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히 창의적인 사람과 같이 있어 보면 그들이 우리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전혀 다른 차원의 현실에 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몽상가들은 삶의 관찰자이자 탐험가이며, 커다란 질문들을 던지고 반복되는 패턴을 발견하여 뭔가를 파악한다. - P13

역사를 되돌아보면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창의적인 천재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불타는 욕구를 예술로 승화해 왔다. - P13

 아리스토텔레스는 "한 줄기 광기도 보이지 않은 위대한 천재는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주장으로 이러한 현상을 표현했다. - P14

상상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우리는 여전히 잘 모른다. 연구에 따르면 창의력에는 개인의 다양한 특질, 행동, 사회적 영향등이 포괄적으로 작용하며, 신경과학자들은 창의력이 수많은 인지 프로세스, 신경 연결망, 감정 등이 포함된 복잡한 그림이라 말한다. - P14

어쩌면 ‘고뇌하는 예술가‘는 그저 스테레오타입이 아니라, 예술가의 뇌가 원래 독특하게 설계된 것인지도 모른다. - P14

간밤의 악몽을 떠올려 보자. 새벽 2시에 잠에서 깨어나야 했던끔찍한 밤의 광경이 기억나는가?
(중략)
그러나 마침내 아침이 다가오며 하늘이 밝아오고 방 안의 어둠이 흩어지면 이곳에 나 혼자뿐임을 알게 된다. 그래, 최소한 지금은 혼자이다.
....그런데 진짜 혼자인가?  - P17

꿈과 악몽은 예술가의 상상력에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다. 또한 오랫동안 인간의 상상력과 그것의 표현을 위한 풍부하고도 유익하며 마르지 않는 원천이었다. - P17

꿈이 무엇인가에 관한 생각은 예로부터 다양했다.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 모두 꿈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 P17

꿈과 악몽은 특히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초 낭만주의 예술가들에게 중요한 요소였다. 가장 주목할만한 예는 헨리 뛰슬리의 <악몽>(18쪽)이라는 극적인 고딕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있다. - P17

 <악몽>이 1782년 영국왕립미술원 연례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관람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18세기 후반에 성행하던 스타일은 주로 초상화나 풍경화, 문학과 역사를 묘사한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람객들은 한편으로는 흥미를 느끼기도 했다.  - P18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면이 작품을 보고 무슨이야기를 했을까? 그가 <악몽>의 복제화를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그의 아파트 벽에 걸었다는 소문도 있지 않은가. - P18

프로이트가 꿈이란 곧 금기된 바람을 변형된 모습으로 표출하는 것이라 생각한 반면, 스위스 태생 심리학자이자 정신의학자 카를 융은 꿈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며, 상징을 사용하기는 하나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을 들려준다고 보았다.  - P19

 그렇다면 깊이 잠든 두뇌의 진동과 울림,
신경의 모순적인 전기 반응의 혼돈에서 태어난 이 한밤중의 지적명상이, 시대를 불문하고 예술가들의 작품에 녹아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 P19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깨어난다
The Sleep of Reason ProducedMonsters
프란시스코 고야, <로스 카프리초 LosCaprichos(변덕)> N.43, 1796-98, 판화 - P21

· 모래 인간 
The Sandman
스티븐 매키, 2020, 패널에 유채

영국 화가 스티븐 매키는 그가 창조한 이 비밀스러운 페르소나에 대해 냉담하게 말한다. "정보 없음신비로움당신이 원하는 어떤 진실이든 줄 수는 있지만 비밀을 맹세해야 한다." - P26

밤의 공포
Night Terrord
데이비드 위틀럼, 2017, 연필과 디지털 작업

(중략)
 지금은 전통적인 드로잉과 디지털아트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잠재의식 속 욕망과 불안에 다가가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의 이미지는 현실을 그대로 포착하기보다는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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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상어‘ 반주가 시작되려는 찰나, 선생 하나가 뒷문을 통해 강당으로 뛰어 들어왔다. - P9

"우, 우리 지율이! 우리 지율이!"
아이 엄마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비명소리와 더불어 ‘아기 상어‘의 명랑한 선율 역시 클라이맥스를 향해 내달렸다. - P10

원장 선생의 지시에 앰프가 꺼졌다. 공연을 중단시킨 그녀가 무대로 걸어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객석의 모든 눈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모두를 충격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 P11

공연을 중단한 원장선생은 부모들에게 상황을 알렸다. 위급상황 매뉴얼대로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담임 선생은 경찰에 신고를 하고, 부모들은 자발적으로 실종 아이 수색에 나섰다. - P11

일부는 대문을 지키고 일부는 1층 교실을, 나머지는 미술실과 체육실, 쿠킹실, 라이브러리를 살폈다. 자기 아이를 데리고 서둘러 하원하는 부모도 더러 있었다. - P11

출동한 경찰은 원장 선생과 함께 CCTV를 확인했다. 아이 엄마는 오열을 멈추지 못했고, 아이 아빠는 분노를 간신히 잠재우고 있었다. 아이가 사라졌을 거라 추정되는 오후 2시 10분경,
CCTV에 수상한 남자가 대문을 통과해 건물 현관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 P12

검은 모자는 두리번거리더니 팅커벨복장을 한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CCTV를 보던 아이 엄마가 비명을 지르듯소리쳤다.
"우리 지율이에요! 자기야, 저기 지율이야……. 우리 지율이!" - P12

지율도 총총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초대 손님들이 시야를 가려, CCTV상으로 더 이상 지율의 동선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이후 지율의 모습은 CCTV 그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 P12

선생과 부모들도 유치원 내부 수색을 멈추지 않았다. 지율이 유치원을 벗어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지 않았으니 마지막 희망은 남아 있었다. - P13

조아라는 초조함과 긴장감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끊임없이 짧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제발 제발 어디에서든 얌전히 있어 주길………….
그렇기만 하다면……
…….
한 대 세게 쥐어 박아줄 텐데. - P13

그 꼬맹이 년은 모든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의 말썽 때문에 담임 선생이 원장 선생에게 꾸지람을 듣게 된다는 것도, 이런 일을 벌이면 어른들에게 주목을 받게 된다는 점도.
부모들은 제 자식을 순진무구한 천사라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소리. 다섯 살이면 알 거 다 아는 나이. - P14

뒤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어디선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얇은 레이스 재질이마찰하는 소리였다.
조아라는 슬쩍 열려 있는 놀이방 문을 쳐다봤다.  - P14

하얀 양말을 신은 발이 장난감 서랍장으로 한 걸음씩 다가갔다. 먹이를 앞둔 포식자처럼 여유롭고 느긋한 발걸음이었다. 손잡이로 향하는 조아라의 손이 잘게 떨렸다. 적막이 흐르는 방안에는 두 사람의 심장 소리만 가득했다. - P15

장난감 서랍장 바구니에는 팅커벨 드레스를 입은 지율이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 P15

이미 예상했던 바였다. 지율은 사람들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선생님하고 숨바꼭질 하고 싶었니?"
아이는 또 고개를 흔들었다. 미안함 따위는 한 톨도 찾아볼수 없는 얼굴이었다. - P16

"전에도 말했잖아. 그건 나쁜 애들한테만 보이는 거라고 착한 애들한테는 그런 거 안 보여 네가 착한 애가 되기만 하면, 그런 건 쫓아오지 않아."
(중략)
"나 대신 선생님 쫓아갔으면 좋겠어. 선생님 다리를 꽉 물었으면 좋겠어."
지율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 P17

처음 소민은 이런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아파트를 마련해준 건 정우의 부모님이지만, 아직 생기지도 않은 손주를 들먹이며 눈물 바람으로 그 결론을 이끌어낸 건 자신이었다. - P18

‘그날 밤, 나만 좋았던 건 아니지?‘
메시지 내용을 다시 떠올리자니 눈앞이 아득히 멀어졌다.
단 한 번의 만남이었다. - P19

그 순간, 소민은 제 배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이 징그럽게느껴졌다. 아이가 생겼다는 말에 기뻐하던 정우와 친정, 시댁식구의 얼굴이 머리를 스쳤다. 정우의 아이일 거라 스스로를 달래봤지만, 여자로서의 본능은 자꾸만 다른 이야기를 했다. - P19

그런데 정우의 시선이 어느 고층 베란다 한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소민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미간을 찌푸려가며 그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소민아, 저기・・・・・・ 사람 같지 않아?"
소민은 자신의 말에 집중하지 않는 정우에게 짜증이 치밀었다. - P20

순간 소민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6층? 아니, 7층 베란다 한 여자가 난간에 배를 걸친 채 상체를 바깥으로 내밀고 있었다. - P20

"소민아! 빨리 119에 신고하고, 경비원 불러와! 어서!"
정우는 소민에게 소리쳐 말하곤 102동 출입문으로 달려갔다.
"오빠가 거길 왜 가? 오빠 오빠!" - P21

다행히도 여자는 자살을 망설이는지 난간에 배를 걸치고 있을 뿐, 더 이상 극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제때 출동한다면 여자를 말려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P21

저 여자는 왜 자살을 하려는 걸까. 국내 최고의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죽으려면 다른 데서 죽지, 왜 아파트 이름에 먹칠을 하고 난리야? 집값 떨어지게 - P21

마침내 정우는 7층에 도착했다. 격한 호흡이 터져나왔다.
701호와 702호를 번갈아보던 시선이 702호 현관문에 닿았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702호 현관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남자 구두가 틈새에 껴 있었던 탓이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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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스젠더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 줄은 몰랐는데.
게다가 1600년대 철학에서도 언급되다니.


일본의 유명 가부키 배우 오노에 마쓰스케 尾上松助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찬찬히 뜯어본다. 
(중략)
얼굴의 주인공은 연극 <창녀 아사마 다케>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창녀다. 분장이 끝난 지금의 그녀는 사람이 아닌 유레이, 즉 유령이다. - P229

일본의 전통극 가부키에는 남자만 출연할 수 있고, 따라서 남자배우가 여성 역할을 맡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230

윌리엄 셰익스피어도 이따금 남성(보통은 소년)에게 여성역할을 맡겼으나 가부키에서 남성이 여성 역할을 연기하는 것은차원이 다르다. 약 400 년 동안 가부키는 오직 남성들만 참여할수 있는 영역이었다.  - P231

창녀의 유령 역을 맡은 마쓰스케가 그랬던 것처럼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신을 마친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좀 더 따져보면 마쓰스케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여성에서 유령으로 두 번 변신한 셈이다. - P231

젠더 전환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온 주제다. 공연에서의 젠더 전환은 다양한 젠더 전환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 P232

 일본에서는 특히 쌀의 여신 이나리가 젠더 전환 셰이프시프터로 자주 묘사된다. 이나리는 곡식을 관장하는 젊은 여신으로 그려지기도하고, 쌀가마니를 짊어진 늙은 남자로 나타나기도 하며, 자웅동체의 보살이 되기도 한다. - P232

젠더 전환은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성을 결정하는 것은 겉모습일까, 아니면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무언가일까? 세계의 수많은 철학자, 심리학자, 신학자들이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논쟁해왔지만 아직도 확실한 답은 내려지지 않고 있다. - P232

학자 존 로크 John Locke는 1690년이 펴낸 《인간지성론》에서 인간의 사고와 의식을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은 방법을 모색했다.
(중략)
 로크는 원자가 아니라 원자의 배열이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하며 우리 모두는 저마다 독특한 원자 배열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독특한 배열을 ‘영혼soul‘이라 불렀는데, 의식이라 이해해도 무방하다. - P233

기본적으로 로크는 어떤 사람의 정체성(여기서는 젠더 정체성)이 그가 어떻게 보이는지 혹은 그가 자신의 자아를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판단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의식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한다. 이 주장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 P234

 베르다쉬 Berdache 남성은 여성의 옷을 입고 여성들의 일을 하며 이따금 남성과 결혼하는 등 부족 내에서 남성이 아닌여성의 역할을 수행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전통에 따라 여성 역할을 하는 남성이라도 젠더 정체성은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일수 있었다는 것이다. 즉, 다른 성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해서 자신의 젠더 정체성까지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 P235

하지만 모든 문화에서 젠더 전환자를 존중했던 것은 아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 부족 중에는 여성들로 이루어진잔두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남성 역할을 하는 여성으로, 다른 부족들과 멀리 떨어져 살았다고 한다. - P235

부족의 법을 수호하는 위대한 뱀 츄루tchooroo는 이 여성들을벌하고 사냥을 금지시켰다. 남성의 일인 사냥을 하는 것은 곧 법을 위반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 P235

우리는 셰이프시프터라면 으레 마법이나 주술로 모습을바꾼다고 생각하지만, 젠더 전환 셰이프시프터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다른성(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성)과 다른 모습이 되고 싶다는 내적 욕망을 표출한다. - P236

미국에서 복장 도착을 처벌했던 법 중 가장오래된 것은 1848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제정된 것으로,
‘자신의 성별과 맞지 않은 복장으로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행동‘을 금지했다. - P236

미국정신의학회는 최근 ‘성별 불쾌감Gender Dysphoria (자신의 타고난 성별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상태)‘을 하나의 장애로 규정했다. 자신과 다른 성에 강하고 지속적인 동질감을 느끼고 표현하는 사람은 성별 불쾌감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 P238

 반면 전통적인 아메리카 원주민 사회처럼 성에 대해 너그러운 문화라면 성별 불쾌감을 겪는 사람들을 성공적으로 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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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한글을 보는 외국인들의 눈에는 한글이 아주 특이하고 예뻐 보인다고 한다.
우리말은 용언이나 서술격조사에서 어미의 활용이 복잡하고, 조사의 사용법이 민감하여 외국인이 배우기에 그리 쉽지 않은 언어다. - P42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수강하는 전공과목을 영어로 된 교재로 배울 뿐만 아니라 수학을 영어로 쓰는 훈련을 받는다. - P43

첫째, 우리말에서는 명사, 대명사, 수사 등 체언을 수식하는관형사, 관형구(절)나 동사, 형용사 등 용언을 수식하는 부사, 부사구(절)와 같은 모든 수식어가 수식할 대상(피수식어)의 ‘앞에만‘ 오기 때문이다.  - P43

수학적 서술의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위대한 정리라고 불리는 갈루아정리 Galois Theorem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내용이 어려우므로 구체적인 의미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다).

"2개의 부분적 순서관계를 갖는 집합들의 모둠 사이에"

여기서 부분적 순서관계가 2개라는 것인지 모둠이 2개라는 것인지 문장만 봐서는 구별되지 않는다. - P44

이번에는 수학 문제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다음은 ‘2022년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1번 문제에서 마지막 문장이다.

"초기의 배열이 어떤 것이더라도, 작업 과정의 어떤 순간에는 가장 왼쪽의 개의 동전이 모두 같은 종류가 되도록 하는 순서쌍 (n, k), 1<k<2n을 모두 구하여라."

문장이 길고 어려워서 독자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 P44

둘째, 영어에서는 부정관사와 정관사를 쓰므로 문장에 나오는 명사가 어떤 특정한 것인지 불특정한 것인지를 구별하기 쉽지만, 우리말에는 그런 구별이 없기 때문이다. - P45

셋째, 우리말은 문장이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말에서는 서술어가 문장의 가장 뒤에 나오므로 의문문인지 평서문인지, 긍정문인지 부정문인지 등을 문장을 다 읽고나서야 알 수 있다. - P46

여기에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영어에서는 문장에 ‘주어+서술어‘로 시작하는 기본적인 틀이 있는 반면, 우리말에서는 서술어가 문장의 맨 뒤에서 나오므로 주어를 생략하거나 주어와 잘맞지 않는 서술어가 등장하기 쉽다. - P47

넷째, 우리말의 부정문 사용법이 어려운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생들에게 어떤 명제의 ‘부정명제‘를 써보라고 하면 ‘어떤‘과 ‘모든‘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간단한 예를 하나들어보자. "세 문제를 받았는데 다 풀지 못했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 P47

"철수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이라는 문장에서도 철수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뜻인지 그 반대라는 뜻인지알 수가 없다. "철수는 영희같이 체력이 좋지않다"라는 말에서도 영희가 체력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 - P48

끝으로 이것은 사소한 부분이어서 다섯 번째로 분류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우리말에서는 문장에서 비교되는 것(또는 인용되는 것)의 ‘동격‘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으나 영어에서는 그런 편이다. - P49

 국립국어원은 10년쯤 전에 갑자기 수학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 ‘최대값, 최소값의 표기를
‘최댓값, 최솟값‘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발표하여 수학 교과서, 참고서 시장에 파란을 일으키고 수학자들의 반발을 크게 샀다.*


*대푯값에서 ‘푯‘이라는 글씨는 이전에 써본 적도 없는 글씨인 데댜 칠판에 이 글씨를 써 보면 벌레같이 보인다. - P50

 교과서 집필 시에는 물론이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출제 등에서 수학자들은 두 개의 파로 나뉜다.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만족시키는 ~를 구하시오"와 같은문장에서 ‘만족하다‘가 맞다는 파와 ‘만족시키다‘가 맞다는 파가있다. - P51

숫자 읽는 법도 한자어 때문에 혼란스럽다. 
(중략)
그때 발표자는 535명을 ‘오백른다섯 명‘으로, 36506명을 ‘삼만육천오백여섯 명‘이라고 읽다. 즉, 백 단위까지는 한자어로 읽고, 십 단위부터는 고유어로 읽는다. - P52

따라서 사람들이 사소한 것이라도 정확한지 부정확한지,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는 것에 좀 더 관대해지기를 바란다. - P54

최근 정부에러 2023년도 6월부터 우리도 난 나니를 쓰기로 발표했다.
(중략)
그런데 실은 아직도 국민 대다수가 만 나이와연 나이를 잘 구별하지 못하거나 그 차이를 굳이 따지려고 하지않는다. - P55

물론 이런 오류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런오류가 생기는 것 자체보다는 그 일을 별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그래서 아무도 반성하거나 책임지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다. - P57

나는 남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문화에 ‘지적화‘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다. 이름을 붙이면 개념을 확대재생산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 P61

반면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는 우리나라보다는 지적문화가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 P61

 이 영상에서 사회자가 두 어린이에게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는 뭘까요?"라고 질문하니까 그중 한 어린이가 "잔소리는왠지 모르게 기분나쁜데, 충고는 더 기분 나빠요"라고 대답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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