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우리가 매일같이 접하는 신문을보더라도 그 말은 사실인 것 같다. 조그만 두 나라가 수십 년이 지나도록 평화조약을 맺지 못하고 결국 파멸로 치닫는 걸 보라. 수백만년을 이어져 내려온 자연의 아름다움이 인간의 이익 때문에 불과 몇 년 안에 망가지는 것을 보라. 은행은 경제 위기를 겪고도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돈을 축적하고있다. 정치인들도 무능하기는 마찬가지다. - P7

인간의 문제점과 오류에 대한 수많은 토론이 벌어지고, 크고 작은 정치적 오류들이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해 그 뿌리를 연구해보기로 했다. 바로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 P8

결국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아주 결함이 많은 존재이며 어리석음 때문에 그 결함을 장점으로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는. 또한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더 많은 성과를 올리기위해 죽어라 노력하고 있다고 말이다. - P9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인간은 구체적인 지식 외에도 다른 방향에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관적 지식도 갖추고 있다. - P9

이 책의 서술방식에 대해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다. 두 저자가공동 집필한 책이지만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책을쓰다 보니 항상 ‘우리는‘이라는 주어로 문장을 서술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제3자적 관점으로 서술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은 ‘에른스트 푀펠은 연구를 통해 이러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든가 ‘베아트리체 바그너는 실제로 이러이러한 경험을 했다‘와 같은 문장을 접하게 될 것이다. - P11

Chapter 6

전문성에 대한 맹신

전문가의 의견이 우릴 어시석게 만든다.



철도 교통

악연의 운명적 귀결



끊임없이 공사가 진행 중인 독일 철도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독일 철도 시스템에 대해서 분노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지연 사고와 차체의 결함, 에어컨의 고장 등 문제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의 기차를 타고 자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없이목적지에 도착한 경우가 드물 것이다. 화장실이 고장 났거나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거나 식당차에 식수가 없거나 아예 기차 운행이취소되거나 하는 문제가 빈발한다. - P209

완벽한 시스템과 훈련된 인력과 컴퓨터화된 시간표를 갖추고 있는 독일 철도에서 어떻게 이런 실수가 발생할 수 있을까? 질문에대한 답은 단 하나다. 즉 승객의 책임인 것이다! 이따금 기차에 아무도 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철도 노동자들을 보면 이러한 생각은 더욱 굳어진다. - P210

두뇌 탐험
쉽게 미신에 빠지는 우리


이제 농담은 접어두자. 우리 두뇌는 끊임없이 원인과 연결점을 찾는다. 어떤 사람이 기차를 타려 할 때마다 지연이 된다면 사람들은 우연히 벌어진 두 사건을 연결시켜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두뇌는 서로 다른 현상과 사건을 연결시키는 능력이 있는데, 이는 매우 유용한 기능으로 우리가 세상에서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 P211

인위적인 통제가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 몸에 각인된 지식을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 존재하는 다른 형태의 지식이다. 스키를 타거나 혼잡한 도로 위를 운전하는기술은 일단 습득이 되면 이후부터는 의식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가능한 것이다. - P211

대규모 프로젝트

전문가들의
엄청난
실패


일의 진행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시적 연관성이 반드시 필연적인 인과관계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우연이반드시 필연으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은 전문가들에게 이는 훨씬 더 어려운 문제다. - P214

하지만 우리 두뇌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는 복잡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어떻게든 속임수를 쓰려 든다. 즉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시키려는 시도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것이 수도권 공항 신설이건 주식시장 거래건 아니면 환경에대처하는 방식이건,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자세를 취한다. 일단 자기 분야의 상황을 평가한 후 한 부분을 빼내어 다른요소들과 분리한다. - P216

BER 공항의 문제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쇼핑센터를 맡은 전문가의 의견이 항공교통 전문가의 의견보다 큰 영향력을가진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공항 내의 쇼핑센터는수입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항공기로부터 오는 수입은 미미하기때문에 쇼핑센터가 중심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 P217

(전략).
따라서 대규모 프로젝트는 각 분야별 전문가의 수적 부족이나 결함이 문제가 아니라 지도력을 발휘할 프로젝트 책임자의 자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책임자는 한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라기보다는 개별 사안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서로 통합하며 연결시키는 데 탁월한 역량을 지녀야 한다. - P218

이에 대해 ‘법관은 사소한 사건은 다루지 않는다(Minima noncurat praetor)‘라는 고대 로마법에 관한 격언을 인용하며 반박하는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악마는 세부적인 것에 집착한다‘라는 다른 격언도 있다. 현실에는 이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 P218

조언!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한 조건

다시 말해 책임 문제에 관한 것이건 계획 일정이건, 정치적 결정 혹은 전체 프로젝트에관한 것이건, 수평적 · 수직적 관점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계층이 다른 여러 사람들의 동등한 권리라는 문제에는 또 다른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때 세부 지식을 갖춘 엔지니어나 기술자들은 문제를 직시하고 상관에게 직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한다. - P219

초고속 전철의 위험

일단 기차를 간단히 살펴보자.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자처하고 잘꾸려진 팀에서 일하는 사람조차 간혹 이상한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모든 견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있다. - P220

뮌헨 대학의 의사 연합회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매우 빠른 기차의 속도는 승객에게 어지럼증과신경쇠약증을 일으킬 위험이 있으므로 철로 주위를 나무 벽으로 쌓아서 승객이 밖을 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어리석음에 대해 - 인간의부족함에 대한 성찰》, 레오폴드 로웬펠트, 1909)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기차는 예전의 시속 평균 32~49킬로미터에서 200~30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리면서 인간의 신경불안증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소위 철도 교통 전문가들의 다른 평가도 스스로 철회되어야 한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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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칙 10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참을 수 없는 데이트

나는 부부 관계 치료사가 아니다. 그래서 문제의 부부가 원하는 것이결혼 상담이라면 그쪽 전문가를 찾아가라고 한다. 하지만 상담을 진행하면서 한두 번은 내담자의 배우자가 참석해야 할 경우가 있다. 나는 내담자의 요청이 있을 때만 배우자를 상담에 참여시킨다. 내담자가 말하는 주된 문제 중에 결혼 생활의 불만족이 들어 있다면, 둘 중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은 종종 역효과를 부르기 때문이다. - P307

두 사람은 비위에 거슬리는 제안을 했다며 화가 난 채로 상담실을나섰다. 하지만 마지못해 제안을 따르고, 다음번에 와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였어요. 완벽하게 끔찍한 시간을 보냈죠.
나가기 전에도 싸우고, 나가 있는 동안에도 싸우고, 집에 돌아와서도싸웠어요. 그런 외출은 두 번 다시 안 할 거예요." 두 사람은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에 자부심까지 느끼는 듯 보였다. 그들은 아마 처음부터 내 제안이 전적으로 무의미하다고 결론지었을 것이다. - P309

아마도 부부는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서 그저 흘려보낸 모든 시간뿐 아니라 애정 없는 삶의 허전함 · 원망 · 괴로움을 숙고한 뒤, 데이트를 두 번, 세번, 또는 열 번까지 해보겠다고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열번째 상담 시간에 두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나타나 나에게 아주 좋은시간을 보냈다고 말할 것이다. 바로 그때 우리는 사랑과 존경을 유지하고 욕구와 반응을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진지한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 - P311

사람은 정말 깊이를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다. 주의를 기울인다면 우리는 자신이 선택한 사람에게 남아 있는 신비를 계속 재발견하여 처음에 서로 결합하게 한 그 마음을 되살릴 수 있다. 주의를 기울인다면, 편리한 크기의 상자에 상대방을 집어넣고 둘 중 누구라도 그 상자에서 나오면 바로 응징하거나 깊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쉽게 경멸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P311

관계의 기반

부부관계의 성적 요소는 종종 결혼 생활의 실상을 보여주지만, 항상그런 건 아니다. 내가 아는 부부 중에는 개와 고양이처럼 매일 싸우면서도 성생활(적어도 단기적으로는)은 아주 잘하는 부부도 있고, 서로기질적으로 잘 맞으면서도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부부도 있다. 이렇듯 부부관계는 너무 복잡해서 문제의 원인을 어느 한 요소에서만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좋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상호 욕구와 상호보답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말은 충분히 타당하다 - P312

당신은 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거기에배우자가 있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배우자가 당신에 관해 당신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당신의 내밀한 욕구에 관해서는 더욱더 모를 것이다). 당신이 자신의 욕구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못하면 당신의 불행한 배우자는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추측해야 하고, 추측을 잘못했을 때는 어떤 식으로든 응징을 당할 것이다. - P313

당신이 신뢰하는 그 사람은 당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위치에 서고 동시에 당신은 약자의 위치에 선다. 그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내놓지않거나, 그런 걸 원한다고 창피를 주거나,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줄수도 있다. 순진한 사람은 모든 사람이 선하고, 어떤 사람도 맹목적인 복수심 때문에든 단지 그러는 게 즐거워서든 남에게 상처와 불행을 줄 동기가 없으며, 특히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더욱 그럴 리 없다는 망상에 빠져 있다. - P314

낭만은 신뢰를 필요로 하며, 신뢰가 깊을수록 낭만도 깊어진다. - P341

그런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혼자 살기에 인생은 너무 고되다. 부부사이에 진실만을 말하고 정직하게 행동하려 노력한다면, 풍랑이 일어 당신의 배가 침몰할 위기를 맞았을 때 배우자에게 기댈 수 있다.
이는 그야말로 삶과 죽음의 문제일 수도 있다. 낭만이 온전히 유지되는 관계에는 진실이 최고 자리에 있어야 한다. - P315

촛불 속의 그리스도

(전략).
그리스도는 오래전부터 제2의 (완벽해진) 아담으로 여겨져왔다. 신이 양성을 분리하기 전에 최초의 아담에게 자웅동체성을 부여했다는견해가 있듯이 그리스도의 정신적 완벽성은 남성적 요소와 여성적요소가 이상적으로 균형을 이룬 결과라는 견해가 있다(이와 똑같은 개념이 수백 년 동안 연금술 문헌에 계속 등장했다. 2장 ‘레비스‘ 참조).⁵ 하나로 합쳐진 개인들이 필사적으로 숨고 피하기를 중단하고, 진실하게살려고 노력하며, 그들의 결합에서 나오는 빛으로 스스로를 바로잡기란 매우 어렵다. - P316

부부가 된 두 사람은 관념적이기 짝이 없는 질문 하나를 놓고 평생싸우기도 한다. ‘결혼을 하면 누가 누구의 부하인가?‘ 그런 서열 매기기는 한 명이 이기면 한 명이 지는 제로섬 게임이다. 하지만 부부 관계는 둘 중 한 명이 승자가 되거나 공정을 기하기 위해 교대로 승자자리에 오르는 문제가 돼서는 안 된다. 대신에 부부는 각자가 더 높은원칙에 복종하기로 약속할 수 있다 - P317

5. C. G. Jung, "Gnosticism as Dealing with the Feminine," in The Gnostic Jung:Including Seven Sermons to the Dead, ed. S. A. Hoeller (New York: Quest Books, 1982), 114-18. - P451

당신이 이제 막 그런 의식에 참여했다고 상상해보자. 당신의 참여는 무엇을 의미할까? 방금 행동으로 나타낸 그 생각을 믿는다는 뜻인가? 한때 한 몸이었다가 분리된 남녀가 다시 결합체를 이루어야 한다고? 당신은 그 생각을 합리적이고 기계론적으로 믿는 대신 극적이고시적이고 은유적으로 믿을 수 있으며, 그 믿음을 통해 심오한 진실에이를 수 있다. 당신은 ‘영혼의 단짝‘을 찾고자 하는가? - P318

오늘날 미성숙하고 순진한 많은 사람이 결혼 제도에 냉소적이지만, 이 제도에는 사람들이 깨닫지 못한 유용한 측면이 있다. 결혼은일종의 서약이다. 신랑 신부는 남들 앞에서 한목소리로 이렇게 선언한다. "나는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가난할 때나 부유할 때나 당신을떠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나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이는사실상 다음과 같이 위협하는 말이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상대방을 제거하지 않겠습니다." - P319

당신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잘 지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한쪽이 지배를 묵인하면 적어도 당분간은 수월하게 지낼지 모르나 나중에 복수하려 들 것이다. 당신 둘만 유독 힘든 것이 아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들은 결점투성이다. - P320

당신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잘 지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 한쪽이 지배를 묵인하면 적어도 당분간은 수월하게 지낼지 모르나 나중에 복수하려 들 것이다. 당신 둘만 유독 힘든 것이 아니다. 사실 모든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결혼했어도 마찬가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당신들은 결점투성이다. - P320

 당신이 배우자와 타협하지 않을 때 당신이처할 상황이다. 사회적 존재에게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상황이 있다.
폭정(하고 싶은 대로 한다), 노예(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한다), 협상이 그것이다. 폭정은 지배당하는 사람에게 분명히 안 좋지만 폭군에게도좋지 않다. 폭군에게는 왕으로서의 고상함은 없고 냉소, 잔인성, 무절제한 분노와 충동만 있기 때문이다. 노예는 비참하고 불행하고 원통하다. 노예는 손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폭군에게 복수하려 하고, 폭군은 온갖 저주와 상해에 시달리는 신세가 된다.  - P321

협상, 폭정, 노예

협상은 무척 어렵다. 이미 살펴봤듯이 협상을 하려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확인하고, 용기를 내어 상대방에게 정확히 말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요령을 부려 협상을 피하기도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 당신은 배우자에게 뭘 원하는지 물어볼 것이다. - P323

대화를 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알아내겠는가? 그것은 무례한 게 아니라 사랑의 잔인한 손길이다.
그런 상황에서 고집을 꺾지 않는 건 수술처럼 끔찍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당신은 두렵고 힘들고 괴로울 것이다. 배우자에게 저리 꺼지라는 말, 아니 그보다 심한 말을 듣고도 대화를 계속한다는 건 용기를 넘어서 무모함이 필요한 일이다. - P324

또 다른 심각한 장애물은 눈물이다. 많은 사람이 눈물의 의미를 슬픔으로 인한 고통으로 잘못 이해한다. 특히 마음씨 고운 사람들은 눈물을 보면 잘못된 연민을 느껴 사고 기능이 정지된다. (왜 잘못된 연민일까? 운다고 내버려두면 고통은 곧 멈추더라도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물은 슬픔이나 고통이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때로는 더욱 빈번하게) 노여움이다. - P325

마음 한구석에 탈출 가능성을 숨겨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은영원하겠다는 약속을 피할 수 있지만 변화를 이룰 수는 없다. 변화는 긁어모을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협상을 성사시키고 나면 멋진 미래와 성공이 따라온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루고 유지하는 삶 말이다. - P326

지혜롭지 못한 데다 냉소주의에 물든 젊은이들은 단정적으로 (심지어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한다. "난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 열아홉 살때 많은 젊은이가 그렇게 말한다. 어떤 면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열아홉 살이고,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열아홉 살짜리가 뭘 알겠는가? 그리고 스물일곱 살이 되었을 때도 많지는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 여성이 그런 편이다. - P327

정말 말리고 싶은 불행한 길이 하나 있다. 이 책을 읽는 여성들이귀 기울이기 바란다(현명한 남자친구와 남편도 똑같이 주목하라). 바로스물아홉 살이나 서른 살에 아이를 갖겠다고 결심한 뒤 아이를 갖지못하는 것이다. 이런 결심은 정말 권하고 싶지 않다. 좌절감을 회복할수가 없다. 아이를 가질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한 착각이다. - P328

결혼과 가족이 무조건 옳다고 단정하려는 건 아니다. 모든 사회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최선일 수는 없다. 가끔 우리는 병적으로 폭력적인 사람, 구제불능의 타고난 거짓말쟁이, 범죄자, 알코올의존자, 가학성애자와 결혼한다(어쩌면 이 다섯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탈출‘해야 한다. 그건 뒷문으로 도망치는 게 아니다.
이와 같은 허리케인급 재난 상황에서는 그 경로에서 벗어나야 한다. - P330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이보시오, 선생, 아주 냉소적이시군." 그렇다면 나라는 개인의 견해를 잠시 밀어두고 통계를 살펴보면 어떨까? 결혼을 하지 않고 동거만 하는 남녀(형식적인 것만 제외하고 모든 면에서 결혼한 남녀가 헤어지는 비율은 결혼한 부부의 이혼율보다 상당히 높다.⁷ 게다가 동거하다가 결혼을 한 경우 이혼할 확률은애초에 동거하지 않고 결혼했을 때 이혼할 확률보다 낮기는커녕 휠씬 높다.⁸ - P331

7. Statistics Canada, "Common-Law Couples Are More Likely to Break Up,"
www150.statcan.gc.ca/nl/pub/11-402-x/2011000/chap/fam/fam02-eng.htm.
8.). M. J. Rosenfeld and K. Roesler, "CohabitationExperience and Cohanitation‘s Association with Marital Dissolution," Journal ofMarriage and Family 81 (2018): 42-58. - P451

 인연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까지 대략 2~3년이 걸리고, 그 사람이 정말 내가 생각했던 사람인지를 확인하기까지 다시 2~3년이 걸린다.
그러면 5년이다. 지금 나이가 몇 살이든 당신은 생각보다 훨씬 빨리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가족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결혼, 아이 등)은대부분 대략 20세에서 35세 사이에 몰려 있다. 그렇다면 5년 터울로좋은 기회가 몇 번 오겠는가? 세 번, 운이 좋으면 네 번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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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말았다. 심리학과의 한 선임 관리자에게 내 계획을 얘기한 것이다. 일전에 그녀와 나는 우리가 거주하는층이 얼마나 추하고, 연구실 분위기가 얼마나 음울한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나는 우리가 그런 상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합의했다고, 그녀도 같은 생각을 한다고 믿었다. - P258

(전략).
화가 친구와 나는 이미 중간 관리자의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와 완고함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이미 조금 더 비싼 플랜 B를 마련해놓았다. 나무판을 붙이는 대신 벽에 칠할 페인트를 신중히 고르고, 중간중간에 다른 색 페인트로 포인트를 주기로 하는 한편, 어울리는 카펫과 커튼을 마련했다. 내가 고른 색들을 승인받기 위해 관리자들과 계속싸웠고, 결국에는 승리했다. - P259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측은 예비 교직원들을 내 연구실로 데려오기 시작했다. 토론토대학교는 이 정도로 창조적 자유를 허용한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보기에는 코미디 그 자체였다. 나는오랫동안 이 모든 일에 관해 생각했다. 나에 대한 저항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다. 하도 의아해서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저런 내가이 연구실에서 진행할 연구가 두려운 걸까?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어떤 중요한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 P260

결국 학자들은 잠재적 해결책을 마련했다. 그들은 붉은 페인트 한통과 맨 끝에 헝겊을 처맨 막대기로 무장하고서 지프를 타고 무리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누 한 마리의 궁둥이에 붉은색 점을 찍었다.
이제 그들은 그 개체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고, 잘만 하면 누의 행동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 P260

결국 학자들은 잠재적 해결책을 마련했다. 그들은 붉은 페인트 한통과 맨 끝에 헝겊을 처맨 막대기로 무장하고서 지프를 타고 무리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누 한 마리의 궁둥이에 붉은색 점을 찍었다.
이제 그들은 그 개체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고, 잘만 하면 누의 행동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제 무리에서 구별되는 그 녀석을 근처에 항상 잠복해 있는 포식자들이 사냥했다! - P260

목을 길게 빼고 있으면 칼이 온다. 이런 속담은 여러 문화에 존재한다. 영어 속담으로는, ‘높이 자란 양귀비가 제일 먼저 낫질을 당한다‘가 있다. 일본에는 ‘튀어나온 못이 제일 먼저 망치로 얻어맞는다‘
라는 속담이 있다. 이건 중요한 관찰이고, 그만큼 보편적이다. 예술적·창조적 활동은 위험은 크고 보상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높은 보상이 돌아올 가능성이 존재한다.  - P261

예술은 장식이 아니다

단순히 파격적으로 보이려고 혐오나 공포 같은 부정적인 반응을 조장하는 예술이나 추상 미술은 종종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나 또한 전통적인 미 개념을 매우 존중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반응에 어느정도 공감한다. 전통을 업신여기며 예술가인 척하는 사람이 많다는사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진정한 영감이 담긴 작품과 사기성이 농후한 작품이 불완전하게라도 구별되며, 중요하지 않은 것은 대개 우리와 멀어진다. - P262

예술은 탐험이다. 예술가는 사람들에게 보는 법을 가르친다. 예술을 접해본 사람은 대부분, 예를 들어 인상주의 작품은 누가 봐도 아름다우며 전통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 우리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은 19세기 후반에는 인상파 화가들만이 지각할 수 있었던 방식이었다. - P262

아름다움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으로 다시 우리를 인도하며, 무엇이 냉소주의를 영원히 막아주는지 상기시킨다. 아름다움은 목표로 똑바로 나아가게끔 우리에게 손짓한다. 아름다움은 더 작은 가치와더 큰 가치가 있음을 상기시킨다. 사랑, 유희, 용기, 감사, 일, 친구, 진리, 우아함, 희망, 미덕, 책임 등 많은 것이 인생을 살 만하게 한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으뜸은 아름다움이다.

(중략).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흠답게 꾸며보라. - P264

법칙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열과 압력의 가치


사람이 빛이 난다고 할 때의 그 빛은 고도로 집중된 의식에서 발산되는 광채를 의미한다. 인간의 의식은 많은 부분이 시각적이기 때문에 빛이 있는 낮에 주로 활동한다. (빛과 관련된) 교화된다illumined거나 계몽된다enlightened는말은 특별히 자각하고 깨닫는다는 뜻인데, 흔히 영적인 자각 또는 깨달음과 관련이 있다. - P213

열과 압력은 석탄이라는 평범한 물질을 완벽한 결정구조와 희소한 가치를 지닌 다이아몬드로 변화시킨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영혼에 작동하는 힘들은 종종 서로 어긋나고 부딪친다. - P214

여럿으로 쪼개진 집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마찬가지로 허술하게 통합된 사람은 고난에 직면할 때 마음을 다잡지 못한다. - P214

내적 통일성이 부족하면 고통이 증가하고 불안이 커지고 동기가시들고 즐거움이 사라지며, 그 결과 우유부단해지고 뭐든 확신하지못한다. 탐나는 것 열 가지를 놓고 결정을 못한다면 열 가지 모두에게 고문을 당하는 셈이다. 모순되지 않고 잘 정의된 확실한 목표가 없다면 삶을 가치 있게 해주는 긍정적인 몰입감은 먼 나라 얘기가 된다. 또한 확실한 목표는 세계를 제한하고 단순화하여 불확실 ·불안·부끄러움을 줄여주고, 스트레스가 야기하는 소모적인 심리적 요인들을 경감한다. - P215

사회적 결과도 생물적 결과 못지않게 심각하다. 잘 통합되지 않은사람은 좌절이나 실패의 아주 작은 낌새에도 과잉 반응한다. 그런 사람은 심지어 자기 자신과 타협하지 못하는데, 잠재적인 미래를 논의할 때의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즐겁지 않다. - P216

목표를 세우고 겨냥하라. 이 모든 것이 성숙하기 위한 훈련의 일부이자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일이다. 목표가 없으면 모든 것에끌리고 흔들린다. 목표가 없으면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으며, 인생에 가치 있는 것이 없다. 가치는 선택지에 위계를 매기고, 낮은 것을희생하고 높은 것을 바라볼 때 생겨난다. 정말로 자기 앞에 놓인 선택지를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가? - P216

최악의 결정

내가 몬트리올의 맥길대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을 때 일이다. 나는 5~6년이 걸리는 이 어려운 학위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사람들의 성격이 개선되는 걸 확실히 보았다. 그들의 사회성은 향상되었고 표현은 더 명확해졌다. 목표 의식은 더 뚜렷해지고 타인과의 관계는 더 좋아졌다. 또한 바르고 계획적이면서도 삶을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 P217

후에 교수가 되어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지도했을 때도 같은 현상을 목격했다. 학부생 가운데 실험실에 살다시피 한 학생들은 부담을 회피한 학생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들은 연구를 열심히 보조하여 연구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고, 동시에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쪼개서 자기 공부를 했다. - P217

과연 세상에는 전념할 만한 게 있긴 할까? 지금까지 나는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는 무수한 상황들을 목격했다. 내가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임상심리학자, 연구자, 그 밖의 다양한 임시직을 거치는 동안 갈래길은 자꾸 나타났다. 그런 갈래길은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
특히 반쯤 성숙하고 방황하고 설익은 냉소를 즐기고 의심하고 회의하고 희망을 꿈꾸는 바보들에게도 나타난다(어리석음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제 막 성인기에 접어드는 시기에 모두가 그런 바보 같은 시절을 겪는다). - P218

이 배우자나 저 배우자, 이 친구나 저 친구, 이 직업이나 저 직업에만족하고, 심지어 행복을 느낄 수는 있다. 어떻게 보면 이걸 선택해서 얻은 만족은 다른 걸 선택해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또한 각각의 선택에는 큰 결함이 있다. - P218

 변호사로서 일을 잘하려면 언어능력이 좋아야 하고, 목수로 성공하려면 기계를 다루는 기술이 필요한 법인데, 사람과 직업의 궁합이 좋지 않은 탓에 노력해도 목표에 이르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실패는 결의의 부족, 겉만 번지르르한 의미 없는 합리화, 책임 거부에서 비롯된다. 이런 실패는 좋을 게 하나 없다. - P219

직업이나 직장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대개 닻을 내리지 못하고 표류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표류를 정당화하기 위해 낭만적인 반항이나 설익은 냉소와 염세주의를 앞세운다. 또한 아방가르드 정신에 상습적으로 공감하거나 알코올의존, 약물 사용, 순간적인 만족을탐닉하면서 절망적이고 목적 없는 삶을 위로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성공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다. - P219

훈육과 통일성

한 가지에 집중하는 훈련은 어렸을 때 시작된다. 아주 이른 나이부터 아이는 기초적인 생존 본능에 해당하는 여러 감정과 동기들을 자발적으로 질서 있게 배치해, 타인과 함께할 협동과 경쟁의 전략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 P221

사회에 받아들여질 정도로 적절한 훈련을 받은 아이는 또래 친구를 만나면서 더 심도 있는 자아 통합 과정을 겪는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자기 자신을 훈련한다. 아이는 다른 모든 충동보다 게임의 지시사항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그 규칙과 목표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법을 배운다. - P221

적절한 기능을 수행하고 잘 통합된 자아를 가진 개인은 현재의 욕구를 미래의 필요(다른 아이들과 잘 놀 필요)와 조화시킬 줄 안다. 이렇게 해서 후기 영아기의 듣기 싫은 비명은 아동기의 다채로운 게임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된다. 그런 발달을 통해 아이는 사회에 소속되었다는 안정감과 게임의 즐거움을 모두 만끽한다.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이건 ‘억압‘이 아니다.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 P222

따라서 사회화가 잘 이루어진 아이라고 해서 공격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공격적인 심리 상태에 고도로 능숙해지는 것이다. 그런 아이는 파괴적인 충동을 집중과 인내와 절제된 경쟁심으로 변화시켜 게임에서 성공한다. - P222

약간의 의구심을 품고 지금 여기서 어떤 게임을 해야 가장 좋은지논쟁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며 합당하다. 하지만 모든 게임이 불필요하다고 선언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어떤 도덕이 불가피한 도덕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일 수는 있지만, 도덕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 P223

일단 사회적 세계의 압력으로 다양한 하위 인격이 통합되었다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다. 그런 뒤 고도로 체계화된 목표, 기술, 규칙을 익혀 직업 세계라는 더 진지한 게임에 참가해야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구애의 몸짓도 배워야 한다. 아이는 자신의 인격을 다른 사람의 인격과 통합하여 짝을 이뤄야 하고, 그 관계를 사회안에서 오랫동안 평화롭고 생산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P224

하지만 통합과 사회화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 이유는 견습 기간에 두 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아이가 게임을 하는 법과 공정한 게임을 하는 진정한 승자가 되는 법을 동시에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 P224

도그마와 정신

한계를 가르치는 훈육은 게임의 전제 조건이자 통일성 발달의 필수조건으로, ‘하지 말지니라 Thou Shalt Nots‘라는 금지로 보는 게 도움이 된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강조하는 규칙들이 정해지면 바람직한 행동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규칙들을 지키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성질이나 본질을 지닌 성격이 발달한다(개인의 바람직한 성향이 발달한다). - P226

십계명은 게임이 반복될 수 있는 안정된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규칙이다. 십계명은 「출애굽기」에 명시된 규칙이자 ‘잊을 수 없는 이야기‘의 한 부분이다. - P227

훈련을 통해 규칙을 익히고 충실히따름으로써 통합을 이루는 동안, 그 사람은 동시에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가장 높은 이상으로 인도되거나 그 이상을 모방한다. 그 ‘이상‘은
‘도덕적‘이라는 말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요소이자 모든 규칙을 선하고 정의롭고 필수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 P229

서양 문화는 유대-그리스도교에서 발원한 까닭에 이 심오한 드라마에 ‘무의식적으로‘ 기초해 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도는 도그마를 완벽히 숙달한 결과로서 정신이 출현한 존재를 나타낸다. 그 정신은 나중에 도그마가 될 것을 창조하는 힘이자 그런 오래된 전통을 거듭 초월하는 힘이다. - P229

한 가지를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다면 당신은 변할 것이다. 또한 한때 여럿이었던 당신은 하나가 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 하나가 잘 성장했을 때 당신은 그저 희생 노력 · 집중을 통해 모양을 갖춘 훈련된 존재에 머물지 않고, 사회와 합일을 이루는 통일된 인격으로서 규율 또는 문명을 창조하고 파괴하고 변화시키는 존재가 된다. - P230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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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NA는 무엇인가

유전자에 관해 말하지 않으면서 후성유전학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물감에 관해 말하지 않으면서 그림 이야기를 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니 후성유전학 이야기로 더 깊이 들어가려면 그 전에 유전자에 관해 간단히라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고, 최소한 그 단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의는 해야 한다. - P53

그 결과 오늘날의 생물학자들은 몇 가지 다른 유전자 개념 사이에서 자유롭게 오가는데, 안타깝게도 그 개념들이 서로 그렇게 잘 맞아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¹ - P52

4장DNA란 무엇인가
1 1a. Gericke, N. M., & Hagberg, M. (2010), 1는 유전자 기능 묘사에 관한 개념적 차이들Conceptual variation in the depiction ofgene function in upper secondary school textbooks, Science and Education, 19, 963-994.
1b. Griffiths, P. E., & Neumann-Held, E. M. (1999). Themany faces of the gene. BioScience, 49,656-662.
1c. Keller, E, F. (2000). (197) The century of the gene). Cambridge:Harvard University Press.
1d. Keller, E. F. (2014). From gene actionto reactive genomes. Journal of Physiology, 592, 2423-2429. - P434

20세기 전반기에 과학자들은 고전적 분자 유전자 개념dassical molecular gene concept² 이라는 것을 확립했는데, 이는 유전자가 세포핵 속에 자리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염색체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 P53

2 Griffiths & Neumann-Held, 1999 - P434

단백질은 요소들이 선형으로 배열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에줄처럼 긴 모양으로 보여도, 이 ‘줄‘들은 각 단백질의 종류에 따라고유한 방식으로 접히며 단백질이 접히는 이 고유의 방식은 보통서열에 따라 결정된다. 단백질이 중요한 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그 결과 각 단백질은 종류마다 고유한 삼차원 형태를 띤다. - P54

각 세포의 바깥 표면을 이루는 세포막에 박혀 있는 단백질들이 있는데, 바로 이 단백질들 덕분에 세포가 서로를 인지할 수있다. - P54

내가 이 책에서 이야기할 ‘유전자‘는 이런 고전적인 분자 유전자‘이며, 이 유전자들이 맡은 일은 딱 하나, 바로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단백질은 우리의 형질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분자 유전자들은 언제나 우리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 - P55

5 Griffiths & Neumann-Held, 1999, - P435

곤경에 빠진 유전자

고전적 개념의 분자 유전자란, 세포질 안에서 물리적으로단백질을 생산하는 세포소기관⁶에게 염기서열 정보를 제공하는DNA 분절이다. 하지만 이 개념의 유전자도 아직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고전적 분자 유전자 개념은 유용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현실을 그리 잘 포착하지 못하는 듯하다.⁷ - P56

6 Oyama, S. (1992), 전달과 구축: 유전의 단계와 문제Transmission andconstruction: Levels and the problem of heredity. In E. Tobach & G. Gremberg (Ed.)(사회적 행동 수준: 진화적 및 유전적 측면: 제3회 TC 슈메랄라 컨퍼런스에서수상한 논문: 사회적 행동의 진화와 통합적 수준 Lock of samall Besteemoon. Fullertonyand genetic aspects Award winning papers from the Third TC Schele Canisationof social behavior and integrative levels), Wichita, KS: TC, Schneida Research FundP.57.

7. 고전적 분자 유전자 개념 이전에 구상되었던 유전자 개념들과 더 최근에 구상된 개념들을 다 포함하여, 생명과학 분야의 이론가들이 구상한 다른 모든유전자 개념에 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다. - P435

‘유전자‘라는 단어가 얼마나 흔히 사용되는지 생각해보면, 이 단어는 분명 특정한 무언가를 의미할 것만 같다. 특히 과학적기원을 지닌 기술 용어이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전자 개념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 P57

. 유전자라는 말을 쓸 때 내가 의미하는 바는, 단백질(또는 어떤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산물)을 만드는 데 쓰이는 서열 정보를 품고 있는 DNA의 분절 혹은 분절들이다. 하지만 현대 생물학자들이 ‘유전자를 이야기할 때는 어느 특정한 한가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며, 유전자는 오늘날까지도 근본적으로 가설상의 개념으로 남아 있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 P57

5. 심층 탐구: DNA

어떤 후보 분자가 멘델이 말한 유전 인자로 인정되려면 몇가지 속성을 갖추어야 했다. 첫째, 그 분자는 부모로부터 자녀에게전달될 수 있어야 하며, 둘째, 수정란의 세포분열로 만들어지는 두개의 ‘딸세포‘ 각각에 전달될 수 있어야 하고, 셋째, 해당 종에 적합한 특징을 갖춘 유기체가 만들어지도록 딸세포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예컨대 인간 배아는 인간 아기로 자라나라면 인간의 심장, 뼈, 뇌 등을 발달시킬 수 있어야 한다), - P59

이번 장에서 다루는 정보는 생물학 기초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는 전혀 새롭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DNA와 그 작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입문 단계의 기초 지식을 소개하려 한다. 그런 다음 선택적 스플라이싱(접합/잘라 이음), 비부호화 DNA, 마이크로RNA와 작은핵 RNA 등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뒤의 ‘심층 탐구‘ 장들도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이정보가 도움이 될 것이다. - P61

꼬인 사다리, DNA의 기초

각 ‘염색체‘는 기본적으로 아주 긴 DNA 한 가닥이 돌돌 말린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큰 타래로 감겨 있던 긴 털실 한 올을 풀어서 덩어리 하나로 빽빽이 뭉쳐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 한편
‘DNA 분자‘ 하나는 아주 긴 화학적 가닥 두 개가 서로 꼬여 있는구조인데, 이는 실 한 올도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개의 섬유가닥이 서로 휘감으며 한 가닥의 실을 이루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 P61

 영어 단어들은 철자에 따라 아주 짧은 것도 있고 긴 것도 있지만, DNA 서열의 의미를 지닌 요소들은 ‘C-A-G‘나 ‘T-A-T처럼 항상 염기 3개로만 이루어진다. 이렇게 염기 3개로 이루어진 유전부호의 단위를 코돈codon 이라고 한다. - P62

코돈이 중요한 이유는, DNA 가닥의 정보를 사용해 단백질을 만들 때, 이 가닥에 늘어선 각각의 코돈에 따라 그 코돈이 부호화하는 특정 단백질 분자가 단백질 서열에 추가되기 때문이다. 단백질도 DNA와 마찬가지로 일정 서열로 늘어선 요소들이 긴 사슬을 이루는 분자이지만, DNA가 A, C, G, T라는 염기들로 구성되는 반면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요소들로 구성된다. - P62

 단백질을 다른 단백질과 구별하는 것이 단백질의 형태이므로, 이를테면 세로토닌이라는 단백질이 뇌에서 신경전달물질로서 기능하게 하고, 헤모글로빈이라는 단백질이 혈액 속에서 산소 운반 기능을 하게 하는 것은 그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 즉 그에 대응하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이다. - P63

단백질은 사실 염색체가 있는 세포핵 안이 아니라 세포질에서 만들어진다. 따라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려면 염색체에 들어있는 서열 정보가 핵에서 나와 세포질로 이동해야 한다. - P63

일단 RNA 전사물이 세포질 속 단백질 생산 기구에 도착하면, 단백질 생산 기구는 그 서열 정보를 사용해 특정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과정을 번역이라고 한다. 번역은 DNA에서 뽑아온정보를 세포 기구가 효과적으로 ‘읽고 그 정보를 사용하여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 P64

단백질을 만드는 데는 1.2퍼센트만 사용된다

방금 내가 한 설명과 직유가 괜찮았다면, 이 시스템이 마치 굉장히 똑똑한 엔지니어가 설계한 단순명료한 시스템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시스템이든 자연선택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그 시스템에는 그리 효율적이라 할 수 없는 괴상하고 특이한 면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게 좋다(그 이유는 13장에서 이야기할 것이다). - P64

생물학자들은 단백질을 부호화하지 않는 이런 DNA를 비부호화 DNA라고 부른다.³ 생물학자들이 비부호화 DNA의 존재를 처음 알아차리기 시작한 40년 전에는 이 물질들이 모두 아무 기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이걸 ‘정크 DNA‘라 불렀다.⁴ - P65

3 Mattick, J. S., & Makunin, I. V. (2006). ] RNA Non-coding RNA.
Human Molecular Genetics, 15, R17-R29.

4 Ohno, S. (1972). DNA So much "junk" DNA inour genome. In H. H. Smith (Ed.), (Evolution of genetic systems).
Vol. 23. Brookhaven Symposia in Biology (pp. 366-370), New York: Gordon& Breach. - P436

마침 분자생물학자들이 비부호화 DNA의 특정 분절들을해독해냈다. 50여 년 전, 프랑스의 생물학자 프랑수아 자코브와 자크 모노가 대장균 DNA의 특정 구간이 단백질 생산을 위한 서열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쓰이지 않지만 단백질 생산을 조절하는 데는 쓰인다고 보고했다.⁶ - P66

6 6a. Jacob, F., & Monod, J. (1961).
Geneticregulatory mechanisms in the synthesis of proteins. Journal of Molecular Biology, 3,
318-356.
6b. Jacob, F., Perrin, D., Sanchez, C., & Monod, J. (1960). 2: 48자(오퍼레이터)가 발현을 조절하는 유전자군Operon: A group of genes with theexpression coordinated by an operator. Comptes Rendus Hebdomadaires des Séancesde l‘Académie des Sciences, 250, 1727-1729.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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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청소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12가지 인생의 법칙』 6장)라는 말로 유명해졌다. 평범한 충고였지만 내가 꽤나진지했고, 방 청소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 그 인기에한몫한 듯싶다. 그런데 나는 거의 3년 전부터 내가 일하는 방을 제대로 정돈하지 못했다(나는 그 방을 손대지 않은 상태로 놔뒀다). 그동안 나는 정치적 논쟁에 휩싸였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세계를 돌아다니느라 우편물은 산더미처럼 쌓였고, 줄곧 질병에 시달렸다.  - P235

내가 그 방에서 찍은 비디오의 정지 화면인데, 배경이 아주 엉망이다(내 꼬락서니도 그보다 썩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 (중략). 어쨌든 내게는 문제의 방으로 돌아가 깨끗이 정리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잡동사니를 깨끗이 치우고 싶은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방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다는 것이다. - P236

우리는 우리 문명이 축적해온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서 예술(그리고 문학과 인문학)을 공부한다. 예술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었는가? 아주 좋은 생각이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이상하지만 비슷한 게 없을 정도로 다채로운 작품을 많이 남겼다. - P236

예술품을 사라. 당신에게 말을 거는 작품을 구입하라. 진정한 예술품은 당신의 삶에 파고들어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진정한 예술품은 초월자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우리는 유한하고 제한된 존재, 무지에 매인 존재이기 때문에 그런 창이 필요하다. - P237

예술은 문화의 토대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심리적 통일성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지낼 수 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마태복음」 4장 4절)라는 말은 아주 정확한 지적이다. 우리는 아름다움으로 산다. - P237

기억과 환상

(전략).
 어른이 되고 나서는 예전과 같지 않다. 나는 페어뷰에서 9년을 살면서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대부분을 보냈는데, 지금도 그곳의 거리가 고화질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반면 지금 나는 토론토에서 그 두 배가 넘는 세월을 살았지만, 우리 집 주변에 어떤 집들이 있는지 아주 막연하게만 알고 있다.
어른이 되어 이렇게 변한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나는 지금 사는 동네가 고향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 P239

나이를 먹을수록 지각은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기억으로 대체되었다. 나는 몇몇 측면에서 더 능률적으로 바뀌었지만, 그 대가로 세계의 풍부함을 느끼는 경험이 빈약해졌다. 젊은 시절 내가 보스턴에서 계약직 교수로 일할 때, 내 아이들은 겨우 두 살과 세 살이었다. - P239

아이들은 특별한 종착지나 목적, 일정을 염두에 두지 않고 구불구불한 동네 길을 따라갔다. 도중에 강아지 · 벌레 · 지렁이를 만나면 즐거워했으며, 임의로 만들어낸 게임을 하며 신나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긴장을 풀고 현재에 집중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 P240

 나는엄밀하고 예민하고 목표지향적이었으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지만, 그런 효율성·성취 · 질서를 위해 많은 걸 외면해야 했다. 내 눈은더 이상 세계를 향해 있지 않았다. - P241

실제로 어떤 이들은 유년기의 황홀한 눈을 잃지 않는다. 특히 예술가들이 그렇다(그러니 예술가리라). 영국의 화가이자 판화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도 그런 사람이었다. 블레이크는 독특한 환상의 세계에 거주했으며,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가 말한 "물자체Ding an sich"¹ (경험을 초월하는 본체-옮긴이)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가깝게 지각했다. - P243

법칙 8.

1. N. F. Stang, "Kant‘s Trnascendental Idealism,"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Winter 2018), ed. E. N. Zalta, plato stanford.edu/archives/win2018/entries/kant-transcendental-idealism. - P448

우리는 위대한 그림을 찬양한답시고 그림에 장식이 많은 사치스러운 액자를 두르지만, 사실은 그렇게 함으로써 그 영광이 액자 안에서 끝나기를 바란다. 그 경계짓기,
그 테두리 때문에 우리에게 친숙한 세계는 변하지 않고 원래대로 남겨진다. 우리는 아름다움에 한계를 부과해, 그 아름다움이 밖으로 뻗어나와 익숙한 모든 것을 어지럽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 P246

우리가 아는 땅, 우리가 모르는 땅,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땅

우리는 실제로든 관념적으로든 우리가 아는 땅에 거주한다. 하지만 그 바깥에 놓인 것을 상상해보자. 그곳에는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부분적으로나마 알고 있는 거대한 세계가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아는 그 공간 바깥에 아무도 모르는 세계가 존재한다. - P248

집에 혼자 있다고 가정해보자. 깊은 밤, 주위는 어둡다. 이때 예기치 못한 소리가 들린다. 당신은 깜짝 놀라고, 순간 얼어붙는다. 이것이 최초의 변환이다. 미지의 소리(어떤 패턴을 가진 소리)가 얼어붙는자세로 변한 것이다. 다음으로, 심장이 빨리 뛰면서 당신은 어떤 행동을 할 준비를 한다.³ 이것이 두 번째 변환이다. - P249

3. D. C. Fowles, "Motivation Effects on Heart Rate and Electrodermal Activity:Implications for Research on Personality and Psychopathology," Journal of Researchin Personality 17 (1983):48-71. 심장은 보상에 뛰지만, 다가오는 포식자를 피하라고 손짓하는 안전이 바로 그런 보상이라고 정확히 지적했다. - P448

예술가는 홀로 변경에 서서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변환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자진해서 미지의 세계로 뛰어든 뒤, 거기서 한 조각을 떼어내 이미지로 변환한다. 춤으로 변환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드러난 세계를 말이 아닌 몸동작으로 표현해서 전달하는 것이다. - P250

창조적인 사람이 도시에서 하는 역할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그들은 약간 궁핍하다. 예술가로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인데, 사실 그런 가난은 예술의 동력이 되기도한다(궁핍의 유용성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그들은 도시를 탐험하고, 한때는 좋았으나 지금은 쥐가 돌아다니고 범죄가 만연할 법한 지역을발견한다. - P250

예술가들이 혼돈을 질서로 변화시키는 그런 변경은 거칠고 위험한 곳이다. 그곳에 사는 동안 예술가는 혼돈에 빠져버릴 위험에 수시로 직면한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항상 인간이 이해하는 영역의 가장자리에 살아왔다. 예술과 사회의 관계는 꿈과 정신 활동의 관계와 동일하다. 꿈을 꾸고 있을 때 우리는 대단히 창조적이다. - P251

예술가들도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정말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면, 그럴 만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의 의도가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나타냈는지를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춤·음악·그림으로 표현할 필요가 사라진다. 하지만 예술가를 이끄는 것은 느낌, 패턴을 감지해내는 직관이다. - P252

일전에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거기에는 위대하고 유명한 르네상스 그림들을 소장한 전시실이 있다(팔수만 있다면 그림 하나가 몇억 달러는 족히 될 것이다). 그 전시실은 신자와 무신론자 모두에게 신성한 장소, 일종의 성소였다. - P253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그 먼거리를 이동해 이곳에 와서, 작품 설명에 주의를 기울이며 그림들을 보면서………… 다들 자기가 뭘 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그 그림들 중에는 훌륭한 구도를 보여주는 걸작 <원죄 없는 잉태를 하신 성모The Virginof the Immaculate Conception>가 있었다. - P253

 어쨌든 신은 죽었는데(또는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럼에도 저 그림은 왜 여전히 가치 있을까? 왜 다른 그림들과 함께 이방, 이 건물, 이 도시에 있으면서 만지지도 못하게 엄격히 보호될까? 왜 이런 그림들은 값을 매길 수가 없을까? 이미 모든걸 가진 사람들은 왜 이 작품들을 탐낼까? 왜 이 그림들은 현대의성소에 이토록 조심스럽게 보관되어 있을까? 왜 전 세계 사람들은 마치 의무를 다하듯, 심지어 선망했던 일이나 필요한 일을 하듯 이곳을 방문할까?‘ - P254

방 하나

우리 부부가 사는 곳은 작은 집 두 채가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반독립주택으로, 거실이 13제곱미터(4평) 남짓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거실을 포함해 집안 곳곳을 아름답게 꾸미려고 애썼다. 거실에는 큰 그림이 몇 점 걸려 있다(2차 세계대전이나 공산주의의 승리를 주제로 한 소련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그림들이라 대중적인 취향은 아니다). - P255

 냉전시대소련의 인상주의는 독특한 개성이 있었다. 고전적인 프랑스 풍경화와 달리 대부분 거칠고 가혹한 풍경을 묘사하고 있어 캐나다 서부에서 자란 내 취향과 잘 맞았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찾는 동안 나는 감히 말하건대, 역사상 그 누구보다도 많은 그림을 접했다. - P256

비슷한 시기에 나는 대학 연구실도 아름답게 단장하려고 시도했다. 이미 공들여 꾸며놓은 연구실을 떠나야 했기에 나는 우리 집 리모델링을 도와준 화가의 도움을 받아 새 연구실을 개조하기로 했다(나는 그의 큰 그림을 여러 점 구입했고, 우리 집에도 걸어놓았다). 새 연구실은 창문이 막히고 형광등이 비추는 1970년대 공장처럼 끔찍했다. 감각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30년 동안 그곳에 앉아 있느니 차라리 죽고 싶을 것이다. 노조의 의무 조항과 그에 대한 관리자들의 해석때문에 교직원이 연구실을 크게 개조하는 건 금지되어 있었다. 그래서화가 친구와 나는 대안을 만들어냈다.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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