜시스 골턴에 대한 예비적 연구를 발표했고(1917), 이 지능검사의 선구자에게 200이라는 경이적인 IQ 수치를 부여했다. - P309

이렇듯 번거로운 실제적인 어려움을 차치하더라도, 이 연구의 기본적논리는 처음부터 구제할 수 없는 결함을 포함하고 있었다. 콕스가 피실험자들에게 기록했던 IQ의 차이는 그 사람들의 다양한 업적을 측정한것이 아니었고, 그들의 타고난 지능을 나타낸 것도 아니었다. 이 차이는콕스가 대상 인물들의 유년기와 청년기에 대해 수집할 수 있었던 다양한질(質)의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낸 방법론적 인공물(methodological artifact)이었다. - P310

콕스 연구의 두 가지 기본적 귀결은, 그녀가 추론한 IQ가 천재들의 진정한 업적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사건의 기록을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강한 회의를 불러일으킨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IQ는 한 사람의 평생 동안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의 연구에서 나온 평균 A, IQ는 135이고, 평균 A: IQ는 그보다 상당히높은 145이다. (중략). 둘째, 콕스는 세르반테스와 코페르니쿠스를 포함한 몇몇의 탁월한인물들에 대해 우려스러울 정도로 낮은 IQ를 부여했다. 두 사람 모두105였다. - P311

 가난한 아이들은 이중의 불이익을 당한다. 어린시절을 기록할 사람이 없을 뿐더러 빈곤의 직접적인 결과로 그 지위를 강등당하기 때문이다. 콕스는 우생학자들이 선호했던 방법을 채택해서 직업이나 사회적 신분을 토대로 부모의 선천적 지능을 추정했다! - P312

(전략). 그러나 콕스는 한 사례에서만은 자신의 방법이 제시하는 불유쾌한 결과를 도저히 기록할수 없었다. 비천하게 태어나 유년 시절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셰익스피어의 점수는 100 이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  - P313

콕스와 터먼의 사회적 편견을 반영하는 IQ 수치 산정의 기묘함 중에서, 몇 사람의 조숙한 소년들은(특히 클라이브, 리비히, 스위프트)* 고전학습을 싫어했고 학교에서 반항적이었다는 이유로 그 지위가 강등되었다. 또한, 권말 목록에서 최하위인 군인 바로 위에 작곡가들이 그룹으로) 배열된 것으로 미루어 콕스가 예술 활동에 적대감을 가졌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 P314

볼테르의 신에 대한 유명한 경구**를 바꾸어 말하면, 가령 역사상 저명인사의 IQ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미국의 유전적 결정론자들이 그것을 날조한 것은 아마도 필연이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다.

**옮긴이 주)
 "만약 신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를 창조할 필요가 있었겠는가"라는 볼테르의 말을 뜻한다. - P315

사회적 지위와 IQ의 상관관계

터먼의 경험적 연구는 통계학자들이 IQ의 "집단 내 편차(within-group variance)"라고 부르는 모집단(예를 들어, 한 학교의 모든 어린이)내에서의 점수 차이를 계산한 것이다. - P315

터먼은 모든 유전적 결정론자들이 저질렀고, 지금도 저지르고 있는 이어처구니없는 외삽(外挿)을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진정한 병리학적 이상의 원인과 정상적인 행동에서 나타나는 변이의 원인을 혼동해서 자신의 오류를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 P316

그러나 IQ 유전적 결정론자들은 최소한 그들의 선배격인 두개학자들이 여성에 대해 내린 가혹한 판정은 따르지 않았다. - P316

그리고 터먼은 여성들의 제한된 취업기회가 지적 재능을 잘못 이용하고 허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1916, p.72: 1919, p.288). 그는 IQ에 상응한 금전적 보수를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일반적으로 IQ가 100에서 120인 여성은 교사나 고급 속기사로, IQ 85인 남성이 운전사, 소방대원, 경찰관으로 받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쓰고 있다(1919, p.278). - P317

사회적 지위와 IQ의 상관관계가 겨우 0.4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터먼은(1917) "문제시되는 여러 가지 특성의 본질을 결정하는데, 환경은 타고난 소질만큼 중요하지 않다(p.91)"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다섯 가지 주된 근거를 제시했다. - P317

따라서 그는 낮은 IQ가 이러한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의 생물학적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시설에서 이루어진 일부 테스트는, 고학년과 중간 학년에 정상이하의 지능을 가진 아이들이 고아원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설령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낮은 사회계급의 아이들이다(p.99).


터먼은 20명의 아이들이 고아원에 있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이들의 생활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아이들이 모두 "낮은 사회계급" 출신이라는 그의 주장도 확실한 것이 아니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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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말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나는 태생부터 긱geek이었다. 그네를 타기 전에는 가상의 스위치를 사용해 그네를 켜고, 그네를 다 타고 나면 스위치로 그네를 껐다고 한다. 기계를 보면 내부 동작을 바로 알 수 있었다. - P15

돌이켜 보면, 나는 뉴저지에서 매우 초현실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온갖 것을 뜯어 고치다 종종 엄마의 신경계를 교란시키기도 했다. 부모님은 50가지 전자 회로 모델을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 키트를 많이 사주셨는데, 키트에 들어 있는 이런저런 부품을 서로 연결해 책에 없는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하자 난감해하셨다. - P15

대부분의 아이들은 신문 배달을 했지만, 나는 텔레비전과 스테레오를 수리했다. - P15

학교 밖에서는 부모님이 나를 보이 스카우트와 (야구) 리틀 리그에 등록해주셨다. 나는 보이스카우트를 좋아했지만 리틀 리그는 싫어했다. 보이 스카우트를 통해 말타기부터 야외에서 생존하기 위해 안전하게 불을 다루는 법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세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리틀 리그에서는 내가 팀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 P16

최근 많은 학생이 프로그래밍을 가르치는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정보를찾을 수 있지만, 필요한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찾을 수 있는 곳이 없는지 계속 질문했다. 나는 이 책이 그렇게 백과사전처럼 집대성된 자료가 되도록 집필했다. - P17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주변의 자잘한 물건을 분해하거나 수리하고 변경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기업은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 Digital Millennium Copyright Act 같은 법률을 악용해 사람들이 자신이 소유한 장치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다행히 일부 지역에서는 ‘수리할 권리‘라는 법률이 생겼다. - P18

1939년에 나온 고전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는 마법사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커튼 뒤에 있는남자에게 신경 쓰지 말아줘."라고 울부짖는 멋진 장면이 있다. 이 책은 이 마법사의 말을 듣기 싫어하고 커튼 뒤에 뭐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 P18

옮긴이의 말

누구나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좋은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P20

다뤄야 하는 분야가 많고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번역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많았다. 번역 원고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결점을 고치도록 지원해주신 김희정 사장님을 비롯한 책만 출판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열심히 번역을 했지만, 혹 있을지 모르는 실수는 모두 역자인 나의 탓이다. 한편 추천글을 써주신 강유, 권정민, 박재호, 오명운, 오창훈, 이두희, 이일민, 이제현 님께도 감사드린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오현석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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