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는 확실한 것을 갈망한다. 굳이 뇌과학의 설명을 빌리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다. 확실히 알아 두어야 미리 대비할 수 있으니 생긴 습성이다. - P65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중략), 뉴욕 양키스는 1998년 시즌만큼 좋은 성적을 다시는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100퍼센트 확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만 - P66
불의의 시나리오에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항상 스토리가 필요하다. 예상을 깨는 일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 - P66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도 소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단편적인 정보, 미묘한 개념, 단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라 해도 우리의 관심을 빼앗아 익숙한 현실 세계에서 흥미롭고 궁금한 ‘만약‘의 세계로 우리를 순간이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P67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최초의 별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토리가 될 만한 ‘만약에‘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쉬울것 같지 않은가? - P67
이 장에서는 소설의 시발점이 될 ‘만약에‘ 질문을 밋밋하게 만들면 왜 위험한지 짚어 본다. - P67
성실한 작가가 수년간 열과 성을 다해 써냈으나, 그저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 모음에 불과한 원고가 수두룩했다. 바로 출판에이전트들이 주저없이 거절하는 96퍼센트에 해당하는 그 원고들이기도 하다. - P68
다들 똑똑하고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유능한 작가들이 왜 하나같이 똑같은 잘못을 그리도 크게 저지르는지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다. 스토리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히 그 답을 어느정도 알게 됐다. (중략) 알고 보니 학생들은 스토리란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 모음‘이라는 관념을 유치원 때부터 주입받아 머릿속에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 P68
놀라면 호기심이 일어나는 법이니, 위의 제시문들은 스토리의 출발점으로 완벽할 것만 같다. 그러나 위의 예들은 놀랍기는 하되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어서 제대로 된 스토리가 나올 수 없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그 요소는, 바로 ‘매락‘이다. - P70
우리는 일단 어떤 패턴을 발견하면 머릿속에 그 패턴에관한 스토리를 만든다. 그런 패턴이 ‘왜‘ 생기며, 따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말해 주는 스토리다. 그런 다음 그 모든것을 의식 속에서 까맣게 잊어버린다. - P72
예컨대, 어젯밤에 ‘내일 해가 꼭 떠야 할 텐데. 내일 할 일이 산더미인데 해가 안 뜨면 깜깜해서 어쩌나‘ 하며 잠자리에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해가 진짜로 뜨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익숙한 패턴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이니, 딱 스토리의 소재가 될 만하다. - P72
프레디가 성을 발견했으면,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메리가 책상 위의 커다란 상자를 발견하고, 제인이 편지가 든 병을 발견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 P73
언뜻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능성이 무한히열려 있으면 오히려 멍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선택지가 많을수록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많다. - P74
그런 제시문은 세대로 된 스토리를 쓰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이들이 쓰는 스토리가 걸핏하면 "모든 것이 꿈이었다"로 끝나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 P75
필연적으로 플롯의 초점이 그 이상한 사건에만 놓이고 그 사건이 인물에게 미칠 영향에 놓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는, 거듭 말하지만,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들의 나열일 뿐이다.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지름길이 따로 없다. - P76
맥락 없는 제시문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집단 글짓기의식 속에 꽤 깊이 뿌리박혀 있다. 어릴 때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한 가르침은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다. - P77
모든 스토리는 어떤 요점을 전한다는것이다. 첫 페이지부터 그 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므로 작가는 첫 페이지를 쓰기 한참 전부터 그 요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 P77
따라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이 스토리를 통해 말하려는 요점‘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일러 주었다. - P78
요점이 있다면 밋밋한 ‘만약에‘도 스토리를 빚어 나가는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출발점‘이다. - P79
예를들어 당신이 전하려는 요점이 " 해묵은 원한은 뜻밖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하자. 그 요점을 확실히 전해 줄 ‘만약에‘ 질문을 만들어 보면 다음과같다. "만약에 두 10대 남녀가 불같은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두 집안이 철천지 원수 사이라면?" 맞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살짝 가져온 것이다. - P80
사족을 달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누구나 아는 고전적 스토리다. 그러니 당연히 어렵지 않게, 스토리의 핵심을 담은데다가 전하려는 요점까지 암시하는 ‘만약에‘를 짧고 강렬하게 뽑아낼 수 있다. - P81
우리는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완성작만 보아와서 그런 작품도 한때 미숙하고 어설픈 단계를 거쳤다는 것을 잘 상상하지 못한다. 소설가가 앉은 자리에서 바로 "옛날 아주먼 옛날에"라는 첫 문장부터 시작해 마지막 문장까지 한번에 원고를 써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P82
무릇 스토리란 한꺼번에 나오는것이며 게다가 곱게 다듬어진 문장들로 처음부터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듯한 첫 문장조차 떠오르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고, 포기하고 만다. 그러지 말자. - P82
이 책에서는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한다. 매끈한 외양에 숨겨진 속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빚을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겠다. - P83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형식이나 장르와 관계없이 스토리는 스토리"다.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유형이 있어서, 끌리고 공감 가는 장르가 있다. - P83
1단계 : 처음 아이디어가 반짝했던 순간
(중략)
모두 잠시 잊어 주기바란다. 시간을 되돌려, 스토리의 어렴풋한 아이디어가 처음 떠올랐던 순간을 복기해 보자. 심호흡을 하고 온몸의 감각에 집중하자. 눈을 감아도 좋다. 생각나는가? 처음 아이디어가 반짝했던 순간이? - P84
혹은 무언가 전하고 싶은 요점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작가 스티븐 킹은 소설 《언더 더 돔》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소설이 오늘날 세계가봉착한 심각한 생태적 문제를 다룰 기회라고 생각했다."² - P85
과제
지금 구상 중인 스토리에 당신이 왜 관심을 쏟는지 한 페이지 이내로 적어 보자. 정답은 없다. 무엇이든 머리에 떠오르는 이유를 적으면 된다. 유치해 보여도 좋다. - P89
3단계: 내가 말하려는 요점은?
여기서 생각해 볼 질문은 한마디로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라는가?‘이다. 당신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무엇을 말함으로써 사람들이 장래에 큰코 다치지 않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가? - P89
요점이 있어야 비로소 스토리에서 다룰 문제를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그 문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은 대략적으로 단순하게 잡아도 좋다. - P90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엥, 그건 클리셰잖아! 그런 걸 작가 모임 동료들에게 보여 줬다간 비웃음만 살 거야.‘ 사실 작가들이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 P90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바로 그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 왜냐고? 사랑이라든지 우정, 신뢰 같은 흔하고 일상적인 주제야말로 모든 사람이 겪는 것이고, 우리는 일상을 새롭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깨달음을 늘 갈구하기 때문이다. - P91
"그러니 안심하자. 사실 거의 모든 스토리는 클리셰에서 출발한다. 클리셰란 진부한 주제, 너무 익숙해서 고리타분하게느껴지는 것을 뜻한다. 그걸 새롭게 만들어 주는 게 스토리의 역할이다. - P91
과제
당신의 스토리가 전하려고 하는 요점을 간단명료하게 단 몇 줄로 잡아보자. 처음에는 좀 산만하고 어수선해 보여도 괜찮다. 스토리가 전하려고 하는 단 하나의 요점을 계속 압축하면서 찾자. 진짜 핵심만 남기는 것이 목표다. - P92
4단계: ‘만약에‘ 써 보기
이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고, 전하려는 요점이 있으니, 그 둘을 가지고 ‘만약에‘를 써 보자. 첫 시도에 완벽히 써내는게 목표가 아니다. 아니, 그러려고 하면 오히려 해롭다. 작가들이 글쓰기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다. - P92
빙고! 맥락도 있고, 놀라움도 있고, 갈등으로 인해 초래될결과도 있어서 소설의 ‘전깃줄‘, 즉 인물의 내적 투쟁을 촉발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그 투쟁이 과연 무엇인가? 머릿속에 질문이 바로 쏟아진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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