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야웬 의원이라면 카이쿠요우 의장의 반대 파벌이었지. 그렇다면 아즈비터 의원의 정적이 되는데." "깊이 읽어보면 조약 비준 실패는 몰딘 추기경장이 바이젠에게간섭해서 만든 일인지도 몰라." "지나친 생각이야. 용들이 황국의 뜻을 헤아려주기에는 거래 재료가 없어." - P316
나는 사무소 전화를 작동시켰다. 예상대로 ‘반 주식 공동 인민 해방 전선으로부터 악질 장난 전화가 온 것을 무시하고 일람을 펼쳤다. 6일이나 의식불명으로 죽어 있던 것치고는 일이 적다. "생각난다" - P317
"로르카나 비넬, 아젤에게 연락을 했어?" "아니, 통신을 꺼뒀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일 자체가 큰 수수께끼인 파트너를 무시하고 우선 아젤의 전언을 들었다. "아젤이냐?" 『어머, 살아 있었어? 지금은 바쁜데.』 - P317
『그런데 말이지, 용의자 소년은 사망, 호송하던 경관 네 명이 중상. 주위 차에 타고 있던 사람과 보행자 중에서도 부상자가 나와서지금은 엄청난 일이 되었어.』 아젤이 계속 말했다. - P318
"우리들 사무소에도 가끔 전화가 오지." "이 사무소는 두 명뿐이야. 에리다나에서도 지나치게 영세한 사무소에 온다는 건, 에리다나 전체의 주식 사무소에 전화하는 거겠지." 일반인과 주식사의 반목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 P318
"정규 주식 조직이랑 학원, 스승에게 배운 적 없는 주식사인가. 그런 사람들이 없지는 않지만 적겠지." 기기가 가능성을 찾았다. "하지만 모든 조건을 조합해보면 우리를 습격한 상대는 누구지?" - P319
『그보다 이제야 보고할 수 있다. 네가 맡긴 파편에 관해서 중요한 사실을 알았어 』 로르카의 목소리가 돌변하여 심각 그 자체인 말투가 된다. 나는 기기나에게 빈 왼쪽 손을 흔들어 같이 듣자고 표현했다. 『그건 갑옷이나 옷이 아니야. 중력 주식으로 조성을 바꾼 생물 조직이다.』 - P319
상대의 정체를 알 것 같다. 내 등골에 공포가 지나갔다. 신문과 청구서를 휴지통에 던졌다. 남은 봉투를 열었다. 주식사 최고 자문 법원에서 온 것이다. 그들이 멋대로 조사한 모양으로, 내가 공성주식사로서 13계제에 도달했다는 보고서였다. - P320
맹세를 생각하면 너무 서툰 짓이었다. "서툰 걸로 치자면 저번 날의 실수는 최악이었다. 설마 표적이 다른 자에게 살해당할 뻔하다니." 니드보르크의 입술에 비웃음이 새겨진다. 눈에는 녹색 불꽃. "하지만 표적은 소생했다. 표시는 해줬어.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 - P321
목소리는 자기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피로에 지쳤으나 오른손을 들었다. "하지만 이건 무엇 때문이었지? 장로들은 어째서 이런 것을?" 약지에 낀 반지에서 빨간 보석이 수상한 빛을 내고 있었다. - P322
에리다나 서부 연안지대, 마즈다 제방, 통칭 배의 묘지. 12년 전의 대지진 때 루루가나 내에 정박했던 거대 유조선과 수송선이 해일에 휩쓸려 제방에 격돌했다. 철거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 거라고 예상되었으나 에리나에 본사가 있던 로로페스 선운의 본사가 지진으로 붕괴, 사장 이하 경영진이 전원 사망했다. 행정부도 폐지가 결정된 마즈디 제방의 복구를 포기하고 지금에이르도록 방치해둔 채였다. - P323
"역시 여기로군." 기기나는 더욱 날아서 배 사이를 이동했다. 나는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기가 옆에서 좌초한 어선 돛대에 섰다. "유스" 기기나의 목소리가 바다를 건넜다. "역시 올 거라고 생각해?" - P324
"그녀에게 있어서 우리는 원수다. 그에게 있어서 우리는 모든 것의 열쇠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최소한의 가능성이라도, 극대의 위험성이 있다면 대비해두는 것 이상은 없어." 나는 기기나에게 고했다. "기기나도 같은 결론에 도달했으니까 도룡도를 재조정한 거겠지?" - P325
"아무튼 다른 공성주식사를 고용할 돈이 없어. 게다가 도움 받을정도의 우정도 부족해." "우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우리뿐. 언제나 그랬지." 기기가 강철 같은 목소리로 고했다. 나도 대답해두었다. "준비만은 해뒀어. 급조한 것이지만 마지막 승부수가 돼..." - P326
휴대기가 울렸다. 금방 받았다. "그러니까 로르카. 돈은 나중에 지불한다고 했잖아. 분명, 아마도..…." 『저, 저기, 도와주세요.』절박한 여자의 외침이 내 귀를 덮었다. 휴대기에서 귀를 떼었다가 다시 붙였다. 가급적 상냥한 목소리를 냈다. - P327
"자, 당신이 누군지 가르쳐줘요." 『저기, 시립 병원에서 가스 씨를 간호했던 간호사 노제입니다. 기억하시는지요?』 당연하다. 사정은 어떻든 간에 미인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 P328
『실은 가유스 씨네 사무소 앞까지 와 있어요!』 "지금 여기에?" 우리 뒤에서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쏠리는 비명이 들렸다. 사무소 앞에 에리다나 시립 중앙병원이라고 쓰여 있는 차체, 구급차가 급정차했다. 문이 열리고 노제의 절박한 표정이 보였다. "서둘러서 여기 타주세요!" - P328
"이야기는 나중에요! 쫓기고 있어서요!" 머리만 움직여 뒤쪽을 확인했다. 뒷자리에서 눈을 감고 있는 기기나의 등 뒤로 도로를 좌회전해서 달려오는 검은 차가 보였다. "저거 말이야? 뭐 그냥 평범한…." - P329
에리다나 거리를 천천히 나아가며 노제가 말을 이었다. "실은 약 1주일 전 일이에요. 제가 근무하는 에리다나 중앙병원에서 도난사건이 일어났어요. 금고에 있던 병원 현금과 유가증권을 도난당했어요." - P332
"네. 말하자면 결국 하지도 않은 진찰과 투약을 한 것으로 만들어 허위 의료 보험금을 타내는 사기행위에요." 노제의 얼굴에 씁쓸한 빛이 떠올랐다. "다른 의료 기록도 점검해보니 크건 적건 다 날조되었어요. 즉 의사들 모두, 아니, 병원 그 자체가 부정을 행하고 있었어요." - P332
항구에 면한 공장지는 상당히 넓고 건물이 몇 개나 늘어서 있다. 멀리에는 저장탑도 보였다. 차는 정면 건물을 향했다. "여기는 예의 증거, 즉 위조 서류를 숨겨둔 곳이에요." - P333
노제의 얼굴에는 의기양양한 표정. 붉은 입술이 벌어지기 전에 내가 말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돼. 함정이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내 말에 노제의 입술이 열린 채로 정지했다. 그래도 계속하려던 말을 내가 또 가로막았다. - P334
"자네는, 아니 너는 몰딘 추기경장 휘하의 12억장 중 한 사람이다. 제논 칼 다리우스였던가?" 노제의 가련한 얼굴은 경악의 표정을 띤 채로 얼어붙었다. 나는 세 번이나 말을 앞서서 먼저 해두었다. - P335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내 완벽한 변장을 간파하다니. 어떻게 된 거냐? 네가 말한 심리학적인 시선까지 주의를 했는데." 나는 피로감을 느꼈다. 옆에 선 기기나도 흥미 없다는 듯이 서 있다. - P335
"첫 번째는, 몰딘 추기경장이 오늘 밤 에리다나를 떠나는 이상 오늘 중으로 뭔가를 해올 가능성이 높았던 것. 두 번째, 변장의 명인이 자기 변장을 간파당해서 복수전을 하고 싶어할 거라고 다름 아닌 몰딘이 보장해주었다.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준비해둘 뿐이다" - P335
"세 번째, 네 대화 속에서 자주 사용된 ‘즉‘ 이나 ‘즉각‘ ‘말하자면‘ 같은 단어는 통계 심리학적으로 남자가 많이 쓰는 말로 전체적으로 묘한 각본 냄새가 나는 이야기였다." - P336
"네 번째는, 미인 간호사가 나에게 호의를 품고 의지한다. 이런 설정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어." 예상대로 기기가 깊이 고개를 끄덕이기에 불쾌했다. "다섯째,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기나의 심상치 않은 미모를 보고 전혀 반응하지 않는 여자는 드물다. 반응은 안 하더라도 어떤식으로든 언급은 했을 거야." - P336
"있잖아, 제논 군." 청년인지 소년인지가 입을 열었다. "제논 군이 변장해서 노제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봐도 역시 안이하다고 생각해 ♪" "교란과 유도라는 네 역할은 끝났다. 뒤는 암살과 전투가 전문인우리한테 맡겨." - P337
"형제, 게다가 쌍둥이인가. 부자지간인 줄 알았다." 나와 기기나는 놀라는 부분이 달랐다. 애꾸눈 검사 예스퍼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벨드리트가 미소를 지으며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 P338
거기에서 벨드리트의 눈이 좌우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들었다. "용건을 말하는 걸 잊고 있었다. 그러니까 몰딘 아저…." 거기에서 청년은 오른쪽의 형을 보고 급히 자기 입을 막는다. "아니, 예하는 자기 책모를 간파한 너희들을 경계하고 있어. 앞으로를 위해서도 경고해둘까‘라는 예하어를 번역하자면, 깨끗이 죽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 거야." - P338
"참고로 도움을 부르는 건 불가능하니까 주의해. 경찰도 다른 건때문에 움직일 수 없도록 해두었으니까." 나는 허리 뒤에 꽂았던 휴대기를 잡아주머니에 돌려놓았다. 일단 시험해봤지만 무리였다. "자, 느닷없이 죽이러 갈 테니까 힘내서 저항해봐." - P339
이동하는 기기나의 옆얼굴이 보였다. 흰 왼쪽 뺨에서는 선혈. "예하의 목에 대한 무례를 돌려주기 위해 갈가리 찢어주려고 했는데 역시 지나치게 노린 것 같군." 예스퍼의 조용한 선고가 울렸다. "이아이인가." - P342
이아이는 칼의 기점이 너무나 명확하여 칼 쓰는 기술이 한정된다. 알고만 있으면 기기나라면 얼마든지 대응 가능. 원 궤도를 그리는 것을 막고 돌진. 예스퍼는 움직이지 않고 완전히 나중에 먼저치려는 자세. 기기나의 왼손이 한 번 휘둘러진다. - P343
사정거리를 자유로이 넓힐 수 있는 검과 이아이. 그리고 강성계를 조종하는 고위의 기검사. 세 가지의 조합은 너무 위험하다. "남은 건 베는 것뿐이다. 썰어버리겠다." - P344
공장 안을 나와 나란히 달리는 것은 청년과 여자 간호사, 벨드리트와 제논이었다. 사정거리가 가까워도 나에게 피해가 없는 ‘베링‘을 쏘았다. - P344
주식에 휩싸이면서도 다시 ‘베링‘을 발사. 강철창이 벨드리트와제논을 관통하고 앞으로 튕겨 나왔다. 나는 등으로 기어 올라오는 한기에 억지로 몸을 틀었다. 열. 폭풍이 팔을 스쳐가는 감촉. 내 피가 뿜어 나오는 걸 보면서 후퇴. - P345
긴 꼬리 끝은 숫자의 나열이 되고 벨드리트의 상자로 이어졌다. 마침내 온몸이 나타났다. 거대한 질량을 지탱하는 발톱이 콘크리트 바닥을 밟아 으깬다. 구강에 들어찬 예리한 이빨 사이에서 증기가 된 고온의 숨결이 흘러나온다. 나는 반사적으로 ‘하보륨‘ 을 전개, 나의 맹화를 방사했다. - P345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등의 카테콜아민류가 뇌 속 청반핵에서 질주. 극한의 투쟁에 있어서 온몸이 활성화, 고통도, 비애도 한순간만 태워준다. 화룡이 대기를 흔드는 포효를 배경 음악으로 기기나와 예스퍼가달려갔다. - P346
기기나는 새가 되어 뒤쪽으로 도약. 구내의 사방 벽에 있는 회랑에 착지. 통로를 달렸다. 아래쪽에서 달리는 예스퍼도 뻗어나가는칼을 연사. 통로 아래에서 위로 쏘아대는 칼, 달리는 기기나 먼 거리에서는맞힐 수 없어 예스퍼가 도약. 용솟음치는 검이 난간을 관통. 손목을 비틀었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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