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한국·일본에서 일어난 작품 규제‘


2015년 3월 17일,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이하 MACBA)의 바르토메우마리 관장이 다음 날 개막을 앞두고 있던 그룹전 「짐승과 주권」의 개최중지를 결정했다. 이네스 두작의 출품작 <정복하기 위한 발가벗음>이외설스럽다는 이유였다. 이 작품은 나치 친위대의 헬멧이 깔린 바닥 위에서, 전 스페인 국왕인 후안 카를로스 1세, 볼리비아의 여성 활동가인 도미틸라 가라, 그리고 한 마리의 개가 벌거벗은 채 후배위로 겹쳐성교하는 모습을 그린 입체 작품. - P116

하지만 당시관장이었던 마리는 "이 작품은 부적절하며, 미술관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고 표명했고, 작품을 실제로 본 것은 개막 하루 전인 16일이 처음으로, 마지막 순간에 작품을 몰래 반입시켰다며 큐레이터 팀을 비난했다.
이네스 두작은 곧바로 작품 차용증 사진을 인터넷상에 공개했다. 작품 사진이 게재된 차용증에는 2월 25일 자로 관장의 서명이 적혀 있었다. - P117

전시를 취소하기로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정치적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 P117

바르셀로나 현대미술 관장 마리는 결국, 개막 다음 날인 22일에 사임했다. 그러나 사임하기 직전에, 수석 큐레이터 발렌틴 로마와 프로그램 책임자인 폴 프레시아도를 관장의 권한으로 해고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보복성 인사로밖에 볼 수 없는, 뒤끝이 개운치 않은 이야기다. - P118

새로운 회장을 요구하며, 사퇴한 국제 미술관 위원회 3인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건으로부터 반년 이상이 지난 2015년 11월, 국제 근현대 미술관 위원회(이하 CIMAM)의 이사를 맡은 3인의 미술관장이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 P118

 CIMAM은 ‘세계 미술관 의회(ICOM)‘의 산하조직으로, 직역하면 ‘현대미술의 미술관 및 컬렉션을 위한 국제적 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for Museums and Collections of Modern Art)‘이다.
공식 웹 사이트의 설명¹⁵에는 ‘근현대미술의 수집 및 전시에 관한 이론적. 논리적. 실제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회의‘라고 기재되어 있다. - P119

2장 뮤지엄

15 http://cimam.org/cimam/about/ - P573

3인의 관장니 사임 시에 발표한 성명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는 현대의 모든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미술관이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하고, 정부의 방침이나 사회 다수파의 의견, 그리고 그것들과 상이한 의견에 대한 법률 논의가허용되고 장려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관은 새로운 착상이나 가능성을 사회에 도입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 중 하나이며, 그로 인해 위협에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날에 있어 CIMAM의 중요 과제란, 가능한 한 논의의 장을 옹호하면서, 행동의 윤리적 규범을 아티스트, 큐레이터, 관객에게 알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따라서 이사직을 사임하는 것 이외의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중략). 우리는회원으로는 남아, CIMAM이 가까운 장래에 새로운 지도력을 바탕으로 신뢰성을 되찾기를 바랄 것입니다. (후략).¹⁶  - P120

16 Statement of Resignation from three Members of the Board of the InternationalCommittee of ICOM for Museums and Collections of Modern Art (CIMAM)09.11.2015. http://cimam.org/in-response-to-the-resignation-from-three-members-of-the-board-of-cimam/ - P573

 2015년 12월 2일, 전 바르셀로나 미술관 관장이었던 바르토메우 마리가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의 관장으로 내정되고, 그 달 14일에 부임한 것이다. 12월 3일 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미술관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면접을 통해 MACBA의 기획전 문제에 대해 ‘미술관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라는 설명을 들었으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¹⁷고 한다. - P121

17 「국립현대미술관 신임 관장에 스페인 출신 마리 씨가 내정」 『동아일보』, 2015년 12월 3일자. http://japanese.donga.com/srv/service.php3?biid=2015120349878 - P573

이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보도한 요시카와 미카의 리포트 「광주 비엔날레 2014 특별전 전시 거부 사건」²⁰과 오카모토 유카의 에세이 「2014광주 비엔날레 ‘검열‘을 둘러싸고」²¹, 그리고 케이트 코로치가 딜레탕트 아미에 기고한 「세부를 넘어서: 광주 비엔날레의 검열」²²과 『한겨레』(일본어판)²³, 『코리아 헤럴드』²⁴ 등 여러 웹 저널리즘을 근거로 사건을 되짚어보자. - P121

21 『あいた』218호, 2015년 2월 20일 발행
22 http://www.dilettantearmy.com/facts/beyond-detail
23 정대하, "허수아비 박근혜 그림‘ 결국 닭으로 바꿔 출품」, 2014년 8월 8일 자.
24 이우영. Gwangju Biennale marred by politics, "The Korea Herald, 2015년 8월 18일 자.
http://www.koreaherald.com/view.php?ud-20140818000811 - P573

허수아비가 된 대통령

작품의 제목에서 짐작되듯, <세월 오월>은 세월호 침몰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중략).
그 외에도 종군위안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김정은 위원장 등도 그려져 있어, 요컨대 이 작품은 광주 사건과 세월호 침몰 사건은 우발적으로 빚어진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근현대사에 내재하는 정치적·사회적 모순이 만들어낸 사건이라는 고발을 담고 있다. - P122

(전략). 그러나 특별전협력 큐레이터 중 한 명이, 한창 제작 중이던 작품의 해당 부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광주시의 공무원에게 보여주고 만다. (중략). "이 그림 때문에 중앙정부로부터 광주시로 내려오는 예산이 삭감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이미 결정된 예산이 그런 이유로 깎일 리가 없다."며 거절했지만, 두 번째 방문에는 홍성담도 한발 물러나 대통령의 얼굴을 흰색으로 지우거나, 닭의 얼굴로 수정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두 큐레이터는 닭 얼굴 쪽에 동의했다. - P124

 홍성담은 "임원의 수정 요구를 고스란히 작가에게 전달이나 하고, 그게 큐레이터가 할 짓인가?"라고 분노하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특별전의 개막 하루 전인 8월7일, 오현국 부시장은 윤장현 시장과 의견 조율을 끝낸 사안이라며 ‘전시를 불허한다‘는 성명을 냈고, 비엔날레 재단은 개막 당일인 8일에 ‘전시 유보‘를 발표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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