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다.

식사를 마치고 구리하라 씨의 집을 나섰다. 전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 나눈 이야기를 메모장에 정리했다.

•삼각형 방은 뭔가 이유가 있어 증축했다.
•정원 밑에는 시체를 보관하기 위한 지하실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도쿄의 집과 차이점은 ‘창문 개수‘, ‘아이 방의 문‘, ‘부부침대‘. - P90

다음주 일요일, 아침일찍 집을 나섰다. 미야에 씨와는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곳에 들르기로했다.
도쿄의 집, 모든 일의 발단인 그 집이다. - P93

그런데 느닷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가타후치 씨라면, 이사 간 지 좀 됐어요."
그쪽을 보자 이웃집 정원에 한 여자가 작은 개를 끌어안고 서 있었다. 아주 싹싹해 보이는 오십 대 여자다. - P93

‘가타후치‘・・・・・・ 그 가족의 성씨.

여자 : 가타후치씨 친구 아니에요? 그 집에는 무슨 볼일이에요? - P94

필자 : 음..……. 실은 곧 이사할 생각이라. 요 부근에 좋은매물이 없는지 산책도 할겸 살펴보러 왔어요.
여자 : 어머, 그렇구나. 요 부근은 조용하니 참 살기 좋은곳이에요.
필자 : 확실히 공기도 좋고, 살기 편할 것 같네요. - P94

여자 :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사 갔지 뭐예요. 얼마나 서운하던지.
필자 : 어느 날 갑자기요?
여자 : 네, 이웃사촌인데 한마디 말도 없이………
필자 : 인사도 없이 떠났다는 말씀이세요? - P95

여자 : 뭐, 알았어요. 분명・・・・・・ 석 달쯤 전이었을 거예요.
분명..…우리 아저씨가 밤중에 자다깨서 화장실에 갔대요.
우리 집 화장실 창문으로 가타후치 씨 집이 보이는데요. 밤중이라 불이 켜져 있었는데, 창문 앞에 누가 서 있더래요. 저기, 저 창문이요.

여자가 가리킨 곳은 가타후치 씨의집 2층, 부부 침실 창문이었다.

여자 : 누군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처음 보는 아이였대요. - P96

필자 : 깜짝 놀랐어요. 설마 아이가 두 명이었을 줄이야.
구리하라 : 저도 그 가능성은 간과했네요. 하지만 아이가 두 명이라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수수께끼였던 부분이 단번에 해명돼요. 일단 시간 순서에 따라 사실을 정리해 보죠. - P98

필자 : 네?! 아이 방・・・・ 이라는 말씀이세요?
구리하라 : 그렇습니다. 좀 좁지만 아기 침대 정도는 들일 수필자있겠죠. 큰 창문이 있어서 볕도 잘 들 테고요.
필자 : 하지만 큰아들을 살인에 이용하는 인간이 작은아들을 위해 일부러 방을 새로 만들까요? - P99

구리하라 : 즉, 가타후치 일가는 부동산 중개소에 거짓말을 한셈입니다. 실제로는 네 명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계약할 때 호적 등본을 제출하면 당장 들통날 거짓말이에요.
끝까지 들통나지 않았으니, 가타후치 일가의 호적등본에는 A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죠. 호적이 없는 아이. 어쩌면 팔려 온 아이였을지도 몰라요. - P100

확실히 남의 아이보다 자기 아이가 예쁜 건 당연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납득이 안 된다. 가타후치 부부의 인간성을 종잡을 수가 없다. - P101

구리하라 : 이 부부는 과연 자신들의 의지로 살인을 저지르는걸까.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의 협박에 가까운 지시를 받고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필자 : 주모자가 따로 있다는 말씀입니까? - P102

구리하라 : 2018년, 일가는 무슨 이유 때문에 도쿄로 이사했습니다. 이사를 계기로 그들은 새집을 지었죠. 저는 이 집에 대해 잘못 판단했어요. 이 집은 부부가 ‘살인‘과 ‘육아‘를 양립하기 위해 면밀하게 설계한 집이었습니다. - P104

구리하라 : 이 집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어요. 빛과 어둠이라고 표현해도 되겠죠.
빛은 거실, 주방, 침실등 창문이 많으며, 밖에서 보더라도 무엇 하나 부끄럽지 않은 방. 그건 전부 히로토를 위해 만든 방이었을 겁니다. 부부는 그런 방에서 ‘이상적인 가족‘을 연기하며 히로토를 키웠겠죠.
(후략) - P104

구리하라 : (전략) 이 이중문은 A와 히로토가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위한 장치였던 겁니다.
예를 들어 부부가 A에게 밥을 주기 위해 아이 방에들어갈 때, 문이 하나뿐이면 A가 히로토를 볼 가능성이 있죠. 하지만 이중문이라면 그런 일을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 P105

구리하라 : 자, 그러면 더블베드의 수수께끼도 풀립니다. 사이타마의 집에서 부부는 각자 싱글베드를 사용했죠.
하지만 도쿄의 집에서는 더블베드 하나뿐이에요.
이 차이는 뭘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이 더블베드는 부부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 P106

필자 : 하지만 그렇다면 아버지는 뭘 했을까요?
구리하라 : 아마도 집 전체의 감시를 맡았겠죠.
1층 침실, 여기는 손님방으로 사용했을 테지만, 평소에는 아버지의 침실 아니었을까요? 그들은 일상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어요. 반대로 자신들의 목숨이 위협당할 위험성도 있겠죠.
(후략) - P106

구리하라 씨는 방바닥에서 노트 한 권을 집어서 팔락팔락펼쳤다.

구리하라 : 당시 신문과 인터넷 뉴스를 뒤져서 제법 다양한 정보를 건졌죠. 그중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정보가 있었습니다.
미야에 교이치 씨에게 부인은 없었다고 해요. - P110

필자 : 하지만.....… 미야에 씨는 분명 ‘남편‘이라고………….
구리하라 : 어쩌면 내연남이었을지도 모르고, 약혼한 사이였을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미야에 씨를 너무 무방비하게 믿지 않는 편이 좋을 겁니다. - P111

1시 반에 구리하라 씨의 집을 나섰다. 구리하라 씨는 "무슨일 있으면 연락하세요."라고 말하며 배웅했다. 나는 역으로걸음을 옮겼다.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더운 탓만은 아니다.  - P111

단단히 마음먹고 카페 문을 열었다.
카페를 둘러보았다. 안쪽 자리에 미야에 씨가 있었다. 나를 보고 일어서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테이블 앞에 앉았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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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위해 책을 읽다니, 이건 아이러니하다.

오늘 함께 읽을 월터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인간이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과 이후의변화를 다룹니다. 독서인인 우리의 기원이 이 책에 담겨 있지요. - P113

인간의 정신은 인간이 사유능력을 지녔음을 증명하는 것이자 사유활동의 결과물입니다. 인간은 홀로 살지 않으니 각자의 정신을 서로 교환하는데요, 그럴 때 감각기관을 사용합니다. 각자의 감각기관은 상대방의 정신을 수용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 P114

인간의 정신은 언어 language로 표현되는데, 언어는 말speech과 글words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발화자는 입으로 말하고 수신자는 말을 청각으로 지각합니다. 글을 읽을 때는 시각이 동원됩니다. 청각기관과 시각기관이 모두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에 개입하는 것이죠. - P114

여러분은 외국어를 배울 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나요?
혹시 여러분도 저처럼 외국어의 읽기와 말하기 능력 간에 심한 불균형이 있으신가요? - P115

지구상에는 약 3천 개의 언어가 있는데, 문학을 가진 언어는78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구술문화와 문자문화》, 36쪽), 글 없이 말로만 존재하는 언어가 더 많은 것이죠. - P115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수십만 년이지만 "최초의 기록물이 나타난 것은 고작해야 6천 년 전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30쪽)에 불과합니다. 기록된 문헌에 기초하면 인류의 역사 서술에는 비어 있는 부분의 시간이 기록된 시간보다 길기만합니다. - P116

말은 청각적 세계에 속하고 글은 시각적 세계에 속합니다. 서양 문명을 말과 글의 관계, 즉 청각적 세계와 시각적 세계의 중심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헬레니즘과 기독교는 시각적 세계에 헤브라이즘과 유대교는 청각적 세계에 가깝습니다. - P116

헬라스인에게 시각은 가장 명중하고 정확한 감각기관이었습니다. 헬라스적 사유에서 모든 것은 시각성에 의존합니다. 헬라스 문화에서 벌거벗은 조각상을 가장 고귀한 예술적 이념으로 설정했던 것은 나체상이 시각적 투명함을 구현한 것이라여겼기 때문입니다. - P117

성경 중에서도 유대교에서 ‘토라‘라 부르는 모세 오경에는 청각적 은유가 많이 등장합니다. 구약의 세계는 말과 글의 관계에서 보자면 언어가 오로지 말로만 존재하던 세계를 의미합니다.
창세기에 의하면 "야훼께서 아브람에게 말씀" (창세기 12:1 이하 성경인용은 <공동번역 성서>)하셨습니다. - P117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인간의 정신을 언어로 표현할 때 그 언어가 청각적 세계에서 펼쳐지는 구술문화와, 말이 문자로 옮겨져 시각적인 세계로 전이되는 문자문화를 비교하는 책입니다. 책의 절반은 문자문화가 형성되기 이전, 즉 인간의언어가 말로만 존재하던 시대의 특징을 탐구하고 나머지 절반은문자문화로 인해 변화된 인간의 의식을 분석하는 데 할애됩니다. - P118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의 구술적 상황을 옹은 ‘1차 구술성‘이라 부릅니다. 1차 구술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이 직접 그 세계를 우리에게 문자로 알려주지 않습니다. - P118

방법론적 난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옹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찾아냅니다. 이렇게 《일리아스》가 또 등장하는군요. - P119

밀먼 패리 이전 호메로스를 해석하는 주류 방법은 이른바 분석주의였습니다. 분석주의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잘 조립되어 있는 텍스트이며 인물도 일관성 있게 성격화되어 있기에 한 명의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창작품이라고해석하는 입장입니다. - P119

밀먼 패리는 이 해석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일리아스》에서 다뤘던 것처럼 호메로스의 실체는 오래된 논쟁이었지만, 호메로스가 한 명의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는 의혹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 P119

밀먼 패리는 자신의 방법으로 호메로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거를 확보해나갑니다. 그는 "호메로스의 시에 드러나는 모든 특징들은 구술적 창작 방식에 필연적인 유기적 체계"(구술문화와 문자문화》, 56쪽)에 기인한다는 발견을 소중하게 여깁니다. - P120

기원전 800년경헬라스 알파벳으로 기록되기 이전 서사시가누구에 의해 어떻게 전수되었는가를 상상하는 데 작곡가 버르토크 벨러Bartók Béla의 민속음악 연구를 참조할 만합니다. 버르토크는 음악학자이기도 했어요. - P120

《일리아스》에는 정형구 formula가 수시로 등장합니다. 정형구는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이야기의 체계를 위협하는 요소임에도 반복적으로 사용됩니다. - P121

쓰기의 문화를 지니고 있는 우리의 관점에서 정형구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으로 여겨지지만 호메로스 시대에는 값지게평가되었는데요. "단지 시인뿐만 아니라, 구술문화에 속하는 인식 내지 사고 전체가 그러한 정형적인 사고의 조립에 의지했고
"구술문화에서는 일단 획득된 지식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반복"(<구술문화와 문자문화>, 60쪽)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 P121

구술문화는 또한 글보다는 말을 신뢰합니다. 입으로 말하고귀로 들으며 의사소통을 했던 구술문화는 위조될 수 있는 문자보다는 육체의 현존을 전제로 한 사람의 말이 진실되다고 판단했습니다. - P122

쐐기문자는 기록하는 방식이나 용도에 있어서도 우리의 문자 문화와 많은 점에서 다릅니다. - P122

 쐐기문자는 "대부분이 도시사회에서 그날그날의 경제활동 및 행정활동을 기록(<구술문화와 문자문화》, 149쪽)하는 데 쓰였습니다. 쐐기문자의 유용성을 제일 먼저 깨달은 집단은 거래 내역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상인입니다. - P123

문자 쓰기로 인한 의식의 재구조화와 관련해 옹은 표음문자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알파벳과 우리의 한글은 이런 맥락에서 옹의 주요 관심 문자이지요. 원형 알파벳은 페니키아에서 기원전 1500년경에 만들어졌지만 모음이 없어서 소리를 그대로 기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 P123

개량알파벳의 등장과 호메로스의 서사시 기록 연대는 묘하게 일치하지요? 알파벳이 등장하면서 대전환이 일어납니다.
말을 그 자체로, 즉 소리로 기록할 수 있게 되면 표의문자와달리 몇 개 안 되는 문자로 말을 기록할 수 있게 됩니다. - P123

문자의 구술성 대체 여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문자문화 속으로 편입되는지에의해 결정될 텐데요, 표의문자 시스템보다는 표음문자 시스템이 도입된 사회에서 그 전환이 당연히 빠를 것입니다. 페니키아 알파벳을 도입하여 모음을 추가해 개량한 헬라스어  알파벳의 장점을 옹은 이렇게 설명하는데, 한글의 장점을 설명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 P124

문자문화의 확산과 관련하여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야스퍼스Jaspers가 사용한 축의 시대Achsenzeit 라는 개념은 흥미롭습니다. - P124

축의 시대를 연 인물의 사상은 제자문학 시대를 통과하며 글로 기록되었고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스승을 대신하여 제자들이글로 스승의 생각을 기록하는 시대를 제자문학 시대라고 합니다. 여기서 문학은 영어로 ‘리터러처literature‘인데, 이때 리터러처는 좁은 의미로 시와 소설이라는 뜻이 아니라 글로 쓰인 것의 총체라는 뜻입니다. - P125

공자의 언행은 제자들에 의해《논어》로 기록되었고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제자 플라톤이《파이드로스》로 썼고 석가모니가 전하는 말씀도 《금강경》에 담기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문학의 사례중옹은 플라톤에 주목합니다. 플라톤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의 이행 과도기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입니다. - P125

아이러니하게도 플라톤은 쓰기가 도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쓰기로 남겼습니다. - P126

과도기적인 양상에서 플라톤은 쓰기를 거부하는 소크라테스의 입장을 한편으로 옹호하면서도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 《파이드로스》를 대화체로 만들었습니다. 구술적 상황이 남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대화 형식으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을 글로 적는 것은 모순입니다. - P126

문자는 인간의 기억력을 감퇴시키기에 해롭다는 내용이 문자로 기록되었으니 내용적으로도 모순이지요. 결국, 스승이 쓰지 말라고 했는데 플라톤은 썼으니, 플라톤은 충실한 제자이면서 동시에 스승의 뜻을 어긴 제자라는 모순적 존재입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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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이 집은 언제 매물로 나왔습니까?
미야에 : 2018년 3월이요.
필자 : 작년 봄이로군요. 도쿄의 그 집이 완공된 시기와 일치해요.
그런데 아직 팔리지 않았나요?
미야에 : 실은....…… 이제 없대요, 이 집, - P65

미야에 : 이 집에는 아직 알 수 없는 점이 많아요. 하지만 좀더 정보를 모아서 이 집에 대해 좀 더 알아내면, 남편을 죽인 범인에게 다다르지 않을까. 그런 기분이들어요. 뭐, 아무 확증도 없지만・・・・・…. - P66

필자 : 저어…………. 이런 걸 여쭤보려니 죄송하지만, 남편분이 생전에 남과 다투는 등, 무슨 문제에 휘말린 적은 없었습니까?
미야에 : 네, 제가 알기로 그런 일은 전혀 없었어요. 참 착실한 사람이라 살해당할 만큼 남에게 원한을 샀다고는・・・・・・ 생각하기가 힘드네요. - P67

‘○○ 부동산 주택 정보 사이트‘・・・・……. 주소, 건물과 정원 면적, 역까지의 거리 등이 적혀 있다. 건축년수 3년(2016년 완공)이라는 글씨에 시선이 멈췄다. 이 집이 매물로 나온 건2018년. 지은지 고작 2년 만에 집을 내놓았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도쿄의 그 집은 지은 지 1년 만에 매물로 나왔다.
과연 이 집에서 정말로 살인이 벌어졌을까. - P68

나는 ‘왼손이 절단된 채‘라는 말에 주목했다.

바꿔 말하면 왼손 말고는 절단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즉,
미야에 교이치 씨의 시신은 여러 개로 토막 나지 않았다. - P69

그때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사이타마의 집에서 살인이 벌어졌을 경우, 시신을 비밀 구멍으로 통과시킨다는 작업이 없다. 즉, 시신을 살게 절단할필요가 없다. 그래서 미야에 교이치의 시신은 토막 나지 않았다……… 그런 걸까. 그럼 어떻게 시신을 밖으로 운반했을까. - P72

그날 밤, 오늘 있었던 일을 정리한 글과 받은 자료를 메일로 구리하라 씨에게 보냈다. 그러고는 피곤하기도 해서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 P72

필자 : 변함없이 책이 아주 많네요.
구리하라 : 이야, 번 돈이 대부분 책으로 나가죠, 뭐.

구리하라 씨는 그렇게 말하며 보리차를 내어 주었다. 한숨돌린 후, 구리하라 씨는 테이블에 종이 한 장을 내려놓았다. - P74

필자 : 역시.....… 남편을 죽인 범인을 찾아내겠다는 집념이강해서일까요…………. 그러고 보니 미야에 씨가 궁금해했는데요. 이 삼각형 방. 이거 무슨 방인지 아시겠어요?
구리하라 : 기묘한 방이에요.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딱 하나는 확실해요. 이건 증축한 방입니다. - P75

구리하라 : 삼각형 방과 거실 사이에 창문이 있잖아요.
‘실내창‘이라고 해서 방과 방 사이에 창문을 내는 건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런 유형의 창문은 별로 사용하지 않아요. ‘쌍여닫이창‘이라는 건데요, 활짝 열면삼각형 방을 공간적으로 많이 압박하는 느낌이에요. - P77

필자 : 원래 정원이었던 곳에 삼각형 방을 증축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왜 이런 방을 만들었을까요?
구리하라 : 만든 목적은 모르겠지만, 이 방이 삼각형인 이유는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합니다. - P79

구리하라 : 일단은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잘 생각해 보니 이상하더라고요. 정원으로 나가기 위한 문이 없거든요. 원래는 거실 문이 정원으로 통했어요. 하지만삼각형 방을 증축한 후로는 그 문을 사용할 수 없게됐죠. 다른 방에도 정원으로 통하는 문은 없고요.
즉, 어디서도 정원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 P81

필자 : 그럼 왜 굳이 이 공간을 남겼을까요?
구리하라 : 일부러 남긴 게 아니라 남길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요컨대, 이 공간에는 방을 만들 수 없었던거죠.
필자 : 그건 무슨 뜻인가요? - P82

구리하라 :  예를 들어 지반이 너무 단단하거나, 반대로 너무 물러도 말뚝박기를 못해요. 하지만 이 좁은 공간만지반의 성질이 다르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이 공간 밑에 뭔가 있었을 가능성입니다. 예를 들면…… 지하실이라든가. - P83

구리하라 : 그렇죠. 그럼 그건 어디일까요?
일정한 넓이와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을 밀폐성을보장하면서 주거 공간과는 분리된 곳. 물론 밖에서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이 집에 그러한 조건을충족시키는 방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지하실의 존재를 고려해 볼 수 있겠죠. - P84

구리하라 : 이 평면도는 부동산 정보로 웹 사이트에 게시된 거잖아요. 다시 말해 집이 매물로 나왔을 때 부동산중개소에서 만든 겁니다. 그 전에 지하실을 메워 버린 것 아닐까요?
필자 : 그렇다면 ・・・・・・ 지금도 땅 밑에는 시체가…………?
구리하라 : 아니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 P85

필자 : 실은 이번에 도쿄의 그 집에 가보려고요.
구리하라 : 왜요?
필자 : 사이타마에 있었던 집은 불타 버렸지만, 도쿄의 집은 아직 매물로 나와 있어요. 부동산 중개소에 부탁하면 집을 보여 주겠죠. 집 안에서 무슨 단서나, 더나아가 살인의 증거가 발견된다면 그 집이 정말로살인에 사용됐다는 게 확실해질 거예요. 그러면 경찰도 움직일 테고요.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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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킬러란 설정 엄청 좋다하네.

뜬금없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연락드립니다. 저는 미야에유키라고 합니다.
요전에 공개된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 집에 대해 짚이는 구석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답신 주시기 바랍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야에 유키
전화번호 ○○○-000 1-0000 - P53

몇 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았다.
.
메일을 보낸 미야에 유키 씨는 사이타마현에 사는 회사원이다.
•미야에 씨는 그 집에 관해 어떤 사실을 알고 있다.
• 그 사실을 내게 알리고 싶지만, 복잡한 내용이라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길 원한다. - P54

다음 주 토요일, 약속 장소로 향했다. 도쿄 도내의 번화가에 있는 카페다. 어중간한 오후 시간이라 그런지 카페는 한산했다. 미야에 씨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 P55

미야에 씨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했다. 나는 일단 미야에 씨가 (적어도 겉보기에는) 보통 사람이길래 안심했다. 그리고 잠시 하잘것없는 잡담을 나누었다. - P56

미야에 씨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주변을 신경 쓰듯 작은목소리로 말했다.

미야에 : 제 남편이∙∙∙∙∙∙ 그 집 사람에게 살해당했을지도 몰라요. - P56

마야에 : 그런데 몇 달 전에 사이타마현의 산속에서 시신이발견됐어요. DNA 검사 결과 남편의 시신으로 확인됐죠. 그런데 시신에 이상한 점이 ■■■■■■ 실은 왼손이없었어요. - P57

미야에 :  남편이 사라졌을 때, 그 집은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필자 : 네.
미야에 : 실은 그와 관련해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어요. - P59

미야에 : (전략) 저는 부동산 중개소의 홈페이지를 이 잡듯이 조사해서 그 집과 구조가 비슷한 집을 찾아내기로 결심했어요.
필자 : 말씀이야 그렇지만, 전국에 매물로 나온 집은 굉장히 많을 텐데요.
미야에 : 실마리는 있었어요. 그 집은 분명 사이타마현에 있을 걸로 짐작됐거든요. - P60

미야에 씨는 테이블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필자 : 그 결과 찾아낸 집의 평면도라는 말씀입니까………?
미야에 : 네. 저희 집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어요.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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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턴은 1992년에 선거운동을 하면서 경제를촉진하고, 법률을 마련해 직업 훈련, 교육, 인프라 부문에 대한 야심 찬공공 투자 프로그램을 추진할 것이며, 건강보험을 개혁하고 중산층을 위한 세금 감면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클린턴의 당선 이후 진보적 목적은 국정에서 슬그머니 사라져버렸다. - P325

클린턴은 취임 직후, 레이건에서 부시에 이르는 공화당 대통령들의 연속된 재임 기간에 쌓인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예상보다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클린턴의 정치 분야 자문위원들은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중산층을 지원하려면 경기를 부양하고 공공투자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P325

주로 윌스트리트와 정치권의 기득권층에 속해 있다가 클린턴의 부름을 받았던 경제 분야 자문위원들은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적자의 감축은 소비를 억제하고 세금을 올린다는 뜻이었다.  - P326

클린턴 정부에서는 골드만삭스의 공동회장이었던 로버트 루빈 RobertRubin 이 이끄는 경제팀이 실세였다.*


* 루빈는 백악관 국가경제회의 보좌관이엏다 나중에는 재무부 장관이 된다. - P326

여러 해가 지난 뒤에 역사학자 넬슨 리히텐스타인 Nelson Lichtenstein은 클린턴 대통령이 1993년에 내린 예산 결정이야말로 레이건 시대에 굳건하던 시장에 대한 믿음이 그의 임기 동안 강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결정적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 P326

클린턴은 채권시장에 무릎을 꿇는 것이 자신이 선거운동 때 중산층 및 노동자층 유권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던 정부의 적극적 경제 정책을 내팽개치고 그들을 배신하는 행위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경제 자문위원들에게 분노를 터트렸다.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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