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사건을 차곡차곡 펼쳐가지만, 일단 서술을 마치면 조각품처럼 영구적인 존재 상태로 멈춰선다. 그런데 입체적인 캐릭터는 갈등을 거치면서 안팎으로 자아를 바꾸며 나아가다가 마침내 클라이맥스에서 미래로 던져진다. - P21

캐릭터의 특성과 깊이가 매끄럽게 어우러질 때, 그 캐릭터는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아름다움은 예쁨과 다르다. - P22

캐릭터는 악한일 수도 있고 공포물에서처럼 흉측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가 가진 특성들이 유의미한 완전체로 조화를 이룬다면 설사 괴이할지라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 P22

 아름다움은 우리 내면세계의 음량을 높이고 저속한 모조품은 그 음을 소거한다.⁴ - P23

캐릭터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왜 이렇게 이상하고 모순적이고 이중적이면서 은근히 아름답기도 한지 우리에게 보여 준다.⁵ - P23

그렇다면 잘 쓰인 캐릭터에게서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코 잊지 못할 인물을 통해 우리가 살아 보지 못할 삶을 체험하는 것이다. - P23

인상적인 캐릭터들은 인간성의 공감 지대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중략)
이런 캐릭터는 본래의 스토리에서 떨어져 나와 우리의 상상 안에 머무른다. - P23

그 결과 우리의 정신을 파고드는 모든 캐릭터는 저마다 독특한 음영을 덧입는다. 꿈속 이미지가 그렇듯이 잘 구축된 캐릭터는 실제 사람보다 더 생생하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그려진들 본질적으로 캐릭터는 인간 영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 P24

언뜻 보면 캐릭터들도 실제 사람들처럼 허구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토리의 등장인물은 발레단만큼이나 인위적으로 작가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모두 짜여 있다.⁷ - P24

4. Aesthetics: A Study of the Fine Arts in Theory and Practice, James K. Feibleman, HumanitiesPress, 1968; The Aesthetic Object: An Introduction to the Philosophy of Value, Elijah Jordan,
Principia Press, 1937.
5. Love‘s Knowledge: Essays on Philosophy and Literature, Martha C. Nussbaum, OxfordUniversity Press, 1992.
7. Forms of Life: Character and Moral Imagination in the Novel, Martin Price, Yale UniversityPress, 1983. - P454

캐릭터라는 허구의 피조물을 만들 때 작가는 자연히 인간성의 조각들을(나의 자의식,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타인에 대한 의식, 때로는 이상하고 때로는 진부하고 하루는 마음이 끌리다가 다음 날은 비위에 거슬리는 주변의 성격들 여기저기서 끌어온다.
이러한 캐릭터들이 영감의 원천인 현실 속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건 작가도 잘 안다. - P25

그렇다면 캐릭터를 잘 키워내기 위해 창작자는 무엇을 갖춰야 할까?
작가의 무기가 될 10가지 능력을 짧게 소개한다.

1. 안목을 기를 것

2. 지식을 쌓을 것

3. 독창성을 찾을 것

4. 쇼맨십능 갖출 것

5. 독자/관객을 의식할 것

6. 형식에 숙달될 것

7. 클리셰를 거부할 것

8.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9. 이상적 자아로 변신할 것

10. 나 자신을 알 것 - P24

1. 안목을 기를 것

(전락)
잘 못 쓴 글에는 상투적인 인물과 곧이곧대로 쓴 대사보다 더 통탄할결함들이 득시글댄다. 허접한 잡문은 감상주의, 자기도취, 잔학성, 방종,
거짓말 따위의 윤리적 결점들로 병들어 있다. - P25

2. 지식을 쌓을 것

 캐릭터의 과거에 공백이 보이면 가장 생생한 내면의 기억 창고를 열어 보자. 중간중간 빈 구멍은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정치학등 삶을 연구하는 학문을 공부해서 메꿀 수 있다. 그런 공부로도 충분치않다면, 여행을 떠나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고 직접 탐색해 볼 수도 있다.¹⁰ - P26

3. 독창성을 찾을 것

흔히들 독창적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은 그저 어디선가 받은 영향을 까맣게 잊고 있다 재활용하는 것일 때가 많다. ‘이런 건 지금껏 아무도 하지않았다.‘는 생각은 대체로 맞지 않다. 맞기는커녕 다른 작가들이 해온작업에 전혀 무지했음을 방증할 뿐이다. 뭔가 색다른 걸 해 보려는 충동은알고 보면 별로 대단치 않을뿐더러 서사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다름‘으로 귀결될 때가 많다. - P27

3. 독창성을 찾을 것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단히 독창적이었던 건 가려져 있던 주제를 들춰내고 기존에 통용되던 지식을 뒤엎고 삶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의 초점을 재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제그런 시절은 지났다. 혁신적인 영상특수효과, 문학의 파편화, 연극의 관객참여 등 스타일상의 과잉은 있을지언정 최근 수십 년간 혁명적인 변화는 목격한 바 없다. - P27

4. 쇼맨십을 갖출 것

(전략)
그렇기에 작가의 본분은 누가 뭐라 해도 엔터테이너다.
(중략)
첫째로 위험한 진실과의 맞대면을, 둘째로 그 진실에 맞닥뜨린 독특한 캐릭터를 제시해야 한다. - P28

6. 형식에 숙달될 것

예술작품을 창작하고 싶어지려면, 예술작품을 접한 경험이 선행되어야한다. 창작을 원하는 사람이 애초에 영감을 얻는 원천은 타인의 삶도, 자신의 삶도 아닌 예술 형식 그 자체다. - P28

6. 형식에 숙달될 것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스토리는 캐릭터이고 캐릭터는 곧 스토리다. 따라서 양쪽에 각각 숙달될 수 있으려면 먼저 그 둘의잠금장치를 풀어야 한다. 스토리에서 캐릭터를 따로 꺼내 와 심리적·문화적 맥락을 고찰하면 독립적인 의미가 읽히기도 한다. - P28

7. 클리셰를 거부할 것

 탐닉의 공허함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데이지와 개츠비 이래 순수예술과 대중문화 양쪽 모두의 클리셰가 된 지 오래다.¹² - P29

8.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도덕적(maral)‘이란 말에는 선/악 혹은 옳음/그름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나는 삶/죽음, 사랑/증오, 정의/불의, 부가난, 희망/절망, 흥분/권태등등 우리와 우리 사회를 빚어내는 인간 경험의 긍정과 부정의 대립항 전체를 가리켜 이 단어를 사용한다. - P30

8.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작가가 지닌 가치가 그의 고유한 인생관을 형성한다.
(중략)
무엇을 위해 살아 볼 가치가 있는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가치가 있는가? 이 대답 안에 작가의 도덕적 상상이 표현돼 있다. - P30

8.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내가 말하려는 것은 교회 주일학교의 도덕률이 아니라 캐릭터를 만들고 벼리는 작가의 도덕적 상상이다. 작가 자신의 인간성을 형성하는 핵심을 파고 들어가면 이렇듯 도덕적 상상을 찾게 될 것이다.  - P30

9. 이상적 자아로 변신할 것

키보드를 두들길 때의 작가는 가장 이지적이고 민감한 사람이 된다. 작가의 재능, 집중력, 무엇보다 그의 정직함이 최대치로 발휘된다. - P31

10. 너 자신을 알라

우리는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를 관찰하고깊이 탐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신을 아는 것처럼 결코 다른 누군가를 알지는 못한다는 게 고독한 진실이다. - P31

10. 너 자신을 알라

캐릭터 창조는 모두 자기 이해로 시작해서 자기 이해로 끝난다. 작가가자신의 본질적 자아를 어떻게 상상하든 - 사회적 페르소나 뒤에 숨은 은밀한 자아로 생각하든 아니면 유동하는 현실에서도 변치 않는 단단한 심지로 생각하든 그 자아상은 독립적이고 고유하다. - P32

10. 너 자신을 알라

내 인간성의 수수께끼를 깊이 사유할수록 내가 창조하는 캐릭터의 인간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아울러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나의 통찰이 캐릭터를 통해 더 잘 표현된다. - P32

끝으로 한 마디

잘 못 쓴 캐릭터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제와 다르게 그려내고, 상투적인 캐릭터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을 보여 준다. 하지만 독특한 캐릭터는 우리가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 주고, 공감 가는 캐릭터는 우리의 실제 모습을 그려 낸다. - P33

 애당초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사람들은 서로를 잘 모르니 그럴만도 하다. 혹시 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허구적 존재가 실제 존재보다 더 낫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과연 작가가 나에게 맞는 직업인지 한번 더 고민해 보는 게 어떨까.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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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기로 작성해야한다. 다시 오류가 나 이미지의 글자가 변환되지 않는다.

사람은 사회 란에서 살아가고, 캐칙터는 작가가 고안한 들달인뭉들 속에서 살아간다ㅡ 사한들리 다기 자싣아루댜볃햗다면, 캐릭터는 인산 영혼의 표상이더. - P17

캐릭터와 실제 사람의 차이를 룯이 멀리에서 찾지 읂아도 된다. 배우들과 그들이 맡은 배녁응 지교하면 간단라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라자로 마치 일상샐황에서 캐릭터가 전 세계 관객에게 감릉읗 잉흐킨 것처럼 영간을 두기는 어렵다. - P18

인간은 하루 24시간 전재한다ㅡ . 반명 캐릭터는 막이 오를 ㅋ대부터 막이 내릴 때까디 페이ㄷ인 더ㅣㄹ 때부터 페이드 아웃 더ㅣㄹ때까디,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만 존재한다. - P18

우리는 혇실의 사람들보다 캐릭터에게 더 풍부핮 통항을 얻을 수 있다. 꼼곰히 곤챃랑 구 있도록 캐릭터가 얌전히 기다려주기 땨문이더. - P19

시인 로버트 번스 (Robert Burns)의 말대로, "우리에게 은총이 내려스져 남들이 우리를 져안 닷 우히갸ㅠ자신알 죨 반 있아면" 좋아련만. - P19

태럭터들은 각가의 복표애 쵸쳐2ㅁ갈 바2추고 보단 아ㅣ시4갈 복표ㅠ댤석게ㅠ디1둑해ㅠ비랴료 뚜ㅏ오단다. - P19

나도 월터 화이트오ㅓ 「브레이킹 배그」를 이해하는 것망큼 나 자신고ㅓ 미국 사화를 절 이해하면 엏마나 좋개ㅛ냐 더러 샏각하곤 한다. - P19

인간 본성의 단면안 엄혹한 모순을 감고있다 선고ㅓ 악, 사랑고ㅓ 전학, 가얀ㅇ고ㅓ 이기심, 지혜고ㅓ 아둔함 등등 수많안 것들이 샃충한다 - P20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에이브러햄 링컨, 엘리너 부르젭라 같은 명낭사들도차 실데 하란이하사보가 캐릭터로서 더 많이 기억된다. - P20

현실에서 까다로운 사람들고ㅓ 씨름할 때 퍼럼 우히는 두뇌를 돌아겍 맠드는 캐릭터에세 이끌린다. 그래서 우리를 수고롭게 하는 캐릭터가 지슥히 사실덕으로 느껴지는 재미난 아이러니가 발샹한다. - P20

캐릭터ㅇ 규나점에스느ㅜ 1ㅏ뜸 기억돤 과거류주터 다직 알 구 없는 미랴낒 시간니 가물 흐으득 릉어갈 것니다 그러나 우리가 쥬는 스토리텔리듸 시가늗 먖 터음 디미와 마지막 이지미 사이네 괄호처럼 공광화가 듀ㅏ어이싿.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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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에 이르러 학문 간의 경계가 생기기 전까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학문은 한 몸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은 요즘 개념으로 치면 철학자이자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이자 과학자였다. - P71

 아리스토텔레스는 당대 최고의 박식가로 수학, 논리학, 철학 외에도 물리학, 생물학, 문학, 윤리학 등 다방면의 전문가였고, 여러 분야에 많은 저술을 남겼다.*


*제목이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중에서 약 1/3정도만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의 문장은 매우 유려했다고 한다. - P72

아리스토텔레스가 학문적으로 후대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친 분야는 바로 ‘과학철학‘이다. 그는 자연현상과 법칙을 신이나 종교적 환상에 의존하지 않고 순수한 이성과 관찰을 통해 연구해야 한다는 정신을 후대에 남겼다. - P73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된 자연철학natural philosophy 이라는 용어는 자연을 탐구하는 실험적 연구를 의미했다. 이 용어는 19세기 초 과학science 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수학, 물리학, 생물학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19세기 중반 이후 한동안은 물리학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다. - P74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적 업적이 후대의 유럽에 온전히 전해지는 데는 이슬람 세계의 학자들이 큰 역할을 했다.  - P75

바그다드의 학자들도 그리스 수학자들의 책을 번역하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 번역 사업에는 기독교인(대부분 그리스인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프톨레마이오스, 파포스Pappos, 디오판토스Diophantos 등의 저서를 아랍어로 번역했다. - P77

위대한 수학자 알콰리즈미al-Khwarizmi, 780?~850?는 ‘지혜의 집‘에서 연구 활동을 한 페르시아인(지금 우즈베키스탄의 카레즈미가 고향으로 여러 권의 수학책을 저술했다. 알콰리즈미의 저서는 중세에 유럽으로 수입되어 그의 이름은 유럽에서도 유명했다. - P77

아리스토텔레스에 못지않게 후대에 큰 영향을 미친 수학자로 유클리드(BC300년 전후 활동)*를 꼽을 수 있다.

* 유클리드는 그의 영어 이름이다. 그리스어 이름인 에우클레이데스Eukleides를 쓰는 것이 좀 더 일관성이 있겠지만, 대다수 독자에게는 영어식 이름이 더 익숙할 것이므로 그냥 영어 이름을 쓴다. - P78

 유클리드의 일생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가 저술한 열세 권으로 이루어진 『원론Stocheia』은 무척이나 유명하다. - P79

 기하학과 정수론을 다룬 이 책은 그 내용도 좋지만,
공리들로부터 여러 가지 정리를 이끌어 내는 이 책의 형식이 수학책의 표준이 되면서 그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수학책이 이 형식을 따랐다. - P79

그리스의 수학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공리적 논중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가장 잘 나타내는 책이 『원론』이다. - P80

이제부터 논리학의 기본적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중략)
논리학은 추론과 논증의 과정과 방법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 P82

명제의 참, 거짓을 따지는 고전적인 명제논리학(혹은 문장논리학)으로부터 프레게Gottlob Frege 등이 기호의 사용과 더불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고, 이를 술어논리학predicate logic이라고부른다. - P82

수학적 논리에서는 ‘모든(또는 임의의)‘과 ‘어떤‘이라는 말이자주 등장하는데, 이때 모든은 주로 "모든 x에 대하여"와 같은 형태로 등장하고, 어떤은 주로 "조건(성질) C를 만족하는 어떤가 존재한다"와 같은 형태로 등장한다. - P86

학생들에게 명제에 대해 가르치다 보면 학생들은 명제의 부negation과 명제의 대우명제 contrapositive를 이상하리만치 어려워한다. - P86

우선 명제의 부정을 알아보자. 명제 "P이다"의 부정은 "P가 아니다"이다. 이때 ‘모든‘이 들어가는 명제의 부정에는 ‘어떤‘이들어가고, 역으로 ‘어떤‘이 들어가는 명제의 부정에는 ‘모든‘이 들어간다. - P87

명제 "x²=4이면 x>=0이다"의 부정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대해 대답을 "x²=4이면 x =< 0이다"라고 썼다면 그것은 틀렸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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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는 확실한 것을 갈망한다. 굳이 뇌과학의 설명을 빌리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다. 확실히 알아 두어야 미리 대비할 수 있으니 생긴 습성이다. - P65

하지만 미래를 알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중략), 뉴욕 양키스는 1998년 시즌만큼 좋은 성적을 다시는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100퍼센트 확신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만 - P66

불의의 시나리오에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항상 스토리가 필요하다. 예상을 깨는 일은 늘 있기 마련이니까. - P66

 아주 사소한 아이디어도 소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단편적인 정보, 미묘한 개념, 단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이라 해도 우리의 관심을 빼앗아 익숙한 현실 세계에서 흥미롭고 궁금한 ‘만약‘의 세계로 우리를 순간이동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P67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최초의 별난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토리가 될 만한 ‘만약에‘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쉬울것 같지 않은가? - P67

이 장에서는 소설의 시발점이 될 ‘만약에‘ 질문을 밋밋하게 만들면 왜 위험한지 짚어 본다.  - P67

 성실한 작가가 수년간 열과 성을 다해 써냈으나, 그저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 모음에 불과한 원고가 수두룩했다. 바로 출판에이전트들이 주저없이 거절하는 96퍼센트에 해당하는 그 원고들이기도 하다. - P68

다들 똑똑하고 알 만큼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런 유능한 작가들이 왜 하나같이 똑같은 잘못을 그리도 크게 저지르는지 나는 오랫동안 궁금했다. 스토리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오해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러다가 작년에 우연히 그 답을 어느정도 알게 됐다. 
(중략)
알고 보니 학생들은 스토리란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 모음‘이라는 관념을 유치원 때부터 주입받아 머릿속에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 P68

놀라면 호기심이 일어나는 법이니, 위의 제시문들은 스토리의 출발점으로 완벽할 것만 같다. 그러나 위의 예들은 놀랍기는 하되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어서 제대로 된 스토리가 나올 수 없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던 그 요소는, 바로 ‘매락‘이다. - P70

우리는 일단 어떤 패턴을 발견하면 머릿속에 그 패턴에관한 스토리를 만든다. 그런 패턴이 ‘왜‘ 생기며, 따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말해 주는 스토리다. 그런 다음 그 모든것을 의식 속에서 까맣게 잊어버린다. - P72

예컨대, 어젯밤에 ‘내일 해가 꼭 떠야 할 텐데. 내일 할 일이 산더미인데 해가 안 뜨면 깜깜해서 어쩌나‘ 하며 잠자리에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해가 진짜로 뜨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익숙한 패턴이 보기 좋게 깨진 것이니, 딱 스토리의 소재가 될 만하다.  - P72

프레디가 성을 발견했으면,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메리가 책상 위의 커다란 상자를 발견하고, 제인이 편지가 든 병을 발견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인가?  - P73

언뜻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가능성이 무한히열려 있으면 오히려 멍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은 선택지가 많을수록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수없이 많다. - P74

 그런 제시문은 세대로 된 스토리를 쓰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아이들이 쓰는 스토리가 걸핏하면 "모든 것이 꿈이었다"로 끝나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 P75

 필연적으로 플롯의 초점이 그 이상한 사건에만 놓이고 그 사건이 인물에게 미칠 영향에 놓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는, 거듭 말하지만, 거창하고 파란만장하고 별난 사건들의 나열일 뿐이다. 재미없는 소설을 쓰는 지름길이 따로 없다. - P76

맥락 없는 제시문이라는 개념은 우리의 집단 글짓기의식 속에 꽤 깊이 뿌리박혀 있다. 어릴 때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한 가르침은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다. - P77

 모든 스토리는 어떤 요점을 전한다는것이다. 첫 페이지부터 그 목적으로 시작된다. 그러므로 작가는 첫 페이지를 쓰기 한참 전부터 그 요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 P77

 따라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내가 이 스토리를 통해 말하려는 요점‘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일러 주었다. - P78

요점이 있다면 밋밋한 ‘만약에‘도 스토리를 빚어 나가는출발점으로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출발점‘이다. - P79

 예를들어 당신이 전하려는 요점이 " 해묵은 원한은 뜻밖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하자.
그 요점을 확실히 전해 줄 ‘만약에‘ 질문을 만들어 보면 다음과같다. "만약에 두 10대 남녀가 불같은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두 집안이 철천지 원수 사이라면?" 맞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살짝 가져온 것이다. - P80

사족을 달자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누구나 아는 고전적 스토리다. 그러니 당연히 어렵지 않게, 스토리의 핵심을 담은데다가 전하려는 요점까지 암시하는 ‘만약에‘를 짧고 강렬하게 뽑아낼 수 있다.  - P81

우리는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완성작만 보아와서 그런 작품도 한때 미숙하고 어설픈 단계를 거쳤다는 것을 잘 상상하지 못한다. 소설가가 앉은 자리에서 바로 "옛날 아주먼 옛날에"라는 첫 문장부터 시작해 마지막 문장까지 한번에 원고를 써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 P82

무릇 스토리란 한꺼번에 나오는것이며 게다가 곱게 다듬어진 문장들로 처음부터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듯한 첫 문장조차 떠오르지 않으면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이고,
포기하고 만다. 그러지 말자. - P82

이 책에서는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한다. 매끈한 외양에 숨겨진 속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빚을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보겠다.  - P83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형식이나 장르와 관계없이 스토리는 스토리"다. 하지만 누구나 좋아하는 유형이 있어서, 끌리고 공감 가는 장르가 있다.  - P83

1단계 : 처음 아이디어가 반짝했던 순간

(중략)

 모두 잠시 잊어 주기바란다. 시간을 되돌려, 스토리의 어렴풋한 아이디어가 처음 떠올랐던 순간을 복기해 보자. 심호흡을 하고 온몸의 감각에 집중하자. 눈을 감아도 좋다.
생각나는가? 처음 아이디어가 반짝했던 순간이? - P84

혹은 무언가 전하고 싶은 요점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작가 스티븐 킹은 소설 《언더 더 돔》과 관련해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소설이 오늘날 세계가봉착한 심각한 생태적 문제를 다룰 기회라고 생각했다."² - P85

과제

지금 구상 중인 스토리에 당신이 왜 관심을 쏟는지 한 페이지 이내로 적어 보자. 정답은 없다. 무엇이든 머리에 떠오르는 이유를 적으면 된다. 유치해 보여도 좋다. - P89

3단계: 내가 말하려는 요점은?

여기서 생각해 볼 질문은 한마디로 ‘나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무엇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라는가?‘이다. 당신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무엇을 말함으로써 사람들이 장래에 큰코 다치지 않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가?  - P89

요점이 있어야 비로소 스토리에서 다룰 문제를 구체화해 나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그 문제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은 대략적으로 단순하게 잡아도 좋다. - P90

여기서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엥, 그건 클리셰잖아!
그런 걸 작가 모임 동료들에게 보여 줬다간 비웃음만 살 거야.‘ 사실 작가들이 그런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  - P90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바로 그런 주제에 관심이 있다. 왜냐고? 사랑이라든지 우정, 신뢰 같은 흔하고 일상적인 주제야말로 모든 사람이 겪는 것이고, 우리는 일상을 새롭게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깨달음을 늘 갈구하기 때문이다. - P91

"그러니 안심하자. 사실 거의 모든 스토리는 클리셰에서 출발한다. 클리셰란 진부한 주제, 너무 익숙해서 고리타분하게느껴지는 것을 뜻한다. 그걸 새롭게 만들어 주는 게 스토리의 역할이다.  - P91

과제

당신의 스토리가 전하려고 하는 요점을 간단명료하게 단 몇 줄로 잡아보자. 처음에는 좀 산만하고 어수선해 보여도 괜찮다. 스토리가 전하려고 하는 단 하나의 요점을 계속 압축하면서 찾자. 진짜 핵심만 남기는 것이 목표다. - P92

4단계: ‘만약에‘ 써 보기

이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고, 전하려는 요점이 있으니,
그 둘을 가지고 ‘만약에‘를 써 보자. 첫 시도에 완벽히 써내는게 목표가 아니다. 아니, 그러려고 하면 오히려 해롭다. 작가들이 글쓰기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그것이다. - P92

빙고! 맥락도 있고, 놀라움도 있고, 갈등으로 인해 초래될결과도 있어서 소설의 ‘전깃줄‘, 즉 인물의 내적 투쟁을 촉발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그 투쟁이 과연 무엇인가? 머릿속에 질문이 바로 쏟아진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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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세상‘을 일그러진 대상으로 본 출발부터 잘못되었다. ‘세상‘ 자체를 기본값으로 봐야 긍정적이고, 일반적 통념에도 맞는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삶을 누리고 법과 질서가 제대로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 그런 세상. - P87

범법을 계획하거나, 공간의 범위를 넓히면 지구 또는 태양계를 떠나겠다는 얘기다. 그 뜻이 아니라면 ‘세상속으로‘로 바루어야* 마땅하다.


*바루다 : 비뚤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도록 바르게 하다. (바로잡다.) - P87

(전략), 많은 사람들이 옥석玉石구분區分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옥석은 구분區分할 수 없다. ‘옥석구분‘은 전혀 다른 뜻이다. - P89

그러므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린다는 의미를 표현할 땐 ‘옥석을 구분하다‘가 아니라 ‘옥석을 가린다‘라고 하면 된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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