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는 사건을 차곡차곡 펼쳐가지만, 일단 서술을 마치면 조각품처럼 영구적인 존재 상태로 멈춰선다. 그런데 입체적인 캐릭터는 갈등을 거치면서 안팎으로 자아를 바꾸며 나아가다가 마침내 클라이맥스에서 미래로 던져진다. - P21

캐릭터의 특성과 깊이가 매끄럽게 어우러질 때, 그 캐릭터는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아름다움은 예쁨과 다르다. - P22

캐릭터는 악한일 수도 있고 공포물에서처럼 흉측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가 가진 특성들이 유의미한 완전체로 조화를 이룬다면 설사 괴이할지라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 P22

 아름다움은 우리 내면세계의 음량을 높이고 저속한 모조품은 그 음을 소거한다.⁴ - P23

캐릭터는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왜 이렇게 이상하고 모순적이고 이중적이면서 은근히 아름답기도 한지 우리에게 보여 준다.⁵ - P23

그렇다면 잘 쓰인 캐릭터에게서 얻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코 잊지 못할 인물을 통해 우리가 살아 보지 못할 삶을 체험하는 것이다. - P23

인상적인 캐릭터들은 인간성의 공감 지대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중략)
이런 캐릭터는 본래의 스토리에서 떨어져 나와 우리의 상상 안에 머무른다. - P23

그 결과 우리의 정신을 파고드는 모든 캐릭터는 저마다 독특한 음영을 덧입는다. 꿈속 이미지가 그렇듯이 잘 구축된 캐릭터는 실제 사람보다 더 생생하다. 아무리 자연스럽게 그려진들 본질적으로 캐릭터는 인간 영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 P24

언뜻 보면 캐릭터들도 실제 사람들처럼 허구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토리의 등장인물은 발레단만큼이나 인위적으로 작가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모두 짜여 있다.⁷ - P24

4. Aesthetics: A Study of the Fine Arts in Theory and Practice, James K. Feibleman, HumanitiesPress, 1968; The Aesthetic Object: An Introduction to the Philosophy of Value, Elijah Jordan,
Principia Press, 1937.
5. Love‘s Knowledge: Essays on Philosophy and Literature, Martha C. Nussbaum, OxfordUniversity Press, 1992.
7. Forms of Life: Character and Moral Imagination in the Novel, Martin Price, Yale UniversityPress, 1983. - P454

캐릭터라는 허구의 피조물을 만들 때 작가는 자연히 인간성의 조각들을(나의 자의식,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타인에 대한 의식, 때로는 이상하고 때로는 진부하고 하루는 마음이 끌리다가 다음 날은 비위에 거슬리는 주변의 성격들 여기저기서 끌어온다.
이러한 캐릭터들이 영감의 원천인 현실 속 사람들과 같지 않다는 건 작가도 잘 안다. - P25

그렇다면 캐릭터를 잘 키워내기 위해 창작자는 무엇을 갖춰야 할까?
작가의 무기가 될 10가지 능력을 짧게 소개한다.

1. 안목을 기를 것

2. 지식을 쌓을 것

3. 독창성을 찾을 것

4. 쇼맨십능 갖출 것

5. 독자/관객을 의식할 것

6. 형식에 숙달될 것

7. 클리셰를 거부할 것

8.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9. 이상적 자아로 변신할 것

10. 나 자신을 알 것 - P24

1. 안목을 기를 것

(전락)
잘 못 쓴 글에는 상투적인 인물과 곧이곧대로 쓴 대사보다 더 통탄할결함들이 득시글댄다. 허접한 잡문은 감상주의, 자기도취, 잔학성, 방종,
거짓말 따위의 윤리적 결점들로 병들어 있다. - P25

2. 지식을 쌓을 것

 캐릭터의 과거에 공백이 보이면 가장 생생한 내면의 기억 창고를 열어 보자. 중간중간 빈 구멍은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정치학등 삶을 연구하는 학문을 공부해서 메꿀 수 있다. 그런 공부로도 충분치않다면, 여행을 떠나 미지의 영역을 발견하고 직접 탐색해 볼 수도 있다.¹⁰ - P26

3. 독창성을 찾을 것

흔히들 독창적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은 그저 어디선가 받은 영향을 까맣게 잊고 있다 재활용하는 것일 때가 많다. ‘이런 건 지금껏 아무도 하지않았다.‘는 생각은 대체로 맞지 않다. 맞기는커녕 다른 작가들이 해온작업에 전혀 무지했음을 방증할 뿐이다. 뭔가 색다른 걸 해 보려는 충동은알고 보면 별로 대단치 않을뿐더러 서사의 질까지 떨어뜨리는 ‘다름‘으로 귀결될 때가 많다. - P27

3. 독창성을 찾을 것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 대단히 독창적이었던 건 가려져 있던 주제를 들춰내고 기존에 통용되던 지식을 뒤엎고 삶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의 초점을 재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제그런 시절은 지났다. 혁신적인 영상특수효과, 문학의 파편화, 연극의 관객참여 등 스타일상의 과잉은 있을지언정 최근 수십 년간 혁명적인 변화는 목격한 바 없다. - P27

4. 쇼맨십을 갖출 것

(전략)
그렇기에 작가의 본분은 누가 뭐라 해도 엔터테이너다.
(중략)
첫째로 위험한 진실과의 맞대면을, 둘째로 그 진실에 맞닥뜨린 독특한 캐릭터를 제시해야 한다. - P28

6. 형식에 숙달될 것

예술작품을 창작하고 싶어지려면, 예술작품을 접한 경험이 선행되어야한다. 창작을 원하는 사람이 애초에 영감을 얻는 원천은 타인의 삶도, 자신의 삶도 아닌 예술 형식 그 자체다. - P28

6. 형식에 숙달될 것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지만, 스토리는 캐릭터이고 캐릭터는 곧 스토리다. 따라서 양쪽에 각각 숙달될 수 있으려면 먼저 그 둘의잠금장치를 풀어야 한다. 스토리에서 캐릭터를 따로 꺼내 와 심리적·문화적 맥락을 고찰하면 독립적인 의미가 읽히기도 한다. - P28

7. 클리셰를 거부할 것

 탐닉의 공허함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데이지와 개츠비 이래 순수예술과 대중문화 양쪽 모두의 클리셰가 된 지 오래다.¹² - P29

8.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도덕적(maral)‘이란 말에는 선/악 혹은 옳음/그름 이상의 뜻이 담겨 있다. 나는 삶/죽음, 사랑/증오, 정의/불의, 부가난, 희망/절망, 흥분/권태등등 우리와 우리 사회를 빚어내는 인간 경험의 긍정과 부정의 대립항 전체를 가리켜 이 단어를 사용한다. - P30

8.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작가가 지닌 가치가 그의 고유한 인생관을 형성한다.
(중략)
무엇을 위해 살아 볼 가치가 있는가? 무엇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가치가 있는가? 이 대답 안에 작가의 도덕적 상상이 표현돼 있다. - P30

8. 도덕적 상상을 잊지 말 것

내가 말하려는 것은 교회 주일학교의 도덕률이 아니라 캐릭터를 만들고 벼리는 작가의 도덕적 상상이다. 작가 자신의 인간성을 형성하는 핵심을 파고 들어가면 이렇듯 도덕적 상상을 찾게 될 것이다.  - P30

9. 이상적 자아로 변신할 것

키보드를 두들길 때의 작가는 가장 이지적이고 민감한 사람이 된다. 작가의 재능, 집중력, 무엇보다 그의 정직함이 최대치로 발휘된다. - P31

10. 너 자신을 알라

우리는 사랑하거나 미워하는 타인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를 관찰하고깊이 탐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신을 아는 것처럼 결코 다른 누군가를 알지는 못한다는 게 고독한 진실이다. - P31

10. 너 자신을 알라

캐릭터 창조는 모두 자기 이해로 시작해서 자기 이해로 끝난다. 작가가자신의 본질적 자아를 어떻게 상상하든 - 사회적 페르소나 뒤에 숨은 은밀한 자아로 생각하든 아니면 유동하는 현실에서도 변치 않는 단단한 심지로 생각하든 그 자아상은 독립적이고 고유하다. - P32

10. 너 자신을 알라

내 인간성의 수수께끼를 깊이 사유할수록 내가 창조하는 캐릭터의 인간성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아울러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나의 통찰이 캐릭터를 통해 더 잘 표현된다. - P32

끝으로 한 마디

잘 못 쓴 캐릭터는 사람들의 모습을 실제와 다르게 그려내고, 상투적인 캐릭터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을 보여 준다. 하지만 독특한 캐릭터는 우리가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을 보여 주고, 공감 가는 캐릭터는 우리의 실제 모습을 그려 낸다. - P33

 애당초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사람들은 서로를 잘 모르니 그럴만도 하다. 혹시 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허구적 존재가 실제 존재보다 더 낫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 과연 작가가 나에게 맞는 직업인지 한번 더 고민해 보는 게 어떨까.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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