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 이 책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난투켓 헬스클럽의 자갈깔린 주차장에 지프와 SUV 차량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운동할 시간이었다. 여자 다섯 명과 남자 세 명이 회원 등록 창구 바로 뒤편에 있는스피닝 룸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아래층에 있는 소규모의 역기 운동실은 바벨이며 덤벨을 들고 땀을 흘리는 열두어 명의 남자 회원들만있었다. - P305

개인적인 체력 단련 수준의 운동이 어떤 것이냐를 보여 주는 그림이있다면, 그곳의 풍경이 바로 그런 그림이었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년 남녀가 매사추세츠주의 한 휴양지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역기 운동으로 몸매를 가꾸거나 근육을 다지며 하루를 마감하는풍경. - P305

여학생들은 몸놀림이 빠르고 노련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매력적이었다. 어느 순간 그 소녀들이 왜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는지 깨달았다. 그 아이들은 그냥 몸이 날씬하고 탄력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소녀들이지만 그들에게는 근육이 있었다. 물론 일반적으로 ‘근육‘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그런 이미지의 근육은 아니었다. 울퉁불퉁 불거져나온 근육도 아니고 그럴싸하게 다듬어진 근육도 아니었다. - P306

나는 그 모든 아름다움이 역기 운동으로 얻어진 결과라고 결론지었다. 역기 운동이 아이들에게 근력과 섬세한 아름다움을 주었던 것이다. - P307

 우선 래리에게 나에게도 역기 운동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내게 적당한 역기 운동 프로그램도 짜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나도 운동 벌레들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역기 운동의 기초를 배우자 체육관의 비밀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몸매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운동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생각하는 몸매 가꾸기 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남성들이 이따금씩 역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제법 운동하는 척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 - P307

래리와 내가 첫 수업을 위해 체육관에 도착했을 때, 래리는 거의 남자들만 모여 있는 역기 운동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점잖아 보이는 운동기구들은 하나도 없고 좁다란 벤치와 철제 심봉, 그리고 디스크 모양의 중량 추만 있는 곳이었다. - P307

그리고 내가 래리와 함께 처음으로 역기 운동을 시작하던 때만 해도 역기 운동전용 구역 안의 운동기구에는 노란 딱지가 붙어 있고, 그 딱지에는 이런 농담조의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경고: 이 기구를 사용하면 근육이 생길 수 있습니다.‘ 벽은 온통 거울로 덮여 있는데 ‘운동기구를 던지지마세요.‘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그곳은 같은 체육관 안에서도 별도의 행동 규칙과 의사소통 법칙이 존재하는 별개의 세상이었다. - P308

그날, 근육의 힘이 달린 나머지 나는 나지막하게 신음 소리를 했다. 내가 "으윽!"
하고 낮게 소리를 지르자 래리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역기 운동실에서 "으윽!" 하는 소리를 내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는 암시를 주었다.
그곳에서는 운동이 고통스러울 땐 아주 크고 요란하게 기합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얼굴 표정 또한 중요했다. - P308

역기 운동실에서는 지켜야 할 에티켓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가지 운동기구를 독차지하다시피 계속 점유하거나 중량 추를 피라미드처럼 쌓으면서 힘 자랑을 하는 것은 실례다. - P309

역기 운동을 할 때 가장 좋은 옷차림은 자기 몸의 윤곽을 잘 볼 수 있는 옷차림이다. 노출이 심하다고 보일 수도 있겠지만 팔 전체와 다리도 대부분 드러내서 자신의 근육이 수축되는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옷이좋다. - P309

역기 운동실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마치 이상한 단체에 가입한 기분이었다. 래리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신음 소리도 아니고 비명소리도 아닌 이상한 소리 (기합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 P309

나는 주로 웨이트 리프팅 머신으로 하는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덤벨이나 바벨 운동에는 시간을 덜썼다. 덤벨이나 바벨 운동은 정말로 세심한 주의를 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거칠게 보이는 반면, 웨이트 리프팅 머신은 덜 부담스러우면서도 그다지 거칠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었다. - P310

 스쿼트(squat)를 처음 시도할 때도 너무나 힘들었다. 스쿼트는 바벨을 어깨에 걸치고 균형을 잡으면서 허벅지가 바닥과 평행을 이룰 때까지 무릎을 구부리는 자세였다. 나는 몇 년동안이나 스미스 머신이라는 기계에 의존했다. - P310

역기 운동에는 빠른 속도로 달린다던가 수영을 한다던가 하는것과는 다른 즐거움이 있다고 리처드 프리드먼은 말한다. "여기 운동은 새로운 기분을 느끼게 해 줍니다. 내 몸이 내 것이라는 느낌, 완벽하게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그런 느낌이죠." - P311

역도 선수 출신으로 대학에서 역도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는 존 D.
페어는 자신이 역도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강한 힘을 갖는 게 좋아서라고 말했다. 페어는 십대 청소년 시절 호리호리하고 나약한 소년이었지만 지금은 우람한 근육질의 남성이 되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40년 동안 역기 운동을 했고, 역도 대회나 보디빌딩 대회에 60회 이상 출전한 경력이 있다. - P312

체력 단련 운동의 대가인 잭 라랜은 여든여섯의 나이인 요즘도 매일한 시간씩 역기 운동으로 체력을 다진다고 했다. "제 근육이 지쳐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할 때까지 운동을 합니다." 그 말은 매일 운동을 할 때마다 매우 무거운 역기를 여러 번 반복해 들어서 나중에는 더 이상들수 없을 때까지 계속한다는 뜻이다. - P312

역도선수이며 텍사스대학교에서 여성 근력 훈련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얀 토드는 강한 근력을 자랑스러워하고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좋아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이야기한다. - P313

요즘에야 보겔처럼 역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역기 운동이 특이한 운동도 아니지만, 그런 근력 훈련은 사실 아주 오랫동안 조용히 진행된 변화의 결과였다. 알고보면 역기 운동이 비정상적이고 무식한 운동으로 인식되던 때가 그리 오래전이 아니었다. - P314

페어의말을 들어 보자.

그 당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 운동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약한 땀 냄새로 가득 차고 지저분한 체육관이나 어둠침침한 차고, 아니면 눅눅한 지하실에서 노동자 계층의 빈민자들이나 이민자들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죠. - P315

호프먼은 강한 남성미를 내세운 끈질긴 홍보 전략과 영업 수완을 내세워 수십 년 동안 미국의 역기 운동 시장을 장악했다. 펜실베이니아의요크는 ‘머슬 타운 USA‘ 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호프먼이 설립한 뉴욕바벨 컴퍼니는 미국 역도 선수들이나 역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운동기구를 독점 공급하다시피했다. - P315

이런 책과 잡지를 통해 호프먼은 역기 운동을 대중화하고 자신이 제조한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보조 식품을 역도선수나 보디빌더는 물론 피트니스와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에게도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면서 판매를 촉진했다. - P315

호프먼은 오일 버너를 제조하는 자신의 공장을 미끼로 미국 전역의 정상급 역도 선수들을 요크라는 작은 공장 도시로 끌어들였다. 당시는대공황으로 모든 사람들이 극심한 궁핍을 겪을 때였다. 역도 선수들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호프먼은 챔피언급 역도 선수들에게 주당 10달러의 임금을 제시하며 자기 공장에 일자리를 주었다. - P316

호프먼이 구성한 역도팀은 요크 갱(York Gang)‘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올림픽 메달은 물론 각종 보디빌딩 대회를 완전히 점령하기 시작했다. 호프민은 거기서 커다린 이익을 거두었다. 그의 이데올로기에설득되어 ‘메카를 보고자 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장장 40년 동안 요크를 거쳐 갔다. - P316

역기 운동은 피가 뜨거운 남성들을 위한 운동이라고 호프먼은 강조했다. 그리고 여성들에게도 바벨 운동을 할 것을 권장했지만, 요크 갱은 완전히 남성들만의 세계였다. 호프먼은 역기 운동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기능을 하는 근육을 키워 주는 운동이라고 생각해 보디빌더나 역도선수들의 몸을 사진으로 찍어 책과 잡지에 싣는 데 열심이었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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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흐규흐규.
책은 호구호구?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승복을 입고 돌아다니다보면, 가끔씩 흑인 꼬마 아이들이 내 앞에서 갑자기 이소룡 흉내를 내곤 한다. 처음에는 저꼬마들이 왜 그러지 생각했는데, 얼마 안 가 그 아이들 입장에선 승복을 입은 사람이면 ‘무술 하는 사람‘이겠구나 싶어 웃음이 나곤 했다. - P142

미국 아이들과 어른들의 반응은 서로 다른 것 같지만, 또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다. ‘승려‘라고 한다면 그들은 내가 쿵푸, 혹은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즉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 P143

그리고 내가 한국에 올 때면 다른 물음들이 나를 기다리곤 했다. 한국에서 나를 보고 사람들이 묻는 첫 번째 질문은 대부분 같다.
"스님은 지금 어느 절에 계십니까?"
"어느 절에서 오셨습니까?" - P143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 역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는 통성명을 한 이후에 서로 이렇게 묻곤 한다.
"지금 어느 교회 다니세요?"
"절에 다니세요? 어느 절 소속이세요?" - P143

그래서 나는 안타깝다. 나는 ‘그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할 줄 알고, 또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를 꿈꾸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배경과 그 사람이 소속된 그룹에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찾다 보면,
그 사람의 ‘과거‘만을 보고 ‘현재‘를 보지 못하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 P145

끊임없이 배우고 스스로를 경책하는 사람.
꼬마 아이들의 질문에 또 하나 배웠으니, 나는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제대로 한 걸음 내디뎠다 위안한다. - P146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트위터를 시작한 후, 많은 젊은 친구들이 내게 질문을 보낸다. 잘 풀리지 않는 연애 문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긴 문제, 가족의 불화,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미련, 취업 문제 등.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화가 나거나 짜증, 서운함, 미움등의 불편한 감정들이 밀려올 때 어떻게 하면 마음이 동요하지 않고 평정을 유지하며 다스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 P201

사실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분들이 이렇게 질문한다는 것 자체가 알고 보면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이라는 것이다 - P201

그런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감정이 올라왔을 때, 그 마음을 내가 다스려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에 있다. 그 마음을 이해가 필요한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P202

그런데 밀려오는 화, 짜증, 불안, 미움의 감정을 바꾸려고 노력해 본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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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의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는 아프리카 혈통을 지닌 미국인들의 역사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박물관이100여 곳 존재한다.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포괄적인 박물관은 워싱턴 DC 내셔널몰 공원에 있는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및 문화박물관이다.

포로로 잡힌 모든 아프리카인의 40% 이상이 이곳을통해 미국으로 들어와 노예 경매에 부쳐졌다. 그 후 그들은 미국 전역의 농장에 노예로 팔려 갔다.

개즈던 부두를 박물관 부지로 선정하고 IAAM 설립에 1억 달러 가까이 투자한 것은 찰스턴에 일고 있는 더 큰 변화의일환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의회의사당에서 남부연합기가 철거됐고 2018년에는 시의회가 찰스턴이 노예제에 크게 일조한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 농장은 이곳에서 노예로 일했으나 인간으로서 본성을 잃지 않은 이들의 삶과 세월을 기리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들을 기리고 조명하며 그들을 통해 배워야 할 때입니다." 맥러드 농장을 운영하는 찰스턴 카운티 공원 및오락 시설 관리국에서 문화사 해석 조정자로 일하는 토비 스미스는 말한다.

IAAM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와 대서양 노예 무역이 전 세계에 남긴 유산을 폭넓게 탐구하는 한편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아프리카계 주민들의 사연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는 머나먼 대륙의 해안에서 시작됐지만 그중 한 편의 이야기는 이곳 찰스턴에 도착한 순간, 해안선을 따라 그리고 바다에서 시작된다.

어쩌면 궁극적으로 IAAM의 가장 놀라우면서도 심오한 측면은 역사적인 부두 가장자리에 자리함으로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을 다시 바다로, 거친 대서양으로, 고향으로, 죽음으로, 생계가 엮인 곳으로 그리고 이제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곳으로 돌아오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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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은 될 수 있으면 안 하는 게 좋지요. 욕을 입에 달고 사는사람을 보면 ‘저렴한‘ 인상을 떨칠 수 없잖아요. 그렇지만 가끔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발사되기도 합니다. - P3

듣지 못하면 허탈하죠. 한때 "교양머리 없다"도 상대방을 낮추어보는 욕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새치기를 하면 "이런 교양머리 없는 사람 같으니!"가 적절한 표현이었죠. 새치기한 사람의 ‘교양‘의 부재를 지적함으로써, 그 부재를 인격에 낙인 찍음으로써 욕하는 사람에게는 쾌감을 일으키고, 욕 듣는 사람에게는 창피함을 전달하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입니다. - P3

요즘 시대에도 "교양머리 없다"가 욕으로 받아들여질까요?
‘교양 없음‘이 ‘인간 실격‘과 같은 뜻으로 해석될까요? - P4

"교양 없다"라는 말은 "호환, 마마만큼 무섭다"라는 말만큼이나 피부를 파고드는 감각이 없는 표현이 되고 말았나봅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요즘은 ‘교양‘이라는 단어 자체가 긍정적 의미든 부정적 의미든 잘 사용되지도 않지요. - P4

교양 있다. 없다를 판단하려면 ‘교양‘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알아야 하는데, 그 ‘교양‘의 의미가 사실 제게도 오리무중이었기때문입니다.  - P5

교육과 교양은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교육은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끝이 나는 과정이지만, 교양은 학교를 졸업했다고, 전문가가 되었다고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 P5

교육은 그런 의미에서 생산적입니다. 그런데 커리큘럼을 피교육자가 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수동적이에요. 그래서 교육은 때로 생산성만 얻고 피교육자를 능동적으로 사유하는 사람으로 격상시키는 데 실패하기도 하지요. - P6

반면 교양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 P6

저의 교양은 전문가로 교육받으며 축적한 지식의 양에 버금가지 못합니다. 심지어 전문가 교육 단계로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포괄적 의미의 교양 습득을 생략한 채 사회학이라는 분과학문의 세계로 일종의 새치기 입장한 사람입니다. - P6

전문지식이 현미경으로 좁은 분야를 들여다본 결과라면, 교양은 현미경만 들여다보면 놓칠 수 있는 전문지식 사이의 상호 연결을 조망하는 눈을 제공합니다. 현미경으로만 세상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세상을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 P7

철학자 마이클 폴라니는 지식을 두 가지 형태로구별했습니다. 그는 데이터화된 객관화된 지식이 형식지 explicit knowledge 라면, 체화된 지식을 암묵지 tacit knowledge라 불렀는데요. 이 구분을 참조하여 저는 지식을 두 가지 차원으로 구별하고 싶습니다. - P7

책 소개를 기막히게 요약하고 잘 전달해서 막대한 구독자를 지닌 ‘북튜버‘는 책에 대한 상세한 정보, 즉 정보-지식에는 통달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조건 교양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름니다. - P8

 그리고 지식인도 아니고 교수도 아니라 교양인으로 다시 태어나야 인생의 나머지 기간이 쓸쓸하지 않겠다 상상했지요. 그러다가 결심했습니다. "한 번 사는 인생 세계적인 석학도 되지 못했으니 교양 있는 사람이라도 되자"라고. - P9

그런데 책이 너무 많습니다. 많아도 지나치게 많습니다. 어느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읽을 책의 양부터 줄여야겠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인 계산을 해봤습니다. 교양을 쌓기위해 책을 읽을 수 있을 만큼 정신이 멀쩡한 시간이 인생에서 얼마나 남아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 P9

고작 30년, 지금까지 중구난방으로 책을 읽던 독서습관을 허락하기에는 남은 30년이 조바심을 냅니다. - P9

 D데이를 계산해주는 어플리케이션에 85세가 되는 제 생일을 ‘북 피플 독서수명‘이라는 다소 섬뜩한 이름으로 추가했습니다. 어플리케이션은 10,115일 남았다고 알려주네요. - P10

첫번째 단계로 저 무지막지한 책 더미 속에서 무조건 책을 열심히 읽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독서 목표를 세우는 게 필요했는데요. 수십만 권, 수백만 권을 소장한 도서관을 나만의 ‘휴먼스케일‘, 즉 읽어낼 수 있는 범위로 축소하는 것입니다. - P10

이 계산법을 따르면 한 달에 두 권, 1년에 스물네 권이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독서 정량입니다.
젊었을 때는 읽은 책의 권수로 승부를 걸기도 했지만 그게 부질없음을 이미 깨달은 나이이니 지난 세기 방식의 성장주의 독서법과 이별합니다. - P10

교양은 목적 없는 독서를 통해 형성될 수 있으니, 10,115일은 지식과 교양 사이의 아주 오래된 그리고 고질적인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 될 것입니다. - P10

수십 권, 수백만 권의 책 중에서 골라 10,115 일을 채워야 하니 읽을 책을 골라낼 때 참조할 기준이 필요합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 P11

하지만 교양적 독서는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잃지 않는 독서입니다. - P11

그러면 어떤 사람이 교양 있는 사람, 교양인일까요? 교양인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무장한 사람, 습득한지식을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공공선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는사람, 읽고 쓰는 지적 역량뿐만 아니라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역량을 지닌 사람, 세계의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지닌사람, 선하지 않은 권력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을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 P11

그런데 혼자서만 교양 있으면 의미 없습니다. 교양인이 넘쳐흘러야 이 사회도 교양이 생기겠지요. 이 취지에 공감하고 함께 책을 읽을 친구들을 찾았습니다. - P12

생각학교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교양인이 되려는 가상의 공간이자, 지식이 인격의 구성요소로 전환되는 공간이자, 지식을 토대로 교양 있는 시민으로서의 관점과 태도를 배양하는 곳입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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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의 365 한국사 일력 - 곁에 두고 쉽게 배우는 오늘의 역사
최태성 지음 / 프런트페이지 / 202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가지고는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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